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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잘 먹겠습니다

2020.03.19 21:3003.19

못 맡던 냄새로군. 하지만 아예 낯선 건 아냐. 오래전 맡아본 기억이 나. 갓 깎인 풀, 막 내리는 비…. 바깥에서 왔군. 아직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곳에서 말야. 손끝의 상처는, 보아하니 맨홀 뚜껑을 억지로 여닫느라 난 자국이로군. 저런, 아직 피도 안 말랐잖아. 점점 핼쑥해지겠는 걸.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여기에 또 누가 있을 줄 몰랐어? 원 참. 너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그럼 아무도 없을 줄 알았어?

하수도에 온 걸 환영해!

아무도 없을 줄 알았어? 예끼, 그럴 리 없잖아. 따뜻하고, 아늑하고, 안전하고…. 누구라도 군침을 흘릴 만한 곳이라고. 물론 이따금 신경이 곤두설 때도 있어. 깜빡 정신을 놓으면 물살을 따라 전혀 엉뚱한 곳으로 떠내려갈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운치가 있다고. 어쨌든 살 만한 곳은 차고 넘치게 있으니 말야. 수천 킬로미터의 도관과 콘크리트를 따라 물이 흐르다 보면, 반드시 느려지는 곳도 쓸데없이 휘도는 곳도 아예 멈춰 버리는 곳도 생기지. 그곳에 모이는 풍부한 찌꺼기와 각종 슬러지들. 거기에 우리는 편히 몸을 누이고 때로는 기꺼이 그 일부가 되는 것을 자청하지.

뭐? 아니, 아냐!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간다니! 너도 굳이 여기까지 기어들 만큼 바깥에서 충분히 절망하고 또 배신당해본 것 아냐? 그런데도 정말 가겠단 거야? 내 말? 내 말이 뭐 어때서? 여긴 또 뭐가 어떻고? 마음에 안 들어? 넌 아직 바깥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야. 이리 와. 좀 걸어보자고. 냄새도 맡고, 이 진흙 좀 봐, 내 깔따구들이 좋아할 것 같군. 이 철망은 어때?

망에 걸린 것들 좀 봐. 생리대, 물티슈, 머리칼…. 자, 만져 봐. 꺼내서 냄새도 좀 맡고. 뭣하면 맛이라도 봐. 물때로 뭉쳐 한데 나뒹구는 이 덩이들. 이 부드럽고 꾸덕꾸덕한 감촉. 비릿한 쇳내. 잘 느껴보라고. 하수도엔 매번 흘러들어올 법한 양보다 훨씬 많은 피가 섞이고 있어. 아니면, 한도 이상으로 짓물러버린 것들이 깜빡 피와 비슷한 향기를 내는 걸까?

참 이상한 일이야.

 

정말 좋지? 여길 집으로 삼을 수 없다면 세상 어딜 가도 만족 못 할 거야. 어디든지 다 둥그니까 벽도 천장도 바닥도 다르지 않지. 이 큰 하수도의 어느 한구석이 아니라 전체가 내 집이고 복도고 방이야. 싸는 거야 아무 데나 두고 흘려버리면 그만이고, 먹을 걸 찾는 게 좀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 네가 여길 썩 달가워하질 않으니 이 시점에선 솔직하게 말해둘게.

그렇지만 날 봐! 건강하고 활기차게, 이렇게 육지 멀쩡하게 돌아다니잖아! 오히려 살짝 살이 찔 정도인걸. 난 지금 네가 마음에 들어. 그래서 특별히 질 좋은 먹을거리를 만드는 비결을 알려주도록 하지. 누르는 거야. 뭉개고 으깨는 거지. 손 틈으로 주르륵 흘러내릴 만큼. 처음엔 몸을 좀 사리게 되지만 결국 포도로 와인을 빚는 거랑 비슷한 일이야. 공들여서 다지면 그럭저럭 입맛에 맞게 되지. 아무렴 하수도에 흐르는 것들만큼 유기 영양이 풍부한 게 별로 없어. 흐흐. 벌써 침이 고이네. 잘근잘근. 잘근잘근.

다른 사람들이라? 물론 만났지. 음, 어쩌면 그 이야기부터 먼저 할 걸 그랬나? 정말 네가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그거일 수도 있지. 실패가 번번이 자식을 낳는 데 실패한 이들은 으레 이곳으로의 문을 두들기지. 모든 것을 잃고, 혹은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거야. 너도 개중 하나일 거고. 무슨 소리냐고? 그런 말 몰라? 실패는 성공의… 아, 아무튼. 좀 걸을까? 가만히 선 것보단 그게 나을 거야.

그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해줄게.

 

아까 그랬지? 실패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온다고. 이 사람은 그런데 그 반대였어. 오히려 너무 성공해서, 하는 것마다 반드시 너무 엄청나게 성공해버려서 하수도의 문을 열었단 거야. 예를 들어서? 음… 뭔가 만드는 사람이었어. 하지만 너무 과학적인 이야기는 내가 잘 몰라서. 아! 한 번은 아주 작은 기계를 만들어보고 싶었대. 그래서 성공했는데 그게 너무 작아서 금세 잃어버렸다더라. 뭐였지, ‘파동함수를 붕괴시키기엔 너무 작은 질량’이라고 했던가.

좀 쉽게? 이것 봐, 나도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거라고. 그냥 들은 그대로 옮기는 거라고? 그것만 해도 힘들단 말야. 애초에 나도 못 알아들었는데 풀어서 말해줄 수가 없잖아. 그런 기계 말고는 또 뭐였지, 어디든 잘 써지는 펜을 만들고 싶었대. 응? 그런 건 벌써 있어? 돌이나 나무… 아하, 그런 거 말고. 걔가 만들려던 건 아무것도 없는 곳에 그어도 잘 나오는 펜이었어. 형광펜이었다더라. 어쨌든 그것도 성공했는데, 잘 되나 보려고 허공에 펜촉을 두고 가만히 있었더니 잉크 자국이 점점 번져서 나중엔 그게 한 달에 한 번 지구를 돌게 됐대. 콕콕 찍은 점들도 주변에 그대로 남아 빛났고. 밤하늘이었거든.

…그 표정은 뭐야? 다른 것도 이야기해 줘?

아아, 좀 더 자세히 들어둘 걸 그랬네. 여긴 한 번 만나면 기약이 없어서 그때 잘 기억해둬야 해. 까딱 발을 헛디디면 정수시설에 들어가 녹아버리는 수가 있지. 녹는다고 하니 생각났어! 자기가 뭐든지 녹이는 약을 만들었다고 했지. 만들어지자마자 냄비랑, 책상이랑 바닥이랑 다 녹이면서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그만 하늘 밖으로 던져버렸대. 뭐든지 다 녹이는 약이라 만나는 모든 걸 없애다 보니 나중엔 그게 우주에 난 커다란 구멍처럼 변해버렸다나 뭐라나.

오! 오 그래 이건 정말 확실히 기억났어. 펜이나 녹는 약 같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거였거든. 나도 그리고 실제로 본 거야. 걔는 또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 싶었대. 좀 귀여운 거로. 왜 슥슥 그림 그려서 주면 아이나 노인이나 누구나 좋아할 것처럼 앙증맞게 생긴 거 말야. 그거, 이름이 뭐였지 그게… 그래! 피카츄 같은 거 있잖아. 그래서 만들었대. 피카츄라고 하니까 뭔가 또 생각났는데, 이 이야기 끝나고도 안 까먹으면 바로 이어서 해줄게.

 

나도 알아. 대충인 거. 그치만 애초에 내가 자세히 물어보지도 않았는걸. 걔도 별로 자세히 설명 안 했을 거야. 이 뒤에 하려는 말까지 생각해보면. 그렇게 만든 캐릭터도 역시 너무 성공적이라 자기가 봐도 미칠 것처럼 귀여웠대. 그래서 그걸로 인형도 하나 만들었다고 하더라. 아니 무슨, 방향제였나? 딱딱한 거였는데. 아무튼 그걸 나한테 보여줬어. 자기가 더 안 만들어서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거. 근데 진짜진짜 귀엽더라.

왜 더 안 만들었을까? 그러게 말야. 그때 나도 너처럼 궁금해했어. 걔가 그러는데 이 귀여운 캐릭터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귀염받을지 상상을 해봤대. 뭐든 성공하니까 역시 상상하는 것도 성공했다나 봐. 자연적으로든 인공적으로든 앞으로 그 귀여움을 뛰어넘을 무언가는 영영 나오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기존에 조금이라도 귀염성으로 매력을 어필하던 것들은 모조리 도태될 거라고. 강아지나 아기 고양이, 아니면 아기? 나중엔 사람들이 자기 캐릭터를 사기 위해 자식이라도 팔아버릴 거라더라. 그리고 그 압도적인 귀염성으로 전 인류가 나중엔 그것밖엔 알지 못하고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릴 거라고.

말도 안 돼? 하지만 정말 귀여웠단 말야. 그리고 정말 그럴 수도 있어. 너도 봤어야 해. 그 정도로 특이한 사람이었어. 뭐든지, 그것도 언제든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해버리는 건 무슨 기분일까? 보통은 모든 걸 실패하고 다 잃어버린 사람들이 도착하는 게 여기거든.

이 말은 아까도 했어. 그렇지? 네 표정을 보니 그런 것 같아.

 

참, 그리고 피카츄 이야길 했지. 그 김에 다른 사람이 떠올랐어. 난 지우를 만났거든. 지우 알지? 피카츄랑 같이 여행 다니는 파트너 말야.

생긴 게 좀 다르긴 했어.

원래는 전기 기사였대.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아무든 어둡고 좁은 곳에 파고 들어가서 이것저것 때우고 고치고 망가진 걸 파악하는 일을 했대. 보니까 코가 쥐처럼 좁고 뾰족한 데다가, 수염이 나는 곳도 이상하게 부풀어서 꼭 진짜 쥐 같더라. 급하게 숨 쉬면 진짜 쥐가 우는 것처럼 ‘쭉쭉’ 소리도 나고. 응? 쥐는 ‘찍찍’하고 운다고? 그거야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곳에서나 그런 거지. 하수도의 쥐들은 바깥과는 딴판이야. 그 뒤룩뒤룩 살찐 몸뚱이에 지네처럼 구불구불 뻗은 꼬리, 자주색으로 번들번들 젖은 앞니, 되록되록 굴러다니는 작고 까만 눈… 여기 것들에 비하면 바깥 쥐들은 아이스크림 앞의 얼린 우유지. 얼렸다고 하니 또 생각나네. 아까 뭐든지 성공하던 사람 있잖아. 한 번은 냉(冷)로를 만들었는데.

응? 아니 제대로 들은 것 맞아. 한(寒)로라고 할까? 난로의 반대야. 주변을 춥게 만드는 물건이지. 손이 너무 시려서 어느 바다에 빠뜨렸는데 그날부터 거기에 얼음이 둥둥 떠다니게 됐다더라. 소문으로는 북극성 바로 아래 있는 곳이라던데.

 

아무튼 피카츄 이야길 계속하자.

그 전기 기사였지. 쥐처럼 ‘쭉쭉’ 소리를 내는. 걔는 어릴 때부터 애들이 자기를 놀리고 때렸대. 쥐처럼 생겼다고. 그것들을 피해서 서랍같이 작고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고. 그래서 전기 기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아니면 광산이든 어디든. 아무든 몸을 꼭 옹송그리고 들어가 선이나 기판을 뜯고 살피는 그런 직업. 취직하고 한동안은 그렇게 그냥 살았대. 안정적이지만 재미는 없었겠지.

그런데, 걔가 있던 작업 구역에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쥐 이야기가 있었대. 쥐라면 보통 남들 잘 때 천장 돌아다니면서 삐걱거리거나 음식을 훔쳐 먹거나 가구 뒤쪽에 똥을 싸놓거나 할 거 아냐. 근데 이 쥐는 그런 걸 전혀 하지 않았대. 뻔뻔하게도 말이지. 대신 딱 한 가지, 전기선만 어떻게든 찾아서 끝장을 내버리는 거야. 고무 피복에서부터 구리선까지 깔끔하게. 심지어 전기가 아직 흐르는 중인데도!

전기 기사들 사이에선 그 쥐가 악마의 자식이라는 소문이 돌았대. 쇠나 돌까지 모조리 쏠면서까지 전선을 탐하는 그 식성. 덫을 놓으면 일부러 부숴버리고 먹이는 남겨놓는 대담함. 또 쥐약을 풀면 애꿎은 길고양이나 개가 죽어 나가는 일이 허다했다지 뭐야. 여간 영리한 게 아니지. 이 전기 기사는 그래서, 어느 날 자기가 그 전설의 쥐를 잡기 전엔 결코 돌아가지 않으리라 맹세하고 들어왔어.

그래. 이 하수도로 말이야.

그렇게 엄청난 추적이 이어졌다는군. 말한 게 사실이라면 아마, 그 전기 기사는 나 다음으로 이 하수도를 많이 알고 또 돌아다닌 사람일 거야. 왜 그때 진작 걔를 못 만났는지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지만. 아마 쥐나 걔나 적당히 인간의 집과 맞닿은, 얕은 곳만 돌아다닌 게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결국은 쥐가 붙잡혔지. 전기만 좇는 습성을 이용해서 자동차 배터리로 만든 함정을 갖고 갔는데, 그걸 수십 개나 더 쓴 뒤였어.

“운명 같았어요.” 그렇게 말하더라.

그래. 나도 좀 웃기긴 해. 그래봤자 쥐 한 마리인데 말야.

 

하지만 걔한텐 그게 아니었던 거지.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게 그냥 쥐가 아니라는 걸, 그렇다고 악마의 자식으로 불릴 만큼 철저하게 사악한 놈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털이 다 빠진 살은 노르스름하게 부어오르고, 매끈매끈하게 번들거리는 게 꼭 비늘 같았다더군. 무엇보다 꼬리가 말도 안 되게 부풀어서, 그 안에선 계속 ‘파직파직’하고 뻣뻣한 종이를 구기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는 거야. 그 뒤에 한 말은 잘 이해를 못 했는데… 아마 전기뱀장어 같은 거겠지. 전기선만 어떻게 해서든 쏠아 먹으려 한 것도 그래서고.

맞아. 그 쥐는 특별히 인간을 괴롭히려고, 아니면 악마의 부름을 받고 그런 짓을 한 게 아니었어. 특이하게 태어나서, 꼬리로 전기를 빨아먹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몸이라서, 어쩔 수 없이 독해질 수밖에 없던 거지. 현실의 피카츄 같은 몰골이 될 때까지 말야. 전기 기사는 그 순간 느꼈어. 이 아이도 나와 같구나. 하고 생각한 거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태어났고, 어쩌다 보니 동족에게 외따로 떨어져 나름대로 편안한 곳으로 달아난 거였어.

전기 기사는 그렇게 준비한 함정도, 바깥과의 연락도 모두 끊고 그 쥐를 풀어줬대. 그리고 그대로 이 하수도에 눌러앉아 살기 시작했지. 지우와 피카츄. 모험을 떠나는 파트너처럼 말야. 참 거친 한 쌍이었지.

기가 막히다고? 더 들어줄 수가 없… 그런 무례한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너 혹시 제 발로 찾아온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여기로 쫓아낸 거 아냐?

아냐, 아냐 그러지 마. 그냥 농담이야. 누구한테나 사정은 있는 거지. 아무튼 내가 하수도에서 본 게 그게 다는 아니었어. 이 둘도 못 믿을 거면 너한텐 그런데 하나도 소용없겠구나. 글쎄 언제는 악어가 있더라니까? 근데 요즘 교육과정 참 빨라. 나 때만 해도 악어는 네 발이었는데, 내가 본 건 두 발에 말까지 하고 남의 피부를 훔쳐 쓰기도 하더라. 커다란 콧물도 한 번 만났는데, 잘 보니 살아있더라고. 길을 꽉 채워서 철까지 녹이면서 슬금슬금 오는데, 으윽. 애 좀 먹었지. 오, 손톱보다 가느다란 관 속에 수십 구나 되는 해골이 들어간 것도 있었어.

어떻게 들어갔냐고? 알 게 뭐람. 그냥 되더라. 하수도에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까, 웬만한 거에는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방법이 없어. 그리고 네가 거기서 진짜 궁금해해야 하는 건 말야, 내가 ‘왜’ 뼈들을 거기에 넣었는지 물었어야지.

무슨 소리냐고?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난 다 말했어. 안 그래?

다양한 만남이 있었다고 말했어. 한 번 만나면 기약이 없다고도 말했어. 그리고 먹을 걸 구하기 어려운 곳이라고도 말했어.

 

엥? 어딜 가는 거야? 거긴 막다른 곳이야! 그 옆도, 다시 그 옆도, 우리가 아까 지나친 골목도, 그전에 맞닥뜨린 교차로도, 이 주변은 전부 막혀있다고. 이런, 내가 아무 곳으로나 널 몰고 가는 줄 알았던 거야? 잠깐, 내 말 들려? 야! 거기 가봤자 도망 못 간다니까? 돌아와!…

아아, 젠장.

너 아직 상처도 안 아물었잖아. 이러는 동안 심장이 더 빨리 뛰고, 피는 더 빨리 돌고, 방울방울 맛있는 냄새도 더 빨리 사라지겠는걸. 네 발자국이 묻은 개흙을 허겁지겁 퍼먹긴 싫단 말야. 충분히 사리분별은 하는 줄 알았는데, 왜 순순히 멈추질 않는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아까 너한테도 말했는걸. 내 말 아직 들리니? ? 공들여서 다지면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게 된다고! 에이, 이러고 있으면 안 돼. 빨리 따라가야지. 속이 다 쓰리네. 이번엔 더 특별한 요리를 해야겠어. 온몸으로 정성스레 끊고 눌러서 부스러뜨리는 거야. 더 나오는 게 없을 때까지 쥐어짜서, 물기가 다 빠진 바삭한 조각을 한 움큼씩. 흐흐.

잘근잘근. 잘근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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