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불사(不死), 라이플 그런데 몬스터

 

박해수

 

터무니없는 독을 꿀꺽 삼켰다......

독액의 격렬함이 내 사지를 뒤틀고 일그러뜨리고 나를 넘어뜨린다......

보라, 이 불길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는가를! 나는 멋있게 불탄다......

내가 지옥에 있다고 믿으니 지옥에 있게 된다.

- 랭보 <지옥의 밤> 중에서

 

태기는 신의 사자를 향해 총격을 퍼붓고 있었다. 어두운 골목에 불꽃이 튀었지만 총알은 정작 원치 않는 곳에 박혀 먼지를 일으킬 뿐이었다. 장소만 아니었다면 벌써 끝냈어야할 일이다. 총성은 골목 구석구석 깃든 어둠 속으로 맥없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태기는 숨이 막혀 왔다. 이곳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방치된 끝에 진공처럼 소리도 감각도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태기는 최대한 빨리 신의 사자를 해치우고 이 기분 나쁜 곳을 빠져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신의 사자의 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놈은 이제 비틀거리며 그르렁대고 있었다. 녀석들의 습성을 보건데 아직 마지막 각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 같았다. 해치울 여유가 있었다. 태기는 재빨리 좁은 골목의 상황과 남은 실탄의 수를 확인하며 놈이 치고 들어올 타이밍을 노렸다. “크아아아!” 신의 사자가 악을 쓰며 돌격했다. 이럴 때는 대부분 옆으로 비켜서며 등에 자라난 두 번째 얼굴을 쏴버리면 곧바로 상황이 종료됐지만, 이곳은 폭이 좁은 길이었고 가게 앞에 쌓인 잡동사니에 의자, 박스, 자전거까지 뒤엉켜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태기는 뒤로 물러서며 개머리판으로 놈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러자 녀석은 얼굴을 감싸 쥐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등에 자라난 두 번째 머리가 눈을 번쩍 뜨며 태기를 향해 절규했다. 태기는 가쁜 숨을 내쉬며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의 사자는 마치 어미를 빼앗긴 새끼 마냥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널 달래줄 좋은 게 있지.”

 

태기는 두 번째 얼굴에 총을 쐈다. 총알이 박히는 순간 놀라 굳어지는 녀석의 얼굴이 카메라 플래시처럼 번뜩였다. 끝났군. 오늘은 맥주나 마셔야겠어. 저물어가는 마지막 햇빛이 건물 사이를 비집고 운 좋게 골목까지 닿았다. 골목에는 ‘인쇄’라는 두 글자가 가득했다. 태기는 지금 충무로 인쇄골목에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한때는 밤새 돌아가는 인쇄기소리와 담배연기, 여기저기 풍겨오는 파전과 국밥냄새로 가득 찼던 곳. 사람들은 이런 미로 속에서 한때 바쁘게 살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시간이 멈춰버린 이곳은 이제 어두침침하고 불길한 곳이 되어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되는 곳이 되었다. 방치된 스쿠터와 먼지를 뒤집어쓴 간판들, 문틈으로 언뜻 보이는 거대한 인쇄기들...... 모든 것이 어둠과 먼지 속에 묻혀 그림자마저 잃어버렸다.

8년 전 어느 날, 죽음이 사라진 이후 이곳 인쇄골목은 빈민으로 들끓는 곳이 되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세상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적응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이 퇴락한 골목으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딘가로 떠나버렸다는 얘기도 있었고 여전히 이곳에 숨어 살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따금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이나 취객들이 골목에 들어갔다가 건물의 틈 사이로 몰래 지켜보는 무언가와 눈이 마주쳤다거나 혹은 실종됐다는 소문이 나돌 뿐이었다. 베테랑 요원 태기에게도 이곳은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검은 구멍처럼 이상하고 기분 나쁜 곳이었다.

 

“치안 유지대 150 김태기입니다. 변종 한 마리 제거했습니다. 위치는.......”

 

태기는 무전기로 처리팀에게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주며 그들이 미로 같은 골목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랐다. 갈증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태기의 눈에 맥주광고 포스터가 들어왔다. 모델의 눈동자는 색이 다 날아가서 하얗게 뚫린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밑에는 ‘살아있는 이 순간, 카스!’라고 쓰여 있었다. 태기는 문구 앞에 ‘영원히’라는 말을 써넣으면 웃기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모르게 절묘하게 와 닿는 느낌에 문구를 곱씹었다. 영원히 살아있는 이 순간이라...... 갑자기 어디선가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냄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무심코 뒤를 돌아본 태기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골목의 잡동사니 사이로 얼굴 하나가 그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봐! 너 뭐야!” 태기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날렵하게 골목 사이를 뛰어다녔고 태기는 길이 꺾어질 때마다 온갖 잡동사니와 물건들에 뒤엉키며 달려야했다. 젠장, 예전에 사라졌다는 빈민인가? 아직도 있었단 말이야? 마침내 또 한 번 방향을 꺾으며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그것은 사라져버렸다. 분명 건물 안 어딘가로 숨어들었을 것이다. 태기는 끝까지 쫓아가서 끝장을 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쫓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뒤를 쫓다가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밀려오는 짜증과 후회로 태기는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골목을 달리며 약을 올리듯 슬쩍 뒤돌아보던 그것은 분명 앙상하게 마른 회색빛 여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태기를 놀라게 할 일이 한 번 더 벌어졌다. 변종인간을 해치운 골목으로 돌아왔을 때 놈이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도망쳤나?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이건 말도 안 돼. 머리에 총을 맞았다면 아직 되살아날 시간이 아니었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시체들은 부상 정도에 따라 최대 하루가 지나야 되살아나니까. 어쩌면 머리를 쐈다고 생각했지만 어두워서 착각을 한 것일까? 골목엔 여전히 맥주포스터의 흉측한 미소와 피 냄새가 남아있었다.   

 

*

 

“추격하다가 김밥을 밟고 미끄러질 줄 생각이나 했겠냐고? 어쨌거나 두 번 째 머리까지 제거했다면서? 그런데도 놈을 놓친 건 바로 너라고.”

 

날이 밝을 무렵, 퇴근을 하며 파트너인 양정은 왜 자신이 변종인간 추격에 실패했는지 해명하고 있었다. 태기는 운전을 하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그래, 김밥? 똥줄기 같이 까맣고 길다란 거 말이지. 그게 우리 일을 방해했다는 거군.”

 

“말조심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그건 그렇고 지옥에 다녀온 소감이 어때? 충무로 인쇄골목 말이야. 소문으로는 인쇄골목에 지옥문이 있다고 하더라고. 신의 사자들이 거기서 나왔다는 거야.”

    

태기는 무표정하게 앞을 노려보며 대꾸했다.     

 

“멍청한 소리. 그런 얘기에 신경 쓸 새가 없어. 변종 녀석들이 사람들을 홀리기 시작한 이후로 정신병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 세상이 미친놈으로 가득차면 곤란하단 말이지. 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고. 세상의 꼭대기에 올라설 이 태기의 계획에 말이야.”    

 

양정은 ‘세상의 꼭대기’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입술을 씰룩거렸다. 같이 근무하게 된 이후 종종 들었던 말이다. 태기의 계획이란 대략 이러한 것이었다. 치안 유지대 일을 해서 돈을 모은 뒤 기업인과 정치인만 전문적으로 경호하는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납치당해서 영원히 고문당하지 않으려면 경호 인력이 필수였기에 경호회사는 꽤 좋은 돈벌이였다.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지만 말이다. 그렇게 회사를 차린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맥을 넓힌 다음 정계로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최종 목적은 세상을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가 되는 것이다. 양정은 그를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속물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지만 대부분 빈정대는 것으로 받아쳤다.   

 

“시간이 영원히 남아 도니까 가능할지도 모르지. 위대한 통치자, 태기님이시여.”

 

태기가 발끈했다.

 

“생각해봐. 무슨 짓을 하던 죽지 않는단 말이야. 이건 엄청난 기회라고. 왜 그걸 모르지? 우리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이때 아니면 언제 세상을 발밑에 둘 수 있겠어? 마음만 먹으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난 너처럼 마약에 찌들어서 죽었다 깨어나기를 반복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정신 차려야하는 건 바로 너야.”

 

순간 어떤 여자가 차 앞으로 뛰어들며 소리를 질렀다.

 

“회개하라! 죽음이 온다!”

 

태기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여자는 이미 충돌한 후였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차피 되살아날 테니 굳이 생사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부상이 아무리 깊어도 마치 시간이 역행하듯 혹은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 상처가 아무는 것이다. 태기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여자의 일행들이 차를 둘러싸더니 “회개하라! 죽음이 온다!”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방금 차에 치인 여자 역시 어느 새 달려와 태기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태기와 양정은 한국에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 중인 ‘죽음의 교단’의 추종자들을 맞닥뜨린 것이었다. 이들은 언젠가 신이 돌아와 죽음을 되살릴 것이며 그때가 되면 자신들이 죽음의 성녀, 성자가 되어 타락한 인간들을 직접 심판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 바로 태기와 양정을 고용한 회사, 네오 엘리슨이라는 것이었다.

네오 엘리슨은 죽음이 사라진 후 정부와 결탁해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초국가 기업이었다. 그들은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주요 수입원이 마약제조 및 판매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네오 엘리슨이 치안 유지대를 운영하는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회사 이미지 관리를 위한 것이었으나 사실 다른 마약 제조업자들과의 끝없는 투쟁에서 마약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영업을 방해하거나 새로운 마약이 출현하기라도 하면 치안 유지대가 출동해서 무자비하게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사방에 되살아날 시체들이 즐비할 때쯤 처리팀이 유유히 나타나서 시체들을 드럼통 속에 넣고 시멘트를 부은 뒤, 먼 바다에 내다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임무를 수행해오던 어느 날, 치안 유지대에게 새로운 임무가 추가된 것이다. 변종 인간들을 보이는 즉시 제거하라는 것이었다.

변종 인간들은 몇 달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사람으로 보이긴 하지만 온몸이 흉측하게 부풀어있고 몸에는 얼굴이 하나 더 자라나는 존재다. 녀석들은 처음엔 미쳐 날뛰며 공격적으로 행동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지는데 바로 각성이 끝난 것이다. 그때부터가 가장 위험한 때이다. 각성이 끝나면 녀석들은 두 얼굴로 뭔가를 웅얼거리는데 그 소리를 들게 되면 갑자기 뇌 속이 미친 듯이 가렵다고 느끼게 되고, 그렇게 발광하다가 원치 않는 자살을 하게 된다. 너무 가려운 나머지 자기 뇌를 파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증상은 죽었다가 살아나도 없어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영원한 가려움 속에서 자살을 무한반복하게 됐던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변종들이 신의 사자라 불렸던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신의 저주라는 것이었다. 네오 엘리슨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방치하면 마약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변종 인간들을 어떻게든 없애려는 것이었다.

 

“신의 사자를 놔둬라! 신의 사자를 건들지 마라!”

 

어느새 광신자들의 구호가 바뀌었다. 아무래도 신의 사자를 괴물 취급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태기가 여전히 얼굴을 들이밀고 악을 쓰는 여자를 보며 말했다.

 

“이 좋은 세상에서 그렇게 죽고 싶나? 머저리 자식들."

 

태기가 뒷좌석에서 라이플을 집어 들더니 차창을 내리기 시작했다. 양정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태기를 말려보았다.

 

“그냥 차 돌려서 가자고. 그럴 필요까진 없잖아.”

 

“내 앞길을 막는 놈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차창이 내려가자 광신자들은 더욱 흥분해 날뛰었다. 하지만 곧바로 총구가 더 큰소리로 대답해주기 시작하자 그들은 하나씩 뒤로 나가떨어졌다. 사실 몇 사람 깔아뭉개며 출발할 수도 있었지만, 태기는 확실하게 경고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다시는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말이다. 화끈한 구경거리에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낄낄대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

 

“여긴 도대체 뭐하는 곳이야? 제대로 온 거 맞아, 양정?”

 

난데없는 대량학살을 겪은 양정은 기분전환을 위해 태기와 함께 새로운 마약을 경험하러 몇 달 전 개점한 버닝 스퀘어 광화문 지점을 찾았다. 고급호텔 분위기의 매장 안에 사람들이 수십 대의 캡슐 안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양정이 말했다.

 

“자기가 다니는 회사 소식도 몰라? 얼마 전에 회사에서 마약을 능가하는 굉장한 걸 만들어냈잖아. 영원한 삶을 위한 최고의 오락거리 말이야.”

 

갑자기 어디선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 자식. 어디 한번 제대로 죽어봐, 하하하!”

 

놀란 태기가 반사적으로 권총을 빼들었지만 매장 한쪽에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것임을 알고 그만두었다. 그들은 친구가 이제 막 들어간 캡슐을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잠시 후 캡슐에 난 작은 창으로 눈부시게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태기가 황당하다는 듯 눈썹을 치켜 올리며 양정에게 답을 구했다.

 

“바로 저거야. 플라즈마 소각. 캡슐 안에서 수천도의 온도로 몸을 순식간에 태워 버리는 거지. 그러면 말 그대로 한줌의 재만 남고 사라지는 거야.”

 

“그게 마약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 타죽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고. 도대체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군.”

 

태기가 한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양정이 짓궂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요한 건 말이지. 사람을 플라즈마 상태로 태우면, 타는 게 아니라 거의 분해돼버리거든. 그런데 그 순간 마약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쾌감을 느끼게 된다는 거야. 죽음이 사라진 지 얼마 안됐을 때, 사형수를 사형시키기 위해 정부에서 온갖 방법을 시도하다가 쓰레기 처리용 플라즈마 소각기에 넣어서 태워봤는데, 다음날 살아난 죄수들이 너무 좋아서 난리를 쳤다는 거지. 바로 그걸 경험하러 여기 온 거고. 네가 싫어하는 마약과는 차원이 다른 거라고. 나도 오늘 처음 해보는 거야. 어때? 해보자고.”

 

태기는 솔깃했지만, 무의미한 쾌감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양정에게 설교했던 것을 생각하며 호기심을 억눌렀다. 원대한 삶의 목표가 있는 자신이 이런 마약쟁이들의 한심한 놀음에 동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태기는 집에 돌아가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 하지만 양정의 귀찮은 설득이 이어지는 것 역시 원치 않았다.

 

“좋아, 너 먼저 해봐.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으니까.”

 

“오케이. 오늘 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될 거야.”

 

잠시 후 양정의 순서가 왔다. 그는 캡슐 안에 천천히 몸을 누이며 감격한 듯 내부를 둘러보았고, 태기는 보호자라도 되는 양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캡슐 옆에서 양정을 지켜봤다. 캡슐은 방열을 위해서인지 굉장히 두꺼웠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작은 창이 나있었다. 태기는 도시 한복판에 이런 엄청난 에너지를 통제하는 장비를 만들려면 돈이 꽤 들었겠다고 생각했다. 양정은 긴장이 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되살아날 텐데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태기는 뭔가 위로의 말을 해야 하나 싶어 입을 열려다가 속으로 실소했다. 참 웃기는군. 이게 뭐하는 짓인지. 양정이 갑자기 태기의 손목을 잡아챘다.   

 

“도망치지 마라, 태기야.”

 

태기는 속으로 움찔했다. 하지만 양정은 이상할 정도로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뭔가 다른 말을 하려는 것이었다.

 

“도망치지 마. 넌 항상 내가 마약이나 하면서 현실도피 한다고 조롱했지만 실은 그 반대야.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건 바로 너야. 우린 이 세상의 꼭대기에 결코 올라갈 수 없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말이야. 먹이사슬은 이미 완성됐어. 치고 올라갈 틈이 없다고.

사람들이 왜 마약에 매달리는지 알아? 자기가 누군지 잊고 싶기 때문이야.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거든. 모든 걸 잊은 채로 아무것도 아닌 상태가 되는 거지.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죽음의 방식이야."

 

경쾌하게 알람이 울리더니 캡슐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태기는 양정의 갑작스런 얘기에 어쩔 줄 몰라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 자식 지금 뭐라는 거야? 현실을 외면한다고? 난 바보가 아니야. 언제나 원하는 걸 해냈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어! 굴욕감과 분노가 태기의 마음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작은 창으로부터 양정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태기는 외면해 버렸다. 잠시 후 캡슐이 서서히 진동하더니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태기가 마지못해 캡슐의 창으로 시선을 옮겼을 때, 그 안에는 약간의 연기와 그을음만 남아 있었다. 양정의 캡슐이 움직이더니 매장 뒤쪽으로 사라졌고, 새로운 캡슐이 들어섰다. 이제 하루 동안 양정은 캡슐 안에서 서서히 재생될 것이다. 한편 태기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단순명쾌했던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치기어린 어리숙함으로 전락한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혼란 속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에 술과 약에 취한 사람들이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태기가 소리를 질렀다. “병신 같은 자식들아! 진짜 인생이 뭔지나 아냐? 이 머저리들아!” 하지만 큰소리에 놀란 몇몇만이 태기를 돌아볼 뿐이었다.    

  

*

 

이틀 후 월요일 저녁, 태기는 순찰차를 몰고 네온 간판이 가득한 을지로 거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간드러지는 목소리의 네오 신스 트롯트가 흘러나왔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금속성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태기는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다. 방금 전 신의 사자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태기는 다른 요원들에게 넘기기로 했다. 관할구역 내에 있는 양정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토요일 밤, 버닝 스퀘어에서 본 이후 양정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출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되살아나자마자 또 다시 마약에 취해 널브러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몇 달에 한두 번 꼴로 태기가 데리러 간 덕분에 양정은 아직까지 네오 엘리슨에서 해고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기는 피범벅이 된 채 걷는 한 무리의 갱들을 보았다. 그들은 세력 다툼으로 어딘가에서 큰 싸움을 벌였고 이제 막 승리를 거둔 것 같았다. 태기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정말 더 이상 치고 올라갈 틈이 없는 걸까? 어떻게든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 시간은 많아. 할 수 있어. 마약쟁이 동료의 말만 듣고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죽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마약에 취한 남자들과 기괴한 옷을 입은 매춘부들로 가득한 이 거리, 점멸하는 네온사인과 총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더러운 거리에서 반드시 벗어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양정 이 자식, 어떻게 된 거야? 양정의 오피스텔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물건들은 전부 뒤엎어져 있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 있던 누군가와 시비가 붙었던 걸까? 하지만 양정은 집에 사람 들이는 것을 싫어하는 녀석이다. 집에서 마약을 할 수는 있어도 누군가를 데려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혈흔과 찢어진 옷, 부서진 가구들은 분명 폭력 사태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태기는 실마리가 될 만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방안을 살폈다.

문득 방 한구석에 눈에 뜨이는 것이 있었다. 오래된 디지털 카메라였다. 왜 이게 밖에 나와 있지? 양정이 옛 시절의 추억이라며 갖고 있던 카메라였는데 서랍장 안 밀폐용기 속에 보물처럼 모시는 물건이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폭력사태의 난장판 속에 생뚱맞게 나와 있는 보물 카메라라니. 태기는 카메라를 집어 들고 전원을 켰다. 메모리에는 최근 촬영된 파일이 있었다. 오늘 오후, 그러니까 출근을 한 두 시간 앞두고 녹화된 파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옛날 카메라로 찍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찍어서 보내던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재생버튼을 누르자 예상대로 양정이 나타났다. 하지만 화면 속의 양정은 평소와 달랐다. 말소리는 약에 취한 듯 했지만 표정은 환희가 아닌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던 것이다.

 

“뭔가 이상해. 잘못됐어...... 태기야, 이거 보고 있냐? 제발 꼭 봐라...... 캡슐에서 되살아났을 때는 기분이 정말 미치도록 좋았거든. 근데 몇 시간이 지나니까 갑자기 온 몸이 아파오더라고. 처음엔 몸살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냐...... 이거 좀 봐.”

 

양정은 카메라로 어깨 뒤쪽을 보여주었다. 심하게 긁어서 피가 흐르는 어깨 뒤에는 무언가가 올록볼록 솟아 있었다. 그것은 의문의 여지없이 사람의 얼굴로 보였다.

 

“이거 그거지? 젠장, 망했네...... 설마 너까지 이런 건 아니겠지? 이거 말이야, 부작용인 것 같아. 플라즈마 소각 부작용. 이게 바로 신의 사자였어. 잘 생각해 봐. 신의 사자가 등장한 때랑 버닝 스퀘어 개업 시기랑 비슷하잖아? 신의 사자는 지옥에서 온 게 아니야, 부작용인거지. 그래서 회사에서 그렇게......”

 

갑자기 카메라가 떨어지더니 경련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천장을 비추던 화면에서는 물건들이 사방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이리저리 치이던 카메라마저 꺼져버렸다. 변이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때 무전으로 지원요청이 들어왔다.       

 

"치안 유지대 150에게 알린다. 청계천에서 발견된 변종 인간, 제거에 실패했다. 현재 충무로 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원이 가능한 요원은 투입 바란다, 오버."

 

젠장! 태기는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양정이 분명했다. 아까 전 다른 요원들에게 넘겼던 그 신고가 바로 양정이었던 것이다.

 

*

 

동묘역 근처에서 출발한 태기는 서둘러 충무로로 향했다. 순찰차가 불빛이 현란한 밤거리를 질주했다. 사이렌 소리가 그날따라 더욱 날카롭게 귀에 꽂혔다. 양정이 변종이 돼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덜렁대기는 하지만 좋은 녀석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이렇게 가서 녀석과 마주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지 않은가. 태기는 조수석에 놓인 라이플을 힐긋 바라보았다. 라이플 위로 네온불빛이 꾸역꾸역 흐르고 있었다. 제거해야 한다. 양정을 더 끔찍하게 만들 수는 없다. 겁쟁이 같은 요원 녀석들에게 맡겨서도 안 된다. 보나마나 처참한 몰골로 총알받이가 될 것이다. 태기는 자신의 손으로 끝장을 보는 것이 양정에 대한 마지막 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정이 깊은 바다 속에 내던져져 영원히 울부짖는 것만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충무로에 접어든 태기는 사이렌을 끄고 속도를 줄인 뒤 침착하게 주위를 살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특유의 직감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태기는 천천히 순찰차를 몰며 충무로 일대를 돌았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지나던 태기는 불이 환하게 켜진 김밥천국을 끼고 돌며 어느 골목으로 진입했다. 느낌이 온 것이다. 양정이 여기 어딘가에 있다. 차량이 서서히 골목으로 들어오자 할 일없이 배회하던 건달들이 긴장했는지 총을 꺼냈지만, 네오 엘리슨의 순찰차인 것을 보자 총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중 일부는 태기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비굴하게 웃으며 꾸벅 인사까지 했다. 태기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들을 지나치며 어두컴컴한 골목을 노려봤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가로등도, 인적도 뜸해졌다. 낡은 저층 건물의 창문에서는 간간히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어디선가 급속 발효시킨 싸구려 된장찌개 냄새가 풍겨왔다. 영원히 가시지 않을 가난의 냄새였다. 대도시의 껍데기를 뚫고 들어가면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이 바퀴벌레처럼 우글대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건물 사이에서 사람들이 뛰어나왔다. 그들은 순찰차를 보더니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천천히 비틀거리며 헤드라이트의 빛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양정이었다. 젠장, 빌어먹을! 태기가 운전대를 내리치며 욕을 했다. 양정은 이미 온몸이 뒤틀리고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얼굴만큼은 아직 본래의 이목구비가 남아있었다. 괴롭지만 끝내야했다. 태기는 총을 들고 차에서 내려 신중하게 양정의 머리를 겨누었다. 태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차마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사이, 위험을 감지한 양정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태기도 재빨리 순찰차에 올라탔다. 괴물이 되어버린 양정은 보통의 인간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순찰차는 좁은 골목을 누비며 양정과의 거리를 좁혔다가 놓치기를 반복했고 그 와중에 몇 번의 총격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마침내 양정은 쭉 뻗은 길을 따라 대로변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태기는 마음이 급해졌다. 사람들 속에 섞이면 추격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일단 들이받아야겠어. 순찰차가 속도를 높였다. 길가에 내놓은 평상과 화분이 터지듯이 하늘로 솟았고, 양정의 어깨에서 자라난 두 번 째 얼굴이 점점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무표정하게 눈을 감고 있었다. 좋지 않은 징후였다. 자살을 무한반복하게 만드는 최종 각성 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시간이 없다. 두 번째 얼굴이 눈을 뜨고 괴성을 지르면 태기까지 위험해지는 것이다. 대로변에 다다를 즈음, 마침내 양정을 따라붙으며 그대로 들이받으려는 순간,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런 망할, 나오라고!” 사람들이 순찰차 위로 구르고 엎어지며 태기의 시야를 가렸고, 차는 대로변 한가운데로 돌진하고 말았다. 사방에서 경적이 울리며 놀란 차들이 급정거를 했다. 가까스로 충돌을 모면했지만 도로는 순식간에 차들로 뒤엉켜버렸다. 태기가 정신을 차리자 앞 유리에 전단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

 

회개하라. 죽음이 온다.

죽음은 지금도 당신의 뒤를 쫓고 있다.

-죽음의 교단 충무로 선교회-

 

태기가 들이받은 사람들은 죽음의 교단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며칠 전 퇴근길을 방해해서 총알을 먹여주었던 사람들 말이다. 그들이 또 한 번 태기의 길을 막은 것이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있다. 태기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양정이 차에 치였는지 확인해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러져 있는 것은 죽음의 교단 신자들뿐이었다. 태기는 문득 행인들이 자신에게 소리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저쪽이요, 저쪽. 저쪽으로 갔어요!”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긴 순간 태기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인쇄골목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새카만 구멍이 태기를 향해 열려 있었다. 입을 굳게 다문 태기는 총과 탄약을 챙긴 뒤 인쇄골목으로 뛰어들었고 부상자를 돌보던 죽음의 교단 사람들도 잠시 후 태기의 뒤를 쫓아 골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인쇄골목의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골목은 조용했다. 대로변의 소음들이 어느새 사라졌다. 두텁게 쌓인 먼지들이 모든 소리를 잡아먹은 것 같았다. 급하게 뛰어 들어온 태기는 이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양정과 마주쳤을 때 그 저주받은 괴이한 소리를 내뱉는다면, 총으로 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미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몰래 먼저 발견해서, 양정이 알아차리기 전에 머리를 쏴버리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 랜턴을 껐다. 고층 빌딩의 광고판에서 나오는 불빛이 골목을 희미하게 밝혀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기는 잔뜩 웅크리고 총구를 겨눈 채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골목을 탐색했다.

태기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았다. 회사에서는 정말 플라즈마 소각이라는 혁신적인 돈벌이를 위해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부작용을 감추려 했던 것일까? 그 어떤 조직에서도 방관하던 신의 사자에게 네오 엘리슨만이 신속한 대응을 했던 이유, 변종인간 제거에 유달리 집착했던 이유가 부작용 때문이란 말인가? 양정의 말대로 변종들은 버닝 스퀘어 개점과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 게다가 버닝 스퀘어는 서울에만 있는데 변종들 역시 서울에서만 출현했다. 또한 그동안 보고된 것들을 생각해보니 녀석들은 대부분 부자 동네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닝 스퀘어는 꽤 비싼 오락거리였기 때문에 여유 있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 네오 엘리슨이 부작용을 숨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변종에게도 가족과 지인들이 있었을 텐데 그동안 어디서도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것 역시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유일한 통신망의 소유주가 바로 네오 엘리슨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버닝 스퀘어나 플라즈마 소각을 언급한 모든 데이터를 감청했을 것이고 그것으로 변종의 신원을 추적해 가족들을 협박했을 것이다. 게다가 치안 유지대의 스마트폰은 회사에서 지급된 것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양정이 굳이 오래된 카메라를 사용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감청을 피하기 위해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되는 옛날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었고, 또한 태기가 오피스텔로 찾아왔을 때 카메라를 집어 들 줄 알았던 것이다. 그제야 태기는 양정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을 배려해주었음을 깨달았다. 만약 스마트폰으로 연락했다면 태기는 곧바로 회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감시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영원히 말이다.

골목 안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가 주변을 맴도는 듯한  느낌. 태기는 함정에 빠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장소가 만들어내는 위화감일지도 몰랐다. 총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지금까지 난 이거 하나로 버텨왔어. 나한텐 이거면 돼. 세상은 힘으로 움직이는 거야. 방해하는 것들은 모조리 쏴버리겠어!

주변 빌딩들의 광고판에서 유난히 화려한 광고가 시작되자 골목 하나가 몽롱한 색체들로 물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 양정이 있었다. 마침내 그를 발견한 것이다. 태기는 골목에 쌓인 박스 뒤로 조용히 몸을 숨겼다. 양정은 넋이 나간 듯 광고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미동도 없이 그저 숨만 쉬고 있었다. 태기는 박스 사이로 양정의 두 번 째 얼굴을 살펴보려 했지만 그가 있는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흥분 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아 각성이 거의 끝나가는 것 같았다. 이젠 정말 괴물이 된 것이다. 태기가 조심스럽게 양정의 머리를 겨냥했다. 일단 첫발을 명중시키고 나면 곧바로 뛰어나가서 두 번째 머리에 총알을 박아줄 생각이었다. 광고의 영상이 불규칙하게 어두워지자 양정의 모습 역시 희미하게 깜빡거렸다. 하지만 이 정도 거리라면 문제없다. 이걸로 끝이다, 양정. 미안하다. 방아쇠를 쥔 손가락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태기를 내리쳤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태기를 덮쳤다.

 

“신의 사자를 놔둬! 건드리지 말라고!”

   

죽음의 교단 사람들이 골목 안을 헤매다가 이제야 그를 찾아낸 것이었다. 또 다시 그들이 태기의 앞길을 막아선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그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태기가 쓰러지자 신자들이 그를 마구잡이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태기는 숨 쉴 여유조차 없이 배를 걷어차이면서도 양정을 찾았다. 왜냐하면 얻어맞는 순간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 난무하는 발길질 사이로 양정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태기가 본 것은 양정이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이제 막 골목길 어딘가로 꺾어져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총을 맞고 놀란 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괴성을 내질렀다면 모든 게 끝났을 테니.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양정이 사라지자 잠시 후 가게의 문과 창문들이 열리더니 조용히 무언가가 기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었다. 짐승처럼 네발로 기며 민첩하게 움직이는 그것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몸에 다 헤진 옷을 입고 짐승처럼 눈을 번뜩이는 그것들은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아귀 같았다. 그것들은 순식간에 신자들에게 덤벼들었다. 태기를 구타하느라 정신이 없던 신자들은 등 뒤에서 다가오는 수많은 그림자를 알지 못했다.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우리가 아니라 저놈을 잡아가셔야죠!”

 

“신이시여, 우린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아귀들 수 십 명이 달라붙더니 순식간에 신자들을 끌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비명소리가 점점 먹먹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쳐버렸다. 골목이 다시 놀라울 정도로 조용해졌다. 태기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때, 아귀들은 골목 한쪽에 버티고 서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반쯤 뒤집어진 눈으로 태기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태기가 비틀거리며 소리쳤다.

 

“뭘 기다려? 어서 잡아가. 얻어터진 놈은 불량품이라도 되나?”

 

그들 사이를 비집고 누군가가 어기적대며 걸어 나왔다. 여자였다. 며칠 전 인쇄골목에서 태기가 뒤쫓았던 그 여자인 것 같았다. 여자는 총을 가리키며 머릿속에 얼마 남지 않은 어휘를 끌어 모아 온몸으로 쥐어짜듯 말했다.

 

“잡아. 그놈.”

 

태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들은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빈민들이 분명했다. 이들에 대해 수많은 소문이 나돌았지만 이들은 지금까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놈들은 신자들을 붙잡아 갔다. 며칠 전 여자를 쫓고 나서 변종의 시체가 사라진 것도 이놈들의 소행일 것이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걸까? 지금 이들은 태기를 도우려는 걸까? 신의 사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그들도 아는 걸까? 태기는 절뚝거리며 총을 집어 들었지만 자신이 불리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니네들 그거 알아? 저 녀석이 이상한 소리 내면 미쳐서 끝없이 자살하는 거? 이제 못 잡아. 늦었다고. 미안하지만 난 돌아가서 샤워하고 맥주나 마실 거야. 세상이 미쳐 돌아가든 말든 맥주나 마실 거라고. 그러니까......”

 

태기가 그들을 겨냥하며 말했다.

 

“좀 비켜줄래?”

 

그러자 여자가 새까만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더니 경련하듯 말했다.

 

“너. 못나가.”

 

여자의 어눌하지만 살기어린 대답에 태기의 머리끝이 쭈뼛 섰다. 허세를 부리며 총을 겨누어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그들을 모두 쓰러뜨리기 전에 총알이 먼저 떨어질 테니 말이다. 게다가 무전기와 스마트폰은 방금 전 교단 놈들이 박살내고 말았다. 빠져나갈 것인가? 아니면 시키는 대로 양정을 잡을 것인가? 총상을 입은 양정은 이제 주변을 극도로 경계할 것이고 만신창이가 된 태기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섣불리 양정에게 접근했다가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골목에서 영원히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 역시 힘들다. 아귀들이 어디에 얼마나 숨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

 

양정을 추적하는 것은 쉬웠다. 핏자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태기는 거칠어진 호흡을 억지로 참으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여전히 머릿속에선 도망갈 틈을 노리고 있었지만 미로 같은 이곳을 단숨에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태기는 죽음이 사라진 이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괴물이 된 동료가 두려웠고, 아귀들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두려웠다. 그는 자신의 두려움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했다. 태기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려워진 것이었다. 이 핏자국을 따라잡고 나면 그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핏자국은 막다른 골목에서 끝이 났고 그곳엔 싸구려 여인숙과 국수가게, 인쇄소가 들어서 있었다. 골목 끝 담벼락에는 앙상하게 시든 화분과 음료수 배달상자들이 있었고 찢어진 소파와 파라솔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핏자국이 담장 근처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양정은 어디로 갈 지 방황한 듯 했다. 하지만 주변을 살핀 태기는 마침내 단서 하나를 찾아냈다. 여인숙 입구의 카운터에서 피 묻은 손자국 하나를 찾아낸 것이다. 입구에 선 태기는 총에 장착된 랜턴을 켰다. 불빛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양정이 괴성을 지를 수 있었지만 여인숙에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에서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피어올랐다. 단층으로 된 여인숙은 너무나 조악해서 마치 합판을 덧대어 만든 것처럼 보였다. 오래된 나무문은 뒤틀어져 있었고, 천장의 배선과 파이프들이 허공에 늘어져 있었다. 가운데 통로를 따라 방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었고 복도의 끝에는 달력이 붙어 있었다. 태기는 통로를 따라 걸으며 방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통로 역시 핏자국이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양정이 어느 방에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태기는 양정이 이 안에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여인숙에 들어온 후부터 피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곰팡내 섞인 피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자 태기는 의식이 선명해지는 것 같았고 다시 한 번 투지가 끓어올랐다. 그렇다. 이게 바로 태기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대로 해치우다 보면 남아있는 것은 언제나 자신뿐이었던 것이다. 방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불안과 희열이 교차했다. 방문과 벽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피 냄새가 진해졌다. 양정은 복도 끝에 있는 방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과연 좌우 어느 쪽에 있을 것인가? 도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태기는 문이 약간 열려있는 왼쪽 방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가만히 벽에 붙어서 방안에 인기척이 나는지 기다려 보았다. 아무런 기척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태기는 방안을 재빨리 들여다보았다. 방안에는 구겨진 이부자리와 로또 용지가 굴러다닐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은 하나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 방문은 거의 닫혀 있어서 안이 보이질 않았다. 순진하게 방문을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건 바보짓이다. 총구를 겨누기도 전에 양정에게 당할 테니. 방법은 하나뿐이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미친 듯이 총을 갈기는 것이다.

문에서 뒤로 물러난 태기는 잠시 고민했다.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발로 차고 들어갈 지 말이다. 아무래도 다친 오른발로 딛고 서서 왼쪽 발로 차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다친 다리로 어설프게 찼다가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낭패다. 태기는 자세를 잡고 오른 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있는 힘껏 문을 걷어찼다. 문이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태기는 미친 듯이 총을 갈겼다. 총구의 불꽃이 번쩍일 때마다 방안의 티비와 간이 옷장, 책상이 터져나갔다. 억지로 버틴 오른쪽 다리에서 시큰거리는 통증이 밀려왔지만 태기는 느끼지 못했다. 양정이 거기 없었던 것이다.

 

“끄아아아아!”

 

바로 그때, 달력이 걸린 벽에서 양정이 튀어나오며 태기의 등 뒤에 달라붙었다. 태기가 벽인 줄 알았던 것은 사실 공동샤워실의 입구였고 대충 짜맞춘 나무판으로 만든, 밀고 들어가는 문이었던 것이다. 태기는 복도를 달려 나오며 사방에 몸을 부딪쳐보았다. 하지만 양정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기처럼 등에 달라붙어 태기의 귀에 대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야! 안 돼, 제발! 태기는 양정을 매달고 여관 밖으로 넘어질 듯이 뛰어나왔다. 엄청난 힘이 태기의 몸을 조여 왔고 끈적한 숨결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갑자기 이상한 감각이 태기를 사로잡았다. 뇌 속이 가려웠던 것이다.

 

“아니야, 안 돼. 안 돼...... 으아아아아!”

 

태기가 발광하기 시작했다. 뇌가 너무나 가려워서 미친 듯이 발버둥쳤지만 양정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수 백 마리의 벌레가 뇌 속을 기어 다니며 뇌신경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것 같았다. 태기의 눈이 뒤집혔고, 이를 악물자 어금니 깨지는 소리가 귓속을 울렸다. 태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뭐가 됐든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래, 일단 양정부터 해치워야 돼! 하지만 등에 업힌 커다란 아기는 떨어질 줄을 몰랐고 태기의 절규는 고요한 골목을 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때 태기의 눈에 뜨인 것이 있었다. 소파 옆 화분에 철근이 꽂혀 있었던 것이다. 방법이 떠올랐다. 태기는 소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힘을 더해주었다. 악을 쓰며 돌진한 태기는 소파를 밟고 뛰어오르며 공중에서 몸을 돌렸다. 양정의 두 번째 얼굴이 철근을 향하게 말이다. 허공에 뜬 두 사람이 다시 내려오는 순간 태기는 둔중한 저항감을 느끼다가 곧바로 어깨가 뚫리는 것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철근이 양정과 태기 모두를 관통한 것이다. 태기는 가슴을 뚫고 나온 철근을 바라보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또 달라붙기 전에 양정을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태기는 눈을 질끈 감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철근이 빠지면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일어난 태기는 총을 집어 들었다. 철근에 꽂힌 두 번째 얼굴은 아무 일없다는 듯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있었다. 양정의 머리만 박살내면 끝이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뇌 속이 가려웠기 때문이다. 태기는 양정의 머리를 향해 총알을 퍼부었다. 그리고 총구를 돌려 망설임 없이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겼다. 죽기 직전 태기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어느새 모여든 여자와 아귀들이었다. 여자는 새까만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

 

태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비명으로 가득했다. 하구수 냄새와 피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고 태기는 발가벗겨진 채 온몸이 묶여 바닥에 누워 있었다. 몸을 움직이자 질퍽한 바닥의 촉감이 느껴졌다. 하수도의 깊은 곳 어딘가에 와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왜 묶여 있지?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자 지옥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묶여 있었고 아귀들이 달라붙어 그들을 산채로 뜯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빈민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생계가 불가능해지자 인쇄골목에 들어온 사람들을 납치해 끝없이 자라나는 인육을 먹으며 여태껏 살고 있었던 것이다. 태기와 멀지 않은 곳에 살점이 얼마 남지 않은 죽음의 교단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었고, 괴물이 된 양정 역시 입이 단단히 틀어 막힌 채 잡아먹히고 있었다.

갑자기 얼굴 하나가 태기의 머리 위에 드리워졌다. 골목에서 그에게 명령을 했던 여자였다. 그녀는 태기의 몸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태기는 곧 일어날 일에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더 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되었다. 의식이 선명해지자 또 다시 뇌 속의 가려움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으, 으으...... 안 돼, 안 돼. 아니야, 이건...... 아아!”

 

  순식간에 뇌 속이 벌레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질끈 감은 태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미친 듯이 움직여 봤지만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여자는 그런 태기의 몸을 장난치듯 톡톡 건드리며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었다.

 

“너. 좋아.”

 

여자가 태기의 가슴살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어 다른 몇 놈이 달려들더니 태기의 팔다리를 물어뜯었다. 태기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이 태기의 살점을 뜯어 낼 때마다 그 고통으로 인해 뇌 속의 가려움이 상쇄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가려움이 해소되며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었다. 태기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았다. 확실했다. 살점이 뜯겨질 때마다 머릿속이 시원해졌다. 더 많은 아귀들이 달라붙자 쾌감의 빈도가 더해졌다. 살점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태기가 갑자기 악을 쓰듯 웃기 시작했다. 환희와 광기가 뒤섞인,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들리는 웃음이었다. 아귀들은 여전히 태기를 뜯어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잠시 후 또 다른 아귀 하나가 태기의 얼굴에 달라붙자 그 웃음소리마저 그쳤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될 때마다 태기는 웃게 될 것이다.

       

 

 

 

해수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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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 장편 내가 딛고 선 별 위에서는 : 1화 / 문제 떠맡기기. WATERS 2020.03.24 0
2564 중편 달에서 온 32번째 메시지 마음의풍경 2020.03.23 0
2563 단편 잘 먹겠습니다 거우리 2020.03.19 0
2562 단편 어느 화물선에서 일어난 일 이비스 2020.03.19 0
2561 단편 개이비 한때는나도 2020.03.16 1
2560 단편 밥노을 거우리 2020.03.12 0
2559 단편 달의 바다 여현 2020.03.08 0
2558 단편 별의 기억2 강엄고아 2020.03.07 0
단편 불사(不死), 라이플 그런데 몬스터<--(제목을 변경했습니다. 구:죽음의 방식) 해수 2020.03.05 2
2556 단편 좋은 꿈 거우리 2020.03.0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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