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단편 보호자

2019.12.09 10:3212.09

1

누군가 죽는다면 그건 나 때문이다.

휴대폰 벨소리가 들린다. 허물어진 적막 아래에서 나는 일어난다. 발신자를 본다. 병무청이다. 나는 몇 번이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누른다. 벨소리가 들렸다 안 들리기를 몇 번, 전화는 끊긴다. 사회복무요원 관련 전화인 것을 안다. 신청 기간이 지났다. 나는 전화를 받을 생각이 없다.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용기가 없다.

화장실로 향하려다 멈춰 선다. 머리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보다 똑바로 정면을 응시한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말이 익숙하다. 어떤 그림이 그려진다. 강박사고가 다시금 두드러기처럼 솟는다. 뇌는 그것을 어떻게든 형상화 시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결국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왜일까. 누굴까. 나는 변기에 앉는다. 항문이 쓰라리다. 찢어졌던 적이 있었다. 뒤를 닦고 나서 본 변기에 시뻘건 피가 한줄기 아지렁이로 떠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 얼굴 모를 그는 내게 말을 걸었고, 나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새로 태어나는 거야. 어른이 된다는 거지. 그런 말들을 지껄였다. 그리고 아팠다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샐러드 한 컵은 삼천원. 각종 샐러드와 과일이 조각 난 채 담긴 컵을 하나 꺼낸다. 하루 한 끼, 이 샐러드 한 컵이 내 주식이다. 채식주의자가 된 지 꽤 되었다. 다시 말해 고기란 고기는 일체 입에 대지도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물론 그 말을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죽고 싶다면서 건강은 왜 챙겨?

추하게, 고통스럽게 죽긴 싫다고 나는 대꾸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모르겠다. 나 자신도 죽고 싶다면서 왜 건강을 챙기는지 의문이다. 나는 청포도 한 알을 베어 물다가 토해낸다. 샐러드 컵을 그대로 들고 가 휴지통에 버린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불안이 뱃속 장을 꽉 채워 더부룩한 탓이다. 이름 없는 불안은 꼭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는 똥 같다. 가진 돈을 계산해본다. 상헌에게 더 이상 돈을 빌리지도 못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럴 자격도 없고 배짱도 없다. 오늘은 소설 얼마나 썼는데. 그는 그렇게 물어올 것이고 나는 침침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선명히 보려 애쓰며 못썼어, 대답할 것이다. 이유는 늘 그랬듯 나 때문에 누가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하루를 지새웠다고, 그래서 못 썼다고. 상헌은 한숨을 쉬며 내게 등을 보일 것이고 구겨지고 먼지와 때로 회색빛이 도는 종이 한 장을 내밀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쓰다만 유서.

마저 써. 그리고 같이 죽자.

상헌은 그렇게 말할 거고, 나는 오열할 것이다. 곧이어 그는 욕설을 지껄이며 내 뺨을 수도 없이 내려치리라. 그러다 나를 안고 달래며 침대로 데려가 옷을 벗기고 내게 돈을 주고 나의 포르노 쇼를 지켜볼 것이다.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는 매일 내 집으로 올 때도 있고 일주일이 넘도록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가 시외버스를 모는 운전기사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전국을 오가다 보니 스케줄이 일정치 않았다. 그 점은 나와 비슷했다. 언제 어디서 영감이 나타나고 언제 영감이 떠올라 쓰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결국 소설을 쓰는 일이란 버스를 몰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과 같다, 고 생각하나 그건 논리적 비약이다. 둘의 연관성이란 단 하나도 없다. 상헌과 나의 연관성을 찾는 일은 언제나 기쁘면서도 두렵다. 얼마만큼 그에게 내가 매어 있는지, 소처럼, 확인해야 하니 말이다.

누군가 죽는다면 그건 나 때문이다, 라고 적힌 종이를 옆으로 치운다. 그가 저번 주말에 주고 간 쓰다만 유서를 바라본다.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고 대체로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나 때문에 죽을 예정인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미리 사과드린다.

나는 그렇게 적는다. 눈을 감는다. 다시 새로운 강박사고가 찾아온다. 내가 자위를 하고 손을 씻지 않아 정액이 누군가에게 묻었는데, 그 누군가는 하필 심한 정액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고 그래서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는. 그게 아니면, 내가 공유한 야동이 불법촬영물인데 그 촬영물 속 주인공이 내가 공유를 한 탓에 죽으리라는.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묻지만 마리오네트 인형 마냥 움직이는 나로선 내 행위에 대한 권리와 책임이 없다. 강박사고는 언제나 새로운 옷을 걸치고 찾아온다. 여전히 나 때문에 누군가 죽으리라는 원인도 결과도, 진실과 거짓도 없는 불안과 함께 내 숨통을 죄어온다.

뺨이 화끈거린다.

 

2

액자 하나를 깨뜨렸다.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메다 건드린 탓이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딱히 조심하려는 생각 없이 사진 위의 유리조각을 털어낸다. 사진은 곳곳에 자줏빛, 보랏빛으로 멍이 든 부른 배를 보여준다. 아버지의 작품이다. 이 사진이 언제부터 거실 협탁 위에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냥 살아왔다. 비단 그것만이 아니다. 그와 똑같은, 상처가 찍힌 사진들이 집안 곳곳에 산재한다. 내가 아직 엄마라는 여자의 뱃속에 있을 때 찍은 사진들이라고 알고 있다. 그건 아버지의 취미였다. 임신한 엄마를, 그리고 그 안의 나를 발로 차고 그릇과 망치를 집어 던지고 주먹을 휘두른 뒤 그 흔적을 사진으로 찍는 것. 몇 번이나 사진관을 열고 닫기를 반복한 아버지였지만 그래도 실력은 있었다. 그것을 어머니의 몸에 남긴 자신의 흔적을 찾는 데 쓴 게 문제였다.

엄마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담배를 피우게 만든 덕택이라고 지금은 말할 수 있지만,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네가 낳은 애새끼가 얼마나 더럽고 못생기고 쓸모없는지 알아야지.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며 배가 부른 엄마가 소주 두 병과 담배 반갑을 태우는 걸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나를 지우라고 했다고, 언젠가 내게 직접 말했다. 그년이 굳이 낳겠다는데 뭘 어째. 지가 낳은 게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란 걸 알아야지.

개자식. 지금 어디에 살고 있다면 내가 직접 죽이고 말 거야.

아버지 이야기를 했을 때 상헌이 말했다. 이미 뺨을 수차례 때린 뒤였다. 내가 자해를 한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고마웠다. 내 속에서 썩어 문드러지는 이야기들을, 암보다 더한 독성과 고통으로 나를 잠식하는 과거를 들어주는 사람은 그가 유일했으므로. 뺨 몇 대야 우습다. 이건 때리는 게 아니야. 그는 말했다. 박수도 서로 맞부딪쳐야 소리 나잖아. 그거랑 똑같아. 나는 네 이런 행동과 불안을 고치려고 이러는 거야. 그거 아니? 박수 치면 칠수록 혈액순환도 되고 건강에 좋다는 거. 그런 거야. 네 정신을 맑게 해주려고. 박수라고.

가방을 다시 메고 나온 거리는 한산하다. 이른 아침의 햇살은 차갑다.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나는 그 안에서 어떻게든 움직이려 애쓴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 세상 아닌가. 상헌은 그렇게 말했다. 너 운동해야 돼. 그래야 이거 나을 수 있어. 평생 강박증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살다가 불행하게 죽을 거야? 의사와 똑같은 말을 했다. 나는 내 건강을 걱정해주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웠다. 한 번도 고맙다고 직접 얘기한 적은 없지만. 늘 움직여. 그는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한 곳은 버스터미널이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와 두유 한 병을 산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합실로 들어가 앉는다. 곧 있으면 상헌이 온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대전에서 그는 50석짜리 대형 버스를 몰고 올 것이다. 샌드위치는 왼손에, 두유는 오른손에 쥔다. 그에게 줄 것들이다. 버스 시간이 적힌 전광판을 올려다본다.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내가 어떤 남자애를 강간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갑작스레 불안으로 번져 나를 침범한다. 샌드위치와 두유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안 그랬어. 속으로 중얼거린다. 얼른, 상헌이 필요하다. 그만이 나에게 확신을 준다. 누군가 죽더라도 그건 나 때문이 아니라는 확신을.

 

3

그는 막 분출된 내 정액을 핥아먹는 나를 지켜본다. 정액을 먹으면 보너스를 더 주겠다는 얘기였다. 상헌 자신은 일체의 성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 그저 성적 행위를 하는 나를 바라보며 그 대가로 돈을 줄뿐. 그러나 나는 행위에 집중할 수가 없다. 어제 그가 대전에서 올라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던 새로운 강박사고의 침입에 온 신경이 몰려 있다. 먼 옛날, 나는 몇 살 어린 어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탔고, 학교 뒤편으로 갔다. 나는 그 애를 속이고 유희왕 카드를 교환했다. 그리고 암전. 나는 자전거를 탄다. 나 혼자다. 그 애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멀리 뒤에서부터 따라오지 않을까. 암전, 암전된 그 시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내 의심대로 내가 그 애를 강간했을까. 답을 찾기 위해 끝없는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다. 나는 다시 논리를 세운다. 내가 그 애를 살해했나? 아니. 내가 어떤 성적인 행위를 했는가? 아니. 내가 그 애에게 강제로 어떤 압력을 가했나? 아니. 그 애가 싫다고 말했나? 아니. 그렇다면, 내가 그 애를 강간했나?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랬으면 어떡하지.

자아가 둘로 쪼개져 서로에게 연신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 것 같다. 지는 사람도 나, 이기는 사람도 나인 기이한 격투, 를 바라보는 관중도 나인 경기. 뭐 생각해? 상헌이 가볍게 내 뺨을 친다. 정신이 번쩍, 들지는 않지만 주의가 어느 정도 그에게로 돌아간다. 또 생각했지. 그가 말을 꺼낸다. 또 강박사고에 빠져서 불안한 거지, 지금? 그가 다시 뺨을 친다. 아프지 않다. 그 어떤 손길보다도 세심하고 부드럽다. 나는 그의 손과 깍지를 낀다. 손이 차갑다. 나는 조금씩 그의 손가락을 혀끝으로 건드린다. 이내 입에 넣고 천천히 그의 손가락을 빤다. 그의 신음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입에서 손가락을 떼어낸다.

너 방금 갔을 때, 꼭 그때랑 비슷했어. 그래서 좋아.

어느 때?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인터넷으로.

아.

상헌을 처음 만난 건 인터넷 화상채팅에서였다. 우리는 랜덤채팅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알몸으로 다시 마주쳤다. 나는 그의 앞에서 한껏 발기 된 성기를 왼손으로 붙잡은 채 흔들었다. 돈을 준다는 그의 말에 넘어간 것이다. 그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서로가 마음에 들었다. 모든 걸 보여준 뒤에야 서로 조금씩 비밀을 감춰가며 말을 아끼는 그런 관계였다.

우리 언제 만날까요.

상헌이 말했고, 나는 언제든 좋다고 말했다.

돈 필요하면 말해. 강박사고에 매달려서 시간 날리지 말고 나한테 돈을 달라 해. 그걸로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놀란 말이야.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다 해결했다고. 네 정액이 묻었을지 모르는 애들한테 다 일일이 사과했고, 그 네가 강간했을지도 모른다는 그 애한테도 물어봤고, 네가 애들하고 같이 놀린 그 검둥이 애한테도 사과했고. 날 믿으란 말이야.

쏟아지는 상헌의 말을 나는 가만히 흘려보낸다.

듣고 있어?

죽고 싶어.

나는 말한다. 잠시 후 상헌은 깔깔 웃기 시작한다. 나는 뭐가 그렇게 웃기냐고 반문한다.

그럼 죽어버리던가. 죽을 용기도 없는 새끼가 말야. 너 유서는 다 썼니? 내가 보니까 넌 소설보다 유서를 더 잘 써. 유서 대필 작가나 해보는 게 어때.

어느 새 쪼그라든 내 성기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불을 끌어다 가린다.

넌 죽고 싶은 게 아니야. 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

이 생각이, 불안이 사라지질 않아. 해결하면 또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운동하라니까.

하고 있어. 오늘도 만보나 걸었어.

그럼 다시 유서나 써. 완성하라고.

나는 침묵 아래로 숨는다. 상헌은 팬티 한 장만 걸치고 탁자에 가 앉는다. 나는 왼쪽으로 돌아눕는다. 담배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나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담배를 끊었다. 나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말이다. 술, 담배 하지 않는 게 연애의 조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건강에 좋지 않아서.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 담배를 빼앗아 발로 짓뭉갠다. 그가 나를 올려다본다. 나를 또 때릴까봐 무섭지만 나는 그럴수록 담배를 뭉개는 뒤꿈치에 힘을 싣는다. 넌 참 웃기는 애야. 상헌이 말한다. 그렇게 죽고 싶어 하면서 술 담배도 하지 않고, 거기다 비건이잖아. 네가 봐도 웃기지 않아? 나는 할 말이 없어 담배를 한 번 더 짓누른다.

같이 죽자, 그냥.

잊을 만하면 그는 그 말을 꺼낸다.

유서도 필요 없어. 그냥 죽는 거야. 깔끔하게.

그렇게 하면 없던 사람이 되잖아. 나는 그래도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상헌이 웃음을 터뜨린다. 광기에 질린 사이코패스의 웃음소리 같기도 하고, 거대한 코끼리의 울부짖음 같기도 하다. 공통점은 둘 다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너 같은 애는 처음 봐. 죽으려는 애가 별 신경을 다 쓰네. 사실 딱 하나만 직시해. 네가 없었던 있었던 넌 그냥 사라지는 거야. 쓸데없는 의미부여 하지 마. 그럴수록 너만 더 지저분해져.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그럼 살아야지.

하지만 난 죽고 싶은 걸.

나는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린다.

씨발, 하나만 선택해!

그가 소리친다.

둘 다 가질 수 있는 건 신 뿐이야. 아니면 미친 사이코패스든가.

난 무신론자니까, 미친 사이코패스가 알맞겠다.

쌓이고 쌓인 침묵이 한꺼번에 터진다. 무거운 공기에 억눌린 탓에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심호흡을 한다. 일부러 숨소리를 더 크게 낸다. 그러나 상헌은 돌아보지 않는다. 내가 뭉개버린 담배꽁초를 주워 손끝으로 만지작거리기만 한다.

나 이제 너랑 박수 안치려고.

상헌이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왜?

아무 소용이 없어....... 너는. 그냥 이렇게 평생 살아.

.......헤어지자는 얘기야?

헤어질 순 없지. 그러기엔 내가 너를 너무 잘 아는 걸.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네가 여태껏 나한테 했던 말들. 그리고 네가 한 잘못들. 누군가 죽는다면 그건 나 때문이다, 맞는 말이야. 누가 죽으면 너 때문이지.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네가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 생각을 너는 믿고. 그 생각이 너에겐, 네가 믿는 신이나 마찬가지지. 네가 믿는데 사실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하니.

난 안 믿어....... 내가 한 것들 아니라고.

나는 조금씩 언성을 높인다.

확신할 수 있어? 솔직히, 너 확신 못하잖아. 네가 진짜로 그랬다면 어떡할래.

나는 이불을 정수리까지 덮는다. 이불 속 어둠에 나를 내던진다.

너희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긴 하니?

상헌이 말을 꺼낸다.

나는 몸을 더 웅크린다. 멍 든 ‘한 마리’ 아기가 된다.

너 낳다가 죽었어. 너 때문에 죽었다고.

시린 발은 계속 시리다.

 

4

운동은 하고 있어요?

60세는 족히 넘어 뵈는 남의사가 재차 묻는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문다. 조심스레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러나 의사는 머리를 주억거리는 대신 가로젓는다. 그거 갖곤 안돼, 더 해야지....... 그의 중얼거림은 내게 크게 들릴 정도다. 나를 보고 얘기 하지 않는 것일 뿐.

있잖아요.

혀가 조금씩 들썩인다.

엄마가 저를 낳다가 죽었대요.

의사의 눈길은 여전히 두 대의 모니터에 닿아있다.

그게 말이 돼요?

어떤 증거가 있으니 그렇게 말한 거겠죠.

퉁명스런 의사의 대답이 거슬린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목을 가다듬는다.

어떠한 증거도 없어요. 그냥, 그 사람의 주장이라고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의사가 키보드를 천천히 누르며 묻는다.

애......., 아니 친한 형 있어요.

얼마나 친해요?

네?

얼마나 친하냐구.

의사가 말끝을 흐린다.

나는 생각한다. 상헌과 얼마나 친한지, 나는. 애인인데....... 애인과 ‘친하다’는 말이 서로 성립이 되나. 의사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나는 많이 친한 친구예요, 라고 얼버무린다. 의사는 아직도 자신이 누군가를 강간하거나 죽음을 초래할 정도의 피해를 남에게 끼쳤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흔든다. 부작용은, 부작용은 없어요? 의사가 묻고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손 떨림이 좀 있어요, 나는 대답한다.

말이 안 되죠?

의사가 내게로 시선을 옮긴다.

말이 안되잖아요. 엄마가 나를 낳다 죽었다니....... 중세시대도 아니고.

그런 사람 간간히 있어요.

그럼 전 살인자네요.

마음 한 구석이 쿵 무너지는 느낌이 신경을 죄어온다. 나는 죽어야 해, 그 말이 콩나물시루 마냥 머릿속에 들어찬다. 나는 손톱 밑 살을 깨문다. 씹는다. 살점이 뜯겨져 나와 혓바닥 위를 떠돈다. 머리로 손을 가져간다. 긁은 탓에 진 딱지를 하나씩 찾아내며 뜯는다. 떨어져 나온 커다란 각질이나 딱지를 나는 한참동안 들여다본다. 묘한 쾌감이 인다. 그리고 나서 머리를 손으로 마구 털어낸다. 의사의 책상 위에 수많은 작고 하얀 각질들이 떨어진다. 고개를 드니 의사는 그것을 혐오스런 얼굴로 보고 있다.

살인자 아닙니다. 대체 갓 태어난 아기가 뭘 알고 엄마를 죽이면서까지 나오겠어요?

그랬을 수도 있죠. 제가 기억을 못하거나.

그렇게 따지면 다 살인범이네요. 기억 못하니까. 태어나는 순간을 기억하나, 성준 씨는?

나는 생각한다. 생각을 생각하려 애쓴다. 복분자가 아릿하게 도는 술이었다. 그것은 삼십년의 세월에 담가져 농익고 삭은 탓에 그때는 시큼털털한 맛만 흘렸다. 원래 맛은, 달달하고, 그러면서도 알싸했으리라. 엄마의 식도를 거쳐 탯줄로 이어진 그 술은 태반에 둘러싸여 있던 내게 뚝뚝 떨어졌다. 눅눅하고 더운 자궁 내벽을 두드리던 나는 복분자에 작달막한 몸이 달아올랐다. 땀이 피부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거꾸로 흘러드는 모양인지, 엄마의 뱃속은 땀을 뻘뻘 흘리는 한증막 사우나 같았다. 거기서 들이켜는 복분자 술이란 나에게 나 때문에 누군가 죽을 지도 모르는 바깥을 경험케 하기에 충분했다.

성준 씨 직업이 뭐죠.

글 써요. 소설가 지망생입니다.

그게 돈벌이가 되나요?

아니요.

실실 웃음이 샌다. 그러다 의사와 눈이 마주치고, 나는 정색한다.

돈을 버세요. 직접. 스스로. 다른 사람한테 의지하지 말고.

소설로 돈을 벌 거예요.

성준 씨, 거짓말 잘 해요?

아니요.

그럼 소설 못써요. 팔리지도 않을 거고. 어떤 소설 쓰는데요?

그냥, 순문학이요.

의사가 헛웃음을 짓는다.

사실 거짓말이에요.

뭐가요.

지금까지 선생님한테 했던 말들이요. 정액 알레르기니, 강간이니, 학교폭력이니, 모두 다.

혀가 점차 말라간다. 그대로 굳어 조각 나 언어를 망각할 것 같다.

성준 씨 말대로 성준 씨는 거짓말 전혀 못하네요. 다 읽혀요. 진실이.

읽힌다구요?

나는 짐짓 놀란다.

그럼 봐주세요, 말해주세요. 제가 했던 얘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말해주세요. 말해달라니까요.

그게 강박입니다. 참고, 견디세요.

씨발, 계속 참으라고만 하고.

뭐라고요?

의사의 물음에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에요, 대답한다.

운동을 해야 이 세레토닌이 분비돼서 기분도 좋아지고, 강박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맞서 싸워야 한다고요.

이길 수 있을까요?

성준씨는 꿈이 없어요? 이루고자 하는 꿈이 방패가 되고 창이 되어줄 겁니다.

꿈? 있죠, 있어요. 맨날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한참을 울면서 돌아다녀요. 만나는 사람마다 난 일주일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 말하고 다니다가 깨요. 그러고 보니 베개 커버를 몇 개 더 사야겠어요. 마를 날이 없거든요.

자면서 꾸는 꿈 말고, 목표 같은 거 말하는 거예요, 나는.

의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덧붙인다.

나 역시 한숨을 뱉는다.

저에게 꿈은 한 가지밖에 없어요. 자면서 꾸는 꿈. 다른 꿈은 잃어버린 지 오래 됐구요.

꿈을 찾으세요. 뭐라도 하란 말이에요. 고인 물처럼 썩어가지 말고.

근데, 방금 생각 난 건데요.

의사가 나를 곁눈질한다.

제가, 어제 자위를 했는데 손을 대충 닦았거든요. 이후로 손을 씻은 적이 없는데, 이것저것 만지고 다녔는데 선생님 책상에 정액이 묻었을까봐, 그걸 선생님이 만졌을까봐....... 불안해요. 선생님, 정액 알레르기 같은 거 없으시죠? 다른 간호사분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없겠죠? 전 고의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잊어버렸다고요. 까먹었어요. 근데 그건 알고 있어요. 나 때문에 누군가 죽을 수 있다는 거. 누군가가 죽으면 나 때문이라는 거.

자위를 하지 마세요. 걱정 되는 모든 행동을 하지 말라고. 산송장처럼 가만히 침대 위에서만 지내봐요.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아무 것도 되려 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그냥.

키보드 소리가 멈춘다.

이제 가보세요.

하나만 더요. 엄마, 엄마 나 때문에 죽은 거 아니죠? 아니겠죠?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제 가보시라고요.

의사가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한 뒤 진료실을 나온다. 밖에서 기다리던 상헌이 내게로 다가온다. 의사가 뭐래? 나는 기억이 잘 안 나, 대꾸한다. 방금 진료 받고 왔잖아. 근데 기억이 안난다고?

그만 좀 물어봐. 나는 지쳐 말한다. 걸음을 멈춘다. 엄마, 나 낳다가 죽은 거 아니지? 상헌의 표정이 회색빛으로 굳어간다. 밖에서 그는 박수를 칠 수 없다. 짝, 짝, 손바닥과 뺨이 맞부딪치는 그 경쾌한 찰나의 순간은 바깥에선 무력하다.

그래, 거짓말이야. 너희 엄마는 병 때문에 죽은 거야. 널 낳다가 그런 게 아니고.

나는 그를 안는다. 고마워, 상헌아. 나는 울기 시작한다. 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때만큼은 누구도 나를 건드릴 수 없다. 내 울음이 얼마나 청승맞고 처연하고 불쌍하고 불쌍한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남들은 그렇게 느끼는 모양이다.

배고프다. 밥 먹자.

나는 상헌의 손을 건드리며 말한다.

 

5

상헌이 여전히 내 애인이라고 나는 믿는다. 누군가 죽는다면 나 때문일 것이라는 믿음만큼 믿는다. 나는 상헌을 따라 조심스레 버스에 올라탄다. 40석의 좌석들은 정적에 붙들려 있다. 그는 운전석에 앉는다. 나는 그가 제일 잘 보이는 앞좌석에 앉는다. 밤이다. 나는 달빛의 세기를 가늠하며 자줏빛 구름들의 형체를 따라 시선을 잇는다. 우리가 처음 만난 장소는 바로 이 버스 터미널 안 분식집에서였다. 상헌은 자신을 버스 모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나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버스 기사만큼 똑똑한 사람은 없어요.

그가 라면을 후루룩 건져 올리며 말했다.

전국을 다 돌아다니니까. 잡지식도 많고, 전문지식도 많고.

그럼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나는 아버지 사진을 한 장 내밀었다.

이런 사람 본 적 있어요?

상헌은 고개를 갸우뚱하다 웃는다.

저도 사람인지라, 사람을 다 외진 못하죠.

그래도요.

그는 짐짓 열심히 사진을 바라본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이 사람 누군데요?

누구 같아요?

나는 피식거리며 되물었다.

갑작스런 수수께끼에 상헌은 당황한 듯 보였다.

아버지?

맞아요.

아버지가 왜요?

아버지가 엄마를 데리고 나갔는데 아직도 안 들어왔어요.

언제 데리고 나갔는데요?

글쎄요. 15년 전 쯤?

버스는 고요하다. 첫 만남을 떠올리지만 버스의 엔진음과 열어놓은 창으로 들이닥치는 바람 소리에 기억이 조금씩 흔들린다. 곧 빠질 유치(乳齒)처럼. 나는 이빨을 하나씩 만져본다. 흔들리는지, 안 흔들리는지. 아버지는 틀니를 꼈더랬다. 임플란트를 한 돈은 없고, 이빨은 힘만주면 금방이라도 뽑힐 양 흔들리고. 그래서 틀니를 꼈다. 소위 지금 젊은 사람들이 말하는 ‘틀딱’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혀로 피아노 건반 누르듯 가짜 치아를 건드리며 내뱉는 말은 변함없었다. 넌 괴물이야. 아무도 널 사랑하지 않아. 동정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 하지만 넌 사랑과 동정을 구분 못할 거야. 영원히 동정이 사랑인줄로 착각하며 살아갈 거야. 네 엄마도 그랬으니까. 내가 사랑을 준 것처럼 굴었지. 그저 불쌍한 여자였는데.

너도 내가 불쌍하니.

상헌은 내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너도 내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곁에 있는 거면, 가도 좋아.

웃기지 마. 네가 뭔데 나보고 가라마라야?

버스가 속력을 냈다. 창에 드문드문 점을 찍는 가로등 불빛은 한없이 약해 보인다.

약은 먹었니.

응.

오늘은 강박사고 없었어?

응.

거짓말.

상헌이 운전대를 왼쪽으로 급히 튼다. 끼기긱 가드레일에 버스가 긁히는 소리가 난다. 속력은 더 높아지고, 버스는 휘청거린다.

오늘이 네 생일이란 건 알아?

그가 말을 건넨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아, 탄성을 내뱉는다.

오늘이 내 생일이었어?

아직 오늘 다 안지났으니까 과거형 안 써도 돼.

그는 운전석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볼펜과 함께.

쓰다만 유서였다.

이걸 왜 줘?

얼른 써. 완성하란 말이야.

지금 어디 가는 건데?

네 부모님 만나러. 너랑 사귄 지가 몇 년인데, 아직 한 번도 인사 못드렸잖아.

아버지가 엄마를 데리고 간 것을 네가 어떻게 알아?

네가 말했었잖아. 그거나 빨리 써.

생각한다. 나는 가만히 터미널 입구에 서있었다. 엄마는 호두과자 3천원어치를 사서 내게 건네주었다. 아버지는 이온음료 한 캔을 주었다. 언제 올 건데? 아버지의 입은 원숭이처럼 튀어나와있었다. 싸게 틀니를 한 흔적이었다. 자꾸만 빠지려는 틀니를 그는 오른손으로 밀어 넣으며 말을 우물거렸다. 잠시 집에 좀 갔다 오려고. 그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수 있지? 무슨 집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엄마를 돌아보았다. 엄마 역시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도 엄마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들은 승차 홈으로 나갔고, 나는 대합실에서 9시 아침 뉴스를 보았다. 그렇게 뉴스를 보고,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보고, 6시 내 고향을 보고, 가요무대를 보고, 잠이 들었다. 날 깨운 건 어느 사회복무요원이었다.

내가 아직 말 안 한 게 있지.

버스의 속력이 천천히 잦아든다. 상헌은 뭔데, 짧게 묻는다.

너 매일 여기서 부모님 기다리는 애지? 대합실에서 기다린 지 일주일이 넘은 시점이었다. 그 사회복무요원은 10살의 나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이 시간 즈음엔 아무도 없다고 그는 유쾌하게 말했다. 그리곤 내 옷을 벗기고, 바지를 벗기고, 찰흙 주무르듯 제멋대로 내 몸을 주물렀다. 다시 태어나는 거라고, 그는 속삭였다. 어른이 될 준비가 된 거라고. 어른이 되면 있잖니, 엄마아빠도 더 이상 널 무시 못해. 너, 싸우면 누가 이기니? 항상 어른이 이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겐 틀니도 없었고 자줏빛 멍 자국도 없었다. 아버지와 다른 남자였다. 그거면 충분했다. 그 어린 나이임에도 나는 그가 나를 구원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구원이란 단어의 뜻조차 정확히 모르는 때였는데도.

그는 날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

나는 그처럼 되고 싶었다. 그가 사회복무요원이라는 걸 안 건 몇 달 뒤 그가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하다가 잘린 뒤였다.

다른 건 다 강박사고야. 희미해. 그런데 그거 하나만은 확실해.

뭐냐니까.

상헌이 짜증을 낸다.

나 너 말고도 섹스한 사람 있어. 너랑 처음 한 거 아냐.

강간을 섹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 있다고, 나는 스스로를 칭찬한다.

나도 말할 게 있지.

상헌은 말했다.

그동안 너한테 해결되었다고 말한 거, 다 거짓말이야.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수백 수천 명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사는 네가, 언제 어떻게 누구한테 무슨 피해를 끼쳤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니. 그게 고의이든 아니든 간에. 연 끊어진 애들을 무슨 수로 찾아? 흥신소에 의뢰할 만큼 돈 많은 것도 아니고. 네가 말하는 100퍼센트 완벽한 건 없어. 100퍼센트 확실한 건 하나도 없다고, 우리 인생에.

아냐, 있어. 내가 그때 섹스한 건....... 확실해.

그건 헷갈리지 않아?

헷갈리지 않아.

확신할 수 있어?

확신할 수 있어.

나는 유서를 꾸긴다.

그게 유일한 진실이야. 사실이고. 거기서부터 나는 다시 시작해야 해.

나는 창밖에서 눈길을 거둔다. 나는 유서의 첫 문장을 바라본다.

누군가 죽는다면 그건 나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죽었나? 나는 유서를 구긴 뒤 창밖으로 날려 보낸다.

방금 뭐 버렸어?

상헌이 묻는다.

그냥 쓰레기야. 서브웨이 샌드위치 포장지.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댓글 0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공지 [공고] 2020년 독자우수단편 심사위원 명단 mirror 2019.12.31 0
공지 단편 ★(필독) 독자단편우수작 심사방식 변경 공지★5 mirror 2015.12.18 0
공지 독자 우수 단편 선정 규정 (3기 심사단 선정)4 mirror 2009.07.01 0
2519 단편 경비실에서 김성호 2019.12.04 0
2518 중편 바닥을 향해 날아, 온 몸이 부서지더라도 이작가 2019.12.04 0
2517 단편 칼에 찔리는 해적왕 차원의소녀 2019.12.02 0
2516 단편 미래로부터의 방문자 라그린네 2019.11.30 0
2515 단편 맑고 고운 사악 김초코 2019.11.30 0
2514 단편 24시간 편의점 김청귤 2019.11.30 1
2513 단편 아마폴라 다른이의꿈 2019.11.29 0
2512 단편 시공간 속 이상한 곰팡이들 코코아드림 2019.11.29 0
2511 단편 빨간개미 증후군 코코아드림 2019.11.26 0
2510 단편 영혼 존재에 관한 실험 다른이의꿈 2019.11.24 0
2509 단편 조악리 거주 안내서 코코아드림 2019.11.23 0
2508 중편 M.U.S.E #29 ; LUNA 치노르 2019.11.21 0
2507 중편 M.U.S.E #23 ; the Legacy of Another 치노르 2019.11.21 0
2506 단편 M.U.S.E #3 ; the Visitor from the Sun 치노르 2019.11.21 0
2505 단편 M.U.S.E #8 ; Re: 치노르 2019.11.21 0
2504 단편 M.U.S.E #7 ; the Missing 치노르 2019.11.21 0
2503 단편 한국말을 하는 이유 다른이의꿈 2019.11.21 0
2502 단편 이 세상의 여왕1 김초코 2019.11.18 1
2501 단편 Haunted, Plotless 김초코 2019.11.18 0
2500 단편 지우 차원의소녀 2019.11.14 0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7 Next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