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1.

검은 천막이 언제부터 자리를 치고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그저 언제부턴가 시내 번화가 한 귀퉁이에 자리를 튼 천막 하나가 사람들의 눈에 익기 시작했을 따름이었다. 크기도 작았고 외관도 별다른 장식 없이 수수한 모양새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시선을 돌리게 만들곤 하였으니, 바로 특이한 간판 때문이었다.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

아무래도 점쟁이가 좌판을 깐 것 같긴 한데, ‘미래를 보지 않는’다고 간판을 내걸었으니, 점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도대체 저 천막 안에 있을 점쟁이는 무슨 생각으로 저런 간판을 내걸었을까, 싶은 생각에 저도 모르는 새 눈길을 주곤 한 것이다.

점쟁이가 간판에는 돈을 좀 썼는지, 밤이 되면 간판에 달린 LED 등에 불이 들어와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라는 글씨가 환히 보였다. 그러다가 깊은 밤 어느 순간이 되면, 천막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사라지곤 하였는데, 누구도 천막이 철거되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푸른 새벽을 지나, 밝은 아침, 사람들이 출근길에 바삐 오를 때가 되면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라는 간판은 물론 시커먼 천막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사람들은 막연히, 점쟁이가 깊은 밤 인적이 드문 타이밍에 천막을 철거하고, 인적이 드문 타이밍에 설치하고, 누군가는 천막이 설치되고 철거되는 것을 보았겠지만 내가 본 적이 없는 것이겠거니, 하고 짐작하였다. 그러나 새벽 일찍 폐지를 주우러 나가는 할아버지도, 꼬박 밤을 새운 뒤 귀가하는 성 노동 여성도, 24시간 내내 대기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 즉시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나르는 배달부도, 의문의 천막이 설치되거나 철거되거나 하는 순간을 목격한 일이 없었다.

미래를 보지 않는다는 점쟁이에게 무슨 손님이 가겠느냐 싶지만, 천만에 말씀. 손님이 와글거리는 수준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장사가 안될 만큼 뜸하다 할 수준도 아니었다. 일단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라는 특이한 간판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것이 시커먼 천막 속에 숨어있을 점쟁이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런 식으로, 자연스레 천막 앞을 기웃거리는 손님들이 나타났다.

점쟁이는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은 물론, 요즘 점집이나 사주카페 같은 곳에서 기본으로 하는 블로그 마케팅이나 소셜 미디어 광고 따위를 일체 하지 않았다. 손님들은 모두 떠도는 입소문이나 개인들이 후기 삼아 간단히 쓴 트위터 등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온 자들이었다. 그런데 이 천막은 어느 날은 있기도 하고 어느 날은 없기도 해서, 물어물어 찾아왔다가 헛걸음하는 경우들도 매우 잦았다.

 


2.

그런 점에서 이 청년은 운이 좋았다. 청년은 거뭇하게 내려앉은 늦저녁의 어둠 속에서 LED 조명을 반짝거리며 천막 위에 내걸린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 간판을 발견하였다. 청년은 잠시 천막을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창구멍 하나 나있질 않아,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볼 방법이 없었다. 청년은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천막 입구를 슬쩍 들어 젖히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천막 안은 범죄영화에 나오는 경찰서 취조실을 연상시켰다. 어두컴컴한 천막 내부 한 복판에는 테이블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는데, 테이블을 뒤덮은 검은색 테이블보가 바닥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검은색 철제 의자가 두 개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천장에는 갓을 씌운 전구 하나가 켜져 있었는데, 딱 테이블과 두 의자를 밝힐 정도로만 밝았다. 전등 빛이 내리깔린 곳은 하얗게 밝았지만, 빛이 닿지 않는 곳은 넓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지독히도 어두웠다. 어두운 밤의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전등 빛이 만들어낸 새하얀 섬 하나가 소박하게 떠있는 모양새였고, 그 소박한 백색의 원형 섬 위로 테이블과 두 의자, 그리고 그것들의 그림자가 바닥 위로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있었다.

“어서오세요.” 청년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느 틈에 점쟁이가 청년의 등 뒤로 다가갔던 걸까? 불쑥 튀어나온 점쟁이의 모습에 청년은 선뜻 무어라 답하지 못했는데, 점쟁이도 딱히 청년의 대답을 기다리진 않았다는 듯 일견 무심하게 청년의 어깨를 스치며 가운데에 있는 빛의 섬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한쪽 철제 의자에 다소곳이 앉았다.

점쟁이는, 머리에 깃털 2개가 달린 검은색 갓을 쓰고 있었고, 몸에는 검은색 가죽 롱코트를 잠그지 않은 채 걸치고 있었다. 잠그지 않은 가죽 코트 밑으로 클래식한 수트 차림이 엿보였는데, 하얀 셔츠를 제외하곤 넥타이도 검은색, 블레이저도 검은색이었다. 검은 바지는 다림질에 신경을 썼는지 선이 칼처럼 빳빳하게 잡혀 있었고, 발에 신은 검은 구두는 코끝부터 반짝반짝 광이 났다. 그리고 손에는 하얀색 면장갑을 끼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얼굴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선 사람 얼굴모양을 본뜬 검은색 가면으로 안면부 전체를 가리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입 부분에는 하얀색 면 재질 마스크를 덧씌웠고, 눈 부분에는 붉은색 렌즈의 편광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얼굴의 어느 한 틈도, 드러난 부분이 없었다.

점쟁이가 하얀 면장갑을 낀 손으로 청년에게 와서 앉으시라고 손짓하자, 청년은 그제야 엉거주춤 점쟁이의 맞은편에 앉았다. 청년이 앉는 사이, 점쟁이는 테이블 밑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어 펼쳤다.

“그냥 제 인생이 궁금해서요.” 청년이 말했다.

“그럼 사주팔자부터 봅시다.” 점쟁이는 청년에게 태어난 해, 태어난 월, 태어난 날, 태어난 시각을 들은 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점쟁이는 흠, 하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콧소리를 흘리더니, 하얀 면장갑 손가락으로 가면으로 무장한 얼굴의 턱 끄트머리를─그러니까, 가면의 턱 부분 끄트머리를─긁적인 다음, 노트북을 비스듬히 돌려 청년에게 모니터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뜻 모를 한자들이 잔뜩 적혀 있었는데, 한쪽 귀퉁이에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그래프 선 몇 개가 각자 굴곡을 이루며 그러져 있었다.

“뭐, 보셔도 모를 테지만 우선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점쟁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군요.”

청년이 흠칫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사주로 그런 것도 나오나요?”

“아뇨, 손가락에 반지가 있는 거 보고 한 말입니다.”

이 사람 지금 뭐하자는 거지, 라는 생각에 청년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점쟁이는 청년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듯했다. 노트북을 덮어 테이블 밑에 도로 집어넣더니, 이번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프로포즈용 반지 같은 걸 넣어두면 딱 맞을 것 같은, 보라색 벨벳 상자였다.

점쟁이가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샛노란 모래가 담겨있었다. 금가루라고 해도 될 만큼 색감이 밝았고 눈으로 보기에도 알갱이가 고와 보일 정도였다. 점쟁이는 손가락 끝으로 그 곱디고운 모래를 한 자밤 쥐더니, 허공으로 그것을 확 뿌려 올렸다. 그러자 전등불이 꺼지면서, 모래 가루가 ‘WELCOME’이라는 모양을 이루며 허공에 박힌 채 밤하늘의 별자리 마냥 반짝반짝 빛났다.

잠시 후 점쟁이가 탁,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전등에 다시 불이 들어왔고 허공에 빛나던 모래가루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력이 모자라서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래서 괜히 잔재주 한 번 부려봤습니다.” 점쟁이가 말했다.

이 사람은 점쟁이가 아니라 마술사가 아닐까, 사람들한테 이런 식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컨셉인 걸까, 청년은 곰곰이 속으로만 생각했다.

“대신,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시라는 차원에서 부적 하나를 드리겠습니다.” 점쟁이는 주황색 종이에 붉은색 주사를 발라 부적을 만든 다음 청년에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점쟁이가 준 부적에는 딱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Keep your love」.

부적을 받고 천막을 나선 청년은, 함께 동거 중인 애인을 떠올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청년은, 크게 한번 숨을 마시고 내뱉은 다음, 부적을 곱게 접어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애인을 만나러 길을 걸었다. 오늘은 애인과 평소부터 가보자고 약속했던 맛집으로 저녁 외식을 나가기로 한 날이었다.

 


3.

이번 손님은 공무원 시험에 내리 탈락 중인, 공시생 여성이었다.

“이번에도 안 되면 4년째예요.”

“많이 지치셨군요. 지금이 참 힘들 때입니다, 얼굴을 보니.”

“제 관상이 그래요?”

“아뇨, 누가 봐도 죽을상을 짓고 계셔서요. 굳이 관상까지 볼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점쟁이는 그렇게 말한 다음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더니, 두 손바닥이 다 보이도록 내밀면서 어깨를 한 차례 으쓱거렸다.

공시생은, 모자에 가면에 선글라스까지 한 차림새에 어딘지 과장된 것 같은 점쟁이의 으쓱거림까지, 흡사 만화 속 캐릭터가 현실로 튀어나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입술 사이로 저도 모르게 핏, 하고 웃음을 흘렸다.

“웃으니까 좀 낫네요. 거울이 있으면 보여드릴 텐데.”

점쟁이는 타로 카드 한 더미를 꺼내어, 그것을 테이블 위에 부채꼴 모양으로 펼친 다음, 원하는 만큼 카드를 뽑아보라고 하였다. 공시생은 고민 끝에 카드 3장을 골랐다.

“추진력을 상징하는 ‘전차(The Chariot)’ 카드.” 점쟁이는 카드를 하나씩 뒤집으며 읊조렸다. “풍요로움이 깃든 ‘여왕(The Empress)’ 카드. 아, 그런데 이런.” 점쟁이는 마지막 카드를 공시생에게 내밀었다.

카드 속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남자는 쓰러진 3개의 황금 잔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등 뒤에는 아직 쓰러지지 않은 2개의 황금 잔이 있었다.

“자신감이 너무 깨져있군요.”

점쟁이의 나직한 말에 정곡을 찔린 공시생은 저도 모르게 잠시 숨이 멎었다. “잔을 세 번이나 엎질렀으니 낙심이 큰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엎지른 잔을 보며 슬퍼한다고 해서 엎질러진 게 다시 일어서진 않는답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세요. 아직 2개의 잔은 무사히 서 있다는 게 보일 겁니다. 과거의 실패에 주눅 들지 마시고, 지금의 실력을 신뢰하세요. 그리고…”

점쟁이가 카드 한 장을 뽑아내어 유심히 살피더니, 공시생에겐 보여주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다. “끔찍한 상상은 가급적 하지 마시고.”

공시생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면서, 아주 잠깐, 흔들렸다.

“우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그러세요.” 점쟁이는 공시생의 미세한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모른 척 무시하는 건지, 덤덤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가면 속에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말하는 것인지 간파할 수 없었다.

“공부도 공부지만, 먹고 자고 쉬는 것도 제대로 먹고 제대로 자고 제대로 쉬어야 합니다. 대충 먹고 대충 자고 대충 쉬면 공부도 대충이에요. 아셨죠?” 점쟁이가 팔을 세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따라해요. 파이팅!” 공시생은, 점쟁이가 저러는 모습이 자꾸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캐릭터 같아, 저도 모르게 굳은 표정을 풀면서, 손으로 입을 막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허, 따라하시라니까? 파이팅!” 이때다 싶었는지 점쟁이는 더 과장되게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면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공시생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 마지못해 파이팅, 이라고 킥킥거리며 따라 말했다. 점쟁이는 공시생에게 부적 한 장을 주었다. 부적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自燈明法燈明」.(*자등명법등명. “그대는 그대 스스로를 등불로 삼으라.”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공시생은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면, 우선 목을 매달려고 준비한 줄과 쓰다만 유서부터 없애야겠다고.

점쟁이가 마지막에 뽑고 공시생에게 보여주지 않은 카드는 ‘죽음(The Death)’ 카드였다.

 


4.

한 손님은 천막에 들어와 점쟁이를 잠시 쏘아본 다음, 의자에 앉아 아무런 말도 없이 대뜸 성경책과 목재십자가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점쟁이는 성경책과 십자가를 번갈아 본 후, 두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양 손으로 깍지를 끼운 다음 그 위에 턱을 괴었다. 기독교인이 분명한 이번 손님은 팔짱을 끼우고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묵직해 보이는 턱이 한층 더 도드라져 보였다.

점쟁이도 점쟁이대로, 가면과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중무장한지라, 표정은커녕 속내를 들킬만한 일말의 단서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꽤 한참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묵묵부답하면서, 침묵 속에 시간만 흘렀다.

“왜 오셨습니까?” 먼저 입을 연 건 점쟁이 쪽이었다.

“그걸 왜 못 맞춥니까?” 기독교인이 답했다.

기독교인은, 우선 점쟁이 쪽에서 먼저 말을 하였으니 자기가 ‘침묵의 대결’에서 이긴 것이라 여기며 은근히 속으로 흡족해 하였다. 그리고 점쟁이 쪽에서 자신의 의중을 간파하지 못했으니, 이것 또한 자신의 신앙심이 삿된 미신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라 생각하여, 의기양양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점쟁이의 코에서 숨이 깊게 빠져 나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때, 의사가 환자에게 무슨 증상이 있어서 왔느냐고 묻는 건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말한 점쟁이는 곧바로 이렇게 덧붙였다.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말 한마디도 안 해놓고서, ‘왜 내 병을 못 맞추느냐’하고 따진다면, 그게 의사가 그릇된 경우입니까, 환자의 태도가 그릇된 경우입니까?”

기독교인이 코웃음을 쳤다. “당신이 의사라도 됩니까?”

그러자 점쟁이가 답했다. “손님, 본인이 환자라는 건 알고 계시죠?”

점쟁이는 다른 손님들 기다리는데 그분들 시간 빼앗지나 말라면서 기독교인을 내보냈다. 기독교인은, 자꾸 천막 입구를 들락날락하며 눈치 주는 아주머니 때문에라도 모양은 빠지지만 성경책과 십자가를 주섬주섬 챙기면서 물러나야 했다.

 


5.

기독교인이 나가자마자 점잖아 뵈는 아주머니 한 분이 점쟁이 앞에 앉았다. 반백의 단발머리에, 손톱으로 긁은 듯 얕은 잔주름이 얼굴 곳곳에 그어져 있었다. 단정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장년과 노년의 중간 쯤 되어 보이는 이 손님은, 핸드백을 허벅지 위에 올리고 그 위로 다소곳이 양 손을 모아둔 품새로 의자에 앉았는데, 반듯하게 닫힌 입이며 또렷한 눈하며, 마냥 얌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옹골찬 심지가 있어 보였다.

“며느리 때문에 고민입니다.” 아주머니의 고민은 못마땅한 며느리와 우유부단한 아들, 그것 때문에 속병이 나게 생긴 자기 자신의 스트레스였다. 점쟁이는 각각 아주머니, 아들, 그리고 며느리의 태어난 해, 태어난 월, 태어난 날, 태어난 시각을 물었다. 아주머니의 대답을 들은 다음, 노트북에 이것저것 잔뜩 입력하더니, 손가락 끝으로 살살 턱을 긁는 걸로 보아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처음부터 며느리 감으론 영 아니다 싶은 인상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느 무당한테 가서 물어보니까, 절대 결혼시키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점쟁이가 말없이 턱만 긁고 있으니, 아주머니 쪽에서 묻지도 않은 말을 먼저 꺼내었다.

“무당한테 가서 물어보신 적이 있다고요?”

“네, 그렇잖아도 애가 여자답지 않게 괄괄하고, 남편 될 사람한테 조신하게 굴어도 모자랄 판인데 시어미 앞에서도 고분고분하기는커녕, 자기 생각은 어떻다느니 저렇다느니, 참 말도 많다 싶었는데, 무당이 딱 잘라서 안 된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까 역시나 그렇구나 싶었죠.”

“그런데 용케도 둘이 결혼은 했네요?”

“그 칠푼이 아들놈이, 자기는 끝까지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도 고집을 피우는 통에…….” 말끝을 흐리며 슬쩍 눈치를 살폈으나 점쟁이가 이렇다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미 저지른 일이지만 그래도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곱게 어미 말대로 할 것이지, 결국은 고집을 피워서 결혼하더니, 제 마누라한테 찬밥 신세로 지내고 있답니다.”

아주머니의 하소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무리 맞벌이 부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밥 정도는 챙겨줘야죠. 물론 매일 챙겨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남편이 일하러 나간다는데 아침 한번 안 차렸다는 게 말이 되나요? 아들이란 놈이 아침도 못 먹고 출근하는 게 일상이라고 하니, 한 번은 제가 그래서 며느리한테 한 소리했는데, 글쎄 그 영악한 것이 저더러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그렇게 걱정이면 어머님이 좀 챙기시라는 거예요. 어쩜 그런 소리를 할 수가 있는지, 못 배운 티를 내도 경우가 있어야 말이죠.” 아주머니가 하소연을 길게 늘어놓는 동안, 점쟁이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이따금씩 고개만 끄덕거렸다.

“저야 제 인생은 제가 사는 거니까 제가 알아서 챙기면 된다지만, 저희 아들은 어떡하나, 그게 걱정이랍니다. 보아하니 얼른 아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럴 생각도 없는 모양예요. 눈치를 살펴보니까, 아들 녀석은 아이 가질 생각이 있는데 며느리 녀석이 싫어하는 거 같아요. 어쩜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마음 같아선 이혼하라고 다그치고 싶은데, 그 한심한 것이 제 어미 말은 듣질 않고 그저 못난 마누라 말만 들으면서 괜한 고생을 사서 하니…….”

“제가 보기에 아들 분이랑 며느리 분 관계는 걱정 안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네?”

“두 사람은 성격상 서로 화목하게 잘 지낼 거 같습니다. 다만…”

“다만, 다만 뭔가요? 뭐가 있기는 한 거죠?”

“사주팔자를 보니까 아들 분이랑 며느리 분은 문제가 없는데, 손님이 며느리 분을 불편해하시겠네요. 며느리 분을 매우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뭐, 굳이 사주를 보지 않더라도, 벌써 말씀하시는 것만 들어도 알 만합니다만.”

아주머니는 점쟁이가 이런 식으로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해, 어안이 벙벙하여 말문이 막혔다. 점쟁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며느리 분이 아드님을 상대로 문제가 많다고 하셨죠? 그런데 제가 확인을 좀 해야겠는 게, 아드님이 정말로 그게 문제라고 손님께 호소를 한 건가요, 아니면 아드님은 정작 별 말씀이 없었는데 손님께서 보시기에 며느리의 행동거지가 못마땅해서 문제라고 판단하신 건가요? 제 짐작에는 아무래도 후자인 듯합니다만.”

아주머니는 입술만 벌린 채 말은 못하고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가 잠시 후, 다소 기가 죽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그런데, 예전에 그, 결혼시키기 전에 궁합보러 간 무당은요, 절대로 결혼시키면 안 된다고, 그런 식으로 말했거든요. 그때 그 무당이 말한 건 그랬는데…….”

“그 무당이 왜 결혼시키면 안 된다고 하던가요?” 점쟁이의 물음에 아주머니가 멈칫하였다.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아주머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실은, 그 무당이 그랬어요. 이 여자는 남편은 물론이고, 시어머니까지 잡아먹을 숭악한 여자라고.”

“하! 내 참.”

“아녜요, 들어보셔요. 그 무당이 한 말이 참 맞는 말인 게, 며느리가 제 말에 톡톡 대들면서 끝까지 안 지는데, 그때마다 무당이 했던 말도 생각나고, 애가 하도 당차게 구는 게 괜히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사실, 며느리 대할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막, 겁이 나고 그래요. 정말로 저것이 시어미를 잡아먹겠구나, 내가 이러다가 언젠가 홧병이라도 나겠구나, 큰일 날 수가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니까요.”

“하지만 손님은 아직 이렇게 멀쩡히 살아 계시잖습니까.”

“저는 그게 이거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잠시만요.”

아주머니가 핸드백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무당이, 이 부적을 가지고 있으면 그래도 죽지는 않을 거랬어요. 며느리의 사악한 기운을 막아줄 거랬어요. 저는 그냥, 이거 덕분에 그나마 죽지는 않고 살아 있는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중이랍니다.” 아주머니의 안색은 두려움에 굳어졌다. 호흡도 경직되어 부자연스러운 숨소리가 귀에 들릴 정도였다. 점쟁이는, 아주머니의 메마른 목소리에서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공포를 읽어내었다.

“손님, 무당마다 서로 섬기는 귀신이 다릅니다. 그래서 똑같은 사람,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무당마다 점괘로 내놓는 말이 다 다릅니다. 어떤 무당은 이렇게 답할 것을, 또 어떤 무당은 저렇게 답합니다. 무당마다 섬기는 귀신이 다르니, 귀신이 내놓은 결과도 각자 다를 수밖에요. 어떤 무당은 영험한 신령을 섬겨 고결한 기운이 가득하지만, 또 어떤 무당은 차마 신령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하찮은 잡귀를 신령인 줄 알고 모시는 경우도 파다합니다. 의외로 망령된 잡귀를 신령으로 알고 영접한 무당들이 많습니다. 만약 잡귀가 누군가의 미래를 논한다면, 그것이 제대로 맞겠습니까?”

점쟁이가 부적을 집어 들었다.

“이 부적이 영험하다면 손님의 마음에서 근심이 없어져야 할 터,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나날이 며느리에 대한 두려움만 커지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영험한 부적이겠습니까? 걱정이 사라지지 않고 도리어 깊어지기만 하니, 손님께서 결국 저를 찾아오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래도 이 부적이, 그 무당이, 영험하다고 보십니까? 손님의 근심은 며느리가 만든 게 아니라, 그 무당의 헛소리가 만든 셈입니다. 세상을 사는 건 산 사람이지 죽은 귀신이 아닙니다. 죽은 귀신의 망언보다 산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강합니다.”

아주머니는 어느새 간절한 표정으로 점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 무당은 별로 신통치 않습니다. 이 부적은 요물에 불과합니다. 무당이 이 부적을 거저 주던가요?”

“아뇨, 50만원을 주고…”

“고얀 것 같으니. 이 요물은 당장 버리는 걸로 하시죠.”

점쟁이가 허공에 부적을 띄우자, 부적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일더니, 눈 깜짝할 사이 부적은 흔적도 없이 불살라 없어졌다. 아주머니는 두 손으로 놀란 입을 가렸는데, 심지어 타고 남은 재조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잘못은 며느리에게도 없고, 손님께도 없습니다. 서로가 그저, 조금 ‘다른 사람’일 뿐입니다. 제가 새로 부적 하나를 지어 드릴 테니, 그것을 간직하고 다니십시오. 이따금씩 마음이 흔들리거든, 부적을 꺼내어 읽으시고, 차분한 마음으로 의미를 곱씹도록 하십시오. 마음의 평온이 우선입니다.”

점쟁이가 새 부적을 건네면서 말했다. 부적에는 붉은 주사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和而不同」. (*화이부동. "서로 다르기에 조화를 이룬다.")

 


6.

“아버지와 인연을 끊어버릴 생각입니다.” 남자는 은색으로 광이 나는, 품이 조금 넓은 정장 차림이었다. 점심시간을 틈타 나온 직장인인 듯했다. “오냐오냐 하고 받아줬는데, 며칠 전에 개인적으로 도저히 용납 못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 망나니, 더 이상 가만 두면 안 되겠습니다.” 남자는 점쟁이가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불쑥 사진부터 내밀었다. 백발에 주름이 잔뜩 구겨진, 어느 노인의 증명사진이었다.

“관상만 봐도 딱 티가 나지 않습니까? 그렇죠?” 점쟁이가 대답할 틈도 없이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누구 덕에 밥 먹고 사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함부로 굴고. 어렸을 때부터 봐왔습니다.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망나니예요. 아들이라서 돈도 주고 집도 주고 했더니, 자꾸 기고만장하게 굽니다. 자세히 아실 거야 없고, 아무튼 그런 인간입니다.”

남자는 역시나 점쟁이의 반응 따위는 살피지도 않고 불쑥 종이 두 장을 내밀었다. 두 종이 모두 한자가 가득 적혀 있었다. “저도 이곳저곳 점집도 꽤 들러봤고, 사주팔자 책도 몇 권 읽었습니다. 이 인간, 딱 봐도 제 인생에 걸림돌입니다. 이 작자가 사업한답시고 까먹은 제 돈이 얼마인 줄 아십니까? 봐요, 사주팔자에도 글러먹은 놈이라고 나와 있잖아요.”

남자는 아버지 되는 자의 사주가 왜 자신에게 해로우며, 아버지 되는 자가 어째서 구제불능인지, 본인이 주워들은 사주팔자 풍월을 읊어가며 점쟁이더러 자신의 말이 맞지 않느냐고, 동의를 구했다. 남자의 일방적인 결론에 점쟁이는 가타부타 말을 덧대지 않았다.

“꼭 이런 소리하면 말입니다, 점친다는 양반들이 항상 저더러 천륜은 거스르는 게 아니라고 달래거나 야단치거나 하던데, 달래는 놈들은 그렇다고 쳐도 야단치는 놈들은 제가 곱게 지나간 적이 없습니다. 천륜이 어쩌고 하면서 저한테 야단친 놈들, 다 저한테 쌍욕에 저주까지 받아가면서 아주 혼쭐이 났습니다. 사주팔자 왕초보인 내 눈에도 이 작자가 못 써먹을 인간인 게 뻔히 보이는데 말이야, 돈까지 받고 점을 본다는 것들이 감히 손님으로 돈까지 지불하는 사람한테 야단이나 치고 말이야, 그렇지 않습니까?” 남자의 눈동자에 핏발이 일었다.

점쟁이는, 남자가 이야기를 늘어놓는 내내 잠자코 깍지 낀 손을 테이블 모서리에 얹어두고 그저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남자가 이야기를 마치고도 흥분된 기운이 가시지 않아 씩씩거리며 숨을 애써 가라앉히는 동안에도, 점쟁이는 침묵을 지켰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점쟁이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고대 인도에 코살라 왕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어느 날은 왕이 자리를 비운 틈에 왕자가 반란을 일으켜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비두다바입니다.”

남자는 점쟁이가 갑자기 인도의 왕국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표정에는 티를 내지 않았다.

“비두다바는 샤키아 족에게 뿌리 깊은 원한이 있었습니다. 비두다바는 왕이 되자마자 샤키아 족을 멸망시키기 위해 전쟁을 선포하고 직접 군대를 지휘했지요. 그러자, 그 소식을 들은 어느 현자가 비두다바의 군대를 맨 몸으로 가로막고 비두다바를 설득시켜, 전쟁을 막아냈습니다. 그 현자의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 ‘샤키아 족의 깨달은 자’라고 하여, ‘석가모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였습니다.”

남자는 점쟁이가 어떤 은근한 의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잠자코 점쟁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비두다바는 마음속에 맺힌 원한을 털어내지 못했고, 다시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러자 또 다시 석가모니 부처가 비두다바를 설득하였고, 비두다바는 이번에도 군사를 되돌립니다. 허나 비두다바의 원한은 끝끝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두다바가 전쟁을 일으키고, 석가모니가 비두다바를 설득하고, 그러기가 3번을 반복하였습니다. 3번째로 회군한 후 며칠 뒤, 비두다바는 끝끝내 복수심이 사라지지 않자, 4번째로 전쟁을 시도합니다. 이번만큼은 고결한 석가모니 부처가 만류한다 할지언정 결심을 굽히지 않겠노라,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석가모니가 비두다바를 막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샤키아 족의 죄가 대가를 치르는 것이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로다’하며, 눈물을 흘렸을 뿐. 마치 이미 이렇게 될 것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죠. 그리하여 샤키아 족은 멸망하였습니다.”

남자는 말없이 듣기만 할 뿐 점쟁이의 말을 어떤 심정으로 듣고 있으며 자신의 기분이 어떤 상태인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찌푸린 미간으로 미루어보아, 남자는 점쟁이의 말에 무슨 뜻이 담겨있는지 자기 나름대로 가늠하는 중인 듯했다.

“누군가의 멈출 수 없는 결심은 아무도 감당해내지 못하는 법. 설령 깨달은 자, 부처의 경지에 오른 자라 할지라도, 깊은 원한이 요동치는 것을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결정한 곳이 당신이 걷고자하는 방향이요, 방향대로 걷는 것이 길을 걸음과 마찬가지니, 구태여 제가 더할 말이 있을 리가요.”

“듣기 좋네요.” 남자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소리 없이 입술의 양쪽 끝을 끌어올렸다.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며, 남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천막을 나갔다. 당장 부친을 찾아가 가슴 속에 쌓아둔 말을 실컷 퍼붓고 조롱할 생각에, 온갖 경제적 지원을 다 끊어버려서 부친을 고생하게 만들어줄 생각에, 남자는 벌써부터 신이 나 있었다.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점쟁이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나무석가모니불…….”

 


7.

젊은 여성 둘이 점쟁이를 찾아왔다. 같은 학과, 같은 학번의 대학생 동기들이었다. 우연히 <미래를 보지 않는 점쟁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재미삼아 놀러온 경우였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점쟁이에게 허락을 구하여 인증샷을 찍고 자랑삼아 인스타그램에 올려볼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점쟁이는 흔쾌히 촬영을 허락하였다. 그리하여 한 친구가 점쟁이에게 점을 보기로 하였고, 나머지 한 친구는 옆에서 촬영 겸 구경만 하기로 하였다.

점쟁이는 커다란 수정 구슬을 꺼내더니, 점 보러 온 대학생에게 구슬 위로 손을 올려보라고 하였다. 학생이 구슬에 손을 얹자, 점쟁이가 반대편에 하얀 면장갑을 쓴 자신의 손을 얹었다.

“자, 눈을 감고 집중하세요.” 점쟁이가 말했다. 대학생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친구가 이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였다.

“느껴지나요?” 점쟁이의 말에 대학생은 입술을 실룩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느끼기는 개뿔, 감긴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게다가 점쟁이의 ‘느껴지나요’라는 말이 버터라도 바른 양 느끼하게 들렸다. 결국 대학생은 약간 민망한 웃음을 섞으면서 말했다.

“안 느껴지는데요?”

“당연하죠. 이거 대학로 연극판에서 쓰는 소품입니다. 5천원 주고 샀어요. 싸게 잘 샀죠?”

“아 뭐예요 그게.”

“뭐긴? 재미로 왔으면서 무슨 대단한 소리를 들으려고? 욕심이 많으시네요.”

점쟁이는 수정 구슬을 치우고 타로카드 더미를 부채꼴 모양으로 테이블 위에 펼쳤다.

“남자친구 있어요?”

“아뇨.”

“있으면 좋겠고?”

“네.”

“그럼 어디, 올해 연애 운이나 한번 봅시다.”

“간판에 미래는 못 본다고 써놓지 않으셨어요?”

“재미삼아 노는 마당에 못 볼 건 또 뭐겠어요? 자, 손님이 한 장 뽑고, 내가 한 장 뽑고, 그렇게 합시다.”

둘은 각자 한 장씩 카드를 골랐다.

“일단 손님이 뽑은 거부터 뒤집어 봐요.”

대학생이 고른 카드는 ‘바보(The Fool)’ 카드였다.

“흠, 손님은 바보입니다.” 대학생은 점을 이런 식으로 치는 법이 어디 있냐고 부인했지만, 촬영 중이던 친구는 정말로 바보라면서 맞장구쳤다.

점쟁이는 자기가 고른 카드를 뒤집어 대학생에게 내밀었다. ‘연인(The Lovers)’ 카드였다.

“올해 연애 운이 있긴 있네요.”

“정말요?”

“댁이 바보인 거부터 일단 인정하시면.”

“아 진짜.”

점쟁이는 어떤 스타일의 남자가 이상형이냐고 물었다. 대학생은, 잘 나가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 한 사람을 말했다.

“그 친구가 아마 이렇게 생겼지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점쟁이는 테이블 밑에서 붓 한 자루를 꺼내더니, 허공에 대고 붓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붓질을 따라 허공에 그림이 그려졌다. 잠시 후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림은 저절로 허공에서 벗겨지더니, 테이블 위로 자연스럽게 스르륵 내려앉았다. 대학생은 물론 촬영 중이던 친구도 깜짝 놀랐는데, 이 그림은 지난 번 이 멤버의 아이돌 그룹이 한정판으로 발매한 앨범 초판에 부록으로 끼워서 나눠준 브로마이드였기 때문이었다.

“가져가요.” 점쟁이가 말했다. “아픈 분들한테는 부적을 드리는데, 손님들처럼 놀러온 분들한테는 선물이나 드려야죠.”

 


8.

한 번은 교복을 입은 고등학교 여학생이 혼자서 점쟁이를 찾아왔다. 점쟁이가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학생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하였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고 물으니, 학생은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하기를 주저하였다.

“손 좀 줘 봐요.” 학생은 점쟁이가 손금이라도 보는가보다 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점쟁이는 손금을 살피는 게 아니라, 한 손으로 학생의 손을 가벼이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학생의 손목 안쪽을 지그시 눌렀다. 마치 한의사가 맥을 짚으며 진찰하듯이. 점쟁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얼마 안 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학생의 손을 내려놓았다.

“제가 딱히 뭐라고 해 드릴 말이 없네요.” 점쟁이가 말했다. “부적이나 한 장 쥐어드릴 수밖에.”

부적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음 날, 학생은 산부인과를 찾아가 조용히 임신중절 수술을 하였다.

 


9.

점쟁이를 찾아온 손님 중에는 무속인도 있었다. 무속인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점쟁이는 천막 안으로 무속인이 들어오자마자 신내림 받은 자라는 걸 알아차렸다. 외모만 보면, 작은 키도 그렇거니와 얼굴 자체도 상당히 동안이라, 미성년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리게 보였다. 그러나 영접한 귀신만큼은 제법 영험한 귀신이었다.

“미래를 보지 않는 사람이 차렸다는 그 점집이 맞나요?” 무속인이 호기롭게 물었다.

점쟁이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이렇게 물었다. “이 곳에 볼 일이 없을 분 같은데, 무슨 일로 오셨지요?”

“천기를 발설할 자신이 없어서 미래는 보지 않는다고 써놓은 겁니까?” 무속인은 점쟁이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낭랑한 목소리로 질책하였다. “수양이 모자란 자는 천기를 보아도 발설하지 말아야하는 법. 그렇지 않으면 감히 천기를 누설한 과오로 고스란히 대가를 치르게 될 터. 보아하니, 교묘하게 사람들을 상대로 사술이나 벌이면서 부족한 내공 수련을 감추고 있는 거 아니오?” 무속인은 겉보기와 달리 나이 든 사람이 격식을 차리는 듯한 말투였는데, 목소리의 울림이 상당히 깊었다.

“네 이놈.” 점쟁이가 목소리를 내리깔렸다. “지금 네 어깨에 올라탄 자가 황금갑옷 장군 귀신이라 그리 오만방자한 것이냐, 아니면 고작 몇 번의 경신수련(*구도자들의 수련 중 한 종류.)으로 신통력이 조금 트인 것을 믿고 만물을 깨우친 양 착각하여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이냐?” 어두운 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바다 속 심연처럼, 음산하고 싸늘한 울림이 점쟁이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왔다.

“우주 자연이 3천년을 주기로 3천년에 거쳐 생성되고 3천년에 거쳐 존속되며 3천년에 거쳐 소멸된다. 생성과 소멸이 영겁의 세월동안 거듭된 이 우주에서, 네가 얼마나 작은 먼지에 불과한지는 알고 있느냐?” 점쟁이의 목소리가 점점 더 날카롭게 그르렁거렸다. 포효하기 직전의 호랑이가 낮은 목소리로 긁는 사자후 같았다.

“지금 이 우주에 네가 섬기는 황금갑옷 장군 귀신과 동급으로 장군 귀신이 몇이나 있을 것 같으냐. 짐작이나 해보았느냐. 몇 천? 몇 만? 수십만? 백만? 천만? 수십, 수백, 수천억? 우주에 현존하는 장군 귀신의 수가 몇인지 그 헤아릴 수 없는 무량대수를, 너는 셀 수 있느냐?”

젊은 무속인은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점쟁이가 말할 때마다 공기가 점점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자신의 어깨에 앉은 장군 귀신이 곤혹스러워하는 게 마음으로 느껴졌다.

“너는 가면 속에 가려진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이느냐?”

무속인은 사과를 표한 뒤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10.

방송국 사람들이 점쟁이를 찾으려 했을 때, 점쟁이는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인근 상가를 돌며 탐문해보니, 식당집 사장이며 카페 알바까지 점쟁이의 천막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 천막을 본 게 언제냐는 PD의 질문에는, 다들 ‘글쎄요’라며, 그러고보니 언제부턴가 안 보이더라, 정도의 반응뿐이었다. 마치 그들도 질문을 받고나서야 천막이 사라졌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식이었다.

제작진은 하는 수 없이 소셜 미디어에 떠도는 소문, 사진, 동영상, 그리고 수소문 끝에 점쟁이를 만난 적이 있다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등, 주변 자료를 구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마술 같은 기행과 독특한 차림새 등, 흥미로운 요소야 충분했지만 당사자를 직접 만나지 못한다는 게 아무래도 아쉬운 노릇이었다.

그러자 PD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방향을 ‘소문만 무성한 미스테리’ 느낌으로 바꿔서, 과연 그 점쟁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소문에 불과한지를 호기심의 포인트로 삼아, 프로그램 자체를 재기획하였다. 인스타그램의 사진들, 트위터의 후기들, 유튜브의 영상 등은 모두 진위를 알 수 없는 떡밥들인 양 프로그램 곳곳에 활용하였고, 점쟁이를 만났다는 목격자들의 인터뷰와 더불어 점쟁이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허탕만 쳤다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그리고 현직 마술사, 무속인, 영상기술 전문가, 심리학 교수 등을 인터뷰하며 그들 나름대로 추측한 내용들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프로그램은 나름 신선한 흥미를 이끄는 데에 성공했다. 비록 그 중 태반은 이미 온라인에서 떠도는 내용들이었지만, 그것들이 매스미디어의 프로그램을 통해 정돈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젠 초등학생들도 페이스북 메시지로 가면 쓴 점쟁이 소문을 이야기하였고, 노년층의 단체 카톡방에는 ‘충격! 가면 쓴 점쟁이, 정부가 미국의 분노를 사서 한국에 전쟁이 날 거라고 예언!’이라는 제목으로 가짜 뉴스가 공유되기도 하였다. K팝에 관심이 생겨 유튜브를 서핑하던 외국인들도 동영상을 통해 가면 쓴 점쟁이 이야기를 접하였다. 급기야 외신에선 흥미용 해외토픽으로 ‘한국의 가면 쓴 점쟁이 이야기’를 짤막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11.

그러던 어느 날, 가면 쓴 점쟁이가 다시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다시 점집을 차린 것은 아니었고, 그가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튜브 채널이 등장했다.

채널 이름은 <Fortune Unteller>였는데, <1st Trailer>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동영상에는 잠적해있던 가면의 점쟁이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테이블에 팔을거리고 앉은 점쟁이는, 화면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꾸벅 인사를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하얀 면장갑을 낀 손으로 손짓을 하자, 테이블에 놓여 있던 타로 카드들 중 서너 장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점쟁이가 그 중 하나를 골라 뒤집은 다음, 화면에 대고 빈손 검지 끝으로 카드의 내용을 가리켰다. ‘마법사(The Magician)’ 카드였다. 그러다가 화면이 순식간에 검게 변하더니, 하얀색 이탤릭체로 「Streaming D-7」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영상이 끝났다.

사람들은 허공에 떠오른 카드가 마술 트릭인지 CG영상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점쟁이의 신통력인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며칠 뒤, <2nd Trailer>라는 제목으로 짧은 영상이 올라왔다. 어두운 화면 속, 12개의 별자리가 시계에 쓰인 숫자마냥 둥글게 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원형으로 둘러싸인 한 가운데에 점쟁이가 서있었다. 점쟁이는 별자리의 별빛을 받아 푸르스름한 빛깔로 물들어 있었다. 점쟁이는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어 화면을 향해 들이댔는데, ‘교황(The Hierophant)’ 카드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영상 전체가 까맣게 변하더니 하얀색 이탤릭체로 「Streaming Tomorrow KST 11:30 PM」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영상이 끝났다.

 


12.

한국시각 오후 11시 30분, 점쟁이가 유튜브 스트리밍 방송을 시작했다. 채팅창엔 일찍부터 몰려든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다. 화면 속 점쟁이는 어딘지 모를 공간에 있었는데, 작은 빛 아래에 상반신만 보이고 등 뒤로는 어두운 걸로 보아, 점쟁이 자신의 천막 안에서 방송 중인 듯했다.

방송이 시작되고도 점쟁이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그러자 채팅창엔 저마다 떠드는 소리, 진짜냐 저거, 우리 낚인 거 아니냐, 지금 전신 사이즈 사진 판넬 세워 둔 건지도 모른다, 버퍼링인가, 하는 말과 someone plz explain in english idk whatz goin on, is he real or not, man speak some, 같은 영어와 어느 나라 문자인지 모를 말들로 뒤죽박죽이었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점쟁이가 드디어 입을 열자, 채팅창이 더 분주해졌다. 네 들려요, 헐 진짜였어, 버퍼링 아닌 듯, 예압, he said can u hear me rite, ya exactly, idk that he can speak english, 등의 말들이 올라왔다.

「궁금한 게 많으시죠?」 채팅창에 그렇다는 말과 더불어 온갖 질문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질문들이 너무 많네요.」 어찌나 말들이 많은지 채팅 문구가 순식간에 갱신되길 계속해서 채팅 내용을 읽어볼 겨를조차 없을 정도였다.

「딱 하나만 보여드리고 방송 종료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채팅창에 대고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볼멘소리를 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점쟁이가 머리에 쓴 모자를 벗고, 입을 가린 마스크를 벗었다. 눈에 쓴 선글라스를 벗었을 때, 사람들은 점쟁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점쟁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안면 전체를 덮은 검은색 가면을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가면이 벗겨지고, 점쟁이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모든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모두의 팔에 저절로 소름이 돋았다.

화면 속에 공개된 점쟁이의 얼굴은, 시청자들 자신의 얼굴이었다.

PC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방송을 보던 김 씨는 놀란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학원에서 야간수업을 마친 뒤 지하철 막차를 타고 귀가 중이던 고등학생 유 양은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으로 방송을 보다가 점쟁이가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가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고 주변 눈치를 살폈다. 객실 내에서 유 양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사람들은 절반 정도였는데, 쳐다보지 않은 나머지 절반은 유 양과 마찬가지로 점쟁이의 스트리밍 방송을 휴대폰으로 보는 중이었으며, 점쟁이가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에 놀라 정신을 놓은 나머지 유 양의 비명을 귓등으로 흘렸다.

미국에서 방송을 보던 브라이언운 점쟁이가 자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Oh my god, oh my god!’을 연발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이언의 귀에는 점쟁이의 말이 시종일관 영어로 들렸는데, 여기에 점쟁이가 자신의 얼굴까지 하고 있는 걸 보았으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경악해 하는 게 당연했다. 브라질에서 시청 중이던 로드리게스도 놀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로드리게스의 귀에 점쟁이의 말이 포르투갈어로 들렸다는 점, 로드리게스가 포르투갈어로 놀라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충격을 받은 건 브라이언과 마찬가지였다.

시청자의 얼굴을 한 점쟁이는, 마치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 여러분 당신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다 보인다는 듯 싱긋 웃었다.

「제가 여러분께 보여드릴 건, 여러분 자신 밖에 없습니다.」 점쟁이가 말했다. 미국에 사는 브라이언에게는 「What I can show, just what you are.」라고 들렸다. 로드리게스에게는 당연히 포르투갈 어로 들렸다.

점쟁이는 조명을 어둡게 만들고 모래 가루를 꺼내어 허공에 뿌렸다. 허공에 맺힌 모래 가루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모양을 이루었다.

「Live in now, Feel the moment.」

마치 허공에 캘리그라피를 수놓은 것 같았다.

점쟁이가 모래 가루를 한 번 더 뿌리자, 허공에 맺힌 문구가 바뀌었다.

「Be yourself, Good luck.」

점쟁이가 탁,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방송화면 전체가 순식간에 화염으로 뒤덮였다. 그 상태로 방송이 종료되었다.

사람들은 그 날의 방송을 두고 많은 말을 하였으나,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당시 스트리밍 방송을 파일로 녹화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녹화한 파일을 재생시키면 검은 화면만 나왔다. 녹화 파일에는 아무 것도 저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점쟁이의 그날 방송에 대해서는 아무런 단서도 구할 수 없었다. 그저 모든 사람들이 확실하게, 공통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네 가지 문구뿐이었다.

Live in now, Feel the moment. Be yourself, Good luck.

이 네 가지 메시지만은 모두가 전달받았고, 모두가 기억하였다. 그러나 끝내, 메시지 전달자의 얼굴은 알아낼 수 없었다.

아무도 나의 얼굴을 모를 것이다.

두영

"I'm the one I should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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