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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찌찌레이저

2019.10.06 22:2710.06

 

여자라면 누구나 성인이 되는 해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이 무섭다고, 내 몸은 나의 몸이라고, 인공 자궁에서 열 달 내내 잘 키우고 아주 좋은 성분의 분유를 만들 기술력이 있지 않냐, 아무리 외치고 반항해도 거부할 수 없었다. 100% 순수한 인간은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아주 소중한 존재였다.

 

언제 태어났는지 모를 정도인 고대의 망령들. 장기를 바꾸고 부품을 바꾸고 새 기계가 나오면 교체하면서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사람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아주, 아주아주……유교적이었다! 몸뚱이는 기계가 됐으면서 정신만은 고릿적부터 내려온 파일을 백업받은 양반들이라 떼잉, 뜻 같은 추임새가 없으면 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단어에 한 번씩 내뱉어야 한다고 프로그래밍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놈의 K-패치가 뭔지.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생활보조필수품인 파더칩을 손등에 삽입했다.

 

유교의 망령들은 아기를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은 모조리 틀어막았다. 대표적인 게 동성결혼과 생활동반자법이었다.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관계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인간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생산에만 있다는 태도였다. 뇌에 직접적으로 백업도 가능해서 사상이 불순한 사람들은 어딘가로 잡혀가 새로운 정보를 이식해 돌아온다고 했다. 아직 뇌는 고도로 발달한 현재에도 이식 외에 직접적인 정보삽입은 못 한다고 하지만 모를 일이었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아기를 키우는 행복을 누려야지!”

 

“순수혈통인 아기를 품고 낳을 귀한 몸인데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지!”

 

“예로부터 아기는 엄마가 열 달 동안 잘 보살피고, 낳아서도 모유수유를 해야 아기가 잘 자라는 법이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음모론으로는, 저 기계인간들이 100% 순수한 인간이 되고 싶어 아기를 낳게 하고, 키우고, 입맛에 맞게 잘 성장하면 그 몸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었다. 신빙성이 있는 말이었다. TV에 자주 나오던, 뇌 빼고는 모조리 인공 장기, 배양한 인공 피부, 인공 뼈로 교체한 국회의원이 자리에서 물러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 대신 그 국회의원의 아들이 아주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국회의원과 같은 말투나 버릇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본인 DNA를 바탕으로 외모를 커스텀한 건지 외양도 그 국회의원의 상위 버전이었다!

 

그러다가 나이를 먹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인공장기로 교체해 쌩쌩해지겠지. 그러면서 여자는 순수혈통의 아기를 낳아야 하니까 아파도 병원 치료만 받아야 했다. 완경이 되기 전까지, 여자는 아파도 가슴 외에는 인공적인 그 무엇도 이식할 수 없었다. 완경이 되면 인공관절이니 인공심장이니 이식할 수 있으니까 다행인가.

 

-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남자들은 정자만 멀쩡하면 된다고 좆도 키우잖아! 인공 자궁시설도 있고 남자에게 인공자궁을 이식해서 임신하게 할 수도 있으면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그놈의 순수혈통이 뭔데. 여자 남자가 섹스, 안 되면 인공수정으로 임신하고 열 달 내내 배 속에 있다가 자연분만으로 낳아 모유를 먹이며 엄마가 아기를 키워야 한다니, 이 무슨 밀레니엄 시대 같은 소리인지. 나의 모든 것을 여기에 저장한다……따위를 유언으로 남기더니, 지금 이 시대에 이게 무슨 일이냐고!

 

 

 

 

 

“나 너무 무서워. 수술하기 싫어!”

 

”괜찮아. 수술 잘 될 거야.”

 

“도망갈까? 임신과 육아가 자유로운 나라로 도망가는 거야!”

 

“남자들은 자동차 부품 바꾸듯이 신체를 바꾼다잖아. 뭐가 무서워서 도망을 가! 그냥 가슴에 기계부품 하나 넣는 것뿐이야.”

 

“수술하고 나면 브래지어를 매일, 24시간, 잘 때도 착용해야 한다는데 넌 할 수 있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왜 내 몸을 내 마음대로 못하고 국가에서 정해준 대로 임신을 해야 해? 난 못 해, 아니 안 해!”

 

그렇게 울부짖었던 내 친구 세희는 도망가다가 잡혀 20살이 될 때까지 안전가옥에 있다가 20살 생일이 지나서가 아니라, 20살이 되던 해 1월 1일 0시에 가장 먼저 인공 가슴 이식 수술을 받았다. 몇 달 만에 만난 세희 복수할 거라고, 이 사회를 때려 부수고 싶다고 울었다. 나도 세희를 안고 엉엉 울 수밖에 없었다. 기계 다리도, 기계 팔도, 인공심장도 없었다. 오로지 신체에 허락된 인공적인 것은 원활한 모유 수유를 위한 인공 가슴뿐인 인간 여자는 너무나도 무력했다.

 

 

 

국가는 세희를 주의할 인물로 보고, 세희와 가장 친한 친구인 나도 수술을 거부할까 생일이 되는 날 바로 이식 수술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게 바로 오늘 아침 8시였다. 세희는 내 생일을 축하한다며 음식을 바리바리 싸 와서 차려주었다.

 

“옛날엔 수술 전에 금식이었다며? 요즘도 그랬으면 수술 내일 했으려나?”

 

“미안해 하다야. 나 때문에…….”

 

“네가 미안할 게 뭐 있어. 국가가 좆 같아서 그런 건데. 문병 올 필요는 없고, 퇴원할 때 와줘.”

 

“진짜 미안해.”

 

“괜찮아. 난 뭐, 인공 가슴 수술하는 거 별 생각 없었어. 여자라고 인공신체로 안 바꿔주는 게 더 짜증나지.”

 

최근에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보조장치도 나왔다는데, 일반적인 신체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여자들은 사고가 나도 되도록 본인의 신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최선을 다해 주는 데다가, 애초에 그런 위험한 활동은 제한되어 있어서 하지도 못한다.

 

국가에서 태어날 때부터 자랄 때까지 생활 전반적인 것 대부분을 지원해주지만, 그건 일종의 사육이었다.

 

“좆 같아도 어쩌겠어. 돈이 없는데.”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는 세희를 보며 미역국을 한 입 먹었다.

 

“야, 날 죽여서라도 수술을 말리고 싶었니……? 맛 더럽게 없어. 넌 정말 요리하지 마.”

 

“해줘도 난리야!”

 

“차라리 사오라고!”

 

그렇게 우리는 웃고 울면서 조촐한 생일파티를 했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20살이 되는 해, 추울 때 수술받는 게 더 좋다면서 재빠르게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인간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며 가슴의 크기나 모양은 원형을 유지한채 풍부한 영양분이 가득한 모유를 생성할 수 있는 기계부품만 설치했다. 의사가 유선이 어쩌고 모양이 어쩌고 수술 후 부작용은 없을 것이며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길 경우에는 즉시 병원으로 오라는 당부를 했다. 그러나 절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너무 아픈데요…….”

 

“요즘 사람들은 기계부품을 몸 안에 너무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약간의 고통만 있어도 병원으로 달려와 고쳐달라고 하지요. 강하다님, 이 고통이 당신이 인간이라는 증거입니다.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주사 한 방이면 이런 거 못 느끼잖아요. 진통제 놔주세요.”

 

“강하다님은 순수혈통을 낳게 될 귀한 몸입니다. 그런 것에 너무 의존하면, 나중에 아기를 낳을 때 더 힘들다고 느껴질 겁니다. 참고 견디십시오. 참, 이왕 수술하는 거 크기를 더 키워드릴까요? 국가에서 서비스 차원으로 하는 것이니 따로 추가금은 들지 않습니다.”

 

“좆까…….”

 

“어허, 아기를 낳을 여성이 욕이라니요. 바르고 고운 말을 써야 임신이 빨리 됩니다. 퇴원 후에 가슴을 보호하기 위한 브래지어를 계속 착용해야 하는 건 알고 있지요?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한 여성분들께는 국가에서 한 달에 5개의 브래지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니 꼭 챙기시고요. 그럼 이만.”

 

안드로이드 의사는 참으라는 말만 하고 가버렸다. 3일 동안 입원하면서 아파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다행히 3일이 지나자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다. 나는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와 일주일 치 약을 받은 채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좆 같았다. 남자들은 좆이 작으면 인공 좆도 달고, 험하게 놀다가 팔이 부러지면 그 김에 튼튼한 뼈로 교체하고, 눈이 너무 나쁘면 안경을 맞추는 게 아니라 눈알을 맞추면서! 그것도 원하는 색으로 커스텀도 하잖아! 현실이 게임인지 별 모양 반짝이도 넣는 주제에 뭐? 아기를 낳을 귀한 몸?

 

너무 억울했다. 너무너무 억울해서 머리끝까지 열이 몰렸다. 온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 이런 게 말로만 듣던 화병인 걸까? 내가 처음으로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받고 죽는 사람이 되는 걸까? 겁이 나고 무섭기보다는 화가 나고 억울했다.

 

그렇게 아기를 가지고 싶으면 인공 자궁에서 키우거나, 너희들이 자궁을 이식받아서 뱃속에 열 달 동안 품고 낳으면 되잖아! 모유 그게 뭐라고! 너희들도 분유 먹고 자랐잖아! 아기 낳기 싫어! 잘 모르는 사람이랑 섹스하기 싫다고 이 새끼들아! 좆이 작아서 인공 좆으로 교체하면 뭐하냐고. 넣고 흔들고 싸기만 한다고 소문이 자자해! 다 부숴버릴 거야!!

 

너무 화가 나서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내 눈물이 줄줄 흐르며 입에서는 엉엉 큰 소리가 나왔다. 시발시발 욕도 하고 베개에 주먹질도 했다. 너무 거세게 뛰는 심장과 가슴 통증만 아니었으면 하루종일 그러고 있었을 것이다. 지쳐서 누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 배가 고팠다. 먹자, 먹어야 버티지. 그래야 언제 배정될 줄 모르는 인공수정을 견디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핸드폰을 찾았다. 열 받아서 핸드폰도 던져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온집을 뒤지며 핸드폰을 찾는데 침대 아래쪽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손을 뻗어 잡았는데 먼지가 가득했다. 침대 아래를 청소해야 했지만 귀찮았다. 대충 먼지를 손으로 닦았다.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닦았다.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방향제가 기분을 달래주었다. 물기를 대충 털고 화장실 불을 끄는데 찌릿거렸다. 내 몸이 바닥으로 넘어지는 걸 알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깜깜했다.

 

 

 

 

 

 

 

 

기절하고 일어나니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물기 젖은 손으로 불을 끄면 가끔 전기가 통하더니 결국 오늘은 기절까지 했다. 주먹도 쥐어보고 팔다리를 굽혀보고 몸을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거울을 보니 안색도 괜찮았다. 샤워나 해야겠다 싶어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올 때 물기나 박박 닦고 나와야지.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샤워타월에 샤워젤을 묻혀 왼쪽 팔부터 오른쪽 팔까지 닦고, 샤워타월을 펼쳐 등을 닦았다. 그다음에 샤워타월을 모아 가슴팍을 닦는데……레이저가 나왔다. 소리 없이 튀어나온 레이저는 파란색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았다.

 

“…….”

 

나는 멍한 정신으로 반대쪽 가슴을 문질렀다. 구멍 옆에 또 구멍이 나 있었다. 수평이 아니고 왼쪽이 약간 내려간 걸 보니 내 가슴은 짝가슴이었다. 아니 이게 아니지. 레이저라고? 내 찌찌에서 레이저가 나간다고?

 

기계부품을 달아 사람보다 월등한 체력과 힘이 생길지언정, 칼, 톱, 레이저, 총 같은 무기류는 절대 달 수 없었다. 불법개조를 한 사람들은 감옥에 끌려서 모든 기계부품을 제거당한 채 노역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너무 무서워서 가슴을 제외한 온몸을 대충 문질렀다. 재빨리 씻고 나와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병원에 가서 이거 보라고, 어떻게 사람 가슴에서 레이저가 나오냐고, 국가에서 배상하고, 인공가슴 제거해달라고 빌던가 깽판을 치려고 했다. 절대로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나에게 죄를 묻지 말라고. 그런데 브래지어를 착용하자마자 명치가 답답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겠고 체할 것 같았다. 그동안 몸을 조이지 않고 가슴만 가려주는 브라렛을 했는데 인공가슴을 달았으니 국가에서 만든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를 착용해야만 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를 한 적이 없어서 충격이 더 큰 것 같았다.

 

답답함에 방을 걸어가면서 무의식적으로 가슴팍을 탁탁 치자 가슴에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벽에 붙어있던 컴퓨터가 깔끔하게 가로로 두 동강이 난 채 아랫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컴퓨터는 순수혈통 여성을 보조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결국 감시를 위해 국가에서 무료로 제공한 물건이었다. 이게 망가지면 수리나 교체를 하러 오고, 불순한 의도를 담아 일부러 망가뜨린 거라면 조사를 받게 되고 심하면 구금을 당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밤이니까 내일 아침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기 위해 집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할까? 제가 가슴이 답답해서 가슴을 툭툭 쳤는데 레이저가 나와서 컴퓨터를 두 동강 냈습니다. 절대 고의는 아니었고요. 그냥 교체만 해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러면 그냥 돌아갈까?

 

과연 내 몸에 생긴 이상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하지 않을 것인가? 순수혈통 인간과 레이저 쏘는 인간 중에서 뭘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가. 순수혈통은 나 말고 또 있지만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받고 찌찌에서 레이저를 쏘는 여성은 나밖에 없을 터였다. 이 일이 알려지면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거부할 명분이 생기게 될 것이다. 뭐, 아기가 먹을 모유를 생산하려고 한 건데 레이저가 나가다니, 아기를 죽일 셈이냐! 해야 말이 먹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였다.

 

다른 곳으로 도망가자!

 

돈이 많이 들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인체실험을 당하거나 살아있는 자궁노릇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가자. 이대로는 못 살겠다. 이왕 도망가는 거 인공가슴 이식수술을 하기 전에 갈 걸 후회됐지만, 어차피 돈도 용기도 없었다.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가장 우호적인 곳이 어디였지? 세희가 전에 어떻게 도망가려고 했었더라.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야 퇴원했어? 집이야? 몸은 좀 어때?”

 

“그게 문제가 아냐. 나 큰일 났어.”

 

“왜? 가슴이 아파서 그래? 의사 새끼들이 약 안 주지? 우리집으로 올래? 나 신경안정제랑 진통제 있는데 그거라도 먹을래?”

 

“네가 그걸 왜 먹어?!”

 

“아직도 가슴이 아파서. 의사는 신경성이라고, 수술은 잘 됐고 아무 이상 없다고 하는데 나는 가끔씩 아프더라고. 그래서 처방받은 거 있어.”

 

담담하게 말하는 걸 듣는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활했었단 말이야? 나한테 말이라도 하지. 목구멍이 뜨겁게 달라붙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약간의 침묵 후 세희는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곧 괜찮아지겠지 뭐. 이런 경우도 있다고 했어. 너는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가 봐. 많이 아파?”

 

“아픈 게 아니라……가슴에서 레이저가 나와.”

 

“뭐?! 이런 돌팔이 새끼들! 이거 신고감 아니야? 국가에서 배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몸에 이상은 없어? 괜찮아?”

 

“몸은 괜찮고, 컴퓨터 두 동강 났어. 내일 기사랑 경찰 같이 올 거 같아. 나 잡혀가서 인체실험 당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재수술로 끝나겠지?”

 

“……야, 떠. 너라도 나라 떠라. 도청이나 해킹당할 수 있으니까 당장 우리집으로 와.”

 

나는 전화를 끊고 나갈 준비를 했다. 너무 싫었지만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너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수술을 한 다음에는 꼭 브래지어를 착용하라고 했으니 해야만 했다. 숨을 들이마시는데 너무 답답했다. 숨을 내뱉고 다시 깊이 들이마시고 있는데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가슴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깜짝 놀라서 구멍 난 브래지어를 벗고 다른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구멍 났다. 다른 거 입었다. 또 구멍 났다.

 

“안 입어!”

 

브래지어 다섯 개에 구멍을 내고서야 브래지어 입기를 포기했다. 부랴부랴 옷장을 열었다. 티를 입고 거울을 보자 찌찌만 툭 튀어나와 보였다. 다른 옷을 입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왜 편한 게 좋다고 얇은 옷만 산 걸까? 술도 못 마시고 집에 있다가 내일 잡혀가는 건가?

 

그러다가 세희가 나한테 준 옷이 생각났다. 찾는 옷이 없어 온 방을 다 헤집고 난장판을 만들고 나서야 발견했다. 내일 경찰이 오면 도둑이 들어서 TV가 박살 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걸?

 

정신 차리고 옷을 입었다. 사방에 검은색 진주가 많이 달린 스웨터였다. 일명 찌찌스웨터. 쓸모없는 선물을 주고받을 때 받은 건데 이렇게 요긴하게 쓸 줄 몰랐다. 정말 어떻게 진주 크기도 찌찌랑 비슷한지, 어디서 산 게 아니라 한 땀 한 땀 직접 단 게 아니냐 싶을 정도였다. 특히 진짜 찌찌 위에 달린 두 진주는 화룡점정이었다. 역시 집에서는 노브라를 하는 내 친구다웠다.

 

스웨터를 입고 찌찌 위에 달린 진주를 툭 친다는 게 가슴을 건드려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당연하게도 옷에 구멍이 뚫렸다. 거울을 보니 자세히, 가슴만 빤히 보지 않는 이상 뭐가 진주고 뭐가 내 찌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래, 어차피 구멍 날 거 자연스러운 게 낫지. 스스로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패딩을 입었다.

 

주위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수상하게 보일까봐 참았다. 패딩에 있는 온열 기능을 켜고 세희 집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늦은 밤이었지만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많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계속 걷다 보니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았다. 단순히 방향이 같은데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나 싶어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다. 발걸음 소리가 따라왔다. 아주 작은 소리지만 내 귀에는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아니야, 그냥 방향이 같을 수도 있잖아. 이 근처 원룸에서 살고 있는 걸 수도 있고. 애써 마음을 달래며 골목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뒤를 따라오는 기척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니 뒤를 쫓는다는 걸 알아차린 건 아닐까 싶어 더 은밀해지는 것만 같았다. 착각인가? 한 사람이 계속 쫓아오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각자 방향으로 가는데 내가 한 사람처럼 느끼는 걸까?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내가 왔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검은색 정장을 입어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였다. 이 밤중에 저렇게 까만 정장을 입고 돌아다닌다고? 왜? 그 남자와 나는 정면으로 스치듯이 지나갔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고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어두워서 내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지나쳐간 사람의 피부는 회색이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가렸겠지만 보였다.

 

골목을 돌아 편의점 근처에 있는 정류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라 걸어가려 했는데 버스를 타는 게 빠를 것 같았다. 그러나 앞쪽에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내 뒤를 지나쳐간 사람과 똑같은 옷이었다. 아니, 안드로이드였다. 사람이라면 야간수당에 위험수당, 주휴수당까지 붙으니 어떻게든 인건비를 깎으려는 정부에서 절대 사람을 고용할 리가 없었다. 만들기만 하면 유지보수비만 드는 안드로이드가 분명했다.

 

인공가슴 수술을 받고 난 다음에 난동을 부리거나 다치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 남모르게 감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일이 있었다더라 하는 말만 들었는데 정말이었다. 컴퓨터로도 모자라서 이렇게 감시 미행을 한다고? 말도 안 돼!

 

속으로 아무로 씩씩거려도 겉으로는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겁이 났다.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가려고 하는데……너무 긴장해서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모르게 가슴팍을 툭 치자 양 찌찌에서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이 죽일 놈의 습관!!

 

“감시 대상이 공격했다! 대응 사격 허가를 요청……!”

 

이미 이렇게 된 거 다른 방법이 없었다. 패딩을 펼치고 가슴을 눌렀다. 그러자 하얀색 레이저가 별똥별처럼 정부 요원에게 나아갔다. 몸을 살짝 흔들자 정부 요원은 채 썰듯이 상체가 썰렸다. 내가 몸치지만 좌우로 흔드는 건 할 수 있지!

 

“감시 대상이 노브라다! 으아아 노브라야!”

 

“세상에 여자가 속옷도 안 하다니! 말세다! 얼른 잡아라!”

 

“너희들도 노브라면서, 이거나 받아라!”

 

뒤를 돌아 다가오는 요원에게도 레이저를 쏘았다. 이번에는 콩콩 점프를 하며 가슴을 누르자, 요원의 몸이 세로로 잘리면서 전기가 파바밧 튀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모자를 벗기자 회색 민머리가 나타났다. 사람 형상처럼 만들었으면서 사람하고 너무 똑같으면 싫다고 하여 제일 중요한 기관은 사람으로 치면 몸의 중심에 있었다. 거기에 화면도 있고 저장소도 있고 배터리도 있고 뭐라 했는데 잘 모르겠다. 중요한 건 내가 정부 요원을 아주 개박살 냈다는 것이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 사회를 때려 부수자!

 

 

 

 

 

 

 

안드로이드 정부 요원의 몸에는 당연히 위치와 상황이 파악되는 발신기가 있었다. 주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안드로이드 경찰들이 신호를 받았는지 내가 있는 쪽으로 몰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뛰어갔다. 큰길보다는 골목이 도망치기 좋겠지만, 골목에서 레이저를 쏘면 담벼락이 무너질지도 몰랐다.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이쪽이다!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소리가 들렸다. 진짜 안드로이드들은 너무 빨라! 사람들 사이에 숨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우선 편의점이 있는 쪽으로 도망가기로 했다. 살금살금 조심히 가기에는 아주 많이 늦은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뛰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골목을 돌았는데 앞에서 안드로이드 경찰이 나오고 내 찌찌에서 레이저도 나왔다! 뒤에 있던 안드로이드 경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작은 보름달처럼 보이는 눈이 귀여워 보였지만 상황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레이저가 계속 발사되고 있었다!

 

“비켜, 비켜! 레이저 맞기 싫으면 비키라고!”

 

“얼른 잡아라! 잡아서 브래지어를 입게 해야 해!”

 

“신성한 여성의 몸을 함부로 굴리다니, 벌금형이다!”

 

“최대한 다치지 않게 잡아야 해. 저 테러범은 며칠 전에 인공 가슴 이식 수술을 한, 예비 엄마다! 우리들의 엄―”

 

“좆 까라 이 새끼들아!”

 

그러나 목표지향적인 안드로이드 경찰들은 나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나는 죽어라 앞만 보고 달리면서 레이저를 발사했다. 차라리 큰길가로 가야지, 골목에 있다가는 무너진 잔해에 깔려 죽을 것 같았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간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벽을 자르고, 발로 살짝 밀어 넘어뜨렸다. 쿵쿵 소리가 났지만 별 수 없었다. 나를 잡으려고 하는 손을 자르려다가 몸을 자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알 게 뭐야. 얼른 도망가야 했다.

 

열심히 뛰긴 뛰는데 상대는 안드로이드였다. 당연히 내 뒤를 바짝 쫓다 못해 롱패딩이 잡혀버렸다.

 

“잡았다!”

 

나는 대꾸도 없이 롱패딩을 훌렁 벗어제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으헉, 헉, 세상에! 이런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남세스럽게 저, 저런 옷을 입고 다니다니!”

 

“망조가 들었어! 나라가 망하겠어!”

 

“저렇게 많은 저, 젖꼭지라니!”

 

상의 여기저기 달린 검은 진주가 경찰들이 쏘는 빛을 반사해 아름답게 빛났다. 마치 눈뽕을 맞은 듯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 지 몰라 허둥지둥거리는 놈, 내 가슴을 뚫어져라 보는 놈도 있었다. 가슴만 쳐다보는 놈은 앞서 가는 안드로이드와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다. 성별이 없는 안드로이드지만 K-패치는 무시무시했다.

 

“그래 노브라다. 이게 사람 찌찌다! 젖꼭지 없는 안드로이드라 속옷 안 입어서 좋겠다 이 새끼들아!”

 

너무 열받아서 추운 것도 몰랐다. 우왕좌왕하는 안드로이드들을 뒤로 한 채, 열심히 벽에 구멍을 뚫어서 도로가로 나왔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공버스나 택시를 탈 수 없으니 계속 뛰어가려 했는데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 주변에는 경찰차가 한가득 깔려있었다. 좆됐다.

 

“얌전히 투항하라! 다시 한 번 반복한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경찰들이 너무 많았다.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경찰이란 경찰은 다 몰려온 것 같았다. 이렇게 끝인가? 얌전히 잡혀가는 수밖에 없나? 국가에서 바라는 대로 순순히 협조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새 나를 쫓아왔던 안드로이드들이 뒤쪽도 막아버렸다. 가슴 근처에 있던 손에서 힘이 서서히 빠졌다.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라! 미래의 아기를 생각하라!”

 

“너희들이 붙여놓았으면서 뭘 버리래! 시발, 이게 너희들이 그렇게 바라던 모유다 이 새끼들아!”

 

나는 양손으로 중지를 펼쳐 엿을 먹인 다음에 그 손가락 그대로 가슴을 눌렀다. 골동품 상점에서 발견한 오르골에 있던 발레리나처럼 빙글빙글 돌자 하얀색 레이저도 빙글빙글 돌면서 발사되었다. 레이저가 발사되는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많은 경찰과 경찰차가 깔끔하게 썰렸다. 이리저리 도망가는 경찰도 있었지만 내가 엇박자로 몸을 한 번 흔들어주면 갈팡질팡하다가 두 동강이 났다.

 

펑펑 터지거나 부서지는 소리는 없었다. 레이저는 깔끔하게 모든 것을 잘라버렸다. 안드로이드도, 자동차도 모두! 너무 신나게 춤을 췄는지 스웨터가 너덜너덜해졌다.

 

“본부 지원 바란다! 지금 상황은……!”

 

사선으로 잘렸는지 왼쪽 팔만 남아 본부에 연락을 하는 경찰을 발견했다. 역시 이 밤중에 일하는 사람은 다 안드로이드군. 나는 경찰의 손을 마이크처럼 잡고 말했다.

 

“찌찌 레이저를 맞고 모두 다 당했다! 너희들도 내가 다 썰어버릴 거야!”

 

가슴을 탁 치고 몸을 살짝 숙이자 안드로이드의 손이 깔끔하게 잘렸다. 어차피 이들의 뒤로는 파더 컴퓨터가 있었다. 그걸 부숴 버려야 이 거지 같은 K-패치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을 거다. 빌어먹을 유교 사상, 빌어먹을 순수혈통주의자 같으니. 자기들은 인조인간이면서!

 

“반항은 소용없다. 여자의 몸으로 어디까지 반항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순순히 투항해라! 국가를 위해 헌신해라!”

 

나불거리는 머리통이 짜증나서 공을 차듯 뻥 차려고 했는데 내 발만 아플 것 같았다. 무거운 기계머리를 날려버리기에 인간의 발은 너무 연약했다. 안면 부분을 돌려 땅바닥에 묻어버리자 계속 나불거리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발로 한 번 더 꾹 밟아주고는 스웨터를 벗었다. 너무 더웠는데 옷을 벗으니 시원했다. 그래도 땀이 식으면 추울 것 같아 멀쩡한 재킷을 찾아 헤맸다. 가슴 아래쪽부터 허벅지까지 사선으로 잘린 코트를 발견했다. 안드로이드라 온도조절장치도 없는, 단순한 코트였지만 이게 어디냐 하고 탈탈 털어 입었다. 여밈이 없어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지만 상관없었다.

 

핸드폰을 찾아 주머니를 매만지자 다행히 그 난리에도 떨어지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바로 음악 어플을 켜서 플레이리스트를 뒤졌다. 음악의 역사에 대해 배울 때 짧게 훑고 갔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왔던 음악이었다. 음악을 재생하자 흥겨운 비트가 울려퍼졌다.

 

“너의 말이 그냥 나는 웃긴다!”

 

절대로 도망가지 않겠어. 끝까지 싸울 거야. 가자, 다 부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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