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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구원자 - 2.멸망

2019.09.05 02:4209.05

-멸망- 


 

암흑 속.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기억 속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8년 전 한국우주연구소의 실험실로 돌아간 효진. 원자 가속기로 입자 충돌 실험을 시작하는 육완영 교수의 모습을 연구원 가운을 입은 효진과 호준이 안전지대에서 모니터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 

갑자기 모니터 화면이 빛나며 실험실 안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충격을 받아 기절하며 자리에 쓰러지는 효진. 쓰러진 자신의 위에서 양 팔을 가슴에 대고 누르며 심폐소생술을 하는 호준의 얼굴. 

 

어느 순간. '번쩍' 하며 모든 것들이 하얗게 변한다. 

 

'쿵... 쿵.. 쿵. 쿵. 쿵.' 

 

효진에게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뜬 효진. 자신을 둘러싼 채 내려다 보고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땀에 흠뻑 젖은 자신의 몸. 상체를 일으켜 앉자, 코에서 코피가 주륵 흘러내린다. 

 

"어?! 정신이 드세요??"

"아.. 제가 심장 수술을 해서, 심장 제세동기가 작동하면 이래요." 

"네?! 아, 네.. 지금 구급차가 오고있어요.."

"아니에요, 전 정말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이제 됐어요."

 

자신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떨어트린 소지품을 챙겨 자리를 뜨는 효진. 

비틀비틀 컨벤션센터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며 다시 집에 전화를 걸면, 여전히 연결 불가 신호만 들린다. 

절망하여 눈을 꽉 감은 채, 양 손에 얼굴을 파묻는 효진. 그때 전화가 온다. 

 

"박사님. 괜찮으세요?"

 

들려오는 임 연구원의 목소리.

 

"서울 집에 연락이 안돼. 임 연구원도 집이 서울이지?"

"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현 시간부로 연구소, 재난상황 모드로 셧다운하고 직원들 전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안내좀 부탁해."   

"박사님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모르겠어..." 

 

통화를 마친 효진. 길가로 나가서 손을 들자, 이를 알아보고 다가온 무인 주행 택시를 탄다. 

 

*

 

"가까운 호텔."

 

음성을 인식하여 목적지가 표시된 지도를 유리창에 띄우고, 스르륵 출발하는 택시. 

효진이 손을 이마에 얹은 채 눈을 감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차가 갑자기 급정거 하며 크게 흔들리는 통에 앞쪽으로 엎어지는 효진.   

어디론가 급하게 떠나는 듯. 난폭하게 차선을 바꾸며 과속하는 다른 차를 효진이 탄 택시가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 효진. 길거리의 대형 마트의 출입구에 식료품을 한 가득 사서 나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

 

'1006호' 팻말이 붙은 호텔방 문을 열고 객실 안으로 들어온 효진. 창문으로 빛이 환하게 잘 드는, 킹사이즈 침대가 놓인 넓고 깔끔한 객실이다.  

침대에 걸터 앉아 리모컨으로 TV부터 켜는 효진. 

서울 상공에 떠있는 헬리콥터를 탄 기자가 생방송중인 화면이 나온다. 

헬리콥터 창문 너머 건물들이 온통 불타고 있는 서울을 내려다 보며 상황을 묘사하는 기자. 

계속해서 이곳 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 제 눈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서울이 불타고 있습니다.." 

 

TV화면을 보며 또다시 호준과 통화를 시도하는 효진. 그러나 여전히 전화는 계속 불통이다. 

 

"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멀티 안경을 완전히 벗어 던지고 손목에서 시계도 풀어 다 내 던지는 효진. 그리곤 침대에 몸을 던져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한다. 

 

*

 

사모아 제도 우폴루섬. 

먼지 하나 없이 투명한 하늘, 바닥까지 다 보이는 푸른 바닷물 위로 앞뒤로 두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육중한 수송용 헬리콥터 한대가 날아오더니, 이 평화로운 남태평양 휴양지의 한 리조트 단층 집 옆으로 낮게 내려 앉는다. 

헬기에서 뛰어 내려 순식간에 창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이 닥치는, 방탄복과 기관총으로 완전 무장한 여덟명의 미 해병대 특전사 대원들.

그러나 거실 바닥에 작은 노트북 한 대가 켜져 있을 뿐, 집 안이 텅 비어있다.

 

"여기는 알파 팀, 사람은 없고 가동중인 컴퓨터 한 대 뿐이다 오버."

"원격 조정장치 설치 바란다. 본부에서 원격 조사하겠다."  

"라져"

 

부대장이 뒤돌아 부대원을 향해 수신호하자, 그중 한명이 노트북 옆으로 가서 USB포트에 통신장비를 꼽는다.  

 

연합 한국 육군본부 지하 벙커 상황실. 

별 네개의 계급장이 달린 군모를 쓴, 얼굴에 관록이 느껴지는 멋진 주름을 가진 육군대장이 군용 수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 

 

"음 그래. 알았다."

 

수화기를 내린 육군대장. 자신의 앞쪽, 거대한 스크린 화면에 그 모습이 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말한다. 

 

"방금 미국쪽에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용의자는 유태식. 서울에 있는 블록체인 회사, 테트라 체인 대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더이상의 언론 통제는 불가능 하니, 이번 한번에 못 잡으면 이제 대 혼란 상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가능하신 모든 재원의 투입 부탁드립니다." 

"그러죠."

 

인천국제공항.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급하게 해외로 출국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공항. 

국제선 출국장 112번 게이트. 전광판의 행선지 상하이 옆으로 지연 표시가 떠있고, 탑승 게이트 앞쪽으로 탑승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갑자기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타나는, 완전 무장한 연합 한국 육군의 특수부대 군인들.

 

"테러 용의자 체포 작전중입니다. 모두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손 머리위로 올리세요!" 

 

순식간에 얼어 붙는 분위기. 모든 사람들이 멈춤 상태로 손을 머리위로 올린다.

그 중 고개를 숙이고 있는 중절모를 쓴 한 남자에 붉은색 사격 조준 레이저빔이 집중된다. 

 

"유태식씨. 당신을 서울 폭발테러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

 

울어서 붉어진 눈으로 호텔방 침대에 누워 생방송 뉴스를 보고있는 효진. 

온통 불에 타는 자동차들로 아수라장인 서울 강남의 코엑스 사거리 도로를 비추는 화면. 

기자가 그 도로 옆에서 교복을 입은 10대 여학생 생존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업 중에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었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서... 애들이 옷에 불이 붙어서 막 뒹굴고 뛰는데... 무서워서 숨어있다가 밖으로 도망쳐 나왔어요.. 근데 밖에 건물이랑 차들도 다 불타고 있고,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뉴스 스튜디오를 보여준다. 

뉴스 데스크에 앉아있는 진행자가 속보 소식을 전한다.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서울 폭발테러의 유력한 용의자가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군 병력에 의해 검거되었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휴대폰 영상을 찍어 저희 중앙뉴스 제작진에 보내왔습니다. 김기동 기자, 상황이 어떻게 된건가요?"

 

뉴스 스튜디오에 나와있는 기자가 진행자의 말을 받아 설명을 한다. 

 

"네. 오늘 오전 11시경 원인을 알 수 없는 공격에 의해 서울 지역에 있는 모든 시설에 화재가 발생하였는데요,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한 연락이 전혀 안되고 있어서, 지역 내 모든 통신장비 시설이 파괴된 걸로 추정됩니다. 현재 군 병력은 물론 전투기, 장갑차 등이 시민들이 생활하는 곳 까지 나온 상황이어서 일각에서는 전쟁이 터졌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시민들 사이에 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건발생 후 네시간 이상 경과한 현재 오후 세시 반 까지 정부 당국에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 놓지 않고 있는데요, 인천 국제공항에서 있던 한 시민이 군 병력의 테러범 검거작전으로 보이는 휴대폰 영상을 저희쪽에 제보해 왔습니다. 영상 보시죠." 

 

TV화면에 휴대폰으로 촬영된 영상이 나온다.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특수부대 군인들에 의해 검거되는 순간의 유태식이 보인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촬영하고 화면 확대까지 했는지, 유태식의 얼굴이 아주 잘 보인다. 

계속되는 기자의 설명과 함께 유태식의 신상정보와 그가 대표로 있는 블록체인 업체, 테트라 체인과 관련된 자료화면이 나온다.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펑' 터지며 연기와 불꽃을 내뿜는 TV. 

침대에 누워있던 효진이 놀라서 자리에서 튕겨 일어나 소화기를 찾아 TV에 뿌리는데, 

냉장고 쪽에서 더욱 거세게 불꽃이 터져나온다. 

불끄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던진 시계와 안경쪽을 보면, 그것들도 불을 내며 타들어 가고 있다. 

시계를 태우던 불이 커튼으로 옮겨 붙기 시작하는걸 본 효진. 맨발 그대로인 채 호텔방 밖으로 뛰쳐나간다.

다른 객실에서 난 불로 이미 연기가 가득한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 비상구 문을 여는 효진. 

호텔 건물 외벽에 설치된 철제 계단이 나온다. 철제 계단을 타고 10층 부터 아래쪽으로 뛰어 내려가는 효진. 계단 밖 사방에서 비명소리와 폭발음이 들리며 온통 불바다인 아비규환이 펼쳐져 있다.

1층까지 도착해서 호텔 건물을 벗어난 효진. 어느 사방을 둘러봐도 모든 건물과 차량이 불이 붙어 타오르고 있다. 

무조건 뛰어 나가며 황급히 두리번 거리는 효진의 눈에 조금 떨어진 곳의 공원이 들어온다. 

공원을 향해 뛰는 효진. 주변 길가에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끔찍한 모습들이 보인다.

 

'우우우우웅~~~ 콰아앙!!~~~'

 

효진의 뒤쪽으로 대형 여객기 한대가 하늘에서 떨어지다 효진이 도망쳐나온 그 호텔에 부딪혀 큰 폭발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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