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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만회반점

2019.06.06 23:2406.06

나는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 집 군만두는 속이 꽉 차 있고, 육즙을 잘 간직한 고기 속이 바삭한 피와 함께 씹히는 것이 정말 맛있다.

여길 처음 찾았을 때, 무슨 메뉴를 고를지 고민하던 내게 주인 여자가 권한 것이 군만두였다. 우리 집 만두는 냉동육을 쓰지 않아요. 갓 잡은 고깃감을 다져서 속을 채우지요. 그 말을 나는 내심 비웃었다. 알 게 뭐람, 내가 고기의 원산지와 유통과정을 의심한들 확인할 길이 없지 않은가? 다진 고기인데. 그렇게 주문한 만두는 전엔 맛본 적 없는 것이었다. 좋은 고기를 썼단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이렇게 맛있는데 손님이 없어요? 내 물음에 주인 여자가 웃었다. 몇 안 되어도 오는 분들은 계속 와요. 그러다 그만 오기도 하고, 그러면 또 다른 단골이 생기고. 나는 나 외의 손님을 본 적이 없지만, 여태 망하지 않은 걸 보면 제법 벌이가 되는 모양이었다. 작은 가게이니까 단골 장사만으로도 유지가 되는가 보았다. 나도 만회반점을 자주 찾는 사람 중 하나였다. 아니, '자주'라는 표현은 너무 겸손하다. 매일 찾았다. 옛날부터 원체 중국음식을 좋아했고, 특히 군만두를 좋아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바로 옆 상가 단지에 이런 가게가 생긴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몰랐다.

 

밥이며 국에서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작은 접시에 갈비찜을 조금 덜어 들고 아들의 방문을 두드렸다. 여러 번 노크를 했으나 별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나는 문을 열었다. 헤드폰을 끼고 있던 아들이 황급히 컴퓨터 모니터를 끄곤 신경질을 냈다.

"노크하라고 했잖아요."

"했어. 이것 좀 먹어 볼래? 나는 맛을 통 모르겠다……."

접시를 받아든 아들이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나는 아들의 표정을 살폈다. 입가에 양념을 잔뜩 묻힌 채 고기를 씹는 모습이 매우 지루해보였다. 직접 한 것도 아닌데 간을 볼 필요 있어요? 아들이 중얼거렸다.

"짜진 않지?"

아들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리곤 빈 접시를 내밀며 대꾸했다.

"갖고 나가요."

음식에 문제가 없다면 나에게 문제가 생긴 것일지도 몰랐다. 갱년기가 오려는 모양이었다.

닦은 식탁에 수저를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네 사람이 앉을 자리였다. 집에 손님이 오는 일은 거의 없었고, 식구 수대로 의자가 있으면 충분했다. 남편과 나, 아들이 앉는 자리. 집을 나간 딸의 자리엔 어느 순간부터 시아버지가 앉기 시작했다. 근처에 사는 시아버지는 혼자 밥 차려 먹기가 적적하다며 매일 우리 집에 와 점심과 저녁을 들고 돌아갔다.

방금 뜬 국과 밥에서 김이 오른다. 점심 먹어요, 하는 내 목소리에 하나 둘 식탁으로 모인다. 큰방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남편과 시아버지가 나오고, 제일 늦게 아들이 나온다. 대학을 자퇴하고 창업으로 성공하겠다며 종일 밖에 나가있던 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수년 전 일이었다. 그 후로 아들은 바람을 쐬겠다며 뛰쳐나갈 때 외엔 늘 제 방, 집에 있는 방 두 칸 중 작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 외엔.

시아버지가 먼저 숟가락을 들자 다음으로 남편, 그리고 아들과 내가 차례대로 숟가락을 들기 시작한다. 밥을 한 술 떠 씹었다. 흰 쌀밥에서 쓴맛이 났다. 홈쇼핑 채널에 전화를 걸어 사들인 갈비찜에선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난다. 가족들의 눈치를 살폈다. 다들 고기며 나물, 밥, 국을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삼키고 있다. 아니, 아주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입 안에 얼마나 많이 고기를 담은 건지, 남편이 쩝쩝거리는 입술 밖으로 갈비 양념이 흘러넘칠 것만 같았다.

밥알이 목구멍을 긁자 토악질이 나올 것 같은 것을 눌렀다. 적게 푼 밥 몇 술을 입 안에 쑤셔 넣고, 빈 그릇을 싱크대에 넣었다. 물이 가득 담긴 소쿠리에 그릇을 넣자 수면이 찰랑이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등 뒤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몸 좀 어때."

"자꾸 축 늘어져요. 힘도 없고."

아들이 미간을 찡그리며 툭 내뱉자 살진 얼굴이 푸들거렸다.

"집에서 공부만 하니까 해를 못 받아서 그래. 몸보신 좀 해줘야지."

"저녁에 보신탕 사다 줘. 성훈이가 옛날부터 보신탕 잘 먹더만."

시아버지가 외쳤다.

"나 아는 가게가 있어요. 거긴 내가 개를 고르면 그걸로 탕을 끓여줘."

남편이 말했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틀고, 변기에 고개를 처박은 채 몸을 떨며 속안에 든 것을 게워냈다. 흐물해진 고기며 밥알이 물속으로 첨벙이며 떨어졌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못했다. 어릴 적에 동네 어른들이 몽둥이로 개를 때려죽이던 모습을 본 후로 죽 그랬다. 언젠가 내가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아들이 씩 웃었다.

"엄마가 마음이 약하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들은 덧붙였다.

"요샌 그렇게 개 때려서 안 잡는대요, 그냥 죽이지. 사람도 힘 덜 들고, 개한테도 잘 된 거죠."

맞는 말일지 모른다. 그래, 개에게도 잘 된 일이지. 맞아 죽지 않음을 감사히 생각하며 죽어갈 것이다.

남편은 그 날 오후 보신탕을 사왔다. 남편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누린내가 코를 찔렀다. 나는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지로 이중 포장된 것을 끓이려고 냄비에 쏟아냈다. 불그죽죽한 탕 속으로 물렁한 고기가 텀벙텀벙 떨어지며 국물을 튀겼다.

"많이 먹고, 응? 보신 좀 하자."

남편이 말했다.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 삼대독자는 그날 개고기로 보신을 했다. 나는 상을 치우다가 깨끗이 뜯어 먹힌 뼈 무더기를 보았다. 아침까지 살아있었을 개였다. 뼈를 비닐봉투에 담으며 생각했다. 나는 왜 소와 돼지, 닭 뼈는 신경 쓰지 않다가 개의 뼈에 이렇게 속이 뒤집히나, 다 같은 생명인데? 맞아 죽어가던 개 한 마리는 결코 내 머릿속을 나가지 않을 심산인 것 같았다. 몽둥이를 든 사람은 내가 아니었고, 숟가락질을 하던 이도 내가 아니었는데 까닭 모를 일이었다. 개는 나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개가 갈 만한 곳이 내 머릿속뿐인 걸까.

그릇에 남은 찌꺼기를 물에 씻어내자 싱크대 개수구로 흘러간다. 개수구로 모인 음식 찌꺼기들이 회오리치는 물속에서 천천히 솟아올랐다가 빠르게 떨어진다. 밥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고 음식물 쓰레기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난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는 먹어 해치워야 할 그런 대상은 아니었으므로, 마음이 놓였다. 부담이 사라졌다.

내가 만회반점을 발견한 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그날 늦은 오후였다.

음식물 찌꺼기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은 분리수거장 한편에 놓여있었다. 분리수거장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옆에 있었다. 내가 사는 111동에서 3분 걸으면 도달하는 거리였다. 이십 년이 넘은 아파트의 다 벗겨진 파스텔 톤 페인트칠, 단지를 빙 두른 붉은 철울타리. 새 것은 얼마 전에 새로 들인 음식물 쓰레기통뿐이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열대우림에 사는 앵무새의 깃털마냥 시퍼런 색을 띤 그 쓰레기통만 허름한 단지 내에서 번쩍번쩍 빛났다.

나는 그 쓰레기통에 음식물을 쏟아 붓고 고개를 들다가 만회반점을 발견했던 것이다. 철울타리 너머의 상가 빌딩들 사이에 2층짜리 건물 하나가 비집고 들어가 있었다. 연녹색 나무판자로 외벽을 꾸민 그 건물엔 어른 주먹만 한 유리창이 몇 개 붙어있었으나 열고 닫을 수 있는 창은 아닌 것 같았다. 문 위엔 검은 기와로 만든 처마가 올라가 있었다. 처마 바로 아래엔 장밋빛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검은 먹으로 '만회반점'이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중국 음식을 취급하는 모양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철울타리를 돌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어차피 토하더라도 먹기는 해야 했다. 작은 중국 요릿집을 향해 걸어가는 짧은 시간 동안 어둡던 하늘이 더 새파랗게 변하더니, 해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골목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았다. 큰 길과 만나는 모퉁이의 신호등만 허공에 샛노랗게 걸려 있었다.

나는 만회반점이라 쓰인 현판 아래에 섰다. 멀리서 볼 때 눈에 들어왔던 작은 유리창들은 정말로 작았고, 실내가 어두워서인지 유리창에 먼지가 낀 탓인지 내부가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둘 다일지도 몰랐다. 문을 밀자 풍경이 달려 있었는지 딸랑, 소리와 함께 경첩도 삐걱대는 소음을 냈다. 풍경 소리를 제외하면 가게 안은 고요했고, 나는 숨소리를 죽여 가며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어서 오세요."

젊은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흰 상의에 검은 앞치마 차림을 보니 요리사인 것 같았다. 얼굴이 창백했지만 말라보이진 않았다. 어디서 분명 보았는데, 많이 보았던 얼굴인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주문하시게요?"

내가 대꾸했다.

"메뉴판 좀 보고요."

입안이 바짝 말라왔다. 여자는 빈 테이블의 의자 하나를 빼내더니 거기에 앉았다. 나도 다른 빈 테이블에서 의자를 하나 빼 거기에 앉았다. 사실 테이블은 모두 비어있었다. 메뉴판엔 군만두, 짜장면, 짬뽕 같은 요리 이름들이 죽 나열되어 있었고 여느 중국 요릿집과 다를 게 없었다.

"군만두 하나요."

여자가 내게서 메뉴판을 받아가더니, 역시 발이 드리워진 가게의 안쪽으로 사라졌다. 캄캄해서 보이진 않지만 아마 부엌인 듯 했다.

그 동안 나는 다시 안을 구경했다. 내부도 연녹색 판자로 장식되어 있었다. 측면 벽들이 천장과 만나는 이음매엔 붉은 술로 장식이 되어있고, 가게 안이 밖보다 어둡다는 것 외엔 외부와 거의 비슷했다. 검은 테이블이 여럿 있었는데, 천장으로부터 늘어져 내린 긴 구슬발이 칸막이 역할을 해주었다. 벽엔 역시 검은 나무로 만든 선반 두어 개가 고정되어 있었는데, 위에는 묵은 술이 담긴 듯한 유리 단지와 백자가 여러 개 올려져 있었다.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머릿속에서 까닭 모르게 동굴을 떠올렸다.

가게 안은 어둡고 따뜻했다. 이따금 구슬발이 찰랑이는 것 외에 조용한 곳에 앉아, 나는 밀가루가 기름에 튀겨지는 기분 좋은 냄새를 맡다가 눈을 감았다.

어디선가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뭘 먹지? 나는 주위를 살폈다. 가게에 손님이라곤 나 하나뿐이었다.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쩝쩝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고, 이따금 무언가를 바닥에 던지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주인에게 물어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벌떡 일어나 가게 안쪽의 발을 향해 걸어갔다. 발 너머의 어둠이 걷혀있었다. 정육점처럼 붉은 빛이 천장 조명에서 뿜어져 나왔다.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떴다. 젊은 여자가 무심한 낯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이블엔 김이 오르는 군만두 접시 하나, 단무지 접시, 그리고 간장 종지가 놓여있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당황스럽게도 갈라졌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얼른 만두 하나를 집어 간장을 찍었다. 입천장에 뜨겁고 쫄깃한 피가 달라붙자, 세상모르게 졸았다는 수치심은 이윽고 달아났다.

 

지갑을 뒤졌다. 카드가 없었다. 잠깐 낮잠을 자는 사이에 또 아들이 가져간 모양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스터디를 하려면 돈이 든다면서. 내 카드를 긁을 때마다 핸드폰으로 출금 내역에 대한 문자가 날아왔다. 백반집에서 상을 닦거나 서빙을 하고 있을 때면 두세 번은 어김없이 카드사에서 보내온 문자의 수신음을 들을 수 있었다. 문자 메시지엔 분식집이나 술집 이름이 적혀있었다.

나는 한동안 멈추어 서서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안간 머리가 아파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집사님, 왜 그래요?"

손님을 바래다준 서영옥 권사가 물었다. 아들의 창업비용을 대다가 노후 자금을 잃은 나에게 일자리를 준 것이 백반집 사장인 그녀였다.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은 신앙이 없었고,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순진한 사람 등쳐먹으려는 사기꾼들이에요."

"시간 낭비야."

그 말이 진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종교에, 신에게 깊이 빠졌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일요일에 교회를 갈 뿐이었다. 마치 평일엔 일을 하러 백반 집엘 가듯이. 일요일 아침마다 긴 교회 의자에 앉아 다른 사람들이 제 소망을 줄줄 외는 목소리를 들었다. 가족들이 무사 안녕하게 해주십시오. 부디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업이 번창하게 해주십시오. 나도 이따금 내 소원을 빌어보려고 입을 달싹였다. 그러나 그렇게 튀어나온 하나님 아버지, 부르는 내 목소리는 무서울 만큼 커서 나는 허둥지둥 주변 사람들이 다 나를 바라보는지 눈치를 보았다. 그 다음 말은 내뱉을 수조차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지러워서 그랬어요."

서권사가 혀를 찼다.

"아까 밥도 안 먹더니, 탈 났나보네. 내일 구역예배 올 수 있겠어요? 쉬지 그래요."

"괜찮아요, 갈게요."

간다. 평일엔 백반집에, 일요일엔 교회에, 토요일엔 다른 교인의 집을 방문한다. 친한 얼굴은 서영옥 권사뿐이었으나 나는 구역예배에 가는 일이 좋았다. 낯선 집에 방문하는 손님이 되는 일, 접시에 쏟아진 과자며 빵을 집어 먹는 일, 찻잔에 담긴 믹스 커피를 마시는 일, 성경을 한 구절씩 차례대로 읽고, 목소리를 듣는 일. 그렇게 비껴 나오는 매주 토요일이 기분 좋았다.

윤 집사가 문을 열어주자 복슬복슬한 회색 털뭉치가 현관에서 거실로 홱 내달렸다.

"우리 고양이예요."

윤 집사의 말에 구역예배를 드리러 온 사람들이 모두 예쁘다, 물지 않느냐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쓰다듬으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고양이가 피했다. 텔레비전 위로 사뿐히 올라간 고양이가 경계 어린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노란 눈에 세로로 찢어진 동공이 날카로워 보였다.

고양이는 곧 사람들에게서 흥미를 잃었고, 사람들도 고양이에게서 흥미를 잃었다. 좌식 탁자 앞에 둘러앉은 네 사람은 먼저 기도를 드린 후 성경을 읽었다. 이번엔 요한계시록이었다. 서 권사가 먼저 시작했고, 다음이 윤 집사였다. 22장 2절을 읽는 윤 집사의 목소리와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소리 외에 집안은 고요했다. 나는 2절을 벗어나 3절, 4절을 향해 눈알을 굴렸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었다.

개들과 술객들과 행음자들과 살인자들과 우상 숭배자들과 및 거짓말을 좋아하며 지어내는 자마다 성 밖에 있으리라. 요한계시록 22:15.

개. 죄인과 더불어 성 밖으로 쫓겨났다고 언급된 유일한 동물이었다. 개는 무슨 죄를 지었나? 나는 15절에서 눈을 떼어내기 위해 턱을 당기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장식장 위에 누워있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노란 눈이 말했다. 그것 봐, 개는 낙원에 가지 못해.

"엄 집사님, 집사님 차례예요."

네 쌍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타고 내려갔다. 윤 집사가 4절이에요, 하고 일러주었다. 나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요한계시록 22장 4절을 읽어 내려갔다. 내 차례가 끝나자 서 권사는 오늘 읽은 성경 구절에 대한 해설을 말해주었고, 그 후 모두 함께 기도를 드렸다. 장소를 제공한 윤 집사의 가족, 건강, 수험생에 대한 기도가 낭랑하게 읊어지는 동안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그만 눈을 떴다. 다신 구역예배에 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식탁 아래서 졸고 있는 고양이가 천사처럼 부러웠다.

나는 미리 예정되어있던 구역예배 참석자들과의 식사 자리를 속이 울렁거린단 핑계로 박차고 나왔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로 내 위장이 뒤집어져 있었다는 것을 서 권사도 알고 하나님도 알았을 것이다.

윤 집사의 집 앞에서 내가 사는 낡은 아파트로 가는 직행 버스를 타야했다. 집엔 늙은 남편과 더 늙은 노인네, 그리고 늙어가는 아들이 있겠지. 그들은 나로선 알 수 없는 중대한 이유로 서로에게 골이 나 있을 것이다. 회사나 주식, 친구, 건강에 대한 문제들로. 그리고 눈치 없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보인 나는 부엌으로 조용히 들어가 밥을 차려야 할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냄비를 불에 올릴 때마다 코를 스치는 가스 냄새가 싫었다. 밥솥의 뜬 김 냄새가 역겨웠다.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를 맡으면 빈속부터 니글거렸다. 그러나 하루라도 맡지 않을 수 없는 냄새였다. 해가 갈수록 참을 수 없었다. 결혼 초부터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손으로 만두와 동그랑땡을 빚고 전을 부치고 갈비와 쿠키를 굽고 김치를 담갔으나 어느 순간부터 도저히 해낼 수가 없었다. 다 냄새 때문이었다. 직접 만들던 것들을 사오기 시작했다. 남편과 시아버지와 아들이 불만을 토했다. 쓸데없이 교회 같은걸 다니며 힘을 빼니 그렇다고 했고, 이 늙은 몸으로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을 먹어야 하겠느냐고 했고, 정성이 들어가지 않아 손맛이 없다고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한참 전에 놓치고 말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하늘이 어두워져있었다.

상가 거리엔 또 사람이 없었다. 가게들은 전부 불이 꺼져 있었다. 아직도 새 가게들이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지. 나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가게가 보였다. 만회반점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의 젊은 여자 주인이 빈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손님 하나 없는 가게에 내가 들어온 것임에도 전혀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내가 자리를 잡자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일어났다.

"군만두요."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는 여자를 슬리퍼 끌리는 소리가 뒤따랐다. 나는 가만히 앉아 기름 끓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아버지와 아들이 오늘 저녁으로 뭘 먹을지 생각했다. 냉장고엔 숙주무침과 감자조림이, 밥솥엔 오늘 아침에 지은 쌀밥이, 그리고 창고엔 스팸 통조림이 있었다. 전자레인지로 데우거나 프라이팬에 구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 때 문자 수신음이 울렸다. '31500원 ??포차 사용'. 아들이 가져간 카드의 출금 메시지였다. 아들은 집에서 밥을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젊은 여자가 군만두를 들고 걸어 나왔다. 테이블에 만두 접시와 간장 종지, 단무지, 레몬을 내려놓은 여자는 바로 걸음을 옮기지 않고 멈추어 섰다.

"앉아도 되지요?"

내가 허락할 새도 없이 여자가 앉았다. 별안간 웃음이 터졌다. 여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간장 위에 레몬을 쥐어짰다. 맑은 레몬즙이 종지 위로 떨어졌다.

"이렇게 하면 더 맛있어요."

여자가 말했다. 횟집도 아닌데 레몬일까, 식초를 뿌리는 것도 아니고 생 레몬을. 그러다 나는 이 무뚝뚝하고 제멋대로인 여자가 나름대로 서비스라는 걸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만두를 간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고 씹으며 나는 말문을 틀 겸 입을 떼었다.

"만두 속에 넣은 고기가 굉장히 맛있어요."

"씹는 맛이 좋지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직접 빚은 만두를 조리 전 상태로 팔기도 해요. 필요하시면 사 가실래요."

"팔기도 해요? 처음 알았어요."

"가끔, 빚은 만두가 많을 때 단골들에게만요."

"좋은 만두인데 더 소문을 많이 내지 그래요."

"그러면 제가 힘드니까."

여자가 하하 웃었다.

"사서 가져가시면 가족들하고도 드실 수 있겠네요."

나는 젓가락질을 멈추었다. 여자가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누가 이렇게 집요하게 나를 쳐다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더구나 남과 시선을 잘 맞추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러므로 내가 이 상황을 전혀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내겐 가장 중요하고 놀라운 일이었다. 여자와 마주 보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마치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가족들은 다 저녁을 먹었을 걸요."

"가족이 어떻게 돼요?"

"남편, 시아버지, 딸, 아들, 그리고 저. 딸은 독립했어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힘들겠네요, 하고 중얼거렸다.

"힘들죠. 뱃속에 도로 넣어버리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렇게 말하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여자의 얼굴을 계속 관찰했다. 어디서 봤더라.

"식어요."

여자가 멍하니 내뱉었다.

"만두 드세요. 따뜻할 때 먹어야죠."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두를 집었다. 기름기 도는 피가 바삭해보였다.

"제대로 못 드시고 다니는 것 같던데요."

"요즘 그래요. 갱년기인지……."

말하기 싫은 주제가 나오자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웃으려고 했지만 입 꼬리는 올라가지 않았고 잠시 경련하다 풀려버렸다.

"그래도 만두는 잘 먹고 있어요. 기름에 튀긴 밀가루 음식인데 소화가 잘 되는 게 신기할 정도로 괜찮네요. 입에도 맞고."

"고기가 좋거든요. 몸보신도 될 거예요."

여자가 말한 '보신'이라는 말이 귀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임신을 했을 때 밀려들던 감정을 기억한다. 첫째인 딸을 임신한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러나 둘째, 즉 당시 뱃속의 아이는 혼인 신고서에 도장 찍고 또 아이가 생길 것을 예감하며 잠자리에 든 후 생겨난 아이였다. 첫째가 딸이었기 때문에 낳도록 종용받은 아이였다.

병원에서 태아가 아들이라는 걸 알려주었던 날, 시아버지는 빛깔 좋은 쇠고기를 사 왔다. 입덧이 심한 나 대신 남편이 고기를 구웠다. 그 날 가족들은 더없이 다정했다. 모두가 아들을 임신한 나를 위해주었다.

"잘 먹어야 한다. 지금 먹는 게 고스란히 애기한테 가게 되어 있어. 술 하지 말고."

"아버지도, 참. 이 사람은 그런 거 못해요."

남편과 시아버지가 포만감에 기분 좋게 잠들었던 그날 밤, 나는 자다 깨어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 머리를 처박고 전부 게워냈다. 잠시 동안 토사물과 눈물로 목구멍이며 콧구멍, 귓구멍까지 콱 막힌 것 같았다. 그러다 헐떡이는 소리가 점차 또렷하게 들려왔다. 내가 내는 소리였다. 나는 화장실 타일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집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일어나자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생경했다. 자다 깨어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토악질을 하느라 시뻘게진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한참 동안 거울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더는 보기 힘들어 고개를 돌렸다.

기적처럼 딸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아기가 누운 이부자리로 휘청이며 걸어갔다. 아기를 안고 다독이자 울음소리는 금세 그쳤다. 나는 아기를 어르며 팔에 안긴 무게, 뱃속에 든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창밖은 검었고, 날이 새려면 먼 것 같았다.

아기가 잠들자 나는 아기를 내려놓고 내 이부자리로 돌아왔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남편이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두려움이 왈칵 밀려들었다. 어쩌자고, 어쩌자고 이랬을까. 나는 스스로 구렁텅이에 뛰어든 것이다. 첫째 아이를 떼어냈어야 했고, 결혼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온 탓에 이젠 만회할 수 없는 곳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뱃속의 아이가 움직이는 게 느껴지고, 동시에 어떤 예감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애를 배 밖으로 놓아서는 안 된다. 열 달, 스무 해,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나는 구덩이로 밀쳐질 것이다.

 

문득,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무슨 고기를 쓰길래요."

여자가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나는 충동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따라가고 싶었다. 나도 여자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떼어내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했다. 꼭 구름을 밟는 기분이었다. 눈앞에 호박색 구슬로 만들어진 발이 걸려있었다. 여자가 발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손을 뻗어 발을 붙들었다. 차가운 플라스틱 구슬들이 한 움큼 잡혔다.

예상대로 주방이 있었다. 발 너머의 테이블 쪽에서 볼 땐 이상하게도 캄캄해보였던 곳은 사실 천장에 달린 붉은 조명 때문에 기묘한 빛을 띠고 있는 장소였다. 여기저기 꼭 뭉쳐져 널브러져있는 행주들은 정육점 고기같이 보였고, 주방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금속 테이블 표면은 실수로 쏟은 적포도주를 뒤집어쓴 양 붉게 빛났다. 그리고 그 위에 사람이 누워있었다.

벌거벗은 상태였기 때문에 성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오그라든 남성기가 퉁퉁한 허벅지 사이에 축 늘어져 있었다. 거대한 몸엔 살집이 접혀 튼 자국이 여러 군데 있었다. 비대한 아기 같은 형상이었다. 남자의 머리엔 흰 천이 덮여있어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별안간 금속이 연속적으로 긁히는 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의 왼손엔 칼을 갈 때 쓰는 야스리가, 오른손엔 칼이 들려있었다. 여자는 무 껍질이라도 벗겨내듯 무심하고 일상적인 손짓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저 손에 들린 칼은 정육 칼일 것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단골 장사지요, 여긴."

젊은 여자가 말했다.

"그러나 부엌에까지 들어왔던 손님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왜 그런데요?"

묻는 내 목소리조차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여자가 대꾸했다.

"돌아올 필요가 없으니까."

금속음이 멈추고, 여자는 칼을 누워있는 남자 옆에 내려놓았다.

"자기가 무슨 만두를 먹은 건지 알아차린 사람들에겐 변화가 생겨요. 이를테면……."

여자가 누워있는 남자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목구멍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돌아가는 거예요.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장소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만두는 더 필요 없어지는 거고요."

나는 말라붙은 입술을 달싹였다.

"그게 가능해요?"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 의심, 내 욕망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다는 얼굴로.

"아들이 몇 살인가요, 뱃속에 도로 넣고 싶다고 했지요? 이건 마법이 아니에요. 산수인 거죠. 다섯을 빼앗겼다면 다섯만큼 돌려받으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여자의 목소리는 고막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곧장 찔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산수는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지요."

여자가 말했다. 나는 눈을 감고, 여자의 그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곱씹는다. 마이너스한 만큼 플러스.

나는 0을 얻게 된다.

"설 연휴 시작 전에 오셔서 만두 사가세요."

맛있을 거예요. 여자가 흐흐, 하고 낮게 목을 울리며 웃었다. 핏줄이 선 시뻘건 눈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나는 웃고 있는 젊은 여자의 얼굴이 내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둘째를 임신했던 시절, 한밤중에 깨어나 거울을 보다 마주했던 눈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는 발을 걷고 주방에서 나왔다. 뱃속에 기이한 포만감이 가득했다.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고무도 아닌 바닥이 탄성을 지닌 양 나를, 내 발을 밀쳐냈다. 풍경이 딸랑 소리를 내며 울렸고, 나는 내가 만회반점에서 나왔다는 걸 알았다.

"아줌마, 거기서 뭐 해요."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찬바람이 뺨을 때려서 나는 입고 있던 파카의 후드를 뒤집어쓴 채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고개를 돌리자 랜턴을 들고 경비 복장을 한 늙은 남자가 미심쩍다는 낯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나는 겨우 대답하고 돌아섰다. 머릿속이 핑핑 돌았다. 늙은 남자가 구시렁거렸다. 계속 이럴 거냐는 말까진 들렸고, 그 뒤론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뿐이었다. 나는 남자를 피해 발걸음을 옮겼다. 목으로 찬 공기를 들이킬 용기가 나지 않아 코로만 숨을 쉬었다. 코끝이 시리고 눈에 눈물이 맺혔다. 시야가 흐려져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방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집에 돌아가 몸을 누이고 싶다. 반나절 정도 자고 싶다. 이부자리 생각만이 간절했다. 자꾸 감기는 눈을 뜨려 애쓰며, 나는 물속에서처럼 힘겹게 발걸음을 떼어냈다.

 

냄비에 만두를 하나씩 떨어뜨릴 때마다 사골 국물이 첨벙거리며 방울방울 튀어 올랐다. 나는 국물이 튄 손등을 찬물에 담그며 만두가 익기를 기다렸다. 하얗고 고운 떡들이 국물 속에서 펄펄 끓는 틈으로 만두가 가라앉았다. 익으면 떠오를 터였다. 나는 상을 닦고 수저를 놓으며 다른 냄비도 어서 끓어오르길 기다렸다. 홈쇼핑에서 산 갈비찜이었다. 전자레인지에선 명태전과 호박전이 데워지는 참이었다.

텅, 하고 텔레비전이 꺼지는 소리가 났다. 남편과 시아버지는 느릿한 걸음으로 식탁에 다가오고 있었다.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남편은 힘들다는 듯 끙 앓는 소리를 냈다. 의자 등받이를 움켜쥔 시아버지의 손등에 핏줄이 돋아있었다.

구정 아침 식사였다. 국그릇 세 개에 떡과 만두를 담고, 지단과 소고기 고명을 올렸다. 시아버지가 볼멘 목소리를 뱉어냈다.

"성훈이놈은 명절을 친구들이랑 쇠니?"

"요즘 애들이 신경 쓰나요. 가족 귀한 줄도 모르고."

남편이 대꾸했다. 나는 주걱을 들고 밥솥을 열었다. 눈앞에 뿌옇게 김이 올라오자 남편과 시아버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꿍얼거리는 소리는 계속 들렸다.

"며느리 네가 전화 좀 걸어봐라. 여행 갔다면서, 잘 있는지."

"아, 아버지도 참. 그런 것 좀 시키지 마요. 애들이 그 뭐, 마마보이라고 욕 할라."

나는 만둣국이 담긴 그릇을 하나씩 들어 시아버지, 남편 앞에 차례대로 놓고 내 것을 가져다 식탁에 올려놓았다. 시아버지가 숟가락을 뜬 다음은 남편, 그리고 내가 숟가락을 들었다.

"만두 맛이 괜찮네. 언제 빚었니?"

어느새 시아버지는 흐뭇한 낯으로 만두를 한 입씩 베어 먹고 있었다. 내가 대꾸했다.

"사온 거예요. 좋은 고기를 써서 맛이 좋다나 봐요."

사왔다는 말에 남편은 미간을 좁혔다. 만두 하나를 밥그릇에 올려놓고 반으로 가르고선,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다 투덜거렸다.

"죄다 다져놓고선. 만두 속에 무슨 고기를 썼는지 알게 뭐야."

나는 안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만두를 우적우적 씹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음식을 뜨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네 식구가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구정 아침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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