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28살의 신학생이던 이재경은 급작스런 사고로 일가족이 희생당하는 참사를 맞자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였다. 자퇴의 이유는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하느님이 너무나 미워서 더 이상 그의 뜻을 이어갈 공부를 하는 것이 못견디게 괴로웠다. 장례를 치른 후 당장에 자퇴 의사를 표했다. 그는 눈에 띄게 신앙심이 깊고 성실한 학생이었기에, 학우들과 교수들은 어떻게든 그를 뜯어말리고자 했으나 소용 없었다. 이제 옷을 벗겠다고 말하는 표정은 결의에 차있지도 분노하지도 않고, 고요한 슬픔에 잠겨있었다. 참고 견디는 것을 근 10년간 배운 사람도 견딜 수 없이 깊은 슬픔에. 

 

그는 중학생 때 극심한 학교폭력을 원인으로 자살기도를 했던 밤 이후, 신앙이 지극했던 부모님의 제의를 받아 신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학교 및 가해자들의 처벌 문제는 그가 전학을 가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 되었다. 그는 그때부터 욕구를 참고 청빈하게 사는 삶을 배웠다.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베풀었으며 큰 감정의 동요를 보이는 법도 없었다. 그는 그래도 행복했다. 안정적이었고, 신의 품에 안겨있으며 구원받았다고 느꼈다. 주위에서 신부가 되려 한다고 하면 놀라는 이는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하며 깨끗한 인상과 성격이어서, 그가 안정적으로 가톨릭대에 입학했을 때는 주위사람 모두가 입을 모아 축하해주었다. 그는 다행히 빨리 적성을 찾아 인생이 탄탄대로라고 생각하였다. 중학생 때의 일로 유발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극도로 당황하게 되는 성정은 그를 더욱 더 이 길이 운명이라고 여기게 만들었다. 전부 신의 뜻이었겠거니. 그는 그에게 주어지는 고난이라면 어떻게든 견뎌낼 준비가 되어있는 이였다. 놀랍게도 그는 신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옛 일의 가해자들을 모두 용서했다. 희고 길다랗고, 파란 핏줄이 불거진 손을 모으고 그들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도했다.

 

그것 또한 지금 시점에서는 옛 일로 그는 현재 본가를 처분하고 작은 집을 구해, 혼자서 살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뭐라도 자격증을 딸까, 혹은 신학생활 중 배운 과목을 조금 더 공부해서 어디 작은 강사 자리라도 알아볼까 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동안은 그저 슬픔에 잠겨 멍하니 있었다. 자퇴를 했음에도 성경과 묵주, 십자가는 방 한켠에 제 자리를 차지했다. 혹시라도 신이 미워졌을 때 더 마음껏 탓을하며 화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제가 지난 세월동안 정말로 진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다른 신학생들이 쟤는 알아줘야한다고 할 만큼 융통성 없이 교칙을 지켰고 진심을 다해 미사를 드렸다. 고난이 찾아올 때마다 겸손한 태도로 견뎌냈고 신의 뜻으로 이겨냈다. 그러나 공부중인 그를 빼놓고 여행을 간 부모님과 동생이 차사고로 몸이 산산히 박살나 사망하였다는 소식은, 그는 그걸 도저히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당하다고 느꼈다. 차라리 본인 하나만 희생할 수 있었다면 기뻐하며 그렇게 했을 터인데. 원죄가 그들을 그리 젊은 나이에 데려갈 만큼이었나. 혹은 너무 신실한 사람들이라 하늘에서 탐이났나... 그렇다면 왜 나만 남겨두시고. 어떻게 생각하여도 납득이 안가고 말이 안됐다.

 

그는 철저히 혼자였고 외로움에 잠식되어갔다. 그것에서 벗어날 의지도 없었다. 기계처럼 제 시간에 일어나 일을 나가고 이따금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분을 토하는 것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습관이었던 식전기도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자연히 까먹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피폐해지던 어느날, 그는 꿈에서 최근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아니 인생을 통틀어서도 이렇게까지 편안하고 상쾌하며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던 희한한 경험을 하게되었다. 그는 태양빛이 옅은 주황색으로 은은한 하늘 위 폭신한 구름에 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그의 얼굴을 감쌌고 몸은 그 어느때보다 황홀했다. 평소 자각하지도 못하는 새 그를 짓누르고 있던 중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 중력 대신에 신의 은총에 몸을 맡기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옷을 다 벗고 있었는데 그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더욱 편안하고 안락하고 싶어 눈을 감고 싶은데 시야에 들어오는 뭉게구름과 그 속을 통과하는 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뜨고싶기도 했다. 그는 눈을 반쯤 뜬것도 감은것도 아닌 상태로 유지하며 멍하니 떠다녔다. 영원히 이렇게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천국을 맛본 것이구나.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무언가 시야에 들어왔다. 잠시 무엇일까 의문을 품었으나 그건 마리아의 형상이었다. 훗날 떠올렸을때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는데도,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성모의 형상이었다. 자애로웠고, 아름다웠다. 저를 데려가 주세요. 그는 속으로 속삭였다. 제발요, 저를 데려가 주세요. 신을 배반하고 탓한 것이 죄라면 지옥이라도 데려가 주세요. 어디든 좋아요 데려가주세요... 그러나 성모는 그리하지 않았다. 그를 데려오는 대신 무언가를 그에게 주었다. 복부에 센 파도를 맞은 듯 몸이 출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 파도는 살갗 위에서 부서지지 않고 그의 피부를 뚫고 들어와 내장을 상냥히 뒤흔들어 놓는듯 하였다. 아랫배가 통째로 들렸다가 다시 내려왔다. 토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허리 아래가 낯설었다. 그는 편안히 공중에 누워있던 자세를 바꾸어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웅크렸다. 그러자 마땅히 그를 아래로 이끌어야 할 중력이 다시금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게 느껴졌다. 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추락이었다. 땅에 떨어져 몸이 산산히 조각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육신이 박살나 죽음을 맞는 대신 꿈에서 깼을 뿐이었다. 출근 시간을 한참 남겨둔, 아침 7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땀으로 온몸이 축축했다. 하복부는 마비되어 감각이 없는 듯 하더니 곧 빠질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는 여즉 꿈에서 겪은 황홀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희미하게 배가 아픈 것 따위 다 무시할 수 있을 만 했다. 그는 멍하니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여운에 잠겼다. 그 자신은 몰랐지만 달아올랐던 열기가 빠져나가며 피부는 창백해지고 입술은 붉어진 채였다. 좋아하는 연예인 하나 없이 극단적으로 금욕을 실천하고 수음조차 죄책감을 갖던 그에겐 너무나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는 스르르 일어나 몸에 더운 물을 맞으며 진정했다. 그러고 나자 조금 괜찮아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슬픔이나 죄책감 따위를 느끼지 않고 출근길을 걸었다. 고통이 아닌 쾌락으로 말미암아 살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제가 다시 건실한 신학생이 된 양, 그날의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서 공부할 교재를 몇 개 샀다. 그는 공부에 재능이 뛰어나 효율적으로 많은 것을 습득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몇 시간이고 꾸준히 책을 들여다보는 것에서는 따라갈 자가 없었다. 무언가를 진득히 배워 머리에 집어넣는 것이 그가 살아오면서 거의 유일하게 맛본 즐거움인 탓이었다. 그는 퇴근 후 약 네시간에서 다섯 시간 가량을 공부를 하다 끼니를 챙기고 가사일을 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식전기도도 오랜만에 다시 하였다. 주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면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 요리할 기력이 없어 일하는 편의점에서 폐기로 가져온 도시락이었지만 입에 넣은 쌀밥은 맛있었다. 그래서 그는 더 울었다. 제 아무리 죽고싶다고 타령하며 신을 원망해보았자 긴 시간만에 잡은 책은 재미있었고 밥은 맛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지독한 외로움이 덮쳤다. 교수님과 학우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가족들의 영정 사진도 지나갔다. 그는 침대 위에 엎어져서 엉엉 울었다. 너무나 슬펐다. 장례식에서도 차분하게, 하얗게 질려있던 그였다. 신을 모질게 미워하며 분해 울지 않고 진정으로 감정을 터뜨린 것은 비로소 세 달 만이었다.

 

그 후 그는 착실한 생활을 계속하였다. 며칠간은 학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얼마 후 바뀌었다.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그가 중학교 때 있었던 일로 딱히 고민도 하지않고 너무 성급히 진로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입학 이후 그의 삶은 정말로 10년이 넘도록 기상과 공부의 반복이었다. 깊은 신앙심과 학업에 대한 약간의 흥미 말고는 어느것도 긍정적인 것을 느끼지 못하며, 속으로 수그러들었다. 사제가 정말 평생토록 나의 운명이라 생각한 것은 어떤... 트라우마에 따른 부작용이었다고 그는 깨달았다. 이왕 옷을 벗은 김에 좀 좋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해보자고 생각했다. 노래도 들어보고 연애도 해보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어보자고. 그는 아주 성실하고 인내심 있었으며, 좀 마르긴 했지만 사지도 멀쩡했고 얼굴도 말끔했다. 홀홀 단신에 자퇴생 신분이었지만 자격증을 알아보고 1~2년 꾸준히 준비한다면 번듯한 직업 하나쯤이야 마련하기 어렵지 않을 터였다. 그는 다시 매일 기도를 드리며 성실히 주경야독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이 그를 괴롭혔던 것이다. 아랫배가 빠지는 듯한 고통은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으나 일상생활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별일 아니겠지 하며 넘기다가, 정 아프면 진통제를 구해다 먹었다. 괜찮아지는 것도 잠시 뿐 약효가 떨어질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또 아파왔다. 증상이 한달 째 계속되자 그는 내과를 방문했다. 동네 내과에서는 청진기를 짚어보고 배를 좀 눌러보더니, 이것은 전혀 이유를 모르겠다며 혹시나 큰 병이 난 것일수도 있으니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라는 답을 주었다. 더럭 겁이 났다. 그렇게 죽고싶다, 데려가라 하늘에 빌었더니 아마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하였다. 그는 공포에 떨며 뒤틀리는 배를 붙잡고 시내의 종합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내시경이며 엑스레이며 갖가지 검사를 해보더니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 같자 혹시 최근에 심히 충격을 받거나 힘든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넉 달 전 일가족이 저를 남기고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를 당했으며 그 여파로 신학교를 자퇴했다는 사연을 덤덤히 털어놓았다. 의사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PTSD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증상일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제 극복했다고 생각했고, 착실하게 살아보려는데 이런일이... 의사는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신체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답했다. 일단 장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진통제를 처방해주고, 시간이 되면 정신과 상담을 한번 받아보라는 권유를 들은 그는 허망한 표정으로 병원을 나왔다. 원인을 모르겠다니. 그가 처방받은 것은 지난 한달동안 질리도록 먹었던 아세트아미노펜이었다.

 

대장에 커다란 암덩이가 생겼거나 맹장에 이상이 있거나, 최소한 장이 꼬이기라도 했을거라고 예상했었다. 뭐 이름모를 희귀병도 아니고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 속이 답답했다. 이제 좀 제정신 차리고 살아보려는데 매우 거슬리는 걸림돌이 하나 생긴 셈이었다. 그는 찝찝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판단에는 딱히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신체적인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하루에 두 알 정도 꼬박꼬박 진통제를 복용해가며 일상을 계속하였다. 처음에야 초조하고 걱정되었지만 익숙해지자 이제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아마 매우 흔하다는 스트레스성 두통처럼, 두통이 복통으로 바뀐 것일 뿐 별일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생각이 틀린 것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맛있는 것을 사먹어도 점점 입맛이 떨어지다가, 억지로라도 끼니를 챙기려 샌드위치를 한 입 물었을때 급작스레 토기가 올라오던 그 순간에. 그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하얗고 결 좋고 부드러운 식빵에서 도저히 입에 댈 수 없을듯한 밀가루 비린내가 올라왔던 것이다. 그는 목구멍에 최선을 다해 힘을 주어서 뭐가 올라오려는 것을 참았다. 조금 지나자 토기는 사라지고 몸상태는 평소와 진배없어졌다. 그는 몸을 떨었다. 괴상한 예감이 들었다. 인생을 살면서 전혀 한번도 예상해본적 없는, 이를 테면 이번에 주사위를 굴려 7이 나오겠다 하는 그런 예감이. 침대에 누워 알수없는 초조함에 손톱을 깨물고 있자 곧 익숙한 복통이 그를 덮쳤다. 늘 손이 닿는 곳에 마련해놓은 진통제를 차마 삼킬 겨를도 없이 고통은 낯선것으로 변해갔다. 하복부의 통증이 점점 더 아래로 번졌다. 울렁울렁하며 밑이 빠지는 듯 했던 감각이 불에 타는 듯, 찢어지는 듯 했다. 그는 식은 땀을 흘리며 이부자락을 꽉 쥐고 고통을 참았다. 온몸의 피는 모두 아픈 곳으로 몰린 듯 손이며 얼굴이 전부 창백해졌다. 너무나 아파서 가끔 뜨는 눈에 들어오는 시야가 흑백으로 번쩍거렸다. 이대로 죽는가. 원인도 병명도 모른채 의문사로 생을 마감하는가. 그건 신을 향한 허망한 질문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바람에 가까웠다. 몸속이 투두둑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통의 종류가 급작스레 내상에서 외상으로 바뀌었다. 아까보다는 훨씬 견딜만한 감각이어서 그는 몸을 추스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확인해본 속옷 안이 피로 적셔져 있었다. 

 

충격적인 광경에 머리가 어질하였다. 넘쳐 흐를 정도로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짙은 색의 원단 위에서도 그 존재감은 명확했다. 피비린내가 났다. 10년도 더 전에 괴롭힘의 일환으로 돌멩이에 관자놀이를 맞고 쓰러져 코 밑으로 피가 줄줄 지나갔을 때 이후, 이토록 선명한 냄새는 처음인 것 같았다. 으레 가랑이 사이에 피가 나올만한 곳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의 성기는 멀쩡하였고 항문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그 사이에 있었다. 내장이 뒤틀리고 회음부가 피를 토하며 그곳에 길을 낸 것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찢어졌다. 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환부에 대자 조그마한 구멍이 생긴 것이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너무 빠르게 뛰어서 그게 하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아픔을 참으면서 아직 묻어있는 피를 물티슈로 닦아내고 속옷을 갈아입었다. 가랑이가 살짝 쓰리긴 했지만 걷거나 생활하는데에 큰 문제는 아닌 수준이었다. 옷을 챙겨입고 가까운 약국에 갔다. 소용이 있을지는 몰랐으나 임신테스트기를 구매했다. 약사는 그가 하얗게 질려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좋은 일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사람좋은 미소에도 그의 표정이 풀릴 생각을 하지 않자 상황이 좀 아닌가보다, 하였다. 그는 집으로 빠르게 돌아가 상자에서 테스트기를 꺼냈다. 동봉된 사용설명서를 읽어보았다. 매우 간단한 사용법이었으나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여러번 읽었다. 테스트기에 달린 뚜껑을 열어 그곳에 소변을 묻히면 결과가 나온다는 설명이 써 있었다. 두줄이면 임신이었고 한줄이면 아니었다. 문득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아닐거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현명한 것 같다는 생각도. 그러나 그는 기어이 테스트를 했다. 5분, 10분도 기다릴 필요 없이 너무나 선명하게 진홍색으로 두 줄이 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엇일까. 이쯤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게 맞지 않나.

 

그는 문득 깨달았다. 복강이 뒤틀리며 없던 자궁이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출산을 위한 산도도 트였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몸을 벌벌 떨었다. 그러다 허겁지겁 벽에 걸린 십자가 앞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기도문을 외웠으나 사실 속으로는 하느님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금세 다리가 저려와서 오래 그러고 있을 수도 없었다. 그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제 몸이 제것이 아니고 제 정신도 아닌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지러웠고 모든 감각이 흐려졌다. 간신히 의식하여 호흡만 하고 있을 때가 되자 아, 이것은 꿈이구나 싶었다. 꿈이라는게 참으로 신비했다. 무의식의 재생일 뿐인것이 평생 느껴본 적 없는 쾌락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꾸는 순간만큼은 제 아무리 말이 안되고 맥락이 없어도 의심 없이 현실이라고 믿게 되지 않는가. 별별 이상한 꿈을 다 꾸는구나. 그는 꿈에서 깨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식은땀에 젖어 있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푹 잤는데도 왠지 잠을 설친 듯 온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그는 비몽사몽한 와중에 손을 속옷 안으로 집어넣어 회음부를 더듬어 보았다. 애석하게도 구멍은 여전했다. 여린 살이 손가락을 물듯이 감싸고 있었다. 이 틈이 몸 안 어디까지 파고들어 있는 건지 생각하자 아득해졌다. 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가만히 쪼그려 앉았다. 정신과에 가보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해서는 안됐던 것 같았다. 이제 진짜 완전히 미친 사람이 되었구나. 남자가 상상임신을 하다니. 상상으로만 그러는 것도 모자라 입덧을 하고, 헛것을 보고 하혈하는 증상까지 보이다니. 그는 병원에 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일단 무슨 병원에 가야하지. 산부인과, 가면 입구에서부터 정신과로 안내를 받을 것이다. 발걸음을 돌려 내과나 비뇨기과 쪽으로 간다면 인자한 의사가 증상을 물어볼 것이다. 회음부에... 이상한 것이 생겼어요. 네? 혹이나 상처나 그런것 말씀이신가요? 아마... 그런 비슷한...... 그리고 피가 좀 나서요. 해야 할 말은 다 못할 것이다. 제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왠지 증상이 너무 임신이랑 흡사해서, 입덧도 하는 것 같고, 생각해보니까 전에 꿈자리도 이상했던 것 같고 약국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해봤거든요. 그런데 두줄이 나왔더라고요. 헛것인가 싶었는데요 진짜 두줄이더라구요. 그러고 배가 막 아프더니, 속옷에 피가 묻었는데... 그게요 아무래도 회음부에서... 하혈을 한것 같고.... 그런 말은 못할 것이다. 그는 절대로, 아무리 의사에게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검사실로 들어가 바지를 벗고 다리를 벌릴 것이다. 그러면 의사는 말할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깨끗해요. 출혈이 있으시다고 하셨나요? 그는 당황하여 말을 더듬을 것이다.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요, 그... 속옷에... 묻어있었... 그러면 의사는 혹시 화장실 갈때 불편한 건 없었냐고 물을 것이다. 그는 없었다고 할 것이고. 그 후 혹시 모르니 소변 검사를 해보자고 하는 말에 얌전히 검사를 받으면, 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할 것이다. 이상하네요. 아마 내치핵일수도 있으니 항문외과 쪽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시는게... 또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오시구요. 그런 말을 들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처음과 다름없이 그는 미친것이라는 결론이 나고 정신과를 가야 할 것이다. 혹은 의사가 회음부에 나 있는 구멍을 발견하고 다른 증상은 없었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있었던 일을 말하자 초음파 검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종양인지 태아인지 불분명한 그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의사는 말문이 막힐 것이고 큰 병원으로 가야할 것이다. 그냥 큰 병원이 아니고, 서울의 대학병원, 나아가 해외로 나가야 할 수도 있다. 낙태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의 성기와 배에 붙어있는 장기들을 모조리 샅샅이 검사할 것이다. 최근 혹시 남성과 성관계를 한 적이 있냐고 물을 것이다. 얼굴을 붉히고 아니라고 한다면 미스터리 해외토픽으로 전세계에 '성관계 없이 임신한 남자?! 충격적인 총각수태' 따위의 기사들이 나갈 것이다. 다들 그를 인터뷰하려 하고 그의 피를 뽑아 검사하려하고 그의 복강을 뒤집어 엎어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고싶어 궁금해 죽을 지경인 사람들이 그를 둘러쌀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가자 그는 너무나 무서워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지금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전부 두려웠다. 이 모든게 헛것이며 그가 PTSD로 인해 괴상한 상상임신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지였다. 절망스러웠다. 그는 일단 일어나 집 청소를 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임신테스트기를 다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갖다 버렸다. 피가 묻은 속옷도 빨래했다. 끼니를 챙기려고 했으나 뭣도 다 맛이 없을 것 같았다. 집 앞 슈퍼에 가서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걸 샀다. 아무맛도 나지 않는 워터크래커와 탄산수였다. 억지로라도 깨작이고 잠자리에 들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는 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했다. 

 

편의점 일은 힘들지는 않았지만 오래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계속해서 사람을 봐야 했다. 매일 배달되어오는 음식도 제자리에 정리하고 물건을 채워야 했으며, 화장실도 자유롭게 갈 수 없었다. 밥과 물은 안 먹으면 그만이었다. 그렇지만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일을 하자 하루하루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카운터에 서 있으면 어지러웠고 안색이 엄청나게 창백해졌으며, 손님들에게 억지웃음을 짓는것조차 힘겹기 시작했다. 한달을 꾸역꾸역 채우며 일을 하던 그는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었다. 점주는 한두달 사이에 안그래도 마른 편이었던 그가 놀라울 정도로 초췌해진 것을 보고 따로 사람도 구하지 않고 얼른 그를 내보냈다. 

 

먹은게 없으니 쓸 에너지도 없어서 그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잠만 잤다. 처음에는 집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뭣도 만들 기운이 없어 다시 자고, 그러다가 챙겨줄 가족이 없는게 너무 서러워져서 또 울다가 자고, 겨우 일어나 냉장고에 몇개 채워둔 워터크래커를 깨작이다가 또 다시 잤다. 입덧은 지독했고 그가 갈데는 없었다. 만날 사람도 없었다. 지독한 봄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날 또 몇시간인지 모를 시간을 굶고 입에 넣은 크래커가 질린다고 느껴졌을 때, 그는 칼국수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누워 생활한지 열흘 쯤 되자 슬슬 속이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온몸의 근육이 다 빠지고 엄청나게 쇠약해지긴 했지만, 일단 구역질하는 빈도가 줄었고 물을 마실때 비린내가 나던 것도 사라졌다. 그는 몸을 씻고 옷을 챙겨입고 근처 별별 메뉴를 다 파는 분식집으로 가 칼국수를 주문했다. 3500원 짜리, 거의 라면이나 다름없는 싸구려 음식이었으나 김이 모락모락 나고 국물이 뽀얀 것이 제법 맛있어 보였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은 것이 언제였더라? 그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젓가락을 들고 면을 집어 후후 불어 식혔다. 입에 넣었다. 그 순간 혀 위의 세포들이 기뻐 날뛰었다. 미량의 msg와 입안을 가득 채운 탄수화물이 그의 감각신경에 마약에 가까운 작용을 하고 있었다. 따끈한 국물이 오랫동안 비어있던 위를 자애롭게 감쌌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3분 안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산해진미 칼국수를 이것만은 절대로 토하지 않겠다는 일념하게 20분에 걸쳐 천천히 다 먹었다. 

 

다행히 그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생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었다. 살아생전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며 동생의 등록금과 노후대비금을 마련하던 부모님의 노고가 모조리 그에게 남겨졌기 때문이었다. 사망 보험금과 몇개월간 꼬박꼬박 편의점 알바를 한 월급또한 그 동안 쓴게 없어 거진 고스란히 통장에 담겼다. 액수를 보면 안심이 되는대신 숨이 막혔다. 우선 이제 곁에 없는 이들이 생각나서 또 눈물이 날것 같았다. 그리고 세상에 평생동안 이렇게 큰 돈을 가져본 적이 없었고 딱히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는 한동안 몇개의 통장에 적힌 굉장히 많은 숫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니 먹는 것에만은 돈을 아끼지 말자고 다짐하였다.

 

뱃속의 그것이 그의 고혈을 다 빨아먹고 영양 섭취도 제한하던 시기가 끝나자, 한도끝도 없이 식욕이 당기기 시작했다. 아주 뜬금없이 뭐가 먹고싶었고 그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감정적으로도 괴로웠다. 붕어빵이나 삼겹살같은 흔한 음식부터 셀러리나 생양파 같은 괴상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도 있었다. 배달시켜 먹기도 했고 직접 마트에 가거나 새벽에 편의점에 들리기도 여러번이었다. 아귀가 들린 것처럼 먹어대니 누구보다 쇠약해졌던 몸이 생각보다 금방 돌아오는게 느껴졌다. 식욕에 자아를 맡기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루종일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의미없는 게임을 하고 먹고싶은게 있으면 벌떡 일어나 구해 먹었다. 지금 처한 상황도 미래도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함에 잠겼다. 그러자 예전에 있었던 일은 전부 다 꿈 같았고 더 이상 어떤것도 슬프지 않았다. 속세의 쾌락이 이렇게나 좋은 거구나.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건 중독적이었다. 정확히는 그의 뱃속에 들어있는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이. 그건 다르게 말하면 그 생각을 계속해서 멈추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만큼 그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서비스업 종사자 외의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본지가 기억도 안날 만큼 오래였다. 그러나 신기할 만큼 외롭지 않았다. 외로움보다는 수치스러운 비밀을 들킬까봐 두려운것이 더 컸다. 내심 알고 있었다. 도피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는 시한부처럼 불안했다. 어느날은 임신에 관련된 서적, 수필, 만화, 인터넷 자료들을 하루종일 찾아보았다. 진통시 지옥같이 아프다, 임신과 출산은 매우 위험하며 여성의 주요한 사망 원인이다, 출산 후 뼈마디가 시리며 몸이 엄청나게 상했다 같은 후기글과 통계들이 가득했다. 또 서점에 가서 산 임신 관련 서적에는(또 점원이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축하드린다고 말을 했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부른 배를 강조한 분홍색의 일러스트들이 즐비했고, 임신시 하면 좋을 요가와 태교방법, 마음가짐,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성관계 체위 등등이 실려 있었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전혀 모르던 것이니 흥미롭게 읽긴 했으나 책의 내용중 반 이상이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는 그나마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가자세를 따라해보다가 갑자기 기분이 상해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또 어느날은 낙태에 대해 검색해보기도 했다.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며 신께 용서해달라 빌었다. 여성들이 낙태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는 살면서 수음도 피임도 죄악이라는 가톨릭 교리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오로지 금욕만을 실천했었기 때문에 전혀 모르던 사실이었다. 약물로도 낙태를 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생생하고 슬픈 영상을 보고는 약간 눈물을 흘렸다. 낙태가 가능하다는 병원이 알음알음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좀 더 알아볼까 하다가 너무 무서워져서 그만두었다. 집에 쉽게 구부러지는 철사 옷걸이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그러다 또 무서워져서 그만두었다.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들이 두렵기도 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정자로 수정되어 생기고 자라는 도중 분리가 가능한 일반적인 태아와는 달리, 그것은 자신의 몸에서 오롯이 만들어진 것이었으니까. 그것의 죽음은 곧 자신의 죽음일수도 있었다. 혹은 그것이 악성 종양처럼, 자라나는 암덩어리처럼 자신을 삼켜버리는 운명일지도 몰랐다.

 

그는 옷을 벗고 거울 앞에서 복부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그 자신의 모습은 제대로 먹지를 못해 팔다리가 기아처럼 마른 몸에 아랫배만 아주 약간, 볼록하게 솟아있는 상이었다. 지금은 근 한달을 잘 먹었더니 몸이 제법 통통해졌다. 배가 전보다 훨씬 나와 있었다. 그렇지만 기괴한 형상은 아니고, 그냥 심하지 않은 복부비만 처럼 보였다. 가장 많이 나온 곳에 손바닥을 대고 조용히 무언가 느껴보려고 노력했다. 뭔가 규칙적인 맥박이 느껴지는 것 같았는데, 그냥 자신의 심장이 뛰는 리듬 일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이 이제 몇 개월 후에 죽을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침통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예정된 일처럼 가족의 품으로 가는 것이다. 신이 주신 저주를 가련한 육체로 오롯이 받았으니 천국행은 확정된 일이 아니겠는가. 

 

마트에 가서 커다랗고 편안한 옷들을 샀다. 여름시즌 3만원, 5만원에 떨이를 하고 있는 롱패딩도 샀다. 신학교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한번 만났다. 너무나 낯설 것 같았으나 의외로 즐거웠다. 너희들은 모르는 속세의 쾌락을 속속들이 누리고 있다며 농담을 했다. 동기들은 비극적인 사건 이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마르고 음울해보였던 그가 어느정도 살이 오른 것을 보고는 정말 걱정했는데 괜찮아 보여서 안심이라며 웃었다. 그는 따라 웃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직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 후 일주일에 세번 씩 병원에 봉사활동을 가기 시작했다. 같이 봉사를 하는 사람들, 마주치는 사람들은 보통 소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주부들이나 수녀님들,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온 학생들, 장기 입원중인 환자들이었다. 주부들은 멀끔한 청년이 불행을 겪은 후 봉사에 매진한다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그에게 아낌없는 호감을 보냈다. 수녀님들은 신학생이었다는 과거를 밝히자 통하는게 많아 금방 친해졌다. 그는 어린 남학생들을  좀 무서워했으나 곧 봉사활동을 오는 아이들은 거의 다 예의바르고 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환자들도 가끔 신경이 괴팍한 이들 말고는 전부 그에게 잘 대해주었다. tv와 게임은 끊었다. 원체 안하다 버릇한 몸이라 한번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자 끊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몸에 살이 오르고 먹을 만큼 충분히 먹자 아귀들린 미친놈같던 식욕도 기세가 꺾였다. 다만 몸이 무겁고 불편해지며 소변이 자주 마렵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예전에 임신 서적에서 봤던 요가자세를 하루에 두번씩 꾸준히 했다. 여름은 죽도록 더워 온 나라가 폭염으로 난리였으나 보통 에어컨을 마음껏 틀 수 있는 환경에서만 생활하는 그에겐 별 문제가 아니었다. 시원한 방 안에서 남는 시간마다 성경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 그것도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좋은일을 하며 대화하자 생활이 놀랄정도로 안정되었다. 마음이 평안했다. 시한부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다. 혹은 불가에서 말하는 해탈일지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배가 꿈틀 하고 움직였다. 

 

병원에서 빈 환자실의 침대시트를 갈던 때였다. 그는 순간 간신히 토기를 참았다. 그리고도 혹시 몰라 잠시 화장실에 가서 쉬었다. 파트너로 같이 시트를 갈던 주부 민경씨가 걱정스레 남자 화장실 앞에 서있었다. 그새 초가을이었고, 얇은 옷으로는 배가 미처 가려지지 않을만큼 괴이하게 나와있었다. 그냥 복부비만 수준이 아니고, 이제는 한눈에 보기에도 의료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만큼이었다. 그는 마침 날씨가 조금만 기온이 내려가도 몸 곳곳에 바람이 드는 것 같아 긴팔옷과 패딩 조끼를 입고 생활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는 원래 좀 추위를 많이타며 원래 좀 복부비만이라고 변명을 해둔 상태였다. 그는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몸이 안좋아 미안하다며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하려 했다. 민경씨는 집에가서 쉬는게 좋지 않겠냐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길을 걷는데 참았던 눈물이 찔끔 났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워서 엄마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겐 아무도 없었다. 비슷한 경험을 했을 어머니도, 아기를 같이 만든 사람도, 의사도, 심지어 산파조차, 아무도 없었다.

 

집으로 가 그는 아기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하나같이 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여웠다. 눈물이 줄줄 났다.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게 저렇게 예쁜 것일지 확신 할 수가 없었다. 초음파 한번 찍어본 적 없었고 심장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기생형 외계인이나 적그리스도 일수도 있었다. 혹은 괴상하게 일그러진 기형아일 가능성도 높았다. 학창시절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만큼 그에게도 기본적인 생물학 지식은 있었으니까. 일단 XY 염색체부터가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기에 안정적이지 못했다. 회음부에 생긴 산도는 아마 아기가 나오는 순간 고환부터 항문까지 아기 머리가 나올만큼의 틈을 만들며 찢어져 아마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할것이다. 그렇다면 앞쪽으로 찢어지는 게 나을까, 뒤쪽으로 찢어지는 게  나을까? 그는 끔찍한 상상을 하다 또 울었다.

 

일주일에 겨우 3일뿐인데, 봉사활동을 나가는게 점점 힘들어졌다. 걷기가 힘들었고 늘 숨이차며 어지러웠다. 30분에 한번씩 소변이 마려웠다. 게다가 제 아무리 옷을 두껍게 입는다 해도 배가 불러오는 것을 감추는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는 봉사활동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혔다. 

 

정기적인 사회적 교류가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다. 그는 또 한번 고립되는 것이다, 뱃속의 기생체와 함께. 결국 그는 집에 남은 컴퓨터(고물 수준이었다)로 만화를 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만화 속에서는 엄청나게 황당하고 요상한 일들이 밥먹듯이 일어났으며, 전혀 다른 세계로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참한 상황에서 자극적인 도피와 위로를 찾기엔 가장 적합한 매체였던 것이다.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때웠으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정기적으로 먹고, 자고, 씻었다. 그것만 하는 것도 대단한 일 같았다. 집 한켠에 마련되었던 십자가와 묵주, 성경은 방치된 지 오래였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지.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는 점점 더 자주 꿈틀거리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꿈틀거린다'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잘 하면 뱃가죽을 뚫고 나올지도 모른다. 옛 영화 에일리언의 희생자 같은 꼴이 되어서 아무도 없는 집에 썩은 시체로 발견될지도. 사실 그러지 않아도 그는 이미 고립되어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가족의 사고 이후로 계속 그랬다. 그때 그냥 죽었어야 했는데. 장례를 치르고 법적 절차를 마친 뒤 학교를 나와 '내게 남겨진 재산은 모두 어느 재단에 기부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쓰고 최대한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으로 신속히 죽었어야 했다. 그게 당시의 자신에게 남은 제일의 해피엔딩일 것이었다. 아니, 그냥 중학교때 자살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게 성공만 했었더라면. 그때 죽었다면 그 씨발 개새끼들이 다 적합한 벌을 받지 않았을까? 적어도 몇년은 소년원에서 썩으면서 다른 범죄자놈한테 쳐맞고 살고 그랬어야 하지 않겠냔 말이다. 자기만 억울하게 전학가는 대신에. 소변이 마려웠다. 내장이 다 눌려 변비도 매우 심해서 배가 너무나 무거웠다. 자신의 본체가 머리가 아니라 배가 된 것만 같았다. 그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면

 

그때는 한겨울이었다. 집에 틀어박힌지 너무나 오래 지나서 의도치 않은 자가 감금 생활에 이골이 난 때였다. 그때는 정말 어쩔수가 없었다. 미처 인터넷으로 주문하지 못하고 똑 떨어져버린 생필품을 사러 나가야 했고, 배달음식을 또 먹고 쓰레기를 치우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바깥공기가 너무 쐬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긴건지, 그냥 한번 보고 나한테 거는 말이 아니라도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 최대한 많이 껴입었다. 집에서 보일러를 틀어놓고 있어도 꽤 추워서 수면바지와 두꺼운 집업을 입고 생활했는데, 한파에 나가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했다. 이제 배는 정말 올챙이처럼 터질듯이 부풀어서 배에 튼살이 엄청나게 생겼다. 뭐,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일단 내복 히트텍 티셔츠에, 위에 폴라 니트를 껴입고, 또 니트 가디건을 하나 더 입고 집업후드와 패딩조끼까지 챙겼다. 그 위에 XL 사이즈의 롱패딩까지 걸치자 사람이 아니고 걸어다니는 커다란 타이어맨 같았다. 아래에도 두꺼운 내복바지와 큰 사이즈의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괴상한 꼴이었지만 다행히 불룩하게 부른 배는 감춰진 상태였다. 마트에 가려면 패딩을 벗어야 할것 같아서 그냥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슈퍼로 갔다. 최대한 가볍게 장을 보고 분식집으로 가서 칼국수를 먹었다. 예전의 그 산해진미와 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그냥 싸구려 칼국수였다. 먹을만은 했지만 금방 배가 불러서 조금 남겼다. 그리고 집에 갈까 했지만 그는 왠지 조금 욕심이 났으므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보기로 했다. 난방이 되는 버스안에서 그렇게 두껍게 껴입고 앉아있으니 미친듯이 더웠지만 꾹 참았다. 다행히 10분도 되지 않아서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그냥저냥한 번화가인 시내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정말로... 모든 곳이 거의 꽉 차 있는 것 같았다. 조금 걷다가 가게 안에 제법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것을 보고야 알아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다. 왜 이제까지 몰랐지? 정말로, 근래에 어떠한 날짜 감각도 없이 막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어지럽기도하고, 너무 불편했다. 좀 편안한 곳으로 몸을 피하고 싶었다... 몇걸음 더 가지 못하고 보이는대로 지하에 위치한 서점으로 이동했다.

 

대형이라기도 소형이라기도 애매한 크기의 서점이었다. 넓다란 공간에 사람은 자신과 점원들을 포함해 대여섯명 쯤 되었다. 다행히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자신에게 편안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공간.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더워서 땀이 나는건지, 식은땀인지 알 수 없었다. 흥미를 끄는 책 몇개를 집어 펼쳐보았다. 글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 더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가슴이 미친듯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부푼 배 안도 요동쳤다. 본능적으로 손에 들고있는 것을 내려놓고 손으로 배를 감쌌다. 두꺼운 옷 겹겹이 감춰진 곳이 뻐근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탁, 하고 튿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속옷이 순식간에 젖어들어갔다. 하얗게 질려 서점을 나갔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바깥에는 축제의 낭만과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이런 때에 택시를 잡기는 힘들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한시가 급한 상황에 적합하지 않았다. 너무 답답했다.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 같았다. 제발 이 패딩이라도 벗고 싶었다. 건물 입구 근처의 남자화장실로 들어갔다. 낡은 철문에, 청소한지도 며칠 지난것 같은, 인적드문 화장실이었다. 작은 세면대와 소변기가 있었고 양변기 칸이 딱 하나였다. 당연히 난방도 들어오지 않았다. 화장실 문을 잠그고 패딩을 벗어 문위에 걸쳐놓고, 뚜껑내린 양변기 위에 앉았다. 이미 양수가 바지를 다 적시고 있었다. 검은 바지라서 젖은게 엄청나게 잘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있자 급작스레 고통이 몰려왔다. 배가 너무 아팠다. 내장이 아래로 다 빠질 것 같았다. 눈앞이 번쩍거렸고 식은땀이 비오듯 했다. 압박이 너무나 심해서 입고있는 하의를 전부 발목까지 내렸다. 그러자 갑작스레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소매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입은 조끼를 벗어서 시린 다리에 걸쳐놓았다. 어떡하지. 이대로 죽어 시체로 발견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런데 막상 각오했던 일인데도 죽기가 무서웠다. 휴대폰을 꺼내 미리 119를 입력해놓았다. 죽은 가족들이 떠올랐다. 신학교 학우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봉사활동을 하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스쳤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또 다시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모든게 아득했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다만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참고 견디는 것만 해도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서 성대를 진동할 기력따위는 없었는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견뎌보고자 엄지와 검지 사이의 여린 살을 깨물었다. 으드득 피가 날 정도로 깨물어도 손보다 배가 더 아팠다. 미칠 것 같았다. 이대로 죽는게 분명했다. 왜 죽지 않는 거지? 너무 이상했다. 할복을 해도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모든게 끝나지 않는 것이냐는 말이야?

 

한동안 별별 생각을 다 하며 고통을 견디고 있자 성기 아래 회음부에서 무언가 밀려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픈 와중에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변기에서 일어났다. 혼자였다. 지독하게 외로웠다. 그런데 사실 아니었다. 내 아래에 이게 있지 않은가,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에서야 느꼈다. 내 고혈 쪽쪽 빨아 자라나는 이 징그러운 기생충이 늘 나와 함께하지 않았는가. 저 위에 신이 있지 않은가, 저 사람이 남편이고 애 아빠고, 혹은 출산을 대리로 맡기고 싶은 끔찍스런 성모였다. 그를 욕하였다. 이기적인 씹새끼, 괜히 잘못한거 없는 나한테 좆같이 지랄하는 염병할 놈이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뭘 그렇게 잘못했냐, 내가 그냥 먹고 살고 공부하고 착한일 하고 그 정도만 있더라도 어디 불평한 적이 있었느냐. 부당의 절정이었다. 무고하게 죽는 사람들이 스쳤다. 그 중에는 내 가족이었던 이들도 있었다.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았다. 그 중에는 나도 있었다. 깨물고 있던 손으로 벽을 마구 쳤다. 너무 아팠다. 손이 아니라 배가... 가랑이 사이가 찢어질것 같았고 아랫배가 폭발할 것 같았다. 점점 밀려나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얀 변기 뚜껑위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두려웠다. 보는것도 만지는 것도. 애벌레의 모양을 한 외계의 기생생물일 것이었다. 끔찍스럽게 혈관이 부푼 악성 종양일 것이었다. 눈알이 이마에 달리고 사지는 목에 달린 기형아일 것이었다. 

 

그것은 한순간에 나왔다. 몸에서 빼내고자 어떻게든 심호흡을 하고 힘을 주었을때, 그렇게 아팠던게 허무할 만큼이나 쑥 하고 밀려나왔다. 만지기가 두렵다고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허무하게 추락하려 하는 그것을 두 손으로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응애응애 우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따뜻했고... 피와 체액에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질질 흐르는 눈물사이로 그것을 들어올려 보았다.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평범한 신생아의 모습이었다. 더럽게 젖어있고, 아주 빨간 것만 빼면 괜찮았다. 생각보다 아주 작았다. 뱃속에 있을때는 너무나 커다랗게 느껴졌는데, 두 손에 꽉 차고 살짝 넘치는 작은 크기였다. 떨리는 손으로 아기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입고 있는 가디건을 벗어 감싸려고 하는데

 

아, 딸이구나.

 

마리아가 아들을 낳았듯 그는 딸을 낳았다. 가졌을때부터야 그랬지만, 생물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 우스운 상황에 그는 처참한 몰골로 푸스스 웃었다. 동시에 울기도 했다. 한손에 다섯개씩 제대로 달린 손가락이 꼬물거렸다. 너무나 작아서 말도 안될 정도였다. 그는 가랑이 사이로 손을 내려 아직까지 제 몸속에 연결되어 있는 탯줄을 뽑았다. 엄청난 양의 묽은 피와 함께 태반이 딸려 나왔다. 매우 징그러웠다. 그러나 지금 당장 탯줄을 자를 수 있는 도구가 없었으므로 아기와 함께 가디건에 감쌌다. 옷을 두겹쯤 더 벗어서 아기를 얼굴만 내놓고 또 감쌌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찢어진 고간이 쓰리게 아팠으나 걸어놓았던 패딩을 주워입었다. 세면대에는 찬물밖에 나오지 않았기에 피로 젖은 아기의 얼굴만 손가락에 살짝 물을 묻혀 닦은 뒤 화장실을 나왔다. 변기며 바닥이며 온통 어두운 색의 피투성이가 된 그 공간의 광경은 너무나 처참해서 살인사건을 방불케 했다. 청소하는 분께 죄송했다. 그는 아기의 목을 조심스럽게 받쳐 안고 바깥에서 택시를 잡았다. 신생아를 안고 있으니 택시를 잡으려던 커플이 먼저 타라고 비켜주었다. 아기는 잠시간 울더니 따뜻하게 감싸주자마자 잠이 든 것 같았다. 기사는 아기에 대해 엄마는 어디 가고 청년이 데리고 있느냐 꼬치꼬치 캐물었다. 아기를 감싸고 있는게 제대로 된 보가 아니라 아무렇게나 벗은 옷이라는걸 들키지 않으려 어떻게든 가리고 말끝을 흐렸다. 질질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도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그 아이를 어찌 할 줄 모르다 결국 외출을 나갔다가 화장실 바닥에 버려져 울고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성당과 연결된 고아원에 맡겼다. 무난하니 제 성씨를 따고 이름은 '하나'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하나. 괜찮은 이름이었다. 간간히 봉사활동을 겸해 그를 보러갔다. 그가 낳은 아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아무도. 그래도 괜찮았다. 그는 제 아이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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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2 단편 C 김성호 2019.02.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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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0 단편 차별금지법 김성호 2019.02.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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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8 단편 적멸(寂滅)의 경계에서 우르술라 2019.02.24 0
단편 하나님 아버지 복되신 동정 록모노 2019.02.22 0
2426 단편 채유정 진정현 2019.02.20 4
2425 단편 하늘을 달리다 바젤 2019.02.18 0
2424 단편 농장의 아이들 바젤 2019.02.1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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