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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지은 사람 손을 들어봅시다. 들었다면 허공에 팔을 매달고 연골에 무리를 주어 날개가 자랄 수도 있는 뼈를 삭게 하세요. 죄 많이 지은 사람 날아갈 자격 없으니 죽어서 날개를 달 수 없게. 리세의 하나뿐인 죄를 용서하지 맙시다. 모두.

 

 

 

 글루의 이름은 엔젤 키스 : 이회시 

 

 

 

 글루를 제일 잘 만드는 인간아. 빈털터리 날개에 깃털을 다시 붙여줘.

 

 리세는 낮이 끝나가는 옻나무 숲에서 천사와 마주쳤다. 나뭇대(棒)가 가늘고 잎 숱이 적은 나무들 사이서, 깃털이 뽑혀 날개에 숱 없는 천사는 리세에게 의뢰했다. 나를 다시 날게 해달라고. 천사는 천국의 마구간에서 엮은 함을 열어 안식일 휴식으로 키운 수북한 모근을 리세에게 보여주었다. 내 깃털을 위한 접착제를 만들어 줘. 천당은 화폐가 없으니 나의 직급을 걸고 서약할게. 금전만한 가치로 보상해줄게. 천사의 흰 성가 복장이 밝아서 낮이 끝나는 줄도 모르겠었다. 

 

"인간아. 소원이 있어?"

 

천사와 리세가 얼굴을 마주봤다. 천사의 볼은 운 자국으로 줄줄이 촉촉했다. 왜 울었지. 소원이 있냐는 천사의 물음에 리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윗입술로 아랫입술을 물었다. 깃털은 잦은 비행으로 탈골된거야? 간지러워 긁다 떨어졌어? 깃털이 빈 수많은 모공은 괜찮아? 물어보고 싶었지만 옻내의 자극에 얼굴이 간지러운 척 코밑만 긁었다. 옻나무 베느라 꺼끌해진 두 손을 문지르며 운 얼굴이 사랑스러움을 느낌에 민망함을 회피했다. 리세는 천사의 별칭을 눈물 천사라 생각키로 한다.

 

 

 

 어둠이 몰려온단 사상은 야행성이 밤을 사랑하는 말투에서 따온 역설법. 검정을 활력 주는 칭찬. 리세는 매일 저녁을 북돋우며 노을을 물리치고 야산 속 집 한채를 지켰다. 자신의 집이었다.  

 

어두운 리세의 집에 눈물 천사가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졌던 아교가 눈물 천사의 발바닥에 달라붙었다. 눈물 천사는 끈적함에 발목을 굴렸다. 리세는 식탁 유리병을 확인했다. 양 한 마리 치 골수와 힘줄을 깨끗히 씻겨 약품에 절여둔 유리병 내부는 누런 액상을 띄었다. 눈물 천사는 거실 쪽 양탄자 위에 앉아 양반다리로 발바닥을 말렸다. 리세는 유리병 뚜껑을 열어 스틱으로 젤리를 휘저었다.

 

"천사님, 천국은 어때?"

 

"함부로 말할 수 없어. 잘못하면 인간이 천국의 설계도를 상상하잖아. 네가 내 증언을 익힌다면 현실에서 천국을 모방할 수도 있고, 그런 짓은 위험해."

 

눈물 천사는 어깨 연골을 씰룩거렸다. 날개가 움직이며 약히 매달렸던 깃털이 포자처럼 가볍게 날렸다. 양탄자에 떨어지는 천사의 일부. 날 수 있는 인간뿐일지도 모르는 눈물 천사의 체모는 고작 중력때문에 떨어지며 천천히 저항했다. 

 

 

 

 눈물 천사가 하루 16시간 넘게 잠을 잘 때, 리세는 눈물 천사를 위해 글루를 연구했다.  눈물 천사의 모공 살점과 깃털 모근을 접착하려면 얼만큼의 반데르발스 힘이 필요할까. 리세는 불쾌할 정도로만 끈적이는 리퀴드 프로폴리스를 주사기에 넣었다. 내가 어제 눈물의 얼굴을 처음 본 저녁 시간 그 즈음에 눈물 천사는 잠에서 일어났다. 기상하며 지상으로, 누운 유년에서 일어난 유일으로. 맨 몸에 의복을 입은 눈물 천사가 리세의 주사기를 가리켰다. 다음엔 날개를 가리켰다. 찔러. 리세는 눈물 천사의 날개 곳곳에 리퀴드 프로폴리스를 주입한 뒤 굳기 전 깃털을 밀어넣었다. 점성이 피부 밖으로 밀려나왔다. 

 

 주사기를 가득 버린 밤이 지나 아침이 셀 때 까지 눈물 천사는 중간에 꼭 졸던 잠을 자지 못하고 눈이 붉게 리세를 깨웠다.

 

"단냄새 나 잠이 안 와. 인간아 나 자고 싶어."

 

"왜그래..."

 

"코가 너무 달아 잠을 못자. 넌 왜 자? 이 냄새가 안 나?"

 

"아... 천사님... 단 냄샐 못견디나보다..."

 

"인간아 다시 해 줘. 이건 내 글루가 아니야. 빨리. 자고 싶어. 자게 해줘."

 

리세는 기상하면서 천사가 펄럭거리는 형상을 봤다. 졸음을 못견디고 꾸벅꾸벅 거리며 인간에게 애걸하는 볼 축축한 비인간 남자. 왜 또 울었지. 

 

 깨끗한 나무 욕탕에 눈물 천사를 들여보냈다. 계면활성제로 거품낀 물이 당류를 뜨듯이 녹혔다. 이미 한 번 떨어졌던 깃털들이 물 위에 뜨면서 납작한 뗏목이 됐다. 젖은 깃털을 무겁게 들고 나온 눈물 천사가 타올에 자기 체모를 올렸다. 리세는 눈물 천사의 날개를 손으로 훑어 엉킨 깃털을 가지런히 해주었다. 깃털은 인간 체모보다 굵었다. 리세의 손에 단단한 체모가 스칠 때 마다, 리세는 조류같은 질감을 느끼곤 조금의 소름을 지우질 못했다. 

 

 밀랍, 카르나우바 왁스, 마이크로 크리스탈린 왁스, 천사의 접착제로 실격한 목록들. 천사의 육체는 왁스 계열을 메슥거려 했다. 밀랍은 천사의 피부에 착색 현상을 나타내었다. 눈물 천사가 자는 중에 밀랍 부작용을 발견한 리세는 눈물 천사가 수면하는 동안 손톱과 지문으로 천사의 모공 속 굳은 밀랍을 압출했다. 카르나우바 왁스로 접착했을 땐 12시간 뒤 천사가 호흡 곤란을 일으켰다. 리세는 그제야 천사가 모공으로도 숨을 쉬길 알고 미안해했다.  마이크로 크리스탈린 왁스는 진물 부작용 때문에 날개살이 부풀어 올랐다. 안에서 완전히 딱딱하게 굳었기에 뜨거운 수건으로 모공을 불렸지만 소용 없었다. 아, 이건, 85도의 온도로 녹이는 방법밖에 없어... 눈물 천사는 말했다. 

 

불로 해도 돼.

 안 돼. 화상 입어 천사야.

 

인간아. 화상은 지옥의 죄라서 천사는 화상을 몰라. 

 

 천사의 깃털에 불을 그을린 다음날, 천사는 자면서 멀쩡히 체력을 회복했지만 지쳐보였다. 리세가 돼지 지방에 깊숙이 배인 노린내를 약품에 절이는 모습을 누워서 보기만 했다. 동물 지방으로 얻을 수 있는 젤라틴의 양은 매우 적고 냄새에 민감한 눈물 천사를 위해선 약품에 오래 절여두어야 하니 시간도 오래 걸려 날개를 빈 상태로 꽤 내버려두어야 했다. 천사가 64시간을 자고 일어나야 만들어 질 글루였다. 

 

천사가 48시간을 자고 일어날 그 시각, 리세는 두 팔로 주걱을 쥐고 약한 불에 젤리를 융해하고 있었다. 천사는 바닥에 깐 양탄자 위 맨 몸으로 앉아 자기 다릴 주물렀다. 빈 날개가 측은하고 가녀렸다. 이 글루를 식히는데도 내일이 걸리는데 천사는 괜찮을까. 급해져 입김으로 열을 덜어냈다가 하찮은 인간의 숨으로 천사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을까하여 열심히 팔이나 저었다.

 

밤이 갈 동안 글루를 자연스레 식히려고 병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거즈를 덮어줬다. 리세는 하루종일 몸을 주물렀던 천사의 옆에 앉았다. 양탄자는 눈물 천사의 온도로 익어있었다. 눈물 천사는 고갤 들어 붉은 점막으로 리세를 보았다. 리세는 입술을 벌렸다. 

 

 "깃털은 잦은 비행으로 탈골된거야?"

 

"아니."

 

"간지러워 긁다 떨어졌어?"

 

"아니."

 

"깃털이 빈 수많은 모공은 괜찮아?"

 

"괜찮아."

 

리세는 눈물 천사의 뒷머릴 눌러 자신의 목과 어깨 사이 틈으로 포옹해주었다. 천사의 깃털은 인간이 안은 열로 몇 줌 떨어지고 말았다. 천사는 인간의 걱정으로 감동하여 자신의 과거를 고해했다. 

 

"내 날개 왜 이러냐면, 천사들이 잡아뜯었어. 신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고 질투했거든. 깃털을 뽑혔어. 그들은 깃털과 같이 이승으로 날 내버렸어. 신이 무력하다고 느낀 게, 그깟 천사들의 질투가 무서워서 나를 묵과한 거야."

 

"네가 왜 그런 일을 겪었어야 해?"

 

"천국은 그럴 수도 있는 곳이니까, 그럴 일을 당할 천사도 있어야지."

 

 

 

  돼지 지방으로 만든 글루를 튜브에 정량 담아 천사의 날개 모공에 적당히 주입하고 깃털을 천천히 밀어 넣었다. 눈물 천사가 어깨를 부르르 떨자 잘 매달렸던 애꿏은 깃털이 바닥에 흩날렸다. 눈물 천사는 이번 글루를 너무 차가워해서 결국 중간에 주입을 그만 두었다. 눈물 천사는 날개가 얼 거 같다며 주입한 부위를 벅벅 긁었다. 리세는 뜨거운 수건으로 그 부위를 불리고 녹은 기름을 닦아주었다.    

 

민감한 눈물 천사는 곡식 셀룰로스로 만든 글루도 따갑다고 경기를 일으켰다. 알맞는 글루를 찾긴 너무나 어려웠다. 그렇다고 독한 약품을 혼합한 글루를 쓰고 싶진 않았다. 처음보다 더 많이 빠진 깃털로 함 속엔 깃털이 전부 들어갈 수 없을 경지였다. 눈물 천사는 검을 뭉친 덩어리에 자기의 깃털 모근을 푹푹 찔렀다. 검 덩어리에 모근 굵기만한 깊은 구멍들이 생겨났다. 리세는 눈물 천사를 위해 머릴 굴렸다.

 

"같은 종류끼리 교점한다는 이론이 있잖아. 사람 코를 세우려면 귓불을 떼어다 접착하듯이... 너의 날개도 천사의 모근과 유사한 젤라틴으로 접착하면, 아마..."

 

눈물 천사는 리세의 혼잣말을 들으며 천사의 골수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검 덩어리에 찔러넣은 깃털 모근을 뽑았다. 자기가 당한 짓이었다. 

 

  

 

 며칠 뒤 눈물 천사는 잠시 천국에 다녀왔다. 

자기를 가장 심하게 학대한 천사를 죽여왔다. 리세는 감히 천사를 해체하기 무서웠다. 인간아, 너에게 살인죄가 쓰일 거 같니? 괴물을 죽인다고 생각해. 마땅한 괴물을. 

 

 눈물 천사는 리세를 도왔다. 악독한 가해자의 힘줄과 연골을 꺾었다. 떨어진 깃털이 자신의 깃털과 헷갈리지 않게 작두에 썰어 수거했다. 약품 풀어놓은 물에 젤라틴 원료를 담구고, 우린 또 기다려야 하는 밤을 맞이했다. 리세는 지난 날 천사의 고백을 답장 삼아 고해성사했다.

 

"예전에 말야. 어떤 기업이 내게 요구했어. 가장 접착력이 좋되 가장 잘 떼어지는 글루를 만들어 달라고. 이중성 물질이라 연구가 필요해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기업에게서  최단시간으로 성급하게 결과를 내라는 답장을 받았어. 그래서 단기간 내에 가장 독한 약품으로 최선을 낼 수 밖에 없었지. 나중에 어떻게 되었냐면, 그 글루때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은거야..."

 

"..."

 

"기업은 내가 만든 글루를 요거트 밀봉제로 사용했거든. 가볍게 힘주어 손으로 뜯어내는 뚜껑의 접착제로."

 

"응."

 

"나는 법적인 벌을 받지 않았지만 벌을 받지 않아서 고통스러웠어. 꿈에선 글루로 죽은 사람들이 내게 울부짖었거든. 끈적한 꿈을 꾸니 매일 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산 속으로 고립했어. 일부러... 정신을 차려보니까, 천사를 위한 글루를 위해 천사를 끓이고 있는거야."

 

입술을 붙이면 천사가 데려온다고 해서, 수만 명 사상자를 낸 글루의 이름은 엔젤 키스. 리세는 천사의 입맞춤을 더럽혔으며 그 이름의 피해자 앞에서 변명도 하지 말아야 할 가해자였다.

 

"인간아. 그 영혼들은 내가 다 천국으로 인도했으니 걱정 마."

 

"천국에서도 그 사람들이 위험하면 어쩌지?"

 

천국은 안전한 곳이 아니잖아. 리세의 얼굴이 서글퍼졌다. 걱정이 온 얼굴에 드러나는 건 오직 인간. 눈물 천사는 리세가 천국에 오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당신은, 당연히 신이 사랑할 얼굴에 천사들이 내게 물려준 전적처럼 질투받고 나팔 소리로 이지메 당하며 신에겐 방관될테니.

 

 

 

 살인한 천사의 뼈로 우려낸 글루는 눈물 천사의 깃털을 제자리에 돌려보였다. 천국에 갈 외모가 완성되었구나. 눈물 천사의 날개는 리세가 집도한 치료였다. 코 앞 천국의 문에 섰다. 옻나무 향이 슬금슬금 간지러웠다. 눈물 천사는 무서웠지만 그것도 이내, 눈물 천사는 인간이 아니기에 리세에게서 옮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기의 죄를 품기로 인정하고 천국을 문을 열었지만.

 

"인간아. 이해할 수 없어. 내면의 상처로 죽은 건 난데 가해한 천사를 추모하려고 나를 또 심판하다니. 나의 죄는 당연한 죄일까?"

 

"천사님, 이름이 뭐야."

 

천사는 울먹이며 붉은 볼로 이름을 말했다.

 

"치크."

 

리세는 소원을 빌었다. 치크가 심판 받는 날 모르는 양이 넘어져 상처가 났으면 좋겠다고. 그럼 순수가 다친 양을 위해 소독약을 듬뿍 적시면 절벽이 소독약 냄새로 가득해질 테니까. 인정할 수 없는 죄가 순리 대신에,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재판을 쾌청한 소독약 냄새로 말끔히 닦아 광내었으면.

 

"치크, 우리 유죄에서 만나자."

 

눈물 천사는 천국의 문을 닫으면서 울고 말았다. 리세가 본 치크의 마지막 모습에 리세는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 리세는 옻나무 숲에서 기나길게 겪을 상사병에 걸려 아파지기 시작했다. 

 

 

 

 

 

 글루와 긴 세월로 유독해진 리세는 상사병과 합병증을 겪다 사망한다.

 

리세는 지옥 문 앞에 섰다. 그간 미뤄두었던 처벌을 반성했다. 죽어서도 성립되는 죄는 영원히 어떤 불길일 지 상관 없었다. 뜨거운 불구덩이, 소리지르는 죄수자들이 익으며 끓는 여러 가지 후회 속으로. 리세는 지옥 문을 열었다. 아지랑이가 흔들거리며 보이는 익숙한 등. 잔뜩 입은 살갗들의 부분 화상, 새까만 깃털, 치크.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이제 당신과 나는 죄 지은 나라에서 공적인 형벌을 받으며 유죄를 공유할 차례.

 

 

 

 천국의 천사들 모두 환생하지 말고,

지옥에 온 사람들 전부 고통스럽지 않기를.

 

죄의 점도는 엔젤 키스.

 

 

이회시

이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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