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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카포카 씨의 모험

2019.02.03 06:5302.03

1. 들락날락 별의 사카포카 씨

사카포카 씨는 지금 들락날락 별, 카레니나 숲에 서 있습니다.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고파고파 새가 아주공갈 열매를 돼지처럼 먹고 있습니다. 고파고파 새는 이제
거의 참새만큼 작아졌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작아진 새의 모습에 안심하며 그가 머물던 한라산 백록담 지하 속으로
돌아가려던 참입니다.


고파고파 새는 먹으면 먹을수록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새입니다. 보아 구렁이가 석 달 동안 굶어 흘린 침 열두 방
울과 황소머리 때까치가 이집트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돌에다 싸고 간 똥을 섞어 만든 반죽을, 아마존에 딱
한 그루 남아있는 아주공갈 나무 심장에 바르면, 붉은 달과 푸른 달이 남쪽과 북쪽에서 떠 오를 때 흰수염 고래만 한
알이 그리스 동쪽 바다에서 떠 오른다고 합니다. 그 알에서 태어난 새가 바로 고파고파 새입니다. 갓 태어난 고파고
파 새는 참새만 한데, 배의 크기는 고래만 해서 아무리 먹어도 배를 채울 수가 없는 새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먹
을수록 배가 점점 작아진다는 점이지요. 거꾸로 계속 굶게 되면 배는 점점 더 커져서 나중에는 지구를 뭉그러뜨릴지
도 모르는 아주 위험한 새이기도 합니다. 이 새는 아주공갈 열매만 먹는데, 이 열매는 아시다시피 아마존에 딱 한 그
루 남은 아주공갈 나무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그리스 동쪽 바다에 떠 있는 이 새한테는 있으나 마나여서, 고파고파
새는 계속해서 굶주리며 커져만 갔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그가 머물고 있는 지구가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고파고파 새를 그냥 두
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지구가 반으로 쪼개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가 인디언 벌새를 타고 그
리스 동쪽 바다에 도착했을 때 고파고파 새는 이미 터키와 그리스를 잇는 다리가 될 정도로 커져 있었습니다. 터키
군인들과 그리스 군인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날아온 온갖 군인들이 온갖 무기들로 고파고파 새를 공격해 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고파고파 새의 몸을 감싸고 있는 깃털은 우주 광석 PN-235711131719보다도 강했기 때문입니
다. 이 우주 광석은 한 달 전에 파리 에펠탑에 떨어졌었는데 어찌나 단단한지 지구를 그대로 뚫고 그 반대편 뉴질랜
드 동해와 남극 사이의 바다로 튀어나와 다시 달을 뚫고 먼 우주로 사라졌습니다. 다행히도 그 크기가 참깨의 백만
분의 일 크기라서 지구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타고 온 인디언 벌새를 자신의 왼쪽 귀에 넣어 두었었는데, 이 인디언 벌새로 말할 것 같으면, 지구의
벌새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날개에 빛의 오줌이 발려서 빛보다도 빨리 나는 새입니다. 사카포카 씨가 자신이 살던
들락날락 별에서 타고 온 새입니다. 사카포카 씨는 지금 벌새를 왼쪽 귀에 넣은 걸 후회하고 있습니다. 벌새의 윙윙
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왼쪽 귀를 뽑아내 오른쪽 바지 엉덩
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왼쪽 귀가 없는 모습은 사카포카 씨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
겐 야단법석 떨만한 모습이어서 귀찮지만 오른쪽 귀를 뽑아 왼쪽 귀 없는 자리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는 왼쪽 귀가
없다는 걸 오른쪽 귀로 감쪽같이 숨긴 자신의 영리함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고파고파 새에게 지구를 떠나 달라고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 새의 귀가, 그 귀가 달려있을 새의 얼
굴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터키와 그리스 사이의 바다를 메울 정도로 커진 새의 몸에서 참새만
한 머리를 찾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우주에서 머리가 네 번째로 좋은 녀석을 불러
내기로 했습니다. 그가 오른짝 편 구두를 벗고 그 구두 밑창을 돌리자, 열린 밑창에서 바로 그 우주에서 머리가 네
번째로 좋은 엘라빤따리 코따리가 나왔습니다.

 


2. 엘라빤따리 코따리의 등장
"안다프레쎠, 안다프레쎠, 안다프레쎠."
엘라빤따리는 구두 밑창에서 나올 때마다 이렇게 세 번 소리를 외칩니다.
"뜨끼야, 무슨 문제가 생겼나 보군, 사카포카?"
엘라빤따리는 자신의 코끼리 코같이 생긴 기다린 귀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습니다.
"저기 보이는 저 새 머리 좀 찾아줘."
사카포카 씨가 오래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엘라빤따리에게 말했습니다.
"뜨끼야, 그런데 사카포카 그보다는, 너의 오른쪽 귀는 어디로 갔나 보군?"
엘라빤따리가 말했습니다.
"내 머리 왼쪽에 붙어 있잖아, 내 귀는 상관 말고 어서 저기 저 새 머리 좀 찾아줘."
사카포카 씨가 '이 녀석 또 시작이군'이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뜨끼야, 그럼 너의 왼쪽 귀가 어디로 갔나 보군?"
엘라빤따리는 약 올리는 눈을 하고서 또 물었습니다.
"왼쪽 귀는 내 오른쪽 엉덩이 바지 주머니에 잘 있으니, 어서 저기 저 새 머리를 찾으라니깐!"
사카포카 씨가 화를 터뜨리며 대답했습니다.
"뜨끼야, 왼쪽 머리에 오른쪽 귀를 붙이고 왼쪽 귀는 오른쪽 바지에 넣은 걸 보니, 벌새를 왼쪽 귀에 넣었나 보군?"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의 자줏빛으로 달아오른 머리를 못 본 척하며 계속 물었습니다.
"이 녀석, 지금 당장 새 머리를 찾지 않으면 네 귀를 네 콧구멍에 쑤셔 박을 테다!"

사카포카 씨는 온몸이 가지처럼 자주색이 되어 당장이라도 엘라빤따리의 코끼리 코 같은 귀를 그의 콧구멍에 넣을
기세였습니다. 엘라빤따리는 자신의 귀가 자신의 콧구멍에 박힌 모습이 은근히 기대되었지만 사카포카 씨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그가 정말 보라색 가지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그의 귀를 킁킁대며 고파고파 새의 머리를 찾기 시
작했습니다.


"뜨끼야, 새의 배가 이렇게 큰 걸 보니, 이 새는 틀림없이 고파고파 새로군."
엘라빤따리는 중얼거리며 다시 귀를 킁킁거렸습니다.
"뜨끼야, 이렇게 배가 부른 걸 보면 굶은 지 오래되었다는 말이로군. 그렇단 얘기는 지금 못 먹은 지 오래되어서 입
냄새가 엄청나게 날 거란 얘기로군."
엘라빤따리의 추리는 정확했습니다. 실제로 고파고파 새는 굶으면 무지막지한 입냄새가 나는데, 그 냄새는 지바고
악어의 이빨 냄새와 보르헤스 씨의 손등에 붙은 사마귀 냄새, 그리고 에헴 씨의 오른쪽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발가락
사이에서 나는 발 냄새를 합친 냄새와 똑같았습니다. 그 냄새가 어떠하든지 간에 지구인이 맡아본 적 없는 그 냄새
는 사카포카 씨가 이 곳을 도착하기 전부터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사카포카 씨와 엘라빤따리는 고파고파 새의 얼굴 앞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 가여운 새의 얼굴은 굶은 지
오래되어서 눈, 코, 입이 포동포동 차오른 살집에 덮여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이, 너, 엉덩이를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당장 지구를 떠나라."
사카포카 씨는 불쌍한 새의 얼굴에 대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눈, 코, 입뿐만 아니라 귀까지 포동포동 차오른 살집에 묻혀 들리지 않았나 봅니다. 귀가 있을 만한 자리에
대고 다시 지구를 떠나라고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만, 이번에도 듣지 못했나 봅니다. 옆에 있던 엘라빤따리가 말했
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넌 지금 지구인의 말로 이 새한테 말을 걸고 있군. 이 새는 지구에도 우리 들락날락 별에도 없는
새라는 걸 깜빡한 모양이군."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참견이 얄미웠지만 맞는 말이라서, 하는 수 없이 왼쪽 겨드랑이 털 삼백 번째에 숨겨진
열쇠 꾸러미를 꺼냈습니다. 그는 그중에서 콧수염이 그려진 탁구공이 새겨진 열쇠를 골라, 자신의 오른쪽 갈비뼈 다
섯 번째 서랍의 열쇠 구멍에 넣었습니다. 서랍이 열리자 그 속에서 에헴 씨가 탁구공처럼 통통 튀며 밖으로 나왔습
니다.

 


3. 에헴 씨의 등장
"에헴~ 지금 신나게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무례하게 나를 불러낸 신사분은 누구신지?"
에헴 씨가 입에 하얀 거품을 문 채로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에헴 씨, 양치질하시느라 바쁘신데 이렇게 무례하게 불러내어 실례가 많습니다만, 지금 중요한 일이 생
겨서요."
사카포카 씨는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에헴 씨는 버릇없는 말투를 너무너무 싫어해서
그런 말을 하는 생물들과는 절대로 상대하지 않는, 들락날락 별뿐만 아니라 안드로메다까지도 소문난 앙뚜아넷 욕
할머니 가문의 귀한 십팔 번째 자제분이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에헴~ 무슨 일이 그리 중요하시다는 건지?"
에헴 씨가 양치질로 생긴 하얀 거품을 사카포카 씨의 얼굴에 튀기며 말했습니다.
"에헴 씨께서 여기 이 새에게 지구를 떠나 달라는 말을 좀 전해 주셨으면 해서요."
에헴 씨가 튀긴 거품을 닦아내며 사카포카 씨가 말했습니다.
"에헴~ 이 새가 어느 나라 말을 쓰신다는 건지?"
에헴 씨가 다시 거품을 튀기며 말했습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사카포카 씨는 이번에도 얼굴에 묻은 거품을 닦아내며 말했습니다.
"에헴~ 내 아무리 전 우주의 말을 다 할 줄 안다 하셔도 상대방이 무슨 말을 쓰시는지 아셔야 하신다는 걸 아시는
지?"
에헴 씨는 이번에는 거의 사카포카 씨의 온몸에 거품을 바르듯 튀기며 말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에헴 씨가 튀기는 거품에 거의 미칠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지구의 위기로 한시가 급한 때라, 침착하
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엘라빤따리에게 말했습니다.
"엘리, 이 새가 어느 나라 말을 쓰는지 알려줘."
"뜨끼야, 그것은 이 새의 입 냄새로 짐작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로군. 너도 알다시피 지바고 악어 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지바고 악어가 사는 나라 말을 쓰거나, 보르헤스 씨 손등의 사마귀 냄새가 나는 걸로 미루어 보아 보르헤스 씨
의 나라 말 아니면, 에헴 씨의 발가락 냄새가 나는 것으로 짐작하건대 에헴 씨 나라 말, 이 셋 중에 하나일 거라는 추
측을 해 볼 수 있다는 말이로군."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말대로 에헴 씨가 세 가지 다른 나라 말로 고파고파 새에게 말해 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에헴~ 내가 세 가지 다른 나라 말을 해주는 대가로 양치질에 쓸 치약, 삼백만 개를 주실 수 있으신지?"
에헴 씨는 뜸을 들이며 사카포카 씨에게 말했습니다. 에헴 씨에게는 우주의 수많은 별들의 알 수 없는 언어를 통역
해주는 대가로 치약을 받는 것이 그의 당당한 권리이자, 유일한 행복이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지구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양치질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서 치약 삼백만 개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에헴 씨에게
치약 삼백만 개를 약속했습니다.


"에크~ 아크 타끄 마끼 또풍!"
에헴 씨는 먼저 지바고 악어 나라 말로 고파고파 새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고파고파 새는 못 알아듣는 눈치였습니
다. 이번에는 보르헤스 씨 나라 말로 말을 건넸습니다.
"에르~ 망쉬 망크르 파리날리 꼬르 르 뷔지 에르!"
에헴 씨는 콧수염을 멋있게 떨며 말을 전했지만, 이번에도 고파고파 새는 못 알아들은 기색이었습니다.
"에헴~ 마지막 말은 내가 사는 별의 나라 말인데, 그렇단 얘기는 이 새는 우리 별의 새란 말이신지…"
하며 에헴 씨는 능청맞은 얼굴을 하고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나라 말로 고파고파 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에롱~ 라나떠롱 를구지롱 장당롱!"
에헴 씨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새의 포동포동한 얼굴에서 삐쭉하고 새의 부리가 힘겹게 나왔습니다.
"삐롱 삐롱, 요세주롱 좀거글머롱 씨저아롱 긴생롱 치가공꾸타롱!"
마침내 고파고파 새는 에헴 씨 나라 말로 대답했습니다.
"에헴~ 이런 버릇없으신 새 같으니라고, 감히 내가 탁구공 같다는 말을 하시다니, 가정교육이 형편없으셨는지…"
에헴 씨는 화를 잔뜩 내며 나왔던 사카포카 씨의 갈비뼈 서랍으로 들어가고는, 서랍을 '쾅'하고 닫았습니다.
"에헴 씨, 에헴 씨, 도대체 이 새가 뭐라고 했길래 그렇게 화가 나신 겁니까? 네? 에헴 씨?"


사카포카 씨는 답답한 마음으로 서랍에 대고 소리쳐 보았지만 에헴 씨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서랍 문 틈
으로 쪽지 하나가 불쑥하고 나왔습니다. 그 쪽지에는 '기다리는 답변은 엽서로 보내겠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
다. 또 잠시 후, 또 하나의 쪽지가 에헴 씨의 서랍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쪽지에는 '엽서는 사카포카 씨가 태어난 들
락날락 별, 돈까밀로 백작이 사는 성, 백오십삼 번째 방으로 보내겠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자
신의 다섯 번째 갈비뼈를 부숴 버리고 싶었지만 에헴 씨의 할머니 앙뚜아넷의 욕 세례가 무서워 화를 꾹 참으며 자
신의 고향, 들락날락 별, 돈까밀로 백작의 성으로 엽서를 찾으러 떠나기로 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왼쪽 머리에 붙어있는 오른쪽 귀를 아무리 뒤져봐도 인디언 벌새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촌도리노 이 녀석은 또 어디로 간 거야? 지금 빨리 고향으로 가야 하는데…"
촌도리노라는 이름을 가진 새는 사카포카 씨의 왼쪽 귀에 들어가 있었고, 그 왼쪽 귀는 그의 오른쪽 엉덩이 바지 속
에 들어가 있는, 바로 그 인디언 벌새의 이름입니다. 사카포카 씨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엘라빤따리는 놀려대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네가 찾고 있는 촌도리노는 너의 오른쪽 엉덩이에서 윙윙대고 있는 걸 모르는 모양이로군."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말에 그제야 기억이 나서, 오른쪽 엉덩이 바지 주머니에서 촌도리노를 꺼냈습니다. 촌
도리노가 들어가 있었던 왼쪽 귀를 땅바닥에 흘리는지도 모르고서 말이지요. 촌도리노는 아시다시피 크기가 벌새만
해서 타고 가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카포카 씨의 몇 개 없는 머리털 중 가장 긴 머리털을 촌도리노
의 어깨에 묶고 대롱대롱 매달려 막 하늘을 날려고 하는데, 엘라빤따리 코따리가 허겁지겁 그의 코끼리 코같이 생긴
귀를 사카포카 씨 다리에 감으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나를 잊고 혼자서만 가려고 하는 모양이로군."

 


4. 아인프랑켄슈타인
"엘리, 넌 무거워서 같이 갈 수 없어, 내려."
라는 사카포카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촌도리노는 들락날락 별, 돈까밀로 백작의 성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에게 말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우리는 그저 촌도리노에게 어떻게 해서든 붙어 있기만 하면 된다는 걸 잊은 모양이로군."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자신의 머리털을 촌도리노 어깨에서 풀고서는, 촌도리노를
이번에는 어디에 둘까 고민했습니다. 그의 고민을 짐작한 엘라빤따리 코따리는 짓궂은 생각을 하며 그에게 말했습
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이번에는 벌새를 너의 갈비뼈 네 번째 서랍에 넣어 두는 것이 어떨지 기대되는군."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말에 더는 고민하지 않고 인디언 벌새를 서랍 네 번째에 넣었습니다.
둘은 돈까밀로 백작의 성벽을 바라보며 성문이 어디 있는지 한참을 찾고 있었습니다. 성은 지구에 있는 만리장성의
일곱 배가 되는 길이와 알프스산의 열 배가 넘는 높이로 세워진, 들락날락 별에서 가장 작은 성이었습니다. 가장 작
은 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성문을 찾기란 이만저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엘리, 넌 이 우주에서 네 번째로 똑똑하다며, 이깟 고향에서 가장 작은 성의 문 하나를 못 찾는 걸 보니 그렇지도 않
은가 보지?"
사카포카 씨가 엘라빤따리를 비웃듯이 말했습니다.
"뜨끼야, 나는 아까부터 문이 어디 있는지 알았지만 사카포카, 네가 문을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가만히 있었던 걸
모르고 있었군."
엘라빤따리가 대꾸했습니다.
"흥, 나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나도 네가 문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서 가만히 있었던 걸 모르고 있었군?"
사카포카 씨가 엘라빤따리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그렇군. 사카포카, 그럼 어디 나를 성문으로 안내해 보면 좋겠군."
엘라빤따리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 엘리, 안내는 네가 해야지. 난 너의 주인이란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군."
사카포카 씨도 따라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내 정신 좀 봐, 지금 방금 성문이 어디 있는지 까먹고 말았군."
엘라빤따리는 세 눈을 끔뻑거리며 말했습니다.
"엘리, 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눈이 네 개였지 아마? 지금처럼 자꾸 깐족대다가는 지구인들처럼 눈이 두 개밖에는
안 남게 될 거야."


사카포카 씨의 말에 엘라빤따리는 몸서리쳤습니다. 원래 엘라빤따리의 눈은 모두 열두 개였지만, 그가 사카포카 씨
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사카포카 씨가 엘라빤따리의 눈을 하나씩 빼내어 우주의 별로 만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지
구에 새로 생긴 붉은 달과 푸른 달도 엘라빤따리의 눈으로 만든 별이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재빨리 말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여기는 성의 뒤편이로군. 그래서 성문이 보이지 않는 게로군."
"진작에 알려주었다면 너의 눈 얘기는 꺼내지 않아도 되었잖아? 명심해. 너와 나, 우리의 정체가 지구인에게 낱낱이
밝혀지면, 우리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점을 말이야."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를 으르고 나서 이 성의 반대편, 성문이 있는 곳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엘
라빤따리는 인디언 벌새를 타고 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사카포카 씨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인디언 벌새는 인디언 벌
새대로 지금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그는 짐짓 모른 체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성문으로 가는 방법
이 떠오르지 않자,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에게 늘 그렇듯 물었습니다.
"엘리, 지금 한시가 급한 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꾸물거리다가는 지구가 박살이 나고 말 거야. 바로 답해 주기 바
란다. 우리가 성문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려줘."
"뜨끼야, 사카포카, 세 가지 방법이 있군. 첫 번째 방법은 우리가 성문이 나올 때까지 들락날락 별을 한 바퀴 도는 방
법이 있겠군."
엘라빤따리가 대답했습니다.
"엘리, 들락날락 별이 얼마나 큰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을 말한 것은 아니겠지?"
사카포카 씨가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뜨끼야, 첫 번째 방법이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로군.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으로, 성벽을 뚫고 가는 방법이 있군."
엘라빤따리는 딴청을 피우면서 대답했습니다.
"남의 성벽을 함부로 건들다가 박살이 난 '깨질 계란으로 벽치기' 아저씨 꼴이 되려고? 엘리, 아무래도 넌 지구인처
럼 눈이 두 개여야 말을 들을 모양이군. 세 번째도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면, 이번에는 진짜로 지구인이 될 줄 알
아."
사카포카 씨가 눈을 부라리며 말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촌도리노가 네 번째 서랍에서 윙윙대는 소리에 그 아랫칸에
머물고 있는 에헴 씨가 충분히 괴로웠을 거라고 생각하며, 엘라빤따리는 대답했습니다.
"뜨끼야, 세 번째 방법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게로군. 세 번째 방법은 촌도리노를 타고 건너는 방법이 있군."
사카포카 씨는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며 얼른 갈비뼈에서 촌도리노를 꺼냈습니다.
"엘리,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혼자 히죽히죽 대고 있어? 지금 날 붙잡지 않으면 여기서 안녕이다?"
엘라빤따리는 앙뚜아넷 할머니에게 설움을 당한 그 날 이후로 늘 복수할 날만을 기다려 왔었는데, 오늘에야 그녀의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게 되어서 기분이 매우 좋아진 채로 말했습니다.
"뜨끼야, 이미 너의 다리에 내 귀를 감았다는 걸 모르시는군, 사카포카?"


성문 앞에 다다른 사카포카 씨와 엘라빤따리는 문 앞에 서 있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들
락날락 별에서 제일 악명 높은 악당으로, 위대한 우체부인 미스 간디 죠르바에게 붙들려 감옥에 갇혀 있는 신세라고
알고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금 사카포카 씨의 성문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봐, 엘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저기 서 있는 저거, 아인프랑켄슈타인이 맞는 거야?"
사카포카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엘라빤따리에게 말했습니다.
"뜨끼야, 뜨끼야. 분명하군. 저 하얀 머리에 콧수염, 그리고 목에 붙은 건전지를 보니 분명히 그로군."
엘라빤따리 역시 떨리는 목소리를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어, 어떻게 감옥에서 빠져나온 거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해, 엘리."
말을 마치기도 전에 사카포카 씨는 성을 뒤로하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그의 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한 발 앞서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이봐요, 신사분들.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시는 길?"
어느새, 아인프랑켄슈타인이 그들 앞을 가로막고 서서 말했습니다. 사카포카 씨와 엘라빤따리는 인디언 벌새만큼
빠른 그의 움직임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눈으로 엘라빤따리에게 말했습니다.
'엘리, 이거 큰일 났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우리를 무한대에서 딱 3을 뺀 수만
큼 접어서 게르마늄 바이킹 개미의 똥구멍에 쑤셔 박을 거야. 너도 알지? 게르마늄 바이킹 개미의 똥구멍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여기서 잠깐 아인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하자면, 아인프랑켄슈타인은 터질락말락 별에서 들락날락 별로 몰래 도망쳐
나온 깡통 로봇입니다. 그는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괴상한 이론을 만든 어둠 건전지 로봇이지요. 그 이론은 지구
인에게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우주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이름하여 '어둠 이론'이라고 불리
는 이론입니다. 여기서 또한 잠깐 '어둠 이론'에 대하여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어둠은 모든 것이고 아무것도 아니며,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며, 바깥이기도 하고 안이기도 하며,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한
알쏭달쏭한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모든 면에서 구분이 없는 이 어둠에다가, 어느 날 박박사, 박박소, 박박박 이렇게
세 명이 그들의 목구멍에서 '떨림'이라는 것을 토했다고 합니다. 그 떨림이 어둠을 찢고, 붙이고, 구멍 내고, 때우고,
구부리고, 펴면서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빛이라는 떨림이 실제로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 그림자로 비춰 보이는,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 거짓으로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 이 모두를 마구 뒤섞여 보이게 만들어서 우주인이 우주를 잘못 알고, 우주 문화를 타락시킨
다고 믿었던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빛을 없애는 일에 그의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가 만든 어둠 건전지는
빛을 흡수하여 에너지로 쓰는 건전지입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들락날락 별의 시민들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맞히
지 못하면, 자신처럼 시민들의 목에 어둠 건전지를 박았습니다. 어둠 건전지를 목에 박는 순간, 그 주위의 빛이 건전
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그라지기 때문에, 들락날락 별은 어느새 점점 어두운 행성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수수께끼를 맞히는 시민이 아무도 없어서 더더욱 들락날락 별은 시커멓게 어두워져만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
서 잠깐,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왜 이토록 들락날락 별을 어둡게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었을까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의 연구에 따르면, 들락날락 별은 우주가 생기기 전, 어둠만이 있었던 때에, 박박사, 박박소, 박박
박, 세 명이 토한 떨림 중에 하나인, 빛이 맨 처음 어둠에 구멍을 내며 뚫고 나온 곳에 생긴 별이라고 합니다. 아인프
랑켄슈타인은 들락날락 별을 어둠의 별로 만들면, 그곳에서 '검은 구멍'이 생겨, 그 '검은 구멍'이 전 우주를 빨아들
여서 처음의 어둠만이 있었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고는, 그토록 시민들 목에 그의 어둠 건전지를 달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가 들락날락 별에 몰래 들어온 지, 삼 년이 지나지 않아서 모든 시민들 목에는 어둠 건전지가
박혀 있게 되었습니다. 딱 한 명, 빼뽀네 마을에 살고 있는 고아, 이카투카만 빼고 말입니다. 이카투카에게 마지막으
로 어둠 건전지를 달면 들락날락 별은 완벽하게 어두워져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검은 구멍이 되어 전 우주를 빨아들
이기 일보직전이었지요.


"이바요, 꼬마 신사 양반, 수수께끼를 좋아하시나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들락날락 별에서 유일하게 어둠 건전지를 달지 않은 꼬마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수수께끼를 싫어하는 아이도 있나요? 있다면 그게 바로 저예요."
이카투카는 관심 없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이, 이봐요, 제가 드리는 이 수, 수수께끼는 정말 재미있는 수수께끼랍니다. 한번 들어보시지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괴팍한 이카투카의 태도에 당황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이봐요, 깡통 씨, 저는 뭐가 되었든 풀어야 하는 모든 것을 아주 싫어해요. 그러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아 주세
요."
이카투카는 귀찮은 듯 다시 대답했습니다. 속으로 부아가 치민 깡통 로봇,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그러나 꾹 참고 다시
좋은 말로 타일렀습니다.
"이봐요, 멋쟁이 꼬마 신사 양반, 제가 내는 수수께끼를 맞히면 원하는 것을 뭐든지 들어 드리지요."
"이봐요, 깡통 신사 씨, 제가 원하는 것은 아저씨가 저에게 수수께끼를 내지 않는 거예요."
이카투카는 자꾸 귀찮게 구는 깡통 로봇에게 끝까지 자신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이 녀석, 말로 해선 안 되겠군."
하며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강제로 이카투카를 붙잡아 어둠 건전지를 이카투카의 목에 박으려고 했습니다. 이카투카
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로봇 팔, 십삼 개를 손쉽게 피하며 도리어 깡통 로봇의 엉덩이를 걷어찼습니다.
"어이쿠, 내 엉덩이."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아픈 엉덩이를 만져 보았습니다. 그의 온몸은 알루미늄 포일로 싸여 있어서, 늘 찌그러
지기 십상이라, 외출을 준비할 때마다 다섯 시간씩 넙치 다리미로 펴야 하는데, 특히 엉덩이를 펴는 데에 네 시간 삼
십 분을 쓸 정도로 그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지자, 온몸에서 녹색 기름과 김이 솟아오르며 나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이… 감히 이 아인프랑켄슈타인의 엉덩이를 찌그러뜨리다니…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눈에서 붉은빛을 내며 변신 주문을 외쳤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 데 우리 오빠 말 타고 구름에 달 가듯 나 이제 가노라!"
주문이 끝나자마자, 그는 변신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루미늄 포일이 벗겨지며 그 속에서 김밥용 김이 또 벗겨지고,
그 안에 있는 밥알이 또 벗겨지고, 시금치, 단무지, 당근, 달걀 등이 차례대로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가 변신하고 있
을 때 맛있는 김밥 냄새가 진동하여, 하마터면 이카투카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을 집어 먹을 뻔했습니다.
모든 것이 다 벗겨지고 난 후, 드러난 그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주 광석 PN-235711131719으로 만들어진 몸체였
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광석으로 만들어진 깡통 로봇이 이카투카에게 말했습니다.
"어디 한번 다시 내 엉덩이를 걷어차 보시지. 너의 발이 산산조각 나고 말걸?"


이카투카는 변신한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모습에는 관심 없이, 떨어져 나간 김밥 재료들을 모아 열심히 김밥을 말았
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을 무시하는 이카투카의 이런 행동에 엄청 화가 나서, 이카투카의 머리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이카투카는 날아오는 주먹을 김밥으로 막았는데, 그러는 바람에 김밥 옆구리가 터지며 안에 있던 단무
지의 노란 물이 아인프랑켄슈타인 목의 어둠 건전지를 적셨습니다. 어둠 건전지는 지지직 소리를 내며 아인프랑켄
슈타인의 목에서 폭발해 버렸고, 무시무시한 깡통 로봇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우주 우체부
미스 간디 죠르바가 이카포카에게 소포를 전해주러 왔고, 미스 간디 죠르바는 이 고장 난 깡통 로봇이 터질락말락
별에서 탈출한 악당 로봇이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을 우주 경찰서에 넘겨주었습니다. 이로써 우주
의 위기는 무사히 넘어갔고, 미스 간디 죠르바는 우주의 영웅이 되었습니다. 정작 악당 깡통 로봇을 물리친 이카투
카는 알려지지 않은 채 말이지요.


이쯤에서 이카투카가 누군지 궁금하실 것 같아 그가 누구인지 말씀드리지요. 그는 바로 사카포카의 할아버지입니
다. 이카투카 씨 집안은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대대로 귀찮은 걸 싫어하고,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을 못 견디는
집시 가문입니다. 이카투카는 먼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손자 사카포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때, 그가 겪은 이
런저런 삶에 도움이 안 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와 거짓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중에 한 이야기가 자신이 어렸을
때 겪은 아인프랑켄슈타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카투카는 혹시 나중에라도 알루미늄 포일에 싸인 깡통 로봇을
만나게 되면, 절대로 그의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지 말라는 말을 끝으로 먼 길을 떠났습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손자였기 때문에 이카투카 씨는 마지막 이야기에 살짝 거짓말을 보태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사카포카야, 네가 만약 그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그의 수수께끼 제안을 받아들이면, 넌 반드시 수수께끼를 풀어
야 한단다. 그렇지 못하면 그가 너를 무한대에서 딱 3을 뺀 수만큼 접어서 게르마늄 바이킹 개미의 똥구멍에 쑤셔
넣을 거란다. 그리고 반드시 명심하거라. 그의 수수께끼를 푼 자는 이 우주에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말이야."


"이봐요, 신사분,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나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묻는 말에 사카포카 씨는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례지만 저는 갈 길이 바빠서 이만…"
하며 사카포카 씨는 급히 엘라빤따리의 귀를 잡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깡통 로봇이 열세 개
의 손으로 그들을 막아 서고는 물었습니다.
"이봐요, 잠깐만요, 잠깐만. 가시기 전에 제 수수께끼 하나만 들어 보세요. 아주 재미있답니다."
"아… 제가 수수께끼를 워낙 싫어해서요… 헤헤, 수수께끼만 들으면 머리가 빠개질 것만 같거든요."
사카포카 씨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습니다.
"오호, 그러시군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럼 옆의 신사분은 어떠신지요?"
하며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엘라빤따리를 보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저, 저도 수수께끼만 들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체질이란 걸 모르시는 모양이시군… 요."
엘라빤따리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습니다.
"오, 가만있자, 가만, 혹시 신사분은 우주에서 네 번째로 머리가 좋다는 엘라빤따리 코따리 씨가 아니신지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영광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엘라빤따리에게 물었습니다.
"뜨끼야, 제가 그 엘라빤따리가 맞습니다만… 어, 어떻게 저를 아시는지 궁금하군… 요."
엘라빤따리가 두려움 반, 우쭐함 반으로 대답했습니다.
"이봐요, 어떻게 그 유명한 엘라빤따리 박사를 몰라 뵐 수가 있겠습니까? 이 우아하고 지적으로 기다린 귀만 봐도
알 수 있는 걸요?"
하며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박사라든지, 우아하다는 등의 기분 좋은 말로 엘라빤따리에게 수작을 걸었습니다.
"뜨끼리야! 어험험, 제가 좀 그렇기는 한 것이 맞는 말이긴 하군… 요."
엘라빤따리는 자신의 귀를 보란 듯이 하늘에서 빙빙 돌리며 몹시 흐뭇해져 대답했습니다.
"평소에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다니 영광스럽기 그지없군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계속해서 엘라빤따리를 비행기 태우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제 수수께끼를 푼 자가 이 우주에 단 한 명도 없었답니다. 하지만 모두들 이렇게 노래하더군
요. "엘라빤따리 코따리 박사는 이 우주에 모르는 게 없다네~ 모르는 게 있으면 코따리 공작에게 물어보면 된다네~"
이렇게 노래하는 소리를 저는 가는 곳마다 들어서 정말 꼭 그 왕족님을 만나고 싶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바로 그
분이 제 눈 앞에 있다니요. 정말 오늘은 저에게 있어 행운의 날이로군요. 하하하하."
엘라빤따리는 그의 말에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의 꼬리지느러미 여섯 쌍을 마구 흔들어 대며 방귀를 뿡뿡 뀌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던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정신 나간 모습에 안절부절못했지만, 달리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엘라빤따리는 기꺼이 아인프랑켄슈타인의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할 것임이 분명
해서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를 버리고 도망가기로 몰래 마음먹었습니다.
"뜨끼야, 어디 한번 그럼 아무도 풀지 못했다는 그 수수께끼를 저에게 내보시면 좋겠군… 요."
엘라빤따리는 팰리칸처럼 생긴 자신의 아래턱을 치켜세우며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가 말하는 것을 듣고, 더 늦기 전에 얼른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열
두 걸음도 가지 못하고 그는 발목을 붙잡혔습니다. 그의 왼쪽 발목을 붙잡은 손은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로봇 손이었
고, 그의 오른쪽 발목을 붙잡은 것은 엘라빤따리의 귀였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두 발을 떼어 내고
물구나무를 선 채로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카포카 씨의 몸이 거꾸로 서서 움직이자 그의 갈비뼈에 묶고 있던 손
님들이 불평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참을성이 없는 요리사 한 명이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어이, 이보슈, 사카포카 씨, 지금 제정신이오? 당신이 거꾸로 뛰는 바람에 나의 우주에 둘도 없는 샌드위치가 엉망
이 되고 있잖소? 제발 바로 서서 뛰라고!"
솜사솜사 요리사가 갈비뼈 아흔일곱 번째 서랍을 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솜사솜사 씨, 샌드위치가 뭐가 어떻다는 거지요? 제가 보기엔 빵과 빵 사이에 모든 재료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무사
히 잘 있는데요?"
사카포카 씨는 열심히 두 손으로 뛰는 와중에도 열심히 솜사솜사 요리사의 샌드위치를 살펴보며 말했습니다.
"나 이런, 자세히 보란 말이야. 지금 사카포카 씨가 몸을 거꾸로 해서 존 몬터규 햄과 못난이 양배추, 그리고 그 사이
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간, 에헴 씨의 발가락 냄새가 나는 멜랑꼴리 치즈의 순서가 완전히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이 보
이지 않는단 말이오?"
솜사솜사 요리사는 답답하다는 듯이 사카포카 씨에게 다시 소리쳤습니다.
"솜사솜사 씨, 그냥 샌드위치의 위아래가 뒤집어진 것뿐인데, 그렇다고 그 샌드위치 맛이 바뀌지는 않잖아요?"
사카포카 씨는 도망치느라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솜사솜사 씨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요리에 '요'자도 모르고, 맛의 'ㅁ'자도 모르는 천치 같은 소리! 빵을 뚫은 아랫니에 햄이 닿고, 마찬가지로 빵
을 뚫은 윗니에 양배추가 닿아야 제 맛인 걸 모른단 말이오?"
솜사솜사 요리사는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습니다.
"솜사솜사 씨, 그렇다면 이렇게 해드리지요."
사카포카 씨는 본인의 갈비뼈에서 팔 년째, 한 번도 숙박비를 내지 않고, 우주 제일의 맛있는 요리를 만들 때마다 냄
새만 풍기며 요리의 한 숟가락도 준 적이 없는, 이 요리사의 입을 잡고 180 도로 돌렸습니다. 그러자 그의 윗니는
아래로, 그의 아랫니는 위로 돌아갔습니다.
"어떠세요, 솜사솜사 씨. 이제 원하시던 대로 햄이 아랫니에, 양배추가 윗니에 딱딱 맞게 되었나요?"
사카포카 씨는 이제 좀 직성이 풀린다는 듯 소리 없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솜사솜사 요리사는 돌아간 입이 무척 아팠지만, 사카포카 씨 말대로 되어서 어느 정도 만족하고서는, 한 가지 아쉬
운 점에 다시 물었습니다.
"어이쿠야, 쩝쩝, 이런 방법이 있었군요. 하지만 사카포카 씨, 제 요리를 주문하는 손님들의 입을 매번 저처럼 이렇
게 돌려야 하는 건지는…"
솜사솜사 씨의 말에 대꾸할 입은 지금 숨쉬기에도 부족했지만, 사카포카 씨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자, 제 손을 잘 보세요. 두 손을 엑스 자로 하고 샌드위치를 잡은 다음, 그 두 손을 이렇게 뒤집어 돌리세요. 그럼 샌
드위치가 원래대로…" 사카포카 씨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땅에서 우당탕탕 넘어졌습니다. 두 손으로 뛰고 있
었는데, 솜사솜사 씨에게 샌드위치를 뒤집는 방법을 설명하다가 손이 엇갈려서 넘어졌던 것이었습니다. 뒤쫓아온
아인프랑켄슈타인과 엘라빤따리가 넘어진 사카포카 씨의 발 없는 발목에 발을 붙여 주었습니다. 엘라빤따리가 들고
있는 사카포카 씨의 오른발을 그의 왼쪽 발목에 붙여 놓다 보니,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오른쪽 발
목에, 들고 있던 왼발을 붙였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발 없이, 말없이 그렇게 도망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
엘라빤따리가 사카포카 씨에게 물었습니다.
"이 멍충아, 너도 이카투카 할아버지 이야기는 잘 알고 있을 텐데? 절대 깡통 로봇의 수수께끼를 풀지 말라는 말을?"
사카포카 씨는 울화가 치밀어 엘라빤따리의 머리통을 후려갈기며 소리쳐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난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새삼스럽게 사카포카 씨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오호, 그러고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더니만, 저런 저런, 여기서 원수의 손자를 만나게 되었군요. 후후후."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소름 끼치는 얼굴로 사카포카 씨를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이봐요, 신사 양반, 지금 수수께끼가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네요.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시나요? 당장 말해주
면 나의 티라노테리우스 이빨로 너를 물어뜯지는 않겠다고 약속하지요."
하며 그는 겉으로는 차갑게 보이지만 속은 캔디를 누구보다도 아끼는 그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습니다. 사카포카 씨
가 모른다고 말하려고 할 때, 얼른 엘라빤따리가 끼어들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이카투카가 어디 있는지는 나에게 물어보면 된다는 걸 모르고 계셨군."
엘라빤따리는 방금 전, 사카포카 씨에게 한대 얻어맞은 덕분에 우쭐대던 마음이 날아가 버리고 다시금 제정신을 찾
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는 걱정 말라는 식으로 사카포카에게 한 눈은 감고, 남은 두 눈을 차례대로 윙크하고는, 아
인프랑켄슈타인에게 말했습니다.
"뜨끼야, 지금 이카투카는 지구에 있는 고파고파 새 뱃속을 탐험 중이라고 내 기억이 나에게 말해주고 있군."
"오호호, 그렇군요. 자 그럼, 우리 지구로 출발해 볼까요? 어서들요. 후후후."
하며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사카포카 씨와 엘라빤따리를 붙잡고 인디언 벌새만큼 빠른 속도로 지구를 향해 날아갔습
니다.

 


5. 꿈속에 빠진 사카포카 씨 일행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머리 뚜껑을 열며 그 속에서 꺼내 든, 우주에서 네 번째로 정확한 '카르페디엠' 나침반을 다시
살펴보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이 지구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난감해하며 말했습니다.
"이봐요,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시는 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가 분명 지구에 도착한 것이라고
나의 나침반이 알려 주고 있고, 이 나침반은 삼천 년 동안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데, 여기가 지구란 말인가요?"
아인프랑켄슈타인뿐만 아니라 사카포카 씨와 엘라빤따리도 적잖이 놀라며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곳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밟고 선 땅에는 새의 깃털만이 가득했는데, 이 깃털 하나의 길이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들이
개미의 눈곱만 하다면, 깃털의 길이는 사자갈기 해파리만 하다고 하면 상상이 되실는지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다시 머리 뚜껑을 열고 거기에서 '홀르비오' 탐지기를 꺼냈습니다. 이 홀르비오 탐지기는 중앙
의 입같이 생긴 구멍에, 혹은 구멍같이 생긴 입에 무엇이든 넣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계입니다. 이 탐지
기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의 1300여 개나 되는 발명품 중에 하나입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지금 밟고 있는 땅에 있
는 깃털의 일부를 집어서 홀르비오 구멍같이 생긴 입, 혹은 입같이 생긴 구멍에다 넣었습니다.
"디비디비 딥, 딥딥딥, 치킨투더키친, 치킨투더키친, 자가장 자가장, 장자가장장…"
홀르비오 탐지기가 자신의 입 속에 들어간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는 동안, 거의 한 시간 넘도록 요란한 소리가 끊
이질 않았습니다. 그 소리가 또한 자장가 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거기 있던 세 명은 깜빡 졸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아인프랑켄슈타인과 사카포카 씨, 그리고 엘라빤따리는 커다란 동굴 안에 있게 되었습니다.
사카포카 씨가 갑자기 바뀐 장소에 퍼뜩 놀라며 말했습니다.
"아니 뭐지? 우린 지구에, 아니 새의 깃털 같은 땅에 있었는데, 지금 여기는 어디지?"
아인프랑켄슈타인이 똥 씹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이런 젠장, 천하의 이 아인프랑켄슈타인이 깜빡하다니, 이거 큰일이군요."
엘라빤따리가 물었습니다.
"뜨끼야, 깡통 로봇 씨, 무슨 말씀이신지 설명해 주시면 좋겠군."
깡통 로봇이 말했습니다.
"음, 홀르비오 탐지기가 작동하는 동안은 절대로 귀를 열어 놓으면 안 된다는 말을 제가 하지 않았다는 것이 큰일이
라는 말이지요."
사카포카 씨와 엘라빤따리가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아인프랑켄슈타인이 다시 말했습니다.
"이 몸이 홀르비오 탐지기를 만들고 있을 때, '하품' 공주의 하품이 들어가 버렸지요. 바로 그놈의 '장자의 나비'가
담긴 하품 말입니다."
"뜨끼야, 오 이런, 큰일이로군."
엘라빤따리가 무슨 일이 났던 건지 알았다는 듯 대꾸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엘리? 하품 공주는 누구고? '장자의 나비'는 또 뭐야?"
사카포카 씨는 무슨 얘기들을 하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엘라빤따리에게 물었습니다.
"뜨끼야, 지금부터 하품 공주와 '장자의 나비'에 대해서 말해 줄 테니 정신 차려서 듣는 것이 좋겠군, 사카포카."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에게 하품 공주와 '장자의 나비'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품 공주는 꿈나라 별의 '침대' 왕과 '베개' 여왕 사이에 백 번째 딸로 태어난 공주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늘 하품
만 해대던 하품 공주는 어느 날 '침대' 왕 궁전에 초대된 오페라 별, 우주 제일의 악단, '양철북'의 공연을 듣다가, 너
무 지루해져 크게 하품을 하는 통에 턱이 빠져 버렸고, 빠진 턱에 그만 '장자의 나비'가 공주 입 속으로 들어가 버리
고 맙니다. '장자의 나비'는 오페라 별의 '양철북' 악단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연주자이자 가수인, 빠리넬리 핸드릭
스의 모자에 수놓은 장식이었는데, 하품 공주의 목젖에 붙은 울릉도 호박엿 냄새에 이끌려, 핸드릭스 씨의 모자에서
실밥을 뜯어내고 튀어나와, 그녀의 입 속으로 날아 들어갔다고 합니다. '장자의 나비'는 밤마다 핸드릭스 씨의 꿈 같
은 연주와 노래를 듣고 배워, 어느새 그보다 더 꿈 같은 연주와 노래를 할 수 있게 된 나비입니다. 이 나비는 하품 공
주의 목젖에 붙은 울릉도 호박엿을 아무리 먹어도 자꾸만 생겨나는 이 엿이 괘씸해져서, 호박엿이 다 떨어질 때까지
분신술을 써서 자신의 분신을 어마어마하게 늘려 놓았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부터 하품 공주가 하품을 해대면 하품
을 한 수만큼, 장자의 나비들은 그 하품을 타고 우주를 떠돌며 듣는 이들의 귓속으로 들어가 꿈같은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지금도 골치가 아프시겠지만, 더 골치 아픈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장자의 나비'가 들려주는 음악은 너무
나도 환상적이라, 그 음악을 들은 자들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생시인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지게 되
는데, 이때 '장자의 나비'가, 먹었던 울릉도 호박엿을 엉덩이에서 실로 뽑아내며, 노래를 듣는 이들을 애벌레가 고치
를 짓듯 칭칭 감아버립니다. 이로써, '장자의 나비'의 노래를 들은 자들은 나비의 꿈에 갇힌 채, 평생을 꿈에서 헤어
나지 못하고,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 들으신 내용은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꿈
에 갇힌 자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누가 꿈에 갇힌 자인지 알 수 없는 것 또한 골치 아픈
일이지요.


한층 더 심각한 것은, 아인프랑켄슈타인의 연구에 따르면, '장자의 나비'의 꿈에 갇힌 자들 중에, 나비가 만든 고치
를 뚫고 나온 자들은 '장자의 나비'가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장자의 나비'인지도 모르고 그들의 노래와
글과 언어로 '장자의 나비' 꿈을 확산시킵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우주는 꿈속을 헤매는 자들과 '장자의 나비'가 되
어 꿈을 퍼뜨리는 자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이 치명적이고 위험한 사실에 하품 공주는 우주의 안녕을 위해 자진해서 하품이 나오는 입을 막았습니다. 입을 막는
방법으로 하품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푸앵카레' 도넛을 쉬지 않고 먹었는데, 이 도넛에 난 구멍은 '장자의 나비'가
나오려고 할 때마다 거미줄을 쳐서 나비들을 다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도넛을 먹기 전에 하품 공주가 해
댄 하품을 타고 떠도는 '장자의 나비'와, 이미 꿈에 갇힌 자들 중에 고치를 뚫고 나와 '장자의 나비'가 된 자들의 노
래와 글과 말이, 우주 방방곡곡에서 많은 이들을 꿈에 가두어 놓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지금 우주는 단 3.14159 퍼
센트 외에는 모두가 '장자의 나비' 꿈속에 갇혀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된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지구인뿐이었습니다.


엘라빤따리의 이야기를 듣고 난 사카포카 씨는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되어 엘라빤따리에게 물었습니다.
"엘리, 네 이야기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지금 우리는 꿈속에 갇혀 있다는 얘기지?"
"그렇다는 말이지요. 또한 지금부터 우리는 그 꿈속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는 말이지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엘라빤따리 대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꿈에서 깨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
하며 사카포카 씨는 자신의 뺨을 힘껏 때리고 꼬집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지금 우리가 갇힌 꿈은 우리가 자면서 꾸는 꿈과는 다르다고 내가 말해주지 않았나 보군."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의 행동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해주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을 때리고 꼬집어도 꿈에서 깨지 않자,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으이구, 이제 우린 어쩌면 좋은 거야, 엘리?"
사카포카 씨는 속이 터지는 듯 말했습니다.
"일단은, 우리 셋 중에 지금 이 상황이 꿈이라는 걸 모르는 한 명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유독 사카포카 씨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우리 셋 다 이것이 꿈 속이란 것을 알고 있잖아요?"
사카포카 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습니다.
"뜨끼야, 그렇지 않다는 말이로군. 지금 우리 셋 중 한 명은 어딘가에서 이 꿈을 꾸고 있고 그를 찾아 깨우는 것이 '
장자의 나비' 꿈에서 나오는 유일한 방법이 되겠군."
엘라빤따리 또한, 사카포카 씨를 유독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이봐요 사카포카 씨,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어디에서 꿈을 꾸고 있는지 말씀해 주시지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주위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의 행동에 사카포카 씨는 정말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되어 엘라빤따리에게 물었습니다.
"엘리, 이 깡통, 지금 뭐하는 짓이지? 난 지금 여기에 있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말을 하는 거냐고?"
엘라빤따리가 사카포카 씨를 진정시키듯 붙잡고 말했습니다.
"뜨기야, 사카포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너란 말을 이제 해야겠군, '장자의 나비' 꿈은 아인프랑켄슈타인이나, 나
같은 AI 한테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야 할 때군."
사카포카 씨는 우주 광석 PN-235711131719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어질어질했습니다.
"에, 엘리, 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봐요, 사카포카 씨, '장자의 나비' 꿈은 사카포카 씨처럼 영혼이 있는 생명체에게만 작용하는 걸 모르고 계셨군
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주위를 계속해서 살피며 사카포카 씨에게 말했습니다.


갑자기 시카포카 씨의 몸이 인디언 벌새만큼 빠른 속도로 흔들거리며 사방으로 열렸습니다. 열린 몸에서 눈을 뜨기
힘든 밝은 빛이 쏟아지며 투명한 젤리 같은 것들이 연기처럼 흘러나와, 동굴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투명
한 젤리 같은 것들은 이윽고 아인프랑켄슈타인과 엘라빤따리를 둘러싸며 수없이 다양한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장면들은 들락날락 별의 사카포카 씨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빅토리오 발키리오 마을에서 놀고 있는 꼬마 사카포
카 씨의 모습이라든지, 지구탐험 중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 지하의 비밀 동굴을 발견하고는 기뻐하고 있는 사카포카
씨의 모습 하며, 프레디 머큐리 별에서 싸웠던, 머리가 오십 개인 괴물, 케르케르베로스의 목 사십칠 개를 베고 있는
사카포카 씨의 모습 등, 사카포카 씨의 전 생애가 담긴 듯한 사카포카의 기억이 조각조각, 그 투명한 젤리 같은 물질
에 비추어 보이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그 젤리들은 서로 뒤엉켜 섞이며, 사카포카씨가 실제로 겪은 적이 없는 새로
운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뜨끼야, '장자의 나비'가 엉덩이에서 뽑은 실로 사카포카를 고치로 만들려고 하고 있군. 고치의 꿈 상태로 바뀌기
전에 어서 사카포카를 찾아 깨워야 된다는 말이군."
엘라빤따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아인프랑켄슈타인에게 말했습니다.
"이봐요,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무슨 수로 사카포카 씨를 찾는단 말이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마에 있는 알루미늄 포일을 꾸기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우선은 깡통 로봇 씨가 고치를 치는 실을 반영하는 저 젤리들이 섞이는 것을 막아주면 좋겠군. 그러는 동안
나는 잠시 실례해야겠군…"
하며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이유를 물을 사이도 없이 엘라빤따리는 깡통 로봇의 머리 뚜껑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
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머리에 함부로 들어간 엘라빤따리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맹세하고는, 정신없이 그의 13
개의 손에 달린 다섯 손가락에서 손을 뽑아내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뽑아낸 그 손의 다섯 손가락에서 다시 손을
뽑아내었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한번 더, 뽑아낸 손의 다섯 손가락에서 손을 뽑아내자,
손은 모두 1,625개가 되었습니다. 깡통 로봇은 이대로 손을 더 뽑아내다가는 손이 서로 뒤엉킬 것만 같아지자, 손
뽑아내기를 그치며 그 많은 손으로 투명한 젤리들이 섞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투명 젤
리가 섞이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이봐요, 얼뜨기 엘라빤따리 양반, 내 머릿속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이제 더 이상은 못 버틴다고!"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온몸에서 녹색 기름과 김을 뿜으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였습니다.
한편,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머릿속에 들어간 엘라빤따리는 그의 천삼백 여개가 넘는 발명품들을 이리저리 뒤져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마음속으로 '눈이 원래대로 열두 개였다면 훨씬 빨리, 많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생각했습니
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엘라빤따리의 눈이 원래대로 열두 개가 되었습니다.
'아니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 눈이 도로 열두 개가 되나니…'
엘라빤따리는 방금 벌어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놀랐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서 지금 가장 필요하
다고 생각되는 발명품이 실제로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발명품을 찾는 일에 온정신을 쏟았습니다. 정신을 집중
하자, 곧바로 엘라빤따리는 그 발명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발명품은 다름 아닌 이카투카 탐지기였습니다.
"뜨끼야, 이 엘라빤따리 코따리님은 정말 머리가 좋으시단 말씀이로군."
엘라빤따리는 하늘을 날아갈 듯 꼬리지느러미 여섯 쌍을 흔들며 방귀를 뿡뿡 뀌기 시작했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에서 나는 지독한 방귀 냄새에 기절할 뻔했지만, 지금은 쓰러질 때가 아니
라서, 티라노테리우스의 이빨로 자신의 아홉 치 혀를 꽉 깨물며 참았습니다.
깡통 로봇이 이카투카를 찾기 위해 만들었던 탐지기를 들고, 재빨리 깡통 로봇의 머리에서 나온 엘라빤따리는 그 탐
지기를 아인프랑켄슈타인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뜨끼야, 깡통 씨, 어서 이 탐지기를 작동시켜야 우리가 사카포카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겠군."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이카투카 탐지기를 작동시키며 엘라빤따리에게 물었습니다.
"이봐요, 이 탐지기는 이카투카를 찾기 위한 것인데, 이것으로 사카포카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요?"
"뜨끼야, 지금은 어서 그걸 가지고 사카포카를 찾기나 하라고 말하고 싶군. 사카포카 가문의 비밀은 나중에 말해주
겠다고 난 지금 말하고 있군."

 


6. 사카포카 씨의 꿈
탐지기의 스핑크스의 코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굴 어두운 모퉁이의 좁다란 길 쪽을 킁킁거리며 가리켰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지만, 엘라빤따리를 따라 전속력으로 그 길로 향했습니다. 둘은
한참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어두운 길을 달렸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과 엘라빤따리는 어느 순간부터 자
신들이 달리고 있다기보다는, 어두워 보이지 않는 그 길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
디언 벌새를 타고 이동하는 듯한 속도감을 느끼며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진 지하 동굴이었습니다.
'여기는… 내가 처음 지구에서 발견한 백록담 지하인데…'
라는 생각을 하던 엘라빤따리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자신이 지금 사카포카 씨처럼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
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의 기억대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고, 자신, 엘라빤따리의 기
억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들은 것처럼 낯설어지고 있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언제부터 이런 일이 시작되었는지 기
억을 되짚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곧 자신이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눈이 열두 개로 변했을
때를 기억해 냈습니다.


'맞아, 그때도 난 사카포카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되뇌었었어. 으, 지금도…'
'아니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 눈이 도로 열두 개가 되나니…'
라고 사카포카 씨 식으로 생각하던 것을 엘라빤따리는 기억하며 자신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습니다.
옆에서 깊은 상념에 빠진 엘라빤따리를 지켜보던 아인프랑켄슈타인이 물었습니다.
"엘리, 지금 무슨 생각에 그리 깊이 빠져 있는 거야? 우린 지금 빨리 사카포카의 꿈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걸 잊은
거야?"
엘라빤따리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그를 바라보는 순간, '으악' 소리를
지르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습니다. 지금 자기 앞에 선 로봇은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아니라 사카포카 씨였던 것입
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갑자기 어디에서 튀어나와서… 지금 나의 심장이 터질 뻔했군."
엘라빤따리의 열두 개의 놀란 눈이 감기질 않았습니다.
"이런 멍충이가 또 시작이네, 머리가 어떻게 되서, 이젠 내가 사카포카로 보이나 보지? 정신차려!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라고!"
아인프랑켄슈타인이 엘라빤따리를 야단치며 말했습니다.
"뜨기야, 거, 거울을 보, 보면 되겠군, 거울을…"
엘라빤따리는 깡통 씨의 머리를 뒤질 때 보았던 옐로키티 거울을 그의 머리에서 꺼내며 아인슈타인 얼굴 앞에 들이
댔습니다. 이번에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이 놀라며 뒤로 벌러덩 넘어갔습니다. 거울에 비친 깡통 씨의 모습은 놀랍게
도 사카포카 씨의 모습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머리는 내가 몰랐던 사카포카 씨의 기억으로 가득 차고 있어. 마치 내 생생한 기억
이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원래의 나, 아인프랑켄슈타인의 기억은, 마치 다른 사람에게 들은 얘기인양 나의 것
처럼 느껴지질 않고… 지금도 난 사카포카 씨처럼 말을 하고 있고…"
라고 중얼거리고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아까의 엘라빤따리처럼 깊은 상념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지금 옆에 있는 사카포카가, 실제로는 아인프랑켄슈타인이란 것을 알아차렸고, 또한 방금 전에 아인
프랑켄슈타인이 말한 것이, 엘라빤따리 자신이 겪은 경험과 똑같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뜨끼야, 음, 우리가 사카포카를 꿈에서 깨우려 하니까, '장자의 나비'가 깡통 씨와 나를 사카포카로 동화시키려고
하고 있군. 그리고 이미 꽤 많은 양의, 사카포카의 기억이 둘의 머리에 들어와 버렸으니 큰일이군… 그렇다면, 지금
아직도 찾지 못한 사카포카의 위치보다는, '장자의 나비'를 없애는 일이 더 급하다는 얘기군.'


엘라빤따리가 '장자의 나비'에 생각의 초점을 맞추자, 갑자기 그의 입이 '장자의 나비'가 뜯고 나온 실밥으로 꿰매어
졌습니다. 그리고 그가 해결책을 생각하려고 할 때마다, '장자의 나비'의 모양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라 생각을 집중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생각의 중요한 순간에 한 번씩 나타나던 '장자의 나비'의 이미지가, 점점 더 자주
생각의 중간중간을 헤집고 나타나더니, 나중에는 아예 생각을 하려고 하면 이 나비의 이미지만 생각이 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옆에서 깊은 상념에 빠진 아인프랑켄슈타인에게 소리쳤습니
다. 하지만 그 소리는 장자의 나비가 그의 입을 꿰맨 탓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엘라빤따리는 가까스로 바닥에 글자
를 적고서, 자신의 귀로 마지막 힘을 모아, 옆에 있는, 깊은 상념에 빠진 아인프랑켄슈타인의 머리를 후려쳤습니다.


"아야, 엘리 미쳤어? 감히 주인의 머리를 치다니…"
아인프랑켄슈타인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사카포카 씨로 거의 동화가 끝난 상태였습
니다. 그는 이내 엘라빤따리의 엉덩이를 갈기려고 했지만, 엘라빤따리의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푸하하하, 누군가가 너의 그 얄미운 입을 꿰매버렸구나. 내 언젠가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엘리."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이제는 완전히 사카포카 씨가 되어 말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가까스로 자신의 귀로 바닥의 글자를 가리키고는 기절해 버렸습니다. 아인프랑켄슈타인은 깜짝 놀라
얼른 엘라빤따리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의사처럼 엘라빤따리의 열두 눈을 모조리 까 보았습니다. 그의 열두
눈동자에는 하나같이 장자의 나비의 이미지가 떠 있었습니다. 깡통 씨는 당황하며 엘라빤따리가 기절하기 전에 가
리켰던 바닥의 글씨를 보았습니다. 바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푸앵카레 도넛, 나 냠냠'

 


7. 푸앵카레 도넛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엘라빤따리가 써 놓은 글자를 한참 동안 보고 나서 알았다는 듯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뭐야, 엘리. 갑자기 푸앵카레 도넛이 먹고 싶었던 거냐…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기절까지 했을까…"
아인프랑켄슈타인은 엘라빤따리가 쓴 글씨를 보고의 말대로 푸앵카레 도넛을 만들기로 했습니다만, 그 도넛을 어떻
게 만드는지, 또는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원래의 아인프랑켄슈타인 같았으면, 이 정도쯤은
쉽게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카포카 씨가 되어버린 상태라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해
결책을 쉽게 얻어낼 수 있는 엘라빤따리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 그는 기절해 있어서 사카포카
씨한테는 지금 상황이 여간 난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혼자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지만, 도무지 좋
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자, 답답한 가슴을 주먹으로 쾅쾅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주먹이 가슴뿐만 아니라 갈비뼈도 울려대자, 갈비뼈에 사는 손님들이 시끄럽다며 불평을 해대기 시작했습니
다. 그중에서 가장 참을성이 없는 요리사, 솜사솜사 씨가 제일 먼저 고개를 내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
습니다.
"어이, 이보슈, 사카포카 씨, 지금 제정신이오? 당신의 그 돼먹지 않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바람에 나의 우주에 둘
도 없는 피터 팬케이크가 엉망이 되고 있잖소? 제발 가슴 치는 걸 멈추라고!"
그는 사카포카 씨의 갈비뼈 아흔일곱 번째 서랍에서 지금 막 그가 만든 피터 팬케이크를, 물구나무서서 먹으려던 참
이었습니다.


'오! 맞다! 솜사솜사 씨는 음식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는 요리사지! 그에게 부탁하면 되겠구나!'
사카포카 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솜사솜사 씨, 급한 일로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요…"
사카포카 씨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습니다.
"이런 이런, 지금 내가 힘들게 물구나무서서 새로 만든 피터 팬케이크를 맛보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소? 방해 마쇼."
하고 솜사솜사 요리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팬케이크를 먹고 있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참을성있게 솜사솜사 씨가 케이크의 마지막 한 입까지 먹어치우는 걸 확인한 후에 말했습니다.
"여전히 한 숟가락도 권하지 않으시네요. 그건 그렇고 솜사솜사 씨, 다 드셨으면 지금 빨리 푸앵카레 도넛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솜사솜사 요리사는 비웃 듯이 말했습니다.
"이보세요, 사카포카 씨. 푸앵카레 도넛이 무슨 아이들 장난감인 줄 아시오? 푸앵카레 도넛이 얼마나 비싼 음식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천치 같은 소리를 하다니… 쯧쯧, 정신이 나간 모양이구료."


요리사의 얄미운 말에, 사카포카 씨는 그가 팔 년째, 한 번도 숙박비를 내지 않았다는 점과, 지금 당장 푸앵카레 도
넛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자신의 갈비뼈에서 나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전했습니다. 솜사솜사 요리사는 어
쩔 수 없이 투덜대며 푸앵카레 도넛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솜사솜사 씨 본인도 푸앵카레 도넛을 먹어
보자는 속셈으로 정성껏 만든 도넛을 사카포카 씨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요리사의 마음이 어찌나 이기적이고 인색한
지는 그의 도넛의 크기로 알 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먹을 것은 어른 둘도 넉넉히 태울 해수욕장 튜브만 했고, 사카포
카 씨에게 건네준 도넛은 난쟁이 나라에서 난쟁이 뽑기 대회에 우승한 난쟁이 귀고리만 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그 작은 도넛을 엘라빤따리의 아귀만 한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그의 입에는 '장자의 나비'의 실이
어지럽게 꿰매져 있었습니다. 얼른 실을 풀어 도넛을 입에 넣어 주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실은 아무리 풀고 뽑아
내도 더 엉킬 뿐이었습니다.
'뭐지, 이건? 무슨 놈의 실이… 어떻게 꿰매었길래 이렇게도 애를 먹이는 거야, 에잇."
아무리 풀고 뽑아도 엉키기만 하는 실에 그만 짜증이 난 사카포카 씨는, 이번에도 답답한 가슴을 쾅쾅 치려고 하다
가, 자신의 갈비뼈에 머물고 있는 투숙객들에게 도움을 청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사카포카씨는 가슴
을 치기 전에, 그 귀찮은 솜사솜사 씨가 제일 먼저 나올 것이 뻔해서, 겨드랑이에 있는 열쇠 꾸러미를 꺼냈습니다,
그중에서 아흔일곱 번째의 열쇠를 집어서 아흔일곱 번째의 서랍을 잠갔습니다.


갈비뼈 호텔의 두 번째 지진은 투숙객들이 모두 나올 때까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서랍에서 나온 투숙객들은, 솜사솜
사 요리사와 고파고파 새의 대답 때문에 삐친 에헴 씨를 제외하고 대략 100명이 넘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자신의
용건을 말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중에 40인은 알리바바의 도적 떼들이었는데, 끓는 기름에 튀겨진 몸들이 아직 다 낫지 않아서 서랍으로 되돌려
보냈습니다. 남은 육십여 명 중에 '7인의 사무라이'도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출연 제의로 곧 비행기를 타
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이라 다시 돌려보냈고, 남은 오십여 명 중에 독수리 오형제는 총통 X와 그의 졸개들, 알렉터
를 쳐부수기 위해 출동 준비 중이라, 역시 돌려보냈고, 일곱 난쟁이들 또한 백설 공주가 하품 공주의 저녁 만찬에 초
대된 까닭에 그들의 공주를 무사히 꿈나라 별까지 호위해야 하기 때문에 돌려보냈습니다. 달타냥과 삼총사는 그들
을 창조한 뒤마 씨와 다음번 소설의 줄거리를 만들기 위해 모로코의 '알카라위인' 도서관으로 떠나기로 해서 안된다
고 했으며, 장화 신은 고양이는 지금 장화를 빨고 말리는 중이라 맨발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으며, 라
푼젤 또한 그녀의 긴 머리를 감고 말리는 중이라 머리카락이 마르기 전까지는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했습니
다. 성냥팔이 소녀는 추운 겨울이 아니면 나갈 수 없다고 했으며,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삼장법사가 인도에서 돌
아올 때까지 잠자코 있으라는 명령때문에 사카포카 씨의 부탁에도 대꾸 없이 눈들만 깜빡대길래, 그들도 돌려보냈
고, 외다리 병정은 기꺼이 도와주기로 했지만 지나가는 발레리나를 보고 두 눈이 하트가 되어 아예 갈비뼈 호텔을
버리고 발레리나를 따라 떠났습니다. 신드바드는 바다로 떠나는 모험이 아니면 관심이 없다고 했고, 잭은 콩나무가
없으면 관심이 없나고 했으며, 키다리 아저씨의, '도와주는 조건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사카포카 씨에게 그의 일상을
편지로 보내달라'는 부탁에, 사카포카 씨는 귀찮은 마음을 감추며 정중하게 키다리 씨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말했습
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단 두 명만을 남겨두고 모두 제각기 자신들의 서랍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남은 두 명중 미덥지 못해 보이는 쪽에게 먼저 말을 건넸습니다.
"정말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기꺼이요."
대답한 나무 인형의 코가 길어졌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엘라빤따리의 입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지럽게 엉킨 실을 풀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하하, 전 매일 아침마다, 양치질을 하기 전에 먼저 엄청나게 엉킨 실들을 풀고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라고 대답한 나무인형의 코가 한층 더 길어졌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이 나무인형의 정체가 가물가물하여, 또 질문했습니다.
"실례지만, 아까부터 좀 신경이 쓰여서요… 저기 댁의 코가 말씀하실 때마다 길어지는 이유가 뭐죠?"
나무 인형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했습니다.
"제 코는 제가 진실된 말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면 길어진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말을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할 때 길어진답니다."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었던 사카포카 씨는 마지막 대답에 또 길어지는 나무인형의 코를 붙잡고, 잠시 '이 코를 부러
뜨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으나 천천히 숨을 고른 후, 그를 그냥 서랍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남은 한 명에게 물었습니다.
"한 번에 일곱을 때려눕힌 재봉사 씨,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재봉사 씨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물론이죠, 저 실을 풀기만 하면 되는 거죠?"
사카포카 씨는 그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마음이 놓이며 말했습니다.
"네네, 저 실만 풀어주시면 됩니다."
재봉사 씨는 잠깐 엘라빤따리의 얼굴을 살피다가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코는 어디에 있나요?"
사카포카 씨가 망설이며 대답했습니다.
"아… 이 녀석은 코가 딱히 없습니다만…"
재봉사 씨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이 분은 숨을 어디로 쉬지요?"
사카포카 씨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아, 이 녀석은 엉덩이로 숨을 쉽니다."
사카포카 씨의 말에 이번에는 재봉사 씨가 조금 망설이더니 곧 결심을 한 듯, 그의 손으로 엘라빤따리의 엉덩이를
막았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엘라빤따리의 얼굴이 노래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엘
라빤따리의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사카포카 씨가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어, 어, 이거 위험한 데, 어어…"


갑자기 '펑' 하고 엘라빤따리의 입에서 실밥이 터져 나갔습니다. 그는 숨 쉬는 엉덩이가 막히자, 숨 쉴 곳이 입밖에
는 없었으므로 기절한 상태에서도 그의 입을 꿰맨 실들을 끊어버렸던 것이었습니다.
"으, 으… 여기가 지금 어디…"
엘라빤따리가 의식을 가누지 못하며 말을 맺기도 전에, 곧바로 나비 모양의 실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다시
엘라빤따리의 입을 꿰매려고 했습니다.
"아차, 내 정신 좀 봐."
하며 사카포카 씨는 얼른 푸앵카레 도넛을 엘라빤따리의 입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사방에서 피어올랐던 모든 실들이 서로 한데 얽히고설켜 나비가 되어 도망가려고 했지만 변기에 물 내려가
듯이 엘라빤따리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다만 도넛의 구멍 크기가 너무 작아서인지 엄청 느린 속도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사카포카 씨는 그 덕분에 실이 엉켜 만들어진 나비를 자세히 볼 수가 있었는데, 왠지 그 모습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그만 나비를 구하려고 손을 뻗었습니다. 사카포카 씨의 손이 나비를 잡기 전에 그의
두 손을 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엘라빤따리의 귀였습니다.


"뜨, 끼야… 안 되는 군, 사카포카, 그 나비를 잡아선 안 되는 군…"
엘라빤따리는 열두 개의 눈을 힘겹게 깜빡거리며 사카포카 씨에게 말했습니다.
"엘리, 엘리! 깨어났구나, 깨어났어!"
사카포카 씨는 눈앞이 뿌예지며 엘라빤따리가 깨어난 것에 뛸 듯이 기뻤지만, 이내 속을 감추고 말했습니다.
"이 멍충아, 누가 주인 허락 없이 기절하래, 응?"
엘라빤따리가 맥없이 씨익 웃으며 말하려고 할 때, 빨려 들어가던 나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세상에 없는, 꿈 같은 나비의 노래에 거기에 있던 사카포카 씨와 '한 번에 일곱을 때려눕힌' 재봉사 씨가 멍하니
서서 정신없이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뜨끼야… 안 되겠군, 이대로는…"
엘라빤따리가 말하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습니다.
"뿡, 뿡, 뿡 뿌직, 뿡뿡, 뿡뿡, 뿌웅~ 뿌직, 뿌직, 뿡 뿌루 뿡…"
"으윽, 무슨 냄새야? 엘리 도대체 너 뭘 먹은… 거야…"
사카포카 씨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두 손으로 코를 막으며 간신히 말했습니다. 그러자 엘라빤따리는 급하고 단호하
게 말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그리고 재봉틀 씨, 지금 코을 막을 때가 아니군. 귀를 막아, 귀를 막을 때군!"
엘라빤따리는 자신의 귀로 사카포카 씨의 귀를 막았고, 엉덩이로 재봉사 씨의 얼굴을 통째로 막았습니다.


지금 바로 먼 훗날, 우주의 전설로 남은 그 유명한 '장자의 나비'의 환상적인 노래와 '엘라빤따리'의 환장할 방귀 냄
새의 전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8. 사카포카 씨의 선택
사카포카 씨는 자신이 잠에서 깨어나 있는 건지, 잠들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에선가 엘라빤따리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엘라빤따리의 음성은 멀리서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사카포카 씨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뜨끼야, 사카포카.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장자의 나비' 꿈에서 벗어났군."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에게 시간이 얼마 없다며 말했습니다.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가 지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지구에 머물지, 아니면 들락날락 별에 머물지를 말입니다.


엘라빤따리는 사카포카 씨가 들락날락 별의 사카포카였는지, 지구의 사카포카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그는 '장자의 나비'의 꿈에 다시 갇힐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사카포카 씨
가 어느 별로 갈지 선택을 하고 난 후, 지금까지의 기억이 완전히 기억나지 않거나, 거의 기억나지 않거나, 어렴풋이
몇 조각의 기억만을 한다면, 그가 '장자의 나비'의 꿈에서 빠져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
면, 그는 '장자의 나비'의 꿈에 갇히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자신이 '장자의 나비'의 꿈에 갇혔다는 사실은 모
른 채로 말이지요.


사카포카 씨는 자신이 들락날락 별에서 태어났다고 굳게 확신했지만, 백록담 지하의 아름다운 동굴을 잊을 수가 없
었습니다. 그는 이카투카 집시 가문의 자손답게 결정합니다.
"날 지구로 데려다줘, 엘리."

 


9. 도착
사카포카 씨는 지금 그리스 동쪽 해안,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귀와 발목과 갈비뼈를 손으로 만져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입니다.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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