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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죄책

2019.01.10 20:4101.10

1

똥을 먹는다. 그런 비유가 갑작스레 떠오른다. 오레오 케이크다. 반이 잘린 쿠키를 집어 먹는다. 누진 바람에 케이크가 되다 만 밀가루 덩어리를 씹는 느낌이다. 생크림과 크림치즈가 낯선 혀의 얼굴을 하고 입안을 가득 채운다. 그리 푹신하지도, 단단하지도 않은 크림 아래의 빵은 약간 힘을 준 포크의 단면에 절벽으로 깎여나간다. 그것을 씹고, 느끼는 과정은 지루한 동시에 기대로 가득 차있다. 오천팔백원짜리 조각 케이크 하나로 이런 감상문을 써내려갈 수 있다는 건 참 쓸데없는 능력이다. 나는 포크를 내려놓는다. 나는 접시와 포크를 들고 주방 싱크대로 다가선다. 무인 카페다. 아무나 와서 아무거나 만들고 아무거나 판매하고 아무거나 사서 먹을 수 있다. 카페의 이름은 유령, 유령 카페다. 그렇다고 해서 오컬트적인 인테리어나 유령 따위가 나타날 것만 같은 컨셉은 아니다.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빈티지 인테리어는 편안히 쉬어가는 느낌 보다는 공사장 인부 마냥 재빨리 먹고 나가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준다. 나는 그 강박이 마음에 든다.

길거리 한 가운데 선다. 낙엽들이 중력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친다. 보도블럭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단히 합을 맞추고 있다. 바람은 갈지자를 그리며 살결을 할퀸다. 그 가운데 나는 서있다. 우중충한 달이 그리는 그림자를 벗어나려 걷는다. 언젠가 매일 밤마다 이 짧은 휴식을 즐기곤 했었다. 지금은 그러지 못한다. 이렇게 도둑 마냥 찾아와 쫓기는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나는 다시 도망가야 한다. 길가의 아반떼 한 대에 다가선다. 안에는 아이가 있다. 간식 시간이다. 나는 3분의 1쯤 잘라낸 케이크를 아이에게 먹인다. 몸을 돌려 앞을 본다. 운전대를 잡는다. 나는 죄책감을 두 번 접어 가슴 속으로 삼킨다.

다시 도망을 간다.

 

2

두 손을 마주 댄 채 눈을 감는다. 알아듣지 못하는 작은 중얼거림이 침묵으로 진다. 나는 기도를 하는 아이들을 마주본다. 신학대학교 산하 유치원이라 필수로 기독시간이 하루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이 눈을 뜬다. 담임교사가 눈을 뜨며 아멘, 한다. 곧이어 차례대로 무엇을 기도했는지에 대한 아이들의 말이 이어진다. 나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여주며, 웃어주며, 진지한 태도로, 듣는다. 감기에 걸린 아빠가 빨리 낫기를, 회사에서 엄마가 일찍 돌아오면 좋겠다는, 누구와 더 친해지고 싶다는, 그런 류의 얘기들이 재잘재잘 아이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잘했다고 말하며 손뼉을 친다. 어떤 아이가 내게 묻는다.

선생님은 뭐 기도했어요?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 한다.

선생님은, 여러분들이 모두 나중에 훌륭... 아니, 선생님은, 선생님 남동생 생각을 했어요.

무슨 생각이요?

남동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요. 못 본 지 한참 되었거든요.

나도! 나도 동생 있는데. 집에 가면 있잖아요.

한 아이가 손을 들며 말한다.

선생님은... 집에 없어요. 좀 먼 곳에 있어.

기도 시간이 끝나고, 자유 놀이 시간이다. 장난감, 책, 지도, 레고 등 많은 놀이감이 구역 별로 나눠져 있다. 나는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도와달라는 것을 도와주고, 상대해달라 하는 것을 상대해준다. 그러다 띠리링 동, 띠리링 동, 하는 벨소리가 울린다. 똥 알리미다. 한 아이가 화장실 칸마다 설치된 똥 도우미 버튼을 누른 것이다. 나는 얼른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간다. 3호칸이다. 문을 열자 아이가 엉거주춤 변기에 앉아있다. 나는 조금 앞으로 허리를 숙이라 한 뒤 똥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누런 변이 항문과 그 주위로 넓게 달라붙어있다. 나는 꼼꼼히 휴지를 칸칸이 잘라내 닦아낸다.

됐다. 이제 바지 올리자.

아이의 바지를 올려 지퍼를 채워준다. 아이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얼른 교실 안으로 달려간다. 나는 아이들의 배변을 도와주고 뒷처리까지 해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너무 하찮은 일이라 그런지 오히려 어떤 때는 고결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하루에 제일 많이 마주치는 것이 아이들의 똥 묻은 항문이다. 너무 더러운 탓에 하나의 남김도 없이 쓰라릴 정도로 닦아내는 게 버릇이었다. 그래서 간간이 항의전화가 오기도 했다. 애들 항문이 얼만나 연약한데 그렇게 피가 나고 쓰라릴 때까지 닦으시면 어떡해요! 백만불짜리 항문이란 얘기다. 그때마다 나는 죄송하다고 해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깨끗이 닦이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깨끗이는 닦아야죠. 아이가 혼자서 배변 뒤처리를 할 때까지는 선생님이 계속 신경 써주셔야죠. 항문을 깨끗이 닦으면서도 쓰라리지 않게 닦는 법은 알지 못한다는 말이 혀뿌리를 건드리곤 했다. 바지가 온통 오줌으로 젖는 때도 있었다. 그때는 학부모에게 전화해 새 바지를 가져다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먼저 그 전에 씻기는 일은 내 몫이다. 나는 일종의 청소도구 같은 존재이다.

간식 시간이 되면 나는 담임교사와 함께 과자나 빵 따위를 먹기 좋게 자른다. 똥을 만진 손으로 간식을 만지고 먹인다는 게 기분이 묘하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초코 스틱, 마늘 바게뜨, 크림빵 등 점심 후의 디저트는 꽤 화려하다. 탁자 앞에 앉은 아이들 앞에 과자 쟁반을 내려놓는다. 아이들이 앞다투어 먹는다. 그래도 나름 중산층 아이들이라 그런지 먹는 모양새가 차분하고 소란스러움이 없었다. 나도 먹고 싶지만 선생님 몫은 없다. 나는 태현이란 아이에게 집중한다. 그 아이는 먹지 않는다. 가만히 물만 마실 뿐이다. 옆자리의 아이가 그 애의 몫까지 집어먹는다. 나는 그 애의 뒤로 가 오늘도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 애다. 그 애의 점심시간을 떠올려본다. 그 애는 반찬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밥만 한 가득 받아먹는다. 맨밥만 먹는 그 애한테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맛이 없지 않느냐, 맛있는 반찬 많은데 왜 안 먹느냐, 계속된 교사들의 설득에도 그 아이는 반찬 없이 맨 밥만 먹었다.

집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담임교사가 말했다.

보통 학대를 당한다거나... 잘못된 교육 말이에요.

그의 말에 나는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 애의 엄마를 만난 적이 있었다. 세 번 정도였다. 애가 맨 밥만 먹는다는 말에 그는 그럴리가요, 집에선 잘 먹는데, 이런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면담에는 아무래도 애가 아빠와 따로 살고난 적부터 그러는 것 같아요, 이랬다. 세 번째 면담에서 그는 제가 편식을 하지 말라고 너무 강압적으로 교육시켰나 봐요, 이랬다. 서로 다른 이유를 매번 대며 그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억지로 뭘 먹으려고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물었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태현아, 이거 안 먹어? 맛있는데.

그 애는 말이 없었다. 맨 밥만 꾸역꾸역 입안으로 밀어넣기 바빴다. 멸치조림과 소세지 반찬을 밥 위에 올려 들이밀어도 아이의 입술은 열리지 않았다. 아이는 내 손을 뿌리치지도 않았다. 홀로 이름 모를 적막에 갇혀있는 듯 했다. 아무리 두드려도 외부의 침입은 허용하지 않는. 문득 나는 그 애의 똥을 닦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열다섯 명의 다른 아이들의 똥은 닦아본 기억이 각각 있는데 태현이는 그렇지 않았다.

간식시간은 그렇게 끝났다. 나는 쟁반에 남은 과자가 없나 살폈지만, 헛수고였다.

 

3

카페로 가는 길은 어둡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진 탓이다.

달빛을 삼킨 가로등 불빛을 좇아 걸음을 옮긴다. 희부옇게 빛나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산 언저리를 떠돌아다니는 안개무리 같다. 문을 연다. 밤 11시의 카페엔 한 커플만이 있을 뿐이다. 철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사장 컨셉의 카페는 어딘가 스산하다. 카페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뭔가에 놀라 잔뜩 움츠러든 것 같다. 판매대를 살펴본다. 다양한 조각 케이크와 샌드위치, 과자, 주스, 음료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나는 주방을 살핀다. 아무도 없다. 구석의 커플은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고 있었다. 나는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하나 고른 뒤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디저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커피 말이다. 카페 라떼는 누구나 쉽게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음료이다.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데운 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원두를 내린다. 연유를 티스푼으로 세 번 넣는다. 전동 거품기로 낸 거품을 그 위에 얹는다. 완성이다. 기호에 따라 설탕을 더 넣어서 먹으면 된다. 나는 단 것을 좋아하기에 설탕 티백을 두 개 타 넣는다.

케이크는 1년 365일 매일이라도 먹을 수 있는 치즈 케이크다. 조그맣지만 그 속맛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다. 겉 표면의 달짝지근한 시럽과 촉촉하게 뭉쳐있는 치즈 섞인 빵은 하루종일 말하고 떠드느라 메말라 있던 입안을 부드럽게 녹인다. 이불을 턱 끝까지 당긴 채 그 속에서 귤을 까먹는, 그때서만 느낄 수 있는 포근함과 달콤함을 케이크 한 입에 느낀다. 온종일 아이들의 똥오줌만 보다 치즈 케이크를 맛보니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거기에 살짝 뻑뻑해질 수 있는 입안을 적셔줄 카페 라떼가 있으니 금상첨화다. 하루의 피곤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유치원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학부모를 마주칠 일도 없다.

문에 매달려있는 종소리가 울린다.

뒤를 돌아본다. 구석의 커플은 언제 갔는지 자리가 비어있다. 들어온 사람은 화려한 머플러를 두르고 긴 트렌치코트를 걸친 여자다. 태현이의 엄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미처 삼키지 못한 케이크 조각을 꿀꺽 뒤로 넘긴다. 한 모금 남아있던 카페 라떼를 후르륵 마신다. 그러나 혹시 저기, 그가 건네는 말을 피할 순 없다.

태현이 선생님 아니세요?

나는 급히 만들어낸 미소로 그를 맞이한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러시라고 손짓을 해보인다. 숨이 턱 막힌 기분이다. 이곳에서 학부모를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태현이 엄마가 이 근처에 사는 건 아닐 것이다.

괜히 쉬시는데 방해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마실 거 드릴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카페 라떼 한 잔을 더 만든다. 주방에서 그를 흘깃 본다. 언뜻 미인인듯 아닌듯 종잡을 수 없는 얼굴이다. 어딘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이혼을 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재혼 생각은 있는 건가, 현재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는 건가, 나는 별의별 생각에 잠긴 채 라떼 한 잔을 완성한다.

드세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넣은 적갈색 머리칼은 그의 얼굴의 3분의 1을 가린다. 표정이 콘크리트 같은 고요 아래 매장되어 있다. 나는 남은 케이크를 조심스레 잘라 먹는다. 그는 라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다 내려놓는다. 고개를 든다. 그녀의 연갈색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 한 마디를 건넨다.

태현이는 집에서 놀고 있나요?

네, 이모랑 같이 있어요. 저 혼자 나온 거죠.

씩씩해서 혼자서도 잘 놀 거예요.

그냥 내뱉는 말이다. 태현이가 혼자서 노는 걸 본 적은 없다. 늘 있는 듯 없는 듯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으므로.

태현이가 좀, 특별, 아니 음...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래요, 특이한 아이죠.

그가 말한다.

선생님이 많이 힘드시다는 거 알아요.

아니에요. 다른 애들하고 똑같은데요.

사실,

그가 카페 라떼를 빨대로 휘젓는다. 작은 소용돌이가 인다. 그는 그것에 시선을 고정한다.

나는 침을 삼킨다. 태현이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따위의 말이 나올까 긴장한다.

태현이는 아빠가 없어요.

 

4

남동생이 보인다. 오른손에 든 칼로 나를 찌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통증은 없다. 그의 칼이 내 팔뚝을 베고, 목을 쑤시고, 눈동자를 도려내도 나는 아프지 않다. 도망갈 수 없다. 두 발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자리에 그대로 뿌리를 내린 양 꿈적하지 하지 않는다. 아빠가 없어요.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태현이의 엄마다.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성폭행을 당했었죠. 나는 똥 묻은 항문에 얼굴이 처박힌다. 고약한 냄새가 기도에 들어찬다. 끔찍하게 더럽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남동생이 칼을 버리고 도망간다. 나는 저항할 수 없었어요. 왜냐면 칼을 들고 있었거든요. 칼을 든 사람한테 저항하지 마라, 고 형사였던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어요. 저항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 죽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는 없다, 그런 식으로요. 나는 내 상처를 내려다본다. 흰 뼈가 군데군데 드러나 보인다. 피부가 뭉개지고 <캐리>의 돼지 피를 뒤집어쓴 캐리 화이트 마냥 피가 온 몸에 뒤범벅이다.

그래서 난 저항하지 않았어요.

내 몸이 보이지 않는다. 태현이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가 내 안에 들어왔어요....... 날 강간했죠. 그 더러운 씨를 내 몸 속에 뿌려댔어요. 그리고 도망쳤어요. 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어요. 차라리 저항하다 죽게 놔두지, 그런 꼴을 당할 바에야 죽는 게 더 나아, 그렇게 생각했죠. 그가 내 앞에 선다. 그의 눈물이 떨어지는 와중에 핏빛을 머금으며 바닥으로 무너진다. 그게 태현이에요. 그렇게 생긴 게. 누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시선을 옮긴다. 낯선 남자가 서있다, 아니 낯설지 않다, 어딘가 많이 낯익은 얼굴이다, 그리고 그의 성기가 드러난다. 45도 각도로 곧추 선 성기가 내 안으로 들어온다. 수표가 보인다. 나는 그에게 몸을 맡긴다. 나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 걸음씩 나를 죄어오는 어둠의 벽을 더듬거리며 운다. 난 돈이 필요했어. 돈이.

잠시 현실과 꿈의 경계를 가늠한다. 나는 이불을 덮고 있고, 협탁 위의 조그만 전등은 아직까지 노란 빛을 흩뿌리고 있다. 들숨날숨을 구분하기 힘들다. 나는 심장에 손을 가져간다. 꿈의 잔상이 눈앞을 흐느적거리며 떠다닌다. 어제 들었던 태현이 엄마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그는 강간을 당했다고 했다. 그래서 임신을 했고, 그래서 낳은 게 태현이라고. 나는 꿈속에서 읊조리듯 말하던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릴 수 있다. 어제 카페에서의 일을 나는 기억한다. 그리고 이어지던 남동생과의 기억. 나는 부엌으로 가 냉수 한 잔을 서둘러 마신다. 정신이 개운해지는 듯싶다가도 다시 뭐에 메이듯 속이 답답하다.

남동생의 얼굴이 자꾸 내 머릿속으로 기어들어온다.

교통사고로 죽은. 나는 남동생을 쫓고 있었다. 기필코 내 손으로 잡으리라 다짐하며. 그러다 57번 버스에 치였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나는 슬펐다. 분노가 용오름처럼 솟쳤다. 내 손으로 죽여야 했는데, 내 손에 죽어야 했는데, 계속 그 말을 되풀이하며 중얼거렸다. 나는 미친 여자로 찍혀 남동생에게서 멀리 쫓겨났고, 사망 확인을 할 때에서야 비로소 가족의 신분으로 남동생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남동생은 말이 없었다.

 

5

유치원에서 나오는 길이다. 화장실에 비데를 설치하는 게 어떠냐는 담임교사와 나의 말에 원장은 그럴 돈이 어디 있느냐며 되받아쳤다. 나는 아이 몇몇의 똥을 닦아주고, 오줌 싼 바지를 갈아입혀주고, 여전히 맨밥만 먹는 태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의 엄마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애의 아빠는 누구일까. 어디로 갔을까. 그 애는 과연 그 엄마의 ‘아들’이 맞을까. 그 엄마는 그 애의 ‘엄마’가 맞을까. 그 애는 저주의 씨앗인가. 그가 책임져야 하는 대상인가. 끝없는 물음이 나를 괴롭혔다.

카페로 가려다 지하철 쪽으로 방향을 튼다. 초저녁 노을의 벌건 파편들이 시야 곳곳에 박혀있다. 해는 식도에 걸린 가시마냥 구름 사이에 걸쳐져 있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 속에서 앞사람을 헤집으며 움직였다. 지하철역에 다다른다. 계단을 내려간 후 맞은편 계단으로 향한다. 계단에 가까워질수록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래 끓는 듯한, 낮은 음의 말이 거꾸로 혀 뒤쪽으로 되몰아치는, 그런 목소리가 귓가를 조금씩 간질이기 시작한다. 예수님을 믿으셔야 합니다배곯은 자는 배가 부르게 될 것이며 우는자는나중에 웃게될 지니 예수님을, 믿으십시오. 꼭대기가 잘 보이지도 않는 높다란 계단 중간에 서서 아버지는 설교를 전파하고 있다. 누가 봐도 사이비 광신도 같지만, 제 딴엔 설교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손짓을 해가며 말을 하는 아버지였다. 나는 아버지 쪽으로 다가갔다. 얇은 정장을 차려입은 채 한 손엔 성경을 들고 있었다.

아빠.

그는 나를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나는 그를 붙잡아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찬바람이 위쪽에서 쏟아지듯 불어온다. 아버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아버지를 힐끔 쳐다본다. 나는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아버지를 데리고 발을 옮긴다.

언제까지 이런 거나 하면서 살 생각이냐고.

아직 설교 안끝났다. 할 일 없으면 본가에나 와라.

나한테 본가가 어딨어?

아버지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안경을 치켜 올린다.

나, 하나 물어보려고 왔어.

그의 눈길은 허공을 향한다.

영민이, 걔도 천국 갔을까?

아버지가 나를 쳐다본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잖아. 회개하면 천국 간다면서. 걔 회개했을까? 그래서 천국 갔을까?

아버지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귀찮은 듯 내 손길을 뿌리치고는 계단 중간으로 다시 내려간다. 나는 멀어지는 아버지의 등을 바라본다. 언제나 나를 가로막던 그 벽이다. 영민이가, 남동생이 나를 강간했을 때도 그 벽은 남동생을 지켜주었다. 가족이지 않느냐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호흡이 가빠지며 제대로 서있을 수조차 없었다. 남동생은 사고를 많이 쳤다. 여자아이들과 엮인 적도 많았다. 겨우 열여섯 살에, 가족인데 용서해주고 다 잊고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느냐는 아버지의 말. 그때 나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몸에 쇠파이프가 박혀있는 남자를 떠올렸다. 쇠파이프가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진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알고 나서는 어딘가 불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을 하자니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그냥 쇠파이프를 몸속에 지닌 채 살기로 결정을 내렸다. 꼭 그 남자가 된 기분이었다. 큰 문제는 없지만 움직일 때마다 계속해서 나를 건드리는, 나의 취약한 마음 한 구석을 쑤셔대는.

버스를 타고 카페로 향한다. 오늘 유치원에서 봤던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씩 기억나기 시작한다. 남동생 때문에 생긴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꼭 그 아이들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태현이 엄마의 말을 들은 이후로 계속 그 생각이 나 아이들의 얼굴을 좀처럼 바라보기 힘들었다. 절망 속의 기대가 자꾸 고개를 들었다. 죽은 뱃속의 아이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어떨 때는 아이들의 얼굴 사이에서 귀신 마냥 낯선 얼굴이 눈에 띄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보면 사라져 있었다.

 

6

똥 알리미 벨소리가 울린다. 나는 서둘러 휴지를 갖고 달려간다. 벨소리가 울린 칸을 두드린다. 안에서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린다. 태현이가 똥 묻은 휴지를 들고 있고 엉거주춤 마지를 올리는 다른 아이가 있다. 나는 태현이에게 묻는다. 네가 닦아준 거야? 그 애는 그렇다고 대꾸한다. 나는 가만히 그 애를 쳐다본다. 남동생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나는 고개를 살짝 흔든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저 애한테 매우 미안한 짓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휴지를 버리고 나가는 태현이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체구가 작다. 간식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주말의 이른 아침이다. 카페엔 절반 정도 사람들이 차있다. 태현이 엄마와의 약속이 있었다. 그의 과거사를 들은 이후부터 나는 무거운 책임감 또는 중압감에 짓눌려 있었다. 그가 다음 약속을 청했을 때 그래서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오레오 케이크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앞에 둔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선다. 내 앞에 앉는다. 시답잖은 안부를 주고받고, 태현이 얘기로 이야기의 입구를 열어놓는다. 그는 치즈케이크를 먹는다. 케이크 한 입에 말 한 마디. 카페엔 마치 우리 둘만 존재하는 듯하다. 쓴 이야기에 치즈케이크의 촉촉함과 달콤함이 더해져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은, 그 애는 몸집이 작았어요. 키도 작았고. 아토피가 있었어요. 내가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자주 긁어줬죠. 관계를 맺을 때보다 내가 가려운 곳을 긁어줄 때가 좋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대요.

나는 커피를 한 쪽으로 밀어둔다.

본인 말로는 이리저리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집안에서도 사고뭉치로 찍혀 별다른 사랑도 못받았대요. 부모님이 누나만 편애를 했다고. 제가 진짜 친누나 같고, 그래서 절 좋아한다고 그랬죠.

언젠가 한 번은 아빠뻘의 나이든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남동생과의 일을 암묵적으로 묻은 지 1년이 지난 후였다. 나는 종합격투기를 배우고 싶었고, 부모님은 여자애가 공부는 안하고 그런 거 배워서 뭐하냐, 는 식으로 지원을 하지 않았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격투기나 복싱 학원은 학원비가 비쌌고, 나는 꼭 다니리라고 다짐했었다. 그래야 남동생이 또 다시 그런 짓을 하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래서 그 남자를 만나고 돈을 받았다. 나는 격투기를 배웠고, 그러던 도중에도 그 남자를 만났다.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가 말한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더군요. 잘못했다고, 제발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서 신고 당하면 자기 인생 완전히 망할 거라고. 학생이었어요. 많아봐야 고등학교 1, 2학년 정도. 뉴스기사에서 ‘철없는 행동’이라고 할 만할 나이였으니까요. 누나랑 나랑 가족하기로 하지 않았냐, 가족끼리벌어진일인데용서해주고넘어가면안되겠느냐.......

그는 숨을 몰아쉰다. 나는 격투기를 관둘 수밖에 없었다. 그 남자는 더 이상 나를 만나주지 않았고, 나의 죄책감은 무너지기에 충분한 높이로 솟아있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더 드시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머리를 저었다.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다면서. 나는 적당한 디저트는 몸에 좋다고 말한다.

여기가 아니었으면, 여기서 선생님을 못 만났으면 이런 얘기 누구한테도 못했을 거예요.

그는 말한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에게서 나와 비슷한 얘기를 듣는 건 묘한 경험이다. 내가 나를 위로하듯, 내가 나에게서 위로받듯. 그러나 그 위로 사이로 기시감이 얼굴을 내미는 건 못 본체 할 수 없다. 학생, 가족, 예전에도 이런 일. 그 사실들이 하나의 존재로 결합하여 내게 다가온다. 희미한 실루엣이 저 멀리 보인다. 남동생이다.

 

7

의심의 연속이다. 남동생이 태현이 엄마를 강간한 범인이라는 사실, 진짜일까. 하루 온종일 나는 그 생각에 매달린다. 유치원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태현이만 눈에 띈다. 나는 자꾸만 태현이에게서 남동생을 찾으려 애쓴다.

선생님, 이거 놔주세요.

정신이 돌아온다. 나는 태현이의 팔을 붙잡고 있다. 그것도 세게, 힘주어. 나는 똥이라도 묻은 양 얼른 손을 뗐다. 그 애는 화장실로 향한다. 나는 가만히 그 애를 바라다본다. 그 애가 화장실에서 나오기까지 10분 정도가 걸린다. 똥 알리미 버튼은 울리지 않았다. 그 애는 손에 묻은 물기를 바지 양 옆에 문지르며 나온다. 남동생도 그런 버릇이 있었다. 수건이나 휴지가 있는데도 자기 바지에 닦기 일쑤였다. 그 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홀로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입은 언제나처럼 굳게 닫혀있다.

곧이어 점심시간 종소리가 울린다. 나는 배식차를 밀며 교실로 들어온다. 아이들이 가방에 챙겨온 캐릭터 식판을 꺼내든다. 나와 담임교사는 아이들의 식판에 반찬을 배식한다. 태현이의 차례가 온다. 그 애는 반찬을 먹지 않는다는 표시로 식판을 무릎 앞에 내리고 있었다. 나는 식판을 앞으로 내밀라고 했지만 그 애는 말을 듣지 않는다.

태현아. 반찬 받아.

그 애는 고개를 젓는다. 나는 식판을 억지로 들게 한 뒤 국을 떠 담는다. 반찬이 담긴다. 식판이 바닥으로 나동글자진다. 뜨거운 국물이 태현이의 다리와 발을 적신다. 태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당황한 아이들은 식판을 든 채 우리를 지켜보고만 있다. 담임교사는 얼른 치우지 않고 뭐하냐며 나를 재촉한다. 나는 국자를 내려놓고 태현이의 옷을 벗긴다. 국에 젖은 옷을 벗긴다. 발가벗긴다. 동시에 나는 아토피가 있나 없나 살핀다. 몇 군데 생채기만 있을 뿐 피부는 깨끗하다. 태현이는 더 크게 울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그 애의 맨몸을 보고 놀려댄다. 남동생은 아토피가 심했다. 나를 범했을 때도 그가 몸속에서 빠져나간 뒤 남은 건 건조한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 가루들이었다. 멍하니 누워있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행동이 베란다에서 침대보를 터는 것이었다.

 

8

한선생, 애 때린 적 있어요?

비몽사몽인 내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잠을 달아나게 했다. 누구요? 태현이 말이에요. 키 작고 조그만 남자애 있잖아. 애 엄마한테서 항의전화가 왔어. 팔에 멍이 들었다고. 그리고 화상 입어서 피부도 상했다고.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는다. 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나는 침을 삼킨다. 사고였어요. 뒤이어 카랑카랑한 원장의 말이 들린다. 나는 그의 목소릴 듣다가 전화를 끊어버린다. 누가 깨뜨릴까 무서운 정적 속으로 침잠하는 기분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몽 속의 달리기처럼. 태현이가 남동생이 강간해 낳은 아이인지, 그것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그라진다. 나도 말할까. 남동생한테 성폭행 당했다고, 성폭행 당하지 않기 위해 격투기를 배우려고 성매매를 했다고. 그러나 나는 말할 자신이 없다. 말한다고 해서 속이 후련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 일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태현이 엄마는 왜 내게 그런 얘길 꺼낸 걸까.

 

똥 알리미가 울린다. 나는 동요를 가르치고 있는 담임교사를 뒤로 하고 화장실로 걸음을 재촉한다. 4칸이다. 태현이다. 앉은 것도 아니고 서 있는 것도 아닌 자세로 그 애는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뒤로 몸을 돌리라고 했다. 똥이 엉덩이에까지 튄 상태다. 나는 천천히 그 애의 항문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닦는 똥이지만, 항문이지만 갑작스레 혐오감이 솟구친다. 남동생의 씨앗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내 머릿속과 가슴으로 스며든다. 그런 건 살아있으면 안 돼. 있어선 안된다고. 없애버려야 해. 그 더러운 인간 이하의 말종의 씨앗은... 나는 태현이의 뒷머리를 잡는다. 아이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변기에 머리를 갖다 박는다. 쿵,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몇 차례 교실 안 동요에 섞여 허공을 떠돈다.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의 머리를 손에서 놓는다. 태현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다. 나는 똥 묻은 휴지를 버린 뒤 새 휴지로 핏자국을 닦는다. 아이가 기침을 한다. 나는 아직 변을 내리지 않은 변기물에 아이의 머리를 잡고 들이민다. 숨을 쉬지 못하는 아이의 몸부림을 나는 가만히 지켜본다. 깨끗하게 정화했다, 는 생각이 든다.

나는 떨리는 몸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한다. 멀리서 담임교사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다. 태현이를 변기에서 건진다. 더러워진 얼굴은 보랏빛으로 물든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4칸에서 아이를 빼내 맨 구석 칸으로 옮긴다. 그리고는 고장났다는 표시를 한 뒤 나온다.

 

태현이가 사라졌다는 건 그 애 엄마가 직접 찾으러 왔을 때다. 다른 곳을 살펴봐도 태현이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화장실 쪽을 제일 먼저 샅샅이 뒤졌으나 태현이는 없다고 나는 대꾸한다. 그리고 저는 태현이의 똥을 닦아본 적도 없어요. 태현이는 스스로 하곤 했으니까요.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나조차도 헷갈리는 말을 내뱉는다.

 

9

카페에서 나는 그와 다시 마주앉는다. 태현이가 실종된 지 사흘이 지난 후다. 그는 손을 덜덜 떤다.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베이글을 내민다. 그는 고맙다며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는다. 나는 차가운 카라멜 마끼아또를 두 세모금 연달아 마신다. 저는요. 저도 사실 성폭력 생존자예요.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본다. 남동생이 있었어요. 지금은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그 애가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나를 성폭행했어요. 아이까지 임신했었고요. 집에선 가족끼리 벌어진 일을 괜히 부풀리지 말자며,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아이를 지우라고 했죠. 나는 언제나 걔를 죽이고 싶었어요. 걔의 씨앗이 내 뱃속에 있다는 사실조차 끔찍했어요. 그래서 어느 날은 걔를 죽이려고 했어요. 칼을 들었어요. 걔는 도망갔고, 그러다 트럭에 치여 죽었어요. 내 손으로 죽이지 못한 게 한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에 걔한테 당한 또 다른 사람이 있더라고요. 아이까지 낳고 말이에요. 그래서 전 그 애를 죽였어요. 후련하더라구요. 제가 똥을 잘 닦거든요. 처음엔 더럽다가도 항상 닦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지는데, 딱 그랬어요. 그 애를 죽였을 때요.

그가 웃는다. 나쁜 꿈을 꾸셨네요. 그랬으면 선생님은 진작 잡혀갔을 걸요. 그리고 태현이는....... 애한테 무슨 죄가 있겠어요. 영원히 아빠의 존재를 모르고 잘 커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게 제가 바라는 다예요.

어머님은 그런 마음도 없으신가요. 그런 애를 어떻게 키우실 생각을 하셨어요?

수술을 할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낳았고, 그렇게 살고 있네요.

갑자기 그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태현이가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운다. 나는 케이크 하나를 포장한다. 바구니에 돈을 넣고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그는 케익을 포장하신 걸 보니 어지간히 맛있나 보네요, 한다. 나는 고개를 내젓는다. 제가 먹을 게 아니에요. 줄 아이가 있어서요. 조금 이따 간식시간이거든요. 유치원 일과표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꼭 그 시간만 되면 먹을 걸 찾아요. 그건 그렇고,

나는 목구멍을 짓누르는 울음을 삼키며 말한다.

저도, 태현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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