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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문구입니다: 강한 욕설등 혐오스럽거나 공포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내용에 약하신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작가 주).

 

 

 

친애하는 선생님께

 

영광입니다!

제 편지를 읽어주시는 것에 대한 무한한 기쁨과 감사와, 그리고 떨림이 교차합니다.

인사를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면서도 망설였는데, 너무 늦은 감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무척이나 소심한 성격이라, 편지에서도 이런 성격이 명확히 드러날 거예요. 아 그렇지. 선생님은 이미 위 제 인사만 보셔도,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아차렸겠군요.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 정말 영광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 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선생님의 당당한 행동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 그래, , 사람 죽였어. 그런데 왜? 마스크도 모자도 벗어 던지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하던 선생님의 그 자신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항상 우선시 하던 이성이라는 존재를 철저히 짓밟아 버린, 인간 본성에 대한 심도 있는 표현이었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람이라고 뭐 별거 있겠습니까. 언제부턴가 사회적 동물이라는 하잘 것 없는 굴레에 묶여, 하고 싶은 거 말하고 싶은 거 꾹꾹 눌러 참고 쥐죽은 듯 지내오던 나날들을 겪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을 거라 전 믿거든요. 그런 저희를 위해 선생님께서는 친히 실행에 옮겨 주셨습니다. 대리만족, , 사과드립니다. 대리라뇨. 너무 예의 없었군요. 대리가 아니라 대표시죠. 대표로 행하신 그 일들에 대해, 마음속으로부터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마지막 살인이 일가족 이었죠? 아쉽게도, 그 사건 이후 잡히셨지만요. 알지도 못 하는 가정에 무작정 쳐들어가, 여인과 그 자식 둘을 둔기로 내려 친 그 행위. 어차피 꼬리를 잡힐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당하게 본능을 표출한 그 행위. 이성이라는 것은 단지 허울일 뿐이라고 외치는 그 행위. 멋져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은, 인간은, 잔인합니다. 누군가를 해하고 자신이 위에 서기를 바라는 존재입니다. 오로지 동물 적인 캐치를 해 봤을 때, 인간보다 잔인한 생물은 없다는 것이 제 주의입니다.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죠. 그리고 그 폭탄의 스위치는 이성이라는 것이 컨트롤 하는 겁니다. 우리는 모두 시한폭탄 같은 존재입니다.

선생님! 하지만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는, 이 폭탄을 터트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 대고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저조차도, 저를 비웃는 모든 이들을 전부 죽여 버리고 싶었던 게 수십 번이거든요. 과연 저만 이럴까요? 그 죄책감이나, 사회적인 굴레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한다면, 이 죽도록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들이 과연 저 밖에 없을까요? 용기를 내서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선생님에게 굴하지 말고 당당히 임하라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습니다.

저는 다짐합니다! 선생님을 따르고, 배우고 싶다고요. 저 역시 많은 이들을 증오합니다. 이 증오는 제 상황에 따른 결과물이 아닌, 오로지 본능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잔인합니다. 밟고 위에 서려면 누군가는 사라져야 하죠. 그 일가족 살인은 선생님과 아무 상관없다 들었습니다. 그냥, 웃음소리가 들려서, 짜증나서 들어가 모두 죽였다고 기사를 봤는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부재중이던 그 집의 가장이 돌아와서 현장을 목격하고 쇼크로 쓰러졌다고 하던데.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를 잃었으니 그 충격은 당연하겠죠. 하지만 그 치도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은 사람은 틀림없이 존재했을 겁니다. 결국 행하느냐 행하지 않느냐 차이일 뿐, 누구나 죽이고 싶은 이가 있고 그걸 이성이라는 허울로 덮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인 겁니다.

그 가장이 이성의 끈을 놓았다면, 똑같이 죽이고 싶은 이의 일가족을 살해했을 거 아닙니까.

죽어! 죽어라! 저는 항상 자기 전에 저를 괴롭히는 이들과, 저를 무시하는 이들을 향해 저주를 내립니다. 죽으라고. 내가 죽이기 전에. 뭐 망상일 뿐입니다. 바랬지만 제 이성이라는 놈은, 절대 못 하게 막았죠.

하지만 선생님의 그 인터뷰? 를 보고 나서는, 새로운 혼란에 빠져버렸습니다.

이성? 사회? 엿이나 바꿔 먹어. 그냥 본능적으로 움직여.

동물처럼. 어차피 우리는 동물이야.

이거 맞나요? 제가 의의를 제대로 파악했나요? 사실, 부끄럽기도 합니다. 감히 선생님의 생각을 추론하다는 것이 말이죠. 하지만 용기를 내서 편지를 써 봅니다. 굳이 답장하지 않아도 저는 선생님을 죽을 때까지 존경 할 겁니다. 선생님의 그 행동과 당당함이 제게 너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으니까요. 지루한 제 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두절미하고, 존경을 바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제 욕망을 시행하려 합니다. 그전에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존경을 담아 사모하는 이가.

 

 

==

 

 

이름 모를 내 추종자에게

 

그런가? 내 의지를 파악한 것이 당신 말고 또 있어? 나는 어렵게 말하는 타입이 아냐. 편지라는 것도 써 본적이 없어. 그래서 좀 막 나가더라도 이해해줘.

씨발 것들. 지나가는데 하하 호호 쳐 웃더라고. 그래서 짜증이 났어. 그때 나는 배고픈데 뭐 사먹을 돈도 없었거든. 지들끼리 웃는 걸 들으니 피가 솟구쳤어. 이거 표현 맞나? 졸라 짜증나서 들어가 다 두드려 패 죽였지. 피가 튀고 그 뭐냐, 머리 안에 든 거. 이상한 내장 같은 거 막 튀어 나오고. 아무튼 때려죽이고 나왔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라. 모기 잡는 거랑 똑같아. 피 빠는 모기들 쓰레기잖아. 쓰레기는 처리해야지. 내게는 나 빼고 모두가 쓰레기인 거야. 니가 잘 파악했어. 모두는 죽이고 싶어 해. 아무리 착한 놈들도 죽이고 싶은 인간 한 둘은 있어. 하느냐 안 하느냐 차이지. 난 했어. 죽였지. 존나 많이. 그래서 내가 이렇게 편지도 받는 거야. 내 이 당당한 본능적인 모습에 니들이 훅 가는 거 아냐. 너 여자야? 씨발 여자면 좋겠는데. 뭐 아니더라도 상관은 없어.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게 기뻐. 스타 같잖아?

수십 명을 죽였어. 그런데 내가 죽이고 싶어서 죽인 것 들은 한 명도 없어. 뭐 네 말대로 난 그저 컨트롤? 그게 풀려버렸던 것 같애. 통제가 안 되니 쳐 죽이고 다니지. 이거 내 잘못이야? 아니 씨발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죽이고 싶은데 어떡해? 내 본능이 죽이라 하는데 그걸 참고 있어? 내 잘못 아니잖아?

조언 해줄게. 뭘 시행한다 했지? 사실 나도 사람 죽이고 다니기 전에는 어엿한 가장이고, 마누라랑 애들도 있었어. 뭐 지금은 이지가지 욕먹겠지만. 솔직히 죄는 내가 지었고 벌은 나만 받아야지 내 가족들이 당하는 건 웃긴 거잖아? 이 씨발 것들. , 미안 말 놓을게. 너 말이야. 주위에 가족이나 친지들 있어? 그런 거 생각 말고 그냥 행동해. 결국 움직이는 것은 너고 그들은 들러리일 뿐이야. 피해를 줄 거 같으면 일치감치 그들과 거리를 둬. 난 내 가족들에게 그걸 못 했어. 니 말 따라 내 안에 작게나마 남아있던 이성이라는 것이 손을 뻗어 놓지 않았나 봐. 이것도 존나 웃긴 거야. 본능이 어쩌니 하는 거 어차피 다 내 편은 놔두고 모르는 새끼들만 족쳐, 이거잖아? 개 웃겨.

씨발 내가 더 할말은 없고, 죽여. 그냥 죽여. 죽이고 싶다매? 죄책감 갖지 마. 어차피 다 죽을 놈들이야. 니가 안 죽여도 사회적으로 죽고, 동물적으로도 죽는 것들이야. 니가 안 죽여도 늙어 죽어. 어차피 죽을 거니까 다 죽여 버려. 이거 검열 안 하나? 편지 내용 씨발 검열 할 텐데. 모르겠다 나도. 아무튼 내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암호로 쓰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거든. 이렇게 길게 펜 움직이는 것도 처음이야. 너 이 새끼, 만약 저질렀으면 편지해라. 내 조언 잘 들었지? 그냥 죽여.

죽여 씨발. 어차피 다 니 발밑에 있는 존재들이야.

니가 계속 얘기하는 당당함 멋짐 본능적 이런 거, 다 너도 하고 느낄 수 있어.

너 무시당했다며? 다 죽여 씨발. 죽여 버려. 그러면 너 무시하는 놈들 없어질 거야.

뭔가 재밌네. 답장을 기다리마. 두근두근 하군.

추종자라니. 존나 영광이네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다니 말이지.

다시 한 번 조언하마. 그냥 죽여 버려.

 

니가 친애하는 선생님이.

 

 

==

 

 

존경하는 선생님께.

 

편지 잘 받았습니다. 설마 답장을 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봉투를 뜯는 순간에도 손이 떨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거칠지만 깊은 그 글들을 보고, 저는 용기를 받았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제가 죽이고 싶은 인간이 있습니다. 항상 죽이고 싶은 이들은 많았지만, 이 놈만은 제 손으로 직접 명을 끊고 싶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증오하는 인간입니다. 내 모든 삶을 송두리째 망친 인간이기도 하죠. 저는, 편지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무척 소심하고 공부만 해왔던 인간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찍 소리 못 하고 그냥 발발 기었죠. 여담이지만 글 써본답시고 책도 읽고 일기나 그런 것 많이 써본터라, 나름 선생님께 최대한 매너 있는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저는 사랑 받지 못하는 인간이었죠. 이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이 모든 것이 다, 이성이라는 것이 저희를 얽매는 것 아니겠습니까?

존경하는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그 조언을 깊이 새겨들었습니다. ‘니가 계속 얘기하는 당당함 멋짐 본능적 이런 거, 다 너도 하고 느낄 수 있어.’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은 오랜만이더군요.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용기백배입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를 죽이기에 앞서, 저는 선생님의 그 행위를 따라 해보고 싶었습니다. 뭔가 동질감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선생님께서, 둔기로 내려친 그 일가족 살인사건 말이죠. 정말이지 그건, 본능 표출을 극대화 한 것. 아무 상관도 없는 이들을 그렇게 일말의 죄의식 없이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다니! 죄의식이 뭡니까? 죄책감이 뭡니까? 어차피 다 이성이라는 것이 조종하는 것들 아닙니까? 제 욕망을 막고 있던 그 놈을 잠재운 것은, 바로 그 선생님의 행위였습니다. 그리고 그 행위 후에 잡혀 인터뷰 한 그 모습이, 잠재운 제 이성을 소멸시킨 결정타고요. 제가 느끼는 이 자유로움과 감정을 선생님께 온전히 전달하지 못 하는 것이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결말이 정해졌을지라도, 본능에 따라 움직이자 하는 것을요.

그대로 선생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따라 갔습니다. 두려웠지만 꾹 참고, 저는 그 놈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비록 그는 없지만, 그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이들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웃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대로 침입하셨죠? 마침, 선생님과 같이, 다가간 제 귀에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더군요.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원래부터 계획에 있었다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신기하더군요. 그들의 모습이 너무 가증스러웠어요.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그들의 웃음소리가 아닌, 단지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온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합니까? 이들은 그의 가족이고, 나는 그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사람이고, 결과적으로는 내 이성을 버리고 본능에 따라 모두를 선생님이 한 것처럼 그대로, 다 죽여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대로 들어가,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거실이었나요? 앉아 있던 여인이 후두부를 얻어맞고 비명도 못 지르고 바닥에 쓰러졌어요. 두세 번 그 여자의 머리를 내려찍은 후에, 그대로 작은 방문을 열었습니다. 늦은 저녁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잠이 들었더군요. , 물론 그의 자식들 말이죠. 누워있는 그들을 향해 냉정하게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사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았어요. 그러나 선생님의 행위를 따라하면서 죄의식을 버리고 본능에 따라 움직이려면, 이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대한 선생님의 당시 행위를 따라하면서, 저는 둔기를 휘둘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몇 번을 휘두르셨죠? 이십삼 번 이었던가요? 제가 그렇게 휘두르려 했건만, 이미 너무 망가져 힘들 게 되더군요. 어쨌든, 그들이 모두 숨이 끊어진 걸 확인한 후, 저는 조심스레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들의 가장, 그러니까 제가 증오하는 그 인간이 이 광경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모든 건 그 인간을 증오해서 하는 건데, 이 현장을 지켜봤다면, 그 역시 선생님의 마지막 행위의 그 가장처럼, 충격을 받겠죠?

죽을 만치 힘들겠죠? 아니, 고통과 괴로움에 못 이겨 자살할지도요.

그렇게 놔두지는 않습니다. 저를 그렇게 괴롭힌 인간을 이리 쉽게 처리해서는 안 되죠. 그의 일그러진 표정이 기대됩니다. 저도 막상 시행하니, 이렇게 두근거리는 건 처음입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이것이 폭탄이 터졌을 때의 그 해방감인가요?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비록 따라 하긴 하지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방하는 바를 잘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의 추종자로부터.

 

 

==

 

 

추종자? 에게.

너무 멋있어!

그것이 당당함이자, 인간이자, 본능이자, 본성이다.

우리는 모두 동물 같은 존재야. 자유롭게 니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솔직히 니 편지를 보고 긴가민가했다. 긴가민가 표현 맞나? 어디서 주워들은 거긴 한데, 지금 이 상황에 딱 맞는 거라 생각해. 어디서 장난 씨부렁 쓰레기 글인 줄 알았거든. 그런데 말이지, 니 글 하나하나에 정말 나를 존경하는 표현이 보인 거야. 이 새끼 나 정말 좋아하네? !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내가 너 때문에 기뻤다고. 이걸 보면 엄청 좋아하겠지? 너의 표정이 너무 기대된다.

내 마지막 사건을 그대로 따라하다니, 너무 멋진데? 그때는 사실 좀 많이 열 받아 있던 상태였어. 결국 이렇게 붙잡혀 버렸지만. 나 사실 이런 실수 잘 안하는 사람이거든. 너도 알거야. 내 전 사건들을 보면, 정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처리를 자랑하지. 나라고 다 이렇게 막장이었던 것은 아니야.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 꼴 보기 싫더라고. 모두 죽여 버리고 싶었어. 그렇게 하나 둘 죽이고 나니, 내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는 거야. 사실 대단한 거 맞지. 죽어갈때의 그 애처로운 눈빛 알지? 몰랐어도 이제 알겠지? ? 왜 나를? 그런 거 있잖아. 우와. 소름 돋아. 그 눈을 보면,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느껴져. 아니, 내가 정말 대단한 이라는 게 느껴진다고.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가는 하잘 것 없는 존재들을 보며, 우월감에 빠지게 된단 말이야. 개미 밟아 죽이듯이 똑같이 느껴지는 거야. 이 벌레 새끼들아. 내가 진정한 너희의 상위 존재다.

너 또한 이 감정을 느꼈을 거라 믿어! 씨발! 한 번 느끼게 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쾌락이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거. 평소에는 말도 잘 못 붙일 것 같은 미녀가, 홀랑 벗고 벌벌 떨며 모든지 나한테 다 해줄 것 같은 그 상황을 느꼈다면, 넌 나와 같은 존재가 된 거야. 지금 그게 시작이겠지. 그래 맞아. 시작은 증오의 대상이지. 하지만 그 쾌감을 느끼게 되면, 이제 너는 오로지 그 행위에 대한 결과만 바라보고 움직이게 도리 거야. ? 우린 동물이니까. 원숭이일 뿐이지. 털 없는 원숭이랑 다를 게 뭐가 있어?

말이 많아졌는데, 이만 줄일 게. 그 니가 그토록 증오하던 인간의 경악하는 표정이 궁금해지는 군. 내가 아쉬운 거도 그거거든. 마지막에 쳐 죽인 것들, 그 일가족의 가장이 현장을 목격했을 때의 그 표정 말이야. 그걸 못 봤어! 너무 아쉬워! 그 절망적인 표정을 보고 잡혔어야 하는데 말이지. 니가 대신 내 아쉬움을 만족 시켜줘.

그림을 그려줘! 그 새끼 표정 말이야. 그냥 스케치 정도만 해도 돼. 눈깔이 어땠는지 만 알려줘도 돼. 썩은 동태 눈깔이었을 거야. 그렇게 잘난 척 하던 인간이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봤을 때의 그 쾌감, 너도 이제 잘 알게 될 거야. 잘 알게 될 거라고.

용케 검열을 피해서 주고받네. 예전에나 그랬지, 지금은 이런 편지 내용 따위는 보지도 않나봐? 어차피 연예인에게 보내는 팬레터라 생각하겠지. 이봐, 추종자. 더 열심히 나를 추종해 줘. 많은 조언을 해줄테니, 내가 지금 할 수 없는 것들을 대리 만족 시켜 줘. 힘없는 것들은 모두 밟아버려. 원래 그런 거야. 우린 원래 그렇게 태어났어.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이유 없이 동족을 죽이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들었어.

공감해. 하지만 이유가 없지는 않다고 봐, 그 이유라는 게 바로 그거잖아.

우월감. 쾌감.

너도 이걸 느끼길 바래. 건투를 빈다.

 

기쁜 마음으로 응원하며. 너의 선생님이

 

 

==

 

 

친애하는 선생님께.

 

답장 잘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말씀하신, 우월감, 쾌감, 감명 깊이 새겨들었습니다.

그 놈의 표정은 지금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 놈은 자신의 가족이 죽었는지 조차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 놈의 눈깔을 그리기에는 제 상상력을 더해야 할 것 같습니다. 썩은 동태 눈깔이라는 것은 워낙 유명한 표현이니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그를 증오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못 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를 잘 알지 못 합니다. 그도 저를 잘 알지 못 하죠. 그런데 그는 제 삶을 망가트렸습니다. ? 서로 잘 알지 못 하는데? 그래서 저는 그를 죽일 생각을 한 겁니다. 그 뭐랄까, 우리가 동물적인 존재로 돌아간다면, 본능적으로 방어 하지 않습니까? 쉽게 말하면 복수죠.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 본능이자 본성입니다.

제가 죽인 이들의 시체는 썩어가고 있는데, 막상 죽이고 싶었던 그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선생님처럼 저도 붙잡히고 말 테죠. 붙잡히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행하고자 했던 행위에 대해, 선생님의 진심어린 조언을 들으며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선생님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무것도 못 하고 분노와 증오에 속부터 썩어 문드러졌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잠시 감정을 담아 글을 쓰겠습니다.

씨발.

그들을 죽였을 때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었습니다.

그들은 죽을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죽은 것은 단지, 그들의 가장이 행한 일과, 이런 나를 부추긴 선생님 때문입니다.

씨발 새끼.

내가 내게 하는 욕입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보는 너한테도 하는 욕이지.

이 씨발 새끼야.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가족을 잃었어. 내 아내와 자식들은 아무 이유 없이 머리가 터져 죽었어. 수십 번 내려친 그 흔적은 온 방안을 피투성이로 만들고 내 눈을 버렸지. 집에 돌아와 그 현장을 목격하고, 난 말 그대로 피 눈물을 흘렸어.

이 씨발 개새끼야.

어찌해야 할지 몰랐어. 그냥 죽을 까 생각했어. 그런데 너무 억울하더라. 불쌍해서 너무 억울했어. 똑같이 갚아줘야겠다 생각했지.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계획이 떠올랐어. 할까 말까 정말 망설였지만, 니 새끼의 답장이 계속 내 분노를 부추기더군. 오호라, 그렇군, 잘 알겠다. 죽이라며? 그냥 죽이고 본성을 느끼라며?

이 씨발 개새끼야.

니 집을 찾아가서 니 가족을 쳐 죽였다. 내 가족이 죽은 것과 똑같이 그대로 쳐 죽였어. 그들에게는 미안해. 그래서 나도 내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거야. 하지만 내가 이렇게 시행하기까지 도움을 준 건 바로, 선생님인, 빌어먹을 너였어.

검열? 있을 리가 없지. 편지는 발신도 되지 않았어. 그냥 내가 너한테 가져다 줬을 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매일 마주치잖아. 내 직업이 뭔지 알려줄까?

 

항상 니 새끼가 인사하는 교도관이잖아.

 

빌어먹을 개새끼야.

 

썩은 동태 눈깔이 보고 싶다고? 보여줄게. 이 편지를 읽는 너의 눈이자, 잠시 후 네 앞에 서 있다가 꼬챙이를 눈깔에 쑤셔 넣어 줄 내 눈이야. 누구도 나를 막을 수는 없어. 활동 시간이 되면, 너는 내 손에 죽는다. 그리고 나도 죽을 거야.

이 빌어먹을 씨발 개새끼야.

우월감에 빠져 자만했을 너의 그 병신 같은 머릿속을 다 헤집어 뒤집어 버리고 싶다.

너는 니 가족을 쳐 죽이기 위한 조언을 내게 해줬어.

너도 사람이라면, 잠시나마 죄책감에 빠져 흐느껴라.

니 아내와 자식들은, 내 아내와 자식들과 같이 똑같이, 그대로 똑같이, 만들었다.

있다가 보자.

니 눈깔이 기대된다.

보고 싶다고?

똑똑히 볼 수 있을 거야.

고통과 절망에 가득 찬 썩은 동태 눈깔이.

있다가 보자.

 

친애하는 선생님께.

 

증오와 분노를 담아.

 

 

 

 

 

 

 

 

 

 

 

 

 

 

 

 

 

 

 

 

 

 

댓글 2
  • No Profile
    도롱환 18.07.23 23:13 댓글

    마지막을 전해주는 편지에 얼굴만 간신히 볼 수 있는 거울조각을 넣어줬으면 좀더 극적인 엿을 먹이는 방법이 되지 않았을까 소소하게 상상해봅니다. 편지를 다읽고 보지 않으려고 해도 잠시 1초라도 마주칠 수 있을테니까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과 표정을 보게 되면 뭔가 올라와서 거울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편지 뒤의 반응을 상상하는 것도 재밌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D

  • 도롱환님께
    No Profile
    글쓴이 후안 18.07.24 01:13 댓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전혀 생각치도 못 했던 방법이네요! 그렇게 하면, 정말 제대로 된 썩은 동태 눈깔을 보며 절망에 빠져 비명을 지를 수 있을테죠. 감사합니다. 최고의 복수네요. 아직 많이 부족한 걸 느낍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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