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자취한지 3년이 넘어간 그의 방은, 이제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 되었다. 방에 눕기라도 하면 바퀴벌레와 맞닥뜨리는 건 다반사고, 식사라도 할라 치면 거짓말 안 보태고 수 마리의 파리가 꼬여 수저 드는데 반, 파리 쫓는데 반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환경에서 밥을 먹고 잔다는 자체가 이해 못할 행동일지도 모른다. 아마 유일한 친구인 내가, 마찬가지로 그의 방에 방문하는 유일한 사람일 수 있겠으나, 그는 이 또한 신경 쓰지 않았다.

소주 몇 병을 사들고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앞에 보이는 것들. 썩은 고목 같은 낡아빠진 책상, 누렇게 빛바랜 고서 같은 책 더미, 시커먼 곰팡이 얼룩으로 뒤덮인 벽. 언제 툭 떨어질지 모르는, 깜박이는 전구 밑으로 엎드려 책을 보는 그의 모습도 눈에 보인다. 내가 들어서면 고개를 들어 슬쩍 쳐다본 뒤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몸을 긁적이며, 읽던 책을 덮고 꾸부정하게 앉아 구석의 재떨이를 내오며 담배 한가치를 건네는 손짓이 시작이었다. 밤새도록 술잔을 부딪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술이 거나하게 취할 때마다 방 한번 뒤집어엎으라고 큰 소리 쳐보곤 했지만, 그때마다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고, 나는 그게 싫었다.

시간 없어. 공부해야 돼. 편하기만 하면 되지.”

쾌적한 곳에서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법 아니냐?”

난 원래 이런 놈이야.”

암울한 시키.”

책을 항상 끼고 다니는 그를 나무라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의 절박한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가족은 늙으신 아버지 한 분 뿐이다. 평생을 가난에 힘들어하며 살았고, 수십 년의 고생을 보답받기 위해 모든 걸 자신의 아들에게 투자하고 있는 그런 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는 미친놈처럼 공부에 몰두했다. 말하자면,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공부해서 성공하자, 단 한 문장인 셈이다. ‘먹고 자고 공부하자가 주제인 삶. 확실히 그는 머리도 좋았고 열의도 대단했다. 충분히 기회가 있었다.

염려된 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는 너무 무리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봐도 족히 몇 년은 준비해야 하는 그런 시험을 그는 어떻게든 빨리 붙으려 했다. 천재가 아닌 이상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한 번에 패스한다는 건 무리였다. 그럼에도 그는 섣불리 도전하고, 실패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나 역시 동의하지만 그건 천천히 준비하며 기초를 탄탄히 했을 때의 얘기였다. 대학에서 만나 친구가 되고나서, 12년을 지나 내가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시점에도 그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차라리 그 기간 동안 다른 목표를 잡고 꾸준히 달려갔다면 충분히 성취할 수 있었음에도 그는 그러지 못했다. 공부해서 성공하는 최고의 지름길은 고시뿐이야. 몇 번이나 탈락하자 그의 인생관도 바뀌었다. 이제는 거의 사람과의 인연을 끊고 지냈다. 시골에 있는 아버지와 이곳에 있는 내가 그의 인맥의 전부였다. 그가 다급해진 이유는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일용직을 뛰며 자신의 몸을 생각지 않고 아들만 뒷바라지 하는 모습. 그건 그에게 있어 최고의 힘이 될 수도 있었지만, 최악의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부담은 가중되고, 성급한 도전은 실패하고, 그는 점점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어제 방문 했을 때도 그는 여전히 책을 읽는 중이었다. 역시나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는 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가져온 소주병과 안주거리를 펼쳤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그가 왠지 안쓰러워 보여, 차가운 소주를 잔에 따르고, 안주로 가져온 쥐포를 뜯으며 말을 걸었다.

잠은 좀 잤냐? 저번 그 시험은 어떤 것 같아?”

글쎄. 똑같지 뭐. 이번에는 정말 붙어야 돼. 결과가 좋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 자신 있나보네?”

그냥 생각하는 거다. 떨어진다는 생각은 안 해. 부정 탈라. 정말 이제는 아버지 뵐 면목 없다.”

붙을 거다 임마.”

당연하지. 그런데 왜 이거 안 켜지는 거야? 돌이 나갔나?”

그가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가 저만치 내던지며 짜증을 냈다. 내가 피식 웃으며 라이터를 건네려 했지만 주머니에 없었다. 깜박하고 가져오지 않은 듯 했다. 눈치를 챈 그가 하나 더 있다며 구석을 향해 엎드렸다.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이부자리를 들추고, 라이터를 찾는 그의 모습이 여전히 안쓰러워 나는 말없이 앞에 놓인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잠시 후 그가 멋 적은 미소로 라이터를 찾아 불을 붙이며 내 앞으로 돌아앉았다. 손에 쥔 라이터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가 무언가를 집은 채 내 눈앞에 흔들었다. 뭐하냐는 눈빛으로 내가 바라보자 그가 씩 웃으며 집었던 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검은색의 작은 것. 벌레였다.

이거, 송장벌레잖아?”

송장벌레? 그냥 딱정벌레 아니냐? 예쁜데?”

예쁘긴. 이것들이 왜 송장벌레라고 불리는지 모르는구나. 딱정벌레과긴 하니깐 네 말이 맞긴 맞다. 그런데 어떻게 방에서 송장벌레가 나올 수 있는 거냐?”

나오면 안 되는 거야? 해충이냐?”

해충은 아닌데, 가정집에 나올 수 있는 벌레가 아니거든. 들판 같은 곳에 서식하는 벌레야. 땅속에 있는 벌레가 어떻게 네 방에서 나올 수 있냐 이 말이야.”

! 그런 이유라면 이걸 보면 알거야.”

그가 웃으며 바닥을 툭툭 건드렸다.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몇 번 흔들더니 약간 뜯어진 장판을 살짝 걷어 올렸다. 장판 밑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흙가루들이 보였다. 원래라면 콘크리트로 이루어 졌을 바닥은 부서져 있고, 말 그대로 흙바닥 이였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멋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럼 어뜩하냐? 싼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세상에. 이런 곳에 살면 겨울엔 안 춥냐? 난방이 아예 없잖아. 지금에서야 안 나도 바보지만.”

신경 쓰지 마. 추우면 이불 둘러싸면 되고, 불편한 건 없으니깐. 그러면 됐지.”

너 참 대단하다. 아무튼, 그 벌레 어디 치워버려라. 재수 없다.”

? 그러니깐 더 궁금하네. 이 벌레 이름이 왜 송장벌레냐?”

계속 인상을 쓰는 내 표정에 비해, 그는 해맑은 아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체를 먹지. 동물의 시체. 시체 주위에 모여들어 안에 알을 낳고 유충과 함께 며칠에 걸쳐 천천히 먹는다고. 뼈만 남기고 모두 먹어버려서 청소부라고도 불리지. 종류도 엄청 많고 서식지도 다양해. 누가 좋아하겠냐?”

그가 헤 하고 입을 벌리며 답했다.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다고?”

그래. 하나도 남김없이 뼈만 남기고.”

모든 걸 남김없이......”

중얼거리던 그가 갑자기 술잔을 들고 입에 털어놓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가만히 앉아 있던 그가 갑자기 옆에 굴러다니던 소주 뚜껑을 들고 꼬물거리는 벌레를 덮어버렸다. 뭐하는 거냐고 묻기도 전에 그가 날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 놈 키우련다.”

? ? 그거 키우는 거 아냐. 아니, 송장벌레를 키우는 놈이 이상하지 않냐?”

나 원래 좀 이상하잖아. 너도 잘 알면서.”

모르겠다. 네 맘대로 해라. 어휴.”

술이 약간 취한 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잔을 들어 연거푸 입에 털어놓았다.

 

==

 

며칠이 지나 방문했을 때는, 그는 달라 보였다. 지저분한 방의 풍경은 여전했지만 그는 누워있지 않았고 책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그는 방구석만 쳐다보고만 있었다. 내가 인기척을 내자, 그가 휙 돌아보더니 웃으며 나를 향해 손짓을 했다. 영문을 모르고 다가가던 내 눈에 무언가 보였다. 순간 약하지만 격한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주춤하는 날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냄새 심하냐? 역시 썩는 건 냄새가 심하구나. 난 적응됐지만. 이것 봐라. 그때 그 벌레 말고도 더 모였어.”

! 너 미쳤냐?”

소리를 지르는 내 눈앞에 방구석 모퉁이의 장판이 잘려져 있는 게 보였다. 한자정도의 가로 세로 길이의 사각형 흙바닥이 보였다. 그 위로 작은 쥐 -덩치를 보건데 한 뼘 크기의 골든 햄스터 종류 같았다- 의 몸뚱이가 보였고 그 주위로 벌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쥐는 썩어서 몸의 형태가 많이 망가져 있었다. 반 이상이 흙더미 속으로 파묻혀있고 그 주위를 여러 가지 벌레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 팔을 잡아당기며 그가 내게 말했다.

일단 앉아봐. 소주 뚜껑 애 있지? 그때 그 검은 건 검정송장벌레야. 야 봐라? 여기 등에 점이 네 개 박혀있는 건 넉점박이송장벌레. 요기 요놈은, 조그맣고 털이 촘촘하잖아? 곰보송장벌레지. 그 밖에도 종류가 많다고. 신기하지?”

살짝 그가 걱정이 된 내가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이건 좀 아니다. 너 제정신 이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두 손을 들어 손사래를 쳤다.

아냐. ? 냄새가 좀 난다뿐이지 이 놈들의 생활을 보고 있으면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네 말대로 역시 남김없이 먹어치우더라고. 저 쥐, 원래는 주먹만 했었는데 말야......”

치워라 임마. 헛소리 그만하고. 나니까 이런 소리 하지 다른 사람이면 경찰에 신고했어.”

나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그가 입을 꾹 다물더니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벌레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그의 모습에 나는 조금 미안해졌다. 옆에서 말없이, 가져온 소주병만 만지작거리자, 그가 고개를 돌려 날 한번 본 뒤 씩 웃었다.

술 먹자. 너 밖에 없다.”

그가 책상 밑에서 상보를 하나 꺼내들어, 벌레들이 모인 쥐를 덮었다.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가 내가 가져온 소주병을 낚아채며 뚜껑을 열었다.

마시자.”

, 그래.......”

당황하며 대답을 하자 그가 웃으며 잔에 술을 따랐다. 한잔을 비운 뒤 그가 내게 말했다.

네가 보기에도 이상하지?”

뭐가? 벌레를 키우는 거라면 이상하지 임마. 시체까지 만들어주고. 왜 하필 송장벌레냐?”

남김없이......”

?”

남김없이 먹어치우잖아.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먹어 치우잖아. 그 점이 좋아.”

그게 뭐가 좋다는 건지......”

 

우리 아버지. 내가 아버지 인생을 먹어치우듯이......”

 

뭐라고?”

아냐. 술이나 마십시다.”

그의 마지막 말이 묘하게 내 가슴을 울렸다. 그 말 이후 그는 더 이상 벌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나 역시 대화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애썼다. 시간이 흘러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든 그를 바라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몸 건너편으로 덮여있는 상보가 보였다. 살짝 상보를 들어보니, 작은 벌레들이 여전히 꼬물거리고 있었다. 소름이 돋아 움찔했다. 쥐의 머리만 보이는 게 섬뜩해서 나는 얼른 상보를 다시 덮었다.

남김없이 시체를 먹어 치우는 송장벌레.

남김없이 아버지의 인생을 먹어 치우는 자식.

씁쓸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물며 나는 그가 깨지 않게 조용히, 그의 방을 나섰다.  

 

==

     

그 날 이후로 한 동안 그의 방을 찾지 못했다. 바쁜 것도 있었지만 진급에 관련된 시험이 코앞이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보름여를 만나지 못했다. 그가 내심 걱정되기도 했지만, 발등에 불을 끄는 게 먼저였다. 종종 메신저를 보내봤지만, 문자를 보내도 답장을 하지 않는 그였고 결국 연락은 그만두었다.

. 이틀이면 발표잖아.”

그런 와중에 그가 시험을 본 결과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나는 다시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결과 발표가 중요했다. 붙어야 한다. 혹시나 떨어질까 불안한 이 판국에, 나마저 만나주지 않는다면 그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방구석에서 죽은 쥐로 송장벌레를 키우던 그의 모습이 생생했다. 쥐를 둘러싸고 바삐 움직이던 조그만 벌레들이 떠올라 몸서리가 쳐졌다.

방문하기로 한 날, 일단은 그에게 찾아간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웬일이냐?”

무척 오랜만의 연락이었고, 목소리가 반가웠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덤덤히 말을 이었다.

오늘 오랜만에 술이나 하자. 집에 여전히 있는 거지?”

아니. 아버지 뵈러 왔다. 일하다 다치셨대.”

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있었다.

......괜찮으신 거야?”

심각해. 아직은 잘 모르겠어.”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뭐라 말할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일단 내가 나중에 다시 연락하마.”

그래. 힘내라.”

잠깐 머뭇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끝까지 물어보시더라.”

?”

내 시험 결과.”

 

[]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가 전화를 뚝 끊었다. 아버지가 다치시고 시험 결과 발표가 얼마 남지 않아 무척이나 불안한 상태였을 것 이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꺼림칙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진작 그를 찾아봤을 걸 하는 후회가 엄습했다. 이러다가 시험에 떨어지면? 아버지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상심하겠지. 오로지 아들 하나 믿고 고생한 아버지의 실망감은, 그에겐 죽기보다 싫은 고통이 될지도 몰랐다. 이미 그의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보였다. 사람이라는 것은, 관계를 유지해야 살 수 있는 동물이지만, 그는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나는 바로 가까운 포장마차에 들러 홀로 깡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문득 그가 중얼거리던 말이 떠올랐다.

남김없이......”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송장벌레.

그가 송장벌레를 키우려 한 게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시험 결과 발표 당일이 되었다. 왠지 모르지만 그에게 먼저 섣불리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합격 여부를 알고 있는 게 속 편할 것 같아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열심히 클릭 하던 내 손짓이 잠잠해진 것은, 합격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난 뒤였다. 맨 마지막 줄 두 번째에 그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기쁨과 놀라움에 탄성을 지르며 내 일처럼 기뻐했다. 몇 번이고 재확인을 한 뒤, 나는 그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전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기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합격이야! 너 합격이야 임마!!”

“......”

! 안 들려? 너 합격이라고!”

나도 알아.”

그런데 왜 그래? 너 고생한 거 이제 피는 거잖아!!”

 

아버지 돌아가셨다.”

 

, 뭐라고?”

어제 밤에 돌아가셨다. 우리 아버지, 평생 고생하시다가 나 성공하는 거 보지도 못하고 눈 감으셨다. 죽기 전까지 시험 결과 물어보다가 돌아가셨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너 괜찮은 거야?”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려줄까? 아버지, 벽돌 20장 짊어지고 3층으로 나르시다가 계단에서 굴렀어. 벽돌이 쏟아지면서 아버지 머리를 치고 출혈 과다로 죽었어. 60이 넘도록 공사판에서 살다가 공사판에서 다쳐 죽었다.”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어디냐? 내가 갈게.”

나 때문이다.”

그게 왜 너 때문......”

 

[]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걱정되어 다시 전화를 해보았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몇 번이고 통화를 눌렀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그의 불행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그가 고생하는 것을 대부분 지켜본 유일한 친구인 게 나였다.

아니 씨발. 이게 뭔 일이냐. 존나 좆같은 세상.”

온갖 욕지거리가 입에서 튀어 나왔다.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며 나는 다시 욕을 내뱉었다. 울적해져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 그에게는 어떤 위로도 통용치 않아. 다시 옷을 추슬러 입고 집을 나서 포장마차로 향했다.

나흘이 지나도 그에게 연락이 없었다. 나는 걱정 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몇 번 그의 집 앞을 서성거려 보았지만, 불은 전부 꺼져 있었고 인기척은 없었다. 체념하고 연락을 기다리기로 한 뒤에도 불안감은 여전했다. 부친의 장례는 치렀는지, 친지도 한명도 없는데 혼자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걱정되었다. 그렇게 1주일이 넘어서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다시 무턱대고 그의 방을 찾아갔다. 문이라도 따고 들어가, 혹시나 있을지 모를 그의 아버지 쪽 연락처를 찾아보려는 다급한 심정에서였다. 왠지 모르게 조급했다. 다짐하고 그의 방으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그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 용건을 남기시려면......]

전화를 닫고 나는 가지고 온 도구로 문손잡이를 따버렸다.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그 냄새를 맡는 순간, 송장벌레가 떠올랐다. 이 냄새는 그때 보았던 그 송장벌레 냄새였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황급히 손을 더듬어 방의 불을 키기 위해 스위치를 찾았다. 스위치를 켜자 불이 켜지며 어두웠던 방이 환해졌다.

!”

그는 반듯한 자세로 누워있었다. 이불을 목 부분까지 덮고 방 한가운데에 누워있는 그의 모습은 평안해 보였다. 반가움에 소리를 지르려다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의 모습은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풍기는 역겨운 냄새는 그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불 주위로 흙가루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 전에 그가 보여준, 송장벌레 무리를 키우던 방구석을 보았다. 검은 흙더미만 보일뿐이다.

......”

그의 모습은 뭔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했다. 그게 뭔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 답답했지만 쪼그리고 앉아 그를 가까이 살펴보고야 알 수 있었다.

이불은 너무 평평했다.

그의 몸을 덮은 이불은 부풀어 있어야 함에도 너무 평평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살짝 들추었다. 속옷만 입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 손목 쪽으로 얼룩진 핏자국과, 상처가 보였다. 그가 누워있는 바닥은 장판이 모두 걷혀 있는 상태였다.

흙바닥 위에 누워 있는 그의 몸이 보였다. 주위의 수많은 벌레들도 보였다.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송장벌레들.

수십 수백 마리가 그의 몸을 에워싸고 있었다. 죽은 그의 몸을 자신들의 품으로 끌고가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발가락과 몸 끝 쪽은 이미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몸을 떨며 바라만 보고 있던 내 눈에, 몸 밑으로 기어 나오는 벌레들이 보였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내 움직임에 놀란 벌레들이, 수도 없이 기어 나왔다.

아아, 그는 이미 반 이상 먹혀 버리고 만 것이다. 밑에서부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의 뒷부분은 전부 먹혀 버린 것이다.

그의 오른 팔 옆으로 작은 쪽지 하나가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그 쪽지를 집어 펼쳤다. 갑자기 흐르는 눈물에 쪽지에 남긴 글자들이 흐려졌다. 또박또박 정자로, 꾹 눌러쓴 그 글자 하나하나에 그의 심정이 담겨 있었다. 쪽지를 천천히 내려놓고, 품에서 담배를 꺼내며 쉬지 않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씨발 새끼. 미안하다. 씨발 그냥 미안하다 새끼야.”

중얼거리며 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글거리는 송장벌레들과, 그 한가운데 누워있는 그의 모습을, 그저 난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었다.

 

 

 

송장벌레에게

 

나도 너희들과 같아.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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