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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 후원

2013.09.30 21:2509.30

후원



모든 것은 그날 밤에 시작되었다.

그 날 따라 쉬이 잠을 청하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였던 것 같다.
인경 소리가 울릴 무렵, 결국 포기하고 일어났다. 유모는 선잠에 빠진 듯 했다. 깰 새라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안방은 어둡고 조용했다. 어미가 일찍 침수드신 걸 보니 오늘도 아비가 늦으시려나보다 했다. 근래 들어 자주 집을 비우셨으니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달이 밝은 밤이었다. 덕분에 댓돌에 가지런히 놓인 내 꽃신이 또렷하게 보였다. 행여 누가 들을 새라 조심스럽게 신을 신었다. 어미가 알면 계집이 밤이슬을 맞는다 대경실색 하실 것이다.
내 걸음은 자연스럽게 후원으로 향했다. 잠든 집안 곳곳을 비춘 달빛 덕에 수월하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달빛이 아니어도 눈감고도 갈만큼 익숙한 길이었다.

언니가 후원으로 옮겨간 것은 객년 이즈음이었던 것 같다.
별채로 옮겨가던 날, 언니의 얼굴은 이상하리만치 애잔해 보였다. 어미는 연신 눈물을 훔쳤고 아비는 언니를 똑바로 보지 않으셨다. 
후원은 우리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연못가를 따라 저마다 자태를 뽐내듯 피어나던 능소화도 고왔지만 연못 가득 피어있는 수련의 고즈넉한 자태가 일품인 곳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내 언니의 서글픔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도 언니와 함께 별채를 쓰겠다고 울고불고 떼를 썼던 기억이 난다.
다들 내가 언니와 떨어지기 싫어 떼를 쓴 줄 알지만 그건 사실과 달랐다. 그 어여쁘고 고운 곳을 얻은 언니에게 샘을 부렸던 것이다. 그칠 줄 모르던 생떼 같은 울음에 결국 어미는 두어 해만 기다리라, 계례만 치르면 별채를 지어주겠노라 약조했다. 언니는 내 손을 잡고 언제든지 놀라오라, 맛난 것들도 많이 준비해두마 달래었다. 그제야 울음을 그쳤던 것 같다.
그러나 별채에 드나드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었다. 어미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널 뛰던 시기였기에 그 명령은 번번이 무시되었다. 때론 언니와 작모하여 어미 몰래 들기도 했고, 자다 가도 언니가 보고프면 이렇듯 몰래 후원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그 밤 별채의 방은 달랐다.
하나여야 할 그림자가 둘이었다.
두 번째는 소리였다. 그것은 언니의 울음소리였다.
놀라 한달음에 뛰어 들어가려 했으나 내 아비의 호통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 그만 하라 하지 않았더냐! 그만 울음을 그치거라!
언니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흐느낌 속에 겨우 알아들을 수 있던 것은 몇 마디뿐이었다.
소녀. 박씨 집안. 귀신.
- 운림은 이제 잊거라. 이미 죽은 사람이다. 다시는 그 이름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것이야. 알겠느냐?
아버님의 뜻. 저 또한. 두 지아비라는 말이 울음에 섞여 들려왔다. 흐느낌은 점점 더 커졌다.
- 내 너를 이런 곳에 두고 편한 줄 알았더냐. 오히려 잘 된
아비의 목소리도 점점 더 잦아들었다. 목이 잠긴 듯 했다.
좀 더 듣고 싶었다. 발돋움을 하고 귀를 크게 열었지만 턱없었다. 조바심이 일었다. 두어 발자국을 떼었을까. 방문이 벌컥 열렸다.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수풀로 숨었다.
- 네 어미에게도 그리 일러둘 터이니 그런 줄 알고 채비를 하거라.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아비의 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의 울음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그 날 별채의 말들이, 울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된 것은 얼마 뒤의 일이었다. 수풀을 스쳐 지나던 아비의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던 연유도 말이다.

언니의 혼인일이 정해졌다 어미가 알려주었다.
언니를 못 본 지도 수삼일이 넘었다. 많이 아프다 했다. 그 밤의 일과 관련 있겠거니 싶어 어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별채를 찾지 않았다.
사대문 안은 소문으로 흉흉했다. 객년에 세상을 뜨신 세자저하의 빈이 원을 품고 임금을 해하려 했다고 한다. 곧 사약이 내려질 것이라 했다.

납채가 오고 택일단자가 전해질 때까지도 언니는 병석을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사나흘을 시름 앓다가 겨우 추슬렀는가 하면 혼절하고 다시 앓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혼례는 바람 받은 배 마냥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곧 혼서지가 오가고 납폐함이 당도할 것이라 한다. 사람들은 다시 없을 경사라 했다. 아랫것들은 손님 맞이에 부산을 떨었다. 이상하리만치 사랑채를 드나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아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대는 이들도 있었다. 매일 무언가가 곳간으로 들었다. 평시에 발걸음조차 뜸하던 문중종친의 모습도 보였다. 
그럴수록 내 어미의 얼굴엔 점점 더 깊은 수심이 드리워졌다.

언니가 겨우 병석을 털고 일어났을 무렵엔 이미 초례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태였다. 집 안은 잔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어미는 원앙 한 쌍이 수 놓아진 베겟모를 꼼꼼히 살펴보시다 흡족하셨는지 옆으로 밀어두셨다. 침모를 불러 침장을 짓자 하셨다. 언니의 신방에 걸릴 것이라 했다. 겨울 다지나 침장이 왠 말이냐 물으니 어미는 당치 않다는 듯 말하셨다.
- 뉘댁인데. 소홀해서는 아니 될 일이야. 네 언니가 흠 잡히지 않고 잘 살려면 자장을 보란 듯이 똑 부러지게 보내야 하느니라.
어미가 유난을 떤다 싶었다. 언니는 용모만큼 빼어난 바느질 솜씨를 자랑했고 학식도 높아 어디 하나 뒤지지 않는 이였다. 장안에서도 정수찬댁 큰 애기씨하면 누구나 탐내었다하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걱정 말거라. 네 시집갈 때는 이보다 더 해주면 더 했지, 적게는 안 할 터이니.
혼인이니 뭐니 생각도 해본 적 없지만 이리 고운 것들을 보니 마음이 동했다.
- 약조하신 겁니다, 어머님?
- 오냐. 물론이다. 허나 너도 약조해야 할 것이야. 항시 조신하고 아녀자의 도리를 잘 익혀두겠다 말이다.
나는 입술을 비죽 내밀어 불만을 표시했다. 언니만큼 고울 자신도 없었다.
어머님이 손을 놀릴 수록 침장은 점점 더 제 모양새를 갖추었다. 반면 내 수 틀엔 정체 모를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흡사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 했다. 상관없었다. 내 귀는 왁자지껄한 소음을 따라 중문 너머로, 내 코는 안 뜰에서 풍기는 달짝지근한 기름 냄새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기에. 입에선 연신 군침이 돌았다.
결국 어미는 두 손 두 발 드시고 놀다 오라 허하셨다.

집안은 온통 울긋불긋한 색채의 향연이었다. 괜스레 덩달아 마음이 달떴다. 안채로 부엌으로 안마당으로 행랑으로 정신없이 쏘다녔다. 
담장 구석엔 수어명의 아해들이 옹기 종기 모여 한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이 향한 곳은 그네들의 어미가 있는 안마당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북이 쌓인 음식들일 것이다. 지글지글 단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호박전이며 녹두지짐, 조청으로 버무리고 잣가루를 뿌려 고명을 얹은 강정, 과질 같은 주전부리들 말이다. 연신 군침을 삼키며 저게 더 맛있느니, 아니야 저게 더 맛있을 거야 갑론을박을 벌이는 중이었다.
먹고 싶으냐? 물으니 그렇다 했다. 아랫것들의 타박을 무시하고 한 접시 수북이 담아다 주었다. 요란한 함성과 함께 게걸스레 음식이 사라졌다.
후원으로 가던 중, 안 뜰과 이어진 담장 너머로 동네 아낙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솔깃한 소문이 없나 몰래 귀를 기울였다.
- 자네들, 이 댁 큰 애기씨 신랑감이 병판댁 막내 자제라는 거 아는가?
- 세상에, 병판댁이라면 나는 새도 떨어트리는 그 세도가 말이야?
뒤 선 소리는 누구의 것인지 모르겠으나 앞 선 소리는 밤나무골 용이 어멈의 목소리였다. 가끔 일을 도우러 오는 이였지만, 특유의 질그릇 깨지는 웃음소리 때문에 기억한다.
- 부제학 영감네 자제하고 혼담이 있지 않았어?
또 다른 이의 목소리였다.
- 이 사람, 큰일 날 소릴! 그 집안 끝난 지가 언젠데. 나으리 마님과 도련님은 효수당하고 가솔은 관비로 끌려갔잖아. 허긴, 그 해에 옥사로 죽어간 양반님네가 그 댁 하나는 아니지.
- 맞네. 맞어. 그랬던 것 같으이. 그러고 보니, 용케 이 댁은 화를 면했구먼? 그 댁하고 친분이 두텁지 않았어?
- 친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핏줄이 이어지지 않았다 뿐이지 먼 사촌보다 나았을 걸.
용이 어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그 일을 두고 사람들이 말이 많았지. 이 집은 역모에 가담하지 않았다 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돈을 주고 목숨을 구명했다 하고, 또 누구는 역모를 발고한 게 이 집이라고 하대. 에이, 그건 아니겠지. 친구를 고발하다니 사람이 할 짓인가. 하긴 우리 임금님도 손자 셋을 모두 귀양보낸다잖아? 나는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하겠구먼. 당최 양반네들이 하는 일은 가늠이 안돼. 우리네 같은 무지렁이들이 뭘 알겠어. 이렇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게지.
- 그렇구먼. 여튼 이제 이 집안은 운이 트였네, 운이 트였어!
한 아낙이 코 웃음을 쳤다.
- 뭘 좀 모르면 가만히 있어. 그게 말이야. 실은......
다음 말은 들리지 않았다.
소근거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입방아를 짖던 아낙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뭐라고 했을까. 알고 싶어 조바심이 났다. 아낙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람, 경악, 흥미로움이 한데 뭉친 듯한 소리였다.
- 세상에. 반편이라고?
- 이봐, 입 조심해! 누가 들으면 어쩌려구.
아낙들은 쉬쉬하며 말 소리를 줄였다.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담벼락에 더 가까이 붙었다. 작긴 하지만 아낙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 어쩐지. 척이 져도 너무 진다 했더니. 그랬구만!
- 이 댁 큰 애기씨가 똑똑하잖아. 반편이 아들래미라지만 손자는 제대로 보고 싶었나 보지.
- 허이구, 욕심도 많아라. 그게 우리네 맘대로 되나? 삼신할미가 점지하는 거지.
- 남자 구실이나 제대로 하려나 몰러? 반편이니 반밖에 안 서는 거 아냐?
- 예끼 이 사람아!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담장 너머로 울렸다. 뒤이어 낯 뜨거운 음담패설이 한 동안 이어졌다.
- 이네들이! 험한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나!
행랑어멈의 목소리였다.
- 입방정 떨 시간이 있으면 손이라도 더 부지런히 움직이던가!
건성인 대답과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숙덕임도 이내 잠잠해졌다. 한창 재미있어지려는데.

분주한 안채와 달리 별채는 고요했다.
손이 미처 문고리에 닿기도 전에 방문이 열렸다. 그리운 얼굴이 보였다.
- 어찌 알았소? 내가 오는 줄?
- 우리 선이 발 소리를 어찌 모르겠니?
해쓱한 안색에 반쪽이 된 얼굴로 환히 웃어주는 모양새가 오히려 안스러웠다.
먹으렴. 언니가 소반을 내쪽으로 밀어주었다. 종지에는 귀한 날에나 먹는 꿀에 절인 대추가 담겨 있었다. 허한 언니의 몸을 보하려는 어미의 배려였을 것이다. 알면서도 허겁지겁 입에 밀어 넣었다. 체할라 천천히 먹어도 된다는 말에도 아랑곳없이 말이다.
- 언니, 정말 시집 가야 하오?
언니가 작게 웃었다.
- 내가 시집가는 게 싫은 게냐?
반편이가 뭔지 알았다. 그런 자를 신랑으로 삼아야 하는 언니가 안스러웠지만 차마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못했다. 답 대신 고개를 주억였다.
언니의 손이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병판 댁은 여기서 얼마나 되오?
- 글쎄. 나도 가회동이라고 들은 것 말고는 모르겠구나.
언니는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느냐는 눈길로 보았다.
- 운림 오라버니가 형부가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리하면 언니를 보러 자주 놀러 갈 수 있었을 터고 말이오.
언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사람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어 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막역한 사이였던 부제학 영감과 내 아비가 치기 어린 시절에 약조를 나누었다고 한다. 서로의 첫 아이가 아들이자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언니가 태어나자 두 집안은 냉큼 정혼시켜버린 것이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에게 말이다. 이렇듯 두 집안이 사돈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약조는 지켜지지 못했고 언니는 다른 이를 지아비로 맞아야 한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반편의 신부로. 내 곱디 고운 언니가. 억울했다. 내 언니가 아까웠다.
- 참, 선아.
언니는 문갑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었다.
- 이거 받으련.
언니는 귀주머니를 내게 내밀었다.
- 줄 건 없고, 선이가 이거 좋아했지?
주머니에서 나온 건 단작 노리개였다. 나비의 모양으로 곱게 꼬아진 매듭과 영롱히 빛나는 자주빛의 마노로 장식한 노리개였다. 내가 울고불고 떼를 써도 주지 않던, 소중한 이가 준 물건이라 했던 것 말이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 이거 정말 내가 가져도 되오? 아끼던 거잖소?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절대 무르기 없다 재차 다짐 받았다.
- 우리 선이 곁을 어찌 떠날꼬. 아직 어린 내 동생을.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이미 노리개에 정신이 팔린 나는 별 생각없이 흘려 들었다. 단지 시집가는 언니의 작은 걱정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대례일에 비가 내렸다. 한여름 장마에나 내릴 법한 때 이른 장대비였다.
마당에 차려질 초례청이 부랴부랴 대청으로 옮겨졌다. 안팎으로 난리 법석이었다.
신시 무렵이 되자 전갈이 도착했다. 신랑이 서소문 밖에 당도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비가 멈추고 해가 내리쬐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길한 징조라 여겼다. 이제 한 두시진 뒤면 전안례가 시작될 것이다. 신부는 이미 대례복으로 갈아입고 별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혼인이 끝나면 정하연이라는 이름자 대신 연희동 아씨라 불리게 될 하나 뿐인 내 언니. 창포 푼 물로 감은 머리를 빗어 곱게 쪽을 지고 주사로 만든 지분을 발랐을 것이다. 연지 곤지 찍고 활옷에 화관을 쓰고 봉잠 비녀를 꽂았을 언니의 모습은 분명 곱디 고울 것이다.

- 어멈? 왜 별채에 있지 않고?
별채로 가는 길에 행랑어멈과 마주쳤다. 무에 그리 좋은지 연신 방싯거리는 얼굴이었다.
- 큰 애기씨께서 머리가 아프다시기에 좀 쉬라 비켜드렸더랬지요.
- 많이 아프대?
- 그게 아니고요. 그러니까. 작은 애기씨는 아직 모르실겁니다요. 그런 게 있어요.
- 그런 게 뭔데?
- 생각해보세요 애기씨. 집 떠나지. 시댁 어르신들은 많지. 이래 저래 낯선 것들도 많지. 서방이라고 해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믿고 따라야 하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두려우시겠어요. 동시에 여자에게는 한번 뿐인 혼인날이잖아요? 이건 또 두근거릴 일이죠. 게다가 첫날 밤은 어떻고요.
행랑 어멈이 달뜬 얼굴이 되어 몸을 베베 꼬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이네가 시집가는 줄 알겠다 싶었다.
- 무서웠다 기뻤다, 신기했다 두려웠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 널을 뛸 텐데. 어찌 속이 복잡지 않겠어요? 어이쿠 내가 무슨 주책이람. 여튼 그런 게 있어요 작은 애기씨.
뒤죽박죽이었다. 알 듯 말 듯 했다. 어멈은 언니의 속을 달랠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면서 안채로 사라졌다.

신부의 모습을 상상하며 별채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하던 것과 달랐다.
평시보다 높아진 키, 축 늘어진 다홍치마자락. 그 밑으로 보이는 앙증맞은 버선코가 내 눈 높이와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지금 내가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머리가 받아들이길 거부한 것이다. 대체 왜? 언니가 왜?
차마 눈을 들어 위를 올려다 볼 수 없었다. 아니다 잘못 본 것이다 그리 믿고 싶었으리라. 혼란스러움이 마음을 휘젓고 세차게 소용돌이 쳤다. 바짝 타오른 입술을 달싹일 수도 없었다. 다리는 망부석이 된 듯 그 자리에 박혀버렸다.
- 에그머니나! 애기씨!
탕- 챙그렁- 데구르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행랑어멈의 쇳소리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래요! 나리 마님! 나리 마님! 큰일났어요! 큰 애기씨가!
소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어멈의 호들갑이 신호가 되었던 것일까. 갑자기 힘이 풀려 문지방에 주저 앉고 말았다. 언니의 버선코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곱게 개켜진 채 놓인 붉은 옷이 눈에 들어왔다. 백화가 수놓아졌다 하여 백화포로도 불리는 대례복. 얼마나 정성스럽게 수 놓았던 지 꽃이 모두 생생히 살아 있는 듯 보였다. 어이없게도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친 생각은 너도 내 언니처럼 참 곱구나 였다.
어미와 아비가 급히 안으로 뛰어 들었다. 별채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 하연아!
- 아이고, 이 게 무슨 일이냐! 연아! 하연아!
아비가 서둘러 사람들을 물렸다. 믿을만한 아랫것들을 시켜 언니를 끌어 내렸다.
언니의 죽음이 확인되자 어미는 주저앉아 대성통곡 하였다.
- 이 년이 집안을 말아 먹으려고 작정한 게로구나! 우리 집안은 끝이야, 끝!
- 아이고 영감, 그게 무슨 말이오. 이 어린 게 얼마나 힘겨웠으면. 명줄을 끊을 생각을 다 했겠소. 아이고, 내 새끼 살려내시오! 차라리 날 같이 죽여 주시오! 연아, 이 에미도 데리고 가거라! 혼자는 못 간다! 아이고오!
황급히 뛰어 들어온 오라비가 내 눈을 가렸다. 뭐라 말을 했던 것 같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단지 손이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것만이 기억날 뿐이다. 오라비의 품이 주는 온기 때문이었을까. 굳어졌던 몸이 풀리면서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신열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한 동안 말도 잃었었다 했다. 눈 뜨고 꿈꾸는 듯 모든 것이 흐릿하고 몽롱했다. 어느 것도 온전한 기억으로 합쳐지지 않았다.
말문이 트이고 몸을 추스른 후에도 가끔 언니를 찾곤 했다. 사라져 집 안을 발칵 뒤집기도 했다. 별채에 덩그마니 앉아있는 걸 데려온 것도 수십 번이라 했다. 기억에 없는 일이다. 흔들거리는 것만 보아도 경기 일으키고 까무러쳤다.
문중은 가문의 수치라 외면했고 집을 찾는 이의 발걸음도 뚝 끊겼다. 무엇보다 병판댁의 진노가 대단했다 한다. 어미는 자리보존하고 누웠고 아비는 동분서주하였다. 언니의 죽음은 원인 모를 급사가 되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말이다.

세간이 언니를 입에 올리지 않을 무렵 소식이 날아들었다.
부자의 파직 소식이었다. 아비는 놀라지 않으셨다. 단지 올 것이 왔다 하셨다. 이게 끝이 아닐 거다 라고도 하셨다. 그날 밤, 사랑방의 불이 밤새도록 꺼지지 않았고 그 동안 아비와 오라비는 길고 긴 이야기를 나누셨다.
어미는 누가 뺏어갈 새라 나를 한 시도 놓지 않으셨다. 내 잠자리는 안 방이 되었고 수발도 유모에게 맡기지 않으셨다. 
이윽고 아비의 전언이 전해지자 시집 올 때 가져오신 패물을 모조리 궤에 담으셨다.
- 일단 오라비와 고창으로 가거라. 이 어미도 곧 따라갈 테니.
내겐 따로 부피가 작고 몸에 숨길만한 것들을 챙겨 주셨다. 마지막으로 어미의 손에 끼워져 있던 옥 가락지를 빼어 쥐어주셨다.
- 누구도 믿지 말고. 네 오라비만 믿어야 한다. 알겠느냐?
어미는 울고 또 울었다. 다시는 날 보지 못할 것처럼 말이다.

고창 외가 댁에 도착하니 외당숙께서 버선발로 맞이하셨다. 외당숙모는 떨떠름한 얼굴로 저만치 서 계셨다. 어린 외사촌은 지 어미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낯선 이를 경계했다.
아비와 그러했 듯이 오라비는 외당숙과 긴 밤을 지새었다. 외당숙의 한탄과 오라비의 분이 사랑방 너머 내 귀까지 들렸다.
오겠다던 어미의 소식은 감감이었고 한양서 들려오는 풍문은 점점 더 나빠졌다. 외당숙모의 싸늘한 눈초리를 등에 업은 아랫것들의 푸대접은 나날이 늘어갔다. 하루 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나는 어미가 하루라도 빨리 오시길 바라고 또 바랬다.

달포 정도 지났을 무렵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아비가 역모에 연루되었다 한다. 탐라에 유배된 폐세손의 복위를 주도한 자들과 결탁하였다 한다. 오라비는 분통을 터트리며 모함이라 울부짖었고 그 길로 한양으로 떠났다.
외당숙께서 나를 부르셨다. 
사랑방으로 들어가니 낯선 이의 모습이 보였다. 허리춤에는 커다란 칼이 매달려 있었다. 특이하게도 날이 붉었다.
- 하선아. 관군이 제일 먼저 이 곳으로 올 것이다. 잠시 몸을 피해야 할 것이야. 걱정 말아라. 자형의 억울함은 곧 풀릴 것이다. 거거년의 옥사도 무탈히 넘기시지 않았더냐. 잠시 몸을 피한다 생각하고 이 자를 따라 가거라.
묵직한 돈주머니 하나가 그네 앞으로 던져졌다.
- 부탁함세.
눈빛이 사나운 이가 머리를 조아렸다. 책임지고 해남까지 안전히 모시겠다 약조했다.
어미가 챙겨준 패물도 챙기지 못하고 외당숙의 집을 떠나야 했다. 지니고 나온 것이라고는 어미가 쥐어준 옥 가락지 한 쌍과 단작 노리개 뿐이었다.
칼잡이. 그네는 한마디 말도 없이 걷고 또 걸었다. 큰 길을 피해 산 길로 움직였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졌다. 무엇보다 허기와 피로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짓무르고 튼 발에는 딱지가 얹힐 새도 없이 다시 피가 흘렀다. 단내가 나는 입은 먹을 것조차 거부했지만 그네는 억지로 내 입에 주먹밥을 우겨 넣었다.
그렇게 몇 일을 걸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윽고 우리를 쫓는 이들이 생겼다. 관군보다 더 무서운 이는 추노꾼이었다. 병판댁에서 보낸 자들이리라. 그들은 집요했다.
주어들은 풍문으로는 아비는 결백을 주장하였지만 모진 고신 끝에 숨을 거두셨다 한다. 어미의 소식은 끝내 듣지 못했다.
내 도망길도 머지않아 끝이 났다. 칼잡이는 추노꾼에게 붙잡히자 또 다시 돈 주머니와 나를 교환했다. 내 몸값은 은전도 아닌 엽전 몇 꾸러미에 불과했다.

추노꾼에게 끌려 한양 땅을 다시 밟게 되었을 때 성문 밖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어제 효수당한 죄인들의 시신이 내다 걸렸다 한다. 이를 구경하러 나온 이들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분 나쁜 예감.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오라비의 버선코가 보였다. 땅을 디디지 못하고 하늘에 발을 걸친 듯 높디 높은 곳에 내 오라비가 있었다. 운림 오라비처럼, 하연 언니처럼.
두 눈이 부릅떠졌다. 새어 나오지 못한 비명이 멍울처럼 가슴에 맺혔다.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입술을 꽉 깨물었다. 추노꾼은 그런 나를 성가시다는 듯이 잡아 끌었다. 질질 끌리다시피 그 자리를 벗어났다.

우악스런 손에 끌려 당도한 곳은 의금부가 아닌 가회동의 한 저택이었다. 
미리 기별을 받은 듯, 마당은 화톳불을 밝혀 대낮같이 환했다. 대청마루 위엔 정자관을 쓰고 도포를 걸친 이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 자의 입이 열렸다.
- 지 언니를 닮아 고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비루먹은 망아지가 따로 없군.
혀를 차며 불만을 표했다.
- 계례도 치르지 못한 것 같구나. 올해 몇 살이더냐?
이마에 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온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이제 곧 죽겠구나 싶으니 두려움이 왈칵 몰려왔다.
- 발칙한 것! 어서 아뢰지 못할까?
웃전을 대신하여 청지기가 성내었다.
대답할 마음은 없지만 어차피 입도 벙긋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오금이 저렸다. 바들바들 떠는 내 모습이 조금은 안스러웠는지 병판은 손사래를 쳤다. 됐다는 표시였다.
- 네 아비가 내 청을 거절했다. 그리하지만 않았어도 네 집안이 풍비박산 않았을 것이다. 니 아비는 자청과 다른 줄 알았는데 똑같은 별종이더구나. 네 언니란 것도 그렇다.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 터인데! 감히 자진을 해? 나를 모욕하고 내 집안을 능멸하다니! 스스로 목 매달지 않았다면 내가 찢어 죽였을 것이다!
언니를 모욕하는 언사를 듣자 머리가 하얗게 타올랐다. 무슨 기운이 났을까? 주먹을 불끈 쥐고 벌떡 일어섰다. 병판을 마주 보고 또박또박 한 자 한자 끊어 말했다.
-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내 언니가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언니를 그리 만든 것은 두 어른들입니다. 분명 대감이 억지로 혼사를 청하셨겠지요. 가친께선 한 번 정하신 일을 번복하셨으니 분명 잘못입니다. 그러나 홀로 수절할 언니를 불쌍히 여긴 아비의 마음이니 차마 원망할 수 없습니다.
살고자 친우를 외면한 아비. 차마 약조를 깰 수 없다며 내 언니로 대신 용서를 구하려 했던 불쌍한 분.
이제는 안다. 언니가 왜 별채로 옮겨갔는지, 그 곳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미와 오라비가 왜 별채를 보실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셨는지 말이다.
- 그러나 대감께서는 다르십니다. 권세를 등에 업고 어염집 아녀자를 탐하셨으니 그것은 분명 잘못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 호오, 수찬의 둘째 여식의 성미가 강마르고 볼통스럽다더니 틀림이 없구나. 자청의 자식은 이미 죽었다. 그리고! 자청의 아들과 혼인이라니 얼토당토 않은 일. 난 처음 듣는 일이다.
병판을 코웃음으로 넘겼지만 거짓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 그리고. 부원군과 일가친척인 우리가 한낮 수찬 나부랭이의 집안과 인연을 맺겠다 했거늘. 감지덕지 발 아래 엎드려도 부족할 진데, 자청의 집안 따위와 비교가 되느냐!
- 대감의 자식은 온전치 못하지요.
내뱉듯이 토해놓고 흠칫 굳어버렸다.
병판의 얼굴도 굳어졌다. 가노들조차 숨죽였다.
- 고얀 것! 내 저 것을! 뭣들 하느냐! 당장 저것을 매우 쳐라! 어리다 봐주었더니 기고만장하여 날뛰는 꼴이라니!
악에 바쳐 길길이 날 뛰는 주인의 기색에도 불구하고 가노들은 난색을 표했다. 어린 것을 치자니 꿈자리가 뒤숭숭할 터이고 그렇다고 거역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서로의 눈치만 살피며 엉거주춤 움직였다. 병판의 불호령이 연달아 터졌다. 그제야 엉덩이에 불이 붙은 마냥 바삐 움직였다.
가노 둘이 나를 잡으려 했지만 세차게 뿌리쳤다.
- 무엄하다! 국법이 지엄할진데 어디 감히 천것이 양반가 영식의 몸에 손을 대는가! 놓아라!
서슬퍼런 나의 호통에 깜짝 놀란 듯 얼른 손을 떼었다.
나는 병판을 향해 침을 뱉었다.
- 퉷! 어서 나를 의금부로 압송하시오! 내 아비가 정녕 역모죄를 지었다면 내 그 죄를 달게 받겠소! 이리 죄인을 사사로이 가두어 두는 것도 엄연히 국법을 어긋나는 것이 아닙니까! 하늘이 무섭지 않으십니까?
병판의 얼굴은 더욱 더 굳어졌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그러다 한 순간 돌변했다. 무언가 꿍꿍이속을 꾸미는 듯 얼굴이 기이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 맹랑한 것. 네 년이 곱게 죽도록 놔둘 수야 없지. 생각 같아선 이 자리에서 네 년을 욕 보이고 명줄을 끊어줄까 했다만, 그래서야 네 년만 기쁠 뿐이지.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게 떠 올랐느니라.
병판이 서서히 다가왔다. 덩치 큰 장한 둘이 내 어깨를 잡아 눌렀다. 이번에는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이윽고 병판의 차가운 손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 오호라. 꽤 곱구나. 아직 어려 다 피지 못한 것이었어.
그 자의 눈길이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뱀의 시선처럼 차갑고 축축했다. 한 겹 한 겹 벗겨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소름 끼쳤다. 덜컥 겁이 났다.
- 내 너를 취할 생각이니라. 네 년이 꺾일 때까지 말이다. 지 아비의 원수의 품 안에서 욕정에 떨며 멈추지 말아 달라 애원하게 해주마. 지옥에 있는 네 아비에게 보여줄 것이다. 땅을 치며 후회하겠지, 피눈물을 흘리겠지? 생각만 해도 통쾌하구나.
병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어린 꽃을 짓밟는 것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느니라. 모름지기 앙탈 부리는 계집을 꺾는 맛이 일품이라 하던데. 일석이조가 아닌가?
칠공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 것이 지금보다 나을 것이다.
- 저 년을 광에 가두어라. 제 입으로 살려 달라 애원할 때까지 좁쌀 한 톨도 주지 말아야 한다! 내 그때까지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려주마! 하하하!
만족한 듯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병판의 모습은 흡사 악귀와도 같았다.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맛보았다.

광은 두어 평 남짓 하였다.
어린 것이라 도망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다행히 운신엔 불편이 없었다.
광에는 볏짚이 켜켜이 쌓여있고 녹슨 농기구들이 보였다. 키 높이를 훌쩍 넘기는 곳에 창이 하나 있지만 머리 하나 들이밀지 못할 만큼 작았다. 그 밤과 다르게 달빛 한 점 들지 않았다. 절망이 엄습했다. 도움을 요청할 이도 들어줄 이도 없었다.
어미가 보고 싶었다. 어미의 심성으로 보아 관비가 되느니 차라리 아비와 오라비의 뒤를 따르셨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후안무치한 저 인간에게 수치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자 결심했다.
낫이 눈에 들어왔다. 녹슬긴 했지만 적어도 숨통 끊을 정도는 되었다. 움켜쥐었다. 날카로운 끝을 목에 대니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눈 앞이 점점 뿌옇게 흐려졌다. 사그라지는 용기를 그러모아 힘을 쥐려는 순간, 언니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어찌 그리 환하게 웃고 있었소? 연이 언니? 죽는 게 두렵지도 않았소? 운림 오라비가 그리 좋았소?
원망이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언니의 죽음이 불러일으킨 결과도 참혹했다.
그러나 언니는 스스로의 길을 택했다. 그것이 비록 옳은 길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살고 싶었다.
나는 살 것이다.
나는 언니와는 다르게 살 것이다.
내게 주어진 미래가 죽음과 능욕 당하는 두 가지 길 뿐이라면 세 번째 길을 열 것이다.
살아남아 이 집을 탈출할 것이다. 권세로 세상을 주무르는 이들에게 보란 듯이 복수할 것이다. 여인의 몸이라 해서 못할 것은 없다. 살기 위해 마음을 팔고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면 그 또한 할 것이다. 내 가문을 더럽히고 거짓 고변으로 내 가족을 죽인 자들에게 똑같이 해 줄 것이다.
낫을 내려놓았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문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세차게 두들겼다.
어느덧 아침 해가 동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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