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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예언자의 겨울

2008.01.25 21:4601.25

  1.
  그렇다면 인류는 왜 지구를 수십 번이나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의 핵무기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평화가 유지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핵 억지력(deterrence)의 핵심인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세컨드 스트라이크는 적의 선제공격을 받아 영토가 완전한 폐허가 된 뒤에 겨우 살아남은 핵무기만으로 보복 공격을 가했을 때, 그것만으로도 적 영토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공격력을 말한다. 이렇게 상호확증파괴, 매드(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가 달성되면 선제공격한 쪽도 생존할 가능성은 0이 된다. 그러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적 영토를 폐허로 만드는 데 최소한 100개의 핵탄두가 필요하다면 이 100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아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핵에 의한 선제공격은 당연히 적의 핵무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첫 번째 목표로 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스파이들이 핵무기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감추는 쪽에서는 핵무기를 지하에 숨겨 생존율을 높이거나 지하 통로를 통해 핵무기 위치를 계속해서 바꿔주는 작업을 해야 했다.
  아무튼 적의 선제공격에서 아군 핵무기가 살아남을 확률이 10%라면 세컨드 스트라이크 100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0개의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 스파이들이 좀 더 열심히 일해서 선제공격을 받은 후의 아군 핵무기 생존율을 1%로 떨어뜨린다면, 우리는 100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스타워즈 계획이 성공해서, 적국에서 세컨드 스트라이크로 날린 미사일 중 99퍼센트를 대기권 밖에서 요격할 수 있게 된다면 적국은 최소한 10000개의 핵탄두를 세컨드 스트라이크로 보유해야 한다. 이때 선제공격을 받은 뒤의 핵무기 생존율이 10%라면 적은 최소한 십만 개의 핵탄두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적이 그 최소한의 숫자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제공격에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한 우위에 서게 된다. 그러면 곧 전쟁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인 폭력, 도박, 합리성 중에서 도박이 서서히 우위에 서기 시작한다. 바로 그 순간에, 양쪽 모두가 선제공격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중엽에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미사일 방어체계가 틀을 갖추어 가면서 인류는 다시 한 번 핵 군비 경쟁에 돌입했다. 미사일 요격 확률이 높아질수록 상대방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비경쟁의 결과, 2056년에는 통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우리나라마저도 핵추진 전략 잠수함을 보유하게 되었다. 몇 달이고 물속에 틀어박혀서 절대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는, 핵무기의 진정한 보호자이자 세컨드 스트라이크의 결정판. 그게 우리 배였다.
  2061년 초겨울에 함장은 보복공격 개시명령을 수신했다. 지정된 지점에 핵탄두를 발사하라는 명령이었다. 일단 선제공격을 당하고 나면 보복공격은 자동으로 진행되게 되어 있었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 어마어마한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함장이나 국방부장관, 혹은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다. 선제공격을 당한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이 인류의 전멸을 피하기 위해 혹시 망설여주지는 않을까 하는 애매한 생각마저도 선제공격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컨드 스트라이크 절차에는 아예 판단 과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여덟 개의 미사일을 지정된 목표물을 향해 발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깨끗한 공기를 가득 채운 다음 바다 속으로 내려갔다. 이제 한동안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얻은 가짜 산소만으로 호흡해야 했다. 우리가 쏘아올린 미사일은 선제공격용이 아니라 보복공격용이었다. 그러니까 그 순간에 이미 우리에게는 돌아갈 집이라는 게 남아있지 않았다.

  2.
  공기가 이상해졌다. 불길한 냄새가 났다. 갑자기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좋지 않은 예감이 점점 더 진하게 바람에 섞이고 있었다. 바로 그날부터였다.
  푸른 고래들이 굵은 소리로 불길한 노래를 불러댔다. 푸른 고래들은 하루 종일, 혹은 이틀 동안이나 한 번도 쉬지 않고 번갈아 가며 노래를 불렀다. 그중에는 바다 반대편 끝에서부터 전해오는 노랫소리도 섞여 있었다. 나는 푸른 고래의 노래를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무 굵은 소리여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워낙 오래 듣다보니 조금은 따라 부를 수도 있게 되었다.
  “조용(해졌어). 그쪽(은 어때)?”
  따뜻한 바다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그러자 한참 뒤에 그들의 신성한 노래 속에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 한 소절씩 섞여 들어왔다.
  “조용(해). 처음(이야). 이런 (건).”
  “조용(해). 이쪽(도).”
  반나절 뒤에 다시 이런 소절이 섞였다.
  “왜지?”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섞여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어딘지 불안한 음색이 온 바다로 퍼져나갔다.
  우리 무리 중에는 푸른 고래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어른들이 별로 없었다. 다만 아이들만이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자주 숨을 쉬어야 했지만 며칠 사이 물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엄마들은 기다란 가슴지느러미로 아이들을 토닥이거나, 등 쪽에 아이들을 얹은 채 수면까지 밀어 올려주거나 하면서 아이들의 호흡을 도왔다. 어쨌든 영원히 숨을 멈추고 있을 수는 없었다.
  숨 쉬기를 꺼리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물 밖으로 뛰어오르거나 꼬리지느러미로 수면을 탁탁 치는 장난을 치는 혹등고래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은 어른들도 숨을 꾹 참고 되도록 깊은 물속에서 되도록 오래 잠수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불길한 느낌의 정체에 관해 아는 고래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다 속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신성한 푸른 고래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날 오후에도 푸른 고래의 노래에는 새로운 소절들이 수도 없이 끼어들고 있었지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소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는 이런 소리를 들었다.
  “먹이. 크릴(이). 없어(졌어).”
  “나도.”
  “나도.”
  추운 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없어.”
  “없어.”
  그런 소절이 또 한참 동안이나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다가 문득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배가) 고파. 우리 따뜻한 바다로 (간다).”
  나는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푸른 고래 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추운 바다의 예언자. 흰수염이었다. 푸른 고래는 누구나 흰수염을 기르고 있었지만, 흰수염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고래는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이쪽으로 오겠다는 소리에, 푸른 고래들의 노래 전체의 흐름이 바뀌었다. 새 노래는 내가 아는 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멀리까지 맑은 소리를 내며 퍼져나갔다.
  그렇다.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요했다. 바다는 원래 그렇게 조용하지가 않았다. 제일 시끄러운 것은 바다 위를 떠가는 거대한 무엇인가가 내는 소리였다. 우리 혹등고래들은 아직도 그것을 부르는 적당한 이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푸른 고래들은 벌써 그 이름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등고래들은 푸른 고래의 굵직한 노래를 따라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름도 빌려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게 뭔지 모른다.
  그런데 그 시끄러운 것이 내던 소리가 영 잠잠해져버렸다. 한꺼번에 뚝 끊긴 것은 아니지만 서서히 눈에 띄게 조용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날은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날이었다. 그날 모든 바다가 그 어마어마한 소리에 놀라 요동쳤다. 마치 바다 자체가 소리를 지르는 것만 같았다. 육지에 가까운 바다에서는 바다가 번쩍이면서 꽤 깊은 물속까지 훤히 비치더라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온 바다가 변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머물고 있는 바다에는 아직 그렇게 큰 변화가 없었다. 청어 떼도 정상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고, 다른 물고기들도 모두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 상태가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았다. 바다는 어디나 하나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용기만 있으면 어디로든 건너갈 수 있는 게 바다다. 바다의 그런 관대함은 이 불길한 조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푸른 고래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앞으로 정확히 어떤 일들이 벌어져서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 문제는 푸른 고래들 중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살았으며 가장 깊이 잠수할 수 있는 위대한 고래 흰수염만이 대답할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 혹등고래 무리에 속한 아이들 몇몇이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쩐지 며칠 새 바다가 더 어두워진 것 같았다. 가끔 숨을 쉬러 밖에 나가 보면 바람이 무척이나 싸늘했다. 아이 하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엄마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눈(이 내려요).”
  아이들은 보통 눈을 모르는데, 이 아이는 아마도 늦봄에 차가운 바다 근처를 지나다 눈을 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암컷 혹등고래들은 원래 노래를 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 엄마를 대신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따뜻한 바다(란다).”
  절대 눈이 내리지 않는 바다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아이가 짤막한 노래로 되받았다.
  “눈(이 내려요). (게다가) 까만 (눈이).”

  3.
  핵탄두가 세 개 더 남아 있었다. 어디에 써야 할지 알 수도 없는 무기가 세 개나 더 있었다. 본부와는 연락이 끊어진 모양이었다. 사실 별로 기대도 안했다. 전쟁 직전의 상황을 보면 본부가 아무리 땅을 깊이 파고 들어가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핵탄두가 한두 개 떨어진 게 아닐 거고, 핵폭발 때 생긴 전자기파(EMP, electromagnetic pulse)만으로도 그 주변 지역의 문명을 300년쯤 뒤로 돌려놓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수면 위에서는 아마도 핵겨울이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핵겨울 가설이 옳다면, 지금쯤 거대한 구름 띠가 지구 둘레를 감싸기 시작해야 한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연료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오래 적에게 들키지 않고 바다 속에 머물다가, 그래도 문명이 조금은 남아 있는 지역에 상륙해서 새로운 문명을 시작해 보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어쩌면 신이 될지도 모른다. 핵무기를 세 개나 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여분의 핵무기를 가진 핵잠수함이 몇 대나 더 남아있는지 알 길이 없으므로 그런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바보짓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핵겨울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파괴시킬 수 있는 문명 같은 것은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위치를 숨기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우리는 멍하니 드러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렇게 바보같이 끝나버리다니. 인류를 끝장내는 바로 그 순간에,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여덟 개의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면서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니. 허무했다.
  나는 이번에 상륙하면 은경이에게 한꺼번에 보내 주려고 매일매일 착실하게 써 둔 편지들을 꺼내 보았다. 연락을 끊고 지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길어서 매번 바다로 나올 때마다 은경이가 변심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었는데. 반쯤 포기하고 전화를 걸면 의외로 한결같던 여자였는데. 우리 배에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순간에 은경이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그렇게 애틋했던 추억이 망가진 것에 대한 보복이, 그렇게 아무런 느낌도 없는 일일 줄은 몰랐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탄한 공기가 선내에 가득 찼다. 이제 몇 달 동안 우리는 그 비탄한 공기를 계속 들이마시고 내쉬어야 한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루한 기다림이 우리를 서서히 음울하게 만들었다. 이대로라면 핵겨울이 끝나기 전에 우리는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는 절망의 나락에 도달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수함 밖에서는 바다를 온통 가득 메운 불안한 노랫소리가 우리를 에워쌌다. 고래 몇 마리가 우리 배에 따라붙었다.

  4.
  검은 눈이 내리는 것을 맨 처음 본 아이가 죽어버렸다. 아이들은 숨을 쉬러 수면 위로 올라갈 때마다 몸서리치게 싸늘한 바람에 놀라 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남은 아이들도 곧 싸늘하게 식어갈 것이다.
  어른들은 차가워진 바다를 견디기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청어 떼가 죽어가는 게 문제였다. 당장은 청어 떼가 재빠르게 움직이지를 못해서 사냥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러나 바다 깊숙한 곳에서부터 공기방울을 뿜어 올려 청어 떼를 가둘 포위망을 기껏 수면 가까이에까지 만들어 왔는데 막상 그 안에 걸린 놈들을 보니 죄다 반쯤 죽어가는 놈들뿐인 것을 볼 때면 영 찝찝한 생각이 들었다. 먹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먹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앞으로 바다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지구 반대편까지 헤엄쳐 가야 할 수도 있고, 꽤 오랜 시간동안 굶주리게 될 수도 있다. 일단은 먹어 두는 게 상책이었다. 예언자 흰수염이 와서 무슨 말인가를 해 줄 때까지는.
  흰수염은 빠른 속도로 남쪽 바다를 향해 헤엄쳐 오면서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피로한 기색이 노래 마디마디에 가득했다. 푸른 고래들은 이 재앙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궁금했지만 흰수염을 다그쳐서 답을 짜 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들 때가 되면 예언자가 알아서 말해줄 것이라고만 믿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을 더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 오후에 흰수염이 다급한 노래를 전해 왔다. 먹이가 없어진 흰수염이 따뜻한 바다로 건너오기로 마음먹었을 때 바다에서 제일 포악한 사냥꾼인 범고래들 역시 먹이를 찾아 추운 바다를 떠났다. 그런데 그중 한 떼의 무리가 흰수염을 쫓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는 푸른 고래들의 노래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구출(하러 가자).”
  “좋아.”
  “나도.”
  하지만 푸른 고래들은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데다 바다 전체에 너무 넓게 퍼져 있어서 금방 흰수염을 구출하러 달려갈 수가 없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절망적인 소절들이 노래 사이사이에 끼어들었다.
  “흰수염(이 훨씬) 빠르지(만) 흰수염, 지쳤다.”
  “흰수염 빠르지, 흰수염 지쳤다.”
  같은 대목이 바다 곳곳에서 메아리쳤다. 물론 그들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지만, 푸른 고래의 노래를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고래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내가 알아들은 대목을 혹등고래의 노래로 바꾸어 불렀다.
  “흰수염 지쳐 범고래 이빨.”
  갑자기 닥친 재앙에 영문을 몰라 하던 우직하고 강인한 혹등고래 수컷들이 내 노래를 따라 불렀다.
  “흰수염 지쳐 범고래 이빨.”
  혹등고래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이 범고래들 때문이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화가 났다. 아이들이 죽어가고 청어 떼가 죽어 떠오르는 바다. 게다가 범고래들이 흰수염을 쫓고 있다니. 막 돼먹은 것들!
  우리 무리에 있는 모두가 흰수염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의 노래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의 제목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예언자의 겨울!”
  누군가 그 제목을 노래했다. 그렇다. 예언자의 겨울이다. 물론 그 노래의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런 게 있다면 바로 지금이 분명했다. 혹등고래들이 노래를 부르며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많은 혹등고래가 무리를 짓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아래턱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예언자의 겨울!”
  “예언자의 겨울!”
  우리는 포악한 범고래들로부터 흰수염을 구해내기를 진심으로 열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흰수염에게 이 재앙이 어떻게 해야 끝날지를 물어야 했다. 그 대답을 듣는 것이 마지막 목표였다. 혹등고래들은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열망에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혹등고래 무리가 모여서 내는 어마어마한 노랫소리가 온 바다를 헤집었다. 귀가 밝은 청어 떼들이 그 소리에 놀라 뿔뿔이 흩어졌다. 혹등고래의 노래가 그렇게 크게 울려 퍼지기는 처음이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나는 그 무시무시한 노랫소리를 뚫고 나지막하게 울리는 푸른 고래들의 노래를 들었다.
  “처음(있는 일이야). 종말(이) 가까(웠나).”
  그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푸른 고래들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흰수염의 위치도 물어봐야 했다. 나는 아래턱을 꽉 움켜쥐고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푸른 고래의 노래, 신성한 흰수염들의 노래에 끼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등짝이 당겨 왔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굵고 경건한 목소리로, 푸른 고래들의 노래에 끼어들 노래 한 소절을 길게 뽑아냈다.
  “흰수염 범고래 이빨, 혹등고래(가) 꼬리(로 지킨다).”
  그리고는 바다를 가득 메운 소란 속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푸른 고래의 노래에도, 혹등고래의 투박하고 격정적인 노래에도 변화된 소절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수면 위로 올라가서 등에 들어 있던 공기를 다 비우고 나서 다시 한 번 차가운 위쪽 공기를 등판 가득 머금었다. 세상을 가득 채운 불안함과 음울함과 분노가 몸속 가득히 차갑게 퍼져갔다.
  나는 다시 아래로 헤엄쳐 내려갔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푸른 고래의 노래를 불렀다.
  “흰수염! 혹등고래 꼬리!”
  순간 혹등고래 무리의 노랫소리가 흔들리더니 이내 내가 부른 소절이 딸려 들어갔다. 물론 그 소절이 푸른 고래의 노래에 직접 스며들지는 않았다. 그걸 기대한 게 아니었다. 나는 또 한참을 조용히 기다렸다. 나는 푸른 고래들이 우리 노래를 알아들어 주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푸른 고래의 노래에 새 소절이 나타났다.
  “신성(한 푸른 고래의 노래에 끼어들다니) 누구(냐)!”
  바다 곳곳에 퍼져 있는 거대한 푸른 고래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웅장한 소리가 바다 안을 훑고 지나갔다. 어마어마한 함성이었다. 혹등고래들은 그만 노래를 뚝 그치고 말았다.

  5.
  평면 지도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러시아와 미국은 북극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 뒤쪽에 위치해 있어서 러시아 본토에서 출발한 공격이 미국 주요 도시에 닿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캐나다에 전략무기를 전진 배치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로 유리해 보였다. 아니 그런 적이 있었다. 100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모두 무의미하다. 핵탄두가 꼭 본토에서 발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아마 북반구 전체가 폐허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북쪽 바다에 있던 고래들이 남쪽으로 많이 내려오는 것 같다. 그래도 200마리나 되는 고래 떼가 발견되기는 아마 처음일 것이다. 남쪽에서부터 조금 더 덩치가 커 보이는 고래 80마리로 이루어진 다른 한 무리가, 북쪽에서부터 이동해 온 200마리의 무리를 향해 헤엄쳐 가고 있었다. 모두가 그 소식을 듣고, 고래가 저렇게 사회성이 발달한 동물이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나(sonar, 음향탐지기)실 사람들 몇몇이 고래들이 부르는 노래를 성대모사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킥킥거리고 웃는 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소일거리였다.
  그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소나실에서 녹음해 준 고래들의 노래를 들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그 음울한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단순한 패턴 속에서 우리는 분노와 열망과 의아함을 들었다. 질책과 의문과 슬픔을 들었다. 먼저 가 버린 연인의 목소리를, 낡고 낡은 멜로디에 낡고 낡은 리듬이라서 이제는 아무도 속을 것 같지 않던 선동적인 군가 소리를, 우리를 떠나 하늘 저편으로 떠나가던 크루즈미사일이 남기고 간 폭음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는 그 노래 속에서 옛날 유령선이 정처 없이 바다를 헤매고 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이제 끝장이었다. 우리는 천천히 바다 속을 헤매고 다녔고, 고래 몇 마리가 아직도 우리 근처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40미터짜리 초대형 고래였다.

  6.
  우리는 흰수염을 발견하고는 곧 그를 에워쌌다. 푸른 고래들은 결국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흰수염은 이미 지쳐 있었고, 푸른 고래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들이 도착할 때까지만이라도, 누군가가 흰수염을 보호해야만 했다. ‘예언자의 겨울’은 너무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노래라서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노래 속에, 예언자를 구출하는 위대한 혹등고래 무리에 관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우리는 흰수염을 에워싼 모양으로 꼬리를 바깥쪽으로 향했다. 범고래들이 혹등고래 아이들을 노리고 달려들 때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모양 그대로였다.
  틱틱틱틱틱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범고래들 중에서도 멀리까지 사냥을 다니는 무리들이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고 신호를 하기 위해 내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자 위턱이 오그라 붙는 느낌이 들었다. 범고래들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 것이다.
  틱틱틱틱. 나는 그 소리를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의미는 분명했다. 공격할 때를 재고 있는 것이다. 기분 나쁜 신호가 이어지면서 포위망이 서서히 좁혀져 들어왔다. 멀리서 푸른 고래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범고래 이빨 혹등고래 꼬리, 혹등고래(가 이긴다)!”
  응원가였다. 범고래가 이빨 소리를 내면서 머리로 돌격해 들어와도 혹등고래가 꼬리로 막아선다면 당연히 혹등고래가 이긴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푸른 고래들의 상식이었다. 나는 그 노래를 혹등고래의 노래로 바꿔 불렀다.
  “범고래 이빨 혹등고래 꼬리, 혹등고래!”
  그러자 똑같은 노래가 무리 사이에 퍼져나갔다.
  그때 무관심한 듯 주위를 맴돌고 있던 범고래들이 일제히 원 안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우리 쪽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우리는 노래를 멈추고 범고래들을 노려보았다. 나는 나를 향해 헤엄쳐 오는 범고래 한 마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커다란 눈처럼 보이는 흰 반점 바로 앞에 있는 진짜 눈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래턱을 꽉 깨물었다.
  “예언(대로다).”
  흰수염이 외쳤다. 마침내 놈이 내 몸에 와서 부딪치려는 순간, 나는 모든 지느러미들 중 가장 거대한 자랑스러운 혹등고래의 가슴지느러미로 물살을 세차게 저으면서 꼬리에 온 힘을 실어 범고래의 주둥이를 아래에서부터 올려쳤다. 거의 비슷한 순간에 혹등고래 무리의 강인하고 거대한 꼬리가 일제히 범고래들을 후려갈겼다.
  범고래들이 주춤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우리는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사냥 노래였다. 그러자 범고래들이 흠칫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 우리 혹등고래 몇 마리가 아래쪽으로 깊숙이 헤엄쳐 내려가서 공기방울을 위쪽으로 뿜어대자 범고래들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우리는 뿔뿔이 흩어져버린 범고래들을 쫓아가 머리로 몸통을 들이받았다. 압승이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흰수염이 푸른 고래들에게 승전보를 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예언(대로다)!”
  나는 그 소리를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예언대로다! 예언대로다! 우리는 예언자의 겨울을 나고 있는 게 분명했다.

  7.
  위에서 고래들이 크게 한판 싸우려는 것 같았다. 종말이 가까워 왔다.

  8.
  첫 패배에도 불구하고 범고래 무리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범고래 떼의 덩치 큰 우두머리가 짧고 날카로운 노래를 불러 무리를 추슬렀다. 무리가 네 갈래로 나눠지는 것으로 봐서 범고래 떼는 네 개의 큰 사냥 무리가 모여서 만든 무리 같았다.
  범고래는 한 어머니 밑에서 태어난 자식들과 그 자식들, 또 그 자식의 자식들이 모두 한 무리를 이루었다. 무리에 속한 고래들은 같은 노래를 불러 서로를 확인했다. 그런데 네 어머니 밑에서 난 자식들이 하나의 노래로 모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네 어머니 모두를 이끄는 강한 우두머리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추격을 멈추고 다시 흰수염을 둘러쌌다. 그리고 서서히 따뜻한 바다 쪽을 향해 헤엄쳐 갔다. 그러자 범고래 무리가 양쪽으로 넓게 퍼지며 서서히 우리를 뒤쫓았다. 그들은 결코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 여유가 우리를 더 긴장시켰다.
  흰수염은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어떻게든 푸른 고래들과 만날 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바다 한가운데 멈춰 서서 두 번째 방어전을 치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흰수염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물 위에 등을 드러내 놓고 불길한 바람을 잔뜩 들이마셨다. 우리는 그 음울한 공기를 피해 깊숙한 곳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흰수염을 둘러싸고 휴식을 취했다. 한참을 그렇게 쉬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범고래 무리가 접근해 왔다. 처음보다 훨씬 더 느슨한 움직임이었다.
  흰수염은 죽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푸른 고래들의 노래에 걱정스러운 소절들이 늘어갔다. 흰수염은 노래도 부르지 않고 있었다. 나는 푸른 고래들의 노래 사이사이에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겨울’이라는 말을 들었다. 푸른 고래들이 흰수염에게 예언자의 겨울을 부를 힘이 남아있는지 묻는 모양이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푸른 고래의 노래에 무리하게 끼어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났지만 범고래들은 공격해 오지 않았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거리에 작은 무리 하나만 남겨 두고 다른 무리는 크게 우회해서 포위망을 만들고 있을 게 분명했다. 언제 어디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 전에 푸른 고래들이 도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적어도 한 번은 범고래들의 습격을 막아내야 했다. 불안한 휴식이었다.
  흰수염이 다시 한 번 물 위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러더니 그렇게 크지 않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그 노래가 범고래들의 공격을 앞당기는 신호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현명한 흰수염이 그 상황에서 굳이 노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흰수염은 그 노래가 자신이 부를 수 있는 마지막 노래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언자의 겨울(이 오면).”
  노래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다음은 무슨 뜻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조용히 그 노래를 들었다. 가끔씩 멀리서부터 전해 오는 푸른 고래들의 노랫소리만이 흰수염의 노래에 짤막하게 섞여 들어 왔다. 범고래들도 소리를 멈췄다. 아마 파도도 잠깐 멎었을 것이다. 옛 고래의 길고 애절한 노래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지만 나는 그 노래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다른 푸른 고래들이 짤막하게 끼워 넣은 소절의 일부분만이 의미를 가진 말로 바뀌었을 뿐이다.
  “과묵한 검은 고래(라고)? (그게) 누구(지)?”
  “봤어. 숨 안 쉬는 (고래).”
  “나도.”
  “나도.”
  푸른 고래들도 대부분 예언자의 겨울을 처음 들은 모양이었다. 흰수염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힘없는 소리로 계속해서 노래를 이어 나갔다.
  “흰수염(이) 가짜 예언자(인 자신을) 버리(라고 하네).”
  “흰수염, 가짜 예언자, 버리(라고).”
  푸른 고래들이 흰수염의 노래와는 박자가 맞지 않는 다급한 소절들을 집어넣었다.
  “과묵한 검은 고래(가 진짜) 예언자(인가)?”
  거대한 푸른 고래들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더 자세히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답답했다. 차라리 전혀 못 알아들었으면 좋았을걸. 차라리 예언자를 모르는 물고기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저 하늘을 가득 채운 비탄이 던지는 물음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내 등을 가득 채운 노래를 어디에서부터 풀어내야 하나. 차라리 노래하지 못하는 고래로 태어났으면. 차라리 하늘이 저 아름다운 비탄으로 가득 차지 않은 계절에 죽을 수 있었으면. 예언자의 겨울을 헤엄치지 않았으면.
  노래가 끝났다. 그러자 범고래 한 떼가 돌격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포위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한 지점에 집중된 공격이었다. 물살을 크게 가르며, 그들이 맹렬한 기세로 다가오고 있었다.

  9.
  우리 배는 몇 달이고 물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엔진도, 사람도, 원자로에서 나온 전기 에너지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 공기를 갈아줄 필요도 없었다. 바깥은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검은 색으로 칠했다. 길이 87미터. 우리는 천천히 헤엄치면서 거의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고래들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명령이 하달되어도 우리가 대답하는 일은 드물었다.
  우리 임무는 그저 숨어있는 것이었다. 적 잠수함을 공격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잘 숨어 있다가 위치가 발각되면 집으로 돌아갔다가 은밀한 곳으로 다시 출격하는 게 일이었다. 우리가 마음먹고 숨으면 세상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기억마저 우리를 추적해 내지 못하는 시커먼 바다 속. 우리는 그 속에 숨어 있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에게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우리는 늘 격리되어 있었고, 늘 심심했으며, 늘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까 두려웠고, 늘 졸렸다.
  하지만 우리도 결국 세상의 종말로부터 영원히 달아날 수는 없었다. 무슨 상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든, 이미 세상을 가득 덮어버린 압도적인 파멸 앞에 서면 모두가 끝장이었다. 수면 위로 올라가 뚜껑을 여는 순간, 종말이 진실이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게 되어 있었다. 꼭 그때까지 기다려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종말은 이미 잠수함 안으로 침투해 들어와 있었다. 다들 보고도 못 본 척 하고 있을 뿐.
  아무래도 고래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려는 것 같다고 했다. 누군가가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해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어야 할 한 사람. 함장이었다.

  10.
  범고래들이 물살을 뚫고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꼬리가 바깥쪽으로 가도록 몸을 틀어서 기다리려고 했으나, 범고래들이 돌격해 들어오는 기세가 지난번과는 달리 훨씬 거세 보였다. 범고래들은 거의 모든 전사들이 최대한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모인 상태로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러나 어떤 자세를 하고 있어야 그 충돌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도 똑같이 뭉쳐서 그쪽으로 돌격하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조심(해)!”
  누군가가 외쳤다. 그 순간 범고래 무리가 우리 대형 아래쪽을 들이받았다. 대형 아래쪽이 형편없이 떨어져 나갔다. 곧이어 범고래들이 지나가면서 갈라놓은 세찬 물살이 휩쓸고 지나가자 나머지 무리들도 마치 물살에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속도가 느려진 범고래들이 우리 혹등고래들과 어지럽게 엉켜서 싸우기 시작하자 전세는 다시 서서히 균형을 이루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범고래가 어른 혹등고래 무리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서서히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꼬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범고래들 사이에 짧은 노랫소리가 퍼졌다. 그러자 범고래들이 모두 싸움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재빨리 빠져나갔다. 그곳에는 유난히 덩치가 큰 범고래 한 마리가 수면을 향해 서서히 헤엄쳐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내는 신호를 듣고 범고래 무리가 모두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서서히 위를 향해 올라갔는데, 무리가 커질수록 속도도 빨라졌다.
  마침내 수면 위에 다다르자 범고래들의 우두머리는 다시 한 번 돌격신호를 보냈다. 앞장서서 헤엄쳐 가는 우두머리를 따라 범고래 무리들이 물살을 갈랐다.
  “큰일(이야).”
  우리 무리 중 누군가가 위기를 직감하고는 그렇게 외쳤다. 두 번째 돌격이었다. 우리는 정면을 얻어맞고 말았다. 한 번의 충격을 받아낸 뒤였기 때문에, 정면이라고 해서 그다지 강력한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 번에 중심을 뚫릴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예상대로 맹렬한 공격이 흰수염 주변에 와서 부딪쳤다. 그 공격에 몇 마리가 그대로 대열 밖으로 튕겨 나갔다. 지느러미가 부러질 만큼 강한 타격이었다. 그렇게 온몸으로 막아낸 끝에 가까스로 흰수염을 지켜낼 수 있었지만, 그는 이미 처량한 모습으로 축 늘어져 가고 있었다. 범고래들의 속도가 늦춰지자 우리는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고 항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도 피해가 컸다.
  다시 한 번 집결신호가 떨어지자 범고래들은 순식간에 그 혼란한 전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가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도 전에 새로운 돌격신호가 떨어졌다. 큰일이었다. 범고래들이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도저히 세 번째 돌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렇게 흩어진 상태에서 다시 한 번 공격을 받는다면 전열이 모두 무너져버릴 것이 분명했다.
  “아!”
  뜻 없는 외침이 들려왔다. 그리고 범고래들이 의외의 방향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이 보였다. 범고래들은 우리를 향해 헤엄쳐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리 위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우리는 순식간에 위를 뺏기고 말았다. 사실 위를 뺏겨도 별로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흰수염이었다. 늘 그렇듯 범고래들은 가장 약하고 가장 지친 흰수염이 숨을 쉬지 못하게 수면을 봉쇄해버릴 생각이었다.
  흰수염 쪽을 돌아보았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흰수염은 우리보다 훨씬 빨리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모두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저 위치에서 저렇게 굳히고 들어가면 과연 우리가 저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저 포악한 무리를 우리가 당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그 망설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우리가 이미 지쳤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추운 바다에서 온 저 범고래 무리가 끈기 있고 강인한 혹등고래에 관한 소문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자부심이 있었다. 바다 최고의 사냥꾼은 범고래가 아니라 혹등고래였다. 우리는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래로, 아래로.”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그렇게 소리쳤다. 사냥꾼의 본능이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는 좀 더 깊이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일부는 위쪽에 있는 범고래들과 교전했다. 우리가 돌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와 함께 무리 중 몇몇이 흰수염을 아래로 이끌었다. 흰수염이 푸른 고래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흰수염에게는 이제 숨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충분히 아래로 내려왔다고 생각될 무렵, 우리는 남아있는 숨을 모두 공기방울로 만들어 위로 띄워 올려 버리고는 수면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위에서 적을 혼란하게 만들던 무리들이 옆으로 비켜났다. 흰수염처럼 우리에게도 숨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이 났다. 질 거라고 믿는 혹등고래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날아갈 기세로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올라갔다. 우리를 발견한 범고래 무리가 재빨리 아래쪽을 향해 돌격 명령을 내렸지만, 그런다고 우리를 막을 만한 물살이 갑자기 생겨날 리는 없었다.
  “돌격!”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다. 우리는 일제히 소리를 질러댔다.
  “돌격!”
  거대한 함성소리가, 물살이, 속도가 수면을 갈랐다. 우리는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구름마저 뚫고 날아갈 생각이었다. 거기서 태양을 들이받을 생각이었다. 머리가 깨지도록 힘차게 날아가 망설임 없이 부서질 생각이었다.
  우리가 만들어낸 공기방울이 먼저 범고래들을 쳤다. 그리고 그들이 주춤하는 사이 혹등고래의 위대한 이마가 포악한 범고래 무리의 한가운데를 갈랐다. 아래로 헤엄쳐 내려오던 범고래 몇 마리가 우리의 거친 이마에 부딪쳐 튕겨 나가자 그 뒤에는 배를 그대로 드러낸 무방비 상태의 범고래 떼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곧 수면을 뚫었다. 그리고 하늘 높이까지 솟아올랐다.
  ‘예언자의 겨울’ 노래에 이 대목이 없다고? 그럴 리가 없었다. 위대한 혹등고래 무리가 수면 위에 일으킨 이 거대한 파도가 예언자의 겨울에 등장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우리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아, 이 불안한 공기. 검은 하늘. 저 아래 놓인 바다. 혹등고래의 자랑스러운 가슴지느러미는 컴컴한 바다를 더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불온한 하늘을 누비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지난 며칠간 컴컴한 바다 속에서 한껏 응축시킨 분노와 울분이 아래턱을 단단히 조여 왔다.
  아!
  우리는 다시 수면으로 떨어졌다. 주변에 널려있는 범고래들을 잡아서 꼬리며 몸통이며 지느러미로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이미 내장이 상하고 뼈가 부러진 범고래들이 괴성을 질러댔다. 우리는 도망가는 범고래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그 까맣고 하얀 무늬의 사악한 무리들을 응징했다.
  옳은 자가 이긴다. 정의가 이긴다.
  흰수염이 수면 위로 숨구멍을 내밀었다. 이겼다! 예언자 흰수염을 지켜냈다. 신성한 푸른 고래의 무리가 올 때까지 바로 우리가 세상의 흉포한 이빨로부터 예언자의 겨울을 지켜냈다.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아무도 우리 노래를 막지 못했다.

  11.
  함장이 자살하자 허무(虛無)는 기정사실이 되었고 우리는 통제를 잃어버렸다. 무기고가 강제로 개방되면서 잠수함은 무법천지가 되고 말았다.
  “저 미친 고래소리 좀 어떻게 해 봐.”
  바다에서 저승사자는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 저승사자들밖에 없었다. 나는 선상반란에 개입하지 않았다. 부함장은 함장실을 봉쇄하고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허무에 동의하는 쪽이 반대하는 쪽보다 훨씬 많았다. 자신들이 얼마나 역동적인 반란을 일으키든 그 모든 것이 결국은 허무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 한 번의 조그만 파멸을 저지르고 말았다. 세상에서부터 떼어 온, 완벽하게 방수가 되는 조그만 파멸 덩어리.
  반란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함장이 식량 배급을 줄인 데 있었다. 그들은 식량 창고를 열고 난장판을 벌였다. 그래도 식량은 계산된 대로 천천히 개방하는 게 나았을 텐데, 그들은 부함장의 계산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부함장이 식량을 빼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고를 개방하고 보니 부함장의 계산이 옳았다. 반란 주모자들은 그 사실을 발견하고는 당황한 나머지 흥청망청 난장판을 벌여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덕분에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이나 줄어 버렸다. 때가 되면 아마 한 달 치 식량만큼 입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난장판이 지나간 다음날, 고래들의 노래를 흉내 내던 소나실 대원들이 황급히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거 봐. 고래들이 미친 것 같아.”
  우리는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백 마리가 넘는 고래 떼가 우리 잠수함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었다. 위도 아래도 막혀 있었다. 어찌나 조심스러운 포위망이었던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삼중으로 완전히 밀봉한 형태였다. 더 깊이 잠수해 들어갈 수도 없었다. 30미터나 되는 거대한 고래 무리가 잠수함 주위를 뱅뱅 맴돌고 있었다. 저승에서 온 고래들 같았다.
  “이건 또 뭐야?”
  “뭐야 이게!”
  사람들이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미치지 않으려고 질러대는 소리였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곧 미쳐버릴 것 같은 소리였다. 저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멸이 다름 아닌 우리가 저지른 짓이라는 걸 저들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무도 모를 거라고, 우리만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람들이 질러대는 미친 고함소리에는 분명 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

  12.
  흰수염의 유언에 따라, 우리는 과묵한 검은 고래를 찾아 나섰다. 흰수염과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푸른 고래 네 마리가 새로운 예언자이자 ‘예언자의 겨울’의 진정한 주인공인 과묵한 검은 고래를 조심스럽게 수행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부르는 소리를 따라 검은 고래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갔다.
  숨을 쉬지 않는 고래. 새 예언자는 푸른 고래들보다 훨씬 컸다. 새 예언자에 비하면 흰수염은 어린애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흰수염의 형제들은 세상 어떤 고래들보다 크고 신성했지만 검은 고래는 그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신성했다. 검은 고래는 진짜로 한참 동안이나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니, 전혀 나가지 않았다. 수면 위를 가득 메운 그 암울한 바람을 호흡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푸른 고래들이 이렇게 말했다.
  “예언(대로다)!”
  그렇다. 예언자의 겨울이 무슨 내용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제 굳이 그 내용을 알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그 일이 바로 예언에서 노래한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바로 예언이었고, 내가 헤엄치고 있는 곳이 바로 예언자의 겨울이었다.  
  검은 고래의 과묵함에 모두가 말을 잃었다. 그 경건한 몸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이제 검은 고래가 우리에게 답을 가르쳐줄 것이다. 아마도 푸른 고래의 노래로. 아니면 혹등고래의 노래로. 나는 그 노래가 혹등고래의 노래이기를 기대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새 예언자를 경배하며, 푸른 고래의 예법대로 그를 에워쌌다. 우리는 번갈아가며 호흡을 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과묵한 검은 고래의 주위를 맴돌았다. 아무도 예언자를 다그치지 않았다. 내 귀에는 들리지도 않을 만큼 나지막한 노래가 푸른 고래들 사이에서 은은하게 맴돌았을 뿐이다.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우리가 충분히 경건해지면 새 예언자가 세상에 닥친 재앙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고래들의 미래에 대해서 말해줄 것이다. 우리는 그가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승리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13.
  함장은 유서에 핵탄두 봉인을 해제하는 암호를 남겼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에 대한 배려였다. 배 안은 이미 지옥이었다. 이제는 저 바깥에서 벌어질 광경보다 훨씬 더 끔찍한 모습이 되어버린 지옥. 더 비참한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 나에게는 핵탄두의 봉인을 해제하는 암호와, 함장의 DNA, 그리고 부함장의 DNA가 있었다. 크루즈미사일을 제어할 손도 있었다.

  14.
  저 아래에서 과묵한 검은 고래가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예언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그렇다. 나는 한껏 경건해져 있었다. 그동안 몰랐던 세상의 신비를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얼른 수면으로 올라가 공기를 들이마시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 그 광경을 자세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숨을 한껏 들이쉬고 있는데, 검은 고래의 등이 갈라지면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빠른 속도로 위쪽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리고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똑바로 솟구쳐서 수면을 뚫어버리려는 기세였다. 나는 아래턱에 바짝 힘을 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순식간에 내 앞을 지나가버렸다. 가볍게 수면을 뚫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태양을 꿰뚫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대단한 광경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하늘을 향해 헤엄쳐 가는 그 조그만 고래의 기다란 가슴지느러미를 똑똑히 보았다. 온 바다에서 오로지 혹등고래만이 그렇게 아름다운 지느러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특권이었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새 예언자의 아이가 혹등고래의 가슴지느러미를 하고 있다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부르는 우렁찬 노랫소리가 바다는 물론 하늘까지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노래였다. 이제는 모든 고래가 새 노래를 배워야 한다. 새 바다에는 저 새 노래가 울려 퍼져야 한다.
  나는 꼬리에서 찬란한 빛을 뿜는 그 아름다운 고래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예언(대로다)!”
  푸른 고래들이 말했다.
  그렇다. 예언대로였다. 저 머나먼 밤하늘, 별들에게서부터 바다로 곧장 헤엄쳐 내려왔다는 혹등고래의 오래된 전설에서 노래한 것처럼, 고래들은 언젠가 하늘로 날아올라 별들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고향으로!
  나는 하늘을 나는 고래가 구름 아래를 크게 돌아 다시 우리 쪽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나를 향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등고래로 태어나 예언자의 겨울을 헤엄쳐 간 위대한 순례자. 그게 나였다.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세상을 가득 채운 저 검은 불행의 정체를. 내 몸 가득 응어리져 있는 수십 년 된 내 노래의 의미를. 그리고 새로 태어난 고래가 내뿜은 저 웅장한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나는 보았다. 내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하늘을 향해 펄쩍 뛰어올라, 온몸으로 그를 맞이했다.
mirror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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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아 08.01.29 01:44 댓글 수정 삭제
    고래들의 대사 처리가 눈을 끕니다. 이런 글에서 동물들의 대사는 잘 못 하면 글의 분위기가 깨진다거나 너무 동화틱해보인다거 할 수가 있는데 굉장히 와닿았어요.
    내용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글인데, 정리하기가 힘드네요.
    명훈님이 최근에 발표하시는 글들 갈수록 힘차진달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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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1.29 12:33 댓글 수정 삭제
    내용도 정리가 되시면 나중에라도 말씀해 주세요. 오랜만에 날카로운 평을 들을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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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자 08.01.31 00:58 댓글 수정 삭제
    혹시 전에 잘못 올라왔던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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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1.31 16:27 댓글 수정 삭제
    그 글은 좀 더 묵혀 두기로 했습니다. 좀 더 적절한 기회를 통해 거울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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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쉬 08.02.01 01:28 댓글 수정 삭제
    늘 소설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글 읽고 또 읽으며 며칠간 다시 즐거워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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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01 10:16 댓글 수정 삭제
    어떤 때는 이런 말 듣는 게 원고료보다 좋더라구요. 어떤 때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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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2.01 13:44 댓글 수정 삭제
    멋지군요. ^^ (늦게야 보았습니다.) 조개언어와 고래언어는 계통이 같은 걸까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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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01 16:18 댓글 수정 삭제
    계통은 다르지만, 언젠가 같이 등장하게 되겠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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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kholic 08.02.10 01:15 댓글 수정 삭제
    가끔 지구에 인류가 사라지면 고래들이 주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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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10 18:16 댓글 수정 삭제
    실제로 주인이었던 기간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지금은 흰수염 고래 같은 종들이 멸종 위기라는 점에서 주인 자리를 내 준 게 분명하지만. 고래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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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8.02.19 23:57 댓글 수정 삭제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감이 안 오네요.
    잠수함의 이야기와 고래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합쳐질 것인가, 결말이 어떻게 날 것인가 두근두근 기대했었는데... 조금 갸웃- 하게 되는 면이 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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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20 09:30 댓글 수정 삭제
    그래요? 갸웃...? 연결은 잘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보니 두근두근 기대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플롯이었다면 뭔가 더 쓸 수 있는 걸 놓친 것 같아서 아깝군요.
    가지 않은 길이 있기는 한데, 그쪽으로도 가 볼걸 그랬나 싶고.. 그래도 이쪽이 낫다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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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밤 08.02.20 15:19 댓글 수정 삭제
    인간 / 혹등고래의 교차시점으로 된 구성이 이야기를 더 북돋워주네요. 진아 님이 이야기했듯이 고래의 언어가 이야기를 돋보이게 만들고요.

    다만 흰수염의 예언에 나오는 '검은 고래'가 핵잠수함과 연결되는 고리가 너무 갑작스럽게 나왔다는 느낌...? 물론 충분히 연상되는 고리이긴 하지만, 혹등고래의 사투와 극적인 승리에서 '검은 고래'를 새 예언자로 맞아들이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의 고래의 도약이 특히 멋지네요. 스스로 '예언'이 된 고래에서 구도자의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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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21 09:46 댓글 수정 삭제
    긴 리플 감사합니다. 좋은 것 같아요. 이런 방식. 한두 줄 리플로는 긴 이야기는 못하니까요.
    검은 고래가 핵잠수함과 연결되는 고리는, 따로 있는 게 나을까요? 이 글이, 반전을 마련해 둔 구조가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읽히게 해 둔 구조라서, 그 시점에 연결고리를 따로 안 만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안 읽혔을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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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밤 08.02.21 09:53 댓글 수정 삭제
    혹등고래가 '검은 고래'를 발견하는 장면 설정이 있었다면 좀 더 매끄러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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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22 09:40 댓글 수정 삭제
    그렇군요. 의견 감사합니다. 하지만 혹등고래가 검은고래를 발견하면 좀 이상할 것 같기도... 냉각기 지나고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지금은 사실 누가 뭐라 그래도 잘 안 보이는 경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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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8.02.22 23:54 댓글 수정 삭제
    핵전쟁이라는 묵직한 소재,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의 불안한 미래 (보통 핵전쟁을 다룬 글들은 직접적인 책임자는 아닌 사람들을 다뤘는데, 이 사람들은 경우가 달랐죠.),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폐쇄 공포, 고래와 예언이라는 환상성, 이런 이야기로 인해 읽으면서 어떤 결말이 날지 조마조마하게 기다렸어요.
    그런데 결말에서 굉장히 허망해져버렸어요. 무책임한 결말 같아요.
    열린 결말이라고 보기도 그렇고, 독자에게 질문/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고 보기도 애매하고요. 회피해 버린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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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2.23 02:32 댓글 수정 삭제
    전 좋았는데...
    한 쪽 지적 존재 입장에서는 세계를 멸망시킬 절망적인 무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한 쪽 지적 존재의 입장에서는 신비로 가득한 신성한 풍경이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고, 블랙유머스럽고요.
    오히려 군사용어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시작이 걸린다면 걸릴까요...^^:;
    갸웃 - 하셨다는 것이 전 갸웃- 한데, 언제 만나면 토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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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2.23 10:29 댓글 수정 삭제
    오, 이런 바람직한 분위기가.. 토론까지...
    결말 회피 안했어요. 저는 눈을 똑바로 보고 쳐다보고 있었어요. 한 며칠 생각해 보니, 읽는 동안 가연님의 마음 속에서 플롯이 어떻게 발동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제가 글을 쓰는 단계에서 플롯을 그런 식으로 발동시키려는 모색을 안 해 본 게 아니나.. 저는 결국 이쪽을 선택했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어요.
    결말 가까이 가서 기로가 되는 시점이 있는데, 거기에서 갈린 것 같아요. 예전에도 스윙바이나 모 같은 글에서 가연님과 갈렸던 경험이 있어서 어떤 걸 기대하셨는지는 감이 오지만, 이번에는 이쪽으로 왔어요. 그러니까 세계를 깨뜨리지 않는 쪽으로.
    세계를 깨는 쪽도 좋아하지만, 깨지지 않고 온전하게 닫혀있는 세계 안에 이야기를 잘 담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계를 깨는 쪽이 확실히 "장르적"인 미학을 실현하는 근본적인 방법이겠지만, 세계를 해체해 버리는 플롯에 익숙해진 기간에는 이야기를 담을 주머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느낌이.. 그래서 이야기가 숭숭 새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군사용어가 폭탄처럼 쏟아지는 시작은.... 흠. 에... 음... 에헤헤(모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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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8.02.25 23:42 댓글 수정 삭제
    ida/ 음... 각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신 면에서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점이라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납득이 되지 못한 점이라면...
    이건 ida님과 명훈님 두 분께 다 드리는 말씀이 되겠습니다만...
    음... 좀 오버한 해석일 수도 있겠고, 편파적일 수도 있겠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말씀드리자면...
    두 직적 존재가 본 게, 두 지적 존재 둘 다에게 별도로 존재하는 행위/물질/머, 그런 어떤 게 아니었다는 거죠.
    다른 두 지적 존재가 만날 때, 과학적으로 좀 더 발달한 존재가 상대편에게 신적인 존재로 부각되는 이야기에 대해서, 거부감을 좀 가지고 있어요.
    해석의 문제냐, 오해/착각/무지의 문제냐, 가 있잖아요.
    결말에 대해 불편한 느낌을 받은 이유에는 그런 점에서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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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a 08.02.26 02:08 댓글 수정 삭제
    두 지적 존재가 본 게 두 지적 존재 둘 다에게 별도로 존재하는 행위/물질 그런 어떤 게 아니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헛, 정말 토론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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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연 08.02.26 15:37 댓글 수정 삭제
    핵무기가 아니라 다른 자연 현상이나, 그런 걸 두고 고래와 인간이 각기 자기 시각으로 본 거였다면, ida님 말씀에 동의하겠지만... 고래는 착각한 거였다는 의미였어요. 핵무기는 핵무기일 뿐, 경이가 될 수 없다고 봐요.
  • No Profile
    ida 08.02.26 19:42 댓글 수정 삭제
    어렵네요. 하지만 그 논리에서는 다른 자연현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무엇을 보든 결국 인간의 입장으로 볼테니까요.
  • No Profile
    가연 08.02.26 20:47 댓글 수정 삭제
    ... 좀 민망합니다만.. ^^;
    ida님 댓글 바로 위에 쓴 제 댓글 말이에요. 그걸 쓰고 나니...
    ... 어째서 이런 결말인지 납득이 가버렸어요. 무책임한 결말이었다고 쓴 거 철회합니다.;; 멋진 결말이네요. 진심으로요.
  • No Profile
    배명훈 08.02.26 21:40 댓글 수정 삭제
    꺄 토론이 정리되는 분위기가... 근데 저는 이야기를 잘 못 따라갔어요. 죄송. 여러번 읽고 있지만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되고 있어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날카롭게 찔러주시는 거 좋아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면 해 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서요.
  • No Profile
    ida 08.02.28 04:53 댓글 수정 삭제
    헛, 정리되었다. / 역대 최다 댓글! 감축드리옵니다. 빠빰빰.
  • No Profile
    배명훈 08.02.28 10:00 댓글 수정 삭제
    덕분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제가 쓴 게 태반...
  • No Profile
    읽기는 엄청 오래 전에 읽었는데 이제야 리플 다네요.

    재밌었어요^^ 윗분들께서 좋은 말씀들을 이미 다 하셔서 저는 할 말이 별로 없네요.

    다만, 작품과 크게 상관은 없는 개인적인 이야길 좀 하자면 한 1년 전 쯤 부터 고래가 엄청 좋더라구요(하아하아). 이번에 오사카 가서도 야한 인형이 가득한 중고품 가게에서 기어코 고래모형을 찾아내서 사오고, 수족관에 가서는(고래는 아니지만)고래상어를 바보같이 멍하니 한참동안 쳐다보고, 수족관 기념품점에서 파는 것들 중 가장 나아보이는 고래모형이 8000엔이라는 사실에 게거품을 물고...아무래도 잡지에서 봤던 '고래의 도약' 광고 때문에 그랬던 것 같긴 한데...(정작 본편은 광고를 보고 DVD까지 사놓고 한참 있다가 봤지만)



    고래는, 뭔가 있어요. 특유의 거대하고 여유롭고(혹등고래에겐 미안하지만)평화로운 이미지가 참...(...돌고래류까지 포함해도 사람잡아먹는 종류가 없어서일지도요;;)



    이궁, 남의 소설에다 이게 뭐하는 짓이람. 저도 인간들의 밀리터리 하이테크적(...)절망의 상황과 고래의 환상적이고 전설적인 상황이 어우러지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두 상황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술되는 것, 그리고 한 쪽에선 상대방에게(희망이 담긴)경이를, 다른 쪽에선 상대방에게(죄책감으로 인한)공포를 느낀다는 것도 재밌었구요.



    ps결말에 가서는 '바다 위에서 핵이 터지면 바다 밑은 어떻게 될 까', 라거나 '날아가는 핵탄두에 혹등고래가 들이받으면 제대로 터지기나 할까'하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ps2은경이는 잊지 않아주시는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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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명훈 08.03.06 15:46 댓글 수정 삭제
    은경이를 버릴 수는 없죠. 벌써 출연한 작품이 몇인데.
    한쪽 이야기는 SF로 쓰고 한쪽 이야기는 판타지로 쓴다는 느낌으로 갔어요.
    위키피디아 뒤져보면 고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생각보다 안 감동적인...
    미독님의 작품도 기대해요. 롱타임 노시.
  • No Profile
    볼티 08.03.25 11:06 댓글 수정 삭제
    잘 읽었습니다.
    결말이 몇 줄만 더 길었다면 고어물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덜덜덜)
  • No Profile
    배명훈 08.03.25 14:09 댓글 수정 삭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니터에서 글 읽는 게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닌데, 부디 즐거우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글 쓰시는 데도 도움이 되시길 .
  • No Profile
    볼티 08.03.25 15:14 댓글 수정 삭제
    별 말씀을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많이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분발하겠습니다.
  • No Profile
    이형 08.04.07 21:10 댓글 수정 삭제
    특히 10장을 읽으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만든 게 아니라 진짜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닌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언어로 되어 있어서요.
  • No Profile
    배명훈 08.04.07 22:22 댓글 수정 삭제
    우와. 이런 칭찬을 듣게 되다니!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되네요.
    아무튼 그 부분을 쓸 때의 심리상태를 읽어내시다니..
    그 눈이 우리와 함께하게 돼서 좋아요.
  • No Profile
    자하 08.11.26 01:14 댓글 수정 삭제
    고래들이 부르는 노래나 전사인 흑등고래의 움직임 같은 것들이, 이 시대 마지막 인류와 다음 세대 인류의 만남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여기에서 말하는 인류란, 한 별의 역사를 주도적으로 끌어나가는 종족이란 의미로요.

    이 밑의 글들에서는 좀 더 인간적인 필치를 보이며 감탄하게 하시더니, 여기서는 또다시 실험적인 모습으로 돌아오셨단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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