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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xk160 무덤

2007.07.27 22:0507.27

시간 6. 무덤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 한 쪽이 검었다. 새카맣게 그 쪽으로만 펼쳐져 있었다. 하늘 중간은 푸른 색이었다. 하늘의 다른 쪽은 금빛이었다. 찬란하게 그 쪽으로만 뻗어 있었다. 무한히 펼쳐져 있었다. 희고 검은 수평선이 양 끝으로 무한하게.

  그 두 하늘에 계속해서 잠식당하고, 틈새에서 계속해서 찢겨나온, 부서지는 소리로 접혀들고, 새되게 잡아당겨지며, 우르릉거리며 주름지고, 쾅쾅대며 말려들어가고, 폭음으로 쭈글거리고, 온 사방으로 뒤집어지며, 양 끝까지 울려퍼지는.

  굉음의 장막, 한없이 주름져 있어서, 점점 더 우글쭈글해지며, 빽빽한 저음, 느슨한 고음,  접힌 침묵, 말려들어가며 복제되는 음.

*


  그리고 그 별이 져버렸다.

  행성의 표면은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빛을 띄고 있었다. 어둡고 밀도가 높은 색깔이 일렁이며 가라앉기도 했고 새파란 먼지가 피어올랐다. 어둠처럼 보이는 움푹 파인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가스띠가 돌고 있었다. 하늘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주름진 행성의 표면처럼. 어느날 행성의 표면은 맑고 잔잔했다. 돌을 던지면 깨질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의 공기는 달랐고 우리의 중력은 달랐지. 당신은 너무 무거워서 산소라고는 조금도, 조금도 가질 수 없었어. 당신은 새파란 기묘한 돌덩어리들에 감싸여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별이 져버렸다.

  눈이 깜박거리고, 당신은 눈을 감았지. 마치 월식처럼. 그리고 하늘은 사라졌지.

  수평선 아래로 떨어져, 여기에 갇혔다.


  - 우리는 이 곳에서 태어났다
    흙으로 빚어진 채.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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