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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 선운사

2009.12.26 23:0812.26

    계절에 맞지 않게 연일 계속되는 호우로 인하여 거리는 습하고 눅눅한 기운을 가득 머금었다. 시간과는 상관없이 흐린 하늘 덕인지, 모두들 발 밑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제 길만 재촉하고 있다. 현재 시간 1999년 5월 7일, 오후 3시 39분.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아래서 보던 세상과는 다르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은 비막이 우산에서부터 쏜살같이 내달리는 자동차까지 모두 조막만 하게 보인다. 마치 내 발 밑에서 꿈틀거리는 벌레들의 움직임처럼 말이다. 그것은 내 바로 앞에 놓여있는 작은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퐁- 단발마의 비명소리.
    빨대의 압력에서 해방된 얼음은 기쁘다는 듯이 다시금 물 속으로 젖어 들었다. 그것이 제 살을 깎아먹는 죽음의 늪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인간이란 이렇게 웃긴 존재다. 단지 중력의 법칙에 불과한 것을 온갖 미사여구와 수식어로 도배하며 다르게 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자부를 한다. 가소로워.
    언제나 그렇듯이 비는 인간을 우울하게 만드는 특효약인가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넋 놓고 하고 있는 거야?"
   
    나의 망상을 깨기라도 하듯이 다가온 그녀. 나는 애매모호한 미소만을 되돌려주었을 뿐 가타부타 말... 아니 할 말이 없었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어찌 남에게 바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냥. 이것저것."
    "싱겁긴. 그건 그렇고 무슨 봄비가 이리도 청승이라니. 도대체 며칠째 내리는 거야? 이제 비라면 신물이 다 난다야."
   
    인간은 자신이 처한 현상에 불만을 품게 되는 경우 그것을 극단화시키는 버릇이 있다. 자신의 고통은 남이 겪어보지 못한 아픔이라고들 흔히 말한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남이 불륜을 저지르면 스캔들, 자신이 하면 세기의 로맨스라고. 인간은 이해타산 적인 동물이다. 기준은 언제나 보다 이롭게, 혹은 미화시켜서.
   
    "응, 지겹긴 하네."
    "논문 준비는 잘 되어가니?"
    "그럭저럭."
    "이번 학기 끝나면 박사과정 밟는다며?"
    "응, 좀 더 공부하고 싶어서."
    "하여튼 넌 대단하다니까. 난 공부하기 지겹던데."
   
    딱히 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책을 보는 편이 더 익숙해져 있었기에 계속 책과 살아왔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인가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 과정을 밟게 되었을 뿐이다.
   
    "참참, 영미 이야기 들었니? 글세 걔 말이야."
   
    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들은 이야기 반, 소문 반이 섞여서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와 같이 적당히 장단을 맞추는 척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친구는 친구일 뿐, 친구의 능력까지 좋아할 이유는 없으니까.
    떠드는 이야기를 적당히 간추려보면 경미가 청첩장을 돌리고 있으며, 상대는 잘나가는 기업의 대리라고 한다. 그렇군. 어느새 우리들도 하나 둘 결혼할 나이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영 선배를 좋아했다더라."
   
    귀를 부여잡는 한 단어.
   
    "누가? 경미가?"
    "응. 하긴 선배를 좋아한 얘들이 하나 둘이어야 말이지. 은영이가 그러는데 경미는 대단했나봐. 죽자 사자 쫓아다녔다고 하더라. 그래 놓고 이제는 잊어버리고 결혼한다잖니."
   
    과연 어느 부분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경미가 영 선배를 좋아했던 일? 아니면 우리에게 속여왔던 일? 아니면 과거의 사랑을 버리고 새롭게 사랑을 찾은 일? 그것도 아니면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남자 하나 물어 이제 앞길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일? 어쩌면 모두 다 일는지도.
   
    "잊을 사람은 잊어야지."
   
    덤덤한 내 말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들키기 싫은 속마음을 가리기 위한 보호본능이었을까.
    그녀의 얼굴은 분노에서 평온으로 변화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떠난 사람은 잊어야겠지."
   
    그러나 그것은 순간, 새로운 분노가 그녀를 휘감았는지 다시금 표정이 변화했다. 이번에는 순수한 분노의 색으로 달아오른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잊혀지는 게 너무 억울해서...... 너무 억울하잖니. 선배가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마치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쉬쉬들 하잖아."
   
    약간은 격앙된 말투, 붉어지는 눈동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꽉 쥐어진 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야. 없는 사람을 떠올려서 뭐하겠니."
    "넌 참 냉정하구나."
   
    그녀는 생소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의혹, 이해할 수 없음, 불신, 배반감 그 외에도 많은 의미의 단어들이 나열되었다.
   
    "너한테 그렇게 잘 대해준 사람인데도 그렇게 쉽게 잊혀지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선배가 네게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했는데 넌 그럴 수 있니? 네가 그러면 널 사랑했던 선배는...... 뭐가 되는 거니."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1년 전에 들었던 이야기의 되풀이에 불과할 뿐인 언어들.
   
    한 영. 복학준비를 하던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둔 여름 방학이었다. 군복 바지를 트레이드마크 삼아 입고 다니던, 나보다 2년 선배였던 그. 산을 좋아하고 산에 오르기를 밥 먹듯이 하던 그. 그는 후배들에게는 자상한 선배였고 교수님들에게도 인정받던 전도 유망한 학생이었다. 아주 잘 생긴 미남형의 얼굴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준수한 얼굴과 낮고 풍부한 성량의 목소리를 지녔던 선배. 풍부한 지식과 경험담,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며 반짝이던 눈동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가슴 졸였던 여학생도 많았다 한다.
    그런 그가 수줍게 나에게 프로포즈를 던졌을 때는 사실 놀랬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다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던 그가 얼굴을 붉히며 사귀어 줄 수 없냐고 묻던 때에 나는 단지 애매하게 웃어주며 아직 선배에 대해서 모른다고 대답해 줄 수 없었다. 그럼 자신에 대해서 알게 해주겠다며 지어 보이던 해맑은 웃음과 까무잡잡한 피부 사이로 보이던 치아가 묘하게 인상에 남았다는 것 정도의 사내. 그게 내가 그에게 가진 첫인상의 전부였다.
    그 후, 나는 그의 마음이 부담스러워 피했다. 그러나 그는 강요하지도 치근덕거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좋은 선배로서 혹은 인생 선배로서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대해주었다. 처음에는 그런 행동이 가식인 것처럼 느껴져 피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선배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했다는 건 아니다. 그와 어울려 다녔던 시간은 나름대로 재미있고 즐거웠다. 단지 가끔씩 나를 바라보는 말없는 눈빛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논문 준비로 한창 바쁜 시간에 억지로 끌려나가 축제를 즐겼던 일이라던가. (덕분에 논문 준비로 3일 밤을 꼬박 새워야 했었지만 말이다) 한 밤중에 바다가 보고 싶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어디선가 차를 끌고 와 무작정 바다로 데려가 주던 일. 2년이나 지난 지금에서 떠올려봐도 웃을 수 있는 추억도 많았다.
    그러나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날 사랑해줬으니 죽을 때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하는 게 의무란 말인가? 사랑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되묻고 싶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나에게 있어 그는 새로운 것을 알려주고 세상을 즐겁게 사는 방법을 알려준, 그러나 아쉽게도 일찍 떠나버린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뿐.
    어느새 경미의 말소리는 점점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잠깐 스쳐간 나의 과거처럼 조용히.
   
   
    구질구질하던 비도 그치고 전형적인 봄 날씨를 되찾은 오후였다. 논문 준비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치켜 올리며 모니터에 집중하던 나의 귀에 생소하지만 익숙한 리듬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무심결에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음, 이 노래는?
    가만히 귀 기울여보았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순간 뇌리에 충격처럼 다가오는 또 다른 목소리와 오버랩 되는 한 남자의 모습.
    섬강의 밤, 모닥불. 지긋이 눈을 감은 채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누구의 노래인지도 몰랐고 단지 그가 부르던 노래로만 기억되던 노래가 지금 FM 방송을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DJ의 멘트를 듣고서야 송창식이 부르는 노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자 잊고 있었던 말도 기억났다. 수줍게 웃으며 말하던.
   
    - 선운사에 가면 말이야.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지. 그 동백꽃이 질 때면 마치 피비(花雨)가 내리는 듯 해. 눈물 나도록 처절하게 아름다운 광경이었어. 그 후부터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지. 언젠가 나와 함께 선운사에 가보지 않을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주일 후 그는 작별 인사조차 없이 떠나버렸으니까.
    우연이라면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인과율의 법칙에서 우연이 작용하는 것은 몇 퍼센트에 불과할 정도로 미비할 터인데, 그가 가버린 지난 2년 동안보다 요 며칠 사이에 그를 떠올린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은 어째서일까.
    충동이라면 충동이었다. 주섬주섬 자동차 키와 핸드백을 메고 연구실을 나섰다. 갑자기 그가 가보자고 했던 선운사에 가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6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난생처음 오는 시골길이라 헤매기도 하였지만 물어 물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산자락 중간에 걸린 사찰의 모습은 산내음과 더불어 자연의 정취까지 물씬 풍겼다.
    선운교를 지나면 대웅전이 지척이라는 등산객의 말을 듣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도착한 선운사. 그때 나의 시야에 잡힌 것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대가람이 아니라 붉게 핀, 흐드러지리 만치 붉게 핀 동백 숲이었다. 사찰을 둘러싼 붉디붉은 꽃잎들. 오색 창연한 대웅전을 병풍처럼 두르고 감싸듯 자생하는 3천여 그루 동백꽃의 홍수.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말은 아마도 이런 데서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말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서둘렀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그가 부르던 노래가 지금 내 앞에 펼쳐진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때였다. 돌연한 광풍으로 인해 눈을 뜰 수 없었다. 마치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한 동백의 몸부림이었을까. 손안에 잡힌 새빨간 꽃잎이 내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까닭 모를 아픔과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메어왔다.
    꽃잎이 모두 져버릴까 저어하여 억지로 눈을 떴다. 바람이 눈을 때렸지만 그가 말했던 꽃이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눈을 떴다. 그리고 동시에 뺨을 어루만지는 듯한 손길을 느꼈다. 매운 바람을 이기려는 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려는 듯이 자애로운 손길.
   
    "영? 선배예요?"
   
    한 순간 그를 보았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를 향해 미소 짓던 모습을 보았다.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그의 모습은 환상인 것처럼 사라졌다.
    방금 본 광경을 믿을 수 없었던 나는 후원 한편에서 비질을 하던 스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여쭈었다. 미쳤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확인해보고 싶었다. 내가 본 모습이 진실로 그였는지를.
   
    "스님."
    "무슨 일이시온지요, 시주님."
   
    묵묵히 비질을 하던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두 손을 모아 합장했다.
   
    "죄송합니다만... 혹시 방금 전 바람이 불 때 기이한 광경을 보아서요. 혹시 스님도 보셨는지요?"
    "기이한 광경이라니요?"
    "그게…..."
   
    나는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묻겠는가? 나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노라고? 이미 그는 죽어 땅속에 묻힌 지 오래된 이라고? 이 동백 숲에 유령이 있다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문을 닫았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스님은 그런 나를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뭔가 알겠다는 듯이 답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냥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내버려두는 게 어떨는지요? 이해하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두어도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미소가 눈부셨다. 눈이 시리도록 부셨다.
    그래, 어쩌면 잘못 본 것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추억이 그림자 되어 잠시 나타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그를 사랑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 하지는 못했어도, 아니 내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는지 몰라도 그것은 사랑이었을지도 모른다.
   
    산을 내려오는 나의 발걸음은 평화로웠다. 마치 어깨에 짊어지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지금도 내 등뒤로 동백 숲은 화려하게 피어있을 것이다. 그가 좋아했던, 그리고 이제는 내가 좋아할 동백 숲.
    붉게 토해내는 수많은 사연을 담은 꽃송이들이 후드득- 떨어진다. 안타까이 떨어진다. 붉디붉은 동백 화우(花雨)가 내린다. 가슴을 씻어 내리는 추억이 되어 내리는 비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선운사에서(최영미,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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