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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대형 로봇 플랫폼 구축 사업

 


1.
세종동력기계의 김 박사는 창고 문을 열였다. 그러자 가운데에 세워 둔 커다란 시제품 로봇이 나타났다.

이 정도 모습의 로봇이라면 그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누구든 감격을 받을 거라고 김 박사는 생각했다. 은색의 빛나는 몸체로 된 로봇은 그 크기가 3층 건물에 가까웠다.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무겁고 힘이 세 보였다. 특히 작업을 위한 동력 모터와 유압 장치들이 커다란 팔에 집중 되어 있었다. 그래서 어깨와 팔이 유난히 굵어 보여서 거대한 곰 같은 느낌이었다.

“지각 조종 반응이 인공지능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조종실에 들어 가서 조종 장갑을 끼고 손을 움직이면 조종 반응을 인공지능이 감지해서 그대로 로봇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실감 나는 느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연결 반응 지수가 1.10까지 나옵니다. 저희 사업 시작할 때 목표가 0.9였던 걸 생각하면 굉장히 초과 달성한 거죠.”

김 박사는 자기가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그 내용에 흥겨웠다. 공공기관 연구개발 과제가 이렇게까지 잘 풀리는 경우는 없었는데, 이번 과제는 아직 기한이 두 달 정도가 남았는데도 목표했던 바를 이미 매끈하게 다 완수한 상태였다. 게다가 완성된 시제품은 그저 보기에도 멋져 보이는 커다란 로봇이었다. 이런 로봇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누구에게 보여 주든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것 처럼 자랑하기 좋을 것 같았다. 이런 제품은 광고하기도 좋고, 기사 거리가 되기 좋으니 홍보하기도 좋고, 기술에 대해 세밀히 알기 싫어하는 높으신 분들께 재미 있게 보여 주기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 날이 오는구나, 싶었다.

“SCR에 AI를 결합하니까 이렇게 스케일이 큰 애플리캐이션에서도 릴라이어빌리티가 확실히 나오는 건가요?”

김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개발청의 박 과장이 그렇게 물었다. SCR이나 릴라이어빌리티 같은 말을 할 때, 평소에 자기 주특기라고 생각하는 R소리를 강조해서 발음하는 말투는 여전했다.

“그렇습니다. CRI 1.1이면 솔직히 진짜 괜찮은 거죠.”

김 박사 옆에 있던 이 박사는 옆에서 그렇게 대답했다. 개발청의 박 과장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임을 따라할 수 있게 인공지능 성능을 개발한 것인지 뭘 물어볼까봐 여러가지 대답을 준비했는데, 박 과장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어서 김 박사는 창고 옆 탁자 위에 있는 컴퓨터 화면, 키보드와 조종 장갑을 보여 주었다.

“실제로 로봇 내부에 들어 가는 조종 장치는 이런 식입니다. 깔끔하죠. 보통 컴퓨터 조작하는 거랑 똑같아요. 지금도 로봇 내부에 이런 조종 장치가 그대로 들어 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로봇을 타고 다니면서도 이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박 과장은 조종 장치로 눈길을 돌렸다. 김 박사는 계속해서 설명했다.

“저희 로봇을 개발한 용도가 갑작스러운 재난이나 전쟁 상황에서 급하게 작업할 필요가 있을 때, 무거운 물건도 로봇 팔로 쉽게 들어 올리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자는 거였잖습니까?”

박 과장은 대답 없이 조종장치만 보고 있었다. 이 박사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가장 정밀한 중장비 작업도 그냥 손으로 물건 움직이듯이 로봇을 조종해서 자연스럽게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게 하자는 그런 거였죠.”
“그래서 이 조종 장치를 이용하면 바로 그렇게 조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길 한 가운데에 뒤집어진 탱크가 있다, 그러면 이 로봇을 타고 가서 어떤 작업을 할 것인지 클릭해서 정한 다음에 장갑을 끼고 손으로 움직이면 그 대로 로봇 손이 움직이죠. 그러면 로봇 손의 힘으로 탱크를 다시 원래 대로 뒤집어 놓을 수 있습니다. 집이 무너져 있는데 그 밑에 뭔가 중요한 게 깔려 있다, 이럴 때에도 무너진 집 벽을 로봇 손으로 가볍게 집어 올리면서 작업을 할 수 있고요. 편리하게 조종할 수 있죠. 정말 실용적이라서 이 정도면 바로 양산에 들어 가도 됩니다. 당장 1000대에서 10000대 사이는 팔릴 정도라고 봅니다.”

그런데 박 과장은 그때까지도 컴퓨터 화면과 키보드를 중요하게 살펴 보았다. 김 박사는 다시 한번 더 설명했다.

“그러니까, 키보드로 간단하게 메뉴를 고르거나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해서 어지간한 작업은 완전 자동 작업으로 다 할 수 있고요, 정밀하게 조종하려면 이 조종 장갑을 끼고 사람이 팔과 손을 움직이면 그 움직임 대로 로봇도 팔을 움직이지요.”

키보드를 보는 박 과장은 말이 없었다. 김 박사는 그 말 없음이 불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번만큼 사업이 쉽게 잘 풀린 적이 없는데, 뭐 대단한 큰 문제가 생기겠냐고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김 박사는 동료인 이 박사가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함이 가실까 싶어 이 박사를 바라 보았다. 그런데 이 박사의 얼굴에도 어두운 기색이 아주 조금이지만 퍼지고 있었다.

마침내 박 과장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로봇이 걸어 가면서 움직이는 방향도 다 이 컴퓨터 화면과 키보드로 조종한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하하, 역시 박 과장님. 따로 설명 안 드려도 바로 이해하시네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박사의 목소리는 밝았다. 하지만 밝아지려고 애쓰는 목소리라는 사실을 김 박사는 느낄 수 있었다. 박 과장이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너무 불편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런 탈 것을 조종한다고 하면 핸들하고 페달로 조종하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이것도 지상에서 움직이는 탈 것인데, 핸들로 운전이 안 된다면 너무 불편한데요.”

김 박사는 박 과장을 쳐다 보았다. 김 박사는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최대한 긍정적이고 밝은 느낌의 표정을 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는 바퀴로 움직이잖아요. 그리고 그 바퀴의 접선 방향으로 직선 운동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러니까 자동차는 바퀴가 배열된 방향을 운전대만 돌려서 방향을 조종한다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렇지만, 이 로봇은 두 다리로 걸어서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단순히 직선 운동의 원칙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거든요. 계속해서 무게 중심이 바뀌는 상황에서 다리의 움직임이 조절되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데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 관절 부위가 계속 다르게 동작해야 됩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조종하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모든 움직임은 컴퓨터의 인공지능에 의해 조종이 되고요, 그 컴퓨터를 보통 컴퓨터 사용하듯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하는 거니까, 이 로봇 조종은 컴퓨터 조종하듯이 하는 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정밀한 동작을 할 때는 조종 장갑을 끼고 직접 몸을 움직이면 되고요.”

이 박사가 옆에서 덧붙여 말했다.

“이거 진짜 보통 컴퓨터로 인터넷 하거나 게임 하는 것하고 똑같아요. 그냥 평범한 보통 컴퓨터 프로그램입니다.”

박 과장은 김 박사와 이 박사가 짓고 있는 것과 같은 밝은 표정을 따라 지었다. 김 박사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박 과장이 이야기했다.

“항상 모든 애플리캐이션은 유저의 유저빌리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아시죠?”

중요하긴 중요하겠지만 뭘 또 가장 중요하다고 할 건 뭔데? 라는 생각이 김 박사의 마음에 생겨 났다.

“네, 네. 유저빌리티가 제일 중요하긴하죠.”
“그런데, 지금 이 로봇은 유저에 포커싱한 유저빌리티가 아니에요. 완전히 개발자에만 포커싱한 유저빌리티지. 이런 로봇은 작동시키기가 너무 어려워서 쓸 수가 없다고요. 실제로 유저가 사용을 안 하면 수 천만원짜리 로봇이 10대, 100대가 있어도 무슨 소용인가요?”
“그런데, 그렇다고 여기에 자동차 운전대 같은 운전대를 달면 그것도 문제인게 ...”

김 박사가 말하려는 중에 이 박사가 잠깐 손짓했다. 그러더니 몰래 김 박사에게만 말했다.

“박사님, 그냥 하라는 대로 하죠.”
“뭐?”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라는 대로 하자고요. 괜히 그렇게 하면 무슨 부작용이 있다고 문제점 같은 걸 지적하면, 하라는 건 하라는 대로 하고 그 다음에 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일도 또 해야 한다고 더 이상한 거 하라고 할 지도 모르잖아요. 그랬을 때 그렇게 하면 더 이상하게 꼬인다고 말하면, 그건 그거대로 하고, 또다시 그 꼬인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더욱 더 이상한 걸 하나 더 하라고 할 거고.”

김 박사는 흘깃 박 과장의 표정을 쳐다 보았다. 둘만 속닥거리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박 과장이 기분 나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몰아쳤다. 김 박사가 박 과장에게 말했다.

“아, 과장님, 죄송합니다.”
“아까 하시려던 이야기가 뭐였죠?”
“아니오. 아무래도 로봇이 두 발로 걸어 가는 것이 자동차 운전대로 운전하는 자동차 하고 딱 맞아 떨어지는 움직임은 아니라서요. 지금처럼 그냥 컴퓨터를 바로 조작하는 게 막상 해 보면 오히려 더 편할 것 같은데요.”
“네?”

김 박사는 박 과장이 “네?”라고 발음할 때의 음성의 높이가 약간 묘하다고 느꼈다. 혹시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공포감이 느껴졌다. 비슷한 공포감을 같이 느꼈는지 이 박사가 끼어들었다.

“하하하, 개발자들이 항상 이렇죠. 뭐든 고쳐달라고 하면 일단 안 된다고 말하고. 그런 게 우리 같은 개발자들이죠.”

박 과장은 같이 웃었다. 다소 길게 이어진 웃음을 마치고 박 과장이 김 박사에게 말했다.

“김 박사님, 김 박사님도 하이 레벨로 가실 수록 단순히 개발자 마인드에만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마인드가 있어야 돼요. 김 박사님도 프로페셔널이니까 지금 제가 지적하는 포인트를 기분 나쁘게 듣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솔직하게 말할께요. 사실 지금 김 박사님이 만드신 시제품은 유저빌리티가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아무도 못 쓰는 고철덩어리를 만든 것이나 다름 없어요. 개발자 마인드에서는 가치가 아주 높은 결과물이겠지만, 엔터프라이즈 마인드로는 가치가 0이라고요, 0.”
“하하, 그렇긴 하죠.”

박 과장은 뭔가 멋있는 말을 잠시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이윽고 이렇게 말했다.

“김 박사님은 이게 보통 컴퓨터 프로그램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쉽고 조종하기 편하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 로봇은 UI는 좋을 지 모르겠지만, UX는 굉장히 떨어진다고요.”

박 과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김 박사와 이 박사는 본능적으로 감탄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박사가 대답했다.

“아하, 저희가 UX를 좋게 만들어야 된다는 쪽으로는 미처 생각을 하지를 못했네요.”

박 과장이 말했다. 이제 박 과장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실려 있었다.

“어려운 걸 부탁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누구나 다 아는 핸들처럼 왼쪽으로 돌리면 좌회전하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우회전하게 만들면 되잖아요. 초등학생도 알 수 있도록.”

김 박사는 초등학생이 자동차 운전은 할 수 있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제가 대형 로봇, 인공지능 자세 제어 이런 것은 잘 모르겠죠. 여기 계신 전문가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반인의 시각에서 딱 봤을 때 이건 정말 아니거든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너무 딱 봤을 때도 아니에요.”
“정말 그렇게 하면 훨씬 낫겠네요. 잘 알겠습니다. 과장님.”

그렇게 첫 번째 예비 평가가 끝났다.

김 박사와 이 박사는 당장 일정 관리 프로그램을 켜고 과연 다른 모든 사업을 하는 와중에 이 로봇에 새 조종 장치를 다는 것이 가능한지부터 한참 따져 봐야 했다.

“일단 자동차 핸들을 가져 오는 것부터가 큰 일인데요.”
“보통 자동차 핸들을 그냥 사서 쓰면 그거 분석해서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부터가 일단 골치 아플 것 같고.”

김 박사의 고민스러운 표정을 보고 이 박사가 말했다.

“자동차 경주 게임용으로 쓰는 게임용 자동차 운전대 조종기를 사서 연결하면 어떨까요?”
“괜찮을까? 진짜 자동차 핸들이 아니라고 개발청 사람들이 또 뭐라고 하면 어떡해?”
“그냥 조종 장치의 겉 모양일 뿐이잖아요. 그런 게 문제가 될까요?”
“이 박사가 한번 생각해봐. 개발청 사람들이 조종용 핸들이 진짜 자동차 핸들이다, 아니다 같은 문제를 문제로 삼을 사람들일 것 같아, 아닌 것 같아?”
“문제로 삼을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두 사람은 밤 새, 세계 각지의 이 회사 저 회사에 연락해 보았다. 결국 실제 자동차 운전대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컴퓨터 게임용 조종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제품을 사다가 연결하기로 했다. 그리고 플라스틱 모형 제작하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그 겉모습을 진짜 자동차 운전대와 똑같이 개조해 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격무의 시작은 그 다음날부터였다. 게임용 조종기를 왼쪽으로 돌릴 때 마다, 3200킬로그램 짜리 로봇이 두 다리를 기민하게 움직여서 조금씩 왼쪽으로 보는 방향을 돌리게 해야 했다.

“사람이 좌향좌 할 때 어떻게 하지? 군대에서는 좌향좌할 때 발을 어떻게 움직이면 사람이 서서 보는 방향이 왼쪽으로 바뀐다고 가르치는 거지? 이 박사는 군대에서 제식 배웠을 거 아냐.”
“재식은 소설이나 과학책 쓰는 작가 이름 아닌가요?”
“갑자기 이상한 언어유희하지 말고. 하기야, 그런 방식으로는 안 되겠다. 그러면 방향을 90도로 밖에 못 돌리잖아. 분명히, 5도, 10도씩 조금씩 회전하고 싶기도 할텐데.”

두 사람은 여러가지 방법을 시험해 보았다. 나중에는 실제 사람 몸에 센서를 붙이고 사람이 왼쪽으로 조금씩 몸을 돌릴 때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측정해서 그 움직임대로 로봇이 움직이게 해 보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이 조금 방향을 틀 때 하는 움직임은 워낙에 미묘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거대한 로봇이 그대로 따라하게 하려니 중간에 휘청거리면서 로봇이 쓰러질 것 같을 때가 많았다. 게다가 가만히 서서 로봇이 방향을 바꿀 때와 걸어 가는 동안 방향을 바꿀 때가 발의 움직임이 무척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도 골칫거리였다.

또한 바닥이 매끈한 아스팔트 바닥인지, 진창인지에 따라서도 로봇 발의 각도를 정확히 운전대를 돌린 만큼 움직이는 것이 달라졌다. 그러니 제대로 쓸 수 있는 조종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산비탈 같은 곳에 로봇이 서 있다거나, 한쪽 다리는 조금 높은 곳에 올리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에서까지 정확히 운전대를 돌린 만큼 로봇의 자세를 회전시킨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게 변했다.

22일 간의 과로와 무리와 야근과 철야와 가정 문제와 심리적인 쇠약 끝에, 마침내 개발팀은 운전대를 움직이는데 따라서 왼쪽으로 돌리면 좌회전하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우회전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로 박 과장이 찾아 왔을 때에도 김 박사는 로봇을 공개하는 순간만큼은 어쩐지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22일 밤낮 동안, 저 거대한 강철 덩어리도 어쩐지 같이 고생했다는 느낌이 잠깐 지나갔다.

“이번에는 직접 타고 조종해 보시겠습니까?”

이 박사가 말했다. 박 과장은 대단히 즐거워하는 얼굴로 그 제안을 승낙했다.

박 과장을 태운 로봇은 작동을 시작하자 천천히 앞으로 걸어 갔다. 박 과장은 창고 왼쪽에 있는 냉장고를 한번 로봇 팔로 들어 보겠다고 했다.

“왼쪽으로 걸어 가시려면, 화면에 보이시는 가고 싶은 곳을 그냥 클릭만 하시면 돼요. 나머지는 인공지능으로 자동 조정되거든요.”

김 박사는 박 과장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나, 박 과장은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에 한 번 클릭한다는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로봇 조종판 중앙에 달린 운전대를 유심히 바라 보았다. 그리고 박 과장은 그 운전대에 손을 얹고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박 과장이 생각한 대로 로봇은 움직이지 않았다. 박 과장은 운전대를 이리저리 더 돌렸는데, 그럴 수록 더욱 박 과장의 생각과는 다른 모양으로 로봇은 움직였다. 마침내 로봇은 휘청거리다가 넘어질 뻔 했다. 다행히 로봇의 자세 제어 인공지능이 완벽히 작동하여 실제로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이게, 자동차 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요.”

박 과장은 로봇에서 내려 오면서 그렇게 말했다. 김 박사와 이 박사는 둘 다 잠시 고개를 숙인 채로 “거 봐라 내가 뭐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박 과장을 보니 왜인지 뭔가 즐겁고 명랑하다는 듯한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 과장이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거 조종이 재밌기는 한데, 조종 방식이 전혀 직관적인 느낌이 아닌데요. 왼쪽으로 돌리면 좌회전, 오른쪽으로 돌리면 우회전이라는 그 너무나 직관적인 그 느낌대로 안 움직인다고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되는 건데. 자동차를 운전하던 그 직관에 반한다고요.”

김 박사가 대답했다.

“이 로봇은 자동차가 움직이는 방식과는 아주 다르게 움직이니까 다르기는 다를 수 밖에 없… 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과장님.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면 좌회전, 오른쪽으로 돌리면 우회전이라고 하셨는데, 그… 저… 개인적으로… 제가 생각하기에… 사실 자동차가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도 조금 들기도 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박 과장은 “아니긴 뭐가 아니야”라고 말하려고 했다. 김 박사는 말하기도 전에 그걸 느꼈는지 이어서 말했다.

“자동차가 그냥 가만히 서 있다고 생각해 보면, 그 상태에서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렸다고 자동차가 왼쪽으로 그만큼 바로 회전하면서 돌지는 않습니다.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면 바퀴의 방향만 왼쪽으로 돌죠. 그리고 그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서 자동차가 앞으로 나가야지 그 때 그에 맞춰서 앞으로 차가 나가면서 커브를 틀어서 자동차가 보는 방향이 회전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로봇은 바퀴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러면 당연히 거기에 맞춰서 사용자 직관대로 잘 움직이게 해야죠. 자동차 운전하는 직관적인 느낌으로 로봇이 움직이게 조정을 해 놓았어야죠. 그게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아닙니까?”
“그런데, 이게 자동차하고는 다른 체계다 보니까.”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어야죠. 제발 개발자 입장이 아니라 유저 입작에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생각해 보세요. 그거 아시잖아요. 스티브 잡스가 그 뭐냐 그거 인터페이스 개발할 때 …”

김 박사는 “스티브 잡스”라는 말이 나오자, 그 다음부터는 듣지 않고 속으로 오늘은 어찌됐든 간에 에라 모르겠다 그냥 다 때려 치우고 집에 가서 영화나 보면서 쉬어야지, 무슨 영화를 보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대신 하기 시작했다.

박 과장의 스티브 잡스 이야기가 끝나자, 김 박사는 대단히 괴롭고 미안한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조종 체계를 개선하면 좋을까요?”
“잘.”

김 박사와 이 박사는 “으하하하”하고 신나는 웃음을 보여 주었다. 1990년대 첫 출현 당시에도 한국 인구의 대단히 적은 계층에서만 진정한 호응을 이끌어냈던 이런 방식의 말 장난을 세기가 바뀐 지도 한참 지난 지금 이 시대에도 일상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농담이라고 하는 사람이 실존하다니, 참 신기하구나 하는 감탄의 의미도 그 웃음 속에는 제법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도 99%는 완벽해요. 기계 성능하고 인공지능은 기대 보다도 월등한 것 같고. 사실상 거의 알맹이는 다 되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게, 쓰기가 너무 직관적이지가 않고 불편해요. 초등학생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인터페이스만 좀 고쳐 보세요. 자동차 운전하는 직관적인 느낌으로.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자동차가 무슨 엊그제 나온 최첨단 기계 장치가 아니잖아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말 긴 시간 동안 직관적으로 쓰던 건데. 그거 조종하는 방식대로 직관적으로 조종하게 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잖아요.”

박 과장은 약 11분 후 그곳을 떠났다.

이 박사는 급격히 얼굴에 절망한 빛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나, 이 회사에 입사한 것이 잘못이었나, 등등의 문제로 번민을 시작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박사가 그렇게 감정적으로 엎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김 박사는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서 영화나 볼 수는 없었다.

“같이 이것저것 고민하면서 방법 찾아 보자고. 무슨 수는 있겠지.”
“수가 있기는 무슨 수가 있어요. 이게 자동차가 아닌데, 어떻게 자동차 운전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움직이게 할 수가 있는데요.”

두 사람은 다음 날까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런저런 부질 없는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해결책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다만 어떤 방법을 적용하면 혹시 자동차 운전대를 움직이는 감각 그대로 거대한 로봇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작은 희망이 소화불량에 걸린 허깨비 같은 느낌으로 잠깐씩 왔다 갔다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조금만 더 어떻게 해 보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계속 이리저리 자료를 뒤지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시간이 길게 지나가면서, 처음 느끼던 허무함과 절망은 점차 기괴한 쾌감 비슷한 느낌으로 변해가는 것 같기까지 했다. 아무 쓸모도 없고 사업의 목표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일이지만 대단히 긴박한 감각으로 온통 힘을 기울여 이렇게까지나 애쓰고 있다니. 로봇을 조종하는 장치의 배선도를 들여 다 보는 것이 짜증이 나서 거들떠 보기도 싫으면서도, 이게 안 되면 회사가 망한다는 절박함과 두려움으로 그 자료들의 무더기를 마음 속에 가득 담으며 허겁지겁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즉, 두 사람은 무엇인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마음껏 하게 된다는 듯한 정신의 혼란을 느낄 수 있었다. 김 박사는 이것이 어떤 일탈적이고 비도덕적인 흥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자동차와 이렇게 거대한 로봇은 움직이는 방식은 전혀 다르잖아.”
“하나도 안 비슷하죠.”
“굳이 비슷한 점을 찾자면 지상에서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 정도.”
“그게 공통점이긴하죠.”
“그러니까 자동차가 움직인 모습을 지도 위에 선으로 표시하고, 로봇이 걸어간 길을 지도 위에 선으로 표시해 놓으면, 그 선은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
“그렇긴 하죠.”
“그러면 이렇게 하자고.”
“어떻게요?”

김 박사의 얼굴에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주변의 지형지물을 감지하고 주변의 지도 정보도 다운로드해 오는 거야. 그렇게 하면, 주변의 모습을 그대로 컴퓨터 속에 기억시킬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컴퓨터 속에 기억된 지형지물 속에 가상으로 자동차 한 대를 정확히 이 로봇이 있는 자리에 대신 놓는거야.”
“그러니까 로봇이 지금 서 있는 장면에서 보이는 풍경을 레이싱 게임에서 자동차로 경주할 수 있는 무대로 자동으로 변환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죠?”
“그렇지. 그렇게 해서, 박 과장이, 아니 조종사가 로봇에 장치된 운전대를 움직이면 사실은 로봇이 바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컴퓨터 속에서만 가상으로 작동되는 레이싱 게임의 자동차가 움직이는 거야. 자동차를 원래 움직이는 그 방식 그대로.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에는 로봇이 아니라 자동차가 있는 거니까, 그 가상의 자동차가 자동차 운전대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잖아. 그냥 레이싱 게임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그 결과로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에서 자동차가 움직여서 방향과 위치가 바뀌면, 그것을 다시 인식해서 그 인식된 방향과 위치로 실제로 현실 세계의 로봇이 그대로 걸어 가도록 인공지능이 로봇을 조종하도록 하면 되는 거지.”
“이거, 될 것 같네요!”

두 사람은 흥분감으로 기뻐했다. 서로를 보며 웃으면서도 이런 식의 공허하면서도 강렬한 기쁨이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개발 과정에서 실시간 외부 환경 인식이 가능한 레이싱 게임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데, 그게 남은 시간 안에 가능한가?

마침내 시제품 발표회 이틀 전날이 되었다. 공식 시제품 발표회를 앞두고 개발청에서는 최종 점검 평가를 한다고 했다.

즉, 박 과장이 다시 찾아 왔다는 뜻이다.

“이번에도 직접 조종해 보시겠습니까?”

여전히 고개를 올려 다 보아야 하는 거대한 덩치의 로봇이 빛나는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 만큼은 보기 즐거웠다. 슬픈 음악에 사용하기 좋은 단조 음계를 이용해서 신나는 노래를 연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자동차 조종하는 느낌 그대로 조종되네요. 처음부터 이랬으면 딱 퍼스트 임프레션이 좋아서 굉장히 쇼킹하게 하이 퀄리티로 레이팅 될 수 있었을텐데.”

박 과장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운전대만으로도 충분히 조종이 잘 되는 것 같으니까, 여기 컴퓨터 화면하고 키보드, 마우스 같은 거추장스럽고 어렵고 복잡해 보이는 것들은 그냥 떼버리죠. 미니멀리즘 감각이 아무래도 대중에게는 어필하니까요.”

김 박사는 버드나무 흔들리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박사가 대답했다.

“그래도 기본 조종 체계가 컴퓨터를 이용하는 거니까, 컴퓨터를 완전히 없애 버리는 건 좀 그렇습니다.”
“아니에요. 과감하게 딜리트하고 심플하게 가는 게 이노배이션이죠. 일론 머스크가 그때 …”

김 박사와 이 박사는 일론 머스크라는 말이 나온 다음부터는 그 문장이 끝날 때까지 머릿 속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다 끝난 후에 이 박사가 다시 말했다.

“과장님, 보기에는 그런데요. 이건 로봇이지 자동차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한데요. 물론 과장님 말씀이 딱 마음에 와닿기는 한데, 그래도 한 가지 걱정되는게… 이 로봇은 그냥 앞뒤 왼쪽 오른쪽으로만 움직이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리거든요. 예를 들어서, 작업을 하다 보면 몸을 좀 높여야 되고 몸을 좀 낮춰야 될 때도 있습니다. 3차원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건 자동차에 전혀 없는 움직임입니다. 다른 세부 동작의 종류도 많습니다. 그런 동작들을 조종하려면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김 박사가 이 박사에게만 들리도록 빠르게 물었다.

“이 박사,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안 돼? 괜히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면, 시키는 일은 시킨 대로 하고 거기에 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 준답시고 더 이상한 걸 하라고 하면 어떡해. 그러면 고생은 고생대로 더 하고 제품은 더 이상해지잖아.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키는대로 하자. 괜히 문제점 이야기하다가 이것저것 다 한다고 죽도 밥도 안 되고 엄청 이상하게 일이 꼬이면…”

이 박사가 거기에 대해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박 과장이 말했다.

“그러면 이렇게 하면 되죠. 컴퓨터 키보드랑 마우스는 미니멀하게 떼어버리고요. 대신에 운전대를 꾹 누르거나 잡아 당기면 그에 따라서 3차원적으로 로봇이 움직이도록 바꾸죠.”
“어떠… 어떻게? 어떻게요?”
“구체적인 디자인을 잡는 거는 업체 쪽에서 해 주셔야 하는 일 아니에요? 저희 청은 사실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건지 간접적인 관리 감독만 하는 건데, 저한테 디자인 디테일을 달라고 하시면 알앤알이 좀 잘못된 거죠. 이제 바로 내일 모래가 발표일인데.”

김 박사와 이 박사의 눈에는 갑작스러운 공손함이 가득차 있었다. 그 진심어린 표정을 보자 박 과장은 무엇인가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박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간도 너무 없고 하니까, 어쩔 수 없죠. 그냥 쉽게 갑시다. 할 수 없죠.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할 필요도 없는 거니까. 이렇게 하죠. 그냥 심플하게 운전대를 앞쪽으로 꾹 누르면 로봇이 아래쪽으로 내려고 운전대를 몸쪽으로 잡아 당기면 로봇이 위쪽으로 올라오게. 간단하잖아요. 이렇게 하면 유저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3D 모션을 조종할 수 있는 거죠.”

두 사람이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47시간 26분 정도였다. 일 하기에 넉넉한 시간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한 숨을 쉬기에는 아무리 큰 한 숨을 쉰다고 해도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
SPM에서는 시제품 로봇을 보여 주었다. 기관에서 나온 최 과장은 그것을 살펴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컴퓨터 키보드랑 마우스로 조종해야 한다는 게 너무 불편한 것 같은데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런 탈 것을 조종한다고 하면 핸들하고 페달로 조종하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이것도 지상에서 움직이는 탈 것인데, 핸들로 조종이 안 된다면 너무 불편한데요. 자동차 운전대 같은 것으로 조종하게 하면 훨씬 유저 프렌들리 할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듣자 SPM의 조 박사는 감동 받은 표정이 되었다. 감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조 박사는 손뼉을 치면서 감탄했다.

“아, 과장님! 이야! 하하. 와. 정말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역시 유저 뷰포인트에서 보니까 전혀 다른 프랙티칼한 아이디어가 딱 나오네요. 와아! 저는 일하면서 그냥 작업하는 로봇만 계속 보다보니까 이게 로봇이라는 고정관념에 쩔어서 개발자 마인드에만 딱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이야, 자동차 운전대라니! 진짜 정말 액셀런트 아이디어 입니다. 이거, 내친 김에 정말 양산 모델에도 자동차 운전대가 적용될 것 같으면 이 아이디어는 과장님 이름으로 아예 특허도 내도록 해드리면 어떨까요? 하하.”

최 과장은 같이 웃었다.

“아이고, 그게 무슨 대단한 아이디어라고요. 하하하.”

얼마 후, 작업이 어려워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조 박사는 시제품 발표 하루 전에 개선 작업을 마쳤다고 이야기해 왔다. 최 과장은 곧 개량이 된 로봇을 보러 왔다. 과연 로봇 조종 장치 중앙에는 커다란 자동차 운전대가 같이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 자동차 운전대를 어떻게 사용하는 거죠? 뭐, 어차피 크게 중요한 건 아니라 그냥 간단히 추가한거니까, 여차 하면 이건 그냥 떼고 내일 시제품 발표회를 해도 상관은 없을 것 같긴 한데요.”
“아, 그거요.”

조 박사는 환한 얼굴로 이렇게 설명했다.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면 컴퓨터 화면에 보이는 마우스 커서가 왼쪽으로 움직이고,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마우스 커서가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 2020년, 반포에서
 

댓글 2
  • No Profile
    찰리 20.09.15 14:44 댓글

    과장들이 잘 하면 세상이 좀 좋아지려나요? 그나저나 "재식은 소설이나 과학책 쓰는 작가 이름"이군요 ㅋㅋ

  • 찰리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20.09.16 12:36 댓글

    재식, 곽재식에 관한 내용은 가끔 글 속에 집어 넣는 보는 농담거리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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