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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집을 짓다가

2020.07.01 00:0007.01

집을 짓다가

아이

 

그를 처음 본 건 수살우체국 집배원이 되고 나서 무려 다섯 달이나 지난 뒤였다.

사수 윤명회도 일주일 동안 시외 7구 배달 구역을 알려주면서, 하황리에 있는 최고봉로6안길 110-3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기가 보기에는 빈집처럼 보이잖아요. 집도 너무 낡았고, 마당에 쓰레기도 너무 많고, 잡초도 수북하고요. 그런데 빈집은 아니에요. 박문원씨라고 사람이 살아요. 대신 만나기가 좀 힘들어요. 형님도 아마 박문원씨 보기 힘드실 거예요. 집에 거의 안 계시더라고요. 직업이 뭔지는 제가 잘 모르겠는데요, 농사는 안 짓는 게 확실해요. 아무튼 빈집은 아니니까요, 이 집으로 우편물 오는 거 있으면 저기 마당 오른쪽에 우체통 있거든요. 저기에 넣으시면 돼요. 그리고 오늘은 강아지가 안 보이네요. 이 집 강아지도 집배원 오면 엄청 짖어요.”

윤명회와 일주일 동안 시외 7구를 함께 다닐 때도 최고봉로6안길 110-3에 사는 그를 한 번도 못 봤다. 가끔 갈색 치와와만 달려와서 맹렬하게 짖어댈 뿐이었다.

일주일 동안 등기우편물이나 택배가 온 적도 없어서 일반우편물만 우체통에 넣고 서둘러 그 집을 나왔다.

견습 기간이 끝나고 나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의 집으로는 꾸준히 우편물이 왔다.

시골은 방충망 회사나 새시 회사, 농기계 회사에서 자주 전단지를 돌린다. 도시라면 신문에 끼워서 돌리거나, 아니면 전단지를 전문적으로 배달해 주는 업체에 의뢰할 테지만, 시골은 신문 보는 집도 몇 안 되고 가구 수도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배달 대행업체에 의뢰할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전단지를 규격봉투에 넣어서 우체국으로 보낸다. 집배원 보고 배달해 달라는 뜻이었다.

이런 전단지는 마을에 있는 모든 집으로 오기 때문에 빈집이 아니라면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어느 집이든 방문한다. 게다가 그의 앞으로는 전단지 말고도 지역 축제 사무국이나 각종 카드 회사, 여행정보 업체에서 보내는 우편물이 많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꾸준히 방문했다. 하지만 등기우편물이나 택배는 오지 않았다.

최고봉로6안길 110-3은 최고봉로6안길 105에 들렀다가 방문한다. 110-3은 집이 비탈길에 있어서 오토바이를 세우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105와 110-3 중간 지점에 오토바이를 세운 뒤 두 집을 동시에 배달한다.

110-3 바로 아래에도 집이 한 채 있는데, 주소는 110-5다. 하지만 그 집은 정말로 빈집이다. 할아버지 혼자 살다가 몇 년 전에 죽는 바람에 지금은 아무도 안 산다.

110-5는 몇 년째 사람 손이 안 탄 탓에, 마당이며 집 주위로 잡초가 사람 키보다 높게 자랐다. 그래서 멀리서 봐도 빈집이라는 걸 알 수 있다.

110-3 역시 마찬가지였다. 집 주위나 마당에 잡초가 무성했다. 사람 다니는 길만 잡초가 없었고, 그 길만 벗어나면 110-5와 상황은 비슷했다. 게다가 집에 사람은 늘 없었고, 마당이나 평상 위에는 다 찌그러진 냄비나 그릇들이 나뒹굴었고, 밖에 있는 화장실은 문이 고장 나서 닫히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지은 지 수십 년은 된 듯한 흙집은 바람에 깎이고 때가 타서 볼품조차 없었다. 빈집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런데다가 갈색 치와와 한 마리는 묶여 있지도 않아서 내가 갈 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짖어댔다. 크기가 작아서 그런가 달려들 듯 위협적으로 짖지는 않고, 꼭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끈질기게 짖는다. 어쩔 때는 그게 더 약이 올라 홧김에 발로 걷어차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진짜로 확 걷어찰까 하다가, 보아 하니 그가 이 집에서 유일하게 아끼는 녀석이 저 녀석 같아서 정말로 발로 걷어차지는 않았다.

아무튼 매번 사람도 없고 빈집 같고 끈질기게 2m 뒤에서 짖어대는 갈색 치와와 때문에 최고봉로6안길 110-3은 별로 가고 싶지 않은 집이었다.

아니, 어떻게 다섯 달 동안 얼굴 한 번 못 보지!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일반우편물은 그렇게 많이 오면서 어떻게 된 게 등기우편물이나 택배 한 번 안 오냐! 이러기도 참 쉽지 않아!

언제부턴가는 최고봉로6안길 110-3에 갈 때마다 그렇게 투덜대기까지 했다.

그날도 최고봉로6안길 110-3으로 온 우편물을 우체통에 넣고 나서 최고봉로6길 66 GW 펜션 주인 이진숙씨한테 온 우편물을 배달한 뒤 최고봉로4길 18 하황경로당으로 가던 중이었다.

최고봉로4길은 좁은 마을길이라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면 딱 맞다. 그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마주 오는 흰색 카니발 승용차가 경적을 울렸다. 길이 좁으니까 서로 마주칠 때 오토바이 운전에 신경을 써달라는 뜻인 줄 알고 일부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막 지나가려는데 흰색 카니발 승용차가 멈춰서더니, 차 안에서 누가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이 동네 주민인가 싶어서 나도 오토바이를 세우고 운전석 쪽을 쳐다보았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남자였다. 40대 후반 아니면 50대 초반에 상당히 마른 체형이었다. 이곳 상황리나 하황리에 사는 사람은 아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수살면에 사는 사람은 맞는 듯 보였다. 적어도 타지 사람은 아니었다. 차 조수석에 며칠 전 수살면 일대에 배달한 농기구 전단지 우편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집에 우편물 온 거 없어요?”

다짜고짜 그렇게 묻는 남자는 앞니가 네 개나 빠진 상태였다. 그 바람에 입을 열기 전의 인상과 입을 연 뒤의 인상이 백팔십 도 달랐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편하게 농담이라도 건네고 싶은 상대로 변했다.

“그러고 보니까 처음 보는 우체부 아저씨네요. 저번에 보던 아저씨가 아니네요. 나 저기 위에 사는 박문원이에요. 저기가 주소가 어떻게 되더라.”

“아, 최고봉로6안길 110-3에 사시는 박문원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사수 윤명회는 그가 앞니 네 개가 빠졌다는 말은 안 했는데, 그렇다면 윤명회가 시외 7구 배달했을 당시에는 그의 앞니가 안 빠졌을 수도 있다. 오륙 개월 만에 앞니 네 개가 빠질 수도 있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인사를 했다.

내 인사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름만 말했을 뿐인데 주소가 바로 튀어나와서 놀란 눈치였다.

“역시 우체부 아저씨라 다르시네요. 그나저나 저한테 온 우편물은 없어요?”

그가 다시 한번 물었다.

“우편물 하나 온 거 있었어요. 그런데 이미 박문원님네는 들렀다 오는 길이라서요, 우체통에 넣어놨습니니다. 그런데 어디 다녀오시나 봐요? 뒷좌석에 짐이 많네요.”

내 말에 그가 괜히 뒷좌석을 한번 돌아보았다.

“아, 저거요? 저거 다 공구들이에요. 못도 있고 망치도 있고 톱도 있고 줄자도 있고, 뭐 그런 것들이에요. 집 좀 조그맣게 지어보려고요. 조립식 패널은 내일 차로 싣고 올 거고요.”

그는 앞니가 네 개 빠진 상태라 말할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집을 짓는다기에 내일 집 짓는 공사 현장에라도 간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최고봉로6안길 110-3에다가 집을 짓는다는 말이었다.

“거기에다 집을 짓다니요? 그럼 지금 있는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말씀이세요?”

나는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서 되물었다. 혼자서 못과 망치로 집을 부수고 새로 지을 수가 있는 건가 싶어서였다.

“아니요, 지금 있는 집은 그대로 두고요, 집 마당 안쪽으로 들어가면 제가 예전에 네다섯 평 정도 되는 크기로 땅을 평평하게 만들어놓은 곳이 있어요. 거기까지 안 가보셨구나. 하긴 우체통이 마당 앞쪽에 있으니까 일부러 거기까지 들어갈 일이 없으시죠. 아무튼 거기에다 지으려고요. 조립식 패널로 작게 지으면 혼자서도 금방 지어요. 그냥 정사각형으로 방만 만들 거라서요. 그러니까 두어 달이면 다 지을 거예요. 지금 있는 집이 너무 낡아서 여름엔 덮고 겨울엔 춥고 그래요. 그래서 그냥 더워지기 전에 지으려고요. 그것 때문에 미리 시청에 가서 집 짓겠다고 허가도 다 받아놓고 그랬어요. 그런데 저희 집에 오실 때 저희 개가 막 짖고 그러지 않던가요? 그 놈이 사람만 보면 얼마나 짖어대고 그러는지, 그래도 그 놈이 그게 몸집이 작아서 겁도 많고 그래요. 짖기만 하지 무서워서 달려들지도 못해요. 그러니까 짖어도 그냥 무시해버리세요. 그러시면 돼요.”

그렇게 수살우체국 집배원이 된 지 다섯 달이 지나고서야 보게 된 그는 이후로 최고봉로6안길 110-3에 갈 때마다 만났다. 일주일에 세 번 가면 세 번 다 만났다.

그는 정말로 혼자서 집을 짓고 있었다. 앞니 빠진 부분에 담배를 끼워물고 귀에다는 연필을 꽂았다. 주머니에는 줄자를 넣고 허리에는 톱을 찼다. 그리고 망치를 빙글빙글 돌려가며 나무에 못질을 하고 조립식 패널로 구조를 만들었다.

그가 집을 짓는 동안 갈색 치와와는 근처에 쪼그리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톱질하다 떨어진 나무 조각을 마치 뼈다귀라도 되는 냥 이빨로 열심히 깨물었다.

녀석은 주인이 하루 종일 집에 있어서 차분해진 것 같았다. 우편물 온 게 있어서 방문해도 이제는 2m 뒤에서 끈질기게 짖거나 하지 않았다. 짖기는커녕 사람이 왔는데도 안 쳐다보고 나무 조각 깨무는 데 열중이었다.

사실 처음에 그를 하황경로당 가는 길에서 만났을 때는 이가 몇 개 빠진 것도 그렇고 흙먼지 잔뜩 뒤집어쓴 흰색 카니발 승용차도 그렇고, 게다가 대뜸 자기 집에 우편물 온 거 없냐고 묻는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집이 최고봉로6안길 110-3이라고 해서 확실히 경계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편물 배달 때문에 시골 돌아다니다 보면 남자 혼자 사는 집들이 더러 있다. 그런 집들 특징이 마당에 빈 소주병이 많다는 거다. 어떤 집은 그나마 빈 소주병을 가지런히 정리라도 해두지만, 대부분의 집은 그렇지 않다. 방에서 마당으로 휙 던지기라도 하는지, 마당 여기 저기에 빈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물론 깨진 것도 많고.

당연히 그런 집들은 청결 상태도 매우 불량하다. 대문부터 벌써 고장이 났고,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씻지 않았을 것 같은 개가 1m도 안 되는 목줄에 묶인 채 겁에 질려 사람을 경계하고, 마당에 있는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산처럼 쌓여 있고, 집 벽과 유리는 시커멓게 때가 탔다. 그런데도 아무튼 사람이 산다. 물론 백이면 백 남자 혼자 산다.

그를 처음 봤을 때도 남자 혼자 사는 집이 떠올랐다. 술집에서 술 마시다 옆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싸움이라도 하는 바람에 앞니가 몽땅 빠진 줄 알았다. 차는 흙투성이라 돈 떨어지면 공사판에라도 나가는 줄 알았다. 대뜸 우편물 온 거 없냐고 묻기에 지나가는 집배원을 다짜고짜 불러세우는 무례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집이 최고봉로6안길 110-3이라고 하니 더 더욱 좋은 인상이 아니었다.

저렇게 열심히 집을 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냥 못 박는 시늉이나 하다가 일주일이 가고, 또 못 박는 시늉이나 하다가 일주일이 가고, 그러다 말 줄 알았다. 저 정도로 열심히 집짓기에 매달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아니, 그런 사람이 왜 집 주변 잡초는 생전 뽑지도 않고 방치해서 빈집처럼 보이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그는 술도 마시지 않는 것 같았다. 마당에 그 흔한 소주병도 안 보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가 매우 술을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공사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 정도 되었을까, 일반우편물 온 게 있어서 최고봉로6안길 110-3에 들렀다가 마당 안쪽 공사 현장을 기웃거리는데, 그의 모습이 안 보였다. 갈색 치와와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이제야 몸이 근질근질하나 보네. 하긴, 한 달이면 오래 버티기도 했지. 어디 가서 분명 술 퍼마시고 있을 게 뻔해. 하여간 시골에서 혼자 사는 남자들은 이게 문제야. 도무지 끈기가 없어. 조금만 힘들면 술로 해결을 하려 든단 말이야. 그런데 왜 강아지까지 안 보이는 거야!

그러면서 집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보다 다른 우편물 배달 때문에 서둘러 나오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우편물 온 거 있나 봐요! 깜빡 잠이 들어서 오토바이 소리를 못 들었어요.”

앞니가 빠져서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검정색 해먹을 연결해서 누워 있었다. 배에는 양장본으로 된 꽤 두꺼운 영어 원서가 놓여 있었고. 갈색 치와와도 해먹 아래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고.

저 녀석은 주인이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나한테 짖지를 않았다. 주인이 있을 때는 저렇게 얌전한 녀석인데, 왜 주인만 없으면 그토록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정말로 겁이 많아서일지도 모른다.

“네, 우편물 온 거 우체통에 넣어놨어요. 날이 좋네요. 공사는 잘 되어가죠? 제가 뭐 아는 게 없어서 돕지도 못하고 있어요. 배달 일이 바쁘기도 하고요. 죄송해요.”

죄송하다는 말은 어디 가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을 거라고 오해해서 죄송하다는 뜻도 있었다. 물론 그는 그런 뜻도 있다는 걸 전혀 짐작도 못했을 테지만.

“아닙니다. 죄송은요, 무슨. 그리고 저건 누가 도와주고 그러지도 못해요. 제가 막 생각나는 대로 짓는 거라서요. 그나저나 저거 다 짓고 나면 이 녀석이 걱정이네요. 겁이 많은 녀석인데.”

나는 그가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집을 다 짓고 나면 왜 갈색 치와와가 걱정이라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기에 당연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맥락은 없지만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말이겠거니 하고 돌아섰다.

 

그가 집을 짓기 시작한 지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 처음으로 그에게 등기우편물이 왔다. 그러니까 내가 수살우체국 집배원이 된 지 일곱 달 만에 최고봉로6안길 110-3으로 온 첫 번째 등기우편물이었다. 일반우편물만 오고 그 흔한 택배조차 온 적이 없더니, 일곱 달 만에 온 첫 등기우편물이었다. 실로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었다.

등기우편물을 보낸 곳은 자광시청 건축과였다.

아마 새로 짓고 있는 집과 관련해서 준공검사 일정이라도 알려주는 우편물인가 싶어서 최고봉로6안길 105도 안 들리고 곧장 110-3부터 갔다.

“박문원님! 박문원님!”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당 안쪽으로 갔다.

며칠 전에 봤을 때는 막 창문을 달려던 참이었다. 그러면서 이제 거의 완성 단계라고 했다. 아마 지금쯤 집을 다 짓고 나서 방바닥에 누워 영어 원서라도 읽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갈색 치와와도 방 문 앞에서 땅바닥에 배를 깔고 졸고 있을 테고.

시청에서 온 등기우편물을 빨리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그의 이름을 계속 부르며 새 집 있는 곳으로 갔다.

방 문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누워 있는지 그의 발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발아래에 갈색 치와와가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창문을 달려다가 쓰러지기라도 한 것일까, 유리가 방바닥에 와장창 깨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입을 반쯤 벌린 채 쓰러져 있었고.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기에도 그는 이미 숨이 끊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갈색 치와와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았고.

그는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죽었다 한들 내가 슬퍼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뜨거운 무언가가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더니, 입밖으로 터져나왔다.

그렇게 나의 울음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가 죽고 나서 며칠 뒤에 상황1길 46에 사는 60대 이재순씨한테 들은 얘기다.

“박문원이가 당뇨가 심했어요. 그래서 이도 다 빠지고 그랬거든요. 그래가지고 합병증 때문에 콩팥도 다 망가지고, 의사도 이제는 손을 못 쓴다고 치료도 포기했지요. 한동안은 열심히 병원도 다니고 그러더니만, 불쌍하게 됐어요. 이제 나이도 50밖에 안 됐는데, 에휴. 그런데 갑자기 무슨 집을 짓겠다고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혹시 모르지요. 죽기 전까지 저거 집 짓는 거에라도 매달리고 싶었는지. 어쨌든 안 됐어요.”

그의 발아래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있던 갈색 치와와는 이제 상황1길 46에서 살고 있다. 녀석은 여전히 나를 향해 끈질기게 짖어댄다. 겁이 많은 녀석이 아니었다. 나를 아주 우습게 아는 녀석이었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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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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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늘보 1시간 전 댓글

    앞부분을 꾀 재미있게 읽었어요. 집배원인 나는 박문원씨가 집짓는 과정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뀐것 같은데 박문원씨가 죽음을 앞두고 왜 집을 지으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치와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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