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4회차.jpg
[특집] 괴이한 거울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세뇨르

선생님은 신(神)이 있다고 믿으십니까? 아,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신부는 성추행하고 목사는 자식에게 교회 물려주고 승려는 국가 지원금 횡령하고 무당은 사기 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죠. 이런 세상이니 종교는 물론 신 자체를 부정하기도 쉽다는 거,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제가 주님을 영접하고, 그 분을 따르게 된 사연 정도는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1987년, 그 때 전 열 살짜리 국민학생이었고 서울 남산 근처의 아파트에서 아버지와 살았지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웬만큼 성공한 사업가나 중상급 공무원 집안의 자식들이 유독 많았는데, 그저 평범한 회사원의 아들이 어떻게 입학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놀랍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도 주님의 가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죠. 저희 반 반장이 일제시대부터 유명했던 재력가 집안 손주였는데, 저랑 싸운 적 있어요. 뭐, 어쩌다 싸운 건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어렸을 때 일이니까. 결국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주먹다짐을 시작했는데 반장이 그러더군요. 너는 엄마가 없으니 교장 선생님이 불쌍하게 여겨서 입학시켜 준 거라고. 울면서 집으로 온 저는 그 날 드물게 빨리 퇴근했던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했었죠.

일주일 뒤, 반장은 갑자기 전학 갔습니다. 교실 뒤 게시판에 붙어 있던 반장의 그림도, 팔씨름이나 지우개 따먹기를 하던 반장의 책상도 치워졌고, 반장이 찍힌 봄소풍 때 사진도 전부 사라졌어요. 담임도 반장에 대해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더군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 며칠 뒤, 체육 수업이 있었는데 체육 선생이 바쁘다고 축구공과 피구공 하나 씩 던져주고 교무실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제가 원래 좀 구기 종목 같은 걸 안 좋아하는 터라 스탠드에 잠시 앉아 구경하다가 교실로 돌아왔는데, 반 친구들 몇 명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있더라고요. 소시지가 든 반찬통을 밀어 주길래 먹고 있는데, 다른 애가 슬쩍 그 반찬통을 밀어내고는 쇠고기 불고기를 제 앞에 갖다 주더군요. 왜, 당시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싸구려 장난감들 기억나시죠? 8연발 화약 권총이나 콩알탄 같은 거. 그 중에 고무로 된 가짜 손가락이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소시지가 아니라 그걸 씹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고맙다고 하니까 둘 다 동시에 저를 향해 웃어 보이는데, 마치 무너져가는 시멘트 벽돌담에 생긴 균열을 보는 것 같았어요. 당시엔 저도 어렸으니 설명하기 힘든 거북함만 느끼고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전 그 때 겨우 열 살 먹은 애들도 그런 식으로 웃을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던 것 같기도 해요. 그 이후로 뭐랄까, 반 친구들과 약간 거리를 두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갈라진 틈 너머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요동치는 것 같은 웃음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이쯤에서 엄마 이야기도 해야겠군요. 이야기했듯 아버지는 늦게 퇴근하시는 경우가 많았고, 일주일 내내 얼굴을 보지 못할 때도 있었죠. 집에는 청소와 밥, 빨래를 해주는 가정부 아줌마뿐이었어요. 아줌마는 물론 친절했고 엄마는 싫어하던 피자나 햄버거도 자주 사 줬지만 가끔씩 아줌마의 웃는 표정이 그 갈라진 금 같았거든요. 6시면 바로 퇴근해 버렸기도 하고. 뭐, 아무튼.

엄마는 제가 1학년 때 갑자기 사라졌어요. 편지 한 통 없이, 아끼던 반지도 자주 입던 원피스도 모두 남겨둔 채. 전 며칠 동안 울면서 엄마가 어디 갔냐고 물었지만 아버지는 엄마랑 사이가 안 좋아져서 잠시 따로 떨어져 지내는 거라고만 하시더군요. 다른 집도 엄마 아빠끼리 싸우는 일은 가끔 있고 그러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다시 잘 지내지 않냐고 물었지만 너도 크면 알게 될 거라는 대답 밖에 듣지 못했어요. 그 때 일은 사실 자세히 기억나진 않습니다. 기억나는 거라곤 많이 앓았고, 뭘 먹어도 금방 토했고, 만화책도 텔레비전도 보기 싫었다는 것 정도? 아, 이야기하다 보니 입원했던 게 기억나는군요. 아버지가 치킨이나 탕수육, 비싼 장난감 같은 걸 병실로 사 오신 것도. 저기 놓여 있는 무선조종 자동차 장난감 보이시죠? 당시 TV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미드 중에… 그 땐 외화라고 불렀지만요. ‘전격 Z 작전’이라는 게 있었는데, 주인공이 몰던 자동차랍니다. 지금도 건전지만 넣으면 작동해요. 얼마 전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옥션에서 미개봉 신품이 거의 100만원 대에 팔리고 있더군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저도 뭐 더 이상 엄마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됐고, 다시 밥을 먹고, 문병 온 담임이 가져다 준 노트로 밀린 공부를 하고, 퇴원한 뒤 다시 학교를 가고, 유머 1번지를 보면서 웃고, 그렇게 되더군요. 하하하, 하찮은 감정이라는 것, 저도 압니다 선생님. 하지만 그 땐 저도 일곱 살이었으니까요. 애가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날 밤, 거실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잠을 깼어요. 살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 틈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봤어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더라고요. 아버지가 거실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는데, 제 방에 있는 수화기를 살짝 들어 귀에 갖다 댔어요. 당시 저희 집엔 거실과 제 방에 전화기가 하나 씩 있었는데, 한 쪽의 전화 수화기로 반대편 전화에서 오가는 대화를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었거든요. 선생님이야 스마트폰과 화상 채팅 앱에 익숙한 세대니 별로 실감이 나지 않으시겠습니다만 그 때는 그런 구조가 흔했어요. 약간 지글대는 잡음과 함께, 묘하게 귀에 설은 듯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런데 그 여자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네가 알아야 할 일이 아니야, 알잖아?

“그렇게 갑자기 데려가 버리시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잖습니까, 그 때문에 약간 애먹었습니다.”

-그 정도는 알아서 얼버무리게. 그 여자는 네 와이프 역할 말고도 쓸모가 많아.

“그 여자는 애를 사랑했습니다. 조금만 더 작업했으면 이쪽으로 완전히 끌어올 수….”

-사장님은 다르게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 나야 널 믿지만 날 안 거치고 올라가는 보고까진 커트 못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

-심적으로 힘들 거라는 건 이해해. 하지만 이 일이 원래 그런 거 알잖나, 조금만 더 조국과 민족을 위해 힘써 달라고. 이번 건만 잘 처리하면 자네 전속을 건의해 보지, 그럼 원하던 대로 아들과 보낼 시간도 낼 수 있을 거 아냐, 안 그래 김 실장?

“그렇… 습니다.”

-참, 남영동 쪽에서 급한 공사를 쳐야 하는데 설계 괜찮은 거 공유해달라고 하더군. 지난 1월 달에 빵꾸난 거 때우려는 거지, 개새끼들. 지들이 급하지 우리가 급한 거 아니니까, 상황 봐서 적당한 거 하나 흘려줘. 그럼 끊지, 도청 주의하고.

“알겠습니다, 차장님.”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리고, 저도 수화기를 조용히 내려놨습니다. 방문 너머에서 아버지가 전축을 켜고 레코드판을 거는 소리가 들리고, 곧 익숙한 멜로디의 팝송이 조용히 들려왔어요. 부드러운 기타 소리 가운데 어떤 남자가 계속 ‘Knocking on heaven’s door’라고 읊조리듯 흥얼대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팝송이었는데, 그 가운데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 전화 통화가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른이고 남자인 아버지도 우실 때가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침대로 돌아와 누운 제 귓가에서 끝없이 키가 늘어나는 동화책 속 도깨비처럼 밤이 낄낄대며 웃어대더군요.

그 후 아버지는 웃으시는 일도 없어졌고, 집에 들어오시는 일도 더 적어졌습니다. 대신 가정부 아줌마를 고용했고 제게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만 하신 뒤 다시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 버리셨죠. 가정부 아줌마는 종종 저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조다쉬 청바지와 LA기어 농구화,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사와 옷장과 신발장, 냉장고를 가득 채워줬고요. 즐거운 나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어김없이 아버지는 그 날 아침에도 바쁘셨던 게 기억납니다. 가정부 아줌마가 정성껏 다린 양복을 꺼내 입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어 넘기던 아버지에게 오늘이 제 생일이라고 하니, 절 잠시 쳐다보다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몇 장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고서는 나가 버리시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하는 이야기인데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최소한 지금은 그래요. 가정부 아줌마도 그러더군요, 아빠는 너무 바쁘셔서 그런 거라고. 대신 오늘 저녁에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주겠다고. 으흠,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지가 웃으시는 걸 보고 싶다는 생각 정도는 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도 공부 열심히 하고, 담임 말 잘 듣고, 나중에 좋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서 다들 우러러보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전부 잘 될지도 모른다, 뭐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기도 해요. 부끄럽지만 뭐 어렸을 때였잖습니까. 그 때 전 열 살이었다니까요.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담임이 절 교무실로 부르더군요. 영희라는 이름의 젊고 예쁜 여선생이었고, 음악 담당이었어요. 오늘이 생일이던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더군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 건성으로 죄송하다고 했지만 담임은 꾸짖으려고 하는 게 아니니 죄송하다고 할 필요 없다더라고요. 교무실로 불려가는 게 처음이다 보니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당황하고 있었는데,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며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반에 친한 친구는 있는지 뭐 그런 걸 묻는 걸 듣자니 옆 반 친구가 해 준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고요. 그 친구 말로는 자기네 담임이 평소에 자길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더래요. 시험을 잘 봐도 칭찬 한 마디 안 해주고, 과학 시간에 배가 아파 실습을 못해도 그냥 양호실 가서 누워 있으라는 말만 했는데 자기 어머니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며칠 뒤 어머님이 학교로 오셔서 자기네 담임에게 책 한 권을 선물로 줬는데 책갈피 대신 노란 봉투가 끼워져 있던 걸 우연히 봤다는 거에요. 그 이야기가 생각나서 담임에게 노란 봉투가 갖고 싶냐고 묻자 놀라더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묻더군요. 그래서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를 해주니까… 뭐, 그 때만 해도 전 ‘담임이나 어른들에게 거짓말하면 혼난다’고 배워왔고 그걸 믿었거든요. 그러자 담임은 한숨을 쉬더니 제가 걱정되어 물어본 것뿐이고 노란 봉투 같은 건 필요 없으며, 맛있는 걸 만들어줄 테니 방과 후에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려면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담임이니 그렇게 말하기 힘들더군요, 한심하게도. 그래서 조금만 있다 갈 생각으로 그러겠다고 했죠.

수업이 끝나고 스쿨버스를 타는 대신 담임 손을 잡고 시장에 들렀어요. 늘 아줌마랑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데만 가서, 시장은 처음이었어요. ‘사치품 배격 국산품 애용’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적갈색 대야에 풀어 둔 커다란 물고기-그 땐 그게 가물치인 줄도 몰랐죠-를 보고 좀 무서워서 물러나자, 담임이 제 어깨를 껴안고 자신이 지켜줄 테니 걱정 말라고 웃더군요.

그 웃는 표정은, 엄마가 웃던 표정과 똑같았습니다.

상인들은 굉장히 친절했어요. 제게도 이름을 묻거나 똘똘하게 잘 생겼다거나 하면서 구운 오징어나 가래떡을 들려주더군요.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즐거웠어요, 그 때는. 미역과 쇠고기를 사고, 상인들이 들려 준 과일과 과자가 든 비닐봉투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 싸구려 아이스케키를 들고-그 이후에도 몇 번 사 먹어봤는데, 이상하게 맛이 없더라고요- 나란히 걷자 엄마와 함께 공원이나 뒷산으로 놀러 다니던 게 기억나더군요. 그렇게 거리를 걷던 중, 갑자기 함성 소리가 들리더니 주변에 걸어가던 젊은 남녀들, 대학생들이었겠죠. 아무튼 그들이 얼굴에 수건을 두르거나 마스크를 쓰더니 우르르 달리기 시작하더군요. 처음엔 대여섯이었다가 근처에서 신문을 읽거나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이 합세하며 순식간에 수십 명으로 불어나 도로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어요. 한 명이 등에 매고 있던 도면통에서 ‘종철이를 살려내라’고 적힌 현수막을 꺼내 펼쳤고, 한 명은 “호헌철폐, 독재타도!”라고 외치기 시작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삼단봉을 든 남자들이 나타나서 근처 행인들을 닥치는 대로 때리고 잡아가기 시작하고, 군중들은 우르르 흩어졌고, 담임도 급히 제 손을 잡고 골목길로 들어가 뛰기 시작했죠. 들고 있던 과자 봉지가 길바닥에 팽개쳐지고, 그 남자들, 경찰들이겠죠. 아무튼 경찰 2명이 그걸 짓밟으며 우릴 쫓기 시작했어요. 담임은 저를 등에 업고 뛰기 시작했고, 작은 좌판을 내걸고 있던 아줌마 한 명이 안절부절 못하다가 우리가 지나치자 좌판을 엎어버려서 경찰들을 막아 주더군요. 한 명은 알사탕을 밟고 미끄러졌지만 한 명은 욕을 하며 쫓아왔어요. 겁이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담임 등에 매달렸고, 담임은 비틀대면서도 필사적으로 뛰었어요. 그 때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낀 키 작은 사람이 갑자기 옆 골목에서 뛰쳐나와 수건을 감은 각목으로 경찰을 후려쳤어요. 경찰이 쓰러지자 그 사람이 우리 쪽을 보며 외치더군요. “가 영희야, 어서!” 담임은 그 사람을 보고 놀란 눈치였지만 제가 스스로 뛸 수 있으니 걱정 말고 내려달라고 하자 그제야 절 내려주더군요. 키 작은 사람이 경찰을 몇 대 더 때리고 “이 쪽은 비었어, 어서 가!”라고 외치자 담임은 고맙다고 하더군요. 비틀대고 절룩대고 구르면서 간신히 그 자리를 피하는 우리 뒤로 그 사람이 힘껏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퐁당퐁당 자유 던지자, 경찰 몰래 자유 던지자, 민주야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파란 집에 앉아서 독재를 하는 우리 아저씨 대머리를 간질여 주어라!”

꼴을 보니 엉망이더군요. 산 물건은 전부 떨어뜨렸고, 담임은 머리카락과 옷매무새가 전부 헝클어져 있었어요. 저는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렸고, 한 번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까졌고. 겨우 숨을 돌리고는 담임에게 물었죠.

“저 형이랑 누나들은 왜 저러는 거에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가끔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자신이 싸우는 방법이 옳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서로 다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모두 힘을 합해서… 좋은 일을 하려는 거야.”

“싸움은 나쁜 거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누구랑 싸우는 건데요?”

“너도 조금만 더 크면 알 거야, 철수야. 조금만 더 크면.”

담임은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 때는 담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실 그 손길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도 더 어리고, 엄마가 아직 있고, 아버지와도 사이가 좋았을 때 같았죠.

빵집에 들러서 작은 케이크를 산 우리는 담임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작은 산 중턱,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낡은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였죠. 단 하나 뿐인 구멍가게 옆에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가 매달려 있던 게 아직 기억납니다. 집에 전화해서 가정부 아줌마에게 담임 집에 와 있다고 한 뒤, 담임이 부엌에서 물을 끓이는 동안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봤죠. 골목길에서 열쇠로 현관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 나오고 그 부엌에 딸린 작은 방 하나 뿐인 구조라서 별로 볼 건 없었지만. 방 뒤쪽 문을 열면 공용 화장실과 수도가 딸려 있고 구석에 연탄이 가득 쌓인 마당이 나오는 구조였어요. 방 한 구석, 비밀로 덧씌워진 작은 창문 아래에는 손풍금이 놓여 있고 역시 작은 옷장과 이불장, 냉장고, 라디오, 화장대가 놓인 한쪽 벽 맞은 편 벽에 놓인 책장에는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 잔뜩 꽂혀 있었어요. 밤에 화장실에 가려면 무섭지 않은지, TV도 없는데 심심하지 않은지, 침대도 없는데 잠은 어떻게 자는지, 그런 걸 물어봤지만 그냥 웃으면서 익숙해지면 지낼만하다고만 하더군요. 심심하면 라디오라도 듣고 있으라길래 라디오를 켜봤는데, 강남 압구정동에 한국 최대의 고급 아파트단지가 완공됐다거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거나, 폭력배들이 신민당의 사주를 받고 통민당 창당대회를 방해했다는 건 헛소문으로 보인다거나 뭐 그런 어려운 이야기뿐이라 지루하더군요. 야구중계가 듣고 싶었는데. 아니면 김완선 노래나. 하핫, 말했잖습니까 선생님? 전 그 때 열 살이었다니까요. 책들도 전부 재미없어 보여서 손풍금을 살펴보고 있는데, 위에 놓인 십자가와 작은 도자기 인형에 눈길이 가더군요. 흰 천을 머리에 두르고 파란 옷을 입은 여자가 갓난아기를 안은 모습이었는데 그 여자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 같은 겁니다. 하지만 누구를 닮은 건지 잘 기억이 안나 갸웃거리고 있던 참에 씻고 약 바르자고 담임이 부르길래 나가보니 체육복으로 갈아입고서는 마당에 목욕 대야를 가져다 놓고 물을 받아뒀더군요. 괜찮다고 했는데 학생을 그 꼴로 둘 순 없다면서 머리만이라도 감으라는 겁니다. 그래도 미적거리자 저한테 물을 끼얹더군요. 질 수 없다 싶어서 저도 같이 물을 끼얹었죠. 허공에 석양이 비친 물방울이 튕기는 풍경과, 무지개에 실려서 들려오던 두 웃음소리, 전 아직 그걸 기억합니다.

결국 담임은 절 발가벗기고 등까지 밀어줬습니다. 창피해서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담임이 그렇게 즐겁게 웃는 건 처음 봤거든요. 담임은 구급상자를 꺼내 무릎에 약을 발라주고, 벽장 깊숙한 곳에 들어 있던 남자 옷들을 꺼내어 제게 어느 정도 맞도록 손질해 입혀주고, 제가 입었던 옷은 빨아서 학교에서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날 저녁 먹은 달걀 프라이에 멸치볶음, 김치, 그리고 갈비구이는… 솔직히, 맛있었습니다. 갈비구이 외엔 평범한 식단이었지만요. 담임은 최근 대학교 시절 친구들이 왔다 가서 갈비 남은 게 좀 있었다고 말하며 웃더군요. 케이크까지 먹어치운 뒤 배가 부른 전 따뜻하고 기분 좋은 방바닥에 누워 담임이 설거지를 하는 소리를 듣다가, 옷장 밑에 이상한 종이 몇 장이 깔려 있는 걸 봤어요. 한자어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데다 단어가 너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는 전부 알 수 없었지만, 여기저기 ‘자유로운 미래를 위한 참교육을’ ‘꽃병을 드는 대신 애국가를 부르며’라고 적힌 건 확실히 알 수 있었죠. 그 종이 끄트머리엔 사람 이름들이 둥근 원 모양으로 적혀 있었는데, 그 중 담임의 이름 ‘이영희’가 적힌 걸 전 분명히 봤습니다.

그 때 물소리가 그치는 걸 듣고 저도 모르게 급히 그 종이를 구겨 다시 옷장 밑으로 밀어 넣었어요. 왠지 보면 안 될 걸 봐 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죠.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풍금을 가리키며 연주를 듣고 싶다고 했어요. 옆방과 맞은 편 방에 사는 사람들 때문에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계속 졸랐어요. 심장 소리를 들킬까봐 너무 걱정됐거든요. 담임은 그럼 한 곡만으로 참으라고 하더니 풍금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들기며 작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는 회사에서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고 집에 엄마와 단 둘이 있을 때 엄마가 자장가로 불러주던 노래였어요. 그 때는 아파트도 아니었고 집에 차도 없었지만. 괜히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꾹 참았죠. 어렸을 때부터 남자는 우는 게 아니라고 배웠으니까요.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놀러 간 용인자연농원에서 사람들 사이에 뒤섞여서 엄마를 잃어버린 적이 있어요. 지금의 에버랜드죠. 아무튼 얼마 안 되서 엄마를 찾긴 했지만, 엄마는 달려와서는 저를 껴안고 우시더군요.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여자긴 하지만 그래도 어른인데 우는 게 놀랍기도 해서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아빠는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엄마는 여자라서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어요. 엄마는 여자도 어른이 되면 잘 안 운다고 대답했었죠. 그런데 왜 오늘 운거냐고 물어보자, 저를 사랑해서래요. 부끄럽지 않냐고 물어보자 엄마는 저를 꼭 안아주면서 말하더군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손풍금 소리가 잦아들고, 담임은 절 조용히 안아줬어요. 그제야 자신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는 걸 알겠더군요. 그 품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놓아주지 않았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그런데, 울면 안돼요. 울기 싫어요. 그런데 눈물이 자꾸 나요.”

“괜찮아.”

“그런 제가 미워서, 더 눈물이 나요.”

“괜찮아, 난 철수가 자신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도 돼.”

생일 선물로 받은 도자기 인형을 들고, 함께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어둡더군요. 평소에도 영어나 태권도 같은 특별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시간이 되곤 했지만 이렇게 늦게 집에 돌아온 적은 처음이었어요. 아파트 정문 앞에서 헤어진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와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자 아줌마는 이미 퇴근했는지 거실은 텅 비어 있더군요. 다른 때는 좀 허전했는데 그 날은 괜찮더군요. 침대에 누워 인형을 꺼내 봤어요.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 같았는데 잘 기억나지 않았어요. 누구일까, 생각하다가 어느새 잠들었어요. 깊이, 꿈도 꾸지 않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너무 감상적이 됐군요. 실례한 김에 잠시 담배 한 대 태우겠습니다, 선생님.

후, 한결 낫군요. 계속하죠. 다음 날엔 3학년이 오후 수업 시간을 통째로 쓰는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가 있었어요. 마침 일주일에 한 번 운동장에서 아침조회를 하는 날이기도 했죠. 학년과 반 별로 나뉘어 줄을 맞춰 서 있는 가운데 강단에 올라 온 교장은 ‘요즘 대학생들이 북한에서 온, 나라를 망하게 만들려는 간첩들 때문에 빨갱이가 되어 자꾸 데모를 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누가 그런 거 한다고 하면 바로 경찰에 알려야 한다’ ‘6.25 때 빨갱이들을 막는 걸 도와 준 미국에도 고마운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 ‘가끔 그런 빨갱이들이 대통령 각하나 미국을 욕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방송을 하기도 하니 라디오를 듣다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 바로 신고해라’ 뭐 그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듣다보니 어제 담임과 함께 본 대학생들이 생각났는데, 그 때 담임은 그들이 좋은 일을 하려고 모인 거라고 했었거든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교무실로 찾아가 ‘어제 봤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던 대학생 형 누나들이 나쁜 사람들이냐’고 물었죠. 담임은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대답했어요.

그 형과 누나들은 간첩에게 속고 있는 거라고.

바로 어제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거라고 했으면서 오늘은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게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하하하. 저도 어리석었지요. 뭐 어렸으니 선생님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나가던 다른 교직원들이 담임과 저를 빤히 쳐다보는데, 왠지 그 시선이 무서워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전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고, 잘 그리는 편이었어요. 아마도 엄마에게 물려받은 재능이겠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제 그림을 몇 점 선생님께도 보여드리겠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신나서 밑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시작했겠지만 그날따라 손이 안 움직이더군요. 왜,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어른에게 거짓말하면 못쓴다고 배우잖습니까? 하지만 반대로 어른이라고 해서 애들에게 거짓말해도 된다고 배운 적도 없거든요. 1시간이 넘도록 밑그림만 그리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중 반 친구들이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슬쩍 살펴봤죠. 누구는 군인이 화난 표정으로 빨간 돼지를 총검으로 찌르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고, 누구는 털이 빨갛고 무시무시한 늑대 인간이 사람 가면 뒤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더군요. 그런가 하면 또 누구는 빨간색 그림자가 한국 지도의 위쪽 절반을 뒤덮고 아래쪽으로 흘러내리는 걸 그리고 있었고. 국민학생 솜씨가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했던가요? 제가 다니던 학교는 제법 잘 사는 집 애들이 많았다고. 음악이나 미술도 하나쯤은 익혀둬야 품위가 생긴다고 믿는 부모들도 많았고, 어릴 때부터 학원을 다녀서 제법 현실적이고 무시무시한 걸 그릴 수 있는 애들도 몇 명 정도 있었거든요. 그 빨간 그림자가 마치 피처럼 보이더군요. 그런 걸 보면서 어제 데모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은 저와 담임을 도와주기도 했었고… 어쩌면 착한 빨갱이가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그냥 그걸로 괜찮지 않을까, 뭐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나네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줌마에게 물었어요.

“아줌마, 빨갱이들이 정확히 뭐하는 사람들이에요?”

“북한에서 살고 있고, 우리나라를 몰래 정복하려 하는 나쁜 놈들이야.”

“학교에서 들었어요. 미국이 우리를 도와줬으니 고마워해야한다면서요?”

“마침 미국도 빨갱이를 싫어했으니까. 우리나라를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야. 도와준 건 갚아야겠지만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언젠가는 우리 스스로 힘을 키워서 빨갱이들을 몰아내야지.”

“우리 스스로요?”

“그래, 철수처럼 똑똑하고 착한 아이들이 자라서 해줘야 할 일이란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죠. 담임도, 교장도, 아줌마도 하는 말이 전부 달라서 헛갈렸어요. 이제는 무엇이 옳은지 알지만, 그 때는 어렸으니까요. 담임에게 받은 도자기 인형을 들여다보며 한참 고민했었죠. 단 하루 만에 말이 바뀐 게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거짓말이나 하는 나쁜 사람의 품이 그렇게 따뜻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딱 그 나잇대 어린애나 할 만한 생각이죠, 네. 그러다 보니 다시 엄마 생각이 나더군요. 1학년 때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다는 이야기했었죠? 사실은 그 이후에 단 한 번, 아버지가 미국 출장으로 집을 비우고 가정부 아줌마도 퇴근한 어느 날 늦은 밤 갑자기 엄마가 집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전 이제 다시 같이 살 거냐고 물어봤고, 엄마는 그렇게 할 거라고 대답했고, 그 날 밤은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같이,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잠들었죠.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자 엄마는 가 버린 뒤였어요. 출장에서 돌아 온 아버지에게 울면서 엄마가 왔다 갔었다고 했지만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군요.

도자기 인형을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려다가 대신 침대 머리맡에 얹어 뒀어요. 조금만 더 믿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이었지요.

그날 밤 따라 유독 잠이 오지 않더군요. 혼자서 자는 것도 익숙해져서 평소엔 보물섬 같은 만화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통 잘 수 없어서 침대 옆 라디오를 틀었지만 너무 늦어서인지 잡음 밖에 안 들리더라고요. 다른 날에는 AFKN 방송이라도 가끔 들렸는데. 포기하고 막 라디오를 끄려던 참에, 잡음에 섞여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볼륨을 좀 더 높여 보자 더 뚜렷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칙, 치지직, 칙, 치칙. 치, 처, 철, 철, 수. 철수. 야. 철수야.

라디오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불그레한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순간적으로 가장 먼저 연상된 건 정육점의 붉은 형광등 빛이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홍등가의 빛 같기도 해요. 이제는 키스방이나 휴게룸 같은 걸로 간판이 바뀌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늦은 시간에 미아리나 청량리 쪽에 가면 붉은 등을 켜 둔 쇼윈도 안쪽에 앉은 매춘부들이 500원 짜리 동전으로 유리를 두들기며 호객을 했거든요. 물속에 들어온 것처럼 무거운 공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비릿한- 마치 쇠를 핥으면 나는 듯한 이상한 맛이 입 안에 가득 찼어요.

-철수야, 철수야.

라디오가 훨씬 뚜렷하게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전 겁에 질려서 이불을 움켜쥐었는데… 그 때, 분명히 봤습니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늘어뜨려진 이불자락이 마치 흘러내리는 핏방울처럼 바닥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 끄트머리는 이상한 붉은 빛과 뒤엉켜 하나가 되어 있는 걸. 예, 전 피의 욕조에 잠겨 있었습니다.

-철수야.

침대 밑에서 피투성이가 된, 털이 숭숭 난 거대한 손이 기어 나왔어요. 개나 늑대의 앞발처럼 보였지만, 커다란 갈고리 손톱이 끝에 달린 여섯 개의 긴 손가락이 붙어 있더군요. 늑대의 앞발 같기도 하고 사람 손 같기도 한, 절 단번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은 그 손은 잠시 방바닥을 긁더니 휙 뒤집혀서… 가로수 기둥만큼 굵은 손목을 매달고 침대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어요. 잠옷 바지춤이 축축해지더군요.

-나는, 빨갱이야.

손이 침대 귀퉁이로 올라왔고, 그 손이 들리는 순간 전 봤습니다. 그 손바닥 가운데 있는- 예전에 비디오테이프로 본, ‘죠스’에 나오는 식인상어의 그것처럼 수많은 삼각형 이빨들이 줄지어 있는 거대한 입을 가진 돼지의 얼굴을.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혀가 목구멍으로 말려들어가 틀어막아 버리더군요.

-북한으로 같이 가자. 그곳에 너희 엄마가 있어. 너도 엄마가 보고 싶지?

거짓말 마, 엄마가 빨갱이들 나라에 있을 리 없어.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숨이 차오르며 눈물이 났어요.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돼지 얼굴의 들창코 밑으로 뚫린 입이, 라디오가, 어쩌면 방 천정이, 벽이, 방바닥이, 책상이, 책장이, 저를 둘러 싼 모든 게 속삭였습니다.

-나는 네 엄마를 가졌고, 아버지를 가졌고, 가정부 아줌마도 가졌어. 교장도 말이지. 이젠 너도 네 것이 될 거야. 아프지 않으니 걱정 마, 그곳에 가면 엄마랑, 예전처럼 다정한 아빠랑 함께 지낼 수 있단다.

아버지는 아직 나랑 같이 계셔! 회사 일 때문에 바쁘실 뿐이야!

그렇게 외치고 싶었죠. 하지만 딸꾹질 비슷한 기침 정도만 나오더군요. 지독하게 목구멍이 쓰라렸고, 손은 점점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아버지를 얼마나 알지, 철수야? 아버지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생각해? 아버지와 이야기를 한 지 얼마나 됐지? 아버지가 널 보며 웃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

두려웠어요. 괴물도 괴물이지만,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두렵더군요. 팝송을 들으며 혼자 눈물 흘리시던 그날 밤 이후, 아버지는 늘 무표정했어요. 여전히 아줌마가 빳빳하게 다려주는 양복을 입고,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기고, 깔끔하게 면도를 했지만 그 눈이 새카맣게 뻥 뚫려 있다는 걸 느꼈죠. 마치, 갈라진 벽의 균열 속 어둠처럼.

-다들 네게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가 가진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된단다. 하지만 뭐 어때? 날 따라오면 전처럼 다정한 아버지와 상냥한 엄마를 만날 수 있어.

손바닥 가운데의 돼지 얼굴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누린내와 비린내를 뒤섞어 놓은 것 같은 악취가 확 끼쳐오더군요. 울면서 간신히, 움직인다기보다는 뒤채는 것에 가까운 동작으로 침대 구석으로 물러나던 중 손에 뭔가 단단한 게 잡히더군요. 담임이 준 도자기 인형이었습니다.

-따라오지 않는다면, 잡아먹어 버릴 거야!

돼지 얼굴이 외치고, 전 도자기 인형을 힘껏 집어던졌어요. 뭉툭하게 튀어나온 코끝에 그걸 얻어맞은 놈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더군요. 어떤 짐승도, 어떤 인간도 그런 비명을 지르지 못할 겁니다. 소리는 공기를 타고 전달되잖아요? 그 비명은 귀로 들린다기보다는 날카로운 바늘 수천 개가 직접 뇌를 파고드는 느낌이더군요. 다음 순간 방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던 공기가 걷히고,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병실이었어요. 창문으로 밝은 햇빛이 비쳐들어 오고 주변 공기는 따뜻하다 못해 살짝 더울 정도였지만 돼지 괴물이 떠오르자 겁이 나서 침대 밑을 살펴봤죠. 당연히 아무 것도 없었지만요. 마침 가정부 아줌마가 들어 오길래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아침에 제가 기절한 채 떨고 있는 걸 보고 앰뷸런스를 불렀다더군요. 잠시 뒤 아버지가 도착하자, 침대에서 뛰어내려 아버지에게 달려갔죠. 크흠, 뭐 그런 경험을 했더니 겁이 나서… 아버지가 안아줬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는 대신 제 어깨를 붙잡고 아줌마 전화를 받았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바로 오지 못했다고 사과하시더군요. 괜찮으니까 좀 더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보고 있지 않는 그 눈을 보자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많이 걱정했다고 하셨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문득 돼지 괴물이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자신은 엄마도 아버지도 가정부 아줌마도 가졌다던. 용기를 내서 어젯밤에 너무 무서운 꿈을 꿨는데 오늘 하루만 같이 있으면 안 되냐고 부탁했어요. 유치원 다니는 어린애들처럼 구는 게 창피했지만, 어쩌면 아버지는 북한과 빨갱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옆에 있던 가정부 아줌마에게 눈짓을 해서 내보내더니 지금도 일을 하다가 와서 곤란하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전 아버지의 팔을 껴안고 고집을 부렸죠. 아버지의 얼굴에 잠깐, 너무 잠깐이라서 어쩌면 잘못 본 걸지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아주 짧은 한 순간 웃는 표정 비슷한 게 스친 것 같았어요. 그 때,

“실장님, 사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낯선 남자가 어느 샌가 병실 안으로 들어와 아버지 뒤에 서 있더군요.

“미국에서 상황을 썩 좋게 보지 않는 모양입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자의 말과 동시에 아버지 허리에 찬 삐삐가 요란하게 울리고, 그 순간 아버지는 저를 밀어내며 일어났어요.

“미안해, 철수야. 아빠는 일 때문에 지금 가야 해. 오늘 밤은 일찍 올게, 약속하마.”

그 순간 봤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에서 잠깐 나타난 그 어떤 게 사라지는 걸. 손을 뻗어 옷깃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림자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가 버리고, 쿵. 병실 문이 닫히고, 마음속에서 보이지 않는 뭔가가 찰칵 잠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군요.

“아야, 니가 철수고?”

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남자가 제게 다가오자 따각, 따각, 하고 유달리 크게 발소리가 울리는데, 순간적으로 검은 염소의 발굽 소리가 떠오르더군요. 씨름선수 이만기 같은 근육질이라는 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거구에, 양쪽 귀가 마치 만두처럼 뭉개져 있었어요. 새카만 양복을 입고 검은 안경을 쓰고, 구두가 아니라 군화를 신고 있더군요. 눈이 보이지 않아서인지 나이를 알기 힘든 묘한 인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겨우 스물 전후, 어떻게 보면 50은 된 것 같았어요.

“느그 아부지가 니 이바구 마이 했다 아이가. 집서 혼자 지낸다꼬? 심심하재?”

마치 굶주린 상어처럼 웃어 보이더니, 말투가 바뀌더군요.

“철수야, 넌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너희 아빠는 나라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계셔. 아빠와 같이 지내고 싶은 네 마음은 알겠지만 방해해선 안 된단다, 내 말 알겠지?”

대답 대신 남자의 눈을 가린 검은 안경을 빤히 보던 전 문득 깨달았습니다. 실내 온도는 은근히 더울 정도였지만 땀을 전혀 흘리지 않더군요.

“너도 많이 들어왔을 거다, 빨갱이들이 우리나라 여기저기 숨어서 겉으로는 착한 척하며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 네 아버지는 그걸 막기 위해 일하는 거야. 너도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그래야 해,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으니까.”

제게 다가와 손을 들어 올리더군요. 그 손에도 검은 장갑이 끼워져 있었어요.

“모두가… 모든 것이 우리나라의 것이란다. 우리 모두가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우리나라는 모든 걸 갖게 되지. 너희 엄마도, 아빠도, 가정부 아줌마도, 교장도, 모두가 말이야. 너도 그렇게 될 거야.”

제 머리를 쓰다듬고, 그 손이 오그라들어 제 머리를 부숴버리는 상상을 하는 순간… 손을 떼더군요.

“나도 바빠서 그만 가봐야겠구나. 다음에 보자, 그 때는 선물이라도 준비해두마.”

남자는 돌아서서 병실을 나섰습니다. 따각, 따각. 철컥. 혼자 남은 전 환자복 소매를 걷어봤습니다. 팔 전체에 소름이 돋아있더군요.

아줌마와 집으로 들어 온 뒤, 방에 들어가기 싫어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죠. 아줌마가 배고프지 않냐, 또 어디가 아픈 것 같으면 바로 말하라고 했지만 귀찮아서 건성으로 대답하자 청소라도 해 두겠다면서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더군요. 화면에선 코가 펑퍼짐하고 눈꼬리가 처진 노인이 북괴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평화의 댐이 국민들의 열띤 성원 하에 건설 중이라고 말하고 있었어요. 곧 스포츠 뉴스가 시작되고 내년에 열릴 올림픽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좀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선생님도 세상에 귀신이나 괴물 같은 건 없다고 여기시죠? 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젯밤에 본 것도 그저 악몽이었을지도 모르죠. 아까 병원에서 본 남자도 그저 땀을 잘 안 흘리는 체질이었을지도 모르고. 조금 용기가 나서 거실을 돌아봤죠. 베란다 창문을 통해 오후의 햇살이 파도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이 갈매기 울음처럼 자동차 경적 소리들을 아련히 실어 나르는- 모든 게 너무 평범하고 당연한 풍경을 보자 밝은 바깥에서 놀고 싶어지더군요. 마침 걸레를 들고 방에서 나오던 아줌마에게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해두고는 종이 가방에 과자와 장난감을 몇 개 챙겨 넣고는 아파트 단지에 딸린 놀이터로 나갔지요. 노란 옷을 입은 유치원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흙장난을 하거나 그네를 타며 놀고 있었어요. 저런 꼬마들과 논다는 게 좀 부끄러웠지만 또래 친구지금쯤 친구들은 아직 학교에 있을 테니 어쩔 수 없었죠. 지금이야 뭐 열 살이나 일곱 살이나 그게 그거 같지만 그 때는 그렇더군요.

“얘들아, 형이랑 같이 놀자. 난 이 아파트에서 살아. 나랑 놀면 이 키세스 초콜렛도 주고, 이 메칸더V도 갖고 놀게 해 줄게. 이 총 멋있지?”

꼬마들은 까만 눈을 빛내면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지만 이내 흥미를 잃었어요.

“너무 복잡해, 어떻게 갖고 노는 건지 모르겠어.”

“재미없어. 그냥 우리 같이 숨바꼭질하자.”

한참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놀이터에서 놀던 꼬마들도 배가 고프다거나 학원에 가야한다거나 숙제를 해야 한다거나 하며 하나 둘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했지만 꼬마들은 더 늦게 들어가면 엄마가 걱정한다고 고개를 내젓더군요. 조금 심술이 나서… 근처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주고서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 줄테니 그걸 듣고 가라고 붙잡았어요. 꼬마들은 주변에 둘러앉았고,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얘들아, 저 북한에는 무시무시한 빨갱이들이 살고 있어. 어젯밤에는, 내 앞에도 나타났어….”

꼬마들은 처음에는 흥미롭게 듣다가, 이내 몸을 떨기 시작하고, 한 명은 훌쩍이기 시작했어요. 그걸 보고 있으니 묘하게 재미있더라고요. 괴물이 절 잡아먹겠다고 한 부분에 이르자, 꼬마들은 다들 울상을 하고 제발 그만 하라고 매달리기 시작했지만 멈추고 싶지 않더군요. 오늘 밤 너희들에게도 빨갱이 괴물이 찾아갈지도 몰라.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동네 아줌마 몇 명이 놀이터 입구에 나타났어요. 애들이 해가 져도 집으로 오지 않으니 찾으러 나온 거였죠. 꼬마들은 일제히 달려가서 울음을 터뜨렸고, 저를 가리키면서 저 형이 너무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고 일러바치더라고요. 아줌마들은 왜 자기네 애들을 울렸냐고 화를 냈고, 겁이 나서 잘못했다고 빌자 그제야 돌아가더군요. 뭐, 그 애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걔들은 다들 어머니가 계시니까… 돼지 괴물이 나타나도 괜찮겠죠 아무렴.

그렇게 한참 그네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이미 땅거미가 지고, 아파트 여기저기에서 별빛이 돋아나듯 베란다와 창문에 불빛이 들어오는 걸 바라보다가 단지 바깥에 있는 오락실에 가보기로 했죠. 아줌마는 나쁜 형들이 많으니까 오락실에 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몇 번 친구들과 같이 간 적 있어요. 집에도 게임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혼자서 하면 아무래도 재미가 덜하잖아요? 여럿이서 남 하는 거 구경하며 훈수도 두고 그래야 재밌지. 왜, 요즘 유튜브에서 게임방송 같은 거 많이 하잖습니까? 제 생각엔 직접 게임할 시간은 없고 그런 재미를 포기하긴 싫은 사람들이 그런데 많이 몰리는 거 같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오락실은 오가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 때 가장 좋아하던 게임이 ‘보글보글’이었는데… 거 왜 공룡을 조종해 거품을 뿜어서 괴물들을 가둔 뒤 몸으로 부딪쳐 과일이나 케이크로 만드는 게임 기억나시죠? 옛날 게임이지만 워낙 유명했으니까. 반 친구들 사이에선 남자 둘이 나와서 높은 탑을 올라가며 악당들과 싸우는 게임을 더 인기였지만-아마 제목이 더블 타이거였나 드래곤이었나 그랬던 것 같아요- 좀 잔인해서 저는 별로 좋아지지가 않더라고요.

‘지능계발’이라고 적힌 오락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글대는 음악소리와 뿅뿅 거리는 소리가 오락실 특유의 약간 역한 냄새에 실려 훅 들어왔어요.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제 또래는 별로 없었고,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형들이 대부분이었죠. 그 형들 중 몇 명은 담배를 피워 물고 게임기 주변에 둘러서서는 웃고 떠들다가 제가 혼자 지나가자 이상하다는 듯 힐끗힐끗 쳐다봤어요. 조금 무서웠지만 가능한 그 형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서는, 구석의 보글보글 게임기가 있는 곳으로 갔지만 이미 다른 사람이 하고 있더라고요. 실망해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다가 너무 큰 소리로 한숨이 나와 스스로도 깜짝 놀란 순간, 자동차 운전 게임기 옆에 앉아있던 형이 저를 불렀어요.

“야 꼬마야, 이리 와봐.”

더럭 겁이 나서는 오락실 안 쪽 주인아저씨가 있는 쪽방을 돌아봤지만 주인아저씨는 신문만 읽더군요.

“담배나 끄고 불러, 애가 쫄잖아.”

옆에 있던 다른 형이 그 형에게 타박을 주자, 그 형은 담배를 뱉고는 발로 불을 비벼 끈 뒤 바닥에 침을 탁 뱉더니 다시 손짓을 했어요.

“이리 와 보라니까?”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저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어요.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금방 따라잡힐 게 뻔했죠. 괜히 왔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 형에게 다가가자, 다정한 어조로 묻더군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혼자 오락실에 왔어? 누가 때리고 돈 뺏어가려면 어쩌려고.”

“잘못했어요, 이제 갈게요.”

또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얼굴을 찡그리자, 그 형은 좀 머쓱한 표정이 되더니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앞에 있던 게임기에 집어넣었어요.

“울지 마, 자. 형이 한 판 시켜줄게. 이거 새로 나와서 비싼 거다?”

뾰로롱, 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바뀌자 그제야 게임기로 시선이 가더군요. 검은 색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다른 투박한 게임기들과는 달리, 크고 멋진 나무 캐비닛으로 둘러싸여 있고 캐비닛 안쪽에 붙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강렬한 음악이 나오고 있었어요. 주인아저씨가 화면 위에 종이로 ‘한 판 100원’이라고 써 붙여 놨더군요. 참, 이제는 오락실도 거의 다 없어졌죠? 그 때는 보통 한 판에 50원이었거든요. 총이나 운전대가 딸려 있는 대형 게임기나 주인아저씨가 비싸게 들여 온 최신 게임이나 100원씩 했죠.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내가 시켜주는 거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그래? 자, 옆에 와서 봐. 어떻게 하는지 좀 보여줄게.”

호기심이 동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 형은 게임기를 향해 돌아앉아서는 오른쪽 자리에 앉아 버튼을 눌렀고, 날렵하게 생긴 빨간 비행기가 날아가는 옆모습이 화면에 나타났어요.

“이게 주인공 비행기야. 주인공 비행기가 두 개인데, 파란 거보다 이 빨간 게 더 세. 이걸 조종해서, 나쁜 놈 비행기가 쏘는 걸 피하고 전부 부수면 돼. 자, 해봐.”

그 형은 제 어깨를 가볍게 툭 치고서는 자리를 비워줬고, 전 막대 사탕처럼 생긴 레버를 잡았어요. 물론 요즘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때 기준으로는 음향도 그래픽도 대단했어요. 배경 위 아래로 찐득대는 분홍색 구름 같은 게 깔려 있고, 사방에 달린 스피커에서는 박력 있는 레이저 발사음과 폭발음이 뿜어져 나와서는 마치 직접 비행기를 모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하하, 이제 그런 게임은 에뮬레이터로나 돌아가겠지요.

“그렇지, 잘하네.”

옆의 형이 웃으면서 말했어요. 정신없이 쏘고 피하다 보니, 배경의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분홍색 구름의 색깔은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고, 스피커에서 영어로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이젠 피처럼 붉게 물든 구름이 불쑥불쑥 커지면서 비행기를 덮쳐들었어요.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와중에 불현듯 그 구름이 학습 만화에서 본, 암세포가 위장 속에서 증식하는 사진 같더군요. 레버를 쥔 손 안에서 땀이 차는 걸 느끼며 그 부분을 지나자, 이번에는 구름에서, 어쩌면 피로 물든 위장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 같은 게 불쑥불쑥 튀어나왔어요. 그것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사람의 뱃가죽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아 보였답니다. 아랫배가 당기고 그 안에서 창자가 똘똘 꼬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꿀꺽, 침 삼키는 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과 온갖 효과음과 더불어 뒤엉키고, 그 뒤엉킨 울림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내려서는 늘 품고 다니면서도 정작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스스로의 뱃속 깊은 곳에서 응어리를 트는 걸 느꼈어요. 옆에서 지켜보는 형들도, 게임기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효과음들도, 그 소리에 휘감겨 일렁이는 푸른 담배연기와 형언하기 힘든 악취도,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 비행기가 사방을 둘러 싼 시뻘건 암세포의 벽을 뚫고서 사방이 전부 텅 비고 어두운 공간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앞에서, 제 앞에서 웅크리고 있던 붉은 벽이 갈라지고….

저는 비명을 지르면서 오락실을 뛰쳐나왔어요.

집에 돌아오던 중 단지 주변을 돌아다니며 저를 찾던 아줌마와 만났죠. 제가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던 참이라고 말했지만 별로 믿어지지 않더군요. 정말 걱정했으면 밥 차려 놨으니 바로 가겠다면서 퇴근해 버리지 않았겠죠. 집으로 올라 와서 한참 멍하니 거실에 앉아 있다가 식탁 위에 식어 있는 저녁 식사 위에 식탁보를 덮어두고서는 신발장을 뒤져 먼지 털이를 꺼내서는 거실의 TV와 소파, 전축, 장식장 위를 탁탁 소리 나게 쓸어냈어요. 그 뒤로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찾아낸 걸레를 물에 적신 뒤 힘껏 물기를 짜내고서는, 거실과 아버지 방 바닥을 닦아 냈고. 아줌마가 이미 청소를 해놔서 깨끗했지만, 아직 조금 무서워서 제 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겠더라고요. 다시 걸레를 빨아 널어두고, 전에 아줌마가 청소할 때 어깨 너머로 본 대로 신발장에 있는 신문지를 찢어서는 창문과 거울을 윤이 나도록 닦았어요. 그 뒤에는 씻은 뒤 새 옷을 꺼내 입고, 밀린 산수 숙제를 했고. 그걸 모두 하고 나자 시간이 10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올 기미를 보이지 않더군요. 과연 약속을 지킬까요? 사실 어쩌면 아버지는 저를 싫어하고, 그래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 때, 전화벨이 울렸어요.

“아빠!”

수화기 너머에서, 웃음을 꾹 참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어요.

-철수구나, 병원에서 만난 아저씨란다. 나 기억하지?

“네.”

-너희 아빠가 갑자기 급한 일을 맡게 되는 바람에,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셨어. 그걸 전해주려고 전화한 거야.

“…네.”

-철수는 착하구나. 아빠 이해하지?

“……전 괜찮아요.”

-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더구나. 집에 아무 일 없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 언제든 날 불러라.

잠시 수화기를 들고 있다가 내려놓고는, 테이블 위에 차려진 밥과 국그릇, 반찬 그릇을 들고 TV 앞으로 와 앉았어요. 어렸을 때, 엄마는 늘 텔레비전 보면서 밥 먹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었죠. 하지만 이제 저 뿐이니 마음대로 해도 될 것 아니에요, 그렇죠? TV에서는 가족오락관의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어요. 평소엔 잘 안 보던 프로인데 밥 먹으며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웃기도 하고, “몇 대 몇!”하고 따라 외치고. 차가운 밥과 국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빈 그릇들을 싱크대에 던져두고, 다시 텔레비전 앞으로 돌아와 앉고- 그 동안 몸 속 깊은 곳이 천천히 차가와지는 걸 느끼는 스스로를 조용히 지켜봤어요. 마치, 남처럼.

문득 정신을 차려보자 화면에서는 애국가 4절이 막 끝나가고 있었어요. 깜빡 졸았나 봐요. 약간 열린 채 시커멓게 입 안을 드러내고 있는 제 방문이 눈에 들어오자 다시 겁이 나더군요.

그 괴물이 다시 나타나서 침대 바깥으로 기어 나와 나를 쫓아오면 어쩌지, 그런 걱정을 하던 참에 담임이 줬던 도자기 인형이 생각났지요. 하지만 그 인형은 방 안 어딘가에 있을 테고, 그 괴물도 방 안 침대 밑에 있다는 게 문제였어요. 괴물은 인형에 얻어맞고서야 도망쳤으니, 그냥 한 방에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냥 꿈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만일 정말로 그 괴물이 있다면?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려오기 시작했어요. 애국가도 끝나 버리고, TV 화면이 어지럽게 깜박이는 가운데 지지직대는 잡음만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지금이야 뭐 24시간 내내, 하다못해 광고라도 어느 채널에선가는 나오고 있고 지난 프로를 다운받아 볼 수도 있지만 그 때는 정규 편성 시간이 다 끝나면 대기 중 화면이나 그냥 노이즈만 나왔거든요. 어쩌면 기억하실 수도 있겠군요. 불을 밝게 켜두면 괴물도 못 나올지도 모른다 싶어서 괴물이 제 발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살금살금 방문 쪽으로 다가가서는 문틈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다가 멈췄어요. 괴물이 덥석 손목을 잡아채서 침대 밑으로 끌고 들어가 버리면 어쩌지? 어쩌면, 바로 이 문 뒤에 숨을 죽이고 서서 내가 손을 내밀기만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 끝에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와도 밝은 거실의 샹들리에 불빛 아래로 도망칠 수 있도록 발끝에 단단히 힘을 주고서는 방문을 밀어 활짝 열었어요. 제 그림자가 방 안으로 시커멓게 드리워졌지만, 그래도 좀 마음이 놓이더군요. 방문 옆으로 손을 뻗어 벽을 더듬자 형광등 스위치가 잡혔어요. 만일, 만일 벽 뒤에 괴물이 숨어 있다면…. 이 다음 순간, 그 무시무시한 발톱으로 팔을 낚아챈다면….

달칵, 방에 불이 켜지고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며 빈 방 안을 둘러봤어요. 새로 갈아입은 옷이 땀투성이였어요. 가능한 침대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괴물이 튀어나오면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문가에 선 채 눈으로 방 안 여기저기를 살피며 도자기 인형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초조해하던 참에 낮에 아줌마가 청소한다면서 방에 들어간 게 기억났어요. 그 때 멀리서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방의 불이 뚝 꺼지고 저는 후다닥 거실로 물러났어요. 유달리 시커멓게 느껴지는 방 안의 어둠이 일렁이고, 그 안에서 조용한 악의가 지독한 입김처럼 뿜어져 나와서는 볼을 쓰다듬는 느낌을 받으며 주방으로 뒷걸음질 쳐서는 방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거실의 형광등이 깜박이는 가운데 확 악취가 피어올라 욕지기가 치밀고, 손에는 온갖 먼지와 지저분한 것들이 달라붙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열심히 청소해둔 깨끗한 바닥에 쓰레기들이 흩어졌고, 요동치는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어요. 차라리 방문을 닫아둘 걸 그랬다고 생각하는 순간, 거실의 불마저 꺼져 버렸어요.

이제 남은 불빛은 혼자서 치지직 거리는 텔레비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흐릿한 빛뿐이었어요. 그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어요. 바지지직, 치지지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다만 검은 색과 흰 색만이 어지럽게 껌벅이는 화면과 요란한 잡음 속에서, 괴물이 웃는 소리를 일순 들은 것 같았어요.

-넌, 도망칠 수 없어.

쓰레기통을 아예 뒤집어 버리자 확 지독한 냄새가 풍기면서 음식물 쓰레기가 든 비닐봉투와 음료수 캔 따위가 우르르 쏟아졌죠. 김치 국물 같은 게 쏟아졌는지, 구역질나는 시큼한 냄새와 함께 옷이 젖어들었어요. 저는 떨면서 울기 시작했어요.

-소용없어, 넌 내 거야.

텔레비전 화면이 요란스럽게 깜박대더니 꺼져 버렸고 어둠이 주변을 가득 채웠지만, 치직 대는 요란한 소리는 그치지 않았어요. 공기 중에서 고무가 타서 눌어붙는 듯한 기분 나쁜 냄새가 감돌고 머리카락은 정전기가 일어서 솟구치고, 제 심장이 뛰는 소리가 불길한 북소리처럼 귓전에서 울려 퍼졌어요. 둥, 둥, 둥, 둥. 그 북소리가 13번을 울려 퍼지는 순간,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불그스레한 광채가 사방을 채우고 있는 걸 깨았어요. 힘겹게 침을 삼키자 뜨겁게 달궈진, 커다란 쇳덩이를 삼키는 듯한 감각이 목구멍을 가득 메웠어요. 그것이, 괴물이 가까이 있었어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지요. 흐느끼면서 제 방 쪽을 외면하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다시 쓰레기 더미를 헤집기 시작했습니다. 차갑고 미끈덩한 감촉이 손가락에 걸렸지만, 무엇을 건드린 건지 알 수 없더군요.

머릿속에서, 시뻘건 살점들이 사방에 뒤엉킨 동굴처럼 변한 제 방이 그려졌어요. 사방의 벽과 천장, 바닥에는 피고름과 누런 종기가 종유석과 석순처럼 늘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제 몸통만큼이나 커다랗고 날카로운 칼날이 작은 피의 개울을 만들면서 길게 방 밖으로 돋아 나와 저를 향해 뻗어왔어요. 부글, 부그륵. 피의 개울에서 거품이 일어나는 게, 꽉 감긴 눈꺼풀 속에서 똑똑히 그려지더군요. 검붉은 개울을 메우며 흐르던 핏줄기가 마치 단단한 벽처럼 양쪽으로- 아버지와 봤던 영화 ‘십계’에서 홍해가 갈라지듯- 천천히 갈라지고 마치 익사한 시체가 썩은 물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거대한 두뇌가 피거품 사이로 떠올랐어요. 그 뇌의 앞쪽 부분, 피에 젖어 흐물거리는 대뇌피질에 깊이 새겨진 주름이 갈라지고 제 머리통만한 눈알이 그 주름 속에서 튀어나왔어요. 눈동자에 제 뒷모습이 비쳐지고, 허공에 둥실둥실 떠서는 방문을 빠져 나와 다가오는 그 모습을 마치 자기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남이 된 것처럼 꽉 감은 눈꺼풀 속에서 지켜봤어요. 소름이 돋아난 등줄기를 따라, 뒷덜미를 따라, 그것의 회색 피질에 새겨진 주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녹슨 쇠토막을 몇 달 동안이나 담가 둔, 구더기가 끓어 넘치는 상한 콜라 같은 그 악취가 스물 스물 기어 올라와 목을 조르는 걸 느끼며 쓰레기 더미 위에 엎드려 절망적으로 버르적거렸어요. 하느님, 아빠,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살려줘요. 제발 살려줘요. 저 무서운 빨갱이 괴물에게서 지켜줘요. 제발. 그 순간 뭔가 단단한 것이 손에 잡혔어요. 네, 도자기 인형이었지요. 눈을 꽉 감은 채 기쁜 울음인지 두려움에 찬 웃음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며 그걸 들어올려 바로 뒤까지 다가와 있을 괴물을 향해 내밀었어요.

창 밖 저 멀리서 다시 한 번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거실과 텔레비전, 그리고 제 방에 불이 들어오고 주변이 환해지는 것과 동시에 괴물의 웃음소리가 사라졌어요. 눈을 천천히 뜨고서 손에 든 것을 내려다 봤죠. 김치 국물과 온갖 쓰레기가 잔뜩 묻어 더러워진데다가 집어 던졌을 때 어딘가 부딪쳤는지 커다란 금이 가 있었지만,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푸른 옷의 여자는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살짝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강보에 싸인 어린 아기를 껴안고 있었어요. 저는 그걸 껴안고 한참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도 어느새 창밖으로 새벽빛이 비치더군요. 아침에 출근한 아줌마는 엉망이 된 거실을 보고 깜짝 놀라 이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아니, 못했죠. 배는 고픈데 밥이 넘어가지 않더군요. 억지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스쿨버스에 올라 학교로 가는 제 머리 속은 담임 생각으로 가득했어요.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아줌마는 제게 신경도 안 쓰는 이상 담임은 정말로 괴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만 했거든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교무실로 갔죠. 다들 밥을 먹으러 갔는지 대부분의 책상이 비어 있었고, 몇 명 정도만이 자리에 남아 있더군요. 창밖으로는 하늘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인상을 찌푸린 채 울먹거리고 있었고, 담임은 그걸 올려다보며 멍하니 자기 책상에 앉아 있었어요.

“철수구나, 벌써 밥 다 먹었니?”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담임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제 표정을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춰 여기서는 하기 어려운 이야기냐고 묻더군요. 전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란히 교무실을 나서던 담임과 전, 문 앞에서 옆 반 담임과 마주쳤어요.

“아니, 식사도 안 하시고 어디 가십니까? 개인 면담이라도 하시게? 담임이 특정 몇몇 학생과 너무 가까운 티를 내면 다른 학생들이 위화감 느낀다고요, 교육 상 안 좋다니까 그거.”

옆 반 담임은 그렇게 말하면서 담임의 블라우스 가슴께를 힐끔거리더군요. 그걸 보는 순간 울컥 화가 치밀었어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숱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죠.

“그런 거 아니에요, 잠깐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과학실 열쇠 좀 빌려 주실래요?”

담임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재빨리 옷매무새를 가다듬었어요.

“지금 과학실은 비어 있을 거야, 먼저 가 있을래?”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를 걸어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봤어요. 교무실 문간에서, 옆 반 담임이 담임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을 건네더군요.

“…철수 군 가정환경에 대한 소문은 들었습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철수 군 챙겨서 나쁠 게 없을 거라는 거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교사는 최대한 많은 학생들을 포용해야 될 거 아냐. 안 그래요?”

“주의할게요. 열쇠 빌려주실 수 있어요?”

“여기, 오후에 과학 수업 있으니까 볼 일 끝나시면 제 책상 위에 둬요. 아참, 다음 주에 평교사 회식 있는데 이번에는 오실 거죠?”

“요즘 바빠서요, 최대한 시간 내 볼게요.”

순간적으로 담임이 거짓말을 한다고 느꼈어요. 아버지도 일찍 오겠다고 말했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죠. 엄마도 곁에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요. 아줌마도 저를 걱정한다고 말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혹시, 담임도 그렇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담임이 거짓말이나 하는 나쁜 사람이라면 인형이 괴물을 쫓아내지도 못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쩌면 괴물은 도망간 척만 했을 뿐이라면? 제 마음이 구겨진 비닐 봉투 같다고 느끼며 과학실 문 앞에서 멈춰 섰어요. 콰르르릉, 쾅. 천둥소리와 함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고, 마음이 젖어 처덕거렸어요. 그 때 어깨에 누가 손을 얹었어요. 돌아보니, 담임이 놀란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왜 우니?”

처덕거리던 건 마음속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담임은 과학실 문을 따고 절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벽에 붙어 있는 수도꼭지를 틀어 얼굴을 씻어 준 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허리를 굽혀 얼굴을 닦아줬어요.

“왜 그래, 또 친구랑 싸웠니? 아니면 집에 무슨 일 있어?”

담임은 걱정이 가득 담긴 눈으로 눈높이를 맞춘 채 묻더군요. 과학실 특유의, 콧속이 싸해지는 약품 냄새 사이를 뚫고 담임에게서 은은한 샴푸 냄새가 풍겨왔어요. 갸름한 얼굴 주변으로 머리칼이 넘실거리고 희고 가는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왜 그래?”

담임은 의자를 끌어당겨 저를 앉히고 자신도 옆에 앉아 어깨에 손을 얹었어요. 옷 너머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걸 느끼며, 하지만 동시에 왠지 얼굴이 달아오르고 마음이 불편한 느낌을 받으며 시선을 돌려 담임의 어깨 너머를 쏘아봤어요. 맞은편의, 실험용 비커와 플라스크들이 진열된 찬장 위에 세워진 인체 해부 모형이 보였지요. 절반은 피부로 덮여 있지만 절반은 벗겨져서 내부의 심장과 간, 위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고 얼굴 위 쪽 두개골 부분은 분리되어 뇌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그 무기질적인 눈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괴물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침을 꿀꺽 삼켰어요.

“여기 무서운데 다른 데로 가면 안돼요?”

담임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돌려 해부 모형을 흘깃 보더니 살짝 웃었어요.

“그래, 어디로 갈까?”

“음악실이요.”

음악실은 깨끗하고 조용했어요. 창 밖에서는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창가의 꽃병에서는 백합이 향기를 뿜어내고 있고 벽에는 유명한 음악가들-이름을 아는 얼굴은 베토벤과 모차르트뿐이었지만-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어요. 담임은 피아노 앞에 앉아 손짓했어요.

“이리 와서 옆에 앉아. 뭐 듣고 싶은 노래 있어? 유행가라도 좋아.”

음악 같은 걸 들을 기분이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듣던 게 생각나더군요. 약간 더듬대면서 그 멜로디를 몇 소절 흥얼대고는 이 노래 아시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옆에 앉자 반질반질하게 닦인 건반 뚜껑을 열었고, 희고 가는 손가락이 그 건반 위를 달리고, 귀에 익은 음률이 엮여 나오기 시작했어요. 건반을 두들길 때마다 빛줄기가 솟구치고, 그 빛과 더불어 백합 향기가 제 안으로 흘러들어왔어요. 꽃병에 꽂혀 있는 백합 한 송이 정도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짙은 향기가. 그 빛과 향이 자신의 뱃속에 웅크리고 있던 피와 오물 냄새를 천천히 씻어갔어요.

“이제 좀 괜찮아졌니? 괜찮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 봐.”

전 괴물에 대해서 약간 더듬거리며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죠. 제 방 침대 밑에서 나타나 북한으로 가자고 말한 것, 그 날 받은 인형을 얻어맞고 사라진 것, 어제 밤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던 것까지. 마지막으로 물었죠.

"전 거짓말 안 했어요. 저한테 말씀하셨던 건, 거짓말이에요?"

담임은 제 눈을 잠시 똑바로 바라보더니 꼭 안아주더군요.

“선생님은 철수 말 믿어,”

제 머리를 껴안은 담임의 팔에 힘이 들어갔어요.

“무서웠겠구나.”

샴푸와 약간의 화장품 냄새가 훅 끼쳐오고,

“오늘 학교 끝난 뒤에 선생님과 같이 너희 집으로 가보자.”

이마와 볼에 와 닿는 푹신하고 따스한 촉감을 느꼈어요. 그보다 더욱 깊고 먼 곳- 마치 저 아득한 우주 공간 저 멀리 있는 다른 별만큼이나 아득히 먼 세상에서 울려오는 심장고동 소리.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절 안아주던 엄마 품에서 느끼던 것과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

“일단 오늘 밤은 같이 있어 줄 테니 걱정 마. 내가 왜 그렇게 말했던 건지도 알려줄게.”

그 느낌은, 오줌 마려울 때와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어요. 전신에 쭉 소름이 돋고 그것이 바싹 목구멍을 조여 들며 몸속으로 스며들어 핏줄기를 따라 다리 사이로 몰려드는 감각. 약간 뻐근하게 아픈 것 같으면서도 야릇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감각.

“방과 후에 스쿨버스 타지 말고 교문 앞에서 기다려.”

피아노 앞에 앉은 우리를 빗소리가 죄어오고, 저 멀리 어디선가 나직하게 천둥이 한 번 더 나직하게 울었어요.

오전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친구들이 해태랑 롯데 중 누가 이길 것 같냐고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대충 대답했어요. 오늘은 담임이 집에 오니, 빨갱이 괴물도 절 어떻게 할 수 없겠지요. 공책에 괴물과 침대, 그리고 저와 담임을 그리고는 어떻게 그 괴물을 상대할지 계획을 짰었죠. 일단 2대 1이니까, 이쪽이 더 유리할 것 같았어요. 담임은 어른이니까 괴물 같은 거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을 테고. 그래도 여자니까 제가 인형을 갖고 정면으로 괴물을 상대하는 동안 담임은 뒤에서 괴물에게 덤벼들어 야구방망이로 때려준 뒤 줄넘기로 묶어 버린다는 작전이었어요. 하하, 열 살짜리 다운 작전이죠 안 그래요? 또 정전이 될지 모르니 큰 플래쉬를 준비해둘 것, 중간에 괴물이 도망칠지도 모르니까 밤이 되면 문단속을 잘 하고 창문을 모두 잠가 놓을 것, 담임이 와 있는 걸 알면 괴물이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저녁 때 화장실에 숨어 있게 할 것, 뭐 그런 메모로 공책을 빼곡히 채워가던 중 드디어 오후 수업이 전부 끝났어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며 오늘 밤에는 그 무시무시한 빨갱이 괴물과 반드시 결판을 내고 말 거라고 굳게 다짐했어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교문 앞에 있는 문방구에 가서 용돈을 털어 BB탄 권총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칼도 샀지요. 괴물에게 이런 게 통할지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담임 또래로 보이는 낯선 형? 아저씨? 그 쯤 되는 사람이 교문 근처 담벼락에 기대서서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얼핏 눈에 들어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죠. 담임이 제가 없는 줄 알고 그냥 가 버리거나 하면 큰일이니까. 얼추 끝났나 싶던 참에 중요한 걸 깨달았죠! 담임에게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할 것 같아 문방구 옆 꽃집으로 달려가 싱싱한 꽃 한 다발을 샀어요. 화사한 노란 꽃다발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장난감 권총과 칼이 담긴 봉투를 들고 다시 교문 앞으로 돌아와 두근대는 가슴을 누르면서 학교 건물을 돌아봤죠. 비는 그쳤지만 아직 먹구름이 걷히질 않아 어두침침하더군요. 침을 꼴딱꼴딱 삼켜가며 한참 기다리다 보니 한 손에 우산을 든 날씬하고 맵시 있는 모습이 정문을 나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어요,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다니! 조금 심술도 나고 장난기도 동해서 교문 옆에 있는 가로등 뒤에 숨었어요. 담임이 가까이 오면 튀어나가 왁! 할 생각이었답니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영희야!”

“아, 민수야!”

가로등 불빛 아래서, 담임의 머리칼이 가볍게 나부끼고 그 사이에서 밝은 웃음이 떠올랐어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기억났어요, 생일날, 쫓기던 저와 담임을 도와주며 노래를 부르던 그 사람이었지요. 그 때는 정신이 없어서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자더라고요. 담임은 환하게 웃으며 그 사람 손을 덥석 잡더니 살짝 눈을 흘겼어요.

“또 담배 피웠구나? 몸에도 해로운 거, 그만 끊으라니깐.”

“미안.”

그 사람도 흰 이를 드러내며 씩 웃더군요.

“갑자기 우리 학교엔 웬 일이야? 엇갈리면 어쩌려고 연락도 없이. 너희 학교도 요즘 분위기 안 좋아서 바쁠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것 때문에 말인데, 곧… 연대해서 크게 축제하기로 했었잖아. 말이 샌 것 같아. 준비 위원들만 긴급 소집이야. 바로 같이 가야 될 거 같아.”

담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하지만 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담임을 부르자, 놀란 표정으로 저를 돌아봤죠. 그 표정을 보는 순간, 깨달았어요. 약속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걸.

“얜 누구야?”

“응, 우리 반 철수. 오늘 같이 어디 좀 가기로 했었거든….”

그는 허리를 굽혀 제게 눈을 맞추고 웃어 보였어요.

“안녕, 미안한데 오늘 하루만 너희 담임 좀 빌려줄래?”

이젠 담임 얼굴도 흐릿한데 그 얼굴은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납니다. 남자처럼 짧게 자른 머리에, TV에서 조용필이 매고 나오던 가느다란 넥타이를 비롯해서 옷차림도 남자 같았지요.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고. 가수 이상은 아세요? ‘담다디’ 불렀던. 비슷한 인상이었어요.

“걱정 마, 난 영희와는 대학 시절 친구야. 다른 친구들 몇 명이랑 같이 소풍을 가기로 했거든. 그거 이야기를 해야 해서. 다음번에 맛있는 거 사줄게.”

빤히 그 여자를 쳐다보자 난처한 듯 웃으며 머리를 긁더군요. 그 때, 담임이 말했어요.

“미안해, 급한 일이라서.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전에도 같이 가봤으니, 이야기가 끝나는 대로 갈게.”

“…….”

“우리 철수, 나 믿지?”

저는 담임을 올려다보며 웃기만 했죠.

“그럼 같이 가자, 차 대놨어. 철수랬지? 미안하다 야.”

담임을 미워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길가에 세워져 있던 차에 둘이 올라타고, 시동이 걸리고, 차가 출발하고, 그 뒷모습을 한참 지켜봤죠. 오가던 사람들이 불평을 쏟아내며 걸음을 서두르거나 가게 처마 밑으로 들어가거나 들고 있던 우산을 주섬주섬 펼치고 있었고, 벌써 작은 웅덩이가 생겨 파문이 일더군요. 저는 차가 떠난 반대 방향으로 등을 돌려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빗줄기가 머리카락을, 이마를, 얼굴을, 가방을, 옷을, 손에 들린 약간 구겨진 꽃다발과 비닐 봉투를 때리기 시작하고, 턱을 따라 물줄기가 흘러내리더군요.

뭐랄까, 담임만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을 좀 했죠. 만일 그렇다면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니까.

한 시간 좀 넘게 걸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도착해 보니 거의 7시더라고요. 흠뻑 젖은 모습을 본 아줌마는 깜짝 놀라서 전화를 했으면 우산을 가지고 마중 갔을 텐데 왜 안 했냐고 물어봤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옷을 갈아입고, 목욕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난 뒤에야 친구들과 같이 오면서 놀다가 비가 왔다고 대충 얼버무렸을 뿐이에요. 방에서 꽃다발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는 사온 장난감 총과 칼의 포장을 뜯고 있는데 아줌마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따뜻한 물과 감기약을 줬어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약국에서 사온 거래요. 약간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더 이상 관심이 없었어요. 나중에 먹겠다고 하고는, 저녁 때 담임이 와서 학교 공부를 봐 주기로 했으니 퇴근해도 된다고 말해놨어요. 8시. 집안은 조용해요. 아줌마가 갖다 준 물컵이 식어 있었지만, 감기약을 먹으면 졸리니까요. 괴물이 나타났을 때 잠들어 있으면 곤란하기도 했고,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담임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그 조용함이 싫어서 TV를 켜놓고는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괴물이 나타났을 때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전기가 꺼졌을 때를 대비한 플래쉬, 아까 사온 BB탄 권총과 칼, 효과가 없을 때를 대비한 야구 방망이, 괴물을 묶기 위한 줄넘기. 그리고 도자기 인형도. 9시. TV에서 꼭대기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커다란 탑처럼 생긴 건물 앞마당에, 머리에 희고 붉은 띠를 두른 수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몰려 서 있는 장면이 나왔지요. ‘민주압살 호헌분쇄’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흘깃 보였지만, 아나운서가 뭐라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더군요. 10시. 머리가 아프면서 열이 나는 한편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어요. TV 앞에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선, 담임의 집에 갔을 때 본 풍경을 떠올렸죠. 해가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며 가라앉는 가운데 웃음소리가 물방울에 실려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흐릿한 무지개가 꿈결처럼 너울대던 풍경. 그 때 초인종이 울렸어요. 반사적으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현관문을 열어젖혔죠. 담임이 복도에 서 있었어요.

“미안, 철수야.”

전 얼른 들어오라고 했지만, 담임은 그 자리에 선 채 웃기만 하더군요.

“사실 네게 거짓말을 했어.”

“네?”

“너희 엄마랑 마찬가지로.”

“왜 그러세요?”

“가야 해, 안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담임은 돌아섰어요. 손을 뻗었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고, 다음 순간 전 소파에 누워 있었어요. 꿈이었죠. 몸이 미친 듯이 뜨거운 동시에 지독하게 추웠어요. TV 화면은 색색의 막대가 늘어선 채 조용하기만 했고, 불빛이 마치 전신을 찌르는 것처럼 아프더군요. 하지만 딱히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천천히 일어나서 거실을 몇 바퀴 돌다가, 제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어요. 책상 위에 올려놨던 꽃이 시커멓게 시들어 있더군요. 한 나절 전만 해도 그렇게 예뻤는데, 이젠 마치 해골처럼 보였어요. 그 해골이 말을 걸어왔어요. 결국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지 않느냐고. 저는 천천히 수화기를 집어 들어, 아버지 회사로 전화를 걸었어요. 두세 번 신호가 가더니, 누군가가 받더군요.

-세기문화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버지 이름을 대고, 중요한 일이니 아버지나 아버지 부하직원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제 모습을 마치 남이나 된 것처럼 멍하니 지켜봤죠. 지독한 열기와 한기가 몸속에서 뒤얽히는 걸 느끼면서 용무를 묻는 남자의 목소리와 빨갱이가 가까이 있으니까 빨리 와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하는 제 목소리가 어른대며 들려왔어요. 잠시 수화기 너머에서 치직대는 잡음이 끼나 싶더니….

-안녕, 철수야. 나 기억하지?

“이야기 들으셨죠? 말씀하신 선물, 지금 받고 싶은데요.”

-그래, 곧 거기로 가마.

“예.”

그리고 전화를 끊었어요. 저도 할 일이 있었죠.

베란다 창문 너머로 달이 떠올랐어요. 불을 전부 꺼두고 방 가운데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빨갱이 괴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죠.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추위와 두통이 심해졌지만 반대로 정신은 점점 더 맑아지고 주변도 뚜렷하게 보였어요. 가슴이 조용히 뛰고 나직한 호흡이 스스로를 뚫고 지나가는 걸 느끼는 순간 침대보 밑에서 한 쌍의 빨간 눈이 빛나는 걸 본 것 같았죠. 달각, 달그락, 철커덕. 무겁고 선선한 공기가 주변을 내리누르는 그 느낌과 함께 침대 밑 그림자 속으로부터 핏줄기가 졸졸 흘러나오기 시작했어요. 작은 물줄기처럼 시작한 그 핏줄기는 이내 세차게 틀어놓은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듯 방 안을 가득 메우고는 제 무릎 주변에서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보지도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거실의 TV가 저절로 켜지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어요. 혼자서 저절로 채널이 바뀌더니 ‘대한뉴스’라는 자막이 떠오르고 곧 그 자막이 바뀌는 것도.

-오늘은 겁먹은 것 같지 않구나. 나와 함께 북한으로 갈 준비가 됐니?

고개를 저으니 제 무릎 근처까지 차오르기 시작한 피바다에서 부그륵거리며 거품이 솟았어요. 부글, 부그르륵. 익사한 시체가 썩으며 내뿜는 것 같은 그 거품이 뭉쳐져 글씨를 이뤘어요.

-그럼 내게 잡아먹힐래?

대답 대신 벌떡 일어나, 품에 안고 있던 스케치북을 펼쳐들었어요. 반공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할 때 끝내 완성하지 못했던 그림이 드러났어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안경을 끼고, 구두 대신 군화를 신은 남자가 내민 손에서 일어난 불길이 돼지 얼굴의 괴물을 불태우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그려진 페이지가 펼쳐지자, 사람의 귀로는 듣지 못하는 비명이 울려 펴졌어요.

“나는 이제 아무 것도 믿지 못해. 나한테 거짓말을 한 엄마도, 아버지도, 담임도. 하지만 이 힘이 날 지켜줄 거라는 건 믿어!”

지독한 악취와 함께 다시 한 번 끔찍한 비명소리가 사방을, 어쩌면 오직 제 머리 속만을 가득 채웠어요. 하지만 다음 순간 저는 움찔했어요. 그 비명소리에서 두려움이나 고통이 아닌, 사악한 조롱이 느껴졌거든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허벅지까지 차오른 피바다가 거칠게 출렁댔어요. 어느 새 방의 벽이나 책상, 침대 따위는 전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어요. 쓰라린 바람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가운데 살점과 뼛조각, 머리카락 뭉치가 마구잡이로 뒤엉킨 붉은 파도가 거세게 전신을 때리고, 원래 천정이 있었던 머리 위의 검은 구멍에서 새까맣고 끈적대는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허리까지 차오른 지옥의 바다에서 폭풍우가 몰아치고,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어요. 그 소용돌이 가운데서,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키는 회색의 뇌가 천천히 떠올랐죠. 거센 바람 속 어디선가 수만 마리의 개구리가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 소리와 공명하듯 뇌는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침대만큼이나 커졌어요.

붉은 피와 점액으로 뒤덮여 있던, 뇌 아래 쪽- 뇌간과 신경절, 척수가 뭉쳐져 있는 부분에서, 마치 씨앗이 갈라지고 새싹이 솟아나듯 한 쌍의 가느다란 팔이 튀어 나왔어요. 그 팔 끝에는 창백하고 비쩍 마른 손이 매달려 있었어요. 거대한 뇌에 달린 가늘고 초라한 팔이라니! 그 너무나도 앙상하고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에 무심코 웃음을 터뜨릴 뻔했어요. 거미 다리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관절이 달린 그 팔이 위를 향해, 좌우로 갈라져 있는 뇌의 중심 부분에 손가락을 거는 그 모습은 마치 사람이 양 팔을 벌려 머리 위로 올리고는 정수리 근처에서 손등을 한데 모아 하트 모양을 만드는 것 같았죠. 가느다란 팔에 힘줄과 근육이 솟아나고, 그것은 뇌를 사과 쪼개듯이 벌리기 시작했어요. 우득, 우드득 콰지직. 뇌가 양쪽으로 벌려지고, 그 균열에서 거무튀튀한 피분수가 솟구쳐 나와 사방으로 튀었어요. 찢겨진 그 뇌 가운데서,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났어요.

담임이었어요.

담임은, 옷을 전부 벗고 있었어요. 마치 목욕을 할 때처럼. 피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가는 목과 동그란 어깨, 쇄골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을 살짝 덮고 있었어요. 담임은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받쳐 들어 보이며 저를 불렀어요. 이리 와. 네가 원하는 거야. 괜찮아. 내가 원하는 거야.

침을 꼴깍 삼켰어요. 그 기름 바른 듯 매끄러운 가슴 정점, 꼿꼿이 솟은 젖꼭지가 파르르 떨면서 저를 재촉했죠. 달콤하면서도 끈끈한 향기가, 사방의 피바다에서 풍기는 썩은 달걀과 지랄탄을 한데 섞어 버린 한여름의 하수구 같은 악취와 섞여 칼날처럼 몸속으로 파고 들었어요. 눈앞이 핑핑 돌고, 머릿속이 멍해지고, 목구멍이 깔깔하고, 오줌이 마려울 때처럼 사타구니 사이가 꽉 조여 들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그런 저를 바라보며 웃어 보이더니 뇌 위에서 몸을 일으켰어요. 가슴이 출렁거리고, 갈라진 뇌 가장자리에 무릎을 천천히 세우면서 걸터앉았어요. 열기를 뿜어내는 가슴과 그 아래로 쭉 뻗은 탄탄한 아랫배와 허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살이 살짝 접히고, 배꼽 아래 봉긋한 둔덕 밑 양 다리가 갈라져 나오는 틈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균열을 바라봤어요. 순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차에 치여 죽은 길고양이 시체를 본 적이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전부 눈살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면서, 커다란 활 모양을 그리며 그 피로 물든 털가죽과 찢겨진 내장, 그 사이로 튀어나온 척추와 갈비뼈를 피해 돌아가고 있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좁은 담장 위를 달리고 쓰레기통 사이를 뛰어 오르던, 분홍빛 코와 날쌘 꼬리를 갖고 있던 그것이 이제는 단순한 고깃덩어리보다도 못한 피와 살점, 뼛조각이 한데 뭉쳐진 무언가가 되어서는 새까만 파리 떼를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온전하게 남은 것은 머리 부분 뿐이었죠. 가느다랗게 세로로 갈라진 두 눈동자만이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것, 그리고 그 비좁은 심연 가운데 가장 깊숙한 곳에서 제가 결코 알지 못하는 저 너머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 열려 삐걱대는 것을 본 것 같았어요. 그리고 지금 그 문이 다시 앞에서 열리고 있었어요.

그 때, 검은 장갑에 싸인 한 쌍의 손이 뒤에서 제 어깨를 잡더군요. 병원에서 본, 그리고 제가 그렸던 바로 그 자였어요.

어때, 별로 늦지 않았지? 난 거짓말하지 않는단다.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악취의 칼날이 난도질한 상처 속으로 검붉은 빗물과 바닷물이 스며들어오고, 그것이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흘러드는 걸 느꼈죠. 검은 장갑을 낀 손이 뒤에서 제 바지춤을 벗겨 내렸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담임과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전혀 아닌 것 같기도 한 그것을 향해, 정확히는 그 문을 향해 비척대며 다가갔습니다.

네가 원하는 거야. 내가 원하는 거야. 네가, 내가. ㄴ ㅔ ㅐ ㅔㅐㅔㅐㅔㅐ가.

제가 그 비좁은 문을 헤집고 들어가자, 사방에서 저를 눌러죽일 것 같은 압박감이 닥쳐왔어요. 그것이 팔을 벌려 볼을 쓰다듬고, 입을 맞춰왔어요. 메스껍고 혐오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달콤하고 향긋해서 도저히 떨칠 수 없었어요. 동시에 뭔가 크고 뜨거운, 기분 나쁜 살덩어리가 제 뒤에서 다리 사이로 파고 드는 걸 느꼈어요. 정신이 아득해지는 고통에 구역질이 치밀었고, 그대로 토해버렸어요. 결코 악몽이 아닌, 끝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울부짖는 가운데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그리고 빙글빙글. 그 가운데에서 불현듯 깨달았어요. 절망과 쾌락이 뒤엉켜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이 순간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제게 박힌 것도, 절 박은 것도 저 이상의 고통과 희열에 전율하며 미쳐 날뛰고 있다는 걸. 마지막 순간 저는 알 수 없는 예감에 떨며 검은 비가 쏟아져 내리는 머리 위의 구멍을 향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그 구멍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어요.

그것은, 형언할 수 없이 장엄한 추악함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의 절규가 메아리치고, 그 메아리의 씨실과 날실들이 끝없이 겹쳐져 이루는 거대한 태피스트리 너머 어렴풋하게 그것이 절정과 단말마가 교차할 때의 경련 비슷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는 말하기 힘드네요. 눈으로 봤다기보다는 추상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찰나의 순간 천억 개의 뇌세포 하나하나로 감촉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억지로, 그것을 접한 순간 느낀 전율을 무한대 분의 1로 열화하고 단순화해서 표현하자면… 머리는 개구리 같았고, 마른 몸과 긴 사지는 털가죽 대신 누르스름한 회색 피부로 덮여 있다는 걸 빼면 원숭이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저 빛이 없는 게 아니라 실체를 가진 어둠이 뭉친 듯한 그것의 심장이 맥동할 때마다 우리에 대한 증오와 경멸로 가득 찬 즐거움이 마치 혈관 속을 흐르는 피처럼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산보다도, 섬보다도, 대륙보다도, 타오르는 별보다도 거대한 그것이 바로 제가 섬겨야 할 주님, 진정으로 강하고 위대한 분이셨습니다. 그 광활한 춤사위가 한번 펼쳐질 때마다 제가 속한 현실이 천억 갈래로 찢겨져 나갔고, 그 갈래 갈래가 다시 천억 조각으로 깨져 나가서는 가장 머나먼 우주의 중심 들끓는 혼돈 속으로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제 방 침대 위에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열은 떨어져 있었고 더없이 상쾌했죠. 거실로 나가보니,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절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안녕하세요.”

“일찍 일어났구나.”

“회사는요?”

“옷 좀 갈아입으려고. 아줌마가 급한 일로 휴가를 갔거든.”

“저 배고파요.”

잠시 침묵하시던 아버지는 매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마주 앉아서 아버지가 만든 약간 탄 토스트를 먹고, 평소보다 좀 일찍 집을 나섰죠. 그 동안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저는 이제 그것도 괜찮다 싶더군요.

학교에 와 보니 9시가 넘도록 담임이 아침 조회를 하러 들어오지 않더군요. 다들 신나서 떠들던 중, 옆 반 담임이 굳은 표정을 하고 교실로 들어왔어요. 담임은 사실 빨갱이와 한 패였고, 학생들까지 전부 빨갱이로 만들려는 계획을 짜고 있다가 자신에게 들켜서 어제 경찰이 잡아갔다더군요. 반장이 우리 담임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했지만 옆 반 담임은 버릇이 없다면서 교탁을 짚게 하고 빗자루로 엉덩이를 때린 뒤 자습하라는 말만 남기고 나가 버렸어요. 다른 반도 마찬가지였죠. 각 반 담임들은 자습을 시켜놓고는 회의를 거듭하며 가끔 교대로 감독하러 왔다 갔다 했고, 내내 경찰들이 드나들었죠. 여자애들은 책상에 엎드려 울어댔고, 남자애들도 침울했어요. 오후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조용하기만 했고, 체육 시간에도 다들 스탠드에 모여 앉아 서로 나직하게 잡담이나 주고받다가 그나마도 뚝뚝 끊기곤 했어요.

물론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자 제 방 책상 위에 도자기 인형이 놓여 있는 게 보이더군요. 저는 작은 모종삽과 인형을 들고 아파트를 나서서, 멀지 않은 공원으로 향했어요. 공원 가운데의 빈 터에 도자기 인형을 묻고 돌아서면서 생각했죠. 제가 두려워했던 건 그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어 오직 혼자 남는 거였어요. 하지만 어젯밤 그것을 보고 나자 사람을 믿거나 사랑할 필요 같은 건 애초에 없고, 오직 그것을 믿고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싶더군요. 해가 서서히 저물고, 공원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오는 걸 들으며 저는 저 멀리 나부끼는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고 그 분께 첫 기도를 올렸습니다. 이것이, 제가 그 분을 영접한 계기입니다. 그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이제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린 이유도 말씀드려야겠군요. 전 선생님이 저희에게 동참하셨으면 합니다. 단적으로 말해보죠. 기독교의 하느님이, 이슬람교의 알라가, 불교의 미륵이, 힌두교의 브라흐마가, 온갖 종교에서 섬기는 온갖 신들이 실존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사람이 보고 느낄 만한 구체적인 강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선 힘 그 자체이십니다. 며칠 구류 살면 될 정도의 죄를 지은 자를 1년 간 가두거나, 같은 죄를 지어도 누구는 집행유예로 풀어주고 누구는 1년을 가두거나, 어디 한 번 죄를 지어보라고 하고 진짜 그렇게 하면 마음껏 벌을 내릴 수 있는 철저히 현실적인 힘 말이지요. 그런 힘을 휘두르거나, 그 힘에 굴종하고 싶다는 건 우리 모두가 가진 욕망입니다. 주님께선 그 욕망을 공유하는 만인의 주류이며, 표준이고, 상식이며, 대표성입니다. 어쩌면 바로 우리의 그 욕망이 무수히 쌓인 끝에 개별의 합보다 큰 전체가 되어, 그 개구리 머리와 점액질 피부의 주님을- 우리 모두보다 더 위대하고 영원하며, 이질적이고 불가해한 신을 어디선가 불러들였거나, 만들어낸 걸지도 모르죠.

제가 아버지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이겁니다. 아버지도 아마 주님을 어렴풋하게나마 접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애국이라는 틀로밖에는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사실 저는 애국 같은 건 주님께서 스스로의 영광을 드러내시는 무수히 많은 수단 중 하나이며 그 분께선 그 무엇이든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서의 신이 모든 악을 선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솔직히 말해 요즘 기준으로는 애국 같은 건 사실 좀 촌스럽죠. 자, 선생님. 아직 선뜻 주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실 거라는 점은 이해합니다. 그러면 대신 마음껏 미워할 수 있는 대상을 하나 떠올려 보세요. 역겨운 동성애자. 뻔뻔한 여성주의자. 변태적인 성전환자. 파업이나 하는 노조. 위선적인 운동권. 믿지 못할 외국인 이민자. 뭐든 좋습니다. 선생님 정도 되는 분이 미워할 만한 대상이라면 정당한 이유가 있겠죠. 그리고 스스로가 주류이며, 표준이고, 상식이고, 대표성이라는 걸 확인해 보세요. 주님의 가호가 함께 하실 겁니다. 천국의 문을 두들기시면, 새 하늘과 새 땅이 선생님을 맞이할 겁니다.

댓글 0
분류 제목 날짜
거울 단편 사막으로 49분 전
손지상 냉동육 by 손지상 2019.11.15
아밀 외시경 by 아밀 2019.11.15
괴이학회 죄는 죄로 by 장아미 2019.11.15
이경희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2019.11.15
김수륜 모계유전 by 김수륜 2019.11.01
미로냥 박평수가 술법을 익히다 by 미로냥 2019.11.01
괴이학회 오감 by 남유하 2019.11.01
노말시티 할로윈이든 핼러윈이든 2019.11.01
곽재식 시간여행문3 2019.11.01
갈원경 늦봄 어느 날 2019.11.01
세뇨르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by 세뇨르 2019.10.15
아이 청포로62길 89 by 아이 2019.10.15
괴이학회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 by 노말시티 2019.10.15
이서영 유도선 by 이서영2 2019.10.01
갈원경 아버지와 아빠와 오빠와 나 by 갈원경 2019.10.01
괴이학회 넷이 있었다 by 이시우 2019.10.01
심너울 연애의 어려움 2019.10.01
엄길윤 여긴 영웅들이 없는 곳이 아닙니다 2019.10.01
정대영 만코마는 별들 중에 2019.09.30
Prev 1 2 3 4 5 6 7 8 9 10 ... 41 Next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