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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안시객 이야기

곽재식

그를 만난 장소는 생각보다 어두웠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는 뭘 드시겠습니까?”

“아니오. 괜찮습니다. 여기 있는 이 물 먹으면 되죠.”

“하기야, 이 동네가 뭐 차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그런데는 아니긴 합니다.”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뭘 타고 왔느냐, 인터뷰 장소가 나쁘지는 않느냐, 같은 인사치레 같은 말을 몇 분간 했다. 나는 그러는 사이에 이야기하는 초점이 너무 흐트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너무 산만한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요즘 경쟁이 심해서 서로 미워하는 기자들이 많은 판국에 이번처럼 좋은 기사가 나올 기회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대뜸 본론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이메일로 어떤 분위기로 이야기 해 주실 것인지 제가 보긴 봤는데요, 그래도 인터뷰에서는 처음부터 설명해 주시는 말씀으로 한번 다시 듣고 싶어서요.”

“그럴 것 같습니다. 뭐 부터 이야기하면 좋겠습니까?”

나는 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정말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게 가능한가요?”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지금 연구한 바로는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는 그런 어마어마한 대답을 시장통에서 마약 김밥집 찾아가는 길 설명하듯이 이야기했다.

“과학적인 증거나,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런 것도 다 확보된 거죠?”

“다 확보되었다고 하기에는 사실 좀 무리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왠만히 확보는 됐습니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지 확인하려면 영원히 기다리면서 정말 영원히 절대 안 늙는지 봐야 되는데, 그걸 확인하려면 정말 영원히 기다려야 하는데, 영원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100% 완벽하게 증명하는 건 원천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또 너무 힘없어 보이는데요. 무슨 사이비 종교 교주나 약장수 그런 사람들이 약간 주춤거릴 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나는 마지막 부분은 농담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좀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아차, 너무 과하게 말했나 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도 의식하지도 않아 보였다. 그가 계속 말했다.

“좀 그런 점이 없잖아 있기는 있지요. 옛날에 그런 좀 종교적인 느낌으로 사람들이 영원히 산다, 그런 이야기 많이 하기도 했고. 기자님, 혹시 안시객 이야기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아니오. 그게 뭐죠?”

“옛날에 삼국시대 때 고구려하고 중국 당나라하고 크게 전쟁을 했는데 안시성이라는 곳에서 결국 고구려가 이기는 바람에 당나라 군대가 물러 갔다, 뭐 그런 이야기는 혹시 아십니까?”

“알죠. 옛날에 TV연속극이나 영화에서도 나오고 그랬잖아요. 그때 고구려 장군이 무슨 소설에서는 양만춘이라는 이름으로도 나오고 그고.”

“잘 아시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전투가 끝나고 천 년도 넘게 지나서 조선시대에 사람들이 그 근처를 지나는데 외딴 길에서 갑자기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상한 사람인데요?”

“사람 비슷한 형체인데 온몸이 새처럼 깃털로 덮여 있었다고 합니다. 뭐 말하기에 따라서는 털로 뒤덮여 있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래서, 그 이상한 사람을 안시성 근처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손님이다, 해서 안시객이라고 불렀던 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안시객이 영원히 사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안시객 전설이 이런 내용입니다. 그 조선시대에 안시객을 만난 사람이 안시객 한테, 당신 누구냐고 물어 보니까, 안시객이 이렇게 대답을 했답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자기가 바로 천 년 전에 고구려랑 중국 당나라랑 전쟁할 때 당나라 병사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구려가 전쟁에서 이기니까 죽을 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살려고 온통 도망치다 보니까 잘못해서 산 속 깊이 깊이 너무 깊숙하게 숨어 버렸답니다. 그러다 보니까, 먹을 것도 없고 다른 사람을 접할 수도 없고 해서, 산 속에서 혼자 고립된 채로 거기에 있는 이상한 열매, 풀 그런 것만 먹으면서 완전히 사람들 사는 사회와 고립되어서 살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수십년 살다 보니까 점점 체질이 변하면서 온 몸이 털로 뒤덮인 모양이 되었고, 그러고 나서는 늙지도 죽지도 않는 체질이 되어 버려서 천년이 지난 조선시대까지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나는 생각나는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엇, 그거 저 어릴 때 저 살던 동네에 있던 이야기랑 비슷한데요.”

“무슨 이야기입니까?”

“제가 충남 부여 출신인데요. 거기 보면 백제 멸망할 때 사람들이 죽었다는 낙화암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낙화암 근처에 무슨 약수터가 하나 있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무슨 전설이 있냐면, 옛날에 백제가 멸망할 때 궁전에 살던 궁녀 한 사람이 어쩌다가 낙화암 근처에 있는 동굴 같은 데 숨게 되었대요. 그런데 동굴에 숨어 살면서 먹을 게 없으니까, 그 약수터 물만 먹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점점 체질이 변해서 늙지 않는 체질이 되었고 나중에는 그 동굴 속에서 천년 동안 살다가 조선시대에 어떤 남자한테 발견된다는 그런 내용이에요.”

“아, 저도 그 이야기도 압니다. 결말이 그렇게 해서 그 남자 만나서 천 년만에 동굴 바깥에 나가서 평범하게 살기로 하는데, 평범하게 살기 시작하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삽시간에 늙어 버리더니 곧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 것 아닙니까?”

“맞아요. 어? 어떻게 아세요?”

“안시객 이야기, 백제 궁녀 이야기 둘 다 조선후기에 나온 ‘증보 해동이적’이라는 책에 실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속세를 떠나서 산 속에서 특이한 것만 먹고 살면 늙지 않고 영원히 살게된다, 그런 계통의 이야기인 것은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을 듣고 보니 나는 지난주에 취재했던 것도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람들이 요즘도 자연인이다, 어쩐다, 하면서 산에 들어 가서 사회와 고립되어서 살면서 산에서 나는 것만 먹으면서 살면 건강에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막연히 많이 퍼져 있잖아요. 어쩌면, 그게 그런 전설이 조선시대에 많이 유행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어요.”

내 머릿 속에 지난주 취재에서 만났던 그 자연 속에서 산다던 그 독특한 사람의 모습이 다시 스물스물 떠올랐다. 그는 내 머릿 속 장면은 알리가 없어서 부드럽게 이어서 대답했다.

“확실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조선시대 전설 중에 보면 그 비슷한 다른 전설도 더 있습니다.”

“무슨 전설이 또 그런 게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증보 해동이적’이라는 책이 ‘해동이적’이라는 책을 개편해서 보충한 책입니다. 그 ‘해동이적’을 쓴 홍만종이라는 사람이 쓴 ‘순오지’라는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깊은 산에서 몸에 털 많이 난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늙지 않는 사람이라더라, 그런 이야기입니다.”

“순오지요?”

“다른 기록도 더 있습니다. ‘어우야담’에도 파란 털로 온몸이 뒤덮히는 모습으로 변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변한 사람 이야기도 나옵니다.”

“체질이 변하면서 몸에 털이 나는 이야기가 많네요.”

“아마 옛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겠습니까? 산짐승이나 새는 대부분 털이 많은데, 왜 사람은 털이 별로 없을까? 털이 많은 게 어쩐지 더 자연 그대로의 느낌 아닐까? 그러면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되어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면 털이 많은 모습처럼 되는 게 더 자연 그대로 같은 느낌 나지 않을까? 뭐, 그런 식으로 상상한 것 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도 그렇네요. 그런 이야기들 중에 혹시 근거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뭔가 연구하다가 발견하신 것과 관계가 있다거나.”

내 질문에 그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이 잠깐 말을 멈추고 있었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그는 잠시 전화기로 무엇인가를 검색해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윽고 그가 다시 말했다.

“근거 있는 이야기가 있기는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실 대부분은 중국에서 넘어 온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서 모방해서 만든 이야기일 겁니다.”

“중국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어요?”

“한 천 년 쯤 앞서서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퍼져 있었습니다. ‘포박자’ 같은 책에도 비슷한 것이 나왔던 것 같고. 내용도 비슷합니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산 속 깊은 곳에서 고립되어 거기서만 살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체질이 바뀌어서 온 몸에 털이 길게 났고, 그러고 나니까 영원히 늙지 않고 살 수 있는 체질이 되었다, 그런 겁니다.”

“비슷하긴 정말 비슷하네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국 진나라 시황의 궁전에서 살던 궁녀가 있었는데 초나라의 항우가 궁전을 공격하니까 도망쳐서 산에 숨었는데, 그러다가 몸의 모습이 바뀌었고 체질도 바뀌어서 몇 백 년 후에 다른 사람에게 발견 되었다, 뭐 그런 겁니다.”

“그건 아예 백제 궁녀 이야기랑 거의 똑같네요. 안시객 이야기랑도 비슷하고요.”

“그러니까 분명히 그런 중국 전설을 듣고 영향을 받아서 이야기가 생긴 점도 일부 있기는 있을 겁니다.”

그 대목에서 나는 그의 표정이 약간 이상하게 움찔거리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래서 얼른 되물어 보았다.

“일부 있다는 말은, 그게 아닌 설명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나는 그가 이어서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가 다시 말했다.

“더 쉽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진짜로 중국이든, 한국이든, 세상 어디에든 그렇게 산에 들어가서 살다 보면 체질이 바뀌는 뭐가 정말로 있다, 그래서 중국도, 한국도,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이야기가 생겼다고 보는 겁니다.”

“정말로 산 속에서 털이 난 모습으로 변해서 영원히 사는 사람이 있다고요?”

나는 저절로 놀란 목소리를 냈다. 그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너무 분명히 들리는 것 같았다.

“사실 사람이 늙는다는 게 따지고 보면 젊었을 때하고는 다르게 세포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결국 유전자가 뭔가 다른 일을 한다는 겁니다. 세균, 곰팡이, 식물 같은 것들은 사람처럼 늙는 현상이 없고, 큰 동물 중에서도 거북이나 상어 종류 중에는 몇 백년 씩 안 늙고 사는 것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사람도 어떻게 잘만 하면 유전자를 바꿔서 안 늙게 만 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까지는 적어도 이론 상 불가능할 것은 없습니다.”

“유전자 연구로 노화를 방지하는 약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지금 과학기술로도 아무래도 어렵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수 백년, 수 천년 전에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사람이 아픈 이유는 그 바이러스가 사람의 유전을 건드려서 몸 속에서 바이러스가 불어 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어서 깊은 산 속 어느 희귀한 버섯에 아주아주 이상한 바이러스가 들어 있다고 쳐 봅시다. 이 바이러스는 사람이 전염병에 걸리게 하는 대신에 사람을 늙게 만드는 유전자를 없애 주는 이상한 습성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부작용으로 털이 많이 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바이러스가 산 속 깊은 외딴 곳에만 세계 각지에서 자라고 있는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그러다 보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만약 대머리로 고민인 사람이라면 바이러스에 털이 많이 나는 효과가 있는데 그 부작용으로 늙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는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이어서 말했다.

“기왕에 상상하는 김에 더 황당한 생각도 막 해봐도 안 될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먼 옛날에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추락했는데, 결국 그 외계인은 사라지고 외계인 우주선에서 튀어나온 이상한 외계 미생물이 온 지구에 흩날려서 깊은 숲 속 이곳저곳에만 박혀 있게 되었는데, 그게 사람 몸에 들어가면 이상한 효과를 일으켜서 털에 뒤덮인 채로 세포가 늙는 현상이 없어지는거다, 뭐 그런 식으로.”

“아, 1980년대 초에 나온 좀 웃긴 미국 공포영화 중에 그런 내용 나오는 것 있었어요! 외계에서 이상한 물질이 떨어지는데 거기에 닿으면 무슨 곰팡이 피는 것처럼 이상한 초록색 풀 모양 같은 것이 돋아나기 때문에 주인공도 몸이 초록색 풀 모양으로 뒤덮인다, 그런 거.”

“초록색 풀로 몸이 뒤덮이는 거면, 파란색 털이 돋아 났다는 ‘어우야담’에 나오는 전설이랑 비슷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외계인들이 그런 걸 왜 만들까요?”

“모르지요. 원래 늙는다는 게 없는 로봇 같은 종족인데, 지구에 와서 적응해서 살려니 사람 몸 같은데 들어 가서 살고 싶은데, 사람은 늙으니까 늙지 않게 개량하려고 하다가 제대로 다 완성 못하고 그냥 다시 자기 고향 행성으로 돌아 갔다든가.”

나는 예전에 본 옛날 영화 장면을 떠올렸다. 그 외계 물질 때문에 몸에서 초록색 풀이 자라게 된 사람 연기한 배우가 이상하게 보통 여느 배우들하고 다르게 웃기고 잘 어울리게 연기했지.

그렇지만 다시 돌이켜 보니 역시 믿을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이런 정도의 내용으로는 요즘 같이 험난한 보도 경쟁 속에서 여기까지 멀리 찾아 온 만큼 출장비 값도 할 수 없다. 내가 겨우 이 정도에 이 정도 공을 들였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경쟁사 기자들은 정말 즐거워할 것이다.

뭔가 더 놀라운 이야기가 필요했다.

내가 믿을 수 없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그렇긴 합니다. 저도 사실 외계인 이야기는 처음에 너무 황당한 것 같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외계인이 만들었든, 자연적으로 생겼든 바이러스 이야기는 그보다는 좀 더 말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왜 그렇지요?”

“바이러스라면 전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그 안시객 같은 털로 뒤덮인 늙지 않는 사람도 전염되고 그러나요?”

“한국에는 전염 된다는 전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전염 된다는 이야기를 넣어 보자고요. 예를 들어서, 사람 비슷하게 생겼는데 털로 뒤덮여서 늙지 않는 게 있는데 만약 이것에 물리면 전염 되어서 똑같게 변한다. 이 비슷한 전설 들어 본 적 없으십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한국 전설 말고. 유럽 전설 중에서는?”

그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말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는 뭐라도 맞장구를 쳐주며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 맹렬히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확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그러면? 늑대인간?”

그는 “맞습니다!”하고 기뻐했다. 내가 바로 이어서 물었다.

“그런데 유럽의 늑대인간 전설은 막 나쁘고 사악하고 그런 거 잖아요. 사람들 공격하고.”

“그거야 전설이 어떻게 살이 덧붙으며 생기느냐 나름 아니겠습니까? 어떤 이유로 털로 뒤덮인 모습이 되어 숲 속에서 영원히 사는 사람이 생겼는데, 유럽에서는 그걸 굉장히 사악하고 나쁜 것이라는 전설로 계속 전해져 내려오게 되고,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도를 깨달은 신선처럼 여기는 전설이 계속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고. 그런 차이일 겁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강했으니까, 천국에 가지도 못하고 영원히 사는 것 부터가 좀 뭔가 악마 같은 느낌 아니었겠습니까?”

“그럴 수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늑대인간하고 영원히 사는 신선 이야기하고는 연결하기 어려운데요.”

“저도 그런 생각 한 지는 사실 얼마 안 되었습니다. 원래 늑대인간 전설은 광견병 걸린 사람에 대한 소문이나, 그냥 털이 너무 많이 났는데 주위에서 놀림 받으니까 산 속에 들어 가서 외따로 사는 사람 소문이 변해서 생긴거라는 이야기도 있고 하니까.”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털 난 사람 이야기가 결국 뿌리가 같은 거라고 보세요?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 이야기?”

그는 잠시 멈추며 다음 말을 준비했다. 일부러 각오를 하라는 투였다.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낮게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까와는 또 다른 웃음소리였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 제 생각으로 봐서는 늑대인간 전설이 늙지 않고 사는 비법에 대한 전설이냐 아니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는 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가 조명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말을 멈춘 동안 짐작 되는 바가 있었지만 역시 실제로 보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모습은 온 몸이 털로 뒤덮여 있었다.

얼굴이 특별히 늑대 같다고 할 수는 있을까 싶었지만, 송곳니는 이상하게 날카롭고 험악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불편한 기색을 안 나타내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말했다.

“제 경험으로 털로 뒤덮인 늙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항상 이렇게 온 몸이 아주 심할 정도로 털로 뒤덥여 있지는 않습니다. 보통 때는 면도해서 깎으면 그럭저럭 그냥 괜찮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보름달이 뜰 때만 이렇게 훨씬 심해집니다. 이런 것은 꼭 늑대인간 전설 같지 않습니까?”

“역시 외계인과 상관이 있을까요? 달빛에 섞여 있는 아주 조금이지만 특이한 방사선에 반응을 하는 그런 물질이 몸에 퍼지게 된다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게 오늘 제가 인터뷰를 하겠다고 나선 요점입니다.”

“외계인을 찾으셨다고요?”

“이것은 외계인 보다 훨씬 더 이상하고 놀라운 것입니다.”

그는 나에게 컴퓨터 화면을 가리켰다. 그도 화면을 보았다. 보면서 그가 말했다.

“보름달이 뜬다는 게 뭡니까?”

화면에는 지금 현재의 보름달이 보이고 있었다. 내가 대답했다.

“달하고 태양하고 지구하고 떠 있는 각도가 딱 맞아서 달에 전부 다 태양빛이 들어 오는 각도의 모습이 지구에서 보이는 모습이 보름달이죠. 달하고 지구는 계속 도니까 그러다가 각도가 어긋나서 달의 절반만 태양빛이 들어 오는 각도로 지구에서 보이면 반달이 되는거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보름달이니 반달이니 그런 것은 그냥 햇빛이 달에 어떤 각도로 비치느냐 하는 문제란 말입니다.”

그는 확대 되어 있는 달의 영상을 계속 축소해서 보여주었다. 달은 점점 작아지더니, 나중에는 조그마한 점처럼 변했고,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화면에는 "100%"라는 말이 나와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딥니까?”

나는 대답했다.

“명왕성에 있는 태양계 외곽 탐사기지요.”

그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보십시오. 이렇게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달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달이 어느 방향에서 빛을 받아서 보름달이 되는 지 반달이 되는 지도 전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먼 곳에 온다고 하더라도 보름달이 되는 때가 되면 털이 많이 난 늑대인간이나 안시객 같은 모습으로 변하겠습니까? 안 변하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이상하긴 이상하네요. 보름달이라는 게 사실 지구에 발을 딛고 있는 관점에서 봐야 의미가 있는 현상이지 지구에서 조금만 떨어져서 다른 각도로 가면 어떤 게 보름달이라고 정확히 말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한다, 안 변한다는 것은 무슨 기준인 건지. 달이 안 보이는 다른 행성에서는 늑대인간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일단 여기는 보름달 빛이 거의 도달하지를 않으니까 여기서 지내시면 영영 그런 모습으로 안 변하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제가 얼마 전에 여기에 연구원으로 오겠다고 자원해서 이 먼먼 곳까지 온 겁니다.”

“그러면 지구를 떠나서 달빛 방향이 보름달을 따지기 애매해지는 우주 먼 곳까지 오면 정말 영영 늑대인간으로 안 변하고 지내실 수 있는 건가요?”

그러자 그는 한숨을 쉬었다.

“제가 지금 어때 보이십니까? 늑대인간 같아 보입니까? 아닙니까?”

“늑대인간... 같아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는 한숨을 다시 한 번 더 쉴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러다가 갑자기 그 눈빛이 먼 별 빛에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열의가 차오르는 목소리가 되었다.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먼 곳에 있어도 무슨 악마의 장난처럼 가까이서 확대해서 봤다고 할 때 달이 보름달인 모양이 되기만 하면 바로 늑대인간으로 변하더란 말입니다. 더군다나 정말 괴상한 게, 빛의 속도가 시속 30만 킬로미터 정도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구 가까이서 봤을 때 보름달이라고 하더라도 이곳 명왕성까지 달빛이 보이는데 6시간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면 그 6시간 동안 보름달이 뜬 밤이 끝나 버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뭔가 규칙이 안 맞는 느낌 아닙니까?”

“약간 이상한 느낌은 드네요.”

“그런데 정말 너무 너무 더 이상한 게, 안 그렇더라는 겁니다. 지구 가까이에서 바로 보름달이 되는 시각하고 똑같은 시각에 늑대인간으로 변합니다. 광속을 초월해서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는 점점 더 흥분하고 있었다. 송곳니가 점점 더 길어지고 뾰족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무슨 뜻인 줄 아십니까? 우주 저편 외계 행성까지 광속을 초월 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갈 수 있는 원리가 뭔지는 모르지만 제 몸 속에 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시간을 초월해서 과거로 갈 수 있는 시간 여행의 원리도 들어 있을 겁니다. 제가 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질량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이 바뀌어 에너지 보존 법칙을 깨고 무한한 에너지를 쓰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그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동안 애를 써야 했다.

그 후 나는 인터뷰가 끝나기 전에 사진 촬영을 좀 해야 되지 않겠냐고 그를 설득한 뒤, 안시객 같은 모습이 된 그의 모습을 여러 장 촬영했다. 그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가 지정한 화학, 물리학, 생물학 연구자들에게 갖다 주라고 그는 자기 털을 몇 개 뽑아 주었다. 그 털 속에 우주의 모든 원리를 바꿀 신비가 숨겨져 있다고 그는 또 떠들었다. 나는 그것을 소중하게 챙겨 담았다.

그렇게 겨우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내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우주선을 막 출발시키려는데 뒷 자리에 안시객의 모습을 한 사람이 또 하나 더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나를 평소에 굉장히 싫어하고 미워하고 질투하던 무슨 신문사의 어느 기자였다. 그는 원래 자신의 얼굴을 굉장히 열심히 꾸미려고 너무 과하게 애쓰던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얼굴의 잡다한 털을 하나하나 제거 하는데 굉장한 공을 들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지금은 안시객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네가 완전 특이한 인터뷰 할 거라는 소문 듣고 내가 몰래 여기 먼저 와 봤거든. 그런데 보니까 저런 게 있는 거야. 너무 신기해서 저게 잠잘 때 그 입안에서 DNA 표본을 몰래 채취하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저거한테 물렸어. 그랬더니 나도 이렇게 변해 버리더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꼭 영화나 TV연속극에서 악당들이 결정적인 나쁜 짓을 하기 전에 길게 설명하는 대사 같았다. 내가 이 기자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나는 여기 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재미 있는 인터뷰를 챙긴 셈이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희망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이렇게 변하고 나서 계속 침울해 있었는데, 지금 너를 보니까 한 가지 기분 좋은 생각이 나서 갑자기 힘이 생기는 것 같아.”

그는 나에게 덤벼 들었다.

“지금 내가 너를 깨물면, 너도 나처럼 변하겠지?”

&em; 2019년, 테헤란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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