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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2015년 거울에 연재 되었다가 출간으로 삭제 되었던 글을, 출판사와의 계약 종료에 의해 다시 재공개하는 것입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미남들의 행성

곽재식

1.

비서는 불이 꺼진 우주선 꼭대기 층에 앉아 창밖을 올려다보았다. 천장 벽면에는 밤하늘 같은 바깥 풍경이 보였다. 검은 우주의 빈 공간과 갖가지 색깔의 많은 별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별들의 배치와 기이한 빛깔은 고향 행성의 밤하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비서는 이렇게 밤처럼 어두운 자리에 앉아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바깥 우주를 보고 있는 것이 우주여행의 운치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틀 것 없이 그저 고요한 가운데 가끔씩 우주선에서 나는 작은 소음들을 듣는 것이 더 좋았다.

컴퓨터가 목표물에 대한 내용을 분석해서 차근차근 알려 주는 소리가 들렸다. 비서는 별들을 보며 고향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

“잡아야 할 목표는 소형 로봇으로, 별명은 ‘강아지 로봇’입니다. 우주 비행도 가능한 형태이므로, 우리가 다가가다가 들키면 강아지 로봇이 도주할 위험을 고려해야 합니다. 강아지 로봇은 은하계 간 이동은 불가능하지만 장거리 이동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장거리 이동 기능도 있다는 이야기는 그래도 귀에 들어왔다. 비서는 그건 꽤 걱정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멀리 보이는 성단의 빛이 유난히 신비롭게 아름다워서 그 걱정은 곧 잊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비서의 평화로운 여유를 괴롭히는 다른 소음이 곧 들려왔다. 이 소리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우리가 사업 시작한 목적에 들어맞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아무것도 없이 죽어라 멀기만 한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데서 로봇 사냥해다가 주는 게 일이라고요? 이거는 우리가 사업을 시작한 목적에 맞는 일이 아니잖아요.”

김양식 이사의 목소리였다. 틈도 두지 않고 바로 이미영 사장의 답이 이어졌다.

“좀 멀기는 하지만, 또 무슨 멀기가 또 죽어라 멀어. 진흥 은하계면, 사람이 안 가 본 데도 아니고, 이 정도면 좀 멀긴 해도 못 갈 데는 아니지.”

“10년 동안 여기 아무도 안 왔을 겁니다. 이 행성에만 아무도 안 온 게 아니라, 이 은하계 자체에 아무도 안 왔을걸요.”

“그리고 김 이사, 이만하면 사업 목적하고도 아주 안 맞는 일도 아니지.”

“이번 건은 그냥 좋은 우주선 갖고 있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서 잡일 시킨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렇지는 않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로봇 추적 코드만 갖고 혼자서 움직이는 로봇을 잡는 거는 꿈도 못 꿀걸. 우리쯤 되니까, 우리 실력을 알아보고 이런 일을 맡긴 거지. 그러니까 수고비도 많이 쳐 준 거고.”

“수고비 많이 준다고 아무 일이나 막 받아 오면 어떡합니까. 대표님, 또 수고비 액수만 듣고 그냥 ‘어휴 감사합니다. 예, 저희만 믿으십시오’ 바로 그러신 거 아니예요?”

양식이 한 말은 미영이 실제로 의뢰를 받으면서 한 말과 두 글자를 빼고 동일했다. 미영은 양식의 정확한 지적에 당황했으나, 그래도 그 의지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면 회사에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 이만한 일거리 잡히면 뭐든 해야지. 그리고 아무 일이나 막 받아 오다니. 우리 사업 목적하고 상관이 있으니까 받아 온 거잖아.”

“사업 목적이 뭔데요. 진짜, 이번에는 말 나온 김에 한번 차근차근 따져 봅시다.”

“보자고, 보자고. 그러면 우리 처음 시작할 때 썼던 사업 계획서를 한번 같이 또박또박 읽어 보자고.”

미영은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로 사업 계획서 내용을 화면에 띄우려고 했다.

“우리 사업 목적은…….”

미영이 사업 목적을 큰 소리로 소리 내어 읽으려고 하는데,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컴퓨터에 목적지 행성이 이제 근접했다고 뜨는데요?”

두 사람이 의미 없이 말다툼하는 것이 듣기 싫어서 일부러 비서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두 사람은 말을 멈추고 일단, 우주선을 행성으로 돌입시키는 데 집중하려고 했다.

“일단 일거리가 급하니까, 우선 강아지 로봇부터 잡고 보자고.”

“에휴, 이거 여기까지 와서 일을 안 할 수도 없고.”

우주선은 행성으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2.

행성은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곳이었다. 사람이 살기에 아주 나쁜 곳은 아니었다. 산소가 아주 적고 독성 물질이 대기에 많아서 숨을 쉬면 곧 죽을 만한 곳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맨몸으로 오래 살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중력이 지구의 절반이 넘었고, 기압은 5~6미터 물속에 있는 정도라 버틸 만했다. 온도는 섭씨 40도 정도이니 한증막 수준밖에 안 되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없었으므로, 뒷산에 소풍 가는 복장으로 나간다고 해도, 숨만 참고 있으면 죽을 염려는 없었다. 덥고 끈끈하고 답답하기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물이 아주 많았다. 점점이 섬 같은 것이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바다로 되어 있는 행성이었다. 이만한 곳이 만약 우리 은하수 안에 있는 행성이었다면 벌써 사람으로 뒤덮인 도시가 되었든지, 그게 아니면 특수하게 개조된 동식물들을 키우는 농장으로라도 변했을 것이 뻔했다. 그러나 이 행성에는 네 다리와 마치 귀처럼 생긴 장치를 달고 이곳저곳 빠르게 돌아다니는 강아지 로봇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여기 원래 주인이 누구라고 했죠?”

“김 이사, 김 이사는 내가 말을 하면 좀 귀담아들어요. 여기 진흥 은하계가 원래 여기 온 사람 이름을 따서 그렇게 별명으로 부른다고 했잖아요. 은둔 갑부 진흥이 여기뿐만 아니고, 이 은하계 전체 땅을 다 샀다고 했잖아요.”

양식과 미영의 대화 분위기가 좋지 않아졌다. 비서가 대신 말을 했다.

“은하계 부동산을 통째로 그렇게 살 수가 있어요?”

경리부장이 대답했다.

“요즘에는 법이 바뀌어서 그렇게 안 되는데, 옛날에는 됐죠. 혹시라도 생물이 사는 행성이 있으면 그 근처는 소유권이 인정 안 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생물이 안 사는 빈 행성은 무더기로 다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네, 이 정도면 좋은 행성으로 보이는데, 왜 그 긴 세월 동안 개발을 안 했을까요. 빈 땅을 그렇게 은하계 하나를 통째로 사 놨으면 땅값 올라가도록 빨리 개발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어쨌거나 이제는 법도 바뀌고 소유 기한도 끝이 나서, 지금은 소유권이 인정이 안 되죠. 그래서 여기에 있는 로봇이나 시설도 이제 다른 사람이 가져가도 도둑질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 고객이 된 그 토성 갑부도 여기서 로봇 한 대 집어 오라고 우리한테 부탁한 거고.”

“여기 로봇이 무슨 엄청 좋은 거고 그래요?”

양식이 대신 끼어들어 대답했다.

“좋고 자시고 그런 것도 없어요. 몇 십 년 전에 나온 완전 구식 로봇이에요. 인공지능도 정말 초보적이고. 그 로봇 컴퓨터는 말도 할 줄 모를 걸요? 여기 주인인 은둔 갑부라는 그 사람이 괴상한 걸로 유명해서 그것 때문에 수집가들이 그 괴상한 은둔 갑부가 설정해서 배치한 로봇이라고 하니까, 그것 때문에 괜히 관심 갖고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지. 좀 특이하긴 할지 모르죠. 인공지능은 떨어지는데 이상하게 이동 성능은 좋다, 뭐 그런 이야기는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게 무슨 쓸모가 있는지. ”

“투덜투덜 하지 마시고. 저기 보이네. 붙잡아서 직접 보고 이야기하자고.”

미영이 화면을 보고 말했다. 과연 이 행성의 바다 위를 재빠르게 날아다니고 있는 강아지 로봇이 나타났다.

로봇은 짧아 보이는 다리가 넷 달려 있고 검은 감지 장비가 달린 머리처럼 보이는 것이 몸통에 솟아 있었다. 귀처럼 보이는 장치가 거기에 둘 달려 있었는데, 수면 위로 날아오를 때에는 네 다리와 귀를 모두 쭈욱 펴 들었다. 작고 가벼워 보였지만, 우주 비행을 위한 장치들이 달려 있어서 그래도 로봇 하나 크기가 사람 두세 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로봇은 재빨리 움직이면서 물 위에 뭘 담갔다가 물속에 들어갔다가,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가, 물 안에다가 반짝거리는 광선을 쏘았다가 했다.

양식과 미영은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입으로는 다투면서도 손으로는 잘 맞는 장단으로 같이 우주선을 조종했다. 미영의 우주선은 부드럽게 로봇의 뒤를 쫓았다. 곧 로봇 한 대를 안전하게 붙잡을 수 있는 거리로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로봇은 다가온 우주선을 알아채자 바로 도망쳤다. 로봇은 연약해 보이고, 인공지능도 뒤떨어지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이동과 우주 비행 성능은 아주 좋아서 간단하게 멀리 날아가 버렸다.

“어디까지 도망치는 거야?”

미영이 그 말을 끝마칠 즈음 되었을 때, 로봇은 이미 이 행성을 멀리멀리 빠져나갔다. 잠시 후 로봇은 초고속 이동으로 벌써 몇 광년을 떨어진 거리로 가 버렸다.

미영과 양식은 동시에 말했다.

“엄청 빠르네.”

미영은 칫, 하고 한 번 소리를 내더니 다시 말했다.

“추적 코드가 있으니까, 바로 다시 찾아봅시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바로 나오겠지.”

“말씀하시기도 전에 벌써 찾고 있습니다.”

양식이 대답했다.

미영과 양식은 곧 로봇의 추적 코드를 발견했다. 근처에 있는 다른 행성에 로봇이 있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아까 우리가 놓친 그 로봇은 아니고. 그 로봇과 같은 기종으로 똑같이 생긴 다른 로봇인데요.”

“뭐, 아무려면 어때. 하여튼 한 마리만 잡아 가면 되잖아.”

두 사람은 옆 행성으로 이동했다. 그 행성도 비슷해 보였다. 따끈따끈하고, 물이 많고, 지구랑 비슷하지만 사람이 맨몸으로 살 곳은 못되고, 그런데 개발은 하나도 안 되어 있고. 그런 행성 위를 강아지 로봇 혼자서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움직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로봇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 미영과 양식이 쉽게 로봇을 잡을 수 없다는 것조차도 비슷했다.

미영과 양식은 또 로봇을 놓쳤다. 두 번째 로봇도 재빨리 멀리멀리 도망쳤다. 두 사람은 다시 다른 로봇을 찾아내서, 또 잡으려고 갔고, 이번에도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비슷한 다른 행성에 갔지만 또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런 식으로 하루 종일 두 사람은 여덟 번 로봇을 붙잡으려다가 실패했다. 그중에는 두 사람이 다른 로봇을 쫓아 떠나가자 다시 원래 있던 행성으로 되돌아가는 것들도 있었다.

“저게 뭐야? 왜 저렇게 빨리 잘 움직여?”

“애초에 뭘 하는 로봇인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도대체 저 로봇이 이 은하계에 몇 대나 있는지부터 한번 살펴보자고.”

미영의 말에 양식은 한참 계산을 했다. 양식이 계산한 것에 따르면, 이 은하계에 그날 본 돌아다니다가 도망치는 로봇은 6백 대에서 1천 대 정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로봇들은 행성 하나를 정해서 각각 돌아다니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고, 뭔가 일을 마치면 다른 행성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누군가 쫓아오거나, 행성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등의 위험이 발생하면 또 황급히 도망치기도 했다.

“도대체 아무도 없는 행성에 저런 게 왜 득실득실 하고 있는 거지?”

“이 은하계에 별이 몇 개인데, 6백 대면 득실득실은 아니죠.”

“그냥 재미로 만들어서 뿌렸다고 보기에는 많아 보인다는 말이지. 저것들 습성을 알아야 우리가 저 로봇을 붙잡을 거잖아. 뭘 하는 로봇인지 한번 알아보자고요.”

“조림 사업용 로봇 아닐까요?”

“테라포밍 로봇이라고? 말은 되네. 사람이 살 만한 행성만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생물이 살 수 있을 만한 행성만 돌아다니면서 산소 만들어 내는 미생물이나 해초 같은 거 뿌리고 다니는 로봇일 수 있겠네. 그런 미생물 뿌려 놓으면 산소가 점점 나와서 행성들이 점점 더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뀔 거고. 그러면 은하계를 통째로 산 부동산 투자에 걸맞은 개발이지.”

“몇 백 년, 몇 천 년, 몇 만 년 걸릴 수도 있는 일인데, 그런 걸 한다고 저렇게 로봇에만 맡겨 놓았을까요?”

“은하계를 통째로 산 다음에 거기로 혼자 떠나서 숨어 버린 부자가 하는 짓이잖아. 뭔들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어.”

미영의 말을 듣고, 양식은 로봇이 있었던 행성들만을 다시 찾아다녀 보았다. 양식은 그 행성의 뜨끈한 바닷물을 떠서 조사해 보았다.

“미생물을 뿌린 흔적은 없는데요. 로봇의 목적이 행성들을 생명체가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건 아닌 거 같네요.”

“그럼 도대체 얘네들은 뭐하러 저렇게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거야? 그냥 그런 살 만한 행성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만 하고 다니는 거야?”

“개발은 안 하고 땅을 보러 다니기만 한다고요?”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돈은 없으면서 땅만 사면 돈 벌 텐데…… 하는 생각만 앞서서, 이 동네 저 동네 이 땅 저 땅 땅만 보러 다니는 사람들. 그 부자도 막상 은하계 하나를 사 놓고 나서는 그랬던 거 아닐까?”

미영과 양식은 막막했다. 그사이에도 로봇들은 이 행성에서 저 행성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비서와 경리부장이 하루 낮, 하루 밤을 쉬고 자면서 즐기고 놀 동안, 미영과 양식은 둘이 붙어서 정신없이 로봇 붙잡는 방법만 연구했다. 그렇지만 쉽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지치지도 않는지, 별별 이상한 방법으로 로봇들을 쫓아다니며 붙잡으려 했다. 결과는 다 실패였지만.

비서가 경리부장이 알려 준 방법대로 음료를 마시며 별을 보는 운치를 즐기고 있을 때, 미영이 지르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래, 그래, 중심으로 쳐들어가 보자. 이 자식들, 내가 꼭 잡는다. 꼭 잡아.”

미영과 양식은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로봇 석 대를 분석한 자료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로봇들의 중심 기지라고 할 만한 곳을 찾아냈고, 그곳으로 가 보기로 했다.

3.

은하계의 중심에 가까운 곳에 로봇들이 집처럼 이용하고 있는 기지가 있었다. 미영이 중얼거렸다.

“개집이네.”

그 기지는 금속으로 만든 우주 정거장이었다. 보급 로봇과 마이크로 로봇들이 잘 관리를 하고 있어서 벌써 아무도 살지 않은 지 몇 십 년이 지났지만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미영과 양식이 기지에 접근하니, 로봇들은 모두 재빨리 도망쳤다. 그리고 우주 정거장의 보안 체계가 자동으로 작동되면서, 최소한의 에너지 보급과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설비를 제외하고 다른 조사는 할 수 없도록 방어 장치가 켜졌다.

“여기는 도대체 뭐하는 데야?”

“저기 저거 수영장 아니에요? 여기 사람 사는 데였던 거 같은데.”

기지에 도착한 직후 비서가 말했다. 그리고 양식과 미영이 부지런히 돌아본 결과 그 말은 맞았다.

그곳은 바로 옛날 진흥이라는 그 은둔 갑부가 살던 곳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법한 멀고먼 은하계를 찾아서 은하계를 통째로 사들이고, 은퇴한 후에 바깥세상과 인연을 끊고 혼자 숨어 살던 바로 그곳이었다.

“고운 재단, 고운 재단 사람들이 남겨 놓은 흔적이 좀 있네.”

그곳에는 은둔 갑부가 이곳으로 떠나기 전에 설립해 둔 고운 재단이라는 곳에서 찾아와 설치해 둔 간단한 기념비나 비석 같은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아마도 은둔 갑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장례를 치른 뒤에 남겨 둔 물건인 것처럼 보였다.

“여기에 있는 것들을 보면, 대충 이 양반이 뭐하던 사람인지는 알겠지.”

미영은 뒤적거리며 살펴본 것들에 대해 양식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미영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이 은둔 갑부는 굉장히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평생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도 하고 애들도 다 잘 키운, 행복하게 사는 사람의 모범과 같이 살았던 여자라고 했다. 특히 BFB라는 우주용 식품 회사에 돈을 투자했던 것이 성공해서 막대한 재산을 얻었고, 그 덕분에 이 은둔 갑부는 살아생전 하고 싶은 온갖 도전을 하고, 돕고 싶은 온갖 사람들을 돕는 것을 모두 다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온갖 일들에서 다 성공을 경험해 본 이 은둔 갑부는 말년에 드디어 죽지 않고 사는 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온갖 일들에 다 성공하고 나니까, 그런 만큼 살면서 누린 행복이 다 날아가고, 죽는 게 너무 아쉽고 두려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미영의 이야기를 듣다가 비서가 말했다. 은둔 갑부가 실제로 무슨 생각을 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은둔 갑부는 세포 재생술에 돈을 투자해서 성공시켰다. 세포 재생술은 세포를 새로 만들어 주는 미생물을 몸에 주입해서 몸을 늙지 않은 새 세포로 바꾸어 주는 기술이었다.

몸이 늙어서 뇌가 점점 쇠약해져 갈 때, 적절하게 세포 재생술을 이용하면, 노쇠한 뇌세포의 일부가 아주 조금씩조금씩 젊은 새 세포로 바뀌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갑자기 크게 바뀌는 느낌이나 인격에 갑자기 충격이 오는 느낌 없이 결국은 깨끗한 젊은 뇌를 다시 갖게 된다는 것이다. 상처를 입고 잘려 나간 살점에 서서히 새 살점이 돋아나 아물듯이, 몸이 스스로 자라나는 기능과 치유되는 기능이 부드럽게 조절되어, 낡고 망가져 가는 몸이 점차 새 것으로 바뀐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은둔 갑부는 이 세포 재생술에 만족하지 못한 것 같았다. 몸이 늙어 죽는 것을 막아 냈다고 해도, 갑자기 사고를 당해서 한순간에 몸이 박살 나서 죽어 버리는 일은 막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두려워한 것 같다고 양식은 생각했다. 양식의 추측이 맞는지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어쨌든 은둔 갑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죽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이것저것 연구에 투자를 하다가, 나중에는 심지어 주식회사 염라대왕에도 투자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은둔 갑부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외딴 은하계 하나를 사서는 그 은하계로 들어가서 숨어 버렸다. 그리고 외부와 연락을 끊고 여생을 살다가 그곳에서 혼자 세상을 뜬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뭘 하면서 아무도 없는 은하계 한가운데에서 혼자 긴 시간을 지냈는지. 그걸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법이 바뀌면서 은둔 갑부의 소유권이 없어지기 전까지, 이곳 은하계에는 누구도 이곳에 찾아온 적이 없었고, 이곳에서 떠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찾아온 적이 없는 건 맞는데, 떠난 사람이 없는 건 아닌 거 같은데요.”

“누가 있어?”

양식은 이착륙 관제용 컴퓨터에서 오래 전 누군가 이곳을 떠난 적이 있다는 기록 하나를 찾아냈다.

“그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꾸민 시스템인데, 컴퓨터는 성능이 좀 떨어지는 걸 썼더라고요. 그래서 보안도 허술하고. 덕분에 여기서 나간 게 누구인지 기록을 우리 우주선 컴퓨터로 쉽게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있다가 떠났다는 그 사람을 찾아가 보자고. 그래서 그 수백 대나 되는 강아지 로봇들이 다 뭔지. 어떻게 한 대만 좀 붙잡을 수 없는지, 물어보자고.”

4.

미영과 비서가 간 곳은 인간의 고향 은하계, 은하수에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곳이었다. 외딴 행성으로 개발 지역에서는 한참 떨어진 곳이었지만, 최근에 몇 번 재미거리로 언급되고 있는 ‘들러 볼 만한 곳’이었다.

“정말 여기로 그 진흥 은하계에서 떠났다는 사람이 올까요?”

“오겠지. 기록이 그렇게 남아 있었으니까.”

비서가 묻자 미영이 대답했다. 두 사람은 다시 행성의 풍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행성에는 행성 한쪽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그 호수에 물 위를 떠다니는 지구 식물이 잘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식물들 사이의 물에는 사람들이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물에는 그런 사람들이 온통 가득 떠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 위를 가득 덮고 있는 떨어진 꽃잎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숫자는 끝없이 많았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가만히 감고 있었다.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호수 위의 식물들은 에너지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물처럼 호수를 뒤덮은 에너지 선들이 이어진 몇몇 중요한 마디마다 하얗게 솟아오른 탑 같이 생긴 물질 대사 장치가 있었다. 물질 대사 장치에서는 또 다른 가느다란 관과 전선들이 뻗어 나가서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관과 전선 위에는 기어 다니는 벌레처럼 생긴 작은 로봇들이 있었다. 로봇들은 쉬지 않고 식물과 전선, 관과 물질 대사 장치 사이를 오가며 일하고 있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이라더니, 정말 미남이 많네.”

미영이 행성의 풍경을 보고 이야기했다. 비서는 행성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을 다시 한 번 켜 보았다.

이 행성은 옛날 사람이 직접 우주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이 돈이 많이 들던 시절에 개척된 행성이었다. 그 무렵에는 사람을 직접 먼 행성에 보내는 대신에, 주먹만 한 저장 캡슐 안에 사람의 세포, 수정란을 저장 보존 처리 해서 보내는 방법을 사용했다. 괜찮은 행성에 수정란을 담은 캡슐이 도착했을 때, 행성을 분석해 본 결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면 수정란을 태아로 키우고 아기로 자라나게 해서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주 곳곳에 사람의 후손을 퍼뜨린다는 것이 꽤 유행한 시대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말기쯤 되었을 때, 우주 미인 대회에서 자꾸만 패배하는 것이 주민들 사이의 큰 문제로 이야기되었던 한 자치구역이 있었다. 그 자치구역의 자치정부는 ‘우리 후손들이 반드시 온 우주의 미인 대회를 제패하게 하겠다’며 그곳 미인의 유전자만을 넣어서 조작한 수정란을 대량으로 만들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곳의 행성들로 보냈다. 마침 쇄골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유행이라고 유난히 떠들던 때였는데, 이 지역 미인들은 쇄골이 잘 안 드러나는 체형이 많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쇄골이 튀어나와 보이도록 인공 유전자를 따로 집어넣기도 했다.

당시에도 부질없는 짓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마침 머나먼 행성에 수정란을 퍼뜨리는 유행에 참여하고 싶어서 안달 났던 마음도 있었던지라, 여섯 군데인가로 미인의 수정란을 담은 우주선들이 날아갔다. 그중에 두 대는 날아가다가 고장이 나서 파괴되었고, 두 대는 도착해 보니까 너무 추운 행성이라 작동되지 않았다.

캡슐 한 대는 사람이 살 만한 행성에 도착했는데, 캡슐에서 사람 스무 명쯤이 깨어났을 때, 에우로파에서 보낸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는 대규모 개척단도 그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캡슐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그냥 에우로파 사람들이랑 섞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과 그 후손들은 지금도 그 지역 미인 대회에서 가끔 우승을 한다고 하는데, 가끔 원래 캡슐을 퍼뜨렸던 자치 정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어,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을 방송으로 소개하면서 ‘자랑스러운 우리의 후손이 이 먼 곳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라고 막 자기들끼리 감동하고 그런 일도 있다고 한다.

캡슐들 중에는 이곳 잠자는 숲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에 도착한 것도 있었다. 그 캡슐은 도착 직후 행성이 너무 척박해서 수정란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의외로 행성 온난화가 빨리 이루어져서 2~3년 사이에 행성이 좀 따뜻해졌고, 공기 중의 산소도 꽤 늘어났다. 캡슐 컴퓨터는 이제 천천히 조심스럽게 작업한다면 수정란을 사람으로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아쉽게도 자치 구역 사람들은 이제 다들 우주선 경주에서 다른 행성 사람들을 이기는 데 신경 쓰고 있었고 미인 대회니 세포 캡슐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유행이 지나 잊고 있었다. 그러니, 캡슐과 캡슐에서 나온 로봇들만의 판단으로 자기들끼리 실려 있던 수정란들을 사람으로 태어나게 했다.

그런데 캡슐의 프로그램에 무슨 고장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곳 환경이 아직 사람이 살기에는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캡슐의 프로그램은 울고 보채며 뒹구는 아기들을 바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우선 최소한의 아주 작은 뇌를 갖고 있는 빈 몸만이 자라나게 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성숙시켜 나갔다. 몸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발현될 때까지, 그 상태에서 그대로 태아처럼 계속 자라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이곳은 뇌가 거의 없는 빈 몸들이 물에 온통 가득가득 떠다니는 곳이 되었다. 프로그램은 몸이 가장 아름답게 자라나고, 또 이 행성의 환경이 사람이 즐겁게 지내기에 가장 적합한 때가 되었을 때, 그때 뇌를 자라나게 해서 사람들을 깨울 예정이었다.

그렇게 조용하게 아무것도 방해하는 것 없이, 잔잔한 물 위에 수많은 미남 미녀들이 둥둥 떠 있고, 그 사이를 사박사박거리며 조그만 유지 보수 로봇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이 행성의 풍경이었다. 밤이 되어 이 행성의 조그마한 달 세 개가 차례로 물 위를 지나가면, 물빛, 달빛, 별빛에 비치는 그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은 장엄한 면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물 위에 떠 있는 사람들이 1만 명 정도라고 했고, 과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5천만 명, 5억 명이 된다고도 했다.

우주에서 잊혀 있던 이 행성이 다시 드러난 것은 그 자치구역의 후손 하나가 은하계 간 미인 대회에서 우승한 후의 일이었다. 다소간 설명하기 민망한 스캔들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다시 자치구역 사람들은 미인 대회에 또 갑자기 화끈화끈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덕에 예전에 온 우주에 미남미녀 후손들을 퍼뜨리겠다며 쏘아 보냈던 캡슐들의 행방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고 싶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 행성의 실상이 알려졌다.

자치구역 사람들은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다들 서로 다르게 생긴 저마다의 개성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미남미녀가 적어도 1만 명은 준비되어 있었다. 자치구역에서는 곧 많은 기술진을 보내서, 프로그램을 고치고 다른 지원 장치도 잔뜩 집어넣어서 그 많은 사람들의 뇌를 곧장 성장하게 하고 다들 깨우려고 준비하는 것이 요즘 상황이었다.

여권을 검사하는 컴퓨터가 착륙장을 벗어나려는 미영과 비서에게 물었다.

“어떻게 오셨지요?”

“관광이요. 관광.”

두 사람이 나와서 보니, 둘러볼수록 아름다운 곳이었다. 자치구역 정부는 이 많은 사람들이 다 깨어날 때까지, 이 행성을 잘 보호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 자랑스러운 미남미녀들을 구경하려고 오는 자치구역의 관광객들을 위해서 관광 상품이 마련되어 있기도 했다. 저소음 비행 장치로 낮게 물 위를 날아다니면서 위에서 물 위에 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있었고, 다리 위를 걸어 다니면서 잠들듯이 눈을 감고 있는, 그리고 아기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몇 시간이고 쳐다볼 수 있는 상품도 있었다.

“진흥 은하계에서 나갔다는 걔는 언제 온다는 거야.”

미영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다리 위를 걸어 다니며 찾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5.

한편 양식은 진흥 은하계에서 떠났다는 그 사람이 중간에 들렀다는 기록을 따라 화성으로 갔다.

양식은 화성에서 그 사람이 살던, 웬만히 덩치 큰 사람의 욕조만 한 크기밖에 안 되는 좁디좁은 집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그 사람이 지금 화성을 출발해 잠자는 숲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으로 방금 떠났다는 것을 알아냈다. 양식은 비서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비서는 양식에게 들은 소식을 미영에게 전했다.

“오늘 아니면 내일 도착할 거라던데요.”

“그럼 어떻게 해. 그냥 죽치고 기다려야 되나?”

“사장님이랑 저랑 교대로 기다려 볼까요?”

미영은 물 위에 떠 있는 여러 미녀, 미남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어떤 고민도 없이 잠든 아기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아니에요. 나도 여기 계속 있을래. 뭐 여기서 죽치고 있는 것도 할 만하네.”

미영은 미소를 띄우고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았다. 비서도 그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의 표정은 점점 더 비슷하게 닮아 갔다.

그런데, 그때 두 사람의 머릿속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여기를 떠나라. 평화로운 상태를 방해하지 말고, 당장 떠나라.」

머리 안을 신비롭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여자 같았는데, ‘떠나라’에서 ‘라─’를 길게 발음하는 것이 일부러 신비하게 말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이 아이들에게 고통의 기회를 만들지 마라. 떠나라. 한번 삶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모든 게 고민거리이고 모든 것이 고통이다. 그렇게 만들지 마라. 떠나라. 당장 떠나라.」

그 이상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는 계속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꼭 마음속에 또 다른 정신이 들어와서 머릿속에서 다른 목소리로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뭐지.”

“사장님도 그 소리 들으셨어요?”

“이거, 정신 기생충이야. 어떤 놈이 이런 짓 하는 거야?”

미영의 말을 듣고, 비서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들 비슷한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지 당황해서 떠드는 관광객들 사이에, 걱정스러운 표정의 한 사람이 보였다.

“사장님, 저기요.”

비서가 가리키는 곳을 미영은 보았다. 양식이 알려 준, 바로 그 진흥 은하계를 예전에 떠났다던 그 사람이었다.

6.

미영은 우주선에 연락해서 바로 기생충약을 작동시켰다. 관광당국에서 응급약과 장치들을 부실하게 갖고 있어서 좀 헤매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신 기생충의 활동을 막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기생충약은 전자기 교란 장치를 켜서 정신 기생충의 활동을 막는 장비였는데, 켜자마자 바로 그 마음속의 괴상한 목소리는 없어졌다.

“찾았네. 진흥 은하계에서 오신 분 맞죠?”

미영은 비서가 가리켰던 사람을 붙잡았다. 그 사람은 순식간에 상황이 진정되자 슬금슬금 도망치려고 하고 있었다. 미영은 놓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미영이 적당히 험상궂은 표정을 짓자, 그 사람은 바로 빌면서 굽실거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이 사람은 진짜 사람은 아니었다. 대량 생산 제품으로 나온 듯한 인간 모양의 로봇이었다.

그것도 가장 어마어마한 양으로 찍혀 나왔던 AGJ-5형의 모습이었다. 이 모델은 워낙에 똑같은 것이 대량 생산으로 찍혀 나온 흔하디흔한 로봇이라서, 요즘에는 중고 시세가 싸디싸기로 유명했다.

미영에게 붙들린 이 로봇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흰 셔츠와 짙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역시 가장 값이 싼 화성 제품이었다. 다만 꽤 특이해 보이는 커다란 가방을 하나 갖고 있었다. 우주선을 타고 멀리 여행 갈 때에 종종 쓰는 끌고 다니는, 손잡이가 달린 네모 가방이었다.

“정신 기생충 풀어 놓으신 분이죠? 이런 짓 왜 하신 거예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한테 죄송하신 게 문제가 아니고, 함부로 이러시면 불법이신 거 아시죠.”

미영은 그리고 로봇을 적당히 구슬리고 적당히 협박했다. 로봇이 극히 겁먹은 것으로 보이니, 비서는 측은해 보였는지 로봇에게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사장님께 한번 다 털어놓고 말씀 드려 보세요. 저도 예전에 엄청 난처한 적 있었는데 사장님이 도와주셨거든요.”

상황을 통신기 중계로 듣고 있던, 경리부장이 우주선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굿 캅, 배드 캅.”

결국 로봇은 자기는 잘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서 직접 알아보라고 말했다. 로봇은 가방을 열어 보여 주었다.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은 컴퓨터였다.

“조종용 컴퓨터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가방 속에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본체가 머리가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는 가방이란 말이에요?”

비서는 컴퓨터를 보고 놀랐다. 유심히 살펴본 미영도 곧 놀랐다.

“이거, 진흥 은하계에서 본 강아지 로봇에 달려 있던 컴퓨터랑 같은 거네.”

“그러면, 이게 그 강아지 로봇 머리통이라고요?”

화성에서 통신기로 말을 듣고 있던 양식이 말했다.

“그러면 여기 있는 장치랑, 저 로봇 행적이랑 다 말이 되네. 저 로봇은 원래 강아지 로봇이었는데, 무슨 일이 생겨서 진흥 은하계에서 추방당했던 것 같네요. 추방당한 뒤에는 생계를 이어 나갈 방법이 막막하니까 어떻게 제일 흔하고 값싼 로봇을 하나 훔쳐서 거기에다 자기 머리통을 연결해서 사람 모습을 한 로봇이 된 다음에 화성에서 일용직으로 지금껏 먹고산 것 같고.”

로봇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감정 프로그램이 작동하는지, 울먹이고 있었다.

“훔친 거 아니고요. 쓰레기장에서 주운 거예요.”

7.

가방 안에는, 그러니까 로봇의 컴퓨터 안에는, 그 로봇이 진흥 은하계의 강아지 로봇이었던 시절의 기록도 상세히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진흥 은하계를 통째로 사들여서, 그 은하계에 자리를 잡았던 은둔 갑부를 보고 들은 내용이 있었다.

은둔 갑부는 결국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방법에도 거의 가까이 다가갔던 것 같았다. 은둔 갑부는 그래서 그곳에서 혼자서 기뻐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마지막 바람이었던 죽지 않고 영영 사는 기술까지 얻은 후에, 다시 은둔 갑부는 결국 또 다른 생각에 빠져 버렸다.

그 생각은 아무리 즐겁게 살고, 아무리 건강하고, 아무리 오래 살고, 죽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도 사는 것은 괴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인생을 사는 이상 자꾸만 걱정해야 할 일이 생기고, 몸이 아프고, 슬퍼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설령 그런 것들을 어떻게든 은둔 갑부 자신처럼 최대한 피한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으로 도대체 내가 왜 태어나서 뭐하려고 살고 있는지, 이게 다 무슨 짓인지에 대한 고민만은 피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은둔 갑부는 넓고 넓은 이 우주에서 이렇게 계속 살면서 하루하루 지내고 도대체 뭐하러 이러는 것인지, 애초에 왜 이런 것인지, 고민하는 것, 그것만은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돈이 없어서 삶이 힘들어지는 것이 두렵고, 가족을 보살피고, 아파서 괴로워하는 동안에는 다른 고민과 고통에 허덕이다가 정신이 없어서 다른 고민은 잊고 지내지만, 결국에는 태어나서 생각하는 이상에는 고민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은둔 갑부는 그런 고민이 아주 두렵고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은둔 갑부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애초에 태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고민도 없고 고통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까지 살펴보고 미영이 말했다.

“맞아. 나 학교 다닐 때에도, 우리 반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완전히 무니까, 아무 고통도 없고 걱정도 없고, 더 좋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 하는 애 있었어.”

그런데 은둔 갑부는 스스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하고 근사하게 쓸쓸한 표정을 흉내 내어 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은둔 갑부에게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장비와 에너지와 돈이 있었다.

은둔 갑부는 자기 평생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일을 시작했다. 은둔 갑부는 적어도 자기 것이 된 은하계 안에서는 결코 고민을 하고 고통을 느낄 의식을 가진 생명이 생겨나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한 것이다. 생명체야 말로 우주의 엔트로피를 더 빠른 속도로 높이는 것이라고도 은둔 갑부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전혀 없는 게 나쁠 것도 없다는 막연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은둔 갑부가 만들어 낸 것이 바로 강아지 로봇들이었다.

강아지 로봇들은 은하계 안에 온통 퍼져 행성들을 탐사하고 다녔다. 강아지 로봇은 행성에서 생겨난 물질들을 살펴서 나중에 생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복잡한 유기 분자가 생겨날 조짐이 보이면, 족족 파괴해 버렸다. 생명이 탄생하고 수십억 년이 지나서, 그 생명체가 의식을 갖게 되고, 다시 또 도대체 이게 다 뭐하는 짓인지 밤하늘 별들을 보고 고민하기 전에, 그보다 까마득히 앞서서 애초에 그 원인을 제거해 버린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무도 없는 텅 빈 은하계에 수없이 많은 행성들을 돌며, 생명이 발생할 것을 막느라 분주히 뛰어 다니는 강아지 로봇들만 있는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에 생명체가 탄소로 된 것만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규소로 되어 있는 생명체나 황으로 되어 있는 생명체도 있잖아요?”

“그래서 자동으로 개량되는 기능이 있나 봐. 강아지 로봇이 점점 활동하면서 자체적으로 약간씩 개량되고 좋아지게 되어 있는데, 그래서 규소로 된 생명체가 생길 것 같으면 그걸 파괴하는 기능도 스스로 추가하고 뭐 그런 식으로 설계되어 있는 거 같아.”

양식의 물음에 미영이 대답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동으로 개량되는 기능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유난히 폭풍이 심하고 위험한 행성들을 헤매던 강아지 로봇 한 대가 그런 것들을 헤쳐 나가느라 그 인공지능이 점점 더 개량되어 버렸다. 은둔 갑부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사람과 같아져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는 것도 큰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은둔 갑부는 진흥 은하계의 모든 컴퓨터들은 사람 같은 의식에 접근하지 못 하도록 성능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개량된 강아지 로봇 중 한 대는 결국 사람과 비슷한 지능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주 뛰어난 성능은 아니었다. 아홉 살, 열 살 정도 어린아이 정도의 지능이었다. 그렇지만, 그 정도면 삶에 대해 고민할 만한 지능이었고, 진흥 은하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의식이었다. 그 때문에 그 강아지 로봇은 결국 진흥 은하계를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 가장 어려운 지역을 가장 열심히 탐색했던, 그래서 가장 좋은 성능이었던 덕분에, 이 강아지 로봇은 진흥 은하계에서 추방되었다.

로봇은 추방된 이후에 살아남기 위해 곳곳을 전전했다.

온갖 잡다한 것들이 엉켜 사는 가장 혼란스러운 곳인 화성으로 흘러들어 간 후에는, 지금껏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애써 왔다. 멀리서 보면 그냥 폐품 덩어리의 산처럼 보일 뿐인 고철 도시의 한구석에서 사는 동안, 낡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이 로봇이 그 먼 은하계에서 온, 그 은하계에서는 가장 뛰어난 지성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 따로 유지 보수해 주는 장치가 없었으니, 로봇으로서 수명이 다하면 그곳에서 그렇게 별로 아는 사람들 없는 사이에서 이 로봇은 낡아 망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로봇은 어느 날 우연히 사람들의 농담거리와 조롱거리로 언급되었던 잠자는 숲속의 미녀미남들의 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도 왜 제가 그랬는지, 잘 설명은 못 하겠어요.”

로봇의 대답은 사실이었다. 로봇은 정확히 설명은 할 수 없었지만, 막연히 겁을 먹었다고 했다. 의식 없어서 태어나기 전이나 다름없는 상태에 있던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이제 갑자기 깨어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자, 로봇은 문득 그것이 대단히 나쁜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다고 했다.

미영이 말했다.

“아마 진흥 은하계에서 강아지 로봇으로 가장 유능했던 시절의 기억이 아직까지 한쪽에 남아 있던 영향이겠지.”

로봇은 농담꾼들이 과장해서 말하던 수십억이라는 수치를 그대로 믿었다. 로봇은 어떻게든 고민하고 고통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의 의식이 한꺼번에 수십억이 생겨나는 일은 막겠다고, 이 행성으로 왔다. 그리고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정신 기생충을 풀어 놓았다고 했다.

“정신 기생충이란 거는 물질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전기 에너지 형태로 되어 있는 생명체잖아. 원자나 분자가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복잡한 전기 신호의 덩어리로 되어 있는 생명체고, 그래서 사람 뇌 속을 돌아다니면서 그 안에서 뇌 안의 생각 덩어리 형태로 살아가는 생명체니까. 그러니까, 생명체를 없애기 위해서 탄소 분자들을 파괴하던 진흥 은하계 강아지 로봇들 입장에서는 이런 정신 기생충이 가장 형태가 이상하고 도저히 없앨 수 없는 두려운 것이라고 느낌이 들었을 거고. 그래서 저 로봇은 정신 기생충이면 다들 질겁을 하고 무서워할 줄 알고, 그걸 어디 화성 뒷골목에서 구해서 풀어 놨놔 보지.”

“너무 순진하네요. 요즘 정신 기생충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이상한 애들이 장난하려고 할 때나 사다가 쓰는 건데.”

미영이 말했다. 정신 기생충을 함부로 쓰는 것은 많은 행성에서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끔 정신 기생충을 사서 자기 머릿속에 넣고 이리저리 퍼져 나가게 해서, 정신 기생충이 남의 머릿속에 왔다갔다 하는 것을 이용해서 텔레파시 흉내를 내거나, 남의 정신을 조작하는 장난을 치거나 하는 10대 애들은 어디에나 꼭 한두 명씩 있었다.

“이 로봇에서 복사한 자료를 들고, 다시 진흥 은하계로 가면 강아지 로봇 한 대 정도는 이제 쉽게 붙잡을 수 있을 겁니다.”

양식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미영은 그런 양식의 모습과 울고 있는 로봇을 달래고 있는 비서의 모습을 같이 쳐다보았다. 비서는 로봇에게 신고는 하지 않을 것이고, 인공지능 권리법이 발달되어 있어서 로봇들에게도 최소한의 복지가 주어지는 행성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위로하고 있었다.

“컴퓨터를 조금 부수어서 성능을 떨어뜨리면, 다시 제 고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울음을 멈춘 로봇이 다시 말했다. 로봇은 다시 의식이 없고 인생에 대한 걱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진 컴퓨터가 될 만큼 프로그램을 적절히 망가뜨려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러면 의식을 가지고 있고 고민하고 고통받는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 진흥 은하계에서 다시 다른 강아지 로봇이 되어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봇은 그리워하던 은둔 갑부에 대해서 더 이야기했다.

은둔 갑부의 먼 미래에 대한 꿈은, 모든 생명들이 다 죽음을 맞이하여 생을 마치고 난 후에 있다고 했다.

로봇이 말했다.

“세상에 자기가 왜 태어나서 사는지 고민하고, 또 언제인가 죽을 것을 두려워하는 생명만큼 고통스러운 것이 또 없을 거라고 그분은 생각하셨어요. 그래서 그런 생명이 다시는 생겨나지 않는 것이, 고통을 시작부터 없애고 우주를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하셨어요. 그분은 다시는 우주의 어느 곳에도 세상에 대한 고민을 하며 괴로워할 그 무엇도 생겨나지 않게 되기를 간곡히 기원했는데. 그래서 결코 마음을 가질 수 없도록 제약되어 있는 로봇들이 온 우주를 돌아다니며 생명이 생기는 것을 막아 내는 세상을 생각했대요.”

로봇의 말을 들어 보니, 은둔 갑부는 어쩌면 그것이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우주 발전의 당연한 결말일 수밖에 없다고도 생각한 듯싶었다.

로봇은 아직도 아주 가까운 곳에 은둔 갑부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계속 문명이 발전하고, 어느 외계인의 문화라도 계속 발전하다 보면 결국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 행성에서 생명체들이 더 이상 탄생하지 않도록 막게 되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 넓은 우주에 행성들이 많고도 많지만, 발전한 외계인들일수록 주변의 생명과 지성이 오히려 생겨나지 않도록 막게 되기 때문에, 우리와 만나게 되는 지성이 있는 외계인들은 그렇게 드문 것이래요. 그때 정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온갖 생명체들이 온통 고민을 하면서 우주 이곳저곳에서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 끝에, 결국 마지막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그 다음 단계의 결말이 아무 생명체도 없는 우주에 멍청한 로봇들만 남아서 영원히 아무 생명체가 생겨날 수 없게 막아 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의 약속은 농담처럼 쉽게 바뀌기 마련이라, 이제 은둔 갑부가 남긴 것들은 한 번 웃고 넘기는 수집품이 되어 고물상과 사냥꾼들의 손에 수거되고 팔리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행성의 세 달이 차례로 떠오르고 있었다. 물 위에 달빛이 비치자, 금방이라도 떠다니는 그 많은 사람들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날 것처럼 생명력이 가득해 보였다. 달빛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우주 먼 곳에서부터 쏟아지는 별빛이 그 많은 잠든 사람들 위에 비쳤다.

미영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로봇에게 고개를 돌려,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다고 대답했다.

— 2015년, 인천에서

댓글 2
  • No Profile
    심너울 18.07.18 19:43 댓글

    미영/양식 연작 너무 매력적이에요. 엄청나게 거대한 우주에서 소소한 소재들을 이것저것 아무렇지 않게 잘 엮어내서 이야기를 만드시는 능력이 너무 부러워요.

  • 심너울님께
    No Profile
    글쓴이 곽재식 18.07.20 06:11 댓글

    미영과 양식 시리즈는 소재는 구했는데 어떻게 이야기로 풀지 마땅찮을때 좀 대충 마음 가는대로 농담 삼아 막 풀어보는 이야기로 주로 쓰고 있는데, 오히려 그렇다 보니 좀더 다채롭기도하고 시원시원하기도하고 그런 듯 싶습니다. 앞으로도 가끔 또 쓰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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