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나요?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경보 해제

하오허(郝赫)

방어 경보가 울릴 때 장둥(張動)은 농장 꼭대기 층에 쳐박혀 자기의 가족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몇 차례 논쟁으로 장둥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했다. 벤의 말처럼 어쩌면 독립해야 할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행동에 옮기기도 전에 갑자기 경보가 울려 장둥은 깜짝 놀라 튀어나왔다. 사방을 둘러봤지만 국경선에서 봉화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면 조금 먼 남쪽이란 말인가? 그곳은 ‘유치원’과 접해있어 제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장둥은 더 높이 있는 빗물 수집기 위로 올라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경보가 다시 몇 차례 울리다가 뚝 그쳤다. 심상치 않았다. 장둥은 ‘보조뇌’를 활성화시켰지만 위성에 연결되지 않았다. 분명 지구 저궤도의 우주 쓰레기 지역을 지나고 있어 신호가 난반사 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푸념할 때가 아니었다.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도 말이다. 분명 어색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둥은 벌써부터 초초했다. 장둥은 숨을 크게 내쉬고 건물 꼭대기에서 뛰어내렸다.

농장은 과거 초고층 빌딩이었다. 구(舊)질서가 붕괴된 이후 이런 건물은 대부분 버려져 황폐해졌다. 커뮤니티들은 이것을 재활용해 입체 농장으로 만들었다. 이 근처에 있는 커뮤니티들이 가진 기술은 모두 농업 동호회에서 나온 것으로 그들은 ‘유치원’ 남서쪽에 위치한 작은 소굴에 산다. 그곳은 과거 삼림공원이어서 장둥은 그들을 ‘드루이드’라고 불렀다.

이것은 장둥의 악취미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는 이웃한 커뮤니티에 별명을 붙여주었다. 서쪽부터 순서대로 살펴보면, 제일 서쪽은 엘프로 변태적이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에 집착했다. 여인국은 온통 레이스에 페미니스트들로 이루어졌다. 몽환도도 있었는데 그곳은 약쟁이들의 집결지로 의학용 대마의 주요 산지다. 최근 커뮤니티 사이사이에 생긴 더 작은 커뮤니티는 큰 커뮤니티들이 해체되자 독립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장둥이 별명을 붙여주기도 전에 커뮤니티 간 전쟁과 충돌로 합병되거나 소멸했다.

이어서 에덴동산으로 가장 큰 종교 커뮤니티다. 그리고 거지 무리가 있었지만 이 하는 일 없는 주정뱅이들은 에덴동산에서 분리해 나온 극단주의자들에게 먹혔다. 그 극단주의 광신도들은 종말론을 부르짖으면서 이웃 커뮤니티들과 끊임없이 충돌을 빚어 ‘미친개’라고 불렀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면 가장 큰 커뮤니티인 유치원이 있다. 그곳은 집 떠난 청소년들로 이루어졌다. 장둥은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그들은 자기의 과묵한 아들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장둥과 아버지가 말다툼한 이유기도 했다.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 눈 깜짝할 사이에 축산 구역을 지났지만 장둥은 여전히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거리를 계산하면서 몸을 활짝 펴고 머리를 냅다 쳐들었다. 그러나 반중력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다.
제기랄! 애써 마련한 장비에 문제가 생기다니, 몸통을 감싼 초전도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장둥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면서 목을 쭉 빼고 중요한 연결 부분 몇 곳을 힘껏 내리쳤다. 두피가 저릿하고 땅에 내리꽂히려는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하강 모드가 멈췄다. 하지만 급격한 기압 변화와 급제동으로 오장육부가 출렁거렸고 귀에서 웅웅 소리가 났다.
숨 돌릴 새도 없이 옆에 있던 건물이 폭발했다. 건물 파편과 채소들이 사방으로 튀고 연기와 먼지가 피어오르자 놀란 가축들이 울부짖었고, 공기는 탄내로 가득했다.

마이크로 웨이브 무기다! 방금 작은 고장이 아니었다면 장둥은 아마 명중 당해 순식간에 익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파가 퍼지면서 장둥의 등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에 화상을 입어 등이 화끈거리며 아팠다. 몸에 지닌 전기 컨트롤 장비는 모두 고장이 났고 보조뇌도 재부팅 해야 했다.

장둥은 이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떨어지는 힘의 반동을 이용해 농장 1층 입구로 재빨리 굴러들어갔다. 그러자 누군가 “야, 이 새끼야! 난사, 난사하라고! 이 새끼가 에너지 낭비하고 있어!”라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농장을 향해 몰려드는 발소리가 들렸다. 침입자들이 빠르게 모여들었고, 욕설과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내분이 일어난 것 같았다. 장둥은 한숨을 돌리며 상대편 상황을 파악했다. 칩입자는 7명으로 몽환도와 미친개 두 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어떻게 저들이 같이 왔지? 초소는 또 어떻게 통과했지? 게다가 그들은 타깃을 정하고 침입한 것처럼 곧장 장둥을 향해 왔다. 이건 또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 가뜩이나 아픈 머리가 더 혼란스러워졌지만 지금은 눈앞의 저 침입자들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장둥은 등이 타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저기 있다!” 

침입자들이 뒤를 바짝 쫓았고 그들이 퍼붓는 총알 세례에 균류(菌類)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퍼졌다.
이 층에는 포자식물이 자라고 있어 장둥에게 많은 시간을 벌어주었다. 바닥에 축축한 이끼가 자라고 있어 안 그래도 정신이 몽롱한 약쟁이들이 잇달아 넘어졌다. 유전자 프로젝트로 거대해진 고사리류는 몸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터진 포자들이 위층의 폭발로 날리는 바이오숯과 수증기와 섞여 사격수의 시야를 가렸다. 빗나간 총알은 장둥이 입은 옷을 뚫지는 못했지만 충격은 상당해서 장둥은 얼굴을 찌푸리며 있는 힘을 다해 지하실로 뛰어 내려갔다.

지하실은 과거 주차장으로 쓰였던 곳으로 농장과 함께 미생물 처리센터로 개조돼 순환수 처리장, 각종 쓰레기 처리장, 유기물 분해조와 소형 메탄가스 발전소가 있었다. 파이프라인이 빽빽하게 연결돼 있어 기어서 움직여야 했고, 어두운 조명이 더해져 매복에 안성맞춤이었다.
장둥은 공구실까지 기어가 가장 큰 사이즈의 파이프 렌치를 꺼냈다. 팔뚝만 한 크기에 꽤 무직했다. 설비 설치를 맡은 드루이드는 이것을 자동시스템이 다운됐을 때를 대비해 준비해놓은 것이라고 했었다. 어쩌면 침입자 반격용인지도 몰랐다.

약쟁이들은 그래도 상대하기가 쉬운 편이라 정면으로 마주친다고 해도 때려눕힐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미친개로 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다행히 상대는 임시로 조직된 오합지졸이라 같은 편끼리 계속 갈등을 빚었다.
장둥은 이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약쟁이 두 명을 조용히 처리하자 몽환도의 남은 두 명이 약쟁이 특유의 신경질을 부렸다. 약쟁이들은 이것이 광신들도의 계략이라며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물론 미친개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극단적인 교리의 영향으로 자신들에게 칼을 겨누는 자는 모두 사탄이라고 여겼고, 자신들에 반하는 모든 것을 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둥은 살금살금 다가가 총을 쐈다(약쟁이에게 빼앗은 전리품이었다.). 그러자 설날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총성과 비명, 총알이 파이프라인과 뼈를 관통하는 소리가 어지럽게 이어졌다.

장둥은 먼지가 다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약쟁이들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구멍이 나 있었다. 미친개가 입은 전투복은 총알을 대부분 막아냈지만 머리는 보호하지 못했다. 피와 부서진 살이 뒤섞인 구정물과 오줌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황 성분이 다 제거되지 않은 메탄가스가 퍼져 악취가 진동했다.

살아있는 미친개도 있었지만 가망이 없어 보였다. 미친개는 악취 나는 구정물 위에 쓰러져 피거품을 토해냈다. 장둥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미친개 옆에 떨어진 무기를 발로 차며 물었다.

“어떻게 잠입했지?”
“멍청한…….”

눈을 뜬 채로 웅얼거리는 모습이 마치 해부를 기다리는 개구리 같았다.

“나를 찾아온 건가?”
“신의 벌…… 모든 악을 정화…… 멍청한…….”

장둥이 어깨를 으쓱하자 몸에 난 멍이 아파왔다. 장둥은 광신도와 정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쟁이들이 광신도들과 만나자마자 싸우지 않은 것이 정말 놀라웠다.
땅에 떨어진 총에는 총알이 없었고, 남은 총알과도 규격이 맞지 않았다. 장둥은 그중 총알이 제일 많이 남은 것을 골라 어깨에 멨다. 휴대용 고주파 전자기펄스(EMP) 발사기가 한쪽에 떨어져 있었지만 반짝이는 신호로 봐서 에너지가 다 소모된 것 같았다. 자기를 습격한 무기가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정말 좋은 무기인데 아쉽게도 컨트롤 스위치가 박살 나 있었다. 요즘은 이런 대규모 살상성 무기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정말 아까웠다. 기술은 있어도 가뜩이나 부족한 자원을 쪼개 이런 소모품을 만들 커뮤니티는 없었다. 혹시 미친개라면 모를까.

장둥은 아직도 욕설을 퍼붓고 있는 미친개를 쓱 쳐다보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난사 모드였다면 지금 저기 비참하게 누워있는 사람은 자기였을 것이다.

“광신도와 약쟁이가 한편이 되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정말 멍청하군!” 장둥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리고 상대가 욕을 하기도 전에 파이프 렌치를 들어 상대의 턱을 향해 날렸다. 메탄가스 냄새로 질식할 것 같았고 총알 하나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메탄가스 속에서 곧 자기가 믿는 신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방금 울린 짧은 경보는 주민들의 경각심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았다. 이곳은 미친개와 소규모 국경 충돌 외에 오랫동안 안정이 지속된 게 사실이었다. 이것은 아버지의 공으로, 아버지는 이 근처에서 제일 큰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었다. 새로 생긴 커뮤니티로 한두 명이 독립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환경이 안정되어 확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 역시 아버지가 낡은 관념을 계속 고집하는 근거가 됐다. 가족 유대! 이것이 정말 유용했다면 어머니가 새로운 커뮤니티를 설립하겠다고 다른 사람과 떠나진 않았을 것이다.

장둥은 아버지의 관념이 유년기 부모의 행동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가족 유대든 반(反) 기술지상주의든 그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는 점점 더 극단적이고 과격해졌다. 특히 어머니가 떠난 뒤부터 더 그랬다. 부자는 보조뇌 문제로 수십 번도 넘게 다퉜다. 심지어 장둥은 말다툼이 아버지 삶의 일부가 된 게 아닐까, 그리고 이제 자기가 어머니를 대신해 말다툼의 상대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농장 전투는 마침내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어쩌면 소형 발전소에서 생긴 메탄가스관 누출로 인한 정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그중 한 명이 뛰어가는 장둥을 보고 소리쳤다.

“무슨 일입니까?”

장둥은 그를 알았다. 벤과 함께 청소팀에 속한 사람이었다.

“미친개예요.”

장둥은 멈추고 말을 이었다.

“그들이 잠입했어요.”
“국경이 뚫렸습니까?”

누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니요!”

장둥은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국경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들어왔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빨리 그쪽으로 가서 그들이 내부에서 국경 초소를 공격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말을 마친 장둥은 다시 한번 보조뇌 연결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모두 보조뇌가 있습니까?”

장둥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수를 셌다.

“팀을 나눠서 행동합시다. 보조뇌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한 팀을 이루는 겁니다. 위성 신호가 잡히면 연락이 쉬울 테니까요. 침입한 놈들은 소수겠지만 반드시 소탕해야 합니다. 조심하세요!”
“당신은 우리와 같이 안 갑니까?”

남자가 물었다.

“나는 감시탑에 가보려고 합니다. 경보가 이상해요. 아버지도 찾아야 하고요.”
“알겠습니다. 신호가 잡히면 연락하죠.”

장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팀을 이룬 사람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전면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약쟁이들을 조심하세요. 그들이 광신도들과 손잡은 것 같아요. 몇 팀이 같이 가서 살펴보는 게 좋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주민들은 모두 격앙돼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커뮤니티의 유일한 장점인지 모른다. 관심과 흥미, 철학이 비슷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누군가 외치면 모두가 호응해 공동의 적에 대응했다. 단점은 일단 틀어지면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점이었다.

“아, 혹시 벤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남자가 떠나기 전에 장둥이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쉬는 날이라서요. 아마 북쪽 주택지역에서 태양전지 패널을 정리하고 있을 겁니다.”

그곳은 감시탑과는 반대쪽이었기 때문에 위성과 연결된 뒤에 벤과 연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둥은 벤이 커뮤니티 사람 중에 아이디어가 제일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벤은 문제가 생기면 재빨리 대응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위성이 우주 쓰레기 지역(빽빽하게 늘어선 인공위성들은 결국 케슬러의 예언 을 피하지 못했고, 서로 부딪쳐 생긴 작은 파편 쓰레기가 넓지 않은 행성의 고리를 형성했다. 소수의 위성만이 이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을 지날 때도 연결이 끊기지 않도록 신호소를 몇 개 설치하려고 했다. 벤이 제안한 아이디어로 좋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하고 나섰다. 아버지는 보조뇌와 위성을 포함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그 어떤 기술도 반대했다. 이것이 구질서가 붕괴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온라인 교류가 인간을 냉담하게 만들어 동호인끼리 모여 서로 칭찬하면서 교류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식의 교류는 생각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생활 습관이 되고, 현실까지 영향을 미치자 재앙이 되었다.

장둥은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간단하게 한두 가지 이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장둥은 그런 혼란의 시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함에 나오는 주민이 늘어났고 장둥은 만나는 사람에게 일일이 경고했다. 이렇게 하면 미친개가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그들이 몰래 일을 꾸미지는 못할 것이었다.
이때, 옆 골목에서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그림자가 보였다. 키가 크지 않았다. 장둥은 조용히 다가가 살펴보았다. 아이들이었다. 자기 아들도 있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니?”

장둥은 뛰어나가 소리쳤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고, 인내심도 바닥났다. 깜짝 놀란 아이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또 이런다! 장둥이 아들에게 무슨 말만 하면 아들은 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반박조차 하지 않았다. 등의 화상이 다시 욱신욱신 쑤셨다. 장둥은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아직도 멍청하게 뭐 하고 있는 거야? 방금 경보 못 들었어? 어서 집으로 돌아가 숨어 있으라고!”

그래도 아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장둥은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소곤거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유치원에서 전해진 정보에 따르면, 신세대 아이들은 대부분 뇌에 돌연변이가 생겨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뇌파 전달을 통해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증명되지 않은 정보였다. 지금 사회는 그런 것을 연구할 자원과 전문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확실히 다른 세상 사람처럼 소통하기 어려웠다. 그들이 뇌파로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는 하늘이나 알 것이었다.
장둥이 못 참고 다시 한번 호통을 치려는데 아이들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장둥 옆으로 지나갔다.

“아무 데나 다니지 말고, 조심해! 방금 너희가 미친개인 줄 알았다고.”

장둥은 아이들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치고, 떠나려는 아들을 잡았다.

“너는 나와 같이 가자.”

아들은 오랜만에 고개를 들더니 장둥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버지는 북쪽 국경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그건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다! 너는 네가 있을 만한 안전한 곳을 찾을 때까지 내 뒤만 잘 따라오면 돼. 알겠니?”

말하자마자 장둥은 조금 후회스러웠다. 아들이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말투를 최대한 누그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할아버지 봤니?”

대답이 없었다.

“알았다.”

장둥은 이마를 힘껏 두드렸다. 다시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의 후회는 노여움으로 바뀌었고, 등의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장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급기야 여인국에서 사 온 난자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부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세상도 같이 조용해지고 딱딱하게 굳어 시간이 그 무게에 눌려 쭉 늘어난 것 같았다. 다시 경보가 울리자 장둥은 그제야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났다.

“어서 가자!”

장둥은 아들을 잡아끌고 감시탑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었다!
감시탑이라고는 하지만 2층으로 된 건물로 모니터링센터라고 하는 게 더 적절했다. 구질서가 남긴 감시 시스템을 수리해 국경선 주위에 설치하고 이곳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감시했다. 아버지는 이것을 탐탁지 않아 했지만 주민들이 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어쨌든 24시간 순찰대를 배치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인력과 자원이 많이 절약됐다. 이것은 장둥이 아버지와 정면으로 힘겨루기를 한 일 중에서 유일하게 거둔 승리였다.

하지만 미친개의 출현으로 감시가 남서쪽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국경선의 감시설비들을 이곳으로 옮겼고 초소까지 지었다. 그래서 오늘의 침입이 매우 수상쩍었다.
감시탑이 눈앞에 보였다. 하지만 장둥이 다가가기 전에 안쪽에서 군인들이 뛰어나왔다. 미친개인가? 장둥은 황급히 아들을 자기 몸 뒤로 숨기고 총을 들어 쏠 준비를 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냐? 경보 못 들었어?”

아버지가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장둥은 그제야 뛰어나온 군인들이 모두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모두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과거 군대에서 입었던 강화복인 동력 외골격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등이 조금 굽은 아버지가 건장하게 보였다. 아버지의 눈을 쳐다보려면 고개를 쳐들 수밖에 없었고, 그러자 기가 죽는 느낌이 들었다. 지난번 말다툼의 여파가 다 가라앉지 않은 상태여서 더 그랬다. 마음의 준비를 했어도 어색하고 분한 생각에 위가 쥐어짜는 듯이 아파왔다. 장둥은 최대한 느릿느릿 말했다.

“들었어요. 그래서 왔어요.”
“여기 올 시간 있으면 국경이나 가봐.”

아버지는 흥흥거리고는 손자를 보더니 말했다.

“그래도 아버지의 책임은 잊지 않았구나.”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요!”

장둥은 화가 치밀어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아버지는 늘 이런 식이다. 자초지종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러쿵저러쿵한다. 심지어 아들의 이상한 성격도 장둥의 교육 탓으로 돌리면서 장둥이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만약 아버지도 아버지의 책임을 다했다면 장둥은 아버지와 계속 말다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둥이 자식을 갖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 컸다. 가족 유대, 어머니가 떠난 뒤 장둥은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해하지 못했고, 장둥이 선택한 비(非) 자연적인 출산을 책임감이 결여된 부도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이 아버지 자신의 실패한 가정 때문이라는 것은 인식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고집하는 철학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둥은 다시 말다툼하기 싫었다. 미친개들을 몰아내면 벤과 독립해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아들의 소속 문제는, 이것도 벤에게 대답을 미룬 이유이기도 했다. 어쩌면 아들은 유치원에 소속되기를 더 바랄지도 모른다. 아들에겐 할아버지나 아버지보다 그곳 아이들이 자기와 같은 부류일 테니 말이다.

“아이나 안전한 곳에 놔두고 다니든지! 소풍이라도 가냐. 침입자들이 당근만 먹는 토끼도 아니고.”

말을 끝낸 아버지는 고개를 돌리며 자리를 떠났다. 걸을 때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강화복에서 치익치익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휘청거렸다.

“그래요, 아버지 말이 맞아요! 그들은 고에너지 무기도 있고, 우리가 모르는 비밀 통로도 있어요.”

장둥이 소리쳤다.
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멈췄다. 과연, 아버지는 아직 이런 사실을 몰랐던 듯했다.

“현재 국경은 문제가 없고, 사람들도 그리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광신도 한 무리가 비밀 통로로 들어왔어요. 게다가…….”

장둥은 잠깐 생각하다가 기습당한 일은 빼고 말했다.

“게다가 북쪽의 약쟁이들도 합세했고요. 상황을 보니 비밀 통로가 한 개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빈틈이 많은 네 국경 감시 시스템에만 의지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아버지는 비웃으면서 “다행히 나 같은 옛날 사람은 일을 직접 처리할 줄 알아 날마다 국경을 순찰했기 때문에 비밀 통로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하고 말했다.

“그러면 그들이 어떻게 들어왔다는 거예요?”
“그건 네 대뇌 피질에 있는 단분자층 컴퓨터에게 물어봐.”

아버지는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그게 낡아빠진 위성에 연결되잖니? 그리고 너와 정보를 공유하는 파트너는? 감시소처럼 폭파라도 당했대?”

“뭐라고요?”

장둥이 소리를 꽥 질렀다. 피가 거꾸로 치솟아 정수리의 핏줄이 팔딱팔딱 뛰는 게 느껴졌다. 장둥은 아버지와 정상적인 소통을 바란 자기가 멍청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았다.

“폭파됐다고요? 무슨 말이에요?”

장둥의 말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졌고, 목소리 톤도 매우 높아졌다.
아버지가 성가시다는 듯 손을 내젓자 다른 사람이 나서서 설명해주었다. 미친개 두 명이 2층을 막고 총알을 다 발사한 다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몸에 지니고 있던 폭탄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폭발로 사람이 많이 다쳤고 감시소도 날아갔다. 불행 중 다행히도 경보기는 압축 공기로 작동돼 바람이 있으면 다시 작동시킬 수 있었다.

“그건 그들의 스타일이 아닌데요.”

장둥은 다시 아까의 기습 공격이 생각났고 등에 입은 화상이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이렇게 조용하게 행동하지 않아요. 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안달이죠. 게다가 우리 설비를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비정상적인 일이라 의심스러워요…….”
“그것도 네 보조뇌에게 물어보면 되겠네.”

아버지는 말을 끊으며 “난 네게 분명히 말했다. 무선기술은 비밀이 새기 쉽다고. 너도 위성에 해킹해 들어가는데 다른 사람은 못 하겠니?” 하고 말했다.

“그건 불가능해요. 그들이 어떻게 몰래 숨어들었는지 설명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전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생각해요.”
“됐다! 내가 너라면 커뮤니티 헐뜯을 시간에 국경이나 지키러 가지, 여기서 탐정 놀음이나 하고 있지 않겠다.”
“하! 그들에게 세뇌당한 사람이 없었다고요?”

장둥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아버지를 노려봤다.

“게다가 여기가 정말 그렇게 좋았다면 어머니도 안 떠났겠죠!”

순간 아버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동력 외골격에 싸여있었지만 아버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장둥도 냉정을 되찾았다. 화가 가라앉자 남는 것은 온몸에서 진동하는 땀 냄새와 괴로운 후회뿐이었다. 장둥은 문득 자신이 이미 오래전에 아버지와 똑같은 부류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번 말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서로를 찔러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마치 몸속 장기들이 한데 뒤엉킨 것처럼 아파오면서 입에서 쓴맛이 퍼졌다. 장둥은 눈을 딱 감고 주의를 분산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모든 게 설명이 돼요. 광신도들의 잠입과 비정상적인 경보, 모두 일부러 파괴한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 눈을 부릅뜬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깐 숨을 몰아쉬더니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장둥은 사람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모든 힘을 다 짜내버린 것 같았다. 장둥은 머릿속이 복잡해 모든 것에 관심이 사라졌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 미친개가 튀어나와 자기를 쏘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곁에 있는 아들 때문에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방금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그저…….”

장둥은 아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다툼에 관해 설명하려고 했지만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방금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장둥은 한숨을 내쉬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나도 북쪽 국경으로나 가봐야겠다.”

그곳으로 가면 벤을 만날 수 있겠지. 그리고 독립해 나가리라. 어쩌면 이곳에서 멀리 떠나는 게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처럼 말이다.
딴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갑자기 무슨 말을 했다. 장둥은 잘 듣지 못했다.

“뭐라고?”
“북쪽!”

아들은 말을 끝내지도 않고 뛰기 시작했다.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돼. 돌아와.”

장둥은 아들이 그렇게 빠를 줄 몰랐다. 아들을 따라잡으니 이미 북쪽 주택가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주로 신규 가입자들이 사는 인적이 드문 곳이었지만, 이곳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 소형 배전망이 커뮤니티에 4층 정도의 에너지를 공급해주었다. 이 근처 건물에는 모두 태양전지 패널이 부착돼 있지만 대부분 때가 끼어 있었다. 이것이 전환율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청소를 해야 했고, 벤의 주요 업무가 바로 태양전지 패널 청소였다.

아쉽게도 보조뇌가 위성에 연결되지 않아 벤과 연락할 수 없었다. 때때로 총성이 들려 장둥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빌어먹을 약쟁이들. 장둥은 욕설을 내뱉고 아들을 잡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안전한 곳을 찾아서 잘 숨어있어. 아버지가 가서 보고 올게.”

장둥은 총을 들고 교전이 일어난 곳을 향해 뛰었다.
한참 동안 전투가 지속된 게 분명했다. 침입자는 상당히 깊이 쳐들어왔지만 반격을 당해 물러난 것 같았다. 길에는 온통 부서진 태양전지 패널 조각이 널려 있었고, 폭격으로 무너진 집도 상당했으며, 노출된 벽에는 총알구멍이 가득했다. 장둥은 몸을 숙이고 등의 통증을 참으며 신중하게 전진했다. 허물어진 담장 너머로 나뒹구는 시체들이 보였다. 미친개, 근처 주민, 청소년 두 명도 있었다.

짐승 같은! 장둥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총소리가 난 곳에는 미친개 한 무리만 보였다. 그들은 후퇴하면서 사방에 총질을 해댔고, 그중 한 명은 지나가는 골목에 폭탄을 던졌다. 장둥은 폭발로 튀어 오른 돌에 머리를 맞을 뻔했다. 장둥은 허리를 굽힌 채 옆에 있는 엄폐물로 굴러 들어가 먼지가 다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빨리 뛰어나갔다.

사람이 튀어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미친개들은 허둥대다 장둥의 총에 쓰러졌다. 안타깝게도 사격 실력이 좋지 않아 급소를 맞히진 못했다. 그러나 이것이 모종의 균형을 깨뜨렸는지 주위에서 다른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고, 미친개들이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다. 숨어있던 사람들이 튀어나와 반격에 가세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아이들이었고 한두 명은 아까 아들과 같이 있던 애들이었다.

장둥은 이유 없이 화가 났다. 그래서 달려가 바닥에 쓰러진 미친개들에게 총을 한 발씩 더 쐈다. 그러다가 오히려 위험에 빠졌다. 두 명 밖에 안 남은 침입자가 총을 들어 장둥을 겨눈 순간, 장둥은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마치 세상에서 떨어져나와 이 전투의 관객이 된 것 같았다. 모든 상황이 뚜렷해졌고, 심지어 미친개의 입에서 다 나오지도 않은 악담과 방아쇠 당기는 소리까지 들렸다.
장둥은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총성이 울렸다. 그런데 바닥에 쓰러진 것은 미친개였다. 그중 하나는 머리가 박살이 났다.

“괜찮아요?”

뒤에서 젊은이가 뛰어왔다. 왼쪽 얼굴에 목걸이를 하고 긴 혀를 내민 귀신 문신이 있었다.
장둥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부상을 입고 땅에 쓰러진 미친개가 지니고 있던 폭탄을 떠뜨리려는 것을 봤다. 장둥이 소리치기도 전에 젊은이가 뒤돌아 총을 한 발 쏘더니 맞은편에 있던 아이를 향해 엄지를 올려 보였다.

“작은 재주에요.”

젊은이는 장둥의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의 보조뇌나 구식 웨어러블 기기처럼 우리는 뇌파를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요.”
“신세대? 당신은 처음 보는 얼굴이군.”
“그렇습니다.”

젊은이는 더 눈부시게 웃었다.

“제 이름은 이노우에입니다. 남쪽에서 왔어요.”

유치원? 장둥은 불편한 마음이 들어 상대가 내민 손을 모른 척하고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이 아이들을 유괴하려고 왔나?”
“아니오.”

이노우에는 손을 들어 올리며 “나는 그저 선생일 뿐입니다. 아이들이 어디로 갈지는 스스로 결정해야지요.”라고 말했다.

“선생? 그러면 세뇌하러 왔나?”
“우리에 대한 편견이 꽤 심하군요.”

이노우에가 다시 입을 열자 가지런한 치아가 드러났다.

“하지만 이해해요. 우리를 괴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래서 내가 여기에 온 겁니다. 그들에게 정확한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사람들과 정상적인 소통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려고요.”

장둥은 아들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보아하니 당신, 가르치는 실력이 좋지 않은 것 같군.”
“천천히 해야 해요. 안 그래도 반항적인 사춘기에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나니까요.”

이노우에는 “누구라도 갑자기 다른 세계에 던져지면 성격이 크게 변할 겁니다. 하지만 일단 적응하면 오히려 외부 세계가 불편하죠. 뇌파로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는 빛처럼 빠르거든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제한도 전혀 받지 않고요. 뇌가 죽지만 않으면 우주 쓰레기 지역이나 설비의 에너지 문제, 전파 교란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거리는 제한이 있어요. 그래도 우리 개개인이 기지국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매우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장둥은 이렇게 말을 잘하는 신세대를 본 적이 없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당신은 선생이 잘 맞는 것 같군.”

장둥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들의 이해가 많이 필요해요. 사실 우리는 교류하기 싫은 게 아니라 당신들이 우리의 정보 처리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뿐이에요.”

어딘지 익숙한 말이었다. 아버지와 감시탑 건설 문제로 말다툼을 벌일 때 장둥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젊은이를 보고 있자니 장둥은 온 세상이 자기를 비웃는 것 같아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당신은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훈련의 결과죠.”

이노우에는 “이것이 내가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지금은 자원을 많이 투입해 연구하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대략적인 것은 알아냈습니다. 외부 뇌파의 주파수가 높을수록 뇌가 우선 처리한다는 것을요. 뇌파에 대한 관심과 우선순위를 의식적으로 낮추는 훈련이 필요해요.”
“나는 당신들이 고차원의 과학기술로 차단하는 줄 알았는데?”
“흔히 그렇게 생각하죠. 사람들은 남을 변화시키려고만 하지 자기 자신은 변하려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진화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죠. 태블릿 기기가 발명되자 예전보다 손가락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고, 이것이 뇌의 진화를 촉진했을 거라고 봅니다. 나는 또한 구질서가 붕괴될 때 왜 데스메탈이 주류가 됐는지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어요. 사회적인 요인 외에 뇌파의 주파수 변경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간은 뇌파 주파수와 비슷한 멜로디를 좋아하거든요.”
“그건 멜로디가 아니라 소음이지.”

장둥은 조금 성가셨다. 아들을 찾으러도 가야 했고, 방금 조우전(遭遇戰)도 문제가 있었다. 미친개는 장둥을 기습을 했을 때처럼 질서정연하지 않았고, 약쟁이들은 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노우에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각각 다른 방향에 있는 아이들 팀에게 고개를 끄덕인 다음 설명했다.

“저 아이들은 남은 침입자를 추격하러 간답니다. 그리고 북쪽 마약지역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하네요.”
“뭐라고?”

장둥은 발을 땅에 탁탁 치면서 “그건 아이들이 할 일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팀워크 면에서 보면 그들이 더 전사 같죠. 그리고 잊지 마세요. 방금 아이들이 당신네 북쪽 국경을 지켰다는 것을요.”
“우리는 털도 다 안 자란 전사는 필요 없어.”

장둥은 들고 있던 총을 연발 모드로 바꾸며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다행인 줄 알아. 간첩으로 몰리지 않았으니.”

장둥은 높은 곳으로 뛰어 올라가 전장을 치우던 성인들에게 아이들을 따라가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곧 다시 뛰어와 물었다.

“장팡팡(張放放)이라는 아이와 연락할 수 있나?”
“잠시만요.”

이노우에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나 이 아이 알아요. 당신 아들이에요?”

장둥은 대답은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했다.

“지금 어디 있는지 물어봐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주시오.”
“아, 그가 당신네 반역자를 발견하고 감시 중이랍니다.”

이런 아이들을 봤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장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잘 숨어있으라고 해줘요! 주소 알려주고.”

그러나 이노우에는 입을 삐죽대며 말했다.

“그는, 혼자 처리하고 싶은 모양이네요.”

장둥은 발을 구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때, 갑자기 보조뇌가 반응을 보이더니 위성과 연결됐다. 그 순간,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머릿속에서 환호를 지르는 것처럼 각종 정보가 쏟아졌다. 미친개 쪽 국경은 이상이 없었고, 길에서도 다른 침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곳 소식을 제일 먼저 받아 서둘러 이리로 오고 있었다.

장둥은 이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위치 추적 프로그램을 실행해 아들을 찾았다. 그러나 보조뇌 처리 속도가 느려 제대로 찾아지지 않았다. 이어서 벤에게 연락했지만 세 번째 시도 만에 상대와 연결됐다.

“어디야?”

장둥이 물었다.
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소를 말했다. 가까웠다. 장둥이 지나온 길이었다.

“왜 그래?”
“아무  것도 아니야. 방금 침입자 두 명을 해치웠어.”

장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지금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우리 내부에 첩자가 있어. 이번 미친개의 습격은 아마도 첩자와 관계가 있을 거야.”
“어떻게 알았어?”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야. 그리고 내 아들이 첩자를 발견하고 지금 감시하고 있대.”
“정말이야?”
“십중팔구는. 그래서 내가 먼저 내 아들을 찾아야 해.”

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먼저 그를 찾을 거 같은데. 하지만 우리에게 좋은 소식은 아닐 것 같군. 미안해!”

장둥은 벤의 맥락없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벤은 이미 연결을 끊은 상태였다. 그리고 뒤에서 이노우에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팡팡이, 그 첩자 이름이 벤이래요!”

설마, 농담이겠지! 순간 머리가 터진 것처럼 웅웅 소리가 났다. 정신을 차린 장둥은 미친 코뿔소처럼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치워가며 무섭게 돌진해 나갔다. 사실이든 아니든, 자기가 직접 가서 알아봐야 했고, 빠를수록 좋았다!
장둥은 계속 벤을 호출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미친 듯이 화가 치밀었고, 호출할 때마다 화가 퍼지면서 가슴을 꽉 채워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벤!”

장둥은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장둥의 마지막 기대가 산산조각났다. 넘어진 아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벤은 장둥을 보자 아들에게 재빨리 다가가 일으켜 세우고는 인질로 삼으며 위협했다.

“꼼짝 말고 총 버려.”
“왜 그래?”

가쁜 숨을 내쉬자 등의 화상이 욱신거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총 버리라고!”

벤이 아들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아들은 매우 놀랐는지 창백한 얼굴로 무력하게 쳐다봤다.

“괜찮아.”

장둥은 벤이 시키는 대로 두 손을 펴 보이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이유가 뭐야, 벤?”

하지만 오장육부에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왜냐고? 몰라서 물어?”

벤이 차갑게 웃었다.

“너도 이곳의 모든 것을 혐오하잖아. 낡은 관념과 위선적인 사람들을 말이야. 네가 농사일에 파견된 것을 혐오하는 것처럼, 이곳의 태양전지 패널도 날 미치게 한다고. 내 인생은 이래선 안 돼.”
“우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잖아!”
“그 얘긴 하지도 마!”

벤이 소리치며 말을 잘랐다.

“네 우유부단함에 질렸으니까. 네가 조금만 빨리 결심했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을 거야. 위성이 우주 쓰레기 지역을 지나는 시간을 기록하는 게 얼마나 따분한 일인 줄 알아? 그것들이 겹치는 지역도 계산해야 했다고. 약쟁이와 광신도를 움직이는 건 또 어떻고?”
“네가 그랬다고? 그건 정말 쉽지 않은데.”
“쉽지 않다고? 넌 아직도 모르는군. 원래 그 머저리들은 통신이 중단된 틈을 타 참수 작전을 실행할 계획이었어. 그다음 내가 사람들을 이끌고 그들을 섬멸하고 새 커뮤니티를 건설할 작정이었다고.”
“그래서, 처음부터 타깃이 나였어?”
“아니. 타깃은 한 번도 바뀐 적 없어. 네 아버지. 네 역할은 이것뿐이야.”

벤이 아들을 흔들면서 말했다.

“가족 유대잖아. 네 아버지는 순순히 복종할거야. 지금 너처럼. 네가 네 아버지보다 상대하기 훨씬 쉬워.”

장둥은 문득 자기가 친구를 전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앞에 있는 벤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우리가 세계관과 인생관, 가치관이 같은 친구라고 생각했어.”
“한때는 그랬지. 하지만 넌 시야가 너무 좁아.”

벤이 고개를 기울이며 계속 말했다.

“네 불만은 가족과 세대 차이에만 국한돼 있어. 독립도 도피하려는 것에 불과하잖아. 파편화된 사회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건 인식하지 못하지. 자원은 계속 줄고 인간은 더 이상 발전하고 진화하지 못해. 이런 무정부 상태를 끝내지 않으면 저 광신도들이 떠들어대는 인류의 종말이 조만간 현실이 될 거야. 누군가 나서서 사회를 관리하고 자원을 잘 분배해야 해.”
“너 지금 제정신이야?”
“농담하는 거 아니야!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하다못해 약쟁이들도.”

장둥은 그제야 벤 뒤에 시체 두 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는 척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움직이지 마!”

벤이 아들의 손을 꽉 잡고 외쳤다.

“우리는 협력 관계였어. 하지만 광신도들이 전부 망쳐놨어. 머저리들이 미친개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해놓고 자기 근거지마저 털려놓고는 나한테 와서 책임을 묻지 뭐야. 그래서 너희가 운이 좋다는 거야. 저 새끼들이 조금만 제정신이었어도 내가 승리했을 거라고.”

장둥은 제멋대로 지껄이는 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가 이미 미쳤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너희가 같은 생각이라면 같이 새 커뮤니티를 만들면 되잖아?”
“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해졌군. 정치 동호인 커뮤니티에서 우리가 누구를 리드하겠어? 다른 커뮤니티들을 통합해야 과거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어. 생각해봐. 자원이 흩어진 채 낭비되거나 의미 없는 커뮤니티 간 전쟁으로 소모되지 않고 체계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수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천지를 개벽할 수 있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고, 다시 한번 우주로 나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어.”
“그러려면 저 쓰레기들을 먼저 치워야겠군.”

장둥은 점점 흥분하는 벤을 똑바로 쳐다봤다. 격앙된 연설로 벤 안에 있던 뭔가가 터졌는지 벤이 손발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동작이 점점 커졌다. 순간, 빈틈이 보였다.

지금이다! 장둥이 재빨리 돌진했다. 상대가 총을 겨누기 전에 아들을 잡아채면서 기세를 몰아 벤을 힘껏 밀쳤다. 하지만 벤이 휘두른 총신에 코가 부딪쳐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빨리 뛰어!”

장둥은 이를 악물고 아들을 자기 몸 뒤로 밀쳤다. 그곳에는 무너진 벽돌이 있어 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코와 등의 통증 때문에 동작이 느려져 겨우 두 걸음 내디딘 순간, 총성이 울리더니 종아리가 서늘해지면서 무릎이 꺾이며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꼼짝 마! 그리고 너도.”

벤은 조금 난처하다는 듯이 다가왔다. 몸의 반이 흙으로 덮혀 있었다.

“다음 발은 봐주지 않을 거야! 네 옷이 유탄과 화살을 막아준다는 거 알아. 하지만 잊지마. 우리 둘이 이 옛날 군용 소재를 같이 발견했다는 걸. 그래서 이렇게 가까이에서 정조준하면 네 몸을 박살 낼 수 있다는 걸 난 알지.”
“넌 이미 실패했어, 벤. 왜 멈추지 않는 거야?”

장둥은 머리 위로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다리는 이미 감각이 없어 일어나기 힘들었다. 장둥은 아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을 힐끗 봤다. 친구들에게 연락하나? 장둥은 근처 건물에 소년병들이 잠복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보조뇌로부터 받은 정보에 따르면 군대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렸다.

“왜냐고?”

벤이 발로 장둥을 걷어찼다. 

“이게 다 너희 가족 때문이야. 내막을 알고 있는 두 녀석이 제 발로 찾아왔으니 이놈들만 처리하면 이 일을 숨기고 다시 기회를 엿볼 수 있었는데. 너와 네 아들이 다 망쳤어. 한 놈은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의심하고. 난 널 알아, 장둥. 넌 확신하는 일은 반드시 진상을 알아내야 하잖아. 다른 한 놈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말이야. 그러니 내가 어디로 후퇴하겠어?”

장둥은 몸을 지탱하면서 히스테릭한 벤을 쳐다봤다. 벤의 배신으로 인한 분노는 어느새 가라앉았다.

“여길 떠나. 가서 네 커뮤니티를 만들어.”

장둥이 제안했다.

“맨손으로 시작하라고? 난 그렇게 못해. 오랜 시간은 더더욱 못 기다리고. 바로 이게, 네가 부러운 점이야. 너는 네 아버지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타고났어.”
“그렇다면, 난 에덴동산에 가서 교주가 돼야 하나?”
“그래서 네가 통이 작다는 거야. 우리 같이 하자. 자유롭게 상상하던 예전처럼 말이야. 우리는 가장 강력한 커뮤니티가 될 거야. 그리고 정부를 만들어 인류 사회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거지. 세계를 구원하는 영웅이 돼서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자고!”

장둥은 침을 뱉었다.

“방금 우리한테 한 짓을 잊었어?”
“위대한 사업을 하려면 작은 일에 얽매여선 안 돼. 희생을 피할 수 없어.”
“하지만 그게 네가 내 가족을 해쳐도 된다는 이유가 되진 않아!”

장둥은 목을 길게 빼고 소리쳤다.
벤은 상처받은 것처럼 코를 실룩거리며 장둥을 잠시 응시했다.

“그건 정말 유감이네.”

아직 온기가 남은 총구가 이마에 조준됐다. 하지만 이 순간 장둥은 아버지에게 보조뇌가 있었다면 아버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머리뼈에 구멍을 뚫을 분이 절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보조뇌 이야기를 했을 때 흥분한 아버지의 표정이 떠올라 장둥은 처음으로 아버지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장둥은 탄창부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이어서, 몸이 고무공처럼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굼뜨게 반응하던 반중력 스위치가 갑자기 반응한 것이다.
순간 총을 쥐고 있던 벤의 손도 같이 들어 올려지면서 손에서 총이 떨어져 멀리 날아갔다. 어리둥절한 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뒤에서 날아온 총알을 맞고 온몸에 구멍이 났다.

아버지! 기름칠이 필요한 강화복이 달려왔다. 그 모습이 우스웠다.
보조뇌에서 실시간 정보가 쏟아지듯 업데이트됐다. 침입 사건은 기본적으로 파악이 완료됐다. 벤이 북쪽 국경 청소 시간을 이용해 그곳의 감시 설비를 파괴하고 침입자들을 들어오게 했다. 감시탑에서 감시 설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했지만, 그것도 벤이 처리했다. 하지만 미친개를 용병으로 고용한 것은 현명한 생각이 아니었다. 그래도 제일 불쌍한 사람은 약쟁이들이었다. 너무 흥분한 미친개 부대(원래는 지원과 증원을 담당한)가 충동적으로 약쟁이들의 근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종말론을 외치며 이곳을 정화하겠다고 갑자기 국경을 넘어왔다가 결국 지원온 신세대에게 괴멸당했다.

몽환도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남은 미친개를 소탕하면서 에덴동산의 호위대를 만났다. 이런 일에 그들이 빠질 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미친개들이 어떻게 북쪽까지 올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 양측 모두 자제력이 강해 서로 눈치를 보다가 후퇴했다. 사람들은 이 일이 에덴동산의 음모라고 주장했지만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인터넷에 원망을 쏟아놓거나 앞으로 그들을 어떻게 합병시킬까 등을 말할 뿐이었다.

장둥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햇빛이 내리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커다란 그림자가 장둥을 가리고서야 겨우 눈을 떴다.

“일어나라. 그 정도 높이에서 떨어졌다고 죽지 않는다.”

아버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 말은 괜찮았다. 네가 마침내 그걸 알았다니 기쁘다.”

장둥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하는 칭찬을 아버지는 설교하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장둥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힘겹게 일어나 앉았다. 뼈들이 전부 다시 맞춰지는 것처럼 움직일 때마다 딱딱 소리가 났다.

“괜찮으세요?”

아들이 할아버지를 잡은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다. 하지만 조금 앉아있어야 할 것 같다.”

아들은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는 손자를 데리고 가면서 저 소년병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봐야겠다고 말했다. 장둥은 아버지가 자기에게 물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할 것임을 알고 오가는 사람들 속에서 이노우에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젊은이는 찾기 쉬웠다. 얼굴에 있는 움직이는 문신 때문에 금방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둥을 발견하고 인사하더니 달려왔다.

“방금 정말 굉장했어요.”

장둥은 손을 저었다.

“아버지가 당신네들을 궁금해해요. 아…….”

장둥은 순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과 소통하는 건 그다지 순조롭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당신이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구식이라 너그럽게 대해야 해요.”
“당신 아들이 당신을 많이 닮았군요!”

이노우에가 웃었다.

“안심하세요. 이것도 이 시대의 병폐 아니겠어요. 다른 사람과 소통이 어려운 것이요.”

장둥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문득 생각나 물었다.

“맞다. 당신들 변이된 뇌파 주파수가 뭡니까? 보조뇌를 조정하면 수신할 수 있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이노우에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 천재군요! 그건 자원을 집중해 연구할 가치가 있어요.”
“나도 참여하겠소.”

장둥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멀어지는 아들이 몸을 돌리며 이쪽 방향으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을 보았다.

“속도가 정말 빠르군.”

장둥은 고개를 들어 이노우에를 본 다음 아들에게 역시 엄지를 세워보였다.
햇빛이 우울을 부수고 분산시키는 것 같았다. 저쪽에 있는 벤의 시체가 삶의 냉혹함을 보여주었지만, 그것도 나중의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장둥은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작가 : 하오허(郝赫)
하오허는 익숙한 주제 안에 새로움을 담고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꼼꼼하게 구축하기를 즐기는 젊은 SF 작가이다. 제3회 두오반 작문대회 과학소설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번역 : 이현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중번역학과를 졸업하였다.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류츠신의 장편 SF 삼체 시리즈의 1부를 번역한 바 있다. 그외에도 『텐센트, 인터넷 기업들의 미래』, 『이것이 마윈의 알리바바다!』, 『오직 결과로 말하라』 등 다수의 중국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댓글 0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곽재식 로봇 살 돈 모으기6 2018.11.01 2032
pilza2 어머니의 씨앗눈1 2018.11.01 118
곽재식 이상한 가면 여우 이야기3 2018.10.01 1024
엄길윤 스마트 귀신4 2018.10.01 338
이나경 극히 드문 개들만이8 2018.09.01 811
해망재 유예의 끝1 2018.09.01 494
곽재식 비행접시의 지니5 2018.09.01 1004
pilza2 그림자 도ㅅ↑ 2018.08.01 411
곽재식 2백세 시대 대응을 위한 8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 컷 앤 세이브 시스템 개발 제안서3 2018.08.01 2418
곽재식 이상한 용손 이야기12 2018.07.01 6820
곽재식 단군굴 2018.06.15 1758
곽재식 지상 최대의 내기 2018.05.31 3571
해외 단편 [초청 중국SF단편 ⑫] 위안위안의 비눗방울 – 류츠신1 2018.05.06 2293
초청 단편 코로나 라임 2018.05.01 857
곽재식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미남들의 행성2 2018.04.30 1136
곽재식 은하수 풍경의 효과적 공유 2018.04.30 698
곽재식 미노타우로스의 비전 2018.04.30 557
곽재식 칼리스토 법정의 역전극3 2018.04.30 1219
해외 단편 [초청 중국SF단편 ⑪] 경보 해제 – 하오허 2018.04.22 1039
해외 단편 [초청 중국SF단편 ⑩] 우주 끝의 책방 – 장보1 2018.04.08 1260
Prev 1 2 3 4 5 6 7 8 9 10 ... 38 Next

게시물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