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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 to Heart

유이립

본래 인천역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인천라인이라고 부는 건 원래 동인천 라인으로 그 끝에는 동인천 라인의 종착역 동인천역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동인천역 이름이 옆 역으로 한 칸 밀려나더니 인천역으로 변했다. 위치가 변했나? 하면 아니다. 위치는 그대로 이고 역 이름만 옆으로 한 칸 밀렸다. 갑자기 생긴 인천역 때문에 동인천역, 도원역, 제물포역 이름이 순서대로 옆으로 밀렸다. 지금 도원역이라 불리는 곳은 본래 제물포역이었다.

제물포라는 단어는 인천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번쯤 들어봤던 명사이다.

굉장히 번화한 지역으로 한때 인천의 명동이라 불렸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 제물포역 위치가 도원이고, 현재 제물포역은 명사로 알려진 단어 제물포에 맞지 않게 그렇게 큰 곳이 아니다.

두 번 말하지만 이름이 한 칸 밀렸냐고? 그렇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다는 것을 기억 못한다.

 

만델라 이펙트라는 현상이 있다. 몇 년 전에 만델라가 사망하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만델라는 70-80년대에 이미 죽지 않았냐고? 장례식 행렬을 방송에서 봤다는 사람들이 속속 증언하고 있다. 만델라 뿐 만이 아니다. 수에즈 운하가 완공되고 한참 후에도 사람들은 결국 운하 건설이 보류된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다.

유명 놀이동산에 특수한 놀이장비가 설치되는 계획이 있었다. 당시 한국최초였다. 그런데 아직도 그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너무 위험하기에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 났다는 뉴스를 봤다고 주장한다.

왜 이런 기억의 오류들이 발생하는 건가? 우주가 끊임없이 팽창하면서 변화하기에 역사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의 세이브된 기억은 변하지 않기에 이러한 불일치가 생긴다고 한다. 어쩌면 우주의 확장 때문에 평행세계로 갈라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도 한다.

인천역 얘기로 돌아간다. 본인은 인천에서 20년 넘게 살았기에 동인천역이 인천역으로 이름이 바뀌고, 역 이름들이 옆으로 한 칸씩 넘어간 이상한 일을 기억한다.

그러나 같이 20년 넘게 산 친구들은 아무도 이상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원래 인천라인 종점이 인천역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단코 아니다. 원래 인천라인 종점은 동인천역이었다.

분명 세상이 바뀌었다.

나는 이런 지역 소재가 ‘이야기‘를 쓰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철없는 서브컬쳐 덕후 마인드로 경망되게 다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소설 자체가 ‘이야기‘로 나아가는 설계도면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형식은 'hhhh' 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혹은 ‘세컨드핸드타임’처럼 전위적이다. 사실 이 소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야기’에 앞으로 무엇이 포함될지 소재 조사 소설을 쓰겠다. 쓰고 있으니 본문으로 넘어가겠다.

 

본문

미리 말했지만 이거 다 소설이다. 이 소설에 언급되는 관계자가 고소를 고려해봤자 소용없다.

두 번 말하지만 이거 다 거짓말이고, 하찮은 장르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가로 버는 페이도 얼마 안 되고, 이상한 이름의 상도 필요 없다. 계속 말하지만 지금부터 쓰는/쓰고 있는 소설은 원래, 모두, 다, 거짓말이다. 그냥 ‘이야기’를 위한 소재 조사 결과이다.

다만 학생들을 살려야 한다. 제목도 이미 정해 놨다. Heart to Heart 이다.

 

본래 도원역이었던 동인천역에 내린다.

동인천역 건너편에 골목길 사이로 거대한 돔 지붕의 건물이 있다.

인천학생문화교육회관이라는 건물로 1999년에 일어난 화재사건과 연관이 있다.

인천호프집사건으로 명명된 화재사건이 일어나자 당시 학교축제 뒤풀이를 즐기던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유독가스에 노출되어 질식사망 했다. 본래 무허가였지만,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과 어린 학생들에게 술을 팔아 영리를 취하고 싶었던 업주의 노력으로 술집이 들어설 수 있었다.

여기서 복잡해지는 것이 미성년에게 술을 팔고 싶었던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다. 화마를 피하려 대피하던 학생들을 막아서고 돈을 내고 나가라고 윽박질렀던 바지사장과 끝까지 뇌물을 주지 않았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다 5년 복역 뒤 CCM 찬양가수로 변신해 찬양사역을 하는 실소유 사장, 두 명이다. 사람들은 복잡함보다 단순함을 찾았다.

화재사건 뒤에 어린 학생들에게 음주를 판매한 게 바지사장이냐 실소유 사장이냐보다, 왜 미성년 신분으로 술집에 갔다며 학생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불었다. 이게 단순해서 쉽고, 무허가 술집에 연관된 사악한 자들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사악함이 도가 지나쳐 뻔뻔하자 사람들은 좀 더 관심을 기울였고, 그래서 매장되려던 정의가...조금은 실현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른 후, 죽은 학생들을 넋을 위로하기 위해, 또 살아있는 학생들의 건전한 문화생활을 위한 보금자리로 학생문화교육회관이 세워졌다.

 

이곳을 중심으로 골목이 여러 갈래 나뉘는데, 주목할 만 골목으로는 모텔가와 점성촌길이 있다. 모텔골목은 겉으로 보기에 쇠락한 도시의 낡은 건물로 보이지만, 이 일대는 전부 개화기 시절 건물로 앞과 옆만 리모델링했고 뒷면은 개화기 시절 모습으로 아직도 건재하다. 한때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시절 부유층과 외국인들이 살았던 주택단지이지만 현재는 진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오래된 골목에 불과하다. 이 골목 벽면 곳곳에 미국 빈민가처럼 그래피티들이 그려져 있다. 수상한 암호 같은 그림과 문자들. 누가 남겼을까?

점성촌길로 들어서면 곳곳에 역술가의 집 간판들이 보인다. 이곳은 길을 잃는 걸로 유명한 거리인데, 골목이 복잡해서 길을 잃는 게 아니다.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걸로 유명하다.

왜냐하면 애기 신들이 장난으로 기가 약한 사람들을 홀려 같은 자리에서 길을 잃게 만든다고 한다. 언제가 학창시절에 들었던 얘기로 기독교 학생모임에 참석했던 학생이 이 일대를 지날 때 무서워서 속으로 찬송가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어느 집 대문이 벌컥 열리더니 무당이 나와 ‘시끄러워! 노래 그만 불러!’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여러 갈래의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뒤엉킨 이곳에서 ‘이야기‘ 주인공들(아직 정해지지 않았던/지금은 정해진)은 길을 잃어버리며 위험한 순간을 겪는다. 라고 구상한다.

소재는 차곡차곡 쌓인다.

 

골목 밖으로 나와 외곽 대로를 따라 걸으면 신포국제시장으로 가는 길이다. 이 일대 건물들은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때 건물들이어서 오밀조밀하게 서로 맞붙어 있다. 과거 로마군 병영처럼 하나의 넓은 공간을 중심으로 외곽을 경계하듯 성벽처럼 맞붙어 세워졌다. 골목이 복잡하여 외지인들은 중심 공간에 절대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미궁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중심 공간도 개발되고, 산업화 기간 동안 많은 건물들이 재건축되어, 그냥 건물들이 빽빽하게 세워진 평범한 장소가 됐다.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 현대 건물들이 함께 뒤섞여 존재하는 이곳에는 두 가지 버전의 도시전설이 있다.

첫째, 일본 제국 패망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력으로 조선강제점유를 맹세한 강경파가 일본으로 귀향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서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한때 이 건물들 사이 중심공간에서 집회를 가졌다고 한다.

둘째, 일본 제국 패망 후, 일본과 조선 좌익계열 젊은 학생들과 운동가들이 중심공간에 모여 해방된 대한민국도 아니고 일본제국도 아닌 이상주의적 유토피아 국가설립을 선포하며, 이곳을 수도로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 두 개의 전설 끝은 똑같다. 결국 한국 전쟁 때문에...전설 속 인물들과 사건들이 소멸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로에서 이어지는 신포국제시장은 본래 화교들이 조선 말기에 진군한 청나라 군대를 보급하기 위해 세운 곳이다. 그 이후로 계속 조선과 대한민국에 살았던 화교들 사이에서 세대 간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설들이니 확인하기 까다롭다.

거짓말 같은 얘기라고 안 믿는 이도 있을 것이다. 두고 보자.

 

신포국제시장을 지나 골목길을 계속 나아가면,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이 근방 골목 모든 오르막길 끝은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으로 귀결된다.

이곳을 유령처럼 배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서 아침을 먹고, 65세 우대권 지하철 표를 이용해 점심 경에 이곳에 도착한다. 자유공원 아래에 펼쳐진 차이나타운 입구 언저리에 있는 중식집에서 3000원짜리 짜장면을 먹고 자유공원에 오른다. 남은 시간을 300원짜리 커피와 장기나 바둑으로 보내다가 노을이 지면 집으로 돌아간다. 세월이 흘러도 맥아더 동상 아래 모여든 자들은 줄어들지 않고 언제나 일정한 수를 유지한다.

세상 말대로 장군을 숭배하는 늙은 꼰대들이 아니다. 세상이 너무 변해서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고, 집에 있기에 자식들에게 눈치 보여 오갈 데가 없을 뿐이다. 일제 강점기 때 전구를 처음 본 사람과 태블릿 PC가 당연한 세대가 현재에 같이 살고 있다. 2000년 때까지 이곳에 고종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화석이 되어버린 옛 시절을 생생히 체험한 자들의 만남의 광장. 하지만 광장은 오갈 데 없는 이들로 가득 차 있다.

지금 SNS에서는 사납고, 이기적이며 트렌드의 최첨단을 달리는 젊은 세대들은 빠른 재사회화를 당연하게 여긴다. 모두가 자신들처럼 의식 높은 서구사회용어를 써가며, 최신 기계를 조작할 줄 아는 SNS 트렌드 세터인줄 알기에 최신에 서투른 올드 세대를 비하한다.

이들은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의식수준 높다고 자부하지만, 자영업자들을 굴복시킨 대자본이 주도하는 패스트푸드 음식 치킨을 주로 소비하며, 독재자의 3S정책 중 하나인 야구에 열광한다. 야구팬들은 상대편을 조롱하기 위해 인천호프화재 사건을 희화했다. 그리고 희화한 야구팬들의 SNS에는 어김없이 의식 높은 문구들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세상이 너무 변해서 적응 못하는 사람들과 세상이 너무 변한 걸 모르고 잘 사는 사람들.

괜히 꺼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음 장소로 이어진다. 다음 장소에서 의미가 이어진다.

 

차이나타운 주위에 동화마을이 연결되어 있다. 본래 이곳은 일종의 고려장 마을이었다.

인천 이 일대가 낙후되어 집값이 싸고 수도권과 연결되어 있기에, 불효자식들은 늙은 부모에게 이곳에 월세를 얻어주고 방치했다. 시간이 흘러 이 일대를 개선하기 위해 마을 곳곳을 정비하고, 집 벽면에 동화 캐릭터들을 그려 넣었다.

이거 다 거짓말이고 소설이니 책임질 필요 없는 얘기하겠다. 개선작업에 투입된 미술가가 벽면에 동화 캐릭터들을 그리다가 하루 종일 골목 구석에 앉아있는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고 한다.

“어르신 거기서 뭐하십니까?”

“거기가 우리 집인데...”

미술가는 어르신과 대화 중에 이곳이 고려장 마을이라는 걸 알고 충격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완성된 마을은 더욱 충격이었다. 주위와 조화를 무시하고 불쑥 튀어나온 동화캐릭터들로 인해 컬트마을이 돼버렸다. 단층건물의 구식 문과 오래된 방범창이 이어지는 골목길은 쇠락했지만, 동화 화장으로 억지로 모습을 감추려는 것 같다. 그러나 하루 관광하러 온 젊은이들이 정말 재미있는 곳에 관광 왔다며 골목길을 지나간다. 동화 캐릭터와 과시용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린다. 골목에서 할 일없이 앉아 있는 노인들은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과거 인천에 쪽방촌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에 쪽방촌 체험프로그램이 생기자 많은 젊은이들이 아픔에 공감하는 훌륭한 성인이 되고자 지원했다고 한다.

이 도둑맞은 가난은 후에 서울이 한 번 더 반복한다. 어느 도시에나 빈민가와 의식 높은 젊은이들이 있기에 매력적인 기획이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 이 일대를 지날 때,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이 많았는데, 관광지로 이름이 올라가자 자취를 감추었다.

사는 곳이 침범 받을 때 노인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갈 데나 있었을까?

젊은 관광객들이 최신 문화행동 셀카를 들이밀어 안녕을 침해하고 욕심을 채우는 건, 여러 테마마을에서도 벌어지는 보편적인 악이 됐다.

“우리 집 사진 못 찍게 하니까 담을 넘어서 찍으려 들어. 말리니까 젊은이들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어. 어린 것들이 무서워서 관광마을 지위 빼 달라고 청원 넣었어요.”

이야기는 시사성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에 들어갈 시사성은 여기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명쾌히 한 줄로 정리되지 않아, 확정시키지 않고 최우선 후보로 올린다.

 

그러나 동화마을 실명을 언급했기에 겁이 덜컥 난다. 굳이 초를 칠 필요가 있을까?

이 일대를 정비한 행정가들도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곳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자영업 하는 사람들과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골목에 노인들은 사라졌지만, 아이들은 뛰어놀고 있었다.

“애들아. 너희 사는 곳이 고려장 마을이었어. 고려장이 무엇인지 아니?”

동화마을의 과거 내력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가 잊혀진 것은 분명 지역을 살리고자 했던 노력의 결실이다. 굳이 불편한 과거를 들춰야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무슨 권리로? 스토리 논리에 대해 혼란이 생긴다. 고소를 피하기 위해 거짓으로 쓴다고 호언장담했지만...동화마을에 대해 이렇게 써버리면, 쪽방촌 주민을 기만하며 가난 체험하는 지원자들과 다를 바 없다.

“과거 고려장 마을을 보고 왔으니 과거를 들추어서 좋은 글을 쓸게요.”

이럴 수는 없다. 어느 부분까지 일까?...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소설가로 살아온 몇 년의 세월과 그간의 작업경험이 있기에 금방 선택한다.

세상이 너무 변해서 적응 못하는 사람들과 세상이 너무 변한 걸 모르고 잘 사는 사람들..은

너무 의미가 크다. ‘이야기’ 중요도가 바뀌어 버린다. 아쉽지만 이 소재들은 빼야 한다.

난 지금 장르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오락물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독자의 수용이 다이렉트해야 한다.

주로 인터넷 활동이 활발한 젊은 사람들이 장르소설을 소비한다.

치킨을 좋아한다..셀카에 적극적이다..의식 높은 문구에,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야구에 열광한다..지적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올드 세대와 거리감(?)이 있다.

읽는 이와 연관이 적거나 보편적인 비판대상으로 감정을 몰아야지 읽는 이가 스스로를 의식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건 순문학이다.

순문학도 아니고 장르소설로 독자를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 그리 될 수 없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잊지 말자. 난 오락물을 쓰는 장르작가이다. 나 자신을 검열한다.

 

내 생각만큼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과거를 들추고 개선이 잘 됐나, 안 됐나를 판단하는 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이다.

첫 구상 때 ‘이야기’에서 주인공들은 여기 동화마을의 관광객 실종괴담을 듣고 조사하기 위해 방문한다...라고 설정했지만, 정리하는 현재, 주인공들은 동화마을 주민들로 자신들의 마을에 방문하는 관광객 실종괴담을 듣고 조사에 나선다. 라고 바꾼다.

주인공들은 아름다운 동화마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지키고 싶다. 라는 동기로 움직인다.

그래서 맥아더 동상과 옛 세대 이야기와 희화사건은 사라진다.

내가 쓰려는 ‘이야기’는 학생들이다.

필터 학생에 맞게 그 외에 다른 소재들도 거르거나 제한해야 한다.

인천호프화재사건을 희화한 것은 치가 떨리지만, 내가 누구를 심판할 자격이 없다.

난 복수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니다. 성공한 지역사업 이면의 불편함을 들추는 지적과시를 위해 쓰는 것도 아니다. 무엇을 위해 쓰는 지 분명히 알고 있으니 경계 없는 사유 확장을 억눌러야 한다. 쓸데없이 감정이입이 넘쳐 자아가 비대해 졌다.

한 번에 한 이야기만 할 수 있다. 이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이야기‘가 수용할 주제와 소재 크기가 정해진다.

포스트잇에 학생이라 적고 모니터 옆에 붙여둔다. 앞으로 이 필터를 통과하고 연관된 사유와 소재들만 사용하기로 스스로를 검열한다.

현장에서 무분별하게 뻗어나갔던 감정과 공상은 노트북 앞에서 차분히 정리된다.

 

위 문단을 여러 번 고쳐 썼다. 위선자들을 욕하면서 나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누굴 욕할 자격이 없으니, 학생에 집중하여 오락물로만 충실히 쓰기로 다짐한다. 많은 지인들이 나한테 그랬다. 넌 아는 척을 너무 한다고...

“응. 그래.“

마음이 편해진다.

 

차이나타운에 왔으니 간단한 화교역사가 소재로 작동한다. 과거에 중식집에서 쌀밥을 팔 수 없었다. 쌀밥이 주식인 한국에서 화교들의 자본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화교의 자본독점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은 곳곳에서 진행되어, 끝내 화교들이 자발적으로 대한민국 군대에 입대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과거에는 군대 안가면 한국사람 아니라는 핍박에 갔지만, 현 세대는 성인이 되면 중화국가 중 한곳으로 귀화한다고 한다.

현 세대의 설명은 단순하다. 한국 사람도 군대 안 가려 하는데 우리가 왜? 라고 한다.

화교 근거지는 본래 을지로 부근이었다. 근거지 이름이 중국을 물리친 을지문덕 장군이름으로 바뀔 때부터 억제가 심해져서, 서울에서 인천 앞바다 끝자락인 이곳으로 밀려나버렸다.

일반 사람들은 체감할 수 없는 투쟁을 오랫동안 겪은 거주민들은, 인근 동화마을 주민들인 주인공들이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차이나타운에서 10분 거리인 동화마을에서 관광객 실종괴담이 발생한다. 걸어서 10분 거리이기에 차이나타운 관광객은 동화마을 관광객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려 조사에 나서고 차이나타운의 화교와 그 외 외국인 거주민들은 조사에 협조한다.

비일상적인 차이나타운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사건이 마치 일본만화나 게임 설정 같다. 중국인 마을에서 일본만화 같은 소재를 떠올린다. 그럼 주인공들은 꼭 한국인일까? 여기서 캐릭터가 다양화 될 여지가 생겨난다.

 

차이나타운 내부에 조계지가 있다. 외국이 땅을 임대하는 걸 조계지라고 한다.

청과 일본 군대가 조선말기에 각자 땅을 차지하고 경계로 삼았던 조계지에, 지금은 청일전쟁을 추모하는 추모 석들이 나란히 서있다. 중앙에 굳게 선 공자 동상 뒷길에 화교학교가 이어져 있다. 오후가 좀 지나면 화교학생들이 조계지 무덤을 가로질러 하교한다. 대만청춘영화에서나 봤을 깔끔한 하얀 교복을 입고, 예쁜 하얀 새처럼 중국말을 재잘거린다. 이곳에서 처음 하교풍경을 봤을 때부터 주인공들 이미지가 정해졌다. 주인공들은 학생이다.

이야기 중요 주제와 소재가 학생들이니 주인공들이 학생인 건 당연하다.

처음부터 무의식에 정해져 있었던 거지만 화교학생들의 이국적인 교복을 통해 생생히 의식하게 된다. 어린 학생 주인공들은 야밤에 부모님 몰래 집을 나와 무덤가를 떠돌며 어떤 악들과 맞서 싸우거나 기이한 실종사건을 조사한다. 이미지가 또 떠오른다. 그래피티가 요란한 모텔 밤거리와 점성촌 길목을 뛰어다니며 도시전설 속 미궁을 찾는다.

 

이 카페 이름은 말하기 꺼려진다. 조계지 무덤 부근에 한 카페가 있는데...

이곳은 차이나타운이라는 비일상적 공간이기에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카페건물이 아니다...라는 것만 말할 수 있다. 집권여당이 좌우파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대항하는 반골 당원들과 특수한 사회체제를 지향하는 비주류 당원들이 모이는 비밀 아지트이다.(물론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카페다)이곳 서가에 날이 갈수록 정당 인쇄물이 빼곡히 쌓이고, 비공식 집회참여자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참고로 이들 두 세력은 일반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든 매우 마니아한 정치이념이기에, 굉장히 폐쇄적이고 극단적이며 매우 공격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정권을 구축(이들이 주로 쓰는 표현)할 때를 준비한 미래 계획서 인쇄물도 있다. 바로 살생부 리스트이다.

그런데 이들은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해 서로를 밀어내어 사이가 좋지 않다. 라는데...양쪽 살생부에 모두 이름을 올린 제3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검색해보니 그리 유명하지 않은 재야정치인물이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상상이 안 간다. 비주류&아웃사이더들이 증오하는 평범한 인물이라...사연을 알고 싶다. 그리고 신념은 단단하여 순교자를 자처하지만, 이런 중요 인쇄물을 카페에 보란 듯이 방치하고 다니는 허술한 아웃사이더들. 게다가 살생부는 이면지를 사용했다. 두 가지 버전의 도시전설이 품은 특별한 정치집단들은 명맥이 단절되지 않고 허술한 후대들을 통해 아직도 계승되고 있다. 내가 두고 보자고 했잖아.

...못 믿겠다면, 직접 찾아가보시길. 이 카페의 특징은 앉을 수 있다. 어디에? 차이나타운 모든 카페를 뒤져서(일반적인 카페건물이 아니다)찾을 수 있다면 알겠지만 앉다..가 무슨 소리인지 한 눈에 알게 된다.

 

학생 주인공들은 방과 후 이곳에서 모여 작전을 논의하며 사건을 추리한다.

평범한 제3자가 의뢰한 사건(실종괴담)을 해결하려는 학생주인공들은, 제3자를 사연 모르게

증오하는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다...라 괜찮은 역설이다. 여기서 실종괴담에 대한 참여는 직접에서 의뢰로 살짝 바뀐다. 아직 확정시키지 않고, 유연하게 흘러간다.

 

차이나타운의 여러 카페들은 개화기 건물에 속해있어 아주 운치 있어 보이지만 그 중에 가장 탁월한 카페가 있다. 일제 강점기시절 목조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곳인데...동화마을 실명언급같이 복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상호는 밝히지 않겠다. 인사동에도 일부 건물들이 일제 강점기 때 건축되어 내부가 비좁고, 여러 번 꺾이는 좁은 복도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인사동처럼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건물이 아닌 오리지널 옛날식이다. 2층은 다다미가 깔린 일반 일본 가정집처럼 돼 있는데, 분위기가 싸늘하고 음기가 강해서 일본공포영화를 연상케 한다. 2층은 옛날 모습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반드시 운영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교학교 졸업생에게 들은 얘기로는 이곳이 화교학생들의 담력시험장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자정에 무단으로 담벼락을 넘어 뒤뜰을 통해 2층 계단을 올라간다. 옛날 일본식 계단이라서 거의 엉금엉금 기어 올라갈 정도로 가파르고 좁다.(어떻게 인지 밝힐 수 없지만 나도 이곳에 들어간 적이 있다. 옛날 가정집 내부에 불과하지만 특유의 음기가 강해 날이 어두워진 후 들어갈 장소는 아니다.)그런데 자정에 무서운 곳에 들어가 담력시험 한다는 얘기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 화교학생들이 옛날 일본 집에 담력 시험하러 들어간다. 이야기를 듣는 한국인인 나는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시아인들의 정서는 많이 비슷하다.

...동화마을 이후로 실명을 언급하지 않아 못 믿겠다면, 직접 차이나타운에 가서 아무나 붙잡고 이 설명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여기서 분기점이 있다. 주인공들은 실종자의 의상과 핏방울을 2층 방에서 발견한다.

가뜩이나 음기강한 그 무서운 방에서 발견되면 추리공포물이 된다. 그러나 추리공포물은 내가 ‘이야기‘하려는 학생들과 거리가 멀다.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실종괴담. 모두 비일상적이며 환상적인 소재이다. 술술 적는 동안 제대로 밝히지 않았지만...내 안에서 정해진 학생들 이미지는 밝고 건강하다. ‘이야기’는 밝고 건강한 학원물 추리이다. 내가 알고 있기에 남도 알고 있을 거라는 착각을 했다. 제대로 전한다. ‘이야기’는 강한 긍정이다.

 

그러면 세계관에 따라 비주류&아웃사이더 당원들의 분위기도 바뀐다.

모임 때마다 선인장 화분을 안고 온다거나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같은 당원이라 주장하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너무 이상주의자들이어서 매우 예민하고 까다롭다. 집회 때 당원들 모두가 커피 메뉴 고르는데 만 해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이는 별로 없고, 경제적으로 무능력자에 속한다. 공격적이라는 집단특색과는 달리 개개인은 좀 게으르고, 오컬트나 점술을 신봉하며, 허무맹랑한 얼치기 이상주의여서 대화하다보면 유치하게 느껴지고, 짜증도 나지만 아주 무해하다.(난 실제로 이들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딱히 근거를 대지 않고 제3의 무명재야정치인이 세계를 멸망시킬 마왕이라 주장하며 암살모의를 한다.(그럼 마왕이 학생들에게 의뢰했다는 반전이 들어갈까?)학생 주인공들은 이상한 생각을 주장하는 어른 같지 않은 유치한 어른들이 득실대는 카페의 단골이다. 카페는 학생들이 미래의 당원이 되리라는 착각과 기대로 찻값을 받지 않으려 한다. 주인공들은 이런 기대와 연관된 소소한 에피소드를 겪는다.

 

2층 방 역시 담력시험 에피소드를 통해, 무서운 공간에서 신비한 공간으로 바뀐다. 어디든지 통하는 게이트가 된다. 학생들은 게이트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힘을 얻어야 하나? 무기를 얻어야 하나? 응?!

무의식 밑바닥 근간에서 게임 페르소나3&4가 떠오른다. 아름다운 마을. 비일상적인 공간, 야밤에 무덤가와 골목미궁을 뛰어다니는 학생들. 주인공이 학생. 주인공에게 협력하는 마을주민들. 기이한 실종괴담. 게다가 주인공들의 대적자, 적, 악을 초자연적인 존재로 구상하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한 번도 검열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페르소나에 빗대어 상상하고 있었다. 사유는 순간의 깨달음을 통해 상상력의 원형을 찾는다. 구상은 레퍼런스 가이드를 비추어 크게 도약한다. 그래 하지만 페르소나(소환수) 대신 무엇으로 싸울까? 도술? 마법? 너무 흔하다. 좀 더 생각해 보자.

2층 방 게이트를 통해 차이나타운에서 멀리 떨어진 모텔골목이나 점성촌으로 텔레포트 할 수도 있다. 옳지. 레퍼런스가 있기에 이렇게 쉽게 이어진다.

아! 게임 페르소나가 무엇인지 궁금하면 직접 검색해 보시오...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된다는 주의를 들은 적 있다. 하나에서 완결되게 끝내라. 여기저기 인용하는 믹스는 안 된다.

장르 물은 이곳저곳에서 끌어오는 패러디가 아닌 이상, 하나의 완결성과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페르소나가 무엇인지 줄줄 설명해도 안 되고, 검색해보고 이해하시오 해도 안 된다. 간단히 몇 줄로 표현하자면 포켓 몬스터와 비슷하지만 포켓몬 트레이너 대신 학생들이 소환수를 데리고 야밤에 초자연적인 적과 싸워 (마을이나 학교의)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내용이다. 그간 자각하지 못하고 이 스토리 원형에 소재를 끌어 담고 있었다.

뻔뻔하지만 스토리 구상은 레퍼런스의 성공한 플롯과 설정이 있기에 계속 이렇게 가겠다.

계속 변명하자면 카피가 아니다. 수없이 반복된 학원 추리&배틀물&판타지물 클리셰 중 탁월하게 성공한 롤모델이다.

 

원래는 동인천역이었던 인천역 입구와 마주보는 건너편 차이나타운 입구.

그 옆에 경찰서? 파출소? 왼쪽 골목에 조그만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골목 평상에 언제나 한 고양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다.

고양이는 인간의 손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 사람들이 자신을 만지게 내버려 둔다.

단지 사냥꾼 특유의 잔인한 세로 눈동자로 지그시 사람의 눈을 들여다본다.

에메랄드 빛 포식자의 눈동자. 이 고양이는 살쾡이와 고양이 사이에서 나온 하프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 활동량이 줄어 몸무게가 너무 나가서 탈이지만, 일어서면 큰 개하고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몸집이 크고 길며, 뼈대가 굵다. 지금은 사람이 들기 버거울 정도로 뚱뚱하지만, (고양이가!)한 때는 차이나타운 골목대장 개들에게 도전하여 개 3마리를 학살할 이후로, 골목을 지배하는 독재자였다.

학생들에게 고양이는 초자연적인 악과 싸우는 걸 가르치는 전투교관이다.

개화기부터 이곳에 100년 넘게 살았던 존재이자, 동화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동화마을이라는 어감에 고양이 수호신이 잘 어울린다. 물론 직접 본다면 겉모습이 고양이에 가까운 맹수로 느끼지만...많은 관광객들은 가까이 접근하고 나서야 고양이라는 걸 알게 되거나, 하프라는 설명을 듣지 않으면 고양이인 줄 모른다.

“이건 대체 뭐예요?”

 

차이나타운 오른쪽 끄트머리에 아트플랫폼이라는 곳이 있다. 개화기시절 무역창고를 개조 하여 인천문화예술 중 주로 미술사업을 다루는 기관이다. 개화기 시절에 세워진 창고 붉은 벽돌 벽면에, 밤마다 어딘가로 달려가는 그림자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다고 한다.

어디로 가는 걸까? 이곳도 한밤중에 학생들의 전쟁터가 된다.

근처에 아트플랫폼이 후원하는 미술가 숙소가 있다. 미술가들이 빛을 이용해 그림자 장난을 친다는 소문이 있다. 빛으로 몰아내는 그림자들. 적들의 졸개는 그림자 괴물?

그럼 학생들의 무기는 빛? 도구는 거울? 반사경? 후레쉬?

 

차이나타운에서 아트플랫폼으로 가는 내리막길 어귀에는 개화기에 세워진 조선 최초의 서양식 호텔, 대불호텔이 있다. 지금 기준으로는 3층 빌라 크기이다. 자유공원에서 차이나타운으로 내려오는 내리막길 중 한 길이 제물포구락부를 지나간다. 구락부는 지금 말로 클럽이나 BAR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은 개화기 시절 외국인 사절과 귀부인들이 어울리는 친분의 장소였고, 일제 강점기 때도 역시 사교의 장. 한국 전쟁 때는 작전회의실 혹은 전선을 응원하는 부인들이 조직을 만들어 거처로 사용했다. 누군가 호텔 창가에서 밤마다 밖을 내다보고 있다. 커튼에 가려진 귀부인 실루엣. 한밤중에 사건을 해결하려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누구일까?

 

뛰어다니는 학생들이라는 문장을 쓰다 보니, 그림자 괴물과 결합되어 새로운 구상이 떠오른다. 적들은 학생들의 약점 그림자를 노린다. 학생들은 그림자가 잡히면 안 되기에 뛰어다닌다.

빛이 강한 곳으로 가야 그림자 괴물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면 다른 전투시스템(?)을 도입시킬 수 있어서 페르소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 페르소나 시리즈는 한밤중에 학생들이 활동할 당위성이 있었는데 그럼 ‘이야기‘의 학생들은 어떤 개연성이 있어야 할까? 페르소나에 맞추어 상상하다보니, 활동시기를 한밤중으로 정해 놨다.

 

물음표가 넘친다. 정리를 하자.

어느 정도 구상 설명을 했으니 본격적인 스토리 개요도를 설명하겠다. 그래야 설정 중 생긴 의문들을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러려면 ‘이야기‘ 배경을 설명해줄 프롤로그가 먼저 소개돼야 한다. 프롤로그가 있어야 학생들을 소재에 연관시킬 수 있다.

 

‘이야기‘의 프롤로그는 아주 먼 과거에서 시작한다.

차이나타운과 동화마을을 돌아보고 아트플랫폼 쪽 대로로 나가면, 처음 이곳으로 이끌었던 대

로와 이어진다. 다시 신포국제시장을 지나 역 쪽으로 가는 대로 건너편에 인천 학도병 참전 기념관이 있다. 디스플레이 유리창 너머에 학도병들 사진과 참전기록, 사연, 사진이 진열돼 있다.

 

* 6년제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인 16살 나이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입대를 결심.

조국을 지키기 위해 부산진초등학교(육군 제2훈련소)까지 500km거리를 매일 25km씩 걸어서 이동. 나이가 너무 어려 입대불허판정을 받자 탈영병 군번으로 편법으로 입대.

함께 참전한 인천학생 208명의 전사 소식을 들으며 조국을 수호. 1953년 19살이 되어서야 진정한 자신의 군번을 국가로부터 새로 부여받아 탈영병 군번으로 군복무한 것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고 함.

* 문병열, 임면기, 이하수, 이용화는 한동네의 4친구로 같이 부산까지 걸어가 자원입대 참전.

그러나 문병열, 임면기, 이하수 3명은 전사하고 이용화 혼자 살아서 쓸쓸히 귀향.

* 전쟁이 발발하자 피 흘려가며 조국을 지켰지만, 중졸 졸업장만을 받아 평생 불이익을 본 것에 대한 회환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지만, “그저 닥쳐온 운명 앞에, 나는 피하지 않고 조국과 고향을 지켜냈지!” 라는 자부심...

* 형님이 책을 가지고 떠나던 날, 아버지께서 “무거운 책은 두고 가거라.” 고 말씀하셨는데, 형님은 “아버지 걱정마세요. 공부는 계속 할 겁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영종도 나루터에서 전사.

- 이규원 치과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인천 학도병 참전역사 기록관에서 인용.

 

학창시절에도 못 본 이곳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파견사업을 수행하다가 우연히 지나치게 됐다. 진열관 앞에서 이 일대를 둘러보며 생긴 소재와 사유의 점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이야기를 쓰겠다는 발상이 생겼다. 내가 현재, 소재조사 소설을 쓰는 동안 떠올랐던 괜한 억한 감정과 아집이 가라앉으며...왠지 모르게 서러워진다.

인천학도병들은 브레이브 하트이다.

브레이브 하트가 ‘이야기’의 프롤로그이다.

 

여기서 만델라 이펙트가 필요하다. 우주는 갈라지고, 왜곡된다.

동인천역은 종점이 아니다. 원래 인천역이다.

호프집 화마는 무사히 진압되고 학생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학생들은 죽지 않았다. 살아서 호프집을 나온다.

언브로큰 하트.

학생들은 화재 속에서 신비한 힘이 이끌어 무사히 호프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학생들은 연기에 콜록대다가, 호프집 정면에 있는 건물을 보게 된다. 인천학생문화회관이 신비한 빛에 둘러싸여 있다.

과거 전쟁을 경험한 학도병들이 성인이 되자, 전사한 학도병 전우를 위로하고, 미래의 학생후배들을 위해 보금자리로 세웠다는 건물. 학생들은 건물이 부르는 듯 한 착각을 느낀다.

다음날. 무사히 살아나온 학생들에게 세상은 미성년 신분으로 술을 먹었다고 가혹하게 대한다. 미성년에게 술을 판 사악한 업주와 뇌물 받은 공무원들은 벌건 대낮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스스로를 변호한다. 학생들은 학교의 징계로 봉사활동 명령을 받게 된다.

학생들은 봉사활동 청소도우미로 인천학생문화회관으로 보내진다.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술을 팔고 그것을 독려한 세상은 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는지 부조리를 의식하게 된다.

하지만 힘이 없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항할 수 없다고 느낄 때, 학생들은 청소 도중 우연히 금지된 지하실을 발견하고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는 과거 전쟁을 겪은 학도병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뒤 안식을 취했지만, 초자연적인 악이 나타나서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시대 악을 멸하지 못하고 봉인했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리라. 다음 세대에 우리의 유산을 남긴다.”

 

악의 세력을 딱 한 줄로 정하지 않았지만, 대략 이렇다.

공포소설 스토어처럼. 인간보다 물질이나 돈, 이기적인 욕망을 더 중요시하기에 마을이 악에 잠식당하게 된다.(스토어에서 악은, 거대한 대형마트와, 지방상권과 마을사람들을 굴복시켜 노예로 만드는 대자본의 영향력이다.)학생들은 과거 유산으로 인해 신비한 힘에 각성된다.

이 힘은 다음과 같다. 빛을 만드는 무기?도구?를 이용하여 그림자 괴물을 퇴치할 수 있다.

밤에는 악이 본성을 드러낸다. 업주와 공무원들은 대낮에는 사람이지만 밤에는 본성을 드러내 괴물이 된다.

학생들은 밤이 돼야, 동화마을과 차이나타운이 포함된 인천 중구 곳곳에 퍼진 악을 식별할 수 있다. 고양이는 과거 초자연적인 악과 싸우도록 인천 학도병들을 훈련시킨 전투교관이다.

학생들은 고양이에게서 악과 싸우는 전투방식을 배운다. 그리고 2층 방을 통해 인천 중구 곳곳으로 텔레포트 되어, 악을 찾아내어 섬멸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악과 싸워 이길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브레이브 하트와 함께라면 용기를 낼 수 있다. 이들은 인천학생문화회관 지하실을 통해 교감한다.

하트는 일반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기호이지만,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감정이 포함된다고 한다. 용기, 지혜, 도덕, 사랑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는데, ‘이야기’에서 하트는 도덕을 의미한다.

언브로큰 하트와 브레이브 하트는 인간성을 위협하는 악(인간보다 물질과 이기적인 욕망을 더 중요시하는 세태. 시사성은 여기서 돌출된다)과 맞서, 소중한 걸 지키려 함께 노력한다.

 

신비한 힘에 각성하는 에피소드.

고양이 교관에게 훈련받는 에피소드.

기이한 실종괴담을 의뢰받는 에피소드.(작은 의뢰가 모여 큰 사건의 줄기를 만든다. 물론 페르소나에서 영향 받았다)

모텔&점성촌 골목을 달리며 미궁입구를 찾는 에피소드.

아트플랫폼 지역의 중간보스를 물리치자 진짜 적과 최종보스를 알려주는 귀부인의 초대.

동화마을을 물질과 욕망으로 타락시키려는 최종보스와 마지막 대결.

(사악한 업주와 뇌물 공무원들은 최종보스의 꼭두각시였다. 중간보스 격?)

 

써놓고 보니 별 거 아닌 만화나 게임 스토리 같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다면 학생들은 살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살 수 있다.

...이게 중요하다.

 

- 전화에서 이어지는 이번 화 이야기. -

 

과거 악과 싸우는 대전이 발생한 인천 중구. 그 후로 시간이 흘렀다.

2014년 4월 16일. 인천 중구 연안부두에서 어떤 여객선이 출항할 준비를 한다,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려한다. 그러나 이 배에 악이 탑승해 있다. 일부 학생들이 승선을 기다리며 졸다가 기이한 꿈을 꾼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군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 한밤중에 골목길에서 그림자 괴물과 싸우는 학생들. 일부 학생들은 신기한 힘에 각성하여, 악을 의식한다. 여객선이 출발하지 못하도록 악에 대항하여 소동을 피운다. 체포된 학생들은 선생님과 경찰들에게 크게 비난 받는다. 결국 수학여행은 취소된다. 다른 학생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인천에 남게 된다. 학생들은 동화마을 하숙집에 맡겨진다. 경찰과 학교의 징계로 인천학생문화회관으로 보내져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우연히 금지된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는데...

 

PS: 학생들이 사는 곳과 무관하게 인천학생문화회관에서 봉사활동하게 된 이유는 어떻게든 개연성으로 풀어야 하지만, 일부는 결정되어 있다. 학생들은 2층 방 게이트를 통해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에서 활동해야 한다.

이번 학생들은 라이징 하트이다.

사용하는 무기? 도구?는 촛불이다.

PS2: 여기에 나온 모든 이야기와 소재는 모두 거짓말이다. 이건 소설이니 실제와는 무관하다. 동화마을의 발전은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현재도 노력 중이다.

관심 있으면 방문 블로그보다 신문기사를 직접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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