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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야기
–인류를 단숨에 멸망시킬 가짜 뉴스 생성 방법–

윤여경

 모든 2야기가 1야기에서 비롯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1야기를 귀로 듣고 나서 전하는 것이 2야기 즉 耳야기, 또는 이야기이다.

 1야기들은 원래 2야기와 같았다. 하나였다. 진실이었다. 1야기들이 둘 이상으로 나뉘어 2야기가 된 것은 인류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인류가 2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2야기가 인류를 끝내게 될 순간이 왔다.

 하지만 어떻게. D는 궁금했지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곧 밝혀질 분위기이긴 했다.


인류멸망 삼십분 전

 – 살려주세요.

 빌딩 사이로 차들이 부딪히고 비행기가 내리 꽂혔다. 아우성속에서 인간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생 신이라곤 불러 본 적 없는 이들도 마음속으로 신을 불렀다. 알라, 예수, 마리아, 부처의 이름이 뒤섞여 불렸다.

 D는, 신이 인류를 구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져서 돌아보았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뚫어져라 화면을 보고 있었다. 평행우주 내에 있는 제 9443 지구로부터 실시간으로 전송돼오는 화면이라서 화질이 안 좋아서 그러려니 했지만 D는 불안했다.

 인류멸망이 삼십 분 남은 이 시점에서 그녀의 마음이 약해진다던가 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했다.

 – 이번엔 확실한 거예요?

 D는 릴리스에게 물었다.

 제 9443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소식은 여러 번 있었다. 핵, 바이러스, 전쟁. 그때마다 인류는 운 좋게도 위기를 벗어났다. 그들이 멸망하면 곧바로 그곳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D도 그때마다 마음을 접어야 했다. 제 9443지구는 D의 고향이었다.

 – 확실해.

 릴리스가 대답하자 D는 기뻐하며 이미터가 넘는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몸체가 십 미터가 넘는 파충류 D가 꼬리를 흔들기엔 우주선은 너무 작았다. D의 꼬리가 벽에 부딪혀서 떨어져 나온 비늘들이 공중에 날아다녔다.

 – 아, 좀.

 고릴라형 생명체인 릴리스는 허리를 구부정한 채 기다란 두 팔을 휘저으며 짜증을 냈다. 그러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다. 우주선 컴퓨터 화면에서는 아직도 제 9443 지구의 모습이 나왔다.

 D는 찡그리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화면을 보았다. 서기 2034년. 인류문명. 곤충 집을 확대해서 하늘로 치솟게 한 것 같은 인간거주지들과 탈것들, 날것들. 인상적이긴 했지만 대단할 것도 없다고 D는 생각했다. 갑각류문명이 만든 알 모양의 미끈한 우주거주지들이 일렬로 고속 주행하는 것을 한번 본 후에는 대부분의 문명들이 빛바래 보이는 그였다.

 – 이번엔 멸망 이유가 뭐라는데요?

 D가 물었다.

 – 2야기. 이들은 정말 이상한 걸 발명해냈어. 언어의 일종이래. 대단하지 않아?

 릴리스는 들떠있었다. 우주를 통 털어 유일한 정보 전달구조는 수학언어 밖에 없었다. 릴리스와 D도 수학언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 2야기는 언어가 아니라 거짓언어죠.

 D는 시큰둥했다. 그가 보기에 인류의 2야기는 오류로 가득한 정보 즉 거짓말이었다.

 릴리스는 잡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만 실수를 해버렸다. 제 9443 지구로 향하는 좌표를 입력하다가 약간의 좌표설정 오류를 범한 거였다.

 – 입력 실수. 오류벌점 부과함.

 컴퓨터가 릴리스를 나무랐다.

 – 봐주세요.

 릴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으쓱해댔다. 삼십일 전, 그러니까 삼백만년 전 제 9443 지구에 살 때 인간들에게 배운 애교였다. D는 조마조마했다.

 – 표정오류, 정보전달오류. 벌점 열배 부과.

 컴퓨터가 열을 냈다. 컴퓨터들의 세계에서는 애교란 벌점을 받아야 할 거짓말에 불과했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제 1지구는 1야기, 즉 진실만이 통하는 순수하고 위대한 세계였다. 릴리스는 컴퓨터가 열을 내든 말든 별 반응이 없었다. 다른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오늘따라 릴리스는 좀 심각해보였다.

 – 제발 9443번째 지구로 가는 목적을 잊지 마세요. 쓸데없는 생각은 말아요. 당신은 인류가 멸망하자마자 유명 신이 될 게 분명하니까.

 D가 말했다.

 – 맞아. 2야기로 자멸하는 생명체라니. 정말 독특하고 대단한 취향이니까.

 릴리스가 멍하니 말했다.

인류멸망 삼백만년 전

 인류가 2야기를 시작한 것은 삼백만년 전이었다. D의 시간으로는 삼십 일 전이었다.

 그때 D는 지구에 살고 있었다.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는 릴리스를 사랑했다. 사실, 누구나 그랬다. 그녀의 첫인상은 좋았으니까.

 하늘에서 우주선을 타고 내려온 그녀는, 소리를 한번 지르는 것만으로 반경 오 킬로미터의 돔을 세웠다. 우주선 컴퓨터에 내리는 명령어였지만 어쨌든 모두 넋이 나갔다. 그 카리스마라니. 돔 밖으로는 빙하기 추위에 생명체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면서 돔 안에서 오순도순 사는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기던 때이기도 했다.

 돔 안에서는 생활은 예전과는 달랐다. D는 잡식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돔 안에서는 동물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생명체끼리 서로 죽이지 않는 파라다이스. 어쩐지 그건 그녀가 매일 주사하는 약물과 관련된 것 같았다. 호랑이는 사자와 잤고, 장구벌레는 참새와 데이트했고 호박에는 줄이 그어져 수호박이 되던 상생과 화합의 시절이었다. 하루 종일 기분이 멍하고 좋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과 한 식구인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신’으로 인식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신. 지루한 일상을 구원하는 행복주사를 주는 절대적인 존재. 모두들 그녀와 친해져서 주사와도 더욱 더 친해지고 싶어 했다. D는 그녀의 총애를 받았다.

 D. 드라코렉스. 그의 미모는 동물들 중 으뜸이라 할만 했다. 그 뿔, 그 피부, 그 스타일. 몇 천만 년 전 멸종했다고 알려졌으나 기적처럼 이어온 마지막 공룡의 귀한 혈통이었다.

 D에게는 누구나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이 있었다. D의 반짝거리는 공룡 비늘만 보면 다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이유는 확실했다. 동물의 조상들은 대부분 공룡에게 잡아먹히며 살았다. 그것도 이억 년 동안 주구장창. 파충류가 지배한 시절의 기억은 그들의 유전자 기억 속에 각인 되어서 D를 볼 때마다 심장이 뛰게 만들었다. 물론 D는 존경받는 1야기꾼이었기도 한 이유도 있다.

 모든 2야기가 1야기에서 비롯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1야기를 귀로 듣고 나서 전하는 것이 2야기 즉 耳야기, 또는 이야기이다. 1야기들은 원래 2야기와 같았다. 하나였다. 진실이었다. 1야기들이 둘 이상으로 나뉘어 2야기가 된 것은 인류가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두 갈래로 갈라진 D의 혀 놀림은 최고였다. 그는 애매하며 모호하고 몰랑몰랑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1야기, 즉 진실을 전했다. 그의 오른쪽 혀와 왼쪽 혀는 각각 긍정적 부정과 부정적 긍정의 소리를 전달했다. 두 혀의 조화가 충만하게 공기 중에 울리며 ‘진리는 처음이요 나중이며 안에 있으며 밖에도 있다. 사실 모든 곳에 다 있다. 네가 보는 타이밍에 따라 달라질 뿐.’라고 1야기를 마무리하면 모두 찬사를 보냈다.

 돔 안은 적정 온도, 습도가 유지되어 언제나 봄 같았다. 동물원처럼 인위적인 생태계라서 서로 먹이가 되는 일은 없었다. 파충류가 호수근처를 어슬렁거렸고 그 위로 곤충이 날아다녔다. 사자의 머리위에는 새가 앉았고, 바로 옆에서 사슴이 물을 마셨다. 정오가 되면 모두들 사과 나무 아래 모였다.

 D을 중심으로 한 생명체간의 소통의 장이었다. 대화합이 이뤄졌다. 신이 떠난 뒤에도 생명체가 서로 죽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의견교환도 있었다. 몇몇 식물종과 벌레종들의 상생이 좋은 예가 됐다. 육식동물의 개인취향은 존중됐지만 그들에게 강력히 채식을 권했다고 해서 분풀이로 먹힐 염려도 없었다.

 이로써 D가 대세라는 건 분명해보였다. 신의 유전자를 받아내서 지구의 다음 몇십 억 년을 이끌어갈 주요 생명체 종이 되는 손쉬운 길. 릴리스의 유전자가 섞이면 종족 개체수를 미친 듯이 늘려줄 거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릴리스는 한 개체만 선택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섞어주겠다고 했다.

 개도, 소도, 새도 모두, 신은 D를 짝으로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혜성 충돌 전 까지 행성을 지배한 주요 종족이었으니까. 게다가 개체수도 거의 멸종에 가까웠으므로 더 그랬다. 그런데 일이 터져버렸다.

 – 오, 쟤가 적당하겠는 걸.

 릴리스가 ‘첫’을 보며 그렇게 생각한 거다. D는 어쩌구? 그녀가 인간남자를 선택했을 때 모두 어이 없어했다. 사이즈가 중요한 시대가 갔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했던 힘도 없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이 신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있었다. 직립을 자청했기 때문이었다.

 첫이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서서 걷는 것을 본 신은 기뻐했다. D는 이제야 알았지만 직립 같은 이상하고 독특한 취향이야 말로 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거였다.

 사실, 제 1지구에서 ‘신’은 직업명이었다. 평행우주에 널려있는 수많은 지구들에서 생명체의 취향을 계발하는 일. 즉 유전자해석방향에 관여해서 추이를 지켜보는 일이었다.

 릴리스는 만족해하며 첫을 실험실에 데려가 물속에 가두고 세포를 배양했다. 이로써 종족 수가 미친 듯이 늘어난다는 유전자가 인간에게 긴급 투입됐다.

 하루 뒤에 여자 인간 ‘둘’이 성인체로 자라 나왔다.

 D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며 첫과 둘을 예의주시했다.

 직립은 원시적인 행성에 사는 미성숙진화개체들에게는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직립에 면역기능이 있는 조류를 빼고는 아무도 직립 따위 원하지 않았다.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동물들이 네발로 걷거나 몸을 굽히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원시행성에서는 공공 통신용 주파수대가 약했다. 직립은 청각을 약하게 했다.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신의 유전자를 얻는 수확이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구상과 우주상의 모든 무생물과 생물과 통신을 끊게 되는 셈이었다.

 직립하기 위해서는 첫과 둘은 귀 안의 균형감각기관을 무리하게 사용해야 했다. 이 기관은 인간의 몸이 좌우로 기울어지거나 앞뒤로 넘어지는 것을 막는다. 또한 음파를 신경충격으로 전환해서 소리를 분별하고 분석하는 기관이기도 했다. 균형기관은 중력을 상쇄하느라 너무나 많은 힘을 써서 수시로 고장을 일으켰고 인간은 점점 청력을 잃어가면서 공용주파수대를 청취할 수 없게 됐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대는 급격히 좁아졌다.

 외계의 우월한 생명체들이 보내주는 원시지구용 무료통신학습주파수, 쓰나미와 지진 등 각종 지구재해 자동알림 주파수, 상처공감주파수 등 높은 파동을 지닌 주파수대가 가장 먼저 불통이 됐다. 그 결과로 인간은 1야기의 원래 내용을 임의로 삭제, 첨가해서 듣는 버릇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 청력이 훨씬 악화될 노령에 접어들면 이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D는 어느 날 인간이 1야기를 변질시켜 2야기로 만드는 걸 목격하고 말았다.

 첫은 더 이상 D의 1야기를 듣고 박수치지 않았다.

 – 신이 처음에는 안에 있고 나중에는 밖에 있다고? 좀 이상한데.

 – 신이 처음에는 안에 있는 걸 주시고, 나중에는 밖에 있는 걸 주신다고 하신 거 아냐?”

 둘이 첫에게 전했다.

 – 아, 맞아. 오늘 아침에 우리가 처음 먹어본 그 과일 있잖아. 빨갛고 탐스러운 거. 그 과일을 점점 더 많이 주실 거라고 한 것 같아.

 그제야 첫과 둘은 서로를 보며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듣고 있던 D는 놀랐다. D는 신에 대해서 말했을 뿐이었는데 인간은 먹을 것으로 1야기를 변질했다. 인간이 종종 1야기를 먹을 것이나 마실 것 등으로 바꿔서 2야기로 알아듣는 것이 알려지자 만물은 인간을 비웃었다. 식탐이 많은 인간이 위험한 개량품종과일들, 즉 퓨전과일을 따먹을 날도 멀지 않았다. D는 결심했다. 만물의 왕따인 인간과 소통하기로. 1야기꾼인 D는 자신에게 닥칠 소통지옥의 모험을 감당하기로 했다. D는 최대한 성의껏 전했다.

 – 이봐. 퓨전과일은 잘못 먹으면 큰일 난다고, 사실 이건 비밀도 아니지만 신은 똑똑한 거에 비해서 요리솜씨가 없어. 모르겠어? 퓨전 쪽은 다 실패했어.

 하지만 소통의 결과는 처참했다. 인간은 듣기 싫은 1야기는 쏙 빼고 추가해서 들었다. 신이 똑똑한 건 퓨전과일 때문이고 몰래 먹으려고 만들었다는 자극적인 2야기가 만들어졌다. 균형 감각 고장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D는 첫과 둘이 농약이 섞인 퓨전과일을 먹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신이 그걸 먹지말라고 한 이유는 해충을 막기 위해 수퍼울트라농약을 뿌렸기 때문이었다. 한번 먹으면 머리가 둔해지는 인자가 대대로 유전자에 작용한다는 위험 약물이었다. D는 사실 궁금하기도 했다. 인간의 머리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지 그 끝은 어떤 모습일지.

 – 퓨전과일을 먹으니 어쩐지 똑똑해진 것 같아.

 첫은 으스댔다.

 – 그걸 먹으니 더 예뻐진 것 같아.

 둘이 환상에 젖었다.

 주위 동물들은 그들의 작태를 한심하게 여겼다. 이제 신의 선택을 받았으니 함부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이 본부로 돌아갈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가장 식겁한 것은 인간이었다. 만물의 왕따가 되어 우주선이 출발하는 순간 돔에서 내쳐질 게 분명했다. 살얼음이 얼린 동토로. 첫은 떨리는 눈으로 신을 보았다. 신도 첫을 보았다.

 – 미안. 임무 쉬프팅 때문이야. 창조가 아니라 멸망보고서담당으로 전환됐어. 너희들과 더 오래있고 싶었는데.

 신은 울먹였다. 사실이었다. 진화시뮬레이션용 하이브리드 창조임무는 한직이었다. 잡종교배를 한다는 이유로 무제한 마약 접근권이 주어졌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거였다.

 – 저도 데려가 주세요.

 첫과 둘이 애원했지만 신은 듣지 않았다. 사실, 릴리스는 우주선 안에 기를 애완동물로 D를 찍어 놓은 참이었다. D의 애완동물형의 특이한 미모가 꽤 마음에 들던 참이었다. D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D에게는 숨겨진 다른 계획이 있었다. 신이 사라지면 그 즉시 인간을 내쫓고 모두와 함께 오순도순 살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굳게 결심한 판이었다. 그는 긴 두 다리로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소용없었다. 신이 바를 쥐고 손가락질을 한번 해서 D의 두 다리를 살포시 없애버렸기 때문이었다.

 D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잘려나간 부위는 매끈했다. 마치 네 개의 다리와 열여덟 개의 날카로운 발톱 따위 원래 없었던 듯. D는 최대한 품위를 유지하며 뱀처럼 기어서 우주선에 올라야 했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D옆에 신이 의기양양하게 섰다.

 – 안녕.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지?

 릴리스의 말에 모두들 잠잠했다. 종교배로 인한 피해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는 없다고 릴리스가 누누이 말해왔기 때문이었다. 수호박은 고민했다. 아버지 수박이 어머니 호박을 만나 하룻밤의 실수로 자기를 낳은 것은 아무래도 실수 같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뱉지는 않았다. 야채이지만 과일 대접을 받아 인기가 높았던 아버지 수박이 부러울 뿐이었다.

 돔 시대는 혼란했다. 모두들 릴리스 때문에 이런저런 소득이나 피해를 입었다. 가장 큰 불안은 역시 인간이었다. 그들은, 인류처럼 말이 안 통하는 종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걱정했다.

 – 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겁니다. 인간 없는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아볼 날을 기대합시다.

 D의 텔레파시에 많은 생명체들이 그를 응원했다.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

 첫과 둘에게는 트라우마의 순간이었다. 아내이자 어머니이자 신인 그녀가 떠나고 있었다. 삼 미터 길이의 용, 아니 뱀과 함께. 깊은 좌절이 몰려왔다.

 지난 삼십일 동안 D는 릴리스를 따라 열두 개의 평행우주를 여행했다. 원시지구들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심심한 일이었다. 야생동물보호구역들로 지정된 원시 지구들. 아직 유전자해석저작권이나 행성디자인저작권이 뭔지 모르는 곳들. 태어난 지 오십 억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제 9443번째 지구 같은 곳들 말이다.

 주요생명체종이 멸망에 이른 지구들이었다. 멸망의 종류는 다양했다. 중력, 감마선. 메탄가스. 블랙홀 흡수, 기후 변화 등. 멸망 종류에 비해 원인은 간단했다. 취향이었다.

 한번 취향이 계발되면 끝이었다. 몸집을 늘리는데 치중하던 종은 몸집 때문에 갔고 두꺼운 피부에 집착하면 중력 때문에 멸망했다. 생명체의 취향은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굳이 실험체의 멸망까지 가게 할 필요는 없었지만 사실, 멸망을 해야, 그리고 그 원인이 특이 할수록 ‘취향’ 연구가 주목 받을 수 있었다.

 지구들 중 가장 오래된 제1지구에서는 이렇게 타 지구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그게 바로 제1지구의 지배종인 컴퓨터가 몇십억 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하지만 D가 보기에는 컴퓨터들은 원래 취향이란 게 없는 종족이었다. 그냥 실험이 취미일 뿐.

 D는 문득 궁금해졌다. 인류가 어떻게 2야기로 자신들을 괴롭혀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컴퓨터로 구해보았다.

인류멸망 삼천년 전

 인류 최초 남자의 아내가 뱀을 데리고 하늘로 사라진 2야기. 릴리스가 하늘로 사라진 뒤 악마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2야기는 인간이 만든 2야기 중 가장 막장 구성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역사에 기리 남음.

 인류의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나 전 지구적으로 조롱을 당했지만 인류는 창피해하지 않았음. 인간은 언어를 통해야 서로 소통 할 수 있을 정도로 소통주파수대가 좁아졌기 때문이었음.

 인류는 계속 고생 함. 화산이 폭발하면 마그마에 깔려 죽고, 쓰나미가 몰려오면 물에 빠짐. 비가 언제 내릴 지도 못 읽어냈으니 그들의 소통능력에는 큰 구멍이 뚫린 셈. 그들은 기상청이라는 걸 따로 만들어서 쥐나 비둘기가 아는 반만큼의 날씨 정보를 챙김.

인류멸망 이천년 전

 같은 종교를 믿지 않으면 죽여야 한다는 2야기가 떠돌기 시작함. 천년 동안, 인류의 절반이 그 2야기 때문에 죽음.

인류멸망 이백년 전

 비용이 싸게 들면 이익이라는 2야기가 퍼짐. 그 때문에 지구의 산림이 망가지고 대기가 오염되고 땅속이 헤집어짐. 지구의 지배종족인 옥수수가 행성이민을 고려하기 시작함.

인류멸망 백년 전

 같은 민족이 아니면 죽여야 한다는 2야기가 한때 유럽에 퍼짐. 팔백만 명이 그 이야기 때문에 죽음.

지구멸망 이십사분 전

 우주선이 드디어 지구에 도착했다.

 릴리스는 아직도 지구의 방송들에 집중하고 있었으므로 D는 우주선문을 열고 땅을 밟았다. 감회가 깊었다. 지구는 떠나온 빙하기 때와는 전혀 다른 행성으로 보였다. 지표면에서는 얼음이 대부분 녹았다. 대신 초록색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졌다.

 처음 보는 동물 종들이 가득했다. 점박이. 줄무늬. 민무늬. 나는 놈. 뛰는 놈. 기는 놈. 우주선반경 일 킬로까지는 자동통역과 공격본능해제 음파가 흘렀으므로 D는 안심하고 지나가던 코끼리 떼에게 인사했다. 그나마 낯익은 종이었다. D는 반가웠지만 코끼리 쪽의 상황은 달라보였다. 코끼리들은 소리를 지르며 집단히스테리를 부렸다.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은 처음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물속에서 고개를 내민 하마도 비슷한 걸 느꼈는지 슬금슬금 뒷헤엄질로 사라졌다. D는 상심했다. 자신의 인기가 삼백만 년 전에 비해 수직 하락한 것을 깨달았다.

 D는 지구여행자들을 위한 텔레파시용 안내서를 받아 보았다. 안내서에 따르면 지구의 지배종족은 뛰어난 지혜를 자랑하는 옥수수와 바퀴벌레라는 부분을 읽고 있는데 순간, 특별 광고가 떴다.

– 행성이민 신청 –

개체명 : 옥수수, 외떡잎 한해살이식물.
이민 조건: 현지 생명체 대규모 고용가능.
사업 분야: 식품, 제지, 도자기, 농축업, 반도체 등.
이민 사유: 사육하는 종인 인류가 행성을 망가뜨림. 더 이상 못 살겠음.

 특별 광고는 광고효과는 높았지만 정말 비쌌다. 작은 행성 하나 정도는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옥수수가 급하긴 꽤나 급했던 모양이었다. 사육하는 종에게 쫓겨 행성을 떠날 처지라니. D는 공감이 갔다.

 D는 특별한 상황에만 사용가능한 비상통신용 텔레파시 주파수를 열고 전 세계의 옥수수들에게 1야기를 전했다.

 – 걱정하지 말기 바람. 한 시간 정도 뒤면 모든 게 바뀔 예정. 너희도, 지구도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고. 인류만 사라지니 안심하도록.

 옥수수거주지가 대부분을 차지한 아메리카대륙에서 큰 환성이 들려왔다. 몰래 비상주파수를 챙겨들은 다른 생명체들도 안도했다.

 좋은 1야기를 전한 D는 기분이 상쾌했다. 인류가 사라진다니. 뛰는 놈, 나는 놈, 기는 놈, 모두 행복한 떨림을 전해왔다.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상생하며 행복했던 그때로.

인류멸망 십이분 전

 – 어떤 2야기로 인류가 멸망하는 거라고 했죠?

 상쾌한 나들이를 한 후 우주선으로 들어온 D가 물었다.

 – 도대체 몇 번이나 묻는 거야? 혜성이라고 했잖아.

 릴리스가 짜증을 냈다.

 D는 몇 번을 들어도 믿어지지 않았다. 모니터를 살폈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였다. 대기권에서 화성까지 깨끗했다. 흔한 우주쓰레기구름조차 잡히지 않았다. V-343 혜성은 예정 궤도대로 목성을 지나오고 있었다. 십년 뒤에야 지나갈 예정이었다. 이분 뒤에 지구상에 충돌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구상 대부분의 이들은 진실을 깨닫지 못했다. 다섯 시간 전. 하루 베스트라는 사이트 출신의 인터넷 이용자가 V-343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거짓 2야기를 가상현실 정보로 퍼트렸다. 처음에는 관심 받으려고 한 행동일 뿐이었다. 이 유저는 일주일 전에는 자기 똥 사진을 사이트에 올린 사람이었다. 관심받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는 정신병자였다. 인터넷에서의 관심은 대단했다. 그 관심을 이어받으려고 더 황당무계한 주장들이 나왔다. V-343 혜성위에 탐사기는 러시아인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거였다. 원래는 지구를 빗나가야하는 혜성인데 미국 쪽을 겨냥해서 미친 듯이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인류의 탐사기가 혜성의 궤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니 D는 웃겨서 자지러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럴 줄 알았어. 과학자들을 믿은 게 잘못이지. 탐사기로 혜성을 조종할 만큼 당연히 인류는 위대해. 혜성이 태양계를 지나려면 일 년이 걸린다고? 이것 보라고 십 분이면 된다고. 차도 초고속 경주용이 있는데 혜성도 초고속형이 있겠지. 러시아인들이 혜성으로 미국에게 복수를 하다니. 끝내주는 2야기잖아.

 전 세계적인 2야기 반향은 처음이었다. 16세기에 마녀 사냥할 때나 20세기에 동서진영이 반목할 때, 21세기에 돈 때문에 전국가적인 사기가 횡행할 때도 지역적인 움직임일 뿐이었다. 고작해야 몇 백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이너넷(Inner-net) 가상현실 미디어가 80억 인류를 하나로 묶었다. 뇌에 박힌 칩을 통해 가상현실이 들어와 박히는 시대였다.

 천문학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1야기를 전했지만 훨씬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인류멸망 2야기에 묻혀버렸다.

 이미지의 소스도 확인하지 않고 기사들이 뿌려졌다. 혜성과의 충돌 초읽기. 그 기사들을 보고 더 자극적인 기사들이 만들어졌다. 긴급속보알람이 울렸다. 지구 반대편에서 잠에 들어있던 이들도 깨어나 충격에 휩싸였다. 정부와 언론은 말도 안 되는 2야기라고 1야기를 전했지만 도리어 큰 의심을 샀을 뿐이었다.

 경주용 혜성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그런 궁금증에 답이라도 하듯 혜성 실시간 카운트다운이라는 5D가상현실 사이트가 뜨기 시작했다. 무려 2경 마일의 속도의 혜성이 태양계 끝에서 지구로 이동하는 이미지였다. 5D 이미지는 너무 실감났다. 가짜 이미지. 인간의 언어는 기술과 교합해서 영상언어로 발전한지 몇 백 년이 지나서 5D 가상현실언어까지 발전한 참이었다. 2야기는 이제 기술을 타고 날았다.

 최고의 5D기술자들과 나사연구원들, 과학자들이 나서서 ‘그 가상현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1야기를 전했지만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인류 멸망 6분 전

 해킹당한 이너넷은 복구되기엔 늦었다. 모두들 1야기 현실을 직시하기에는 2야기 하느라 너무 바빴다. 인간들은 서로에게 굿바이와 러브노트를 날리며 인생을 멋진 2야기화 시켰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각종 2야기들이 시뮬레이션 영상들로 만들어져 공유되느라 드디어 공공 통신망이 기능을 멈췄다. 인류는 이제 유일하게 혜성충돌 가상현실 사이트에만 연결이 되었다.

 자동항법시스템이 무너지자 자동차 운전사들은 서로 충돌했고 조종사가 탄 비행기가 땅에 추락했다. 정부, 경찰, 가족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자 사람들은 신을 부르기 시작했다.

인류 멸망 5분 전

 – 뭘 하신다고요?

 D는 꼬리를 떨며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설마 싶었다. 인류를 구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마도 그 녀석들 때문일 거였다. 자연보호운동가들. 그 놈들이 릴리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게 분명했다. 그들은 평소에도 릴리스에게 연락해서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았다. 인류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고. 앞으로는 쌍방 간 연구동의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도 안됐다. 실험동물에게 연구동의서를 부탁하다니. 그랬다가는 애프터서비스를 바란다는 둥, 소송을 하겠다는 둥, 간식을 달라는 둥 시끄러워질게 뻔했다.

 가상현실 사이트에서 혜성충돌을 단 몇 십 초가 남겨 놓았을 때 D는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릴리스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D는 말렸지만 그녀는 컴퓨터에 명령을 내린 뒤였다.

 – 이건 잠깐의 오류야. 내가 보기에는 인간은 아직 2야기를 통제할 방법을 모를 뿐이야. 2야기라니. 꿈이라니. 그런 이상주의는 좋은 거라고 생각해. 볼품없는 원시 인류 따위가 우주를 뒤흔들 꿈을 꾸다니. 그리고 언젠가는 그 이상주의가 다른 생명체들과의 상생과 화합 쪽으로 바뀔 수도 있는 거잖아. 보라고 인류는 언젠가는 우주에 기여할 거라고.

 릴리스가 팔짱을 끼었다.

 – 그렇죠. 지구를 멸망시켜서 우주에 기여하겠죠.

 D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인류는 이 위기를 극복할 거야.

 릴리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명령어를 입력했다. D는 그녀를 말릴 새가 없었다.

 – 인류 인구 중 98%인 69억 명이 당신과 근친입니다. 관계자의 역사 간섭은 불가능합니다. 간섭 시 자동소각 됩니다.

 컴퓨터는 그녀의 명령에 반항했다.

 – 그럼 나머지 인간들은 나와 근친이 아니라는 거잖아. 그들은 살리자고.

 그녀의 말에 D는 깜짝 놀랐다.

 – 살리려면 근친을 살려야죠.

 D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법은 지켜야지.

 릴리스는 단호했다. 법을 지키느냐 마느냐가 바로 근본도 없는 비주류 자연보호주의자들과 주류인 신들과의 차이였다. 그녀는 성실하고 인정받는 주류 우주민이었다.

 –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인간들을 살릴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요.

 D는 생각했지만 가만히 있기로 했다. 이미 타버린 생선구이든, 붓 칠을 잘못해서 망친 그림이든. 누구나 뭔가를 살리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기 마련이었다. 인간 오백 명 정도 살려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릴리스는 이너넷망을 해킹해서 오백 명에게 기존의 샥프루프를 강제 업그레이드시켰다. 샥프루프는 가상현실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샥프루프를 업그레이드한 이들은 곧바로 기절했으나 목숨은 건졌다. 행운이었다. 나머지 69억 명은 불운했다. 그들은 가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 2야기를 이너넷칩을 통해 가상현실로 느꼈을 뿐이었지만 그 충격으로 뇌사했다.

 가상현실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에서 오는 자극이었다. 첨단기술 디테일의 승리였다. 뇌는 실제와 가상을 분간하지 못했다. 주위가 폭발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뇌는 자신의 몸도 타고 있다고 인식해버렸다. 한 인간의 허무맹랑한 2야기 테러로 69억 명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인류 멸망 1분후

 – 그래도 오백 명은 살았네.

 릴리스가 미소 지었다.

 – 당신의 계산이 틀렸습니다.

 컴퓨터는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 500명 외에 25명이 당신의 계산오류로 더 생존했습니다.

 – 난 원래 숫자에 약하잖아. 왜 그래 새삼스럽게.

 컴퓨터의 말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애교를 부렸다. 그게 화를 불렀다. 컴퓨터는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애교를 공격행동으로 간주하고 방어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애교에는 약간의 벌점만 부과됐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인류가 2야기로 멸망한 것을 보고 우주선 방어시스템이 새로 업그레이드된 탓이었다. 애교도 일종의 2야기였다.

 – 관계자의 멸망 간섭 건 및 우주선 내 2야기 사용 죄입니다. 중대죄목이므로 당신의 자동소각을 즉각 실행합니다.

 컴퓨터의 메시지가 이해되는 순간 릴리스는 이미 불타고 있었다. D는 불을 꺼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불은 그녀의 내부에서 시작된 불길이었다. 그녀의 긴 다리에 붙은 흡착판들이 타버렸다. 헬멧 안이 수증기로 차더니 그녀가 마지막 숨을 끝냈다.

 근무 중 불복종 사망에 해당되므로 시신보존 해당이 없었다. 릴리스의 몸은 수증기화 되어 선내 비타민함유 공기로 전환되었다. 공기에 영양과 수분이 너무 풍부해져서 D의 비늘이 촉촉해졌다. 선내가 건조해서 늘 불평을 했던 릴리스가 딱 좋아할 만큼의 습도였다. D는 그녀가 그리워졌다.

 – 지구. 인류멸망보고서 완성. 첨부파일 참조바람.

 컴퓨터가 본부로 짧게 메시지를 전했다.

 – 본부의 지시에 따라 우주선내 탑승 생명체를 임시 직원으로 임명함. 신은 조종간 앞에서 대기하도록.

 컴퓨터가 D를 불러 세웠다. 그는 긴장했다. 임시지만 이제 그가 신이었다.

 D는 우주선을 가속 시켰다. 제 4566 지구에 주요 생명체로 인류가 지정되었다는 정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 제 4566 지구로 이동한다.

 D가 명령했다.

 – 행선지는 변경 불가능하다. 당신의 임무는 주요생명체 창조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가장 완벽한 생명체를 창조하는데 기여하는 중요 임무이므로 그에 따른 권한이 주어질 것이다.

 컴퓨터는 완강했다.

 –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이 바로 주요생명체가 멸망하는 곳이라는데 내 몸을 걸지.

 D의 말에 컴퓨터는 이초 간 주저하다가 승낙했다. 선체가 좀 많이 건조한 편이었다. 본부는 평행우주 간 초고속이동 기술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습도유지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덕분에 작은 고장들이 잦았다. 선체 습도유지기술 로얄티가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였다.

 – 좋다.

 컴퓨터가 허락했다. 이 일이 잘못된다 해도 선체가 좀 더 촉촉해질 수 있었다. 다음 신이 발령 올 때까지 정도는.

 – 좋아.

 D도 자신 있었다. 제 4566 지구에 도착해서 무엇을 할지 눈에 그려졌다. 신이 되기 위해서 인류는 스스로를 죽여야 한다는 2야기를 퍼트릴 참이었다. 운이 좋으면 행성 하나를 인류에게서 구할 수도 있었다. 오만한 인간은 자기가 원하면 무슨 이야기든 믿으니까. 끝.

댓글 2
  • No Profile
    사악한아지 18.02.15 07:50 댓글

    안녕하세요. 정말 멋진 소설이네요. 특이한 소재라 낯선데도, 한 번도 눈 떼지 않고 끝까지 읽어버렸어요!!! 필력이 정말 엄청나세요! 감사합니다

  • 사악한아지님께
    No Profile
    글쓴이 랑랑 18.10.09 08:53 댓글

    아, 이 댓글을 이제야봤네요 ㅜㅠㅠㅠ 넘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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