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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자들

주디스 메릴

커버: 버질 핀레이
커버: 버질 핀레이

『월즈 오브 투모로Worlds of Tomorrow』 1963년 10월호 수록

받는사람: 에로스, 태양계 협의회, 이종 문화 교류 위원회, 나타라잔 로이 헤네시 의장님.
보낸사람: 명왕성 기지, 프로젝트 오즈마 XII, 수석인류학자, 슐로모 모나 박사.
날짜: TC지구력 92년 10월 9일.
전송: 암호화 타이트 빔 경유. TST지구표준시 13:06 발신. TST 19:46 수신.

내트에게.

다음은 방금 수신한 방송을 짧게 간추리고 해설을 다수 보탠 일급비밀 암호 녹취록입니다. 공식 제목은 GU#79인데 우리를 직접 언급하며, 종전보다 훨씬 더 완전하고 매끄럽게 번역할 만큼 구체적인 일시 등 배경 정보가 충분한 덕분에 전체 시리즈에 관한 우리의 초기 추측들을 적지 않게 확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 메시지들이 광속보다 훨씬 빠른 어떤 매체를 통해 은하중심 부근에서 방송된 “은하 대학교” 강의 시리즈를 담고 있다는 가설들은 이제 상당히 타당해졌습니다.

이 방송은 알타이르에서 온 것으로 보이므로, 녹취록에 묘사된 사건들이 일어난 지 겨우 몇 년 후가 전송 시기일 것입니다. 또한 일부 내용에서는 원본 형식이 지닌 특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편 알타이르, 아르크투루스, 카스토르 등의 중계소가 우리를 향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재차 제기됩니다만 내용으로 봐서는 그 가능성이 낮습니다.

완역 녹취록, 영상 등은 어떤 채널인지 알려 주시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비밀 해제를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우주사무국의 반응을 생각하면…… 솔직히 저는 문교위 의장들과 오즈마 수석연구원들 이외에게 공개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어쩌면 의장님들에게도 말입니다.

즐겁게 읽으시길.
슐로모

* * *

GU#97 녹취록 요약본, SM이 TC 92년 10월 9일에 편집. (NRH에게: 괄호 안의 모든 내용은 해당 시각 자료를 요약, 해설, 묘사한 제 첨언입니다. 따로 언급이 없는 본문은 원문 그대로입니다. 일시, 도량형 등은 은하 표준 혹은 알데바란 현지 척도에서 지구 표준으로 옮겼습니다. 우리 언어보다 은하 표준 개념이 더 포괄적이기 때문에 ‘감지’와 같은 단어들은 무척 대략적으로 번역되었다는 점을 유념해 주세요. – SM)

* * *

(우주국 승무원들이 알데바란 VI에 있는 ‘지구의 여인상’을 방문하는 원경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경건한 얼굴들 클로즈업. 아직 궤도에 떠 있는 구식 L-1과 그 뒤를 따르는 도약선을 비춘 장면들. 첫 장면이 반복되고 강연자가 나옵니다. 보신 적 있는 종족일 겁니다. 전기뱀장어와 비슷한 유형이죠. 농담할 때는 정말로 전기불꽃을 일으킵니다.)

* * *

방금 감지하신 장면은 여러 면에서 상징적입니다. 우선, 이 조각상은 알데바란 VI의 원주민 알렘인이 (!! 토착민은 정말로 존재합니다!!) 무척 상이한 두 종족 간에 의사소통 간극을 메우는 정서적 상징으로 이용하려 만든 것이죠. 다음으로, 본래의 의도가 우스꽝스럽게도 실패로 돌아간 탓에 이제 이 건조물은 — 방금 그 효과를 감지하신 대로 — 솔 III에서 새로 부상한 상대 종족인 지구인에게 극히 중요한 상징이 되었습니다. (“감지하신 바”라는 말에 유의하세요. 원본 방송 형식에는 정서적 정보를 투영하는 수단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중적 상징은 한 측면에서(여기서 맹렬히 불꽃을 일으킵니다. 강사들의 유머는 어딜 가나 상당히 비슷하죠?) 상징주의에 내재하는 절대적 보편성과 무한한 다양성이라는 역설 현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 * *

(이전 강의들을 돌아보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전체 강좌는 대략 “종족 간 의사소통에 존재하는 이질적 상징주의와 관련한 문제들”이라는 과목인 듯합니다. 이 강의는 — 웃지 마세요 — “성의 상징들”입니다. 복습 내용 발췌:—)

* * *

상징주의라는 현상은 소통 지능 발달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생물적 구조, 생태적 환경, 대기 및 지리물리적 조건의 차이는 당연히 모든 문화들에서 그 종족의 지능적·정서적·사회적 발달 유아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 문명이 선형적으로 발달하다 다른 문화들과 접촉할 만한 그 시점 즈음에 — 다시 말해 문화적으로 성숙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 대개 제1접촉이 일어나며 소년기에 특징적인 에너지 분출이 뒤따릅니다…… (이를 1. 천체물리학 지식, 2. “기계적 혹은 초감각적” 기초 물질-에너지 변환 제어, 3. 문화 총체와 그 소속 개체의 자의식, 4. 제가 지시 대상을 찾지 못한 어떤 사회적 현상이 복합된 단계로 상세히 설명합니다.) …… 모든 문화는 i-e-s 모형이라고 알려진 순서를 통해 발달하는 듯 보이며…… (또한) …… 발달 수준이 아무리 다르더라도, 알려진 모든 종은 문화 발달 성숙도를 나타내는 합성 i-e-s 곡선이 충분히 동일하므로 어느 문명이든 이 곡선에 위치한다면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 * *

(그 뒤 상징주의로 넘어갑니다. 특정 상징들은 문화 간에 언어 및 기타 의식 소통 수단보다도 훨씬 상이하다고 밝힙니다. 즉—)

가령 자유롭게 이동하는 개체로 구성되며 성별이 일곱 종류이고 기계 친화적이고 청각을 사용하는 종이라면, 군집 생활을 하며 유사분열하고 단세포이고 강렬한 초감각을 사용하는 문화와는 특정 상징들이 무척 다를 것이 자명합니다. (그러므로 더욱더 놀라운데) 어떤 문화가 이 곡선에 위치하는 자리를 파악하려면 특히 상징들의 사용, 그 중요성의 보편적 의식, 쉽게 인식되는 상징들의 세련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징 적용에서 찾은 상수가 아직까지는 가장 유용합니다.

* * *

(일부는 주기적이고 일부는 선형적인 문화 발달을 다른 측면에서 더 살펴보는데 흥미롭기는 하나 다음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 * *

지금까지 성은 문명화된 종에서 매우 희귀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무심코 그것이 지성 발달에 방해가 된다고 추정해 왔습니다. 기존에 알던 유성 종족들은 그 생물학적 특이성을 극복하고 성장한 것처럼 보였어도 대개는 고향 행성을 떠나 더 유리한 환경으로 갈 수 있는 기계적 능력이 등장한 뒤에야 비로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더 유리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성이란 ……(번역할 수 없지만 일부는 일반적이면서도 대개는 구체적인 여건을 나타내는 용어들, 가령 우주복사가 감소되어 변이 즉 진화가 저해되는 과밀한 대기 등) 환경에서 진화적 보상으로서 발달하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 성의 출현은 이곳 은하 중심부에서 과거나 지금이나 아주 희한한 사건과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생명체가 더 적은 나선팔에서는 평균 복사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우리가 이 영역에 뿌리를 둔 종들과 빈번히 접촉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세기 전이죠. 그리고 이들에게 성이 나타나는 비율은 기존보다 두드러지게 높습니다.

그러므로 최근에는 성의 인과율을 조사할 사유가 대두되었고 새로운 연구 자료가 비교적 풍부해졌습니다.

* * *

(성이 둘에서 열일곱 가지에 이르는 종들의 다양한 성 유형, 그보다 더 많은 이색적이며 선정적인 수단 및 관습과, 우리 양성 이족보행 종족이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실태들을 살펴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완역 녹취록에 모두 실려 있습니다.)

* * *

하지만 지금은 가장 단순하며 가장 흔한 상황, 양성종으로 한정합시다. 최근 조사에서는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두 아종을 한 유전자 단위로 (맹렬히 불꽃을 일으킴.) 결합할 경우 불가피한 심리 영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여러분 중 상당수가 방금 경험했을 기쁨/실망은, 워낙 보잘것없이 숱한 공생 사례들과 흡사함을 인식하고 초기 연구자들이 느낀 바와 같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지구인은 지적 종족에 나타나는 원시적 성징을 여러모로 지니는데, 알데바란 VI에서 일어난 평범하고도 다소 극적인 사건들 덕분에 우리는 성 심리학 전반에 크나큰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문화에서 이중성은 무척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i-e-s 복합체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끼칩니다. 철학과 공학뿐만 아니라 예컨대 수학과 신비학에도 말이죠.

이 문화적 사고방식은 신체 구조의 이중성, 양면 대칭성에서 비롯합니다. (이어지는 논의에는 인체, 해부 구조, 생리, 주거, 식사, 짝짓기 습성 따위를 보여 주는 사진, 도식 등 시각 자료를 사용합니다. 또한 닭과 달걀 문제와 같은 흥미로운 고찰도 진행됩니다. 육체적 구조가 심적 양상에 영향을 받는가 아니면 부모 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에 드러나는 염색체 유형에 내재한 기질인가?)

이 점에서 지구인은 완벽한 전형이나 진배없어, 이동과 조작에 사용하는 부속지 두 쌍이 중심 — 단일 — 복강에서 뻗어 나와 있으며, 장기들을 한 쌍씩 또는 하나씩 포함한 이 복강은 매우 대칭적으로 할당되어 있어 외부에서 보면 내부도 전부 똑같이 거울상일 것 같은 첫 인상을 풍깁니다. 사실 주 순환기는 하나입니다. 판막은 둘이지만요. 주 호흡기도 한 쌍입니다. 소화계는 하나입니다. 음식은 입술 한 쌍과 치아 두 줄이 갖춰진 구멍으로 섭취하고요. “남성”과 “여성” 두 유형 모두 성적 접촉 기관은 하나인 반면 생식세포 생산 기관은 둘입니다. 복부 위에는 둥그스름한 머리가 하나 있는데 주요 감각 기관들도 모두 한 쌍씩 갖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뇌도 쌍으로 존재해요!

앞서 유성 종족은 일반적으로 소통 본능보다 기계공학 능력이 다소 우세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오랜 세월 관찰되었지만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사실이었습니다. 이 이중성(삼성종이라면 삼중성)이라는 현상을 연구한 뒤에야 비로소 초기 관찰 기록이 뚜렷이 이해되기 시작했죠. 다양한 원시 동력원과 운송 수단을 잠시 생각해 보면 — 초감각성 기술을 제외하고는 — 그 대부분이 대칭성 및/내지는 등가성과 밀접한 원리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양성종에게는 친숙한 개념들이죠. 한편 원활한 의사소통에 — 육체적, 언어적, 초감각적 소통 등에 — 바탕이 되며 초감각을 공학적 문제에 적용하는 데도 근간이 되는 통합성 원리는 초기 단계에 있는 이들 종족에게 불가사의에 가깝습니다.

거의 모든 유성 생명체에게 생식 행위는 육체적으로 쾌락을 주며 생물적으로 탐닉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찍이 종교적·영적 감각과 동일시되었습니다. 유성 종족에게 이러한 사고방식은 그 행위의 공감적 측면 덕분에 강화되었죠. (여기 나오는 만화 형식 그림들은 솔직히 좀 고찰할 만합니다!) 우리는 이 현상에 깔린 심리학에 대해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이 종족들에게 통합성이라는 개념이 처음에 거의 전적으로 성의 사용과 관련되어 있다가 나중에 다른 영역으로 — 우선 종교와 의사소통 기술로 — 확장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영적인, 정말 경건한 태도로 말이죠!

지금까지 논의한 성향들이 원시적이며 근본적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테죠. 분명히 어느 종이든 접촉 시점에는 물리학 분야가 — 우선 양자론, 통일장이론, 원자 변환이 — 최소한도 이상으로 정교히 발달해 이원론적 사고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한 단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구인들이 초기 발달 유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전자기파보다 효율적인 의사 전달 수단을 발견하기도 전에 초차원 이동을 개발했다는 믿기 힘든 사실에서 드러납니다!

따라서 지구인들이 더 오랜 문명들과 만난 제1접촉은 물질적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도 거의 온전히 청각과 시각으로만 소통했기 때문에 알데바란 VI에서 첫 접촉을 감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 * *

(뱀장어 교수가 경련하듯 빛을 내는 장면에서 궤도에 떠 있는 구식 지구 우주선 L-1과 행성을 멀리서 비추는 장면으로. 그 뒤 준궤도 왕복선이 나선을 그리며 지상으로 떨어집니다. 두툼한 우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 시작 장면과는 다른 사람들이 — 스무 명 나타납니다. 실제 착륙을 촬영한 기록처럼 보이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아름다운 재현 장면입니다. 해설은 알데바란 일자로 시작합니다. 지구력으로 우리가 아는 같은 날짜로 대체했습니다. 고마운 로제타스톤을 하나 더 얻은 셈이죠.)

2053년입니다. 이 원시적인 우주 거인은 제한이 많은 매질인 저속공간을 60년 이상 헤쳐 왔습니다. 지금껏 이 거대한 우주선은 두 차례 멈췄죠.

처음 프로키온에서는 황량하고 척박한 항성계를 발견했는데 당시에 그들은 착륙해야 할 절박한 이유도 아직 몰랐습니다. (L-1 일지에 따르면 프로키온 탐사는 2016년으로 잘 들어맞습니다.)

20년 뒤, 최소 생존 조건을 가까스로 충족하는 — 겨우 왕복선이 안전하게 착륙할 만한 — 사이프에서는 장차 생존을 도모하며 머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항성계의 행성들은 그다지 희망이 없었습니다. 지구만 한 행성 하나는 공포 영화에 나올 듯한 가스들과 고약한 습기에 둘러싸여 있었죠. 한 행성은 강산성 대기가 짙어 탐사선이 몇 분 만에 부식되었습니다.

그들은 느릿느릿 나아갔습니다. 5년 뒤 결정할 시간이 찾아오자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항성계가 아니라 지적 생명체가 내는 전파 흔적을 발견한 항성계로 가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알데바란으로 말이죠.

프로키온에서 사이프로 가는 도중 그들은 우주에서 태어난 승무원이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행은 필요하다면 초대 승무원의 수명을 한참 지나서도 계속될 수 있도록 계획되었습니다. 지구의 기획자들은 가장 중대한 심리사회적 문제를 기발하게 우회해서, 초대 승무원을 단 한 가지 성별로만 조직했습니다. 여정을 시작한 이들은 여성 마흔 명이었고, 우주선에는 유전적으로 선발한 남성 100명의 정자를 세심하게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이 종은 남성 염색체로 성이 결정되는데, 보존된 정자는 대부분 여성을 생산하도록 고른 것이었습니다. 이동 중에는 우주선을 단성 집단으로 유지하다가 여정이 끝날 무렵에야 정상 비율로 회복할 계획이었죠.

분명 지구인들은 고유한 분열성이 지닌 위험들을 피하면서도 이 특별한 (말장난입니다. 뱀장어 교수는 또 불꽃을 일으킵니다.) 양가성이 지닌 이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자의식 수준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생물학적 특색이 여럿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길고 느릿한 항행에 수반하는 물리적 속박과 사회적 압력을 이겨 내는 저항력은 여성이 더 현저히 발달했습니다. 반면 거친 환경에 더 쉽게 순응하며 더 공격적인 남성은 낯선 행성을 개척하는 데 필요했습니다. (여기 나오는 포유류와 관련한 논설은 새로울 것 없지만 외부자의 — 다소 감탄을 보이는 — 시각에서 탁월하게 재차 설명합니다.)

그것이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정 중에 태어난 여성들이 성숙기에 이르러도 임신하지 못하자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정원이었던 여성에 맞춰 — 그중 절반 가까운 수가 당시에도 아직 살아 있었고 임신할 수 있었는데 — 남아 세 명이 태어난 것입니다.

* * *

(설명이 매끄럽기는 하지만 우리가 알던 일지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다. 승무원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 남아가 한 명 죽고, 나중에 또 한 명이 사춘기에 자살합니다. 성인이 된 마지막 남성은 가임 여성을 수정시키는 데 실패하죠. 새로 시작할 만큼 가임 여성이 충분히 남아 있는 동안 착륙할 수 있다는 희망은 사이프에서 크게 꺾였습니다. 제1접촉을 시도하겠다고 결정할 무렵 가임 여성은 다섯 명밖에 남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항성계는 8광년 떨어져 있었습니다. 알데바란은 그보다 더 멀었고요. 근거 없는 희망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하고 착륙했을 때는 임신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가모家母’라고 하면 아시겠죠?)

* * *

알데바란을 선택한 이유를 기억하고 계신다면, 착륙대가 하강하는 동안 모든 전파 신호가 사라진 데다가 누군가 거주하는 흔적도 — 그들의 감각으로는 — 찾을 수 없었을 때 어떻게 반응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행성들도 정찰했지만 헛수고였습니다. 모선의 더 강력한 통신 장치에서는 VI 행성에서 나오는 신호가 계속 잡혔습니다. 대담한 가설에 따라 고층대기도 샅샅이 수색했지만 성과가 없었습니다. 대기는 지표면에서야 겨우 생명이 살아갈 만했으니까요. 신호 전파를 추적하자 VI 행성의 어떤 산에 신호소가 위치한다는 결과가 반복되었습니다만, 그곳에는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징후가 — 지구인에게는 — 보이지 않았습니다.

논리적 결론은 그들이 “등대 신호”를 따라 텅 빈 세상에 도착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알데바란 VI 원주민인 알렘인이 지닌 특성으로 설명됩니다.

대기가 — 전성기에도 — 생존 요건을 가까스로 충족하는 무거운 행성에서 군생 지의류로 발생한 알렘인은 개체가 작고 이동성이 낮았으며 공기와 수분을 유지하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초감각 문화를 고도로 발전시켰습니다. 초감각물리 척도로 보자면 알렘인과 지구인은 양쪽 끝에 있었죠. (위에 제가 쓴 단어가 “심리물리”보다는 더 정확한 의미일 것 같습니다.) 선택지가 점차 줄어들자 이 성숙한 초감각적 종족은 물리적 이동보다는 의식적으로 진화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알렘인은 이제 단세포 독립체들이 행성 전반에 걸쳐 확산되어 한 개체 겸 전 종족을 구성하는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 * *

(여기 나오는 시각 자료는 개념을 확립하는 데 유용합니다. 마치 우리 세포들 사이에 공간을 늘인 것처럼요.)

* * *

특히 역설적인 상황은 알렘인이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초감각이 발달한 — 따라서 은하에서 축적된 거의 모든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 종족일 뿐만 아니라 공생의 소산이기도 하다는 점일 듯싶습니다. 이 내력 덕분에 지구인의 마음과 그들이 맞닥뜨린 문제를 이해할 수 있었을 테죠. 지구인에게 초감각이 없는 것과 다름없고 승무원 전원이 여성이었다는 우연한 조합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방문객은 초대자를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초대자는 방문객과 이야기 나눌 방법이 없었고요. 마침내 승무원 전원이 왕복선을 타고 내려와 절망 속에 알렘인과 지내게 되자 알렘인은 지구인들이 정말로 우주에서 생식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선으로 돌아가 항행을 계속하려는 노력은 사실상 사그라졌습니다. 구성원은 줄어들었고 질서는 흐트러졌고 죽음은 퍼져 나갔습니다. 막바지에 이 비극이 덧없이 끝나지 않았던 것은 한 아이의 최후의 반항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 아이는 마지막 어른이 죽는 모습을 보고 이 막다른 길이 절대적 금기를 깰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왕복선 밖으로 — 진공에 가까운 대기로 — 나가 몇 분 뒤에 목숨이 끊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몇 분은 충분했습니다. 후에 죽은 뇌를 검사했던 시간은 훨씬 더 길었고요. 정신 체계가 고정되어 알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성인과 달리 아직 어렸던 이 아이의 마음을 통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 대부분을 얻게 되었습니다.

슬픔 속에서 알렘인은 지구인과 그 유물을 분해하는 유기체를 만들어 행성에서 비통한 흔적을 지웠습니다. 한편으로는 훗날을 대비해 그들이 알게 된 사실들을 연구했죠.

* * *

이 젊은 유성 종족은 기술을 다루는 솜씨가 훌륭해, 비참한 운명을 맞은 첫 우주선이 떠난 지 40년 만에 초차원 항행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알데바란 착륙 당시에는 이미 초차원 정찰대들이 태양계와 가까운 항성계들을 탐사하고 있었죠. 결국 — 마지막 아이가 죽은 지 10년도 지나지 않아서 — 탐사대가 알데바란에 도착해 아직 궤도에 떠 있는 모선을 발견했습니다.

자연스레 두 번째 착륙이 곧바로 이어졌습니다. 알렘인은 아직 이 종족이 행성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도, 시청각에 주로 의존하는 비초감각 종족과 적절히 소통하는 수단도 고안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속을 살핀 뒤 그 문화에서 가장 강한 정서적 상징을 이해하고 있었고, 시각으로 감지할 만한 경고 표지를 세울 수 있는 방안을 오래전에 구상해 두었습니다. 그렇게 ‘지구의 여인상’은 모든 알렘인의 의식을 한데 모은 노력으로 놀랍도록 짧은 시간 내에 건설되었습니다.

그들은 개척이 아닌 탐사 목적으로 초차원 추진기를 장착한 새 우주선이 길고 느릿한 항행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승무원 전원을 남성으로 편성했다는 사실을 알 도리 없었습니다. 만약 알았다 하더라도 양성적 이중 문화가 내포한 극심한 이중성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알렘인은 여성에게 공포와 증오를 가장 강하게 상징하는 모양으로 경고를 만들었습니다.

* * *

일러스트: 루첸스
일러스트: 루첸스

* * *

(앵글이 천천히 이동하며 여인상을 비추는 장면이 한참 계속됩니다. 해설은 없습니다. 정서 투영 견해를 인정한다면 — 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 이 타이밍에는 우선 그들 생각에 인간 여성이 보고 느낄 것 같은 감정을 투영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전 이곳 여성 연구원들에게 알아봤습니다. 여인보다 남근숭배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긴 했어도 남성과 똑같이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 어쨌든 말했듯이 해설이 없습니다. 다음은 괄호가 없지만 제가 받은 인상입니다.)

* * *

귀환보다는 모험에 가까워 보임.

여인은 기다린다. 기다림은…… 언제까지나?…… 아들들을 맞이하려고, 우리를…… 집으로?…… 환영하려고. 앉은 자태에서 아름다움, 온화함이 흐른다. 완벽하고, 완전하고, 순수하고, 찬연하고…… 새롭고?…… 아니, 영원하고…… 관대하고, 포근하지만…… 근엄하고, 따스하고…… 손이 닿을 수 없는?…… 그보다는 손이 닿지 않은…… 거의 잊을 뻔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여신…… 모든 이들의 어머니, 지구의 여인…… 온기와 평화로 감싸여 감싸 안는다……

* * *

어떤 이는 뒤로 살짝 물러납니다. 이것은 다정한 이해심이, 헌신적 여성성이, 노년과 영원한 젊음이 베푸는 평화…… 과거가, 떠나간 생명이, 필멸자는 생기발랄한 의식의 얼어붙은 인상 즉 예술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불멸성이 선사하는 평화입니다.

청년들은 크게 감동하여 농담을 합니다. 비꼬듯 “모든 이들의 어머니여, 친애하는 하얀 여신이여, 뭘 알고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러고서는 고개를 들고, 미소가 깃든 그 석조 눈 아래에서 침묵에 잠깁니다. 여인상 무릎에 외설스럽게 놓인 구식 우주선조차도 후일 박물관 모형들에 놓인 것과 달리 그다지 우스꽝스럽거나…… 저 위에 있는 실물처럼 비통하지 않습니다.

(뱀장어 교수는 자신이 보기에 분명한 결론들을 요약합니다. 제가 보기엔 분명히 뭔가 몹시 잘못됐습니다. 어떻게 완전한 오해에서 그렇게 강렬한 것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어쨌든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뭘까요? 그리고 채널 문제로 돌아와서, 이 짧은 이야기가 우주국의 빛나는 자부심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한동안 일급비밀로 유지하고 싶으세요?)

녹취록 끝.

* * *

받는사람: 명왕성, 프로젝트 오즈마 XII, 수석인류학자, 슐로모 모나 박사님.
보낸사람: 에로스, 태양계 협의회, N. R. 헤네시.
날짜: TC 92년 10월 10일.
전송: 암호화 타이트 빔 경유. 03:12 발신. 10:27 수신.

슐로모에게.

당연히 다른 곳에 공개하기 전에 방송 원본을 보겠습니다. 질문이 몇 개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방송을 수신한 것을 압니까?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혹은 그래야 할까요? 직감을 따르면 그래야 합니다. 전략상으로는 과소평가되는 편이 유리합니다. 프로그램을 들고 직접 와서 함께 머리를 맞대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박사님이 느낀 당황스러움에 답변하자면——

“L”급 우주선이 “리시스트라타Lysistrata”를 뜻한다는 점은 아셨어야 합니다. 최종 대전 이후, 지구 세계 정부 초창기에 짧게 이어졌던 모권제 시기에 다섯 척이 발사되었죠. 그러니 이제 상징들을 정리해 보세요.

세상에, 다른 네 척은 어디로 갔을까요?

NR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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