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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의 문화사
허균, 돌베개, 2010년 1월

pilza2 (pilza2@gmail.com http://www.pilza2.com)



 십이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고를 수 있는 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전문적으로 관련 논문을 찾거나 동양미술, 천문학, 사주 및 운세 등에 대해 폭넓게 살펴보지 않는 한, 단순한 흥미나 교양 수준으로 알고 싶을 때 읽을 만한 책이 몇 안 된다는 얘기다.
 가장 유명한 서적이라면 이어령 전교수가 이사장을 맡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낸 〈십이지신 시리즈〉를 들 수 있겠지만, 분량도 많은 데다가(각 동물을 한 권씩 다루었음) 간지를 다룬 게 아니라 그냥 12마리 동물을 각각 다룬 동아시아 민담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이어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할까.
따라서 현재 입수 가능한 도서 중에는 일본인 저자가 쓴 『십이지 이야기』와 본서를 대표작으로 들 수 있겠는데 한국인 저자가 써서 우리나라 전통 문화 속의 십이지신을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도 있고 분량도 적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기도 하여 본서를 추천한다.

 본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지만 의외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식을 짧게나마 소개해보자면,
 십이지에 동물을 대입한 것은 나중의 일. 고대인이 시간과 방위를 정하고 난 후에 알기 쉽고 기억하기 편하라고 붙인 일종의 마스코트가 십이지신이라고 한다. 이걸 알고 나면 왜 ‘서우호토(鼠牛虎兎)……’로 부르지 않고 ‘자축인묘(子丑寅卯)……’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각 동물을 배치하게 된 이유는 동물의 음양적 특성이나 시간대에 따른 행동 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나중에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든다. 아울러 누가 언제 정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사료는 없다고 한다. 몽골 유목민 전래설, 석가모니가 정했다는 불교 전래설, 장자가 정했다는 도교 유래설, 심지어 고대 바빌로니아 전래설 등 유래가 다양한 반면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판별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두 번째 상식은 국가 혹은 지역마다 동물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나무위키 십이지 항목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는 그냥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고,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들어간다. 십이지신을 선착순으로 정했다는 설화에서 십이지에 못 들어가 원한을 품었다던 고양이가 멀리 베트남에서 소원을 성취한 셈이라 재미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동일. 그 외에도 사자, 염소, 나귀, 악어에 금시조가 들어가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십이지신의 표현 방법. 주로 그림이나 조각으로 표현되는 십이지신은 크게 동물 모습 그대로, 동물이 사람 옷을 입거나 머리만 동물이고 몸은 사람인 모습, 완전히 사람 모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번째 모습이 주류라고 한다. 특히 동물 머리에 사람 몸이고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은 신라에서 통일신라시대에 걸쳐 주로 창작되었으며 특히 왕릉에 조각으로 많이 보인다고 한다. 우표로도 나와서 인지도가 높은 김유신묘 십이지신상이 대표적인 예시다.

 포함되는 동물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해도 십이지신은 아시아 전역에서 딱히 해설 없이도 폭 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자산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십이지신을 소재로 삼은 예술작품과 문화상품은 끊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 알고 보면 그만큼 더 재미있는 십이지, 더 깊이 알고 싶은 사람은 우선 본서를 입문서이자 안내서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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