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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정한아, 문학동네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NASA에서 우주비행사로 일한다는 고모로부터 온 편지들과 취업준비생인 '나'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어진다. 작가의 분신같은 '나'의 이야기는 사실적인 반면 조금 힘이 빠지지만 고모의 편지는 묘사도 서술도 탄탄하다. 반전은 덤. (갈원경)
7인의 집행관 김보영, 폴라북스
연재 때 읽지 못하고 이제야 읽었다는 것에 후회, 이제라도 읽었다는 것에 감사. 젤라즈니를 언급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선이 굵고 단호하다. 독자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복선처리, 손에 잡힐 것 같은 인물묘사. 봉준호 감독의 서평이 모자랄 정도다. (갈원경)
멀리 가는 이야기 김보영, 행복한책읽기
단편선이지만 책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다섯 번째 감각'. 우리가 당연하게 느꼈던 것을 낯설게 하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미래로 가는 사람들'은 하나하나가 영상물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감각적이다.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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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신화 김보영, 행복한책읽기
영화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있다. 누가 유능한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정말로. '거울애'의 여자주인공은 배두나로 해 준다면 금상첨화. (갈원경)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후의 미스터리 박하익, 황금가지
여고생들이 벌이는 탐정 놀이인 줄 알고 읽었는데 이야기는 그렇긴 하지만 다루는 사건은 무겁다. 표면에서는 단순한 사건 같지만 파고들어갈수록 어둡고 해결돼도 항상 올바르게 마무리지어지지는 않는다. 어떤 사건들은 미스터리 자체 보다는 그것을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이 여고생들의 세상이라고 말하는 소설인 것 같다. (김이환)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설흔, 창비
글로 인해 파멸하고 글로 인해 연명한, 글로 만나 글로 갈라져 글로 다시 합쳐진 두 사람의 이야기. 고전을 더 알고 싶고 읽고 싶게 만든다. 그들이 남긴 글이 궁금해져 읽고자 찾아다니게 만들었던 책. (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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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들녘
모든 면에서 2009년의 용산참사를 닮은 철거현장에서 철거민 한 명과 경찰 한 명이 죽는다. 정확하고 현실적이며 또한 비현실적인 소설. 이 세계에는 기자, 변호사, 경찰, 교수, 정치인, 철거민, 하다못해 조폭까지 강직하고 똑똑하고 명예를 알고 이득 없이 자신을 희생한다. 그러기에 이 소설의 결말은 현실과 다르다. 어쩌면 그래야만 현실이 다르다. 너무 똑똑한 소설이라 어리둥절해서 저자 이력을 찾아보니 저자가 천재. (김보영)
도가니 공지영, 창비
세 권의 책(소수의견, 살아남은 아이, 도가니)을 연이어 보고 난 감상. '소수의견'을 본 감상은 '아, 세상 사람들이 이렇게 똑똑하고 올바르고 상식적이라면.' / '살아남은 아이'를 본 감상은 '그 원장 인간도 아냐 나쁜 XX XX ',/ 도가니를 보고 난 감상은 '아,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였다. 필력의 차이나 영상화의 도움도 있겠지만, 이 책이 조금이나마 현실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시선'의 힘이었다고, 짧게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에 잠겼다. 셋 모두 덮고 나서 여운을 지우기 어려운 책이었다. (김보영)
총통각하 배명훈, 북하우스
배명훈 작가 본인이 '지난 5년 간 그분으로부터 무한한 창작적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단편집은 가카 개인을 저격하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집중되고 그렇게 모인 권력이 어떤 왜곡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을 재치있게 풀어낸 것에 가깝다. 5년 뒤에는 '여왕각하' 같은 거 쓰셔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세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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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이우혁, 해냄
이우혁의 신작(...이라기엔 이미 나온지 몇년이나 지났지만). 언제나처럼 이우혁 작가의 자료 조사는 정말 쩐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우혁 작가의 글재주는 영 아니올시다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래도 확실히 나아지고는 있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 인물들도 매력적이고. 기왕 배경을 미국으로 할 값이면 헐리웃 영화나 미드들 좀 보면서 "확실히 미국 답구나"라고 느낄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법도 연구 좀 하지...'_` 너무 앙상하달까, 디테일이 부실하다. (세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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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져 미야베 미유키, 북스피어
초능력, 임사체험, 빙의, 환청, 망상 등을 다룬 단편들. 저마다 서늘하고 씁쓸하고 따스하고 코믹하고 안타까운 뒷맛을 남긴다. 온다 리쿠와 오츠 이치가 그랬듯 수록 단편들은 추리 장르가 아님에도 미스터리라는 탄탄한 뿌리 위에서 뻗어나온 열매들이다. (pilza2)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문예출판사
다락방에 걸렸다 구겨져 버려질 그림 밖에 그리지 못할지라도, 타인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불완전한 감정 밖에 느끼지 못할지라도, 좋고 아름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워낙 빼곡해서 읽다 보면 숨이 가빠져 띄엄띄엄 읽게 된다. (사은)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츠지무라 미즈키, 문학사상사
차곡차곡 쌓아 올린 패치워크같은 단편집. 징그러울 정도로 불쾌한, 사소한, 미묘한 감성을 잘 잡아내는 작가답다. 다만, 역시 징그러울 만큼 '여성적인' 소품들인지라 호오가 갈릴 수도 있다. (미로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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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먹고살기 우석훈, 반비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던 책이지만 다루는 분야가 너무 광범위한 게 단점이다. 결론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에 그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할 수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순 없는 듯하다(뭐래;;). (pilza2)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한윤형 외, 웅진지식하우스
읽고 있으면 하고 싶은 말, 북받치는 감정이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올라오지만 막상 표현하라고 하면 그럴 필요가 없이 책 안에 다 들어 있는 것 같다. 이 땅의 작가, 작가가 되고 싶은 ‘지망생’, 출판 노동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사견이지만 넥스비전이 실패 사례로 소개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pilza2)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이철, 다산초당
근대 조선을 뒤흔든 연애담이 가득하다. 독립된 인격으로 살고자 했던 여성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 보기에도 급진적으로 보이는 주장들도 볼 수 있다. 입담 좋은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지금 현대의 사랑을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듯.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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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아이 한종선 외, 문주
어린 시절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사람의 수기가 반, 당시 사건을 풀어낸 교수의 해석이 반. 교수가 수기를 수준미달의 잡문이라고 자평하는데, 수기는 탁월하고 글솜씨 없는 건 교수 쪽이라는 게 함정. 작가가 썼어도 아마 저자의 담담한 표현과 말투를 그대로 구현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야만의 기록. 하지만 한국 근대사의 뿌리와 저변이 그 야만이라는 무시무시한 기분이 들었다. (김보영)
인간은 왜 악에 굴복하는가 찰스 프레드 앨퍼드, 황금가지
인간에게 있어 '악'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악'의 본질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한 1부와 재소자들과의 면담을 비롯한 사례 연구를 담고 있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스콧 펙의 <거짓의 사람들>과 더불어 '악'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봐도 아깝지 않을 만한 책 중 하나... ...하지만 철학 연구에 있어서의 이론적 방법론 같은 게 설명 없이 갑툭튀하는 경향이 있어 1부는 잘 안 읽힌다. (세뇰)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 민음사
다 읽고 나면 '안나 카레니나'를 읽어야만 할 것 같다. (미로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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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그래비티 조진호, 궁리
좋은 SF이려면 아무리 하드해도 문학이어야 하듯이, 좋은 과학서는 아무리 말랑해도 논픽션이어야 하지만, 좋은 '교양' 과학서가 되려면 문학적이어야 한다. 소통해야 하니까. 무엇이 더 우선인가에서만 차이를 보일 뿐, 교집합은 같다. 이 책이 딱 그 지점에 있다. 천천히 끈기있게 읽다 보면 빛이 보인다. (askalai)
차별받은 식탁 우에하라 요시히로, 어크로스
음식문화에 대한 책 중에서도 독특한 주제. 집에서 늘 먹던 음식이 천민으로 차별받던 부락민들만 먹는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기억에서 출발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차별받은 사람들의 독자적인 식문화를 취재했다. 미국 남부의 흑인, 브라질의 흑인, 불가리아와 이라크의 로마(집시), 네팔의 불가촉천민, 그리고 지은이가 속한 일본의 부락민에 이르기까지. 그냥 독특하다, 신기하다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독특한 식문화의 이유가 차별과 가난에 있다보니 음식을 추적하기만 해도 역사와 사회와 소수와 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분석이 깊지는 않지만 좋은 책이다. (askalai)
차폰 잔폰 짬뽕 주영하, 사계절출판사
어느 정도 깊이가 있는 음식 비교연구를 읽어보고 싶다면 국내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저자의 책이다. 한국, 일본 남부, 중국 서부를 오가며 음식을 비교연구하고, 역사 정치 사회적인 상호 영향, 국가주의와 자본주의로 인한 변화 등과 연결시켜 해석했다. 음식문화에 보이는 정치와 사회를 말하자니 당연히 음식주권 문제나 생태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어째 이렇게 적어놓으니 너무 딱딱해 보이는데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askal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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