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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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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허블

2019년을 대표할만한 단편집. 하나의 아이디어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조 때문인지 고전SF를 떠올리게 되는 면이 있는데, 덕분에 SF에 익숙지 않은 독자에게도 쉽게 읽히는 강점이 있다. 아이디어를 단단하게 완결짓기보다는 모호한 빈틈을 열어놓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 느슨한 틈새야 말로 작가 김초엽의 다채로운 감정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리라. 인물들이 품고 있는 선(善)을 향한 정서가 읽는 이로 하여금 강한 울림을 자아내지만, 가끔은 그들의 입을 통해 읊어지는 메시지가 너무 강렬해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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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심너울, 안전가옥

이 책은 요즘 내가 고민하는 주제중 하나인 ‘책의 두께감’에 대한 한가지 해답을 보여주는 듯하다. 독자로서 마음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적절한 볼륨과 뛰어난 가성비. 게다가 디자인도 정말 예쁘다. 내용 면에서는 작가 심너울이 SF의 경계를 뚫고 판타지의 세계까지 능숙하게 도달한 점이 인상깊다. 따스한 데뷔작부터 짓궂은 용 이야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다채롭다. 화려한 액션신도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작품 수를 하나 줄이더라도 각각의 볼륨을 보강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분량이 짧은 탓에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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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모리카와 토모키, 북플라자

연쇄살인범이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했던 칼이고 이 칼로 죽은 '생명'은 주인이 사망한 시간에 모든 생명 요소가 한 곳에 모이며 (심장이 있는 곳이 기준으로) 다시 살아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재능이 없지만 재능이 있다고 믿는 영화 감독이자 각본가가 칼을 영화 촬영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며 다시 살아날 것이니까 죽여도 된다는 단순함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말려들게 만드는 것이 일본적이다. 냉장고여인처럼 보였던 여배우 역할이 마지막에 반전을 선사하는 것이 즐겁다. (갈원경)

논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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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코난북스

입문자가 가볍게 읽을만한 에세이 시리즈인 <아무튼> 시리즈의 스릴러 편이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무엇인지, 어째서 흥미로운지 온갖 작품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술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스릴러 세계의 가장 깊은 곳까지 발을 딛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음험하고 무거운 현실이다. 스릴러 속의 범죄가 결국 현실의 범죄와 맞닿아 있다는 진실.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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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주인공만 모른다 - 재미있는 영화 클리셰 사전

듀나, 제우미디어

듀나의 영화 낙서판'에 올라와 있던 클리셰 사전의 개정판이다. 2020년 기준으로는 이미 탈락해버린 클리셰도 일부 섞여 있지만 시니컬한 비꼼이 정말 재미있어서 그런 것은 신경쓰이지 않는 편. 매우 실무적인 관점에서 클리셰의 기능을 이야기하는 내용들은 작가와 평론가를 겸하는 듀나에게만 가능한 시선이지 싶다.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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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 에스프리

셰릴 빈트, arte(아르테)

SF 장르에 대한 입문서… 라기엔 내용이 조금 깊이가 있는 편이고, 국내에 출간된 작품과 출간되지 않은 않은 작품이 뒤섞여 있어 레퍼런스를 찾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무게감이 있는 만큼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은 무척 충실하다. SF 장르를 충분히 읽은 독자가 머릿속에 모호하게 떠다니는 장르의 이미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용도로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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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박상준, 김보영, 심완선, 돌베개

“SF? 이 한 권으로 정리해줄게!” 라고 말하는 듯한, 메리 셜리부터 류츠신까지 굵직한 이름들을 모두 다루는 입문서다. SF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고 상세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다만 SF가 인류의 비전을 구현하고 윤리와 지성을 탐구하는 문학이라는 식의 엘리트적 서술은 이 장르에 대해 지나친 숭상은 아닌지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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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로마 아그라왈, 어크로스

건축과 건설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여성 건축공학자가 이야기한다. 자신이 설계한 대교를 포함하여 현대 인류 생활에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대교와 마천루 건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인류가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서 해 온 것과 여성 공학자가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해왔던 것들이 용기를 준다. 벽돌과 금속 바위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 건설 재료에 대한 것에서부터 수많은 화재에서 건물이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고민해 왔던 것들 더 높은 건물을 세우는 데 기여한 크레인과 엘리베이터의 발명 이야기. 하수도 처리가 도시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마지막 챕터인 '꿈'에서는 공학자로서의 포부를 느낄 수 있다.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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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떡볶이

요조, 위고

가수이자 수필가이고 제주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요조의 떡볶이 예찬. 퍼진 것이든 물떡볶이든 맵든 달든 짜든 모든 떡볶이를 좋아하는 요조의 눈으로 바라보는 떡볶이는 음식이라기보다는 그 가게에 얽힌 추억담 그 자체다. 스무살부터 먹어온 떡볶이 가게 주인이 들려주는 인생이야기처럼 80년대생을 포함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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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김규림, 위고

문구인들이 좋아할 문구 이야기. 하지만 문구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문구에 얽힌 이야기에 가깝다. 나도 좋아하는 일수수첩이나 만년필이나 트레블러스 노트 미도리 MD노트 이야기가 들어있긴 하지만 문구점에서 손으로 쓰는 감수성을 사랑하는 이들이 느끼는 것에 대한 감정들이 따뜻하다. 애플펜슬과 아이패드를 문구로 넣어야 하지 않을까 말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겠다. 다이어리를 꾸미고 매년 경험한 것으로 노트를 채워가는 감각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물론 즐겁겠다. 완전히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닌 단지 쓰고 기록하는 것에 더 천착하는 사람이라면 약간 결이 다름을 느낄지도. (갈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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