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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스타

로버트 A. 하인라인, 조호근 옮김, 시공사, 2017년 5월

인류가 화성, 금성 등에도 정착하여 살아가는 먼 미래. 삼류배우인 로렌초에게 미심쩍은 의뢰가 들어온다. 잠시 어느 인물로 행세하는 연기를 해달라는 것. 본의 아니게 사건에 말려들어 수락할 수밖에 없게 된 로렌초는 화성의 신망받는 정치가 봉포르로 분장하여 거의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반신반의하던 측근들도 점차 그를 믿고 따르게 되고, 납치된 봉포르를 구해내지만 부상이 깊어 교대가 늦어지는 가운데 화성의 정치 상황이 격변하여 그의 역할은 점점 더 오래 이어지게 된다…….

사전 지식 없이 읽는 바람에 내내 왜 제목이 더블 스타인지 궁금했다. 근접한 두 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빼앗긴 자들처럼?)가 아니었기 때문. 시놉시스만으로 짐작하기로는 아마도 두 인물을 의미하지 싶다. 그렇다면 여기서 스타는 우리가 말하는 연예인과 같은 유명한 인물을 가리키는 스타다. 그래서 처음엔 이중행성으로 번역하지 않은 것이 약간 불만이었으나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단순명료하다. 『왕자와 거지』의 성인 버전 혹은 SF 버전이라고 하면 다 설명한 것이다. 왕자와 거지부터 이어지는 유명한 인물의 대역을 맡아 몰입하는 사람을 다루는 이야기 구조 그대로라서, 예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세부 내용이나 결말이 다르다 해도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거의 똑같다.

사실 읽어보면 굳이 SF일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가상의 거대한 입헌군주제 왕국이 있고, 선거로 관료를 선발하는 내각제이며, 독특한 문화를 가진 차별받는 소수민족이 존재한다는 정도의 무대만 마련된다면 판타지든 현대든 다 가능한 이야기다. 무대가 화성이고 화성인이 나와서 SF지 그 외엔 딱히 SF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행성간 우주선 외에 딱히 미래기술의 산물이 등장하지도 않고, 특히 주인공이 정치가로 변신하고 연기하는 방식이나 과정에 특수한 기술이나 가제트가 동원되지도 않기 때문이다(심지어 성형수술조차 안 한다). 1950년대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그런 점에서는 밋밋하니 SF보다는 정치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 낫다.

다만 한국 독자라면 주인공이 연기하는 봉포르를 보고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것 같다. 많은 지지를 받는 야당 지도자이며 납치와 고문을 당해 건강이 상한 인물이라면 김대중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더블 스타를 원작으로 미디어를 만든다면 김대중을 모델로 하는 편이 관객의 이해를 돕기 쉬울 것 같다.

이쯤 얘기하면 결말이 짐작될 것이다. 필자도 절반쯤 읽었을 때 두 가지 결말을 예상했고 역시나 그중의 하나였다. 여러모로 유명 작가의 평작에 해당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역자 후기에도 언급했듯 하인라인이 청소년 소설에서 성인대상 소설로 옮기는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작품이므로 팬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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