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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맛 /
여성작가SF단편모음집 중 ‘바리케이드와 개구멍’

이서영(앤윈), 온우주

지금처럼 페미니즘과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이 주류가 되기 전… 이서영은 세상과 홀로 맞서 싸우던 게릴라였다. 트위터에서 어제 배운 지식으로, 오늘 남을 편견주의자로 만드는 얼치기 깨시민들하고 다르다. 이서영은 혁명을 꿈꾸던 ‘진짜’이다. 첫 소설집 악어의 맛의 작가후기에 이서영은 내내 사회와 인간, 노동에 대해 말한다. 악어의 맛은 혁명가의 귀여움이다. 이상을 믿고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전진하는 젊은 청춘이다. 정글 속에 숨어, 무서운 위장마스크를 둘렀어도 귓가에 꽃과 낭만을 꽂고 다닐 저항군이었다. 이서영의 이상은 반대파나 같지만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의 집단마녀사냥에서도 끈질겼다. 최근 이서영의 SNS는 활동을 멈추고 있다. 저열한 공격에 깎일 줄 모르던 HP가 다 된 걸까? 아니면 반대파가 아니라 같은 길을 걷는다고 믿는 얼치기들의 공격 때문에 충격이 컸던 것일까? 나는 이서영에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혁명을 시작한 사람과 끝맺는 사람이 일치한 적이 역사에 있었나?’라고…. 그런데 최근에 출판된 여성작가SF단편모음집에 수록된, 파업을 소재로 한 ‘바리케이드와 개구멍’을 보니… 질렸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무도 이서영의 혁명을 막을 수 없다. 지금도 이서영은 러블리즈 포스터가 붙은 방안에서 AK47와 위장마스크를 손질하고 있을 것 같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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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매치로 속죄하라

손지상, 온우주

단편집 데스매치의 표제작 단편을 보면… 인공적인 연결과 설명이 눈에 띈다. 정보의 인공적인 연결로 감정적인 동요보다 열정에 지쳐 버린다. 멈출 수 없는 설명을 타고 흐르는 덕후의 이성적 광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작가 후기에 손지상 작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작품이라고 했다. 맞다. 느낄 수 있는 건 작가가 정말 최선을 다하여 썼다는 것이다. 감히 뭐라 하기 힘들 만큼… 무쇠도 녹일만한 열정과 근성이다. 이 단편집 전체가 손지상 작가가 본인이 어떤 이야기꾼이 되려는지 실험하는 장이었다. 손지상 작가는 이 단편집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실험하여, 현재 자신의 위치(작법강사)를 만들어 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손지상이 아이콘화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실험을 통해 오랜 시간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색했고, 최근 들어 결실을 보고 있다. 그는 파격적인 내용과 형식인 데스매치로 세상을 설득시키려 했고,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지금은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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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오멜라스

나에게 배명훈 작가는… ROTC 제복 입고 멋있게 걷거나, 갑자기 사법고시에 합격해 동네가 크게 울리는… 잘나가는 동네형이었다. 늘 어머님들이 저 형 본 좀 받으라고 잔소리하던 그런 표본이었다. 맨날 대단한 소문은 듣지만 막상 잘 알지는 못하는 그런 모범생이었는데… 하루는 저 형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기에 저리 잘 살까? 하고 타워를 읽었다. 나온 지 좀 된 배명훈 작가의 첫 소설집을 너무 뒤늦게 읽었다. 짧은 단편 내에서 여러 번 구성 방향이 휙휙 꺾이고, 창작의식이 스토리를 단순히 카피/영향 받는 표면이 아니라 심층면까지 이어져 있었다. 역시 동네 형은 생각이 깊었다. 그리고 성공하신 형은 동네(거울)에 잘 안 들어오시네;; 밥은 잘 드시고 계시는지…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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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SF단편모음집 중 ‘토요일’ /
누군가를 만났어.

박애진, 온우주 / 행복한 책읽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다. 일하던 호프집에 손님으로 온 고교 동창이 “가게 차렸니?”라며 호들갑스럽게 인사했다. 문득 삶을 돌아보니 얇은 통장은 아쉽지 않지만, 출간작 하나 없는 현실에 마음이 시렸다.’ 일생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크툴후를 만나러 갔다는 러브크래프트보다 더 큰 충격을 준 작가 프로필이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구나.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감동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했다. 나는 작품보다 프로필을 보고 용기를 냈고, 결국 작가가 됐다. 박애진 작가의 작품들은 특유의 감정선이 있다. 예민하지만 눌러보면 부드럽게 늘어나는 심금이다. 오래된 작품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보면 알 듯이 박애진은 한국 SF의 선두주자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작품 ‘토요일’처럼 박애진은 어느 우주에서도 고정된 역할을 맡고 있을 것 같다. 작가.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작가로 살고 있다. 안치환의 노래. ‘마흔 즈음’의 가사처럼 ‘그간 살아온 세월만으로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이다. 시조님^^ 우리에게 거울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20주년까지 힘차게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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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변경선

전삼혜, 문학동네

군시절 내 선임은 힘든 막내시절에 다음에 들어오는 막내에게 정말 잘해줘야지 하고 신참을 기다렸는데… 옆 부대에서 사고치고 전출 온 선임을 신참으로 맞이했다고 한다. 나는 고대했던 ideal 그룹 거울(?)의 막내로 들어온 후, 열심히 토막원고 작성과 침상닦이를 하며 후임이 들어오길 기대했다. 막내가 오면 잘해(?)줘야지 하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작가로 선배인 전삼혜 작가가 전입 왔다; 날짜변경선의 백일장 키드들이 원하는 작가가 됐다면 어떻게 살까? 대개 처음 시작했던 때의 청소년 정서나 입시&등단용 글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한 때 작가였다며 명함으로 남는다. 누구는 시놉시스 하나로 여러 출판사에서 선인세를 받아내어 잠수 탄다. 나이가 서른 넘어가도록 대학가를 전전하며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제적 무능력자가 됐기에… 중고교 백일장 키드. 문창과. 순문학계열 등단자들은 대개 비슷한 길을 걷는다. 전삼혜 작가 SF장르와 서브컬쳐를 통해, 문단에 의존하지 않고 작가로 자립할 수 있었다. 백일장 키드들의 이야기. 날짜변경선은 전삼혜 작가가 SF를 만나기 전, 정리해야 할 이야기들이었다. 20대가 자신의 10대를 정리할 미묘한 시기를 잘 포착했고 무사히 출판했으니 행운아이다. 예민하고 불안했던 앳된 시기를 잘 털어내고, 현재 트위터에서 ‘나는 지옥에서 온 미친 토끼다!‘ 라고 외치고 있는 걸로 안다. 전삼혜 작가는 본인의 커리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나본 비슷한 계열 작가 중에 아직도 매해 출판을 하며 작가활동을… 아니 이것보다 유일하게 취직에 성공한 작가이다. 전삼혜 작가는 본인을 자랑스러워하길.(유이립)

후기: 15주년 기념으로 책보다 작가와 개인적 감상에 집중했습니다. 시간과 견문이 부족하여 이 외에도 거울 작가분들의 작품을 더 많이 소개할 수 없어서 유감입니다. 언급된 작가들 외에 거울 작가분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자 개성이 있기에 색깔이 겹치는 작가가 없다는 것.(어째 진부한 칭찬;)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고, 작가 주제의식이라면 상투적이지만… 오랜 세월동안 다져진 정신세계가 있다는 것. 처음과 끝이 같을지 모르지만, 현재에도 변화 없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서른 잔치가 끝난 뒤, 한때 글에 뜨거웠노라며 자리를 떠날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테가 잡히지 않은 앳된 얼굴로 모여, 익어가며 주름살 져도 품었던 사상과 열정이 10년 넘게 한결같았기에…대개 책 선정을 초창기 작품으로 집중했습니다. 다시 작가분들의 새파란 시절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달 토막선정은 옛날 책들과 감상으로 난잡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유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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