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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6 외전 (하)
질리아 비숍 외, 정진영 옮김, 황금가지, 2015년 1월

 


본작은 전집의 6권으로 나왔지만 그 성격이 앞의 다섯 권과는 아주 다르다.
결정적으로 이 6권은 러브크래프트가 쓴 글이 아니다. 5권의 경우 공저작들이 포함되어 있고, 여기 6권에도 대필 혹은 공저작으로 추측되는 작품이 2편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의 선배 및 동료에 해당되는 작가들의 작품이 실린 호러 단편선이라 할 수 있다.
유명한 작가의 이름을 빌렸지만 그 작가의 작품은 없는 선집이라는 점에서 『톨킨의 환상 서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 제목에는 없지만 엮은이를 강조하며 표지에도 실린 이탈로 칼비노 편집 『세계의 환상 소설』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이들 셋 다 유명 작가의 이름을 빌려 선보이는 고전 단편 선집이다.

본작에는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선배 작가와 동시대의 동료이자 라이벌의 작품을 고루 실었다.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적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에드거 앨런 포를 제외하면 다 실린 셈이다. 사실 그의 문학세계를 만들어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이 포와 로드 던세이니이고, 러브크래프트가 내용 일부를 자신의 크툴루 신화 세계관에 차용할 정도로 좋아한 선배 작가가 체임버스와 비어스이며, 코스믹 호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외부 존재로 인해 느껴지는 공포 및 인간의 무력함을 선구적으로 그려낸 호지슨과 매켄 역시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적 선배이자 스승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실린 하워드와 스미스는 〈위어드 테일즈〉 잡지의 3대 인기 작가이며 서로 친분이 두터웠던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다. 두 사람은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차용하여 크툴루 신화에 속하는 작품을 다수 썼다. 물론 두 사람이 만든 설정을 러브크래프트가 차용하기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크툴루 신화라 불리는 세계관은 러브크래프트 혼자 만든 것도 아니요 그 자신은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지 않았다. 정리한 사람은 러브크래프트의 팬이자 후배 작가인 어거스트 덜레스이고, 러브크래프트 사후에야 하나의 신화 체계로 완성되었다.
따라서 이 단편집 수록작 및 수록작가들도 크툴루 신화의 근간을 이루는 하나의 뿌리라고 볼 수 있다.


명예 수선공 / 로버트 W. 체임버스
이 단편이 실린 단편집 제목이자 극중 등장하는 금서 『황색의 왕』은 네크로노미콘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단편 전부가 실린 것은 아니지만 『노란 옷 왕 단편선』이 출간되었으니 읽어볼 것을 권한다.

양치기 하이타 / 앰브로스 비어스
이 단편에서 등장한 신 해스터를 러브크래프트가 차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크툴루 신화를 무에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선배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소재를 차용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 중 하나.

검은 인장의 소설 / 아서 매컨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지만, 포와 던세이니 다음으로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끼친 선배이다. 특히 코스믹 호러의 원조격에 해당하는 인물로,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에 포함된 덕분에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출간된 『불타는 피라미드』에는 이 단편(「검은 인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수록) 외에도 두 편이 더 있다. 표제작 「불타는 피라미드」는 읽는 누구나 러브크래프트의 글 같다고 느낄 것이다. 정확히는 그가 아서 매켄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물고기 머리 / 어빈 코브
해산물(?)을 증오한 러브크래프트의 작풍과 일맥상통한다고 할까. 반인반어를 공포스러운 존재로 그렸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하겠다.

노상강도 / 로드 던세이니
에드거 앨런 포가 아버지라면 로드 던세이니가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러브크래프트의 문학을 넘어 인생 전체에 깊은 영향을 준 둘 중의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본 단편은 러브크래프트의 작풍과는 깊이 관련이 없는데, 다른 단편을 읽어보면 러브크래프트에게 준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신들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는 『페가나의 신들』, 『시간과 신들』 단편 연작을 비롯하여 러브크래프트 스스로 ‘여기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말했던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상과 도시를 그려낸 환상 단편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버드나무 / 앨저넌 블랙우드
비어스, 호지슨과 함께 고전적인 고딕 호러와 근대적이고 세련된 호러 사이의 가교를 이은 작가. 본작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적의 위협으로 인해 공포에 질려 미쳐가는 인간의 심리를 그려냈다는 점에 코즈믹 호러의 선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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