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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7월 후보작인 이아람 님의 「눈의 셀키」와 사피엔스 님의 「가슴 가득, 최고의 선물」 중에서 이아람 님의 「눈의 셀키」가 3분기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 소외된 인간과 이질적인 존재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연상되는 작품입니다. 배경을 묘사하는 톤이 일관적이어서 전체적으로 차갑고 쓸쓸한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셀키는 인간의 연민과 소유욕, 불안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하는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결국 이 작품의 장르적 매력은 셀키를 둘러싼 인물들의 서로 다른 반응이 얽히고설키면서 구체화되는데, 그 과정에서 쌓였던 긴장이 익숙한 결말과 함께 극적으로 해소되는군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B : 정석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셀키가 자연을 표상하는 인물이고, 셀키를 대하는 여러가지 태도는 자연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들의 반응에 대한 표상이라고 여겨집니다. 결말까지 이 상징성을 잃지 않은 채 소설적 긴장을 유지한 단편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냅니다.

C : 오랜만에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판타지 단편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사람들의 오해 때문이지만) 마을과 떨어져서 살아가는 마녀와 늘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던 마녀가 셀키를 만나 구해주면서 일어나는 일이 평온한 서술로 그려집니다. 육지를 동경하던 마녀와 바깥 세계의 상징같은 군주가 모두 셀키를 원하는 상황은 셀키를 공격하고 가죽을 비싼 값에 팔아넘긴 청년들이 만든 갈등 상황이지만 사람들이 원망하는 건 마녀라는 것은 항상 문제가 발생하면 이질적인 존재를 희생양으로 삼는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하는 방식은 단편보다는 중편이나 장편에서 더 효과적이지만 이 글처럼 일부의 묘사만으로 독자를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요. 교과서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D : 단단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이 강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전해오는 신화적인 바다표범 요정 '셀키'를 아름다운 이미지로 그려냈네요. 바다의 언어와 셀키의 외형을 묘사하는 표현의 완급 조절, 신화적 판타지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기술 역시 탁월합니다. 셀키를 기준으로 마녀와 그녀의 적대자를 설정하는 고전적인 서사 구조를 택하면서도 세련된 문장으로 전혀 낡지 않은, 오히려 바다처럼 신선한 이야기를 탄생시켰습니다. 긴 분량의 이야기를 갑자기 처지거나 빨라지지 않도록 일정한 템포로 이어가는 기본적인 전개 속도 또한 적절했습니다. 황금과 사랑에 관한 수수께끼, 바다에 사는 사람들의 생태에 대한 작가의 독자적이고도 세밀한 관점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소한 조사와 어미가 어색하게 쓰이거나 문장의 필수 성분이 빠져 있는 등의 비문이 낮은 빈도로 발견되기는 하지만 작가에게 요구되는 문장 완성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눈의 셀키'라는 제목은 작가가 소설에서 사용한 미려한 은유에 비해 직관적인 느낌을 주는 면이 있어 좀 더 간접적인 표현으로 바꾼다면 오히려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어떤 소재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를 소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독자에게 직접 암시하지는 않았으면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만, 이는 모두 내용의 완성도가 높음에서 오는 독자로서의 욕심이기도 하지요. 어떤 면을 고려하더라도 독자우수단편으로 선정하기에 손색이 없는 판타지 소설이네요. 좋은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 : 서늘하고 단정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욕망을 다루고 있지만, 욕망에 천착하지 않는군요. 셀키라는 신비한 존재가 인간과 관계 맺는 방식은 매우 고전적인 전설의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고전적인 이야기는 고전적인 이야기대로 원형적 매력이 있습니다만, 재해석된 이야기로서 유의미한 지점이 더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약간 있네요. 분위기를 구성하는 미문이 눈에 띄는 작품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여러번 눈이 멈추었습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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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람 22.10.26 13:59 댓글

    심사위원분들의 알찬 피드백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랜만에 즐겁게 쓴 소설이라 쓰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는데 거울분들이 읽고 평가까지 해주셔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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