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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0년 9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아쉽지만 9월의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은 없습니다.

킥더드림 님의 「나쁜 사람이 받은 웃는 이모티콘
이 단편에는 여러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들을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질문이 있는 것 같아요. 작가는 이 단편을 왜 썼을까요? 진호에게 "덜 나쁜 사람이 되자."고 말하는 현지에게 "네 말이 맞는 거 같아."하고 대답하는 진호를 보여주기 위해서? 현지의 인육을 먹는 인간 비유를 들려주기 위해서? 잘못을 고친 진호와 다시 만나는 현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 단편의 대사들이 작가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독자는 어떤 의미를 읽어내야할지 전달되고 있지 않은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잉유신 님의 「완벽한 실험체
주제에 비해 개연성과 설정의 당위가 부족해보입니다. 기억이 심어진 실험체라는 의심을 했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대한 의심은 없고, 가상 추억이 그토록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만 본인의 가상 추억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식으로, 설정이 소설 내적인 개연성을 띠지 못하고 그 때 그 때 필요한 도구로서만 쓰이는 느낌입니다. 설정을 전개로 위한 도구로 쓴다해도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거나, 모순이 있다면 소설 안에서 작동하는 장치여야 합니다.

깨비 님의 「寤夢(오몽) - 곧 현실의 꿈
엔딩에서 살짝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친구가 보고 싶었던 건지 친구를 데려가려고 했던 건지 약간 아리송한 부분이 오히려 기억에 더 남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꿈 속의 장치들이 하나의 초점을 위해 배치되고 구성되면 더 좋은 단편이 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라그린네 님의 「연대보호정책
시간여행자에 대한 짧은 단편입니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이 자기의 얼굴을 갖고 있고, 사건을 굳이 서술하지 않더라도 있었던 사건을 전달하는 결말에서 힘이 느껴집니다. 단지 장면과 대사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은 작품 자체의 힘이 아니라 여러 매체와 작품들에서 다뤄져 익숙한 연출인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깨비 님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
초현실적인 결말이 작품 앞부분에서 전개했던 시체를 숨기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로 조성했던 분위기를 자체적으로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글의 초중반에서 만들었던 분위기와 사건에서 의미를 없애버리는 반전은 반전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우서림 님의 「에버렛 시스템
아내와 딸을 되찾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 펼쳐지는 초중반부와, 그 몸부림은 모두 거짓 기억이었다는 반전과 결말이 서로 따로 놀면서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이번 달은 3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9월 후보작은 없으므로 7월 후보작인 쾌몽님의 「주름」 8월 후보작 히로 님의 「먼지보다 가벼운 기록」과 빗물 님의 「제주 문어는 바다처럼 운다」 가운데 빗물 님의 「제주 문어는 바다처럼 운다」를 3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 어려운 관계의 두 사람이 서로의 비밀과 고통을 조금씩 드러내며 유대를 깊이 쌓아가는 모습들이 감동적이고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두 사람은 각각 자신의 삶을 어떻게 할 거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고, 완전한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지만 마지막 장면의 대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읽는 독자로서도 포옹받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B : 과거의 이야기이지 현재는 그렇지 않다거나, 일부의 현상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 뿐이라고 누군가들은 말하지만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합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결코 사이좋기 쉬운 사이가 아니지만 많은 아들들은 ‘우리 엄마에게 딸 같을’ 아내를 원하죠. 자신들이 그 딸처럼 살가운 아들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일일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면 두 사람이 정말 딸과 엄마같이 된 것은 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낄 정도의 공감과, 자신의 아픔보다 더 안쓰러워서 견딜 수 없는 마음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두 사람의 특별한 능력이 진심으로 두 사람의 삶을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쪽으로 작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고,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단편 안에서 등장인물의 비밀을 복선으로 깔아두고 풀어내는 힘도 훌륭합니다. 아프게, 즐겁게, 기쁘게 읽었습니다.

C : ‘출생의 비밀’이라는 막장드라마에서 흔히 쓰여온 소재가 이토록 아름답게 Sci-Fi적으로 재현될 수 있다니 감탄했습니다. 서로를 억압하는 존재로 규정지어진 관계가 서로의 특별함을 발견하고 끝내는 당연한 연대감을 발견하는 데까지, 괴로운 이야기를 경이롭게 만들어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를 질러버렸네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데도 구석구석에 사랑스러운 농담들까지 적재적소에 들어가 있습니다. 읽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D : 아픈 것을 느끼는 것, 그것이 어려워서 많은 이야기가 돌아가고 또 돌아갑니다. 아픈 것을 느끼고, 그것을 자신에게 가져오는 것. 거기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사소해 보이지만 '초능력'인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앗, 여기서요? 어, 이렇게요? 하고 놀라움과 읽는 행복을 같이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E : 주제의식이 장르적 장치와 잘 결합된 좋은 단편 소설이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흠을 잡기 힘듭니다.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게 만드는 암시와 복선들이 특히 좋네요. 분량이 좀더 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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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영 21.10.16 09:29 댓글

    10월이 아니라 9월입니다.

  • 두영님께
    글쓴이 mirror 21.10.16 11:43 댓글

    바로 수정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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