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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창작게시판은 여름의 무더위와 함께 수많은 투고로 불탔습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0년 6월 1일부터 2020년 6월 30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진정현 님의 「남쪽눈때기: 뭐가 보입네까?」가 선정되었습니다.

히로 님의 「사건번호 J-276B4」는 서간문의 형식을 취한 SF입니다. 단편의 분량 내에 새로운 세계를 현실적으로, 동시에 서정적으로도 표현했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느껴지는 ‘인간성’은 문학적 아이러니를 구현했네요. 하지만 한 측의 편지만 묘사하고 독자가 빈 틈을 메꾸는 형식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형식이 독특하고 세계가 새로운 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독해를 피로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혜준 님의 「의무」「한노」는… 작가님, 제발 강간과 살인으로 화자와 독자 모두를 괴롭히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주실 순 없을까요?

빗물. 님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꿈」은 아름다운 동화이며, 이야기가 갖춰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인물은 욕망을 위해 분투하고 실패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원래 욕망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아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석적인 플롯이지만, 그 정석적인 플롯을 이렇게 실제로 구현하기는 쉽지 않지요.

논바논바 님의 「에일리언 에일리언.」의 도입부에서 독자들은 길을 잃습니다. 이야기는 독자들을 황망하게 남겨둔 채로 앞으로 질주합니다.

두영 님의 「로보아모리」는 서사의 밀도가 얕은 대신 주제의식에 집중한 소설입니다. 그런 선택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서 묘사된 주제의식이 진부하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불안은 잠들지 않는다」, 「배심원」, 「A.I」, 「2071.07.01//제 5 구역 B27 WL. DUR - 33」 네 작품은 분량 기준(150매)을 초과하여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번 달은 2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5월 후보작인 김청귤 님의 「하얀색 음모」, 6월 후보작인 진정현 님의 「남쪽눈때기: 뭐가 보입네까?」,  중에서 진정현 님의 「남쪽눈때기: 뭐가 보입네까?」를 1분기 우수작으로 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A: 환상과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사'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놀라운 아름다움은, 여러 소설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바가 있지요.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을 환상을 통해 찬란하게 잡아낸 소설입니다. 주인공들에게 이입하게 만드는 흡인력 있는 서사의 흐름이 좋습니다. 사실 설정이 선명할 뿐 뒤쪽으로 가면 서사 자체는 꽤 성기어지는데도, 사소한 장면들에 대한 묘사와 감정들이 선연해서 단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네요. 뒤쪽 이야기가 좀 더 풍성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히 귀여운 소설입니다. 소품이 아니라 좀 더 길고 두터운 작품으로 보고 싶어요.

B: 툴툴거리고 즉흥적이면서도 다정한 주인공의 심성이 느껴져서 사랑스러운 단편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생겨버린 능력을 받아들이는 과정, 타인에게 이 능력을 전하면서 타인을 돕게 되는 과정들이 설득력 있고도 재미있었습니다. 단편을 끝까지 읽은 다음, 처음으로 돌아가 단편 제목을 보면 마음이 찡하게 아려오네요. 

C: 갑자기 환상을 보게 된 취준생이 그 환상이 북한이탈주민에 관련된 사람의 실제 상황이라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점점 북한이탈주민이 많아지는 현재 경험한 것이 다르고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이 다른 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살아가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합니다. 평생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목숨을 걸고 떠나는 마음, 그리운 이들을 두고 온 마음,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서로의 관계가 오해로 시작된 것이든 욕설로 시작된 것이든 공감과 이해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따뜻한 글이었습니다.

D: 남쪽 눈때기 >>> 무거운 이야기일까? 하고 긴장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건강하고 씩씩한 이야기였습니다.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그리운 것들이 더 많은 용감한 사람들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E: 수다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흠잡을 데 없어 보입니다.

댓글 1
  • 진정현 21.07.15 10:39 댓글

    세상에. 이런 날이 진짜 오긴 오네요? :) 상상하실 수 없을 만큼의 원동력을 저에게 주셨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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