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더드림 님의 「판타스틱 엔딩」
: 정보값이 없는 대화가 너무 깁니다. 실제 대화에 가까운 느낌을 펼칠 수 있겠지만, 단편 장편을 떠나 소설에선 한 문장, 한 대사가 의미값을 담고 있어야합니다. 대화에서 사람들이 사교를 위해 주고받는 말들을 들어내본다면 더 의미가 압축된 대화가 될 것입니다. 

작은것들의미밍즈쿠 님의 「숲의 시간」
: 완벽한 세상에 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지면에 옮겨놓은 단편이네요, 세미가 왜 그 완벽한 세상을 떠나 우리의 세상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는지 설득력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정말 돌아올 거라고 단언하는 세미의 확신이 작가의 믿음같이 느껴져서, 어쩐지 아련한 느낌이 듭니다.

피클 님의 「네 번째 질문」
: 서로 다른 두 개의 공간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두 개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어디서 맞닿는지 생각보다 강한 연결지점이 필요합니다. 이 작품은 차분한 필치로 펼치는 감정이 강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작품의 다른 요소들이 감정을 뒷받쳐주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한때는나도 님의 「수색견The Searchdog」
: 세계관이 일부만 드러난 단편이지만 그 점이 단점으로 여겨지지는 않네요, 불퉁거리던 재이의 심리가 절정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납득되고, 내내 무감정한 것 같던 썬더의 심리가 읽히는 듯한 결말까지 좋은 단편이었습니다.

신나길 님의 「낯선 지구를 표상하는 방법」
: 여러가지 소재가 흩어져 있지만, 유기적으로 얽혀 있지 않아 이야기가 결국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공 박사와 양 이사의 대화는 공박사의 두려움과 양 이사의 압박을 묘사하지만 수의 실험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없어보입니다. 수가 왜 이 실험을 계속하려 하는지도, 이한이 왜 걱정하면서도 아무 말도 안하는지도 동기가 흐릿해서 단편의 결말이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듯합니다.

ㄱㅎㅇ 님의 「창귀」
: 호랑이와 창귀에 대한 소재와 낯선 가족이 이사와서 시작되는 전개가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러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품들이 따로 노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담금주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저수지, 남동생의 미성 같은 요소들이 호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만, 호랑이라는 소재와 긴밀하게 엮여 있었다면 한층 밀도 높은 단편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라그린네 님의 「테메레르」
: 아빠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차분한 초중반부와는 달리 작품 후반부는 성급하고 얼개가 치밀하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결말의 개연성 또한 아쉽네요.

신하루 님의 「거울 속에 들어가지 마세요」
; 본파에게 있는 결점인 뒷눈은 작품에서 신화적인 느낌을 자아냅니다, 이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결점에서 하늘에 띄워진 달과 위성으로. 하지만 작품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에피소드는 결국 한모리와의 이야기인데, 한모리와의 만남과 사건들이 본파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것 외에는 역할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