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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한 해가 다 지나서 2020년 독자우수단편 최종 우수작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에게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올해도 수많은 매력적인 작품이 거울 독자우수단편을 찾아주었습니다. Covid-19로 모두가 어려운 한해였습니다만, 소설은 때로 현실의 해결책을 주기도 하고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개해주신 작품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분기별 우수작들 모두 뛰어난 작품이어서 올해 최우수작품을 선정하기는 평소보다 더욱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우수작들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거듭한 결과, 아메리카흰꼬리사슴 님의 「샌드위치 맨」을 2020년 최우수작으로 선정합니다. 축하드립니다.

 

A: 20대 대학생들의 현재의 삶을 미래의 상황 속에서 그려내면서, 이런 상황이 오지 않거나 오더라도 아주 가까운 미래였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됩니다. 적어도 조금 먼 미래에는 이 상황이 좋은 쪽으로 변화되어 있기를 바라게 되는 마음이지요. 사생활이 없어지는 대가로 받게 되는 고수익 알바. SNS에서 포장되는 허영.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현재를 희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청춘이라는 말로 포장되기에는 너무나 힘든 삶의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대기업은 자본을 바탕으로 약자인 아르바이트생 뒤에 숨어있고, 대기업으로 향해야 할 비난을 받아내는 것은 아르바이트생들입니다. 개인방송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알바생인 주인공을 협박하고 강제로 촬영하고 신분을 노출시키는 ‘정의구현TV’의 행동도 의미심장합니다. 직접적으로 충돌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개인들 너머의 힘있는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B: 예리한 문제의식, 거대한 듯하지만 개인을 얼굴로 내세우는 기업, 대중의 일원으로 나타나는 또다른 개인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거시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신체에서 출발해서 신체로 귀결하는 완성도 역시 빼어납니다. 2020년의 최우수작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향후 어떤 작품을 쓰실지 매우 기대가 됩니다. 

C: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시의성을 날카롭게 관통하는 작품입니다. 기업과 대중, 개인의 불합리가 톱니바퀴처럼 딱 맞물리는 지점이 묘사됩니다. 문제의식의 예리함도, 소설로서의 완성도도 모두 이뤄낸 작품에 찬사를 보냅니다.

D: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잘 담긴 좋은 SF입니다. 주제의식이 탄탄한데 심지어 플롯도 재밌어요. 사회 속에서 으깨지는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데 조금의 어려움도 없는 능숙한 솜씨가 돋보였습니다. 

E: 뛰어난 여타 작품들 속에서 한 작품을 가려내는 것이 몹시 어려웠습니다. 여러 수작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맨을 선택한 이유는 소설로만 보여줄 수 있는 구성의 매력이 빼어났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분량을 고려한만큼 시간이 짜임새있게 펼쳐지고, 적절한 부피의 에피소드들이 긴장을 놓지 않고 서사를 얽어나갑니다. 그 결과 독자가 주인공에게 주어진 상황과 캐릭터에 빠져들어 읽게 만듭니다. 우리는 모두 적극적으로 자신을 감시에 내던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감시당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처럼요. COVID-19 시대는 그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명백하게 드러내 주었지요. 그리고 자본은 모든 영역에서 철저하게 인간을 도구화하는 데에 성공하곤 합니다. 몹시 시의적절하면서도 재미있는, 뛰어난 소설이었습니다. 결말까지도 특유의 분위기를 꽉 잡고 간 점도 훌륭했습니다.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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