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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작 미아 — 양윤영

2020.12.15 00:0012.15

미아

양윤영

 

나는 오래도록 미아였다. 실제 삶이 그랬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기분으로 평생을 살아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가 남들과 단절되어 있다는 감각을 안고 있었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든, 선생님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세계와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마치 부모님의 손을 놓친 채로 길을 잃은 아이처럼. 왜 그런 기분이 드는 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가 그 기분을 명확하게 깨달았던 시점이 마야와 헤어지고 나서부터라는 것은 확실했다. 마야는 고양이였는데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은 이 회색 고양이는 종일 내곁에 머물러 주곤 했다. 어린 나는 마야가 날 온전히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존재 대 존재로 말이다. 마야와 내 사이에는 규정지을 관계가 없었다. 나는 그 감각이 좋았다. 그러나 사실 그것 외에 마야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내가 태어나기 전 부터 부모님이 길렀기 때문에 내 아주 어린 시절만 그 고양이와 함께 지냈고,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마야가 움직일 때마다 그 주변으로 날아올랐던 낡고 오래된 터럭들, 그리고 달처럼 노란 눈, 특별히 작게 우는 목소리 정도 였다. 나머지는 꿈처럼 희미하다. 하지만 마야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음에도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존재였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마야는 내 고질적인 외로움과 쓸쓸함을 그 노란 눈으로 응시할 줄 아는 애였던 것이다. 어린 시절, 이런 얘기를 하면 어른들은 대부분 어린 아이의 상상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고양이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겠냐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진짜였다. 마야는 수 많은 나날을 살아온 고양이로써 타 종을 이해하는데에 아주 능숙했던 것이다. 달리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야만은 나의 문제를 먼저 알아봐주고 위로해주곤 했다. 그러나 마야는 내가 여덟 살이 되는 해에 죽고만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마야가 아주 나이 많은 고양이였기 때문이었다. 몸은 물체이고 물체는 한계를 지닌다. 나중에 내가 우주비행사가 되었을 때 배운 이 개념은 그 때를 설명하는데에도 제법 쓸만했다. 마야가 죽은 이후로, 나는 마야가 내 손에 뺨을 부비고 낮은 목소리로 가르릉 거리던 모든 순간을 기억안에 밀어 넣은 채로 다시 세계와 단절 되었다. 사람들과의 대화는 너무 가볍게 날아갔고, 혼자있는 순간은 소름끼치게 적막했으며 삶은 흐를 수록 의미를 잃어갔다. 부모님은 내가 마야를 잃은 것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마야를 잃은 뒤에 내가 세계와 단절 된 존재라는 것을 느꼈을 뿐, 단절된 상태는 이미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일어난 것이었다. 마치 저주처럼.

 

나이를 좀 더 먹고나서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이 기분을 설명해 보려고 부던히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걸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그런 고민에 으레 따라오는 적당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날때부터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도 있고,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아주 뻔한 말. 우주에 오고나서 나는 존재의 관계란 별과 별이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머난 먼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를 포함한 몇몇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실은 모든 존재들이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지독한 외로움을 앓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긴 했다. 오래가진 않았지만. 본질적으로 이 감정을 이해 받지 못하는 이상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모두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이다.

 

혹시 외로움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아세요?

 

솔직히 말해 효과는 미미했다. 여전히 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내 감정을 설명해 보려고 했을 때보단 진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시적이거나 철학적인 질문이라며 운을 때기도 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당장의 현실이었기 때문에 그런식으로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만족한 답을 들은 적은 없다. 그러나 어느순간부터 나는 답을 원하지도 않게 되었다. 어차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영원히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게 우주로 가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우주에 나가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내 이 감정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느낄 수 있을 거라 조언했던 것이다. 내가 원하던 답은 아니었지만 끌리는 답이긴 했다. 그래서 나는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오래도록 노력했다. 수많은 시험을 통과한 결과 나는 한 기관에서 우주 암석들을 채집하고 연구하는 일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와서 얘기하자면 이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미아가 된 기분의 원인을 찾으려고 나온 우주에서 나는 지금 진짜로 미아가 되었으니까. 그렇다. 지금 나는 6시간째 우주를 떠돌고 있다.

 

 

 

*

 

 

 

우주에서 미아가 되는 건 아주 흔한 일이다. 당장에 영화나 소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게 그냥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이야기는 현실에 기반한다. 영화에 나오는 위험은 언제나 가능성 있는 가설인 것이다. 그러니 내 경우 역시 흔하디 흔한 사고였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우주 암석을 수집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타고있던 우주선의 워프머신이 고장났는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워프 머신은 우주선 선단에 붙어 있기 때문에 고치려면 우주선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아마 예상이 될 것이다. 저 멀리서 돌덩어리 (이게 정확히 무엇인지 분석 할 시간이 없었으므로 우선 돌덩어리라고 표기하겠다.) 하나가 운 나쁘게 하필 딱 워프 머신에 날아와 꽂힌 것이다. 덕분에 나는 맨 몸으로 워프가 되어 지금 위치도 알 수 없는 우주 어딘가에 쳐 박히게 되었다. 무섭지 않느냐고? 솔직히 말해서 전혀. 당신에게는 충분히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처럼 느껴지겠지만 말이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영화에서 주인공이 이런 상황에 빠지면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한다. 그런 이야기가 수십 수백 수천개쯤 늘어났을 때 우리는 우주에 개인 탐사 목적으로 개인 우주인을 보낼 수 있을 만큼 기술을 발전 시켰다. 당연히 이런 일이 생겼을 때의 대책법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영혼을 로봇에 입력시키는 방법말이다. 그러니까 시뮬레이터 같은건데 몸은 가까운 우주기지에 두고 정신만 로봇에 입력시켜 우주탐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 되면 통신을 보내 본래의 몸으로 귀환요청을 한다. 내가 우주 어디에 있던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 정신이 갈려나가지만 않았다면 내가 어디에 있든 귀환이 가능하다. 정신은 공간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우주란 곳이 사람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넓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좀 걸리게 된다. 마치 무언가를 검색했을 때 통신 위치에 따라 결과 도출이 더뎌지는 것처럼 말이다. 내 영혼의 위치를 찾기전까진 이대로 기다려야만 한다. 게다가 시간이라는 건 상대적인지라 내가 있는 이 우주와 내 몸이 있는 우주의 시간차 역시 맞춰야 하니 조율이 모두 끝나야 한다. 자칫하면 몸으로 돌아갔을 때 그곳의 시간이 한참 지나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모든일은 섬세히 이뤄져야 한다. 빠르면 한 시간 내이지만 늦는다면 하루 정도. 우주에서 미아로 남는 것보다야 낫지만 충분히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게다가 한번 미아가 되고 나면 써야 하는 서류도 한트럭이다. 그런것들을 생각하니 잔뜩 골이 나서 고개를 들어보자 지구를 떠난 뒤로 질리도록 봐온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반짝이는 것들과 반짝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어둠. 사람들이 우주라고 부르는 딱 그 모습은 이젠 지겹기까지 했다. 나는 내게 우주에 가보라고 이야기했던 사람을 떠올렸다. 다시 만나게 되면 당신이 틀렸다고 얘기해 주고 싶지만, 난 용기가 없으니 그렇게까진 말 할 수 없겠지. 하지만 이건 인정해줬음 좋겠다. 우주는 내 결핍감을 채워주거나 작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우주는 그 크기만큼 내 외로움과 불안을 증폭시켜주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어떤 사명도 없이 우주에 온 게 문제 였을 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부터는 그런게 덜 해도 바로 윗세대 우주비행사들은 가진 포부가 대단했다. 그런것에 비교했을 때 확실히 내가 우주에 온 이유는 초라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우주인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진짜 몸도 아닌데 배가 쓰려왔다. 외롭고 불안할 때마다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이 감정들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내 마음으로 쏟아지는가. 도무지 알 길이 없었기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 나를 패닉에 빠트리는 건 우주따위에서 길을 잃는게 아니다. 나를 진짜로 미치게 만드는 건 본래의 몸으로 귀환해서 살아갈 수 많은 날들에서 또다시 미아가 된 기분이 될 거라는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머릿속을 잠식하는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귀환요청을 보내며 두 눈을 감았다. 아마 잠깐 잠이라도 자고 나면 진짜 몸으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

 

그때였다.

 

“*** **”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소근 거리는 것처럼 작았는데, 그럼에도 또렷했다. 분명히 알아 들을 수 없는 소리였는데 나는 그게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감은 눈을 뜨고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내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적막한 우주와 내 쪽으로 천천히 부유해 다가오는 작은 먼지 같은 게 하나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안녕!”

 

그 먼지가 말을 걸어왔다.

 

 

 

 

*

 

 

 

 

우주는 넓고, 무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학교에서 그렇게 배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먼지처럼 생긴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바로 내 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이 먼지는 자신을 나와 같은 인간들보다 훨씬 진화된 개체라고 소개했다.

 

“진화를 거듭하다보면 외형은 다시 태초로 돌아가는 법이거든. 너희가 사용하는 언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말이지.”

 

먼지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자꾸 언어를 '빌렸다'고 덧붙였다. 아마 지구의 언어와 상식을 바탕으로 말하고 있다는 뜻인 듯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먼지의 말이 내가 아는 문장과 단어로 들려왔다. 지구에 돌아가서 이 모든 걸 말해줘도 믿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이름이라는 걸 쓰는 것 같은데... 널 뭐라고 부르면 될까?"

 

먼지가 다정히 물었다.

 

"난 리체야."

 

내가 약간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우주에서 만난 정체도 모르는 생명체에게 이름을 알려주는 게 껄끄러웠지만, 먼지가 내 이름을 안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는가! 선배들이 들으면 세 시간동안 잔소리를 해대겠지만.)

 

리체, 리체! 먼지는 즐거운 듯 내 이름을 소리 내어 불렀다.

 

"누군가를 부를 일이 없었는데 네가 나타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이걸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

 

별일도 아닌 것 같았는데 먼지의 기분은 무척 좋아 보였다. 물론 나 역시 심심할 뻔 했던 차에 말동무를 얻었으니 나쁘진 않았다. 하마터면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때울 뻔 했으니까. 하지만 이게 대단히 행복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동의 하기 어려웠다.

 

“보답이라니, 내 생각엔 내가 그정도로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닌것 같은데...”

 

“아냐, 그렇지 않아. 너희 같은 독특한 생명체는 우주에 많지 않은 걸? 너희는 창조를 하고, 탐구를 하고, 해답을 찾지. 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널 만난 건 내게는 행운이야. 너희 언어를 빌리자면 말이지.”

 

먼지는 여전히 즐거운 기색이었다. 이쯤 되니 거절하기도 뭣해서,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여기가 우주의 어디쯤인지를 물었다. 기왕이면 우리 인간들이 쓰는 언어로 설명해 주길 덧붙여 부탁하면서.

 

“글쎄, 여길 어떻게 불러야 할까.”

 

먼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여기는 우주의 끝이야.”

 

우주의 끝. 우주의 끝이라고? 먼지의 대답에 머리가 팽팽 돌았다. 우주의 끝에 어떻게 사람이 올 수 있다는 거야. 그런 건 불가능한데… 그러다 문득 워프머신이 떠올랐다.

 

‘고장 난 워프머신이 날 우주 끝으로 보낸 건가?’

 

나는 인공 피부를 찡그리며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는 없었다. 우주는 그야말로 더럽게 넓었으니까. 게다가 끝없이 팽창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도 그 팽창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다. 물론 워프는 공간을 점프시키는 것이니 가능할지는 몰라도 그만한 에너지가 존재할 리는...

 

‘잠깐, 어쩌면...’

 

워프머신에 부딪혔던 돌덩어리. 그 돌이 만약 어떤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워프머신에 제공해 주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갑자기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가정일 뿐이지만 만약 그게 맞다면, 아니 그렇지않더라도 먼지의 말대로라면, 나는 지금 우주의 끝에 있는 것이다. 그럼 문제가 심각해진다. 우주 끝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인류에게 풀어야 할 숙제다. 알려진 게 거의 없다는 이야긴 내가 다시 지구로 돌아 갈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리체?”

 

내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자 먼지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머리 속을 억지로 정리하며 먼지를 바라 보았다.

 

“저기, 여기가 진짜 우주의 끝이야?”

 

나의 물음에 먼지는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위 아래로 천천히 부유하며 그렇다고 답했다.

 

“그럼 내가 돌아 갈 수 있을까?”

 

“어디로?”

 

“내 진짜 몸 말이야.”

 

“네가 원한다면 그럴 수 있을 거야. 우주의 끝은 모든 우주 안에 있으니까.”

 

심각한 나와 달리 먼지는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그게 무슨 이야기야?”

 

“우주의 끝은 다시 말해 ‘처음 우주’거든. 우주가 처음 태어났을 때 존재했던 우주라는 뜻이야. 우주는 팽창하니까 결국 끝으로 밀려나간 바깥 껍질이지. 그리고 이곳은 너희가 아는 물질의 세계와는 전혀 달라. 모든 물질의 거리가 멀어지고 멀어져서 물질을 이루는 최소 단위끼리의 거리마저 멀어진 곳이거든. 그래서 결국은 완전히 투명해져 버린 우주, 너희의 언어를 빌리자면 영적 공간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겠지.”

 

영적 공간이라니. 인간의 언어를 빌렸다고 먼지는 말했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과학이 진리의 척도가 된 현재, 과연 누가 영적이라는 말을 쓸까. 다행인 것은 적어도 ‘모든 물질이 멀어질 대로 멀어졌다’는 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것이었다. 내가 배운바에 의하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그리고 팽창속도는 우주의 중심에서 먼 곳으로 갈수록 빨라진다. 빨라진다는 것은 변화가 비교적 더 크다는 것을 의미 한다. 우주 팽창으로 인해 지구가 속한 우주에서는 은하와 은하의 거리가 멀어질 뿐이라면, 우주 중심에서부터 멀어 질수록 같은 시간 대비 더 작은 것이 멀어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별과 별의 거리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게 우주의 끝, 그러니까 우주 중심에서 가장 먼 곳에서는, 그 이상의 작은 것들이 멀어진다는 것이 먼지의 설명이다. 모든 물질을 이루는 최소 단위의 거리마저 멀어진 곳. 우주의 끝이 정말 그런 곳이라면, 우리의 눈에 볼 수 없을 만큼 투명해 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내 눈 앞의 우주는 평범했다. 투명하지 않았다.

 

“말했잖아. 우주의 끝은 모든 우주 안에 있다고. 네가 보고 있는 우주가 우주의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니, 지금 네 눈앞에 있는 우주는 다른 공간이야.”

 

먼지는 초등학생에게 덧셈을 알려주는 선생님처럼 차근차근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먼지의 말에 의하면, 우선 나는 우주의 끝에 온 것이 맞다. 내 로봇 몸은 현재 우주의 끝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의 끝은 투명한데다가 우주 어디에든 존재 할 수 있다. 앞서 나는 정신이 공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정신은 온 우주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주의 끝이 영적공간이라고 표현 할 수있는 곳이라면 우주의 끝 역시 이 모든 우주에 동시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 있는 나 역시 우주 어디에든 존재 할 수 있고, 우주 어디든 볼 수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치 영화에나 나오는 웜홀 같았다. 다른 점이라면 웜홀은 이름 그대로 구멍이고 이건 영적으로 이뤄진 설명 불가한 거대한 스크린 같다는 점뿐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원한다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네 친구들이 네 귀환 요청을 허용하는 순간에.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상냥한 말투로 먼지는 이야기했다. 복잡한 이야기였지만 어쨌든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같았다. 나는 먼지에게 감사를 표했다.

 

“도움이 되었다면 기뻐. 그런데 방금 그것으로는 네게 충분한 보답이 못 된 것 같아.”

 

먼지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솔직히 안전이 확보 된 이상 나에게 더 이상의 걱정은 없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기때문에 나는 먼지를 손 위에 올리며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먼지는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다. 내가 먼지를 어떻게 위로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려던 찰라, 문득 그 질문이 떠올랐다.

 

“그럼, 혹시 외로움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알아? 아주 오래전부터 궁금했는데 답을 모르겠어.”

 

“외로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먼지는 두둥실 떠오르며 힘차게 대답했다.

 

“응! 답이 뭔지 알고 있어. 음, 우선… 외로움은 감정이지. 감정은 뇌에서 발생해. 뇌는 네 몸의 일부야. 네 몸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우주가 태어나면서 함께 태어났어. 그러니 네 질문에 대한 아주 간단한 답은 이거야. 외로움은 우주가 태어나면서 함께 만들어졌어. 외로움은 초기 우주에서 온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답이 내겐 별로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그 비슷한 내용을 물리학 수업에서 이미 배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은 질문이 잘못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내가 미아인 기분으로 이 세상을 사는 이유가 궁금하다. 왜 그 무엇에도 마음을 기댈 수 없는지, 그게 궁금한 것이다.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얼굴을 살피던 먼지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아주 솔직히, 그런 것보단 본질적인 이유가 알고 싶었거든. 그런데 그런 건 환상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세상에 내가 원하는 답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거지. 네 잘못은 아니야. 내가 질문을 잘못했거든.”

 

“질문을 잘못했다고?”

 

“응. 들어 봐. 나는 내가 언제나 혼자라는 생각을 해왔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미아가 된 채로 우주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에 시달려 왔거든. 난 그 이유가 궁금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먼지는 이번 질문엔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토록 오래 진화된 개체도 내 질문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울적해질 무렵 먼지가 입을 열었다.

 

“그건 적절한 중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야.”

 

“중력?”

 

“응. 너를 이루는 반은 물질이지. 하지만 다른 절반은 물질이 아니야. 너희가 영혼이나 마음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들이지. 물질은 물질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마음 역시 그 나름의 중력에 영향을 받지. 사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물질의 중력과는 다르긴 해. 너희 언어로는 아직 그 단어가 없는 게 아쉽지만… 어쨌든 계속 이렇게 표현하자면 네 마음은 중력을 찾지 못했어. 너희들이라면 태어날 때 관계 안에서 중력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넌 그러질 못한 거지. 이해 돼?”

 

나는 확실하게 고개를 저었다. 먼지에겐 미안하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보여줄게.”

 

“보여준다고? 뭘?”

 

“우선 눈을 감아 봐.”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여주겠다며 눈을 감으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먼지가 시키는대로 눈을 감자 갑자기 머나먼 곳에서 빛이 보였다.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여전히 빛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주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우주는 더 이상 내가 알던 우주가 아니었다.

 

“이게 뭐야?”

 

“우주가 태어나고 있어.”

 

“뭐?”

 

“우주의 끝은 모든 우주에 맞닿아 있다고 했지? 말 그대로 모든 우주에 말이야. 그 말은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을 볼 수 있다는 얘기야.”

 

그래 백번 양보해서 우주의 탄생을 볼 수 있다고 치자. 말하는 먼지도 있는데 이것도 가능 할 수 있지. 하지만 갑자기 우주의 시작은 왜 보여주는 건지, 그건 이해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네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시작된 게 바로 저기니까.”

 

먼지가 내 곁에 자리를 잡으며 답했다. 나는 어지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먼지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우주의 시작, 그것이 온전히 내 정신을 흔들어 놓고 있었기 때문었다. 빠르게 내 곁을 지나가는 빛이 느껴졌다. 무서웠고,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눈을 땔 수 없었다. 바로 저기에서 우주가 태어나고 있었으므로. 나는 태어나는 우주를 목도하였다.

 

*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 최초의 특이점은 도저히 계산 할 수 없는 무한의 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너무 뜨거워 오히려 새까맣게 보인다. 하지만 분명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것들이 튀어 나온다. 마술사의 모자 속 토끼와 비둘기처럼 그것들은 출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생명과 힘과 죽음을 가지고 있다. 빛나는 것과 빛나지 않는 것, 그리고 어둠은 이때부터 있었나 보다.

 

그리고나서는 모두 아는 것들이 시작 되었다. 우선 질량이 생긴다. 원자들이 태어난 것이다. 처음은 수소원자다. 그것들은 서로 끌어당기며 점점 복잡한 모양으로 바뀌다 마침내 별이 된다. 시간이 흘러 별이 죽는다. 별의 폭발과 함께 모였던 원자들이 흩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별의 시체에서 행성들이 태어난다. 수많은 행성들. 암석으로 이루어진 것과 가스로 이루어진 행성들이 보인다. 수업시간에 보았던 영상과는 다르게 그 모든 것들은 완성 된 하나의 형태와 그것을 이루는 작은 원자로 동시에 보인다. 그리고 부서지고, 그것들의 거리는 멀어진다. 별과 별, 원자와 원자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나와 세계를 떠올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닿지 않는 세상. 그냥 그게 이 우주의 기본 법칙이어서 우주는 팽창하고 모든 것의 거리는 멀어져서 존재와 세계 역시 멀어지는 거라면,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이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다음 순간 멀어진 원자들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한 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또 다시 별과 행성을 이룬다. 행성 위에는 생명이 시작된다. 생명에겐 감정이 솟아나오고, 그 모습은 우주가 태어나는 것과 똑같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이기도 하고, 혹은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작은 점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기서 나온 것들은 원자가 아니다. 그러나 규칙은 같다. 멀어지고, 어느 순간 무리를 짓고, 마음이라는 별을 만든다. 마음은 작은 상처에도 쉽게 깨진다. 그리고 마음을 이루는 것들이 멀어지고 존재는 허무를 느낀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이 같은 원리로 움직인다. 어떤 마음들은 부숴지지 않은 채로 두세개씩 짝을 이뤄 서로를 돈다. 마음 하나에 다른 마음들이 위성처럼 도는 것도 보인다. 또 몇몇 마음들이 혼자서 자전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이 저런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때 멀리서 마음하나가 태어난다. 그 곁에 다른 마음이 다가오고 둘은 짝을 이뤄 서로의 중력을 주고받는다. 이것이 먼지가 말했던 관계라면 이해가 된다. 나는 다시 돌고 있는 두 마음을 본다. 그 중 하나가 갑자기 빛을 잃는다.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나는 그 마음의 주인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은 마음은 도는 힘을 멈추지 못하고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간다. 그리고 우주를 떠돈다. 곁을 내주는 마음을 더 이상 찾지 못해 어떤 중력에도 이끌리지 못하고. 멍청하게 우주선 바깥에 나와 워프 머신을 고치는 우주비행사에게 부딪힐 때까지 주욱.

 

나는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그 모든 것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먼지만 남아 있었다. 먼지는 까르르 웃으며 내게 본 것들이 어땠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먼지를 바라았다. 내 마음 곁을 돌던 또 다른 마음. 그건 마야다. 그러니까, 부모님이 옳았던 것이다. 마야가 죽은 것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주고 받던 중력을 잃은 내가 우주를 떠도는 신세가 되는 건 당연했다. 어떤 존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상상보다도 훨씬 큰 영햐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마야를 떠올렸다. 마야의 작은 털들, 마야가 걸을 때마다 두둥실 떠오르는 그것들이 바로 내 앞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비로소 나는 내가 원했던 것이 ‘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 위로 한 뼘 정도 떠올라 무엇에도 닿지 못할 때 내게 곁을 주는 존재.

 

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와! 그거 알아? 너 날 만나고 처음으로 웃었어!”

 

먼지가 행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우주를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곳이 우주의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곳이 어디든 ‘우주’임은 분명했다. 나는 다시 먼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먼지는 작디작았지만 내 눈에 닿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사고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먼지는 이곳에서 홀로 끝없는 우주를 보았을 것이다.

 

“있잖아, 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얘기해 줄 수 있어?”

 

“뭔데?”

 

나의 물음에 먼지가 가까이 다가왔다.

 

“너는 어쩌다 이곳에 오게 된 거야? 여기 항상 혼자 있었어? 다른 개체는 보이지 않는데...”

 

“나에게 다른 존재는 없어. 눈을 뜬 순간부터 여기 있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 곳에 있을 거야. 나는 그냥 우주의 파동에 따라 점점 바깥으로 밀려 나고 있을 뿐이거든.”

 

먼지의 말은 약간 경건하게 들렸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몸으로 되돌아가도 이 곳에서는 우주의 어디든 볼 수 있다고 했으니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순 없을 거야. 난 내가 존재해 본 장소와 존재해 본 시간이 교차하는 곳만 볼 수 있거든. 네가 되돌아가는 곳이 어딘지 나는 몰라. 우주는 넓잖아? 안다고 해도 내가 널 볼 수만 있을 뿐 만나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넌 우주의 시작도 볼 수 있잖아."

 

"당연하지. 난 우주의 시작부터 존재했으니까. 난 우주가 태어나는 것을 함께 했어. 그때부터 혼자였으니 만약 네가 날 외로움으로부터 위로해주려고 하는 거면 괜찮아. 고마워."

 

먼지가 부드럽게 반짝이며 웃었다. 우주가 시작했을 때부터 혼자였다면 먼지야말로 마음이나 영혼의 중력을 느껴보지 못한 게 아닐까. 나는 도저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저기, 있잖아… 그래도 외롭지 않아? 그러니까 날 만났을 때 기뻐했던 거..."

 

-삐.삐.삐.

 

그 순간, 나의 로봇 몸에서 귀환이 승인되었다는 알림음이 울렸다. 내 정신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감각이 느껴졌다. 먼지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내 질문에 무어라 대답했지만 먼지의 말을 더 이상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와 문장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

 

그와 동시에

 

 

*

 

먼지의 모습이

 

 

*

 

 

점점 멀어지고 작아져갔다...

 

 

 

 

 

 

 

*

 

다음 순간, 내 앞에 먼지같은 것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우주 기지의 창문으로 달려갔다. 눈 앞에는 여전히 적막한 우주가 가득 했다. 하지만 우주의 끝은 아니었다. 먼지가 마지막에 한 대답이 궁금했다. 그러나 적어도 먼지의 기분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끝없이 넓은 우주 안에서 누구나 느끼는 조금 쓸쓸함.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반가웠을 것이다. 내가 마야를 만났을 때 느꼈던 것처럼. 내 진짜 몸으로 길게 숨을 내쉬며 나는 비로소 내가 세계에 내려앉았음을 느꼈다. 마야의 굽실거리는 가벼운 회색 터럭처럼. 고요하고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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