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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8월 심사평

2020.09.15 00:0009.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0년 8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kangbomb님의 「디어 브리타」가 선정되었습니다.

 

코코아드림 「외갓집 이야기」
공포소설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야기가 너무 불투명해서 감정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구조도 불명확하고요.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는 건 가능하지만, 이렇게까지 흐릿하면 무슨 내용인지 알기가 어려워요. 좀 더 분명하게 써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현이랑 「액운을 배달해드립니다」
저승사자가 액운을 배달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에, 정이 많고 마음 약한 저승사자의 성격이 얹혀서 귀여운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새가 좋아서 옴니버스 연극 한 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네요. 그런데 끄트머리가 너무 힘이 없어요. 술술 흐르다가 흐르기만 하면서 끝난 느낌입니다.

사피엔스 「주황색 절규」
인간을 인간 밖에서 유비하려는 시도는 오랫동안 반복된 만큼 유효한 시도지요. 그런데 이 경우엔 그 유효한 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네요. 이야기는 몹시 인간중심적인데, 인간중심적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 보니(두 다리족, 네 다리족 등) 오히려 이야기의 파악이 어려워집니다. 사소하게 끝을 맺으려면 아예 완벽하게 내부세계를 구성해 주셔야 정서적 파장이 올 것 같아요. 소설 속 세계가 이렇게 성길 거라면 차라리 결말부를 좀 더 거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김성호 「조안 킹 선서」
소설 내부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미드소마》 같은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입니다. 작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표절에 대한 두려움을 서사로 만들어 낸 점이 재미있습니다.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방식은 훌륭합니다만,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에 개연을 너무 적게 만들어줬다는 느낌입니다. 개연이 적은 것에 비해 설정에 대한 설명은 너무 많아요. 설정에 대한 설명은 서사를 따라가는 데에 그렇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설정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시고 개연을 좀 더 확장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소보루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충격적인 장면(신체 절단, 내장 탈출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들이 충격만큼 효과를 보진 못하고 있네요. 시간순으로 쓰는 것보다 가해자를 탐색하는 데에서 출발해서 설정을 나중에 보여주는 쪽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편지글이라면 더욱요. 편지는 우리가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쓰진 않지요, 보통. 마지막 부분을 붙여주어서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좀 문제적으로 여겨지네요. 해당 사건에서 작가가 모티프를 얻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존재하는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는 거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사건의 실제 주인공을 심각한 수준의 범죄자로 만드는 건 경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장마 「공」
갑자기 어느 날 애인에게만 투명인간이 된 남성의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됩니다. 친절하진 않아요. 구조 전반적으로 시각 이상이란 설정을 반영한 느낌입니다. 흐릿한 서사 속에서 진실을 가리는 은유처럼 시각 이상이 드러나고,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표지처럼 더듬더듬 섹스 장면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런데 흐릿함이 너무 심해서, 이 더듬거림이 잘 느껴지질 않습니다. 능력 있고, 주인공 마음 다 알아주고, 먼저 다가와 주고, 바람피운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그녀’는 너무 남성향 로맨스 소설의 여자 주인공 같아요. 어쩌면 ‘그녀’를 모르는 게 주인공뿐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주인공의 게으름 때문일까요, 작가의 게으름 때문일까요. 그것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사피엔스 「내가 아는 최다미」
인공신체를 가지게 된 ‘최다미’라는 초등학생 주인공이 등장하는 명랑만화 같은 소설입니다. 이야기가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은 것도 명랑만화적 분위기를 잘 살리고,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말투도 동화처럼 귀엽네요.

코코아드림 「무저」
1/3정도 읽었을 때 실제로 기역이 하나도 안 나온다는 걸 깨닫고 컨트롤 F를 눌러 한국어에서 많이 쓰이는 어미 중 하나인 ‘가’를 검색해 봤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실험을 하셨어요. e가 안 나오는 영어소설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형식과 내용이 착 떨어지진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탄하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김성호 「내가 네 제사는 꼭 치러줄게」
공포가 겹겹이 쌓여가는 구조가 아주 매끄럽습니다. 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썩어가는 음식을 마구 먹는다거나)들이 장면 장면을 몽타주 해 놓은 공포영화처럼 세련되게 드러납니다. 딸이 죽을 무렵엔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만, 마지막에 가서 주인공의 민낯이 드러나는 부분은 지금껏 쌓여온 몽타주들이 완성되어서 큰 그림을 보여주는 느낌이 드네요. 조금 더 분량이 길고 몽타주들이 복잡했다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 것 같아요.

kangbomb 「디어 브리타」
메타 인간을 등장시켜서, 인간의 사회와 삶, 역사의 축적과 그 역동까지 살핀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다음 단계라는 시절이 사랑과 연대감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까지도요. 최근에는 인간에 대해서 절망하고 경계하는 이야기들이 주로 나오는데 이토록 아름답게 인간을 긍정하는 이야기를 만나니 가슴이 벅차고 행복하네요. Sense of Wonder라는 말이 이렇게 정확하게 어울리는 소설을 오랜만에 읽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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