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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작 안내 1월 심사평

2020.02.15 00:0002.15

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이달의 후보작을 선정합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연말에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번 호 독자우수단편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1월 31일 사이에 창작 게시판 단편 카테고리로 올라온 작품들 가운데 심사 기준을 만족한 작품을 추려 심사, 후보작을 추천하였습니다.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최의택 님의 경계선, 인격, 장애가 선정되었습니다.

최의택 님의 「경계선, 인격, 장애」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한 로봇 ‘에바’와 화자의 딸 ‘아라’를 대비시키는 구조로 진행됩니다. 로봇이며 고통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에바’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줄 모르는, 감정이 없는 천재 ‘아라’. 사람이 이용의 편이를 위해 말하는 기능조차 갖지 못했던 ‘에바’와 의족을 가진 아이 ‘준호’, 오직 정신만이 데이터로 저장되어 있는 ‘수지’, 네 명의 아이 모두 언젠가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곁에 있을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그 중 우리는 어디까지를 ‘아이’로 규정하고 어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아이를 희생하게 될까요. 본질적인 질문이 무겁습니다.

김달영 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1999」는 세상이 멸망한 후의 평행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평행세계와 돌아오지 못하는 평행세계로 갈라지는, 사건 하나마다 무수히 많이 생겨나는 평행세계가 그려집니다.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의 후반부의 강렬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하네요.

김달영 님의 「안 무는 개가 어디 있어」는 안전할 것이라 여겨지는 것에 대한 본능적 공포가 거짓된 것이 아니라는 역설을 다룹니다. 안전하기 위해 다른 생명의 본능을 제거해버리는 과학이 옳은가 질문하게도 만드네요.

김달영 님의 「예술가에게 맞지 않는 부업」은 투수의 사인을 엿보고 던질 공을 미리 할 수 있다면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거라는 야구 팬의 상상에서 출발합니다. ‘전자공학자가 사진사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라는 연속된 두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4차산업혁명을 통해 사라지는 직업과 새로 생겨날 직업에 대한 예측이 종종 올라옵니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사라지거나 입지가 좁아지는 직업은 이렇게 많다는 걸 생각하게 하네요.

거우리 님의 「초보만」은 지구보다 훨씬 발달된 문명의 존재들이 바라보는 지구의 폭력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발달된 외계 문명의 시선에서 바라본 지구의 전쟁, 대화와 설득을 전쟁으로 보기 때문에 폭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을 미개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이들을 굴복시켜서라도 이기고자 하는 문명은 미개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다만 우주를 설득해서 최대한의 아픔 없이 온건하게 발전한 문명이 가지는 제약을 피력하고 따라서 그들이 지구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믿는 이의 목소리는 발전된 세계에서 미개를 동경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서글픈 면이 있네요. 마치 현명한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같다고 느껴지는 것은 기분탓일까요.

거우리 님의 「전쟁의 이름」은 솔3이라는 행성에서 보다 발달한 문명의 존재인 ‘그’와 미지의 존재 ‘아톤’에 얽힌 이야기가 ‘그’의 정체가 점점 형체를 갖추어갈수록 흥미진진해집니다. 태양계 3번째 행성인 지구를 연상시키는 솔3 행성의 존재들 뿐 아니라 행성연합의 의장보다도 초월적인 존재로 보이는 ‘그’에 대해 여운이 강하게 남겨집니다. 글의 편집에서 이탤릭이나 볼드로 표현된 복선 뿐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뒤에 남아 있을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가 주인공인 에피소드가 좀 더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거우리 님의 「파랑새」는 명료한 것 같던 현실이 조금씩 일그러지고 보여지는 것이 환상이며 이면이 있다는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나옵니다. 사건의 진상은 온전히 보여주지 않고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전작과 흡사합니다. 사건이 풀려 나오면서 글에도 속도감이 붙어 이게 뭐지 생각하는 중에 어느새 결말로 치닫습니다. 처음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 보더라도 이야기의 선명도는 높아지지 않습니다. 남자의 마지막 결말의 원인과 실제 일어난 비극의 전말을 상상하니 어느새 등줄기가 오싹해지네요.

거우리 님의 「인명창조」는 죽음을 유예한, ‘좀비’를 연상시키는 생존의 방식을 선물하는 ‘현인신’과 삶과 죽음과 탄생이 있는 삶을 믿는 교황과의 갈등이 탄탄한 대화로 이어져 상실하지 않기에 새 탄생이나 변화가 없는 삶과, 상실하지만 새 생명이 태어나기에 미래를 꿈꾸는 삶 사이에 고민해야 할 정도의 당위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을 낳습니다. 「전쟁의 이름」이나 「파랑새」처럼 이야기가 확산하지 않고 잘 갈무리되어서 같은 작가의 플롯처럼 보이지 않습니다만, 인물의 대사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각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점은 네 작품 모두 돋보입니다.

홍청망청 님의 「닿을 수 없는」은 멸망에서 대피한 공룡들이 지구로 돌아와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를 그려냅니다. 철저하게 집단화를 막는 대신 공룡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한 몸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케이지의 삶을 선택하는 인간과 그에 거부하고 인간의 문명을 다시 되살리려고 하는 저항자들 사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한이 재생되어 죽지 않는 몸의 B-12, 천수의 존재는 마치 히어로를 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주인공 한 명의 영웅담으로 그려지길 원하지 않는 듯 주인공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매력적입니다. 종교의 시작이란 원래 사람들이 영웅을 그리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긴 이야기의 서두처럼 보이기도 하고 천수의 다른 에피소드가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김성호 님의 「탈반」은 동성애자인 동생과 동성애자로 오해받아 괴롭힘당하는 형의 대비로 시작합니다. 싸움의 복수로 보기에는 형이 맏아야 하는 괴롭힘은 정도가 너무 심한데 계속 미안해하기만 하는 형의 비밀, 이야기의 반전까지 끌어가는 복선이 치밀합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동성애자에서 벗어나려는 동생의 노력은 탈동성애캠프로 상징되는 사회적 억압이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비해서 동생이 동성애자임으로 받게 되는 억압이 따로 그려지지 않아서 다소 의아합니다. 왜 동생은 형에게 하필 그런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었을까요. 동생은 M에게 왜 그렇게 대한 것일까요. 동생의 감정에 조금 살이 붙었으면 더 좋았겠습니다.

다른이의꿈 님의 「기억하는 자」는 과거의 환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는 존재, 별을 건너 종족을 건너 계속 이어지는 기억을 가진 존재가 한 종족의 끝을 목격하고 또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가 담담히 이어집니다. ‘기억하는 자’의 설정이 흥미로와 더 많은 이야기를 그에게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김청귤 님의 「이달의 네일」은 그 주변을 공기청정구역으로 만들지만 호흡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고 바람에 흩어질 정도로 약한 존재. 그 자신은 집중하지 않으면 문도 제대로 열 수 없는 ‘미세먼지인간’의 설정은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쓸쓸한 연애와 닮았습니다. 같이 있고 싶으나 있을 수 없고 관계가 밝혀지는 것이 약점이 되는 사랑이란, 모두를 도울 수 있더라도 내 사랑 한 사람을 아프게 한다면 의미가 없겠지요. 관계와, 사랑과,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진정현 님의 「포획」은 멧돼지 사냥꾼이 사냥의 현장에서 만나는 기이한 ‘무언가’에 대한 공포감을 고조시켜가는 서술이 압권입니다. 호기롭게 사냥에 나선 화자가 멧돼지 수가 늘어나고 평소와 다른 상태를 감지해가는 긴장감과 ‘무언기’에 대한 흥미가 고조되다가 갑자기 뚝 끊어지며 마무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무언가’의 정체 전체를 밝히는 것은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후반부를 좀 더 만져보시면 어떨까요. 손에 땀을 쥐며 보고 있던 영화에서 갑자기 엔딩 타이틀을 보는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습니다.

임채성 님의 「영혼을 부탁해」는 ‘영혼’을 맡기고 외국으로 가버린 친구 재우의 말 ‘영혼이 없어도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고 조금 상처가 나도 상관없다’는 말의 울림이 강하게 남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헐값에 넘기고 난 뒤에도, 몇 번의 이사를 거친 후에도 계속 소식을 주지 않는 친구의 영혼을 보관하는 주인공. 친구 재우는 왜 은주에게 영혼을 맡긴 것일까요. 우리 역시도 어딘가에 맡긴 영혼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을까요. 어쩌면 주인조차 잊은 누군가의 흔적을 나만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여러 가지 여운을 남깁니다.

 

 
댓글 3
  • 진정현 20.02.17 12:21 댓글

    생각해 보면 이렇게 읽고 비평해 주시는 게 진짜 감사드릴 일인데 이제야 인사를 드리네요. 감사합니다. 선정되신 최의택 님도 축하드립니다.

  • No Profile
    거우리 20.02.27 22:07 댓글

    일기 쓰듯이 올리고 있었는데 규칙에 밝질 못해서 이제 봤네요 고맙습니다

  • No Profile
    임채성 20.02.29 11:50 댓글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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