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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자우수단편 선정단입니다.

이번 달은 2017년 8월 16일부터 9월 15일 사이에 투고된 단편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투고된 편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다른 달에 비해 높은 퀄리티에 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이번주 독자우수단편 후보작으로는 「토끼 밖 세상」이 선정되었습니다.

미륵(목이긴기린그림)」은 과학적인 소재를 뒤틀어서 종교적인 곳까지 나아가게 하는 형태의 SF입니다. 인간의 원형을 담지한 종교적 소재를 과학과 연결 지으면 매우 강렬한 경이감을 느끼게 되지요. 그런 SF를 읽은 독자는 인간의 본질과 삶의 내밀한 부분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과 좀비의 싸움 끝에 멸망한 인간이 이미 형태를 바꾼 좀비들(하모니언)을 마주하고 어떤 형태로건 인류가 나아가야 할 종적 유대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척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소재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작가가 소설 속 세계관에 가진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으나, 마치 설정집처럼 세계관에 대해 병렬적으로 나열한다거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서 작가의 지식만 나열하는 상황이 몇 번씩 반복되면 독자는 지치게 마련입니다. 특히 마지막으로 가기 직전에는 결말로 가기 위해서 억지로 이야기가 밀려나간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결말을 손에 쥐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에 매료되어서 이야기를 거칠게 떠밀기 쉽습니다. 호흡을 길게 가지고 쓰시길 바랍니다.

「토끼 밖 세상(도도)」은 남성이 임신할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된 상황을 배경으로 한 SF 소설입니다. 여성들에게 소위 ‘스텔싱’은 신체와 삶의 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낳지만, 그럼에도 반복되는 성폭력이지요. 입장을 바꿔서 자신의 신체와 삶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긴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질문을 던졌으나 그 질문에 대한 소설적 완결성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토끼’와 스텔싱의 연관관계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고요. 아이를 좋아하는 주인공의 삶과 스텔싱을 연결지으려고 한 것일까요? 제목에 ‘토끼’가 들어간 이유도 독자에게 설득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이번 달은 3분기 독자우수단편 우수작을 선정하는 달입니다. 우수작으로 2차례 이상 선정되시거나 최종 우수작으로 선정되신 분께는 거울 필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3분기 우수작으로는 「온페인트(DialKSens)」를 선정했습니다.

A :유독한 물질이 가득한 작업장, 기계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그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주인공의 변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탄탄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다소 수상쩍고 비밀이 많아 보이는 곳에서 변해가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위태롭고 위험해 보여서 다음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기대를 하면서 읽어나가도록 독자를 붙잡는 흡입력이 강합니다. 증폭되는 갈등과 의문을 해소하는 결말이 보다 더 극적이었으면 어땠을까 계속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는 주제가 보다 더 깊고 충격적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소중한 사람이 있는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은 것이겠지만, 조금 더 독자를 강렬하게 매혹시키는 개성이 있었더라면……. 자꾸 미련을 가지고 이 글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B :「온페인트(DialKSens)」는 그저 공장의 한 부품으로 살던 사람이 예술가로 각성하는 하루를 그린 작품입니다. 자칫하면 고루한 우화가 될 수도 있는 소재와 주제를 신선하게 그려낸 점, 주인공이 내달리기 시작하면서 글도 같이 내달리는 리듬감을 갖춘 점이 좋았습니다. 소재와 주제도 고루할 수 있었다는 것은 공감하기 쉽다는 뜻도 된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내달리고 나서 숨이 찼는지 마지막까지 같은 수준의 문장과 전개를 유지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마지막은 사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에게 여운을 주면서 확실히 끝맺음을 할 수 있는 결말을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C :아침에 출근할 때 영혼은 집에 두고 출근한다는 농담을 종종 접합니다. 대체로 ‘직장’이라는 체계 속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1백퍼센트의 작업이 아니라, 시간 내에 60~70퍼센트의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노동은 언제나 일정한 자아실현과 자기소외 사이에 위치하게 됩니다. 「온페인트(DialKSens)」는 노동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순을 우화적이면서도 미래적인 설정으로 포착해 냈습니다. 결말까지 내딛는 과정이 급박하다는 인상은 있습니다만, 훌륭한 설정 속에서 주제를 매끄럽게 이끌어내는 솜씨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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