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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신 미스G

천츄판(陳楸帆)

미스G 라는 이름으로 인류의 추앙을 받은 그녀에게도 평범한 이름이 있었다. 그녀는 이번 세기 초 대공황시기에 공작화가 만발한 연해 도시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재난을 피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이사를 다니다가 결국 이 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공작화의 꽃말도 ‘도망’이었다.

 그녀가 태어나자 그녀의 부모는 자식의 성별을 알고 무척 기뻐했다. 당시 사회에서는 여성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았고 다른 측면에서 부모는 자신들의 유전자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의 말 한마디에 딸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그들의 기대는 산산조각났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그녀는 석녀입니다.

 의학적으로 석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미스G는 상대적으로 심각한 경우였다. 선천적 자궁과 질 결함으로 월경이 없고 정상적인 성생활과 출산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난소는 온전해 2차성징은 나타나고 인공수정과 대리임신으로 자손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성인이 되면 수술을 통해 기관을 재건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프로게스테론을 복용한 적도, 뇌전증 가족력도 없었던 미스G의 부모는 이 불행을 그저 운명으로 돌리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부모는 그녀가 일체의 성지식과 접촉하는 것을 최대한 막았지만 미스G는 열세 살 때 자기가 다른 여성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엄마, 친구들은 계속 피를 흘려요. 학교에서 돌아온 미스G는 놀라서 어쩔 줄 몰라했다.

 어머니는 머리를 쥐어짜 아름다운 동화를 지어내 그녀의 다름을 하늘의 선물이라고 말해주었다. 가장 순결한 천사, 어머니는 더럽고 사악한 것에서 너를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고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열여덟 살 전까지는.

 미스G는 부러움과 질투를 한몸에 받았다. 그녀에게는 생리통으로 인한 괴로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체육 성적은 안정적이었고 주기적으로 알 수 없는 정서의 기복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다른 여자아이들에 비해 차분하고 침착했다.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지켰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남들과 다르면 배척당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고, 무리에서 떨어진 외로운 기러기의 결말은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호기심과 걱정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졌다.

 그녀는 도서관과 인터넷에서 성 생리학에 관한 지식을 찾아보았고 거의 절망할 때까지 계속했다. 그녀는 이번 생에서 자기는 진정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16년이 흘렀어도 그들은 여전히 남성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사용하는 구멍만을 만들어내면서 당신에게 정상적인 인생을 돌려주었다고 그럴듯하게 둘러댔다.

 열일곱의 문턱에서 그녀는 한 남자아이를 만났다. 그들은 쪽지를 주고받고, 전화하고, 만나고, 영화보고, 입맞추고…, 연인들이 해야 할 것은 다 했다. 그녀는 자기가 곧 소위 ‘정상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그녀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줄행랑을 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녀의 별명과 전설에 관한 소문이 학교에 쫙 퍼졌다. 그녀는 울어도 보고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잠재되어 있었던 페미니즘이 싹텄고 또한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럴 섹스에 대해 들어봤어요? 의사가 진지하게 물었다. 조사에 따르면 67%가 오럴 섹스 경험이 있고 34.8%가 오럴 섹스가 더 만족스러운 성행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그의 벗겨진 머리를 보면서 그중 남녀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는 묻지 않았다.

 구강 점막 질 이식 재건술은 우선 질을 만들고 그 다음 구강 점막의 일부를 떼내 새로 만든 질 안에 붙이는 것입니다. 14일이면 생착이 되고 30일이면 섹스를 할 수 있어요. 냄새도 없고 출혈도 적고 유착도 잘 안 됩니다. 구강 점막과 질 점막은 같은 조직이라 구별이 안 된다고 보장합니다. 아래쪽에 입이 하나 더 있는 셈이지요.

 내가 정상적인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스케일링 미백과 충치 치료를 포함한 구강 케어를 제공합니다. 의사는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수술 후 회복 단계에서 적응 연습을 하도록 모조 기구나 탐폰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내가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을까요? 선생님?

 여성의 85%가 평생 오르가즘을 경험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의사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녀는 누군가의 성적 장난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 사람이 그녀의 진짜 마음도 모르면서 그녀의 영혼을 사랑하게 되었다며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할 지라도 말이다. 그것은 여성의 존재 의미가 아니다.

 미스G는 슬펐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끝내고 짧은 머리와 중성적인 옷차림을 하고 대학교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몇몇 동성연애 동아리가 그녀에게 접촉을 해왔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그녀는 몇 명의 여성과 깊고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갈망이 채워지지 않았다.

 대학은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여러분 모두 용감하게 시도해 자신의 인생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미스G는 말을 잘 듣는 착한 학생이었다. 그녀는 각국의 포르노를 섭렵했고 대마초를 피우고 환각제도 사용해봤으며 SM을 해보고 심지어 질식게임을 하다가 정말 죽을 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하면 할수록 불만족스러움은 더 커졌다. 마치 퍼즐에서 한 조각이 빠진 것처럼, 화려한 다른 조각으로 주의력을 분산시킬수록 퍼즐의 완전한 모양이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결핍은 모든 행동의 원초적인 동력이다. 이런 점에서 프로이드의 말은 맞았다.

 미스G는 외부에서 마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역치를 높이는 자극적인 체험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것들은 불만만 더 커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공인 철학을 통해 형이상학적 사고로 빠진 퍼즐 조각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플라톤에서 아우구스티누스, 칸트, 라캉, 지젝, 상예 갸초(Sangye Gyatso)를 섭렵해도 이념세계의 판도는 파괴와 재편이 끊임없이 반복됐지만 결국 공허한 황무지로 돌아왔다. 그녀는 고생 고생하며 찾아헤맸지만 오아시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햇빛 찬란한 일요일 새벽, 그녀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신앙은 타고나는 것이다. 미스G가 교내에 있는 각 종교 동아리를 다니면서 신자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얻은 결론이었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종교에서 안정감과 승화감을 느낀다. 아마도 대뇌의 식별 기능이 이상을 일으켜 신자가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기도라는 의식을 하면 ‘신의 발현’과 비슷한 신경증상이 나타나 신의 이름으로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리라.

 그녀는 자료를 찾아본 결과 뇌 고랑(sulcus)에 전기 자극을 가하고 다량의 엔도르핀을 더하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골라 담는 도시락처럼 그녀도 신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그녀는 자기를 흠모하던 의대 여학생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필요한 기기와 약물을 손에 넣었다. 그녀들은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면책성명에 서명했고 의미심장한 딥키스로 이중 보험을 들었다.

 어둠 속에서 미스G는 자기의 심장 박동이 무겁고 빨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마치 원시 부족의 북소리 같았고 모닥불처럼 일렁거렸으며 거대한 뱀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시작합니다. 가짜 세례자가 이렇게 말했다.

 순간,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번개 한 줄기가 혼돈의 머릿속을 내리찍었고 흰 비둘기가 이마에 내려와 두개골강을 거쳐 목 뒤에 착지해 척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턱이 약간 벌어지고 얼굴 근육이 덜덜 떨렸으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거대한 행복감이 마치 잘 익은 사과가 가지를 휘어놓듯 그녀의 말초신경을 하나하나 휘어놓았다.

 이것은 그녀가 이제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평온함과 차분함이었다. 마치 몸 안의 대문이 무한하고 광활한 시공을 향해 활짝 열린 것 같았다. 그곳은 밝고 따뜻했으며 생명의 한 부분이 갠지스강가의 모래처럼 광채를 내뿜으며 천천히 흘러넘쳤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조물주에게 오르가즘을 달라고 빌었다. 질과 남자 또는 기구를 통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자유의 오르가즘을.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자 실험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참 뒤에야 그녀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건물 밖으로 나왔다. 몸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건조하고 뜨거웠다. 한밤중 교내는 텅 비어 있었고 발정난 야생 고양이만 가끔 길을 가로질러 갔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호숫가에 도착했다. 나무 그림자가 너울거렸고 달빛이 물 같았다. 그녀는 옷 아래 피부가 당기고 뜨끈뜨끈하며 끈적거리는 것이 촉감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옷을 벗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밤 바람이 스치자 달빛 아래에서 그녀의 몸이 마치 호수 표면에 물결이 일렁이는 것처럼, 매끈했던 피부가 주름이 진 것처럼 융기되어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손가락 끝으로 융기된 부분을 건드리자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쾌감이 전기 충격처럼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다시 한 번 바람이 스치자 그녀의 몸이 마치 보리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작은 융기 아래 숨어있는 강력한 위력을 지닌 쾌감 지뢰가 발굴되어 폭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빗물은 중력가속도를 따라 차갑고 하얀 달빛을 통과해 반짝거리면서 그녀 피부의 융기된 부분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쾌감으로 빠르고 집중적이었다. 폭발적인 위력이 점에서 선으로 연결되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시간 감각을 잃어버렸고 모든 빗물이 동시에 명중되고 또한 동시에 튀어나가는 것 같았으며 총알처럼 온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통증을 느꼈고 이어서 쇼크를 일으켰다. 체액이 빗물과 섞이면서 그녀의 몸을 감싸 그녀의 몸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미끈하고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곧 죽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비가 그쳤다.

 미스G는 행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몸에 상처가 없었기 때문에 몇몇 과를 전전하다가 결국 신경과의 닥터S에게 보내졌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문진을 한 닥터S는 보물이라도 얻은 양 예약 환자들을 취소하고 문을 걸어 잠근 다음 그녀를 꼼꼼하게 살폈다. 뇌전도, CT, fMRI 모두 이상이 없었다. 닥터S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한 번씩 한 번씩 미스G의 피부를 융기시키고, 분비시키고, 떨림과 쇼크가 나타나게 했다. 라텍스 장갑을 갈아끼는 그의 표정은 침착했고 사타구니 사이에는 물건이 없었다.

 그는 미스G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한 최초의 남자였고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신기한 느낌을 억제할 수 없었다. 이 남자가 다르게 느껴졌다.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는 다른 40억 생물과는 달랐다. 그녀는 무엇이 다른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손 끝이 자기의 몸에 닿는 순간 세상이 클라인병[1] 형태로 비틀렸다. 적어도 그가 랜싯[2]을 들기 전까지는.

 그거 알아요? S가 말했다. 그들은 G점에서 더 많은 말초신경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혁명을 가져올 것입니다.

 미스G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되고 싶지 않았다. 지적 호기심이 강한 이 남성이 사랑이나 성을 갈망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과도하게 분비된 체액 덕분에 그녀는 S의 품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올 수 있었고 오르가즘의 환각에서 깨어나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녀는 달렸다. 벌거벗은 상태로. 체액에서 김이 올라왔다. 그 시대에 이런 행동은 그다지 과한 것은 아니었지만 교통관리 부처는 그렇지 않았다. 인간 대뇌의 한계 때문에 그들은 도로 상황과 나체로 질주하는 여인에게 동시에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없었다.

 미스G는 순찰기에 의해 도로 갓길에 세워졌고 그녀의 나체 영상이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통제실 스크린벽에 다양한 각도로 비춰졌다. 전자합성 목소리가 그녀에게 신분 증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길가의 비탈을 쳐다보았다. 이 동작이 캡쳐되고 확대되어 도주 의도로 인식되었다. 순찰기가 속박 전류를 쏘았고 미스G는 번쩍 하는 소리와 함께 땅으로 쓰러졌다.

 스크린벽의 64개 스크린에 다른 각도, 크기, 해상도로 하나의 몸통이 비쳐졌다. 살색의 잔잔한 파문이 스크린 가득 넘실거렸다. 그것은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진동이었다. 모니터링 요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의자가 넘어지면서 큰 소리가 났고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깨어난 그녀는 자기가 병원 침대에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침대 옆에는 각종 기기가 있었고 사방은 흰색 벽이었다. 방 안에는 남자 세 명이 있었다. 의사인 듯한 남자가 그녀의 몸에서 전극을 떼어내고 있었다. 한 명은 옆으로 서 있었다. 그는 시가를 들고 있었지만 피우지 않았고 곁눈질로 그녀를 살피는 눈빛이 복잡했다. 다른 한 명인 배가 나온 남자는 쇼파에 앉아있다가 그녀가 깨어나는 것을 보더니 반가운 척했다.

 우리가 당신을 치료해 줄 것입니다. 조직의 이름으로 장담하지요. 그가 말했다.

 필요 없어요. 미스G는 기력이 없어 간신히 말했다.

 서 있던 남자와 앉아 있던 남자가 눈빛을 교환하더니, 씨익 웃었다.

 미스G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옆으로 서 있던 남자가 손짓을 했고 의사가 묶여있던 팔과 다리를 풀어주었다. 그녀는 자기가 하늘색 환자복을 걸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헐렁했지만 피부와의 마찰은 피할 수 없었다. 그녀가 신음하자 세 남자가 부자연스럽게 자세를 바꿨다.

 하늘색 환자복에 얼룩덜룩하게 물자국이 생기더니 몸의 윤곽이 드러났다.

 새옷이 필요할 것 같군요. 서 있던 남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3일 뒤 새옷이 도착했다. 새옷은 싸구려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명품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미스G만을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일반적인 보디 슈트처럼 보였지만 젤 같은 질감이었고 특수한 섬유구조에 미세한 공기주머니가 빽빽하게 깔려있어 한쪽이 압력을 받으면 공기주머니의 형태가 변하면서 압력이 빠르게 분산되어 미스G가 받는 자극을 최대한 줄여주었다.

 그들은 센스있게 컬러와 무늬도 선택하게 해주었다.

 거울의 실버 라인을 본 순간, 미스G의 머릿속에 S가 들고 있던 랜싯이 스쳐지나갔다. 일이 너무 빠르고 집중적으로 발생해 그녀가 찬찬히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토록 원했던 오르가즘이 언제든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불치병으로 변해버렸다. 그녀는 자기가 빠르게 늙고 있는 것 같았다. 오르가즘을 느낄 때마다 얼굴에서 광채가 났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녀는 S의 발기부전은 어쩌면 같은 과정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뒤, M선생과 P장관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미스G는 이 두 남자가 자기를 두려워하지만 위엄을 가장해 당황한 모습을 감추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고의로 자기 몸을 문질러 그들이 매우 난처해 하는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웃었다. 그녀는 지금이 자기가 태어난 이후 정상적인 여성에 가장 가까워진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계약은 연예인 매니지먼트 같았지만 훨씬 지루하고 복잡해 미스G는 여러 번 읽어도 요점을 파악할 수 없었다. M선생이 계약서를 잡아채더니 방 한쪽으로 집어던지고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할 일은 오르가즘을 즐기는 것입니다. 다른 것은, 우리가 책임질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미스G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자기에게 다른 선택은 없는 것 같았다. 적어도 폐쇄된 이 작은 방 안에서는 그랬다.

 예명이 필요해요.

 그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이미 있다고 말했다.

 미스G라는 이름이 상류사회에서 은밀하게 퍼져나갔다. 공연은 초청 예약제로 진행되었고 가격은 결코 싸지 않았으며 비밀은 철저하게 보장되었다. 초대받은 귀빈은 밀폐된 VIP룸에 혼자 들어가 공연을 관람했다. 그러나 육체 접촉이나 언어 교류는 허락되지 않았다. 시범운영 단계를 거친 후 그들은 고대 오페라극장의 말굽 구조를 모방한 세트에 독방 형태의 좌석만 남겨두었다. 한번에 최대 64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디스플레이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인체를 30피트 높이까지 확대해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실제처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하여 살색의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만조와 간조를 보는 경험을 선사했다.

 그들은 더 나아가 가격 경쟁과 기부 모드도 고안해 고객의 상호작용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이익을 극대화시켰다.

 미스G는 자기에게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그녀는 선글라스와 이어폰을 착용하고 상태에 들어갔다. 무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얀 빛을 제외하고는 칠흙 같은 어둠 뿐이라 마치 태고적 우주 같았다. 지위가 높고 권력도 있다는 남자들은 그 속에 숨어서 그녀의 오르가즘을 통해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긴장되어 그들이 말한 것처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그녀는 이어폰으로 들리는 지시에 따라 했지만 순수한 희열에서는 점점 멀어져 결국 외부의 힘을 가해 목적지에 도달한 다음 온몸이 축축해진 채로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배경을 계속 바꿨다. 빗속, 숲속, 사막은 물론 바닷속에서 초대형 문어와 결투를 벌이고, 벨벳이 깔린 궁전에서 혹형을 받고, 외계 행성의 점액 소용돌이서 빠져나오는 등 마치 지난 세기 7-80년대의 B급 포르노처럼 스토리는 결국 이중적 의미를 지닌 싸구려 오르가즘으로 향했다.

 미스G는 자기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 인형 같다고 느꼈지만 바람이 자기를 어루만지고 비가 자기를 간질였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그 강렬했던 첫경험을 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게슈탈트[3]의 의미를 초월했다. 그녀는 문득 자기에게는 이제 남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이 그녀의 남자고 물이 그녀의 남자고 빛이 그녀의 남자고 전세계가 바로 그녀의 남자였다.

 이것은 훗날 그녀의 성학(性學) 사상의 중요한 명제 중 하나가 되었다.

 반면 저 진짜 남자들, 세계를 장악했다는 거물들은, 미스G는 선글라스를 벗고 텅 빈 어둠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치 벌레처럼 숨어있는 숫컷들과 눈을 맞추려는 것 같았다. 당신들은, 그녀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이어폰에서 추궁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그저 음경에 기생하는 열등한 생물일 뿐이야.

 그녀의 음성 신호 채널이 차단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온 거물들이 성적 장난감이 자기를 평가하는 것을 기분좋게 들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를 말이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었다.

 미스G는 시대의 명줄을 움켜쥐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제3차 성(性) 위기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성 안전과 성 정체성이 주제였던 인류의 제1차, 제2차 성 위기가 기술의 진보로 순조롭게 지나갔다고 한다면, 제3차 위기는 근본적인 충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인류의 성감에 문제가 나타났다. 성욕 감퇴, 출산률 저하, 인구 고령화, 중성화 추세 같은 것들은 모두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고 더 치명적인 것은 인류라는 종에 진화의 구동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치 노쇠하고 쳐진 음경처럼. 이것이야 말로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

 약물과 기구로도 성적 흥미를 유발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하늘이 내려주신 은총처럼 미스G를 발견한 것이다.

 미스G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그녀도 이 점을 감지하고 이용했다.

 그녀는 자기에게 맞는 배경을 직접 설계했다. 버스에서의 스침,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우연한 만남, 운동장에서의 기구 훈련…. 드라마틱한 갈등과 시각적 충격이 없는 배경은 비난을 받았지만 이후 학자들의 소중한 연구 자료가 되었다. 이런 일상생활 배경은 청소년기에 억눌렸던 미스G의 성적 환상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되었다.

 그녀는 고객들을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업계의 오랜 전통처럼 모든 사람이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있고 가면도 없고 한방향 유리도 없이 말이다. 이것은 큰 파문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이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화를 내면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돈을 더 주겠으니 얼굴에 모자이크를 해주는 특권을 달라고 했다.

 특권은 없어요, 예외는 없습니다. 미스G는 이렇게 말했다.

 M선생과 P장관은 리모컨이 이미 그녀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스G는 무선 포스 피드백 장갑을 보상으로 제공했다. 고객은 특정 시간에 장갑을 끼면 가상으로 미스G의 몸을 어루만질 수 있고 상응하는 피드백을 얻게 되었다. 심지어 축축한 느낌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 부가 서비스는 큰 사랑을 받았다.

 그 다음 그녀는 VIP 룸 창턱에 등을 설치해 고객이 발기하면 녹색으로 변하고 사정하면 붉은색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 그녀는 부스 안에 체액에서 추출한 페로몬 향수를 뿌려줄 것이라고 했다.

 미스G는 이렇게 게임의 규칙을 바꿔나갔다.

 이제 그녀가 주인이 되었다.

 미스G는 일상적인 배경 속에서 희롱하면서 촉촉해질 때 고객의 이미지를 임의로 선택했다. 어둠 속에 다양한 남자의 두상, 반신상, 나체가 떠다니면서 그녀의 눈동자를 따라 커졌다가 작아지고 구부러지고 늘어났다. 그녀는 신음하고 비틀고 떨었으며 그때마다 피부 표면에 태풍처럼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녀는 녹색등이 깜박이고 켜지고 붉게 변했다가 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자들이 중력에 대항하고 세월과 싸우다가 거친 숨소리로 변하고 천천히 사라지는 미세한 반응의 차이를 느꼈다.

 그녀는 자기가 조련사 같기도 하고 과학자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자신의 육체와 음경에 기생하는 생명체를 연구하고 둘 사이에 잘 짜여진 연결고리를 연구하느라 피곤한 줄 몰랐다.

 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등은 시종일관 녹색이었다. 룸에 들어간 순간부터 다른 룸의 등이 야간 항로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가 소멸할 때도 그의 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다.

 미스G는 그의 이미지를 선택해 확대했다. 평범한 얼굴로 넓고 비율이 맞지 않은 특별제작 바지에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그의 등은 붉은색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가 룸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좌절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 남자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졌다.

 미안합니다. 제 권한 밖의 일입니다. M선생이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극장 공연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계약은 중지되었습니다.

 그들이 불법이라고 생각하나요? 이것이 미스G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아닙니다. M선생이 웃었다. 눈빛은 여전히 복잡했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소수 실력자 계층이 아닌 전 인류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매니저가 필요하겠지요?

 미스G는 이것이 그 남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녀는 두려웠다.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하는 것과 햇빛 아래서 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여전히 다른 선택은 없었다.

 광장에서의 첫 번째 공개 공연은 재난으로 변질되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겨를도 없이 미스G는 군용 헬기에 실려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발 아래 수만 명의 사람이 펄펄 끓는 바다처럼 일렁거렸다. 강간, 강도, 짓밟음, 구타, 방화, 성적 충동이 폭행으로 이어졌고 바이러스처럼 군중 사이를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녀는 군중에게 끌려가는 시체들이 그려내는 긴 핏자국을 보면서 괴로워 눈을 감았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M선생은 떨고 있는 미스G를 위로했다. 이제 미디어에서만 공연해야겠군요.

 실제로는 미디어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휴대용 홀로그래픽 영상장치를 제작하고 정선된 공연 24편을 기본 제공했다. 일반 대중은 이것을 ‘성상(聖像)’이라고 불렀다. 소프트웨어 암시장에서는 암호를 푸는 고가의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문제라고 할 수 없었다. 샤먼에 가까운 소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미스G가 전달하는 성 에너지는 현장이 제일 강력하고 성상이 두 번째이며 대중매체는 그 다음이고 급에 따라 줄어들다가 불법 성상은 경건함을 위배했기 때문에 효과가 가장 떨어진다고 믿었다.

 광장 공연으로 124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당했다. 사건은 집단 성 소란으로 규정되었다.

 미스G는 공연 요청을 모두 거절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오르가즘은 몸과 마음의 희열을 주고 성감을 끌어내며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힘을 폭발시키지만 파괴력이 강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며 지도할 수도 없다. 이것은 이 세계에서 필요한 성이 아니었다.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려는 환상은 이미 산산조각 났으며 성을 이용한 공연은 다시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 존재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녀는 다시 한 번 자아 정체성이라는 정신적 위기에 빠졌다. 그녀는 선종(禅宗)의 참선을 통해 ‘공(空)’의 상태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숫자를 세면서 호흡하고 집착을 내려놓고 생각이 오고 가고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마음이 깊고 고요해지는 여래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미스G는 놀랍게도 녹색등이 꺼지지 않았던 그 남자 말고도 손에 랜싯을 들고 있던 닥터S도 마음속에서 떨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미스G에 대한 면역력이었다.

 갑자기 그녀는 다음에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깨달았다.

 이번 쇼는 유례없는 규모였다. 전세계 중계권료가 월드컵 개막식 가격대에 팔렸고, 현장 관객은 안전을 위해 엄격한 검사를 거쳐야 했다. 공연전 게스트 라인업도 대단해 인도의 카마수트라 공연팀과 최음 전자음악의 대가 디제이 포(DJ Pho)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드라마틱한 방법으로 등장했다.

 헬기에서 줄에 매달린 구체가 내려와 지상 200피트 높이에서 멈추더니 체육관 꼭대기에 특별 가설된 스탠드에 안정적으로 매달렸다. 초대형 스크린에 구체가 클로즈업 되었다. 투명한 케이스가 탐조등 불빛을 받아 유리 같은 효과를 냈고 반투명 슈트를 입은 미스G가 갓태어난 아기처럼 구체 안에서 움크린 채 떠 있었다.

 폭발적인 환호성이 터져나왔다가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자 마치 대관식이나 세례식처럼 공연장에 적막이 흘렀다.

 빛 기둥이 나타나 구체를 아래에서 위로 끌어올리자 빛이 굴절되어 분수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졌고 전자음악의 리듬에 따라 경련을 일으키듯 색깔이 바뀌었다. 약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세기의 환각파티에 온 것 같았다. 빛과 색이 망막에서 일렁이고 섞이고 흘러넘쳐 신도들의 신경을 강렬하게 자극했다. 구급요원들이 과도한 흥분으로 실신한 육체들을 바쁘게 옮겼다.

 미스G는 천천히 몸을 펴면서 수억 년 동안 진화해온 생명체를 모방하다가 마지막 인간의 형상에서 멈추었다. 그녀는 일곱 빛깔의 광환 아래 경건하게 모여 있는 사람들을 응시하면서 성모 마리아처럼 두 팔을 벌리고 미소를 지었다.

 스크린에 거대한 형광 글자가 반짝거렸고 관중들은 박자에 따라 한목소리로 외쳤다.

 MAKE ME COME!

 MAKE ME COME!

 MAKE ME COME!

 가느다란 녹색 빛줄기가 관중석에서 출발해 광활한 밤하늘을 지나 구체로 들어갔다. 대형 스크린이 클로즈업으로 전환되고 녹색 빛이 케이스에서 굴절되어 미스G의 가슴에 명중했다. 그러자 광감 슈트에서 하늘색의 작은 번개가 번쩍하더니 피부로 전달되었고 솜털이 주뼛 서면서 여신의 입술이 가볍게 들썩거렸다. 거대한 신음이 돌비 시스템을 거쳐 체육관 전체에 울려퍼졌다. 관중은 거의 동시에 인간 파도처럼 일렁였고 스크린에 보이는 근섬유의 떨림은 가라앉지 않았다.

 관중은 그제야 좌석 아래에 있던 레이저펜의 용도을 알아차렸다.

 가랑비 같은 무수한 광선이 광구(光球)로 쏟아지자 체육관 정중앙에 불균형한 광원뿔이 형성되더니 구 안으로 집중되어 마치 분노한 파도처럼 미스G를 집어삼켰다. 전기 불꽃이 마치 계절풍 시기 남태평양의 구름층처럼 그녀의 몸에서 피어나더니 유두, 겨드랑이, 사타구니, 귓불, 배꼽, 손바닥 등으로 퍼졌다. 마치 천천히 회전하는 프랙탈[4]처럼 그녀의 피부와 근육에 사지와 매우 유사한 나선 형태가 나타났고 흰독말풀처럼 무궁무진한 즙과 쾌락을 생산해냈다.

 이 모든 것이 홀로그램 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의 시야를 강타했다. 사람들은 이미 미쳐있었다.

 통제를 벗어날 기미가 보이자 안전팀이 긴급하게 인력을 소집했다.

 미스G는 광란 속에서 마치 처음의 그 비오는 밤으로 돌아간 듯했다. 그녀는 폭풍처럼 쏟아지는 빛의 커튼 너머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이 총총했고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르가즘 상태의 인간은 여전히 시공의 제한을 받았고 의식의 틀에 갇혀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고요하며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에 멈췄다고 느꼈다. 맑고 투명한 액체 방울, 반짝거리는 먼지, 어지러운 불빛, 그리고, 온 세계가.

 그만. 그녀가 말했다.

 멈추세요.

 구체에 있던 광선이 작아지다가 사라지고 음악이 멈추자 군중의 가열된 분위기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들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생각을 대신할 수 있는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보는 대로 얻는다. 미스G는 처음처럼 평온했다. 그녀는 얼굴의 액체를 닦고 성욕에 찬 십만 명의 신도들 앞에서 그들에게 반 오르가즘을 선사하기로 결심했다.

 오르가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런 척한 것 뿐이에요.

 모든 것은 환각이고 모든 것은 자아에서 비롯되었으며 모든 것은 결국 소멸됩니다.

 관중은 이 말의 뜻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환상이 깨졌다고 느꼈다. 어떤 사람은 울음을 터뜨렸고 어떤 사람은 분노해 안전요원의 차단벽을 부수려고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은 묵묵히 몸을 일으켜 좌석을 떠나 체육관에서 나갔다. 예전에 그들에게 있었던 성감이 생명에서 사라진 것처럼 그저 시간 문제였다. 지구 인구의 85퍼센트 이상이 위성 채널을 통해 이 가슴 아픈 장면을 보았고 전 세계가 불응기에 빠졌다.

 미스G는 난장판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전신이 허탈해졌다. 그녀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구세주 역할을 할 힘이 없었다. 거짓 희망은 그녀와 전 인류를 같이 불사를 것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성감의 권력을 모든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닥칠 상황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랭적도’라는 극단주의 종교단체가 미스G를 신성 모독과 사기 명목으로 평생 조직의 사냥 대상으로 삼을 것이며 처형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오르가즘 속에서 죽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녀의 특수체질은 성형수술로 인한 후유증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이름을 숨기고 멀리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과거의 고객들에게 보호를 요청했다. 어쨌든 그들 중 상당수는 대단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냉정하게 거절당했다. 그녀를 살해하겠다고 쫓아다니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기를 쳤다는 이유였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진상이 알려진 이후 미스G의 공연은 더 이상 그들의 성욕을 자극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나는 사기친 게 아니라니까. 미스G는 생각했다.

 다행히 M선생은 약속대로 거액의 보수와 계약 파기 보상금을 지불했다. 그는 두 팔을 벌렸다가 내려놓고 담담하게 몸조심하라는 말만 남기고 검은색 캐딜락 속으로 사라졌다.

 도망은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미스G처럼 상징적인 인물은 더더욱 그랬다.

 그녀는 큰 돈을 들여 인적이 드문 곳으로 숨었고 더 많은 돈을 들여 도와줄 사람을 구했다. 민감한 체질 때문에 특수한 기계가 필요했던 탓에 그녀는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없었다. 미스G는 몇 년 동안 알프스 산 속에서 후브스굴호까지 철새처럼 이동했다. 그녀는 심지어 통가공화국에서 무인도를 빌리기도 했지만 평화는 늘 짧았고 ‘한랭적도’의 세력은 어디에나 나타나 더 높은 가격과 명예를 내걸었다.

 마지막으로 운좋게 탈출한 곳은 뉴질랜드 남섬의 밀퍼드 사운드였다. 마음씨 좋은 현지 가이드가 거칠게 생긴 외지인 한 무리가 테아나우로 향하는 길에서 오가는 차량을 막고 미스G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묻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기차역도 없고 정기 여객선도 없고 사방이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과 빙하 뿐인 곳이었다. 미스G는 무력하게 그 비쩍 마른 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은 그녀의 눈을 피해 물에 비치는 마이터피크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배가 저지당했다.

 해운회사도 매수된 것이 분명했다. 장정 몇 명이 증명서도 제시하지 않고 배 안을 뒤졌다. 저 안에 뭐가 있습니까? 우두머리인 듯한 남자가 갑판의 문을 가르켰다.

 생선이요. 청년이 문을 열자 비린내가 훅 밀려왔다. 죽은 생선. 청년이 보충설명했다.

 우두머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몇 걸음 뒷걸음질치면서 부하에게 내려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부하는 문 앞으로 가더니 욕설을 내뱉고 숨을 꾹 참고 소매를 걷어올리고는 생선 더미로 손을 쑥 집어 넣었다.

 미스G는 전신이 미끄러웠다. 그녀는 비린내 때문에 기절할 것 같았다. 주위의 죽은 생선이 휘저어지자 작은 비늘 조각들이 그녀의 피부를 자극했다.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온힘을 다해 신음을 참았다. 바로 그때 손이 그녀의 복사뼈를 스치고 지나갔다. 강렬한 쾌감이 몰려와 그녀는 근육이 떨리는 것을 억누를 수 없었다.

 부하는 얼굴색이 변하더니 손을 빼고 흉악한 표정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청년을 몇 초 동안 쏘아본 다음 뱃전에 엎드려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살아있는 것도 있잖아. 그는 기침을 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미스G는 이런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녀는 스스로 끝내기로 결심했다. 영원히 처녀인 몸으로 처형당하기 전에.

 그녀는 태어난 곳으로 돌아갔다. 공작화가 만발한 그 도시로. 그녀는 집에서 길 하나 사이에 있는 호텔에 머물며 멀리서 늙은 부모를 바라보았다. 옛날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하나씩 떠올랐다. 그녀는 자기가 벌써 오래전에 늙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돈 외에 무엇을 남겨놓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남겨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억은.

 부모 외에 그녀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인생 전부를 오르가즘을 좇는 데 바쳤고 결국 오르가즘 속에서 죽을 것이다. 오르가즘 뿐인 인생은 오르가즘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그녀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남들과 달라지려고 했지만 결국 같아졌고,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유한한 육체로 무한의 경계를 추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물은 유한하다, 우주도, 자유도, 사랑도.

 오르가즘도 예외일 수 없다.

 그녀는 자기자신의 신도가 되었지만 희생할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에서 그녀는 호텔 욕조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16개의 분사 꼭지와 5단계의 세기 중 선택이 가능했다. 그녀는 욕조의 용솟음치는 액체 속에서 탈수로 죽을 것이다.

 미스G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욕조에 몸을 푹 담궜다. 쾌감, 끝없이 이어지는 쾌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몸이 물살보다 더 맹렬하게 흔들렸고 현기증이 일었다. 사레가 들렸다. 오르가즘이 끊임없이 피부 구석구석을 후려쳤고 모공 속으로 파고들었다. 아팠다. 그녀는 조금 후회스러워 물을 잠그려고 손을 뻗었지만 미끄러졌다. 그녀는 욕조에 앉을 힘도 없을 정도로 쇠약했고 중력은 그녀를 아래로 끌어당겼으며 끈적하고 미끄러운 체액은 암류처럼 솟아올랐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 그녀를 꽉 붙잡았다. 마치 나무 진액이 벌레를 꼼짝 못하게 붙잡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은 환각이고 모든 것은 자아에서 비롯되었으며 모든 것은 결국 소멸된다.

 모든 것은 결국 소멸된다.

 소멸된다.

 커다란 손이 물 속에서 그녀를 들어올려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그리고 그녀를 돌아눕히고 고개를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가슴을 압박해 물을 뱉어내게 했다. 미스G가 격렬하게 기침을 하자 입에서 물과 피 거품이 분출되었다.

 그녀는 그 사람의 정면을 보지 못했지만 모호한 의식 속에서 얼굴 하나가 거품처럼 떠오르더니 점점 형태가 잡혔다.

 영원히 녹색등이었던 그 남자였다.

 그였다. 그의 눈에는 욕망이 아닌 걱정이 가득했다. 세계가 다시 클라인병 형태로 바뀌었다.

 당신이 나를 구했어요. 미스G는 자기 입에서 이런 진부한 대사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오, 당신이 나를 구했습니다.

 그 남자는 미스G의 손을 자기의 가랑이로 가져갔다. 딱딱한 물건이 만져졌지만 음경은 아니었고 용기 모양의 보호장치였다. 그녀는 무엇인가 알 것 같았다.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또 다른 신도였다.

 당신은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를 것입니다.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없었으면 나는 혼자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미스G는 번개가 갈라놓은 자신의 반쪽을 보듯 그를 바라보았다.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미스G와 F선생은 바다를 마주하고 나란히 섰다. 그러나 기대지는 않았다.

 바닷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두 눈을 감고 그곳에 서 있었다. 물보라가 모래사장에 부딪치자 흔적만 남고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들은 시간을 망각하고 공간을 망각하고 망각을 망각한 듯했다.

 길게, 하늘과 바다 사이의 쉼표처럼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도달했다. 느리고, 맹렬하고, 축축하고, 동시적으로, 도달했다.


* <문예풍상·영웅주의(文藝風賞·英雄主義)> 2011년 발표

* 작가 : 천츄판
천츄판 또는 스탠리 찬(Stanley Chan)은 1981년 중국 산터우에서 태어났다. 그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80년대생 중국 SF 작가 중 한 명이다. 2004년부터 「Science Fiction World」, 「Esquire, People 's Literature」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 40편이 넘는 단편을 발표해왔다. 2006년에는 중국 고전 스타일로 쓰여진 「닝산 동굴의 기록(A Record of the Cave of Ning Mountain)」으로 대만의 드래곤 판타지 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 3회 갤럭시 문학상 및 제 9 회 중국 성운상(Nebula Award)을 수상했다. 10편 이상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되어 「Clarkesworld」, 「Interzone」, 「Fantasy & Science Fiction」 및 기타 잡지에 게재되었다. 2012년에는 단편 소설 「The Fish of Lijiang」로 Science Fiction and Fantasy 번역 상을 수상했다. 토르(Tor) 사에서 그의 장편 소설 『The Taste Tide』를 영어권 시장에 곧 출간할 예정이다. 「G is for Goddess」는 2012년 제 3 회 중국 성운상의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으며, 영어로 번역되어 중국의 80년대생 세대의 SF 단편을 묶은 『The Sound of Salt Forming』에 수록되었다.
*번역 : 이현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중번역학과를 졸업하였다.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다가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류츠신의 장편 SF 삼체 시리즈의 1부를 번역한 바 있다. 그외에도 『텐센트, 인터넷 기업들의 미래』, 『이것이 마윈의 알리바바다!』, 『오직 결과로 말하라』 등 다수의 중국서적을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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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바깥쪽과 안쪽을 구별할 수 없는 단측곡면(單側曲面)의 한 예로 독일의 수학자 F.클라인이 고안하였는데, 이 항아리에서는 항아리의 양끝이 접속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닫혀 있는 데도 사실은 열려 있다.(두산백과) - 옮긴이 주
[2] lancet, 의료용 칼 - 옮긴이 주
[3] 게슈탈트 심리학(독일어: Gestaltpsychologie)은 심리학의 한 학파이다. 인간의 정신을 부분이나 요소의 집합이 아니라 전체성이나 구조에 중점을 두고 파악한다. 이 전체성을 가진 정리된 구조를 독일어로 게슈탈트(Gestalt)라고 부른다. (위키백과) – 옮긴이 주
[4] fractal,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 – 옮긴이 주
댓글 3
  • 글쓴이 mirror 17.09.30 01:11 댓글

    이번호부터 2편씩 단편이 올라갑니다.

  • No Profile
    SFang 17.10.14 23:46 댓글 수정 삭제

    다소 환타지적인 느낌도 있으면서.... 이처럼 성적인(?) 소재가 SF적인 상상력과 결합한 흥미로운 작품 같습니다. 독특한 소재가 정말 인상 깊네요. 한국 SF 중에서도 비슷한 소재를 사용한 경우를 찾을 수 있는지도 궁금해 지네요. 한국 SF도 소재의 폭이 넓어지면 좋겠어요.

  • No Profile
    MadHatter 17.10.28 11:27 댓글

    이야기가 자꾸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튀는데 그게 또 다 납득이 가는 전개라는 게 신기합니다. 엄한 사람이 다루면 술자리 음담패설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을 소재로 이처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신선함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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