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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데이트

2008.01.25 18:1301.25



지은이 |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 
옮긴이 | 이수현(정원사) 
펴낸곳 | 문학동네 
펴낸날 | 2008년 1월 

맛보기 | {뚱뚱한 데이트}
그는 극장 밖에 서서 초조하게 시계를 흘끔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전화로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하긴 했지만 십오 분이나 기다려야 할 줄은 몰랐다. 오페라 시작을 놓치고 첫번째 막간 때까지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되었다. 처음 만나서 어색한 몇 분 동안 어떻게 그녀를 즐겁게 해주겠는가. 최소한 오페라를 보면 할 일이나 있지.
   그 순간 그녀가 연한 파란색 보일 자락을 반짝이며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에드거?”
   그는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니나?”
   그녀는 필요한 것보다 몇 초쯤 오래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당신인 줄 알았어요.” 말하고 그녀는 덧붙였다. “늦어서 정말 미안해요.”
   그는 잠깐 생각했다. 어떻게 그인 줄 알아봤을까? 누군가를 기다리는 다른 남자들도 있고, 거리는 비어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데. 그러다가 깨달았다. 극장 앞에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소개기관에서 나왔을 법한 사람은 그 혼자뿐이었다. 간단한 설명을 찾고 나니 형언할 수 없이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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