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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이경희, 전삼혜 작가님 참여 SF앤솔로지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 』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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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알고 보면 가까운 세상, 메타버스
‘메타버스’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광경은 ‘제페토’나 온라인 RPG 게임 배경과 같은 3D 공간 안에서 아바타들이 현실 세계에서와 비슷한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이다. 한 연구 단체의 폭넓은 정의에 따르면 실제 세계를 가상 세계와 연결하는 시도 전반을 메타버스라 부를 수도 있다. 가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동화책 속 그림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등의 ‘증강현실’, 스마트워치를 통해 운동 내용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등의 ‘일상 기록’, 실제 세계에 정보를 덧붙여 반영하는 포털 사이트 지도 서비스 등의 ‘거울 세계’가 모두 메타버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더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는 표현에 제약이 없는 소설이라는 매체의 특징을 십분 활용해 현재의 메타버스가 내포하고 있는 가능성, 미래의 메타버스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탐색한다. 〈구여친 연대〉는 작품의 소유권 보유 증서에 해당하는 NFT를 소재로, 메타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전시되고 있는 내 신체 일부에 대한 권리를 되찾으려는 시도를 그린다.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은 상당수의 사람이 현실 세계에서 얻기 힘든 쾌락을 메타버스에서 얻고 있는 세상을, 〈멀티 레이어〉는 해수에 잠겨 버린 실제 서울 대신에 가상 세계 속 서울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표현에 제약이 없는 소설로 만나는 화려한 가상현실
작품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메타버스에 대한 묘사다. 〈멀티 레이어〉의 ‘세컨드 서울’ 속 레이어들은 무협, 사이버펑크, 슈퍼히어로 등의 장르 규칙을 따르기도 하고 중생대, 조선시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당시 등 특정 시대를 재현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다른 레이어로 이동할 때마다 바뀌는 그래픽과 그 안에서만 적용되는 규칙에 대한 묘사는 화려한 퍼레이드를 방불케 할 만큼 매력적이다.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의 ‘메타 월드’ 안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보유하고 있는 고유 무기와 스킬로 힘 있는 액션을 선보인다. 도끼와 방망이, 충격파와 순간 이동이 아무렇지 않게 어우러지는 전투 장면은 글로 보는 이능력 배틀의 진수라 해도 좋을 만큼 호쾌하다.

〈구여친 연대〉에 등장하는 메타버스 ‘와이낫’ 내부의 전시장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특히 꿈 같은 공간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큰 작품을 마음껏 전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작품을 축소 또는 확대하고 특정 부분을 상세히 들여다보거나 감상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두루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다.

현실 못지않게 험한 가상 세계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
그러나 작중의 메타버스에는 한계 또한 분명하다. 〈멀티 레이어〉의 세컨드 서울 운영진은 메타버스 안에서 편하고 즐겁게 사는 데 길들여진 인간이 바깥세상에서 잘 살아가기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바람과 함께 로그아웃〉의 메타 월드 안에는 비명을 지르는 희귀 작물을 채취하기 위해 청각 센서를 끈 채 묵묵히 블법 노동을 하는 미성년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구여친 연대〉 속 와이낫의 한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원저작자 몰래 빼돌린 사진들을 모아서 만들었다. 주인공들은 NFT 시장이 실제 작가가 아닌 사람에게 저작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실을 벗어나도 여전히 험한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을 추구해야 할까? 《가까운 세계와 먼 우리》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타인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시스템이 지정해서 만난 사이일지언정 20년 동안 함께 살았던 딸을 위해, 자기 사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선배를 위해,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 메타 월드에서 무리하게 일하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누나를 위해 나선다. 다른 존재와 함께 행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세계의 경계를 넘어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 책 속의 가상 세계에 종종 빠지곤 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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