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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전혜진 작가님의 에세이 『책숲 작은 집 창가에』가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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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 작은 집 창가에 SF 작가가 있는데,
토끼 두 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엄마, 책 읽자!”

어릴 때 좋아했던 그림책을 기억하는가?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끌어안고, 접고, 찢고, 낙서하고, 씹어 먹으려 들면서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해서 읽는다. 아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수많은 그림책과 함께 성장한다. 그림책은 까꿍 놀이부터 시작해 옷 입는 법, 사과하는 법 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고, 잠들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그림책은 거름이 되어 어른이 된 뒤에도 추억 속에 남아 삶을 지탱시킨다.
『책숲 작은 집 창가에』는 어린 시절 그림책을 사랑했지만 자연스레 멀어졌던 작가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시금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그 세계를 탐험한 기록이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좀 더 즐거운 독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책에 나온 장소를 아이와 함께 찾아가보고, 구연산과 베이킹 소다로 폭발놀이를 하고, 그림책 주인공들을 그려 여기저기 전시해놓는다. 그렇게 수많은 그림책을 온몸으로 읽으면서 아이들은 책과 함께 커가고 엄마 또한 같이 성장해간다. 이 책은 한 양육자의 독서 에세이인 동시에, 그림책을 아이들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독서 가이드이다.

어른도 아이도 그림책을 읽으며 커간다

작가 전혜진은 소설, 만화, 인문,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책들을 탐독해온 다독가이자, SF 소설, 추리 소설, 만화 스토리, 비평, 에세이 등 다양한 글을 써온 작가이다. 그런 그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그의 앞에는 이제껏 잊고 있었던 또 다른 책의 세계가 펼쳐졌다. 즐겁고 재밌고 환상적이지만, 때때로 육아의 고충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의 세계가.
아이는 새벽이면 엄마를 깨워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조르고, 잠에서 깬 엄마는 다시 잠들지 못해 아침까지 글을 쓰다가 출근한다. 그런 저자에게 아이가 잠자리에서 끝없이 질문을 퍼붓는 『엄마, 자?』는 호러 스토리다. 저자는 아이가 휘두른 『사과가 쿵!』 보드북에 몇 번 얻어맞고는 “책을 흉악한 물건이라고 부르다니 아이를 낳기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결국 『엄마, 자?』는 인내를 통해 아이에게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야기가 되었고, 『사과가 쿵!』으로는 아이와 함께 몸놀이를 하며 노는 방법을 찾아냈다.
저자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면서 그 이면의 세상을 읽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한다.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기도 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남동생에게만 불러주던 노래를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져 관련된 책을 찾고, 호랑이 역할극을 하다가 『금강산 호랑이』를 좋아했던 것이 딸로서 받은 편견에 대한 서러움과 반발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처럼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위로를 주고 자신의 세계와 시야를 넓혀준다.

“어렸을 때 읽었던 그림책들을 다시 읽고 어릴 때의 감정들을 떠올리는 동안, 미처 성장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부분들이 조금씩 다시 자라는 것이 느껴졌다.”

즐겁게 놀고 노래하며 나아가는 그림책 세계 탐험

저자는 그림책을 단순히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몸으로 놀고, 노래로 부르고, 그림으로 그리고, 물건을 만들고, 여행을 떠나며 다른 활동으로 확장시킨다. 이런 시도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엄마의 교육인 동시에 이미 책과 깊이 얽혀 살아가는 작가의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사과가 쿵!』을 “지구에 온 사과 형태의 외계인이 지구 생물들에게 사과 취급당하며 싹 잡아먹히”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저자의 독특한 해석은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놀 때 그 빛을 발한다. 『곰 사냥을 떠나자』를 읽은 뒤에는 빨래 건조대로 곰이 사는 동굴을 만들어주고, 『단추 수프』를 읽고 나서는 단추 수프를 끓이는 시늉을 한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에 그려진 건물 상호를 찾아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동네를 추리하고, 『펭귄 남매랑 기차를 타요』를 들고 기차역에서 찍은 사진으로 아이의 앨범을 만들어준다.
책은 곧 삶이고 세계이고 놀이다. 아이들에게는 취향이 만들어지는 시작점이고, 어른에게는 추억을 떠올릴 계기가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책 중에는 어느 집에나 있을 베스트셀러도,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는 책도, 전집으로만 살 수 있는 책도 있다. 꼭 소개된 책들을 다 챙겨 읽을 필요는 없다. 세상에 재밌는 책은 많고, 누구에게나 취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어떤 책이든 책 읽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기억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드넓은 그림책의 세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양육자들에게는, 저자의 경험담이 새로운 독서의 세계를 향한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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