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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정세랑 작가님의 단편 「절연」이 『절연』에 수록되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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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늘 마음에 품고 있었고, 실행할 수 있는 협력자를 기다려왔습니다.”
정세랑 기획, 한‧일 동시 출간 프로젝트!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아시아 9개 도시, 9명의 젊은 작가들
하나의 키워드로 그려낸 아홉 결의 스펙트럼

아시아의 젊은 소설가들이 함께 쓴 소설집 『절연』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절연』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9명의 작가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집필한 단편소설을 모은 작품집이다. 그간 한‧중‧일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 출간된 적은 있지만, 동남아시아의 작가들까지 참여한 앤솔러지의 출간은 이번이 최초다. ‘아시아의 젊은 작가들’이라 이름 지어진 이 다국적 프로젝트는 독특하게도 출판사가 아니라 소설가 정세랑의 기획에서 출발했다. “우정의 범위를 살짝 더 넓혀보고 싶었다는” 정세랑의 주도에 일본의 쇼가쿠칸(小学館), 한국의 문학동네가 응답해 어느새 9명의 아시아 작가가 참여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되었다.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하나의 키워드로 각기 다른 작품을 쓴다면 어떨까, 라는 정세랑의 아이디어는 어렵지 않게 ‘절연’이라는 단어에 가닿았다. 팬데믹과 국제정치 갈등이 초래한 단절의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절연’이라는 키워드가 각지에 떨어져 살던 작가들과 문학 독자들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 셈이다.
『절연』에는 『시선으로부터,』 등으로 대중과 문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의 정세랑 외에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국내에도 다수의 팬을 보유한 일본의 무라타 사야카, SF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의 하오징팡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작가들의 다채로운 소설들이 담겨 있다. ‘혼돈’이 가득한 사회를 떠나 ‘무無’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일본), 부정적인 감정을 품으면 정서 구치소에 수감되는 ‘긍정 도시’의 사람들(중국), 연속되는 공론화 가운데 윤리관의 차이로 절연하는 친구들(한국), 혁명 속에서 만나고 이별하는 연인들의 이야기(태국) 등, 프로젝트에 동참한 작가들은 때로는 상상의 힘을 빌려, 때로는 치열한 현실의 재현을 통해 우리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익숙하면서도 낯선 아시아의 면면들. 『절연』은 우리 시대의 작가들이 펼쳐 보이는 지금-여기의 아시아 문학을 만나는 드물고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어판 말미에는 정세랑과 무라타 사야카가 서울에서 만나 ‘절연’이라는 주제와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 수록작에 대해 나눈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절연’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나온 아홉 개의 이야기

‘절연’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저릿저릿했다. 함께한 다른 작가들의 ‘절연’을 읽었을 때, 상상 이상의 세계, 언어와 인간의 선명한 꿈틀거림이 거기 있었다.
_무라타 사야카

무라타 사야카(일본) ─ 「無」
“딸애가 장래에 ‘무無’가 되고 싶대서, 난처하네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사회를 ‘혼돈’이라 부르며 그에 반해 ‘무無’가 되기를 택하는 삶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다. ‘무’를 택한 사람들은 타인과 자신을 구분할 수 없도록 특징 없는 외모를 유지하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며 과거의 기억은 물론 자신의 이름마저 잊은 채 살아간다. 정말 인간은 진정한 ‘무’가 될 수 있을까?

알피안 사아트(싱가포르) ─ 「아내」
“내 마두가 되어주지 않겠어요?”
어느 날 우연히 남편이 내뱉은 첫사랑의 이름, 아이샤. 남편과 단둘이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중산층의 생활을 영유하던 사우다는 아이샤를 언급하는 남편의 목소리에서 어딘지 모를 그리움을 느낀다. 그녀는 아이샤를 찾아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남편의 두번째 아내, ‘마두’가 되어달라고.

하오징팡(중국) ─ 「긍정 벽돌」
“위대한 긍정 시티에서는 모든 것이 쾌적하고 멋지며, 누구나 긍정 감정을 지님으로써 타인에게 선한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멋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의 위대한 노력을 무시하는 일, 나아가 시티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사람의 손발이 닿는 모든 곳이 ‘긍정 벽돌’로 만들어진 ‘긍정 시티’. 긍정 벽돌은 인간의 몸에 닿는 즉시 감정 인자에 대응해 색을 바꾼다. 긍정적인 감정은 따뜻한 색으로, 부정적인 감정은 검은색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품어 주변을 검게 물들일 경우 정서 구치소에 수감되는 도시에서 저우춰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긍정 멘털 테라피스트’로 일한다. 그런데 어느 날 승진 심사에서 누락된 그는, 주변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위왓 럿위왓웡사(태국) ─ 「불사르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붉은 옷 시위가 있고, 그에게는 그의 우산혁명이 있었다. 투쟁의 젖먹이들끼리 끌어안고 아픔을 나눠 가졌다.”
태국 각지에서 대규모 민주화 운동, 이른바 ‘붉은 옷 시위’가 벌어진다.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선’과, 홍콩에서 벌어진 우산혁명의 실패에 낙심한 네이선, 힘겹게 생계를 이어나가다 시위에 휘말린 익명의 여성은 혁명의 한복판에서 만나고 이별한다. 여러 시점이 교차되며 펼쳐지는 현재 진행형의 혁명과 삶.

홍라이추(홍콩) ─ 「비밀경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른바 정상적인 세계는 어쩌면 일찌감치 시간 속에서 조용히 붕괴해버렸는지도 모른다.”
우산혁명 이후, 2020년 정치활동과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홍콩 국가안전유지법이 제정되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근미래에는 비밀경찰이 소리도 없이 진주해 도시를 장악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라는 통신사의 캐치프레이즈가 또다른 시선을 의미하게 된 사회. 남편을 비밀경찰에 넘긴 ‘나’는, 자신을 감시하는 줄 알았던 휴대전화 판매원의 제안을 따라 ‘창’이라는 이름의 비밀 집회에 참석한다.

라샴자(티베트) ─ 「구덩이 속에는 설련화가 피어 있다」
“지금은 그때의 나처럼 시커먼 구덩이에 떨어진 기분이겠지만, 구덩이 속에는 설련화가 피어 있다고 믿는 거야. 그럼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희망을 품을 수 있거든.”
티베트의 산골에서 베이징으로 이주해 영세한 출판사에서 일하는 ‘나’. 일과를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를 한잔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인 그는 어느 날 첫사랑 소남 완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향과 도회 사이에서 방황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잃은 그는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그녀의 말을 떠올리며 빛의 고장 라사로 향한다.

응우옌 응옥 뚜(베트남) ─ 「도피」
“모자의 연은 이걸로 끝내자, 죽는 날까지 서로 알은체 말자.”
병마로 인해 죽음을 앞둔 한 여인. 그녀가 원하는 유일한 것은 죽음에 이르기 전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녀는 아들의 결혼식 날, 아들에게 모자의 연을 끊겠다고 선언한다. 가족이라는 불가피한 연결을 완전히 끊는 일은 가능할까?

롄밍웨이(대만) ─ 「셰리스 아주머니의 애프터눈 티」
“여기 애들은 모두 언젠가는 섬을 떠나.”
각각의 이유로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루시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는 세 소년. 대만에서 온 슈리는 탁구부에서 함께 운동하는 이슈마일, 앤더와 함께 종종 셰리스 아주머니의 집을 찾아간다. 그 집의 마당에는 늘 휠체어 위에 앉아 있는, ‘새집birdhouse’이라는 별명을 가진 장애인 아이가 있다. 세 소년은 ‘새집’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품고, 그와 나름의 교감을 나눈다. 그런데 어느 날 ‘새집’은 보이지 않고, 아이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정세랑(한국) ─ 「절연」
“우리, 안 볼 거니?”
방송작가로 일하는 가은은 대학 시절 폭력적인 남자친구에게서 자신을 구해준 선정‧형우 커플과 같은 분야에서 일하며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성추문 공론화가 터진 박윤찬이 복귀하는 데 그 두 사람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더이상 같은 윤리관을 공유하지 못하는 그들. 세 사람은 여전히 친구일 수 있을까?

끊어지고 이어지며 나아가는 지금-여기 아시아의 들끓는 상상들

『절연』에 수록된 아홉 편의 작품은 다양한 형식을 띠고 있다. SF적 상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부터, 미스터리, 사회소설, 가족 드라마, 디아스포라 문학까지…… 사물과의 절연, 인간과의 절연, 사회와의 절연, 시대와의 절연 등 ‘절연’이라는 키워드는 각각의 작가를 통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주된다. 반대로 이들은 뜻하지 않은 결합을 통해 절연이라는 개념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작가가 펼쳐 보인 ‘절연’의 다양한 모습은 우리에게 ‘절연’이라는 단어가 단지 부정적인 의미의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로 나아가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또한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제각각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현재 각국의 가장 첨예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유행에 따라 휩쓸릴 뿐 진정한 개인이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소외를 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無」, 일본)나, 개인의 감정마저 컨트롤하려는 전체주의 사회의 폭력(「긍정 벽돌」, 중국), 실패한 혁명 이후를 살아나가야 하는 청년들의 고뇌(「불사르다」, 태국)와 감시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묘사한 소설(「비밀경찰」, 홍콩), 그리고 무수한 공론화 속에서 또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되는 논쟁을 정면으로 다룬 이야기(「절연」, 한국)까지…… 문학작품이 현실을 비추는 창이라고 한다면, 『절연』은 그야말로 오늘날 아시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가장 선명히 보여주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절연』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아시아가 단지 독립된 나라들의 집합이 아니라, 정신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하나의 넓은 공동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작품 속에서 각자의 혁명을 겪고 만나는 태국과 홍콩의 젊은이들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보는 싱가포르의 무슬림 여인, 방콕의 거리에서 케이팝 댄스를 추는 태국의 젊은이들을 만난다. 태국 작가 위왓 럿위왓웡사의 작품 「불사르다」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되었는데, <버닝>의 원작이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은연중에 이어져 있던 우리의 연결고리를 기분좋게 암시한다. 아직은 낯설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더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러니 이런 기획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더 놀라운 일일지 모르겠다. 이 책이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나갈 또다른 연결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9명의 소설가, 8명의 번역가
다국적 프로젝트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우정이 전 세계적으로 가능하다면 모든 게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 암담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복기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미 경험한 바 있어 소중히 여기고 있는 단단한 우정의 범위를, 살짝 더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_정세랑, ‘기획의 말’에서

『절연』의 작업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9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각 언어를 전공한 일본의 7명의 번역가가 번역하고 그것을 도쿄에 거주하는 홍은주 번역가가 다시 한글로 옮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편집 과정에서 의문점이 발견되면 일본의 편집자와 해당 언어의 번역자를 거쳐 저자에게 전달되고, 피드백이 역순으로 되돌아오면 다시 홍은주 번역가와 문학동네 편집부가 논의하는 식이었다. 쇼가쿠칸의 편집자와 문학동네의 편집자가 각기 국내문학을 담당하고 있어 서로 한국어와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았는데, 이때 동원된 것이 웹 번역기였다. 한국의 편집자는 한국어로, 일본의 편집자는 일본어로 쓴 수십 통의 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각국 작가들은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인사를 보내왔다. 팬데믹 이후 동시적인 소통을 위해 급속도로 발달한 기술들이 활용되었으니, 『절연』의 작업은 말 그대로 이전 시대와 결별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표지 그림은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자오원신Zhao Wenxin의 작품이다. 같은 그림을 일본과 한국의 디자이너가 각국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해 디자인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에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된 『절연』은 추후 작품집에 참여한 다른 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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