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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정소연 작가님의 에세이  『세계의 악당들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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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리에서 모든 사람이,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아니다’를 외치는 혼자가 아닌 우리,
차가운 분노 속에서도 온기를 잃지 않으며
세계를 뚫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하여

SF 작가이자 공익인권변호사인 정소연의 첫 에세이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이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작품 창작뿐 아니라 《어둠의 속도》(푸른숲, 2021)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아작, 2016) 등 유수의 해외 SF 문학 작품을 한국에 소개해온 번역가이기도 한 작가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사회와 문화 전반의 경계에서,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간 여러 지면에서 칼럼, 수필, 해설로 만났던 작가의 생각을 한데 엿볼 수 있는 에세이로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료하고 날카로운 주장 이면에 담긴 세상과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이 울림을 던진다.

말하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
나와 우리를 잇는 신념을 이야기하다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주요 일간지와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과 국내외 고전과 현대 SF 소설에 실린 옮긴이의 말, 해설을 새롭게 다듬고 정리한 책이다. 사회적 발언을 아끼지 않으며 행동을 취하는 동안 현장에서 직접 맞닥뜨린 차별과 혐오를 차분하게 되짚으며 우리가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그린다. 노동, 인권, 젠더 등 최근 2~3년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과 성찰이 편편이 돋보인다.

혐오는 집요하고 힘이 세고 지치지 않는다. 무릎 깊이 바닷물 속에 서서, 허물어지는 모래를 발가락에 억지로 힘을 주어 쥐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맞서는 것 같다. 어떤 개인도 이런 파도에 계속 맞설 수 없다. 주저앉아 떠내려가는 것은 한순간이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손을 잡고 맞서려 해보아도 쉽지 않다. 같이 떠내려가는 것도 한순간이다. 이런 집요함에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밀물 때와 썰물 때가 있을 뿐 파도는 멈추지 않는다. 손을 놓아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온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 우리는 또 누군가를 잃는다. ― 본문에서

작가는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일관된 논리로 세상의 곪은 지점을 짚는다. 직접 고용을 거부하는 한국도로공사의 현수막에서, 언어유희적 표어를 내건 법무부 이송 차량과 구치소 LED 전광판에서 계급 갈등과 차별을 읽어낸다.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에서 약자의 배제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자금 운용 방식에서 이익집단의 폐해를 뛰어넘는 국가 복지의 허점을 지적한다. 작가는 편견에 맞서 싸우는 대신 슬쩍 편승함으로써 누리는 혜택의 덧없음과 갈등 이후의 가능성을 그리며 독자의 반성을 끌어낸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 단순히 ‘나’로 처리되지 않는 ‘우리’의 얼굴이 담겨 있다. 권력과 자본, 위계질서가 낳은 불평등이 도처에 널려 있고 그로 인한 고통은 한 사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인다.

막막한 싸움 앞에서 쉽게 지지 않는
공동체적 사랑과 용기의 재발견

모든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를,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안 보여도 믿어야 한다. 뭔지 몰라도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에 ‘하는 일도 있는’ 사람, ‘지금까지 어디 가서 뭐 하다 온’ 사람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우선 내가 못 봐서라 생각하고, 둘째로도 그저 내가 몰라서라 생각하고,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곳에 가 있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이 믿음이 우리를 지탱한다고, 나는 믿는다. ― 본문에서

책의 1부에는 사회에 만연한 노동과 인권에 대한 무지와 착취의 기록을, 2부에는 여성 변호사로서 겪어야 했던 일과 그에 대한 생각을 수록했다. 활동가로서의 면모 외에도 SF 작가로 활동하며 작품 번역에 애정을 기울인 흔적은 책의 3부에 담겼다. 3부에서,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뿐 아니라 소설 속 등장인물이 드러내는 먼 곳을 향한 의지와 행동에 대한 의미화는 정소연 작가 본인의 삶과 바퀴처럼 맞물려 재미를 선사한다. 세계를 축조하고 재건하는 무엇이 있다면 타인을 향한 공감과 유대의 발견이고, 작지만 뚜렷한 희망에서 출발한 미래의 상(像)은 결코 어둡지 않으리라고 이 책 《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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