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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이서영 작가님의 SF단편집 『유미의 연인』 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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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음을 다해 사랑하며 투쟁하는 이들을 향한 찬가
세상의 모든 강인한 약자들을 위한 송가
제7회 SF 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 수상작 <유도선>을 비롯,
《악어의 맛》 이후 8년 만의 중단편 모음집!

이서영 작가는 한국 사회파 SF의 명확한 축을 담당하는 작가다. 이 책을 가장 간단히 소개하려면 사회파 로맨스 SF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연인 간의 달달한 로맨스를 원하는 분들은 이 책을 집어 들기를. 모든 사랑스러운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자신의 처지에 관계없이, 삶의 어느 면이 투쟁일 수밖에 없음을 아는 이들 또한 이 책을 집어 들기를. 여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싸우며 살아가는 한 여성 작가가 있다.
- 김보영, 소설가

여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싸우며 살아가는
한 여성 작가가 있다

간혹 소설의 현실 참여를 말할 때마다 나는 종종 그 모순적인 한계를 생각하곤 한다. 소설이 생산되는 과정이 갖는 어쩔 수 없는 본질 때문이다. 소설이란 결국 혼자 자기 방에 틀어박혀 긴 시간 글자를 찍어내야 나오는 물건이다. 그래서 소설이란 어쩔 수 없이 현실에서 물러난 지점이 있으며, 그 거리감 덕에 안온하게 덮이는 낭만이 있다.

하지만 이서영의 소설은 어딘가 다르다. 많은 작가가 안온함 가운데서 어두운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그녀는 그 어두운 현실 한가운데에서 안온함을 응시한다. 이서영은 참여 안에서 글을 쓰는 드문 소설가 중 하나다.

이서영의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 40대는 되는 작가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 이 믿음이 어찌나 확고했는지 지금도 간혹 웃음거리가 되곤 한다. 그녀는 당시 20대 초반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 이서영 소설의 화자는 겪은 일이 워낙 많아 보였다. 지난 엄혹한 시대에 볼 꼴 못 볼 꼴 다 겪다가, 나이가 들어 초연해진 사람이 쓴 소설이려니 했다. 그녀의 삶이 어린 날부터 항거였으며, 노동운동가이자 사회 활동가로 살고 있음은 나중에 알았다. 이력은 소설의 생명력을 설명해주지만 초연함은 설명해주지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살면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마음을 다해 사랑하며 투쟁하는 이들을 향한 찬가
세상의 모든 강인한 약자들을 위한 송가

아이를 잃은 엄마는 무엇을 할까, 간단히 상상하면 좌절과 고통과 슬픔 속에서 무너져가며 생을 망가뜨릴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실제로 현실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들은 무엇을 하던가. 우리는 답을 안다. 그들은 투쟁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센서티브). 과도한 배달 노동으로 친구를 잃은 소년은 무엇을 할까. 그들은 투쟁한다(로보를 위하여). 이주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투쟁한다(당신이 나를 기억하는 한). 용역이 가게를 부순 노점상 주인은 무엇을 할까. 투쟁한다(우리는 한때 신이었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파업 문구를 내걸려고 보니 자신들이 이미 기계임을 깨달은 노동자들은 무엇을 할까. 여전히 파업한다(전체의 일부인). 이서영의 소설에서는 하다못해 저승사자마저 항소서를 쓴다(구제신청서). 이것은 그녀의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테마다.

약자는 강하다. 약자의 삶이 투쟁이며, 그러기에 부당한 현실을 바꾸어가기 때문이다. 세상은 언제나 약자에 의해 변화해왔다. 이는 분명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서영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고통에 주저앉거나, 슬픔에 침잠하며 방구석으로 숨어 들어가지 않는다. 삶에서 고통을 겪었다면 길은 한결같다. 싸운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면 길은 한결같다. 싸운다. 비록 그 싸움의 끝에서 깨어 부서질지라도.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한결같다.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기에 싸우며, 사랑하기에 연민하고, 사랑하기에 연대한다.

*

이서영의 인물들은 다 좋고 예쁘기만 하지 않다. 마치, 좋고 예쁜 것만 사랑한다면 뭐가 어렵겠느냐고 말하듯이. 그녀는 인간의 모순을 다 들여다보면서, 이 모순 전체가 사랑스럽지 않으냐고 말한다.

<구제신청서>의 원혼은 원한을 품었어도 미움과 연민을 같이 갖는다. <꼬리에는 뼈가 있어>의 이예린은 거친 성깔의 장애인이지만 생명력이 넘친다. <유도선>의 이정직은 자신도 모르게 남의 삶을 망치지만, 자신의 평범함과 올곧음을 의심치 않고 살아간다. 우리는 이런 복잡성 속에서 살아간다. 작가가 <보시기에 나빴더라>에서 직설적으로 묻듯이,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도 누가 악마고 누가 신의 자녀인가는 혼란스럽다.

이서영은 이 모든 이들을 연민한다. 마치 이 전체를 다 보지 않으면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듯이. 아니 거꾸로, 이 복잡성 덕분에 인간은 더욱 사랑스럽다고 말하듯이.

살며 싸우며 사랑하라

이 단편집은 이서영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배려하였는지, 이전 단편집 『악어의 맛』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쉬운 작품을 많이 배치한 편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면, 다양한 연인들이 등장하는 달콤한 로맨스 소설집으로도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아도 좋을 듯하다. 사랑은 또한 그녀의 소설을 관통하는 다른 테마다.

이 사랑은 같은 처지 간에만 샘솟지 않는다. 이서영은 전혀 다른 처지에 서 있는, 어쩌면 서로 결코 이해할 수 없을법한 이들 간의 사랑을 노래한다. 그녀의 소설에 인간이 아닌 이들이 종종 화자로 등장하는 이유가 그러하리라. 늑대소녀(로보를 위하여), 가상인격(유미의 연인), 길고양이(우리는 한때 신이었고), 저승사자(구제신청서), 여러 로봇들……. 인간처럼 등장하는 이들도 어딘가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이들은 사회가 아웃사이더로 내친 이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쳐졌다 한들 사랑하며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부서져도 세상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들은 영웅적이다. 이것이 그녀의 낭만이리라.

이서영의 낭만은 아프고 서러운 것들을 덮고 모른 체하기에 갖는 낭만이 아니다. 그녀의 낭만은 삶의 바닥으로 내려가, 그 안에 있는 것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사람의 모자라고 잘못된 것을 다 보고도, 그래도 인간은 아름답고, 우리는 서로 사랑할만하지 않느냐고 믿는 낭만이다. 이 낭만은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신념에 가깝다.
이 낭만은 그러므로 강인함이며, 멋이며, 아름다움이다.

이 시대의 사회파 로맨스 SF를 만나다

이서영 작가는 한국 사회파 SF의 명확한 축을 담당하는 작가다. 이 책을 가장 간단히 소개하려면 사회파 로맨스 SF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연인 간의 달달한 로맨스를 원하는 분들은 이 책을 집어 들기를. 모든 사랑스러운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자신의 처지에 관계없이, 삶의 어느 면이 투쟁일 수밖에 없음을 아는 이들 또한 이 책을 집어 들기를. 여기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싸우며 살아가는 한 여성 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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