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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필진 지현상 작가님 단편 「너무 똑똑한 돼지들의 도시」가  『2019 제1회 폴라리스 선정작품집』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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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19년 상반기, 아작과 안전가옥의 콜라보레이션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편 SF 창작 워크숍 ‘폴라리스’입니다. 단행본을 출간한 정도의 프로작가가 아닌 분들은 이 워크숍에 모두 지원할 수 있었고, 실제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 도전했습니다. 이미 온라인에 몇몇 작품을 발표해서 이름을 알린 분도 계셨고, 영화를 만드는 분도 계셨고, 진짜로 ‘사이언스’ 업계에 있다가 오신 분도 계셨고,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위한 창작 연습을 해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단편소설을 완성해보지 못한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창작 경험도, 인생 경력도 제각각인 여러 사람이 내보인 결과물들은 당연히 서로 다른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죠. 이 단편집은 그 성과를 추려 담았습니다.

이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더 즐거웠을 겁니다. SF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들로만 꾸려진 네 명의 멘토들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창작에서 누군가와 함께 논의하면서 작품을 개선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커다란 기회인지도 알 수 있었을 테니까요. 실제로 합평회와 멘토링을 통해 부분들이 여기에 실린 최종 작품이 되었고, 그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큽니다. 창작에 왕도는 없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더 좋게 만드는 작업은 가능하죠. 구성원들끼리의 합평과 멘토의 조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한 결과물들은 그 아이디어는 둘째치고서라도 하나의 이야기로서 잘 다듬어졌습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과 작품 속에 그것을 녹여내는 방법, 사건을 키우고 해결하는 방식 등을 개선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그 과정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이 최종 결과물들이 잘 다듬어졌다는 점은 금방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의 성향은 실로 다양합니다. 한국의 현실을 절묘하게 담은 사회 비판적인 작품도 있고, 철학적인 두려움을 점잖은 코스믹 호러풍으로 옮긴 작품도 있고, 슈퍼히어로물의 클리셰에 도전한 작품도 있고, 황금기 SF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작품도 있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 스릴러, 우화 등 그 장르도 모두 다릅니다. 각자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그토록 다양했던 거죠. 폴라리스 워크숍은 이렇게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다양한 욕망을 다듬어 말끔한 이야기로 만들어 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큼 큰 동기 부여는 없죠. 사실 하나의 단편을 완성하고 나서 다시 그 작품을 검토하고 고쳐 쓰는 일은 매우 힘듭니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몇 배의 심적인 고통이 수반되죠. 멘토, 그리고 동료 멘티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지 않을까요. 그래서 워크숍을 하는 거고요. 그런 면에서 폴라리스 워크숍은 성공적이었다고 평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 SF계의 신성이 되기 위해 쏘아 올려진 일곱 개의 작은 별들이 있습니다. 어서 오셔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시고 응원해주십시오. 이미 유명한, 검증받은 작품들 사이에서 “내가 그 친구는 예전부터 알아봤어”라고 자랑할 기회는 매우 적습니다. 지금 바로, 누구보다 먼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누가 한국 SF계의 붙박이별, 북극성이 될지 누가 또 알겠습니까.

<위대한 체조>, 백승화
우주의 종말은 어떻게 올까요. 이 우주가 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몸풀기 체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게 실행되는 순간 목적을 다 하고 ‘끝난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그렇다면 그 목적을 설계한 존재들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왜 그런 목적을 설정했을까요? 다중우주에 관한 코믹하고도 어딘가 쓸쓸한 판타지 단편. 말끔합니다.

<너무 똑똑한 돼지들의 도시>, 지현상
인류의 우주 탐사대는 우주 탐험 중에 문명을 이룬 종족이 사는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돼지와 닮은 종족이었죠. 문제는 그들이 인간과 닮은 종족을 식량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축으로요. 탐사대는 격렬한 논쟁을 벌입니다. 학살당하는 인간형 종족을 구해야 하는가? 어느 쪽이 윤리적인 판단인가?

<열두 시간>, 윤주미
나노 로봇을 삽입해 인간의 뇌 기능을 활성화하고 그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똑똑해지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SF가 자주 사용해 온 소재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소재를 둘러싼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한국 학계 특유(?)의 씁쓸한 분위기가 잘 재현돼 있습니다. 실제로 학계에 오래 몸담았던 저자가 선보이는 리얼리티가 돋보입니다.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 손소남
아마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문학적’으로 시작하는 작품일 겁니다. 인상적인 프롤로그가 지나면 환생한 존재를 찾아내는 과학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기술에 목을 맸던 권력자가 인간이 아닌 오리로 태어났음을 알게 됩니다. ‘인간이었던 오리’에 관한 수많은 제도적 논의는 둘째치고, 만약 환생에 뜻이 있다면, 이건 다 무슨 뜻으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우리들의 영웅, 브이!>, 이규락
슈퍼히어로에 관한 고찰을 담은 작품. 이 장르의 클리셰를 여러 개 가져와 보여준 다음 그걸 비틀어 보여줍니다. 요즘은 그런 전개도 많지 않냐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단편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묘한 부분에서 끝맺습니다. 어쩌면 이게 단편소설의 재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지만 여운이 남죠.

<사이보그 동물 사육제>, 김유경
위험한 바이러스를 가진 보균체들을 없애려고 동물들을 다수 절멸시킨 미래. 하지만 동물 산업은 돈이 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사이보그 동물들이 대신합니다. 이 사이보그 동물 중 하나인 세 발 달린 까마귀는 개조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까마귀는 한 인간 소년에게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죽어가는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0을 위하여>, 신지현
우주선과 승무원의 의식을 연결시키는 기술, 우주선 내부에서 벌어지는 살인…. 최근 한국에 출간된 SF 신작들의 아이디어가 고루 혼재돼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재료들을 섞어 탄생한 결과물은 또 다르네요. 철학적인 두려움과 미지에 대한 공포가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이 작품처럼 진행되고 끝났으면 아주 좋았을 것 같습니다. 우아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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