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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얼굴 가죽들

2019.01.26 21:1901.26

 

 

남자는

저 멀리 지평선 넘어

넓게 퍼진 산맥들을 보았습니다.

 

 

울퉁불퉁한 산맥의 모습이

자신의 온몸을 덮은 화상 자국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남자는

화상에 난 고름으로 지저분해진 붕대를 갈기 위해

배낭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배낭 안쪽에 고이 모셔둔

얼굴 가죽들을 발견했습니다.

 

 

일곱 개의 사람 얼굴 가죽들…

 

 

모두

남자에게서 그의 부인과 딸을 앗아갔으며

그의 몸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간 자들의

얼굴 가죽들이었습니다.

 

 

상처에 붕대를 새로 간 남자는

남은 복수를 끝마치기 위해

저 멀리 지평선 넘어 보이는 산맥으로 떠났습니다.

 

 

험준한 산맥에서 몰아치는 눈보라는

남자의 화상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식혀주었으나

복수심에 끓는 그의 마음까지는

식혀주지 못했습니다.

 

 

몇 날 며칠을

눈보라 속을 헤치며 나아간 남자는

산속에 지어진 오두막을 발견했습니다.

 

 

발소리를 죽이며 오두막에 다가간 남자는

창가를 통해 행복한 한 가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남자가 찾고 있던 자들이었습니다.

 

 

오손도손 식탁에 모여

저녁식사를 들기 전

손에 손잡고 기도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

남자는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습니다.

 

 

남자는

허리춤에서 기다란 채찍을 꺼내 들더니

오두막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화로운 한 가족의 저녁식사가

낯선 이의 느닷없는 방문으로 깨져버렸습니다.

 

 

남자는 화상 입은 손에

고름이 터지도록 채찍을 휘둘렀고

살을 애는 듯한 매몰찬 채찍이

그들의 옷을 갈기 갈기 찢어발겼습니다.

 

 

이어

그들의 찢어진 옷 사이로

오래된 상처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몸 여기저기 깊게 패인 상처들은

한때 그들의 몸과 정신에 거역할 수 없는 공포를 심어주었고

복종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들은

남자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노예들이었습니다.

 

 

남자는 입에 거품을 물고

죽어 바닥에 나뒹구는 그들의 얼굴 가죽을 벗겨

가방에 구겨 넣었습니다.

 

 

그리고

화상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눈보라 치는 밖으로 나갔습니다.

 

 

매섭게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방 한 편에 걸린 열한 개의 얼굴 가죽들을

상상했습니다.

 

 

그것은 분명

다른 노예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남자는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노예 상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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